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불안을 고려하지 않습니다. 불안한 독자는 읽지 마세요.

<우먼 인 블랙>(제임스 왓킨스. 2012)는, 짧게 말하자, 재미 없는 공포물이다. 메시지가 나름 의미심장하긴 하다. 아이가 죽는 건 어른의 죄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아이를 위해서 죽지 않는 어른들이 존재하는 한 아이들은 계속 죽을 수 밖에 없다. 독특한 메시지다. 그동안 접하지 못한 이질적인 플롯이라서 새롭긴 하다. 그리고 그 의미심장한 테마를 드러내는 방식도 장르의 관습에 길들여진 관객들의 기대를 비틀고 배반하는 방식이라서 어떻게 이 이야기를 끝낼지 정말 궁금하게 한다. 관객의 기대를 배반하지만(주인공이 죽는다), 그렇다고 그 죽음이 과장된 죽음은 아니며(왜냐하면 주인공은 바로 구원받으니까), 또 영화가 나름으로 구상하는 테마(아이가 천당에 가려면 어른이 죽어야지)에 아주 잘 부합하긴 한다. 하지만 그 메시지는 너무 착해서, 뭐랄까 '에이씨, 이게 뭐야?'라는 생각이 들 만큼 허무하긴 하다. 비주얼은 예상가능한 수준으로 훌륭하다(특히 디테일이 훌륭하다). 물론 <불청객. Intruders>(후안 카를로스 프레스나디요. 2011)의 허무함 보다는 그래도 메시지가 있는 허무함인데, 그 <인트루더스>는 그 마저도 없다. 이 얼굴 훔치는 귀신이 나오는 공포영화는 끝내 관객들을 궁금증에 빠지게 하지만 그걸 해결하는 방식이 그야말로 상투적인 장르의 관습에 기대어 있어서(주인공의 유년은 딸에게 전이된다. 세대를 이어져 내려오는 귀신. ㅡ.ㅡ; ) 어떤 놀라움도 선사하지 못한다. 공포영화가 놀랍지 않다면 그건 두 시간 짜리 시간낭비지, 뭐. 그야말로 식상함 쩌는 관습적 내러티브를 뭔가 있어 보이게 만드는게 혼신을 다한 끝에 결국은 실패하고야 만다. 이 훌륭한 배우들을 가지고도 이 정도로 밖에 영화를 만들어내지 못하다니 아쉽다. 

사족. <불청객>에서 카리세 반 하위텐(Carice van Houten)은 평범한 엄마 역할이고, 연기도 아주 평범하지만, 개인적으론 정말 끌리는 배우다. <블랙 데스>(크리스토퍼 스미스. 2010)에선 <게임의 왕좌> 이미지 연장에서 캐스팅 됐는지 요부형 이교도로 나오는데 <불청객>만 못하다. 아직 (아마도 출세작인 듯한) <블랙북>(2006)을 아직 보지 못했는데, 나중에 꼭 챙겨봐야겠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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