최진실과 장자연 : 두 가지 풍문

2009/03/31 09:01
이 글은 어쩌면 선동으로 보여질 수도 있는 글이다.
객관성을 흠모하고, 선동질 싫어하는 고매한 독자들은 피하기 바란다.

1. 고 최진실과 고 장자연의 죽음은 그녀들 자신에게, 그녀들의 가족과 지인들에게, 그리고 그녀들을 사랑했던 모든 대중들에게 몹시 불행한 사건이다. 그녀들의 죽음은 당연히 사적인 죽음이면서, 그 여배우들 간의 명성이나 관심의 부피가 갖는 차이에도 불구하고 매우 공적이며, 사회적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아무튼 그 여배우들은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 그리고 여기에는 당연히 풍문이 따라붙는다. 그녀들의 죽음에 대해 '우울증 때문'이라고 끝내 버리면, 그건 냉정하고, 이성적인 것이 아니라 이 죽음에 대해 아무런 고민도 더 보태기 싫다는 의미다. 그건 쿨한게 아니라 마땅히 사회성원으로 지불해야 하는 사회적인 공적 관심사에 대해 게으른거다. 그건 죽음에 대해 경건한 게 아니라 죽음을 둘러싼 사회적인 의미에 관심을 주기 싫다는 의미일 뿐이다.

2. 최진실에 따라 붙였던 풍문은 '악플'이었다. 장자연에게는 '성상납' 혹은 '장자연 리스트'라는 풍문이 따라붙는다. 그 두 개의 풍문은 서로 다른 맥락에서 너무도 대비되는 사회적인 의미를 갖는다. 악플이라는 풍문에 대해 나는 저항적이었다. 그 풍문은 실체를 확정하기 어렵고, 사건과의 인과를 확정하기란 더더욱 어렵다. 그것은 항상 풍문일 수 밖에 없는 풍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풍문은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거대해진다. 그리고 아주 적극적으로 정치적으로 활용된다.

장자연의 풍문은 이와는 사뭇 다른 종류의 풍문이다. 장자연 풍문은 그 실체에 접근할 수 있는, 사건과의 인과를 좀더 구체적인 관점에서 접근시켜 볼 수 있는 풍문이다. 역시나 나는 이 풍문이 사건(자살)과 인과관계를 갖는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그걸 증명할 도리가 없다. 그걸 증명하더라도 자살은 자살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풍문은 다른 부가적인 사건에 닿아 있다. 자살의 정황으로 등장하는 그 다른 사건이란 권력에 의한 '합법적인 강간'사건이다. 이 합법적인 강간(혹은 배임수증)의 필요적 공범(반드시 공범형태로만 범죄가 성립하는 사건, 이를테면 간통, 뇌물죄 등)이면서, 대상이며, 그 자신이 도구 자체인 것이 바로 '여자의 몸'이다. 이걸 소위 '기획사'에서 말그대로 기획했다면 "...그 사무실이야 말로 여성의 아우슈비츠" (심상정)라는 발언이 과하다고만 생각되지는 않는다(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하긴 하다).

그걸 형법 용어로 풀면 '돈 대신 성(性)이 청탁의 수단인 뇌물처럼 쓰이는' 배임수증관계(주는 쪽은 뇌물증재, 받는 쪽은 배임수재)다. 이처럼 성(性)이 뇌물처럼 쓰이는 경우, 그 형사사건의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서 이 풍문은 수사할 필요가 존재하는 거다. 이렇게 두 사건은 서로 다른 사회적인 의미를 갖지만, 그 풍경은 전혀 달리한다. 배임수증관계에 대해 좀더 풀어쓰면 이렇다. 어떤 연예인이 자신을 광고모델을 시켜준다거나 방송 등에 출연시켜 줄 것을 약속 받고 금품 등 제공 없이 (광고주, 혹은 방송사 PD, 제작자)와 성관계를 가졌다면 그 성을 상납한 연예인은 '배임증재'행위를 한 셈이고, 이것이 기획사에 의해 이뤄졌다면 기획사(대표)는 그 배임증재의 공범이 된다. 그리고 성을 상납받고 광고모델을 시켜주거나, 방송들을 출연시켜 준 광고주나 PD 등의 행위는 '배임수재'가 된다.

제357조 (배임수증죄)
①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제1항의 재물 또는 이익을 공여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풍문에는 두 개의 집단이 등장한다.
하나는 만만한 네티즌이고, 그들은 도무지 특정하기 어려운 존재들이다.
또 하나는 이른바 "유력인사들"이고 그들은 지극히 특정하기 쉬운 존재들이다.

3. 최진실의 풍문에 대해 정치권과 언론은 악플 네티즌에게 증오를 집중하고, 법안을 마련한다는 둥의 온갖 굿거리를 펼친다. 어떤 도덕심 충만한 연예기자는 고인을 위해서라도 이번 기회에 '악플'을 때려 잡아야 한다며 법안 마련에 기꺼이 찬동하는 목소리를 높인다. 저 무식한 악플러들 때려잡아야 최진실이 죽어서도 눈을 감는다고 선동하는 듯 하다. 그렇게 사회적인 정의감에 불타던 연예기자는 이번 장자연의 죽음에 대해선 마치 샤먼이라도 되는 양 고인의 유지를 거론하며 장자연 문건에 대해서는 신중하자고 사뭇 경건한 이야기를 한다.

