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란지교(知蘭知交)

2012/07/04 02:54
우리는 흔히 우정이 돌맹이 같이 단단한 것이길 바라는데, 실은 대개 그 우정이라고 불리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서로에게 난초 같이 연약하고,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언제 그랬냐 싶게 사그러들고, 시들어버리는 그런게 아닌가 싶다. 언젠가 유안진이라는 에세이스트가 '지란지교를 꿈꾸며'라는 책을 쓴 게 기억난다. (맞나?) (찾아보니 맞다.) 물론 난 이런 제목부터 건전한 에세이에 별다른 취미가 없어서 안 읽었는데, 찾아보니 지란지교(芝蘭之交)라는 게 "지초(芝草)와 난초(蘭草) 같은 향기(香氣)로운 사귐"을 뜻하는 사자성어다. (이게 뭔가?) 갑자기 배반감이 일어나는데, 나는 지란지교의 '지'가 앎의 '知'인 줄로 지금까지 생각해왔다. (난초를 헤아리듯 사귐을 배워라 뭐 이런 뜻으로 알고 있었다능.) 뭐 이런 각설하고, 나는 이런 말랑말랑한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하지만 또 나란 인간이 워낙에 나이브하고, 감상적이라서, 떨치고 싶어도 이런 속류 감상주의에서 빠져나오기가 참으로 쉽지 않은데, 우정이란 게 돌봄이 없으면 정말 무용하다는 생각을 요즘들어 종종 한다. 그렇게 어느새 무심한 듯 떠나간 친구들이 참 많고, 지금도 알게 모르게 멀어지는 친구들이 있는 것 같다. 어떤 고귀한 마음을 갖고 있다는 건 참으로 중요한데, 역시나 그 마음을 보여준다는 건 더 중요하다.

그냥 갑자기 화장실에서 일보고 멍하니 앉아있다가 그런 생각이 들어서 짧게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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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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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민노씨 2012/07/04 07:00

    제목 수정: 지란지교(知蘭知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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