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이성복의 시가 떠오른다.

2.
기도의 형식으로 나는 만났다
버리고 버림받았다 기도의 형식으로
나는 손 잡고 입 맞추고 여러 번 죽고 여러 번
태어났다
흐르는 물을 흐르게 하고 헌 옷을
좀 먹게 하는 기도, 완벽하고 무력한 기도의
형식으로 나는 숨 쉬고 숨졌다

지금 내 숨가쁜 시신을 밝히는 촛불
애인들, 지금도 불 밝은 몇몇의 술집
내 살아 있는 어느 날, 어느 길, 어느 골목에서
너를 만날지 모르고 만나도 내 눈길을 너는 피할 테지만
그 날, 기울던 햇살, 감긴 눈, 긴 속눈썹, 벌어진 입술,
캄캄하게 낙엽 구르는 소리, 나는 듣는다

- 이성복, “연애에 대하여” 중에서


연애가 매혹적인 건 물질(육체)를 거부할 수 없는 정신(흔히 영혼이라고 말하는 그런 거)의 비참함 때문이다. 더 많이 비참할수록 더 강하게 더 환하게 빛난다. 참 거지 같다. 우리는 거절할 수 없는 것에 무력감을 느끼고, 경외감을 느끼고, 하지만 강한 애착을, 집착을 느끼니까. 참 동물스러운 감정이다.

17. 나는 삼성이 마치 대한민국의 연애 같다. 그건 마치 거부할 수 없는 육체 같다. 그건 마치 “감긴 눈, 긴 속눈썹, 벌어진 입술” 같다. 하지만 제발 이 “완벽하고 무력한 기도의 형식으로” 그 연애를 그만 끝장낼 수 있다면 좋겠다. 아멘.


이벤트_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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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아이디어 한방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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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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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양지혜 2012/05/31 09:57

    연애를 시작했을 때의 그 찬란한 떨림을 기억한다면, 지금의 내 연애는 왜 이 것 밖에 안되는 걸까. 그건 연애의 대상이 내 주인이기 때문이겠지. 엑소더스를 꿈꿔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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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2/05/31 11:20

      나중에 자세히 이야기합시다. : )
      (뭔가 심오한 내용인 것 같은데 지금은 해석이 안되고 있다능..;;;)

  2. 민노씨 2012/06/01 16:38

    *퇴고(수정): 뭔가 사족스러운 서두는 생략(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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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화분 2012/06/30 00:17

    slow news 에 가보니 일을 치긴 쳤네^^. 부디. 시작했으니 흔하디 흔한 뉴스말고 학씨리 차별화된 시선과 컨텐츠로 못됬게 나가길 바래. 축하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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