4. 장자연의 풍문에 대해선 정치권과 언론은 드디어 자신들의 '지옥'을 만났다. 이번에는 때려잡아야 하는 대상이 만만한 네티즌이 아니라 그들 자신(의 일부)이다.  '네티즌'이라는 편리한 이름으로 무시할 수 있는 이름이 아니라, 자신들의 동업자들, 혹은 자신이 모시고 있는 "유력인사"이며, "광고주"들이다. 이제 명백하게 적은 외부에 있지 않고 내부에 존재한다. 난감한거다. 장자연 리스트는 명백하게 대한민국 권력의 한복판을 뜨겁게 태우고 있는 지옥의 화염이다. 이제는 그 지옥이 악플 때려잡아야 하는 불특정의 네티즌이 아니라,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유력인사"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5. 드디어 그들이 지옥을 만났다.
고매한 언론에 의해 악플 남기고, 장자연으로 장사하는 파렴치한으로 전락한 이등시민 네티즌이 이제 일등시민들의 지옥을 관람할 때다. 이것은 단순한 복수의 감정이 아니다. 이것은 스스로의 껍질을 깨는 자기 반성과 성찰이고, 창조적인 파괴로서의 창건적 복수다. 그들이 지옥에 빠지기 전 우리는 그들이 이미 성취한 욕망을 모방했고, 탐냈으며, 시기하고 질투했다. 그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간이 연애가 되는 건 전혀 아니다. 우리의 타락을, 우리 내부의 파괴적인 욕망을 반성하더라도, 그들의 욕망과 타락을 우리는 비난해야 하고, 비판해야 한다. 그게 네티즌 이름이 더 이상 저들에 의해 '이등시민'의 다른 표현으로 모멸당하는 일을 막는 길이다. 이건 명백하게 우리 안에 있는 욕망에 대한 싸움이고, 그 부끄러운 모방욕구에 대한 싸움이며, 현실적으론 그 타락한 욕망의 전범들에 대한 싸움이다. 이 싸움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영원히 이등시민이고, 그래도 싸다.

그게 "유력일간지 사장"이건 물타기처럼 등장하고 있는 "인터넷언론사 사장"이건 상관없다.
끝까지, 철저히 조사해서 마지막 한 줄까지 그 이름을 공개하라!


* 발아점
http://www.leejeonghwan.com/media/archives/001420.html
"언론이 장자연 리스트를 다분히 선정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한 배우를 죽음까지 몰고 간 고질적인 먹이사슬과 착취관계는 이번 기회에 명백히 밝혀져야 한다." (위 글 중에서) : "한 배우를 죽음까지 몰고 간" 것인지 여부는 모르겠지만, "먹이사슬과 착취관계"가 밝혀야 한다는 점에서는 전폭적으로 찬동한다. 이게 이 사안의 핵심이고, 본질이다. 이 핵심 본질을 훼손하는 주장들은 모두 부차적이다(쉽게 말해서 물타기다).


* 사족 : 이정환닷컴 트랙백 (댓글도 튕겨내서... 어쩔 수 없이 여기에...)
댓글 트랙백 많이 달아달라는 말씀을 듣고 기분이 참 좋았는데요. 역시나 트랙백은 튕겨내는고만요..;;;
이 글 경우엔 트랙백주소가 TrackBack URL for this entry: /media/mt-tb.cgi/1419.1464414642
이렇게 표시되는데요.
그렇다면 http://www.leejeonghwan.com/media/mt-tb.cgi/1419.1464414642
위와 같은 형태로 트랙백을 쏘면 되지 않나 싶어서 그렇게 보내봤는데... 역시나 튕겨냅니다.
(이상까지 댓글로 남기다가 댓글마저도 튕겨내서... 여기에 이어서 씁니다)
그런데 다시 트랙백 링크 표시부분 커서를 대봤더니,
http://www.leejeonghwan.com/media/archives/001420.html#trackback
이런 '익숙한' 형태의 트랙백 주소가 나오네요. 이걸로 한번 해봐야겠네요.
(덧. 위 주소로도 역시나 튕겨내네요...;;;; )


* 이 글은 예외적으로 영화블로그와 한겨레블로그에 동시에 등록합니다.



블로그래픽 제12차 공개회의입니다. 회의는 대외비로 할만한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공개를 원칙으로 합니다(2009년 1월 1일 부터.) 블로거라면(독자도 물론이구요) 누구나 회의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1주 1회 원칙. 일요일 혹은 월요일을 공개 회의안 작성일로 정할까 합니다.

* 지난 주에 쓴 글

없습니다. ㅠ.ㅜ;; 동인들께서 많이들 바쁘셨나 봅니다. ^ ^;; 펄님도 이제 본격적으로 복귀하시고, 새봄 동인들께서도 조금씩 기지개를 펼 것으로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꾸준하게 서로 부족함을 채우고, 넉넉함을 나누는 즐거운 토론의 공간으로서, 새로운 창작과 비평의 공간으로 블로그래픽이 채워지기를 기대해봅니다. 저도 좀 게으름을 버리고 봄날 기운 받아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 따끈한 이야기 ★ 이 주의 추천글과 봄맞이 오프

1. 새봄 동인들
현재 워밍업 기간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무튼 아직 블로그래픽에 글을 올리신 새봄 동인은 안계시지만, 포럼과 이메일, 댓글창이나 방명록 등으로 의견을 교환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새봄 동인들의 의향을 존중해야 하기 때문에 여기에서 새롭게 모셔온 동인들을 밝히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고요. 언제든지 새로 참여하신 동인께서는 자신의 블로그이든, 아니면 새로운 필명으로 활동하실 계획이라면 블로그래픽이든 글을 올려주시길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이 글에 의견주셔도 좋고요. : )

2. 동인들과 함께 하는 이 주의 추천 글 (3주차)
0) 지난 주의 합의 사항은 매주 추천/비추천 링크를 올리고, 그 링크(글)에 대해 간단한 의견을 더해서 그 '블로그 글 단평' 모음을 블로그래픽에 올림으로써, 좋은 글은 널리 알리고, 또 비판해야 할 글은 문제의식을 확산한다는 것이었습니다.

1) 블로그래픽에 취합되기 전 일차적으로 동인 각자의 링크 의견들은 어디에 올릴 것인가? 라는 문제에 대해서 포럼(진간장), 써머즈(끄적끄적), 각자의 블로그(민노씨)라는 의견이 있었는데요. 현재는 각자의 블로그에 있는 걸 취합하는 방식은 '중복 기재'와 '작업 난이도(노가다)' 때문에 의견을 접고요. 그렇다면 ㄱ. 포럼활용안과 ㄴ. 끄적끄적 활용안 둘 만 남은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선 다음 링크를 동인들께선 참조해주시길 바랍니다. 각각의 장단점에 대해 적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ㄱ. 포럼 : http://blographic.net/forum/topic.php?id=148
  • 장점 : 비공개 공간이니 만큼 취합한 결과의 신선함이 보장된다는 점 (끄적끄적은 공개용 마이크로블로그)
  • 장점 : 초기 블로그래픽 논의의 난점이 새로운 외부 툴에 대한 분산에 있었던 점에서 (스프링노트, 포럼, 끄적끄적, 기타 몇 가지 외부 논의툴에 대한 논의들) 가급적 공동작업의 공간으로 '포럼'을 집중해서 논의의 생산성을 높이자는 차원(특히 진간장님의 의견)
  • 단점 : 게시판 기반이라서 RSS가 글 단위로만 제공되는 점.
  • 단점 : 가볍게 논평할 수 있는 심리적 접근성이 떨어지는 점(민노씨의 의견).
  • 단점 : 글을 수정해서 올리는 과정에서 다소 불편이 있다는 점(최상단 게시글에 수정을 해야 하는 경우. 혹은 개별 게시글에 링크를 올리고, 논평을 더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면 가독성이 떨어지는 문제)

ㄴ. 끄적끄적 : http://blographic.net/talk/archives/98
  • 장점 : 마이크로 블로그이니 만큼 RSS가 글 전체에 제공되고 있는 점에서, 동인들 가운데 누군가 새 글을 추천(혹은 비추천)했을 경우, 이를 그 때 그 때 즉각적으로 알 수 있는 접근성이 높아지는 점. 논의의 연속적인 실효를 강화.

  • 장점 : 링크 하나당 그 밑에 논평을 할 수 있는 방식(그 밑에 있는 생기는 논평은 댓글창을 열지 않으면 읽을 수 없는 '댓글'의 형식으로 저장)

  • 장점 : 디자인 자체가 포럼툴의 딱딱한 분위기는 아니라서 좀더 심리적인 접근성이 높다는 점.

  • 단점 : 공개 방식이라는 점에서 새롭게 취합해서 블로그래픽에 올리는 경우 글의 신선도가 떨어지는 점.

  • 단점 : 포럼(비비프레스) 최상단 게시글 몰빵 형식과 비교하면 추후 끄적끄적 링크 하나 당 논평들을 다시 재취합해야 하는 과정상의 복잡성

  • 단점 : 초기 논의과정에서의 비효율 문제인 너무 다양한 논의툴을 사용함으로써 생기는 논의 생산성의 저하.

3) 이 주의 추천글 작성 절차 문제
매주 일요일까지 링크 올리기는 마감 -> 월요일까지 링크에 대한 논평 마감 -> 화요일에 블로그래픽에 올리기
이렇게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물론 새로운 주의 링크들은 다시 또 포럼에 링크를 쌓기 시작하고 말이죠. 의견 주시길 바랍니다.

3. 새봄맞이 오프
벌써 사월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요. 아틸라님과 프라크님께서 이번 금요일에 오프를 제안하셔서요(두 분은 이번 오프를 기전으로 왕성할 활동을 부탁드립니당. ㅎㅎ). 지난 연말의 신촌 모임 이후로 오프에서의 만남이 뜸 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개별적으로 몇 번쯤은 개인적인 만남이 있기는 했지만요. 이번에는 블로그래픽에 관심이 있는 여러 동료 블로거들도 함께 모여서 가볍게, 하지만 진지하게 논의할 수 있는 '확대(?) 오프'로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장소와 형식에 대해 의견 주시길 바랍니다.

★ 미지근한 이야기 ★

[제안]

more..


[함께 쓸거리]

more..





* 블로그래픽 홧팅!
http://blographic.net 

* 의견 주세용! ^ ^


태그스토리 어찌되는 거지.. (필로스)
http://philomedia.tistory.com/178

굉장히 짧은 글인데, 두 개의 본문 외부링크와 두 개의 메타 플러그인 링크(블코의 '블로그-잇 링크') 덕분에 꽤나 흥미롭게 읽은 글. 이하 간단한 단상.

1. VPR이 뭐지?

ㄱ. VPR(Video Press Release)는 동영상보도자료( http://ko.wikipedia.org/wiki/VPR ) 라는 의미로 사용한 것 같다. 떡이떡이 글을 읽어보면 "동영상 삽입 기사" "언론을 위한 UCC" 로 풀이하고 있는 바,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문맥상 위 링크한 한국어 위키백과 설명이 큰 차원에서 맞는 것 같다.

ㄴ. 그런데 본문의 '블로그-잇 링크'의 VPR 관련글을 보면, VPR를 "Video Contents PR의 약어"라고 설명하는 글이 있다(IPTV시대의 홍보, VPR을 주목하라). 이건 약간 비슷하면서 다른 의미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영어 위키백과를 보면 또 전혀 다른 설명이 있다.( http://en.wikipedia.org/wiki/VPR ) 아무튼 잠시 헷갈렸다능... ^ ^;

ㄷ. 그러니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약자, 게다가 신생용어는 과문한 독자를 위해 (간단한 괄호설명)을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링크 따라가면 문맥상 당연히 해석이 가능하지만, 때로 어떤 영역이든 스스로는 쓰는 사람은 당연히 알겠거니 생각하면서 쓰는데, 읽는 사람은 이게 뭔고? 하는 용어 하나 둘 때문에 글에 대한 가독 편의성이 굉장히 떨어지는 경우가 잦다. 아마도 내 글을 읽는 독자들 가운데서도 그런 불만을 느끼는 분들이 아주 없지는 않을 것 같고.... 그러니까 이건 스스로에 대한 경계의 의미로 굳이 강조해보는 거다.

2. 스토리텔링의 파워?
떡이떡이 글에서도 간단하게 지적하고 있지만... 우병헌 글을 보면 이런 문장이 있다.
"위클리비즈를 펼치면, 위대한 경영구루와 CEO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이 귀한 스토리를 구글에서 찾으려면 아마도 3박4일은 걸릴 것입니다. 아니 그런 시간을 투자하고도 쓰레기에 가까운 정보를 얻을 뿐입니다. 50~70%정도 수준의 불량품 백만개를 뒤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신문 가치의 재발견에서 핵심은 스토리텔링의 파워입니다. 저널리스트는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대신 발로 뛰어서 알아내야 합니다. 또 정보와 정보를 연결하여 시각과 인사이트를 찾아내야 합니다. 그래야 사람들이 귀한 시간을 아끼기 위해 신문을 찾을 것입니다."

- 2009년을 생각하다 ( 2009/01/24 22:33 ) (클릭 비추)
좀 골 때린다. 위클리비즈가 취재원 선택이나 편집에 공을 들이는 것 같다는 생각은 예전에 종종 한 적 있다. 꽤 흥미로운 기사들도 몇몇 읽은 기억이 있다. 물론 꾸준한 체험치는 아니고, 최근엔 전혀 읽지 않지만. 아무튼 이렇게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할 만큼 가치 있는 것인지, 그리고 웹 정보를 '쓰레기'로 매도할만큼 알자배기 정보인지는 의문이다. 우병헌의 주관적인 가치판단이라는 점을 전제한다고 해도 이건 너무 마구잡이식 논평이 아닌가 싶다. 한편으론 제대로 검색이라도 해보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건가 싶은 마음마저 드는게 사실이다.

나야 영어 난독이라서 영어 콘텐츠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지만, 언어 부피로 봤을 때 영어 콘텐츠 수준은 조선 '위클리비즈'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 수준을 훨씬 뛰어 넘을 것 같다. 거기에 구글이라는 강력한 검색엔진이 있고, 더군다나 보석같은 블로그들이 천지삐까리일텐데.... (라는 상식적인 추론).

우리말 콘텐츠만 해도 블로그를 중심으로 정말 수준급 콘텐츠들이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고 개인적으론 느낀다. 우병헌 발언은 조선일보로 다시 들어가면서 뭔가 스스로 조직에 대해 '립서비스'(우리 표현, "알랑방귀")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립서비스 하는 건 좋은데, 그렇다고 별다른 근거도 없이 일방적으로, 조선일보 섹션 하나 자랑하기 위해 웹 정보를 매도하는 건 별로 보기 좋지 않더라.

그리고 특히나 '스토리텔링 파워'를 '신문가치 재발견'과 연결시키는 건... 좀 어색하다. 물론 지금까지 딱딱한 기사들(흔히 '기사체'라고 이야기되는)을 화자가 있는 이야기로서의 서사구조로 좀더 친근하게 바꾸자는 취지라면 그걸 마다할 이유가 없지만, 그게 무슨 '신문가치 재발견'이라니 좀 황당한거다. 그러니 기존에 신문은 그런 스토리텔링이 갖는 가치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걸 다시 꺼내온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건 좀 뜬금없다. '디지털 스토리텔링'이니 뭐니 해서 주로 웹에 바탕한 기술적 진화와 인간의 '이야기'에 대한 애착(?)이랄까, 뭐 그런 인간적 요소들을 아우르는 콘텐츠의 전반적인 형식을 이야기할 때 주로 사용하게는 스토리텔링 아니었나 싶은데, 그게 왜 갑자기 뜬금없이 '신문의 재발견'으로 이야기되는건지 아리송하다는 거다. 물론 내가 과문해서 그럴수는 있겠다. 내가 놓치고 있는게 있다면 독자벗들과 블로거벗들의 조언을 구한다.

3. 스토리텔링이 '블로그'와 친한 이유
예전에 너바나나는 '스토리텔링'이니 뭐니 도무지 추상적이고, 별다른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왜 이렇게 호들갑인지 모르겠다는 비판을 한 바 있다. 내심 크게 반성하고, 또 공감한 지적이었는데, 그 때 기억을 되돌려 아거의 소박한  '스토리텔링'에 관한 정의를 다시 펼쳐보면 이렇다. 

... 스토리텔링이나 narrative등은 언어심리학자 (혹은 민속심리학자)들이 개발한 개념으로, 한마디로 영화의 시나리오나 소설처럼 주인공이 있는 기승전결 혹은 발단/전개/극적장면/결말이 있는 구도를 지칭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짧은 글이나 광고등에서도 이런 기법을 이용할 수가 있지요.)...

- 아거, http://www.minoci.net/405#comment6285
예전에는 '기승전결''발/전/극/결'에 눈길이 갔었는데, 지금 돌이켜 바라보면, 스토리텔링 중심은 '주인공'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기사 뒤에서 '훈련된 기사체'의 '전달자'로 남아 있는 기자들이 그 '이야기의 주인공'(혹은 주인공과 교감하는 적극적인 관찰자나 화자)으로 전면에 등장하기란 여전히 어려운 것이 아닌가 싶다. 대부분의 기사에서 기자들은 '객관적인 전달자'로서의 역할을 부여받지, 스스로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화자가 되지는 못한다. 기자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지우는 방식으로, 그저 초연한 척하는 삼인칭 관찰자 관점으로 이야기한다.

스토리텔링이 블로그와 친한 이유는 이런 차원에서 이해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블로거는 항상 자기 이야기들의 주인공들이다. 블로거는 대개 자신이 다루는 이야기들의 일인칭 주인공들이고, 또는 적극적인 관찰자이며, 스스로 화자들이다. 물론 관찰자로서의 블로거들도 많지만(나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관찰자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공간에서는 '삼인칭'이 아니라, 일인칭의 주인공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렇게 자신의 실존을 자신들의 이야기 속에 풀어 놓는다. 그러니 웹이든, 일상이든, 온라인든 오프라이든 상관없이 그 모든 체험들과 감상의 재료들은 블로거라는 온라인실존의 '화자'(또는 주인공)가 탐험해야 하는 무대인 셈이다. 그렇게 세상에 펼쳐진 해석되어야 할 무수히 많은 수수께끼들, 일상이 전해주는 미묘한 삶의 편린들을 사유하고, 고민하며, 그렇게 나름으로 소박한 '결론'을 하나씩 마련해간다.

4. 보유
ㄱ. 떡이떡이 컴백. : )
필로스 글을 읽고 새롭게 알게된 소식 중 하나. 떡이 글에 대한 이견과 그 관점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론 반가운 소식이다.

ㄴ. 정말 태그스토리 망하면 어떻게 되나? http://itviewpoint.com/106813 (떡이떡이의 글)
태그스토리에 기반해서 만들어졌던 동영상 기사들은 어떻게 되는건가? 떡이떡이 글을 보면 이걸 주로 걱정하는 것 같은데, 뭐 나야 내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동영상 기사들을 즐기는 편도 아니라서 별다른 감흥이 없다.  필로스 글은 아주 짧은 글이지만, 이런저런 새로운 정보도 알게되고...이것저것 생각거리도 많은 글이라서... 댓글로 썼던 내용을 바탕으로 간단히 좀더 생각을 더해서 정리해봤다.

* 발아점
태그스토리 어찌되는 거지.. (필로스)
http://philomedia.tistory.com/178


* link의 댓글 조언 : 위키 -> 위키백과로 수정. : )



블로그, 블로거, 그들의 예의 그리고 그것의 간격 (재준)
칼럼과 단상 2009/03/27 10:05

문득 블로그를 목소리로 들려주는 플러그인이 개발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 블로그 쥔장의 목소리를 샘플로 저장하면 그 블로그 주인장의 목소리로 들려준다거나, 혹은 그 블로그 주인장이 선택한 성우(저라면 당연히 빨강머리앤의 목소리 샘플을 쓰고 싶을텐데요. ㅎㅎ)의 목소리를 사용한다거나... 뭐 이런 식으로요. 아니면 직접 블로그 포스트 하나 하나 마다 간단하게 그 해당 글을 요약할 수 있는 목소리를 담을 수 있다면 좋겠네요. 아주 간단한 조작으로 말이죠.

목소리는 글이 전달할 수 있는 감성의 뉘앙스 보다는 좀더 세밀하게 감정을 반영한다는 생각에서 입니다. 팟캐스트를 한지 일년 반 정도 되니 역시나 글이라는 매체와 목소리라는 매체는 차이가 있고,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마음이 만들어내는 목소리, 그러니 이 글을 쓰면서도 또 동시에 읽는 내 마음이 나에게 공명하는 그 목소리는 그 어떤 것도 정확하게 잡아내지는 못하지겠만요.... 그건 글을 쓰는 동안에만 내 안에서 공명합니다... 마치 신비로운 동굴 속의 울림처럼 말이죠.

최근에 어떤 블로거와 댓글 대화를 나누면서, 제가 꽤나 기대했던 그 어떤 블로거의 목소리가 점점 더 제가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격한 조롱조와 분노를 위한 분노의 목소리로 변해가는 것으로 느끼면서... 과연 그 댓글들,  글을 쓰면서 그 블로거 자신에게 공명했을 그 목소리는 어떤 것이었을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세상사 모자란 것 있으면 없는 처지지만 서로 나누고 서로 보태면서 그렇게 더불어 살아가는 게 사는 맛이고,  블로깅 하는 것도 이와 다를 바 없을텐데... 정말 왜 이러나 싶은 때도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토론을 위해서는 정말 비정하리 만큼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입장이고, 그게 토론이고, 이슈를 다투는 대화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래서 언젠가 그리고 또 최근에도 미페이님 말씀처럼 저 스스로 '피도 눈물도 없는 블로거'라는 소리 들으면서 이런 소리 하기도 좀 뭣합니다만....  (미페이님 지적은 꽤나 호의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약간 야속한 마음도 들기는 하지만요.. ㅎ) 뭐 그렇다는 것입니다....



* 발아점 (요즘 이 표현 많이들 쓰시는 것 같아서 반갑습니다. : )
블로그, 블로거, 그들의 예의 그리고 그것의 간격 (재준)



* 알림 : 구글링 페이지 그냥 긁어온 게 CSS 코드에 영향을 준 것 같아서 다시 편집....;;;  다시 편집하다가 반가운 소식 발견.. 이춘근 피디 석방.

이 글 이전에 피디수첩 이춘근 피디의 체포와 관련해서 '통상'체포와 '긴급'체포의 차이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봤다(참고. 긴급체포와 사전영장주의 : 인권 최후 보루로서의 몸). 간단히 복습하면 이렇다. ㄱ. 체포와 구속은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가장 강도 높은 강제처분이다. 인권의 최후 보루로서 몸(개인의 신체적인 자유)을 보호하기 위해 헌법과 형사소송법은 이를 특별히 규정하고, '사전영장주의'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ㄴ. 따라서 장기간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구속은 물론이거나와 그 구속의 전단계 조처로서 단기간의 신체구속을 전제하는 체포 역시도 신중해야 한다. ㄷ. 특히 사전영장주의의 예외로서, 즉 법원의 영장 없이 수사기관(경찰과 검찰)이 행하는 '긴급체포'는 더더욱 신중해야 하고, 형사소송법은 그 요건을 엄격히 규율하고 있다. ㄹ. 체포는 구속의 전단계 조치다. 체포가 반드시 구속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체포는 구속이라는 장기간 신체 제한의 전단계 조처다. 그러니 구속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고, 특히 긴급체포는 더더욱 그렇다. ㅁ. 헌법과 형사소송법, 그리고 대법원은 불구속수사, 불구속재판을 그 원칙으로 천명한다.

여기서 문제는 이춘근 피디 체포가 통상체포인가? 아니면 긴급체포인가? 하는 점이다. 통상체포라고 해서 이춘근 피디의 체포를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눈꼽 만큼도 없지만, 만에 하나 이것이 통상체포라면 '긴급체포'와 '통상체포'를 혼용하는 언론의 보도행태는 문제삼기에 충분하다. 물론 블로그들 역시나 이 점은 마찬가지다. 양자는 구별해서 써야할 명백한 이유가 있는 표현이다. 


0. 어떤 연합뉴스 기사
가령 네이버로 송고된 연합뉴스의 기사를 읽어보자.
檢, PD수첩 이춘근PD 체포 (2009-03-25 23:40.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검찰은 제작진이 이미 지난해 세 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한데다 직접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라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사 중에서)

위 기사를 보면 체포영장에 의한 (통상) 체포인 것 같은 강한 암시를 준다. 명백하게 체포영장을 발부 받았다는 표현은 쓰고 있지 않지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 바, 이는 상당한 정도의 신뢰도를 독자에게 부여하기에 족하다. 하지만 위 기사를 제외한 여타 대부분 언론에서는 이춘근 체포를 '긴급체포'로 표현하고 있다. 둘 중 어느 한 쪽은 '최소한의 사실 확정'이라는 점에서 문제있는 기사를 쓰고 있는 셈이다.

1. '이춘근 긴급체포'(구글링. 뉴스) 2009. 3. 27. 오후 10시 경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위에서 보는 것처럼 긴급체포라는 표현이 다수의 언론사에서 제목과 본문에 쓰이고 있다. 한겨레나 참세상, 경향신문, 미디어오늘과 같은 소위 '진보 언론'사들은 물론이고, 매일경제나 중앙일보와 같은 흔히 '수구(혹은 보수)' 신문사들 역시 '긴급체포'라는 표현을 제목과 본문으로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 '이춘근 체포영장'(구글링. 뉴스) 2009. 3. 27. 오후 10시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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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상 최근 기사들만 첫화면에 게시되는 시스템이라서 별 기사가 없는데, 이춘근 피디가 석방되었다는 기사가 눈에 띈다. 불행중 다행이다.

3. 연합기사보다 더 흥미로운 기사
위 구글링을 보니 처음 접하는 인터넷 매체에 이런 기사가 있다. 홍준표의 발언을 인용, 소개하고 있는, 좀 안좋게 보면 받아쓰기 기사인데 기사 일부를 인용하면 이렇다.
홍준표 "YTN·MBC 사태, 언론특권 작용" (큰 제목)
"언론탄압 운운은 `5공 방식'…언론장악 의도 없다" (작은 제목)
(2009년 03월 27일 (금) 10:00:35 서울=뉴스웨이 윤미숙 기자)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27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YTN 노종면 노조위원장과 MBC PD수첩 이춘근PD 체포와 관련, "적법 절차를 거친 법원의 체포영장 발부를 거부하는 것은 언론특권을 누리려는 잘못된 자세"라고 비판했다.  (민노씨 주 : 위 '27'은 '27일'의 누기인 것 같다. )
위 뉴스웨이의 기사에서 홍준표는 노종면과 이춘근의 체포가 "적법절차를 거친 법원의 체포영장 발부"에 의한 것임을 명백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는 노종면에 한정하는 표현이 아니라, 기사에서 보듯, 이춘근을 당연히 포함하고 있는 지적이라는 점에서 위 홍준표 발언이 사실이라면 국내 대다수 언론들은 (엄격한 의미에서, '긴급체포'라고 제목과 본문에 쓰고 있는 경우) 오보를 내고 있다고 봐야 한다. 반면 이춘근의 체포가 '긴급체포'가 맞다면 위 네이버에 송고된 연합뉴스 기사와 위 뉴스웨이 기사를 오히려 문제있는 기사로 봐야 할 테다. 즉, 위 뉴스웨이의 기사를 살펴보면 홍준표의 발언이 '노종면'에게만 해당하고, 이춘근에는 해당하지 않는데, 위 뉴스웨이 윤미숙이 이를 뭉뚱그려서 기사 본문에서 표현하고 있다면 이는 기자로서의 자질을 의심케하는 대목이다. (동아일보 '뉴시스' 인용기사를 보건데, 아무래도 윤미숙이 '뭉뚱그려서 쓴 기사'일 확률이 높은 것 같다)

4. 결 : 최소한의 사실 확정
언론사이든 블로그이든 '긴급체포'와 '체포'를 명확하게 구별해서 사용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건 '아'다르고, '어'다르다는 차원을 훨씬 넘어선다. 사회의 공기로서 기능하는, 그래서 많은 의미 생산자들이 '출처'로 삼는 언론사 기사가 그 구체적인 당파나 입장은 별론으로, 다루고 있는 글감, 뉴스소재에 대한 최소한의 사실확정이라는 차원에서조차 신뢰를 주지 못한다면 이는 문제도 보통 큰 문제가 아니다. 위 검색결과로만 살펴보면, 이춘근 체포는 '긴급체포'일 확률이 높다고 본다. 이는 대한민국 언론사의 수준을 그 최소한으로 신뢰하는 바탕에서 그렇다. 하지만 이춘근 체포가 '통상체포'라면, 그런데 이렇게 대다수 언론들이 '긴급체포'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 것이라면(그게 뉴스표현의 관행적인 차원이든, 어쨌든), 이는 정말 커다란 문제다. 시쳇말로 정말 기본이 안되었다고 볼 수 밖에 없는 기사들인거다.

물론 여전히 100% 확신은 서지 않는데, 이춘근 체포, 그게 통상체포였는지 아니면 긴급체포였는지 확실하게 아는 독자나 블로거가 있다면 알려주길 바란다.

* 발아점
어떤 댓글 (특히 이 댓글에 대한 두 번째 '쿄쿄쿄'의 댓글)
: 쿄쿄쿄의 댓글에 대해 한마디만 하면, 연합뉴스의 '확정되지 않은 기사'(~인 것으로 알려졌다")만을 맹신하는 태도도 (엄격한 의미에서는) 상식적이진 않은 것 같다. 물론 언론이 최소한의 사실 확정이라는 차원에서 통상체포인지 긴급체포인지를 확정하고 있지 못한 점이 문제의 원인이긴 하다. 다만 언론보도의 실체적인 부피를 고려하면 '긴급체포'를 바탕으로 논지를 전개하는 바에 대해 '무슨 괴담' 수준의 논리라거나, 주장이라고 비아냥 거리는 입장도 그다지 수준 높아 보이거나 논리적으로 보이진 않는다(쿄쿄쿄에 대한 하민혁의 댓글).


* 추가 (2009.3.27. 오후10시경)
편집상 문제로 다시 구글링하다보니 반가운 소식이 있다. 이춘근 피디가 '석방'되었다. 구속영장 청구니 뭐니 설레발치다가 석방이라니... 다행이라는 생각 한편으로 검찰과 경찰은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광우병 관련 피디수첩 수사는 무리한 수사였다는 걸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 캡콜드의 보충 논평

capcold 2009/03/28 01:05
!@#... 저도 처음에 긴급체포라고 알았는데, 영장이 나왔더군요 ( 미디어오늘 관련 기사 ). 그런데 황당하게도 검찰은 25일에 ( 경향신문 관련 기사 ) 재소환을 할지 강제수사를 할지 '검토중'이라고 발표해놓고는 뒤로는 영장 다 처리받고 당일날 밤에 기습적으로 잡아들였다는 점에서, (물론 그래도 확인을 했어야했지만) 여러 기자들이 속보 타전하며 착오를 일으킬 만 했다고 봅니다.

캡콜드가 소개한 기사를 보면 그 기사 자체에서도 '용어상 혼동'이 담겨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가 MBC <PD수첩> 제작진 6명 전원에 대해 체포영장 및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강제수사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A). 지난 25일 밤 긴급체포된(B) 이춘근 전 <PD수첩> PD의 아내 최아무개씨는 26일 오전 기습적으로 검찰 수사관 3명이 자택에 들이닥쳐 압수수색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최씨는 "(영장에서)자택 주소지가 기재된 사람 중 한 사람이 우리 집이며 그 외에도 5명의 주소지가 더 기재돼 있었다"고 밝혔다." ( 2009년 03월 26일 (목) 13:33:11 )
위 기사를 보면 "체포 영장 및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아 ... 확인됐다."라고 명백한 사실확정의 표현을 쓰고 있는 바(A), 사실이 그렇다면 이춘근의 체포는 '긴급체포'가 될 수 없다. 그런데 이어지는 문장에서는(B) "긴급체포된"이라는 의미상 서로 공존할 수 없는 표현이 한 기사 내에서 사용되고 있다. 여전히 의문이다...;;;


* 곰곰의 보충 논평
곰곰 2009/03/29 17:25

YTN 현덕수 기자의 인터뷰를 보니, 그 경우는 동행요구를 해와서 임의동행인 줄 짐작하고 차에 타니 영장을 보여주더라-는 얘기가 나오더군요. 이것도 명백한 적법절차 위반이죠. 긴급체포냐 체포냐는 큰 차이가 있는 문제지만, 애당초 체포가, 아니 명예훼손 자체가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황이니 이젠 경찰들도 적법절차쯤은 가볍게 무시해주는 지경까지 위상이 올라갔나 봅니다.

기자들이 용어를 잘못 쓰는 문제야 워낙 고질적인 것이라...애초에, 저도 긴급체포라는 기사를 읽은 뒤 48시간 후 석방되었다는 기사를 보고, 그래도 구속영장은 못 받았구나 순진한 상상을 잠시 했었지만, 알고 보니 영장체포였다길래 잠시 반성.  구속영장을 못 받아서가 아니라 여론 때문에 석방된 거겠지요.

영장전담이란 역시 이미 자판기 수준의 형식적 절차로 떨어져 버린 건가싶어 씁쓸하기도 하고, 사법부가 이런 상황이라면 신영철 사건에 대해 목소리를 냈던 젊은 판사들은 어떻게 되나 걱정되기도 하고..  이런 식으로 계속 가면, 미란다 고지는 미국에나 있고 영화에나 있는 거라고 기억이 'push'되어 버리지나 않을까.. 긴급체포인지 체포인지 구별할 필요도 없고, 구속사유가 있는지 없는지 따질 필요도 없고... 그렇게 점점 공권력의 불법과 위법에 길들여져 버리지 않을까.. 이런 저런 걱정이 많이 드네요.


캡콜드님과 곰곰님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