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문득 문득 난 왜 블로깅하나... 느끼는 즈음에 종종 은근한 격려를 주는 블로거가 있다.
이 글은 그 블로거가 쓴 글 중에 있는, 연애에 관한 글이 좋더라, 라는 구절 때문에 쓰는 글이다.
나 역시 연애감정에 대한 글을 쓰는게 참 좋은데, 민노씨.네에는 특히 그런 글을 쓴 일은 별로 없다.
내가 가장 많은 것을 배우는 한 블로그에서는 블로깅의 딜레마를 이야기한다.
그 딜레마는 물론, 거의 모든 블로거들에게 공통되는 딜레마겠지만, 내 경우를 좀더 이야기하자면, 내가 이 블로그에서 쓰는 글이란게, 무슨 정치니 사회니 블로기즘이니 저널리즘이니 하는 (일반적으로) 다소 딱딱하고, 건조한 주제들이 대부분이라서... 주로 쓰고 싶은 글보다는 '써야 하는 글'에 대한 알 수 없는 의무감으로 글을 쓴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쓰고 싶은 글과 써야 하는 의무감을 느끼는 글은 서로 겹치거나, 혹은 구별이 어렵다.
아무튼 그렇게 그동안의 블로깅이 만들어놓은 일종의 페르소나라고 할까. 그 관성이 억압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나는 실은 연애나 영화나 드라마, 소설, 시.. 아니면 그저 말도 안되는 공상 따위들에 쓰고 싶은 욕망이 훨씬 더 크다고 스스로는 느낀다. 그런데 그런 걸 쓰는게, 부끄럽다는 생각(수줍음을 느낀다..는 그런 유치한 감정 같은거)이 들 뿐더러... 안그래도 글을 올려놓고 후회하는 경우가 잦은 판에, "올려놓고 왜 이런 글을 올렸지 하고 얼굴이 화들짝거리는 경우"가 더 많아질 것 같아서...
하지만 나는 스스로 부끄럽다고 생각하는 그 성격만큼이나 그 성격을 위장하기 위해 내가 스스로 후천적으로 만든 성격, 뭐랄까 좀 뻔뻔한 성격이랄까... 그런 것도 있기는 해서... 언젠가는 '민노씨 글쓰는 거 보면 피도 눈물도 없는 것 같다'는 취지의 댓글을 만난 적도 있다. 물론 아무리 스스로를 잘 위장하더라도, '얼굴 빨개지는 아이', 그 유년의 왕국 속에 있는 풍경들이 쉽게 사라지는 건 아니겠지만...
역시나 서설이 길어졌다.
항상 이런 식이다.
쓰다보면 말은 말을 낳고, 생각은 다른 연상들을 낳는다.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
이 글은 아주 예전에 네이버블로그에서 몇몇 이웃들에게만 썼던 글을 추고한 글이다.
이런 개인적인 기억을 추고한다는 게 좀 이상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 시간들을 생각하니, 오래된 기억은 항상 따뜻한데, 아주 조금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걸 느낀다.
1. 짝사랑의 기억들.
짝사랑, 슬프다.
슬픈 생각이 드는거다.
난 그게 싫다.
그런데 문득 그게 그립기도 하다.
짝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나에게는 그렇다는 거다.
사랑과 짝사랑의 경계는 다음과 같다.
사랑은 이미지라는 점에서,
그건 짝사랑이랑 같다.
짝사랑 역시 이미지를 만들어주니까.
그리고 그 이미지로 사는건, 그렇게 그 풍경 속에서 즐겁거나 행복하거나.. 쓸쓸한 건...
그건 같다.
부버가 그랬다.
"사랑은 나와 너 '사이'에 있다"고.
난 그게 정말이라고 생각한다.
짝사랑은
나와 너 '사이'에 없다.
그건 나와 내가 만든 공상 사이에 있다.
그 공상,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건 사랑에서는 '너'지만, 짝사랑에서는 '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짝사랑은 그게 아무리 성공적이더라도 '살을 부빌 수는 없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서로 살을 부빈다.
그건 정말 어마어마한 차이다.
그걸 아무리 훌륭한 짝사랑도 뛰어넘을 수는 없다.
인간은 그걸 뛰어넘을 만큼의 상상력을 갖고 있지 않으니까.
이런 생각을 하면 이성복의 시가 떠오른다.
그게 얼마나 끔찍하게 지랄 같은건지...
얼마나 상투적이고, 또 상투적이라서 더더욱 간절한건지..
아는 사람은 안다.
2.
누군가 짝사랑을 하고 있다고 해서...
그런데 딱히 난 해줄 말이 없다.
다만 어떤 시가 생각났다.
3. 짝사랑 후기.
민노형 글을 뒤집어보면... 살을 부비는 건... 아무런 좋아하는 감정 없이 순수한 성욕만으로도 가능한 일이고... 또한 애초에 짝사랑 비슷하게... 상대에 대한 공상이나 환상 같은게 없으면 사랑이라는게 시작되지도 않기 때문에... 여튼 간에... 짝사랑도 사랑이라고 생각한다고... 적어도 내 생각에는...그리고... 짝사랑 하는 당시의 감정이란게... 의외로 되게 좋아, 소중하고... 스킨쉽보다 못할건 없지... 그 소중한 감정에... 스킨쉽이 동반된다면야 말할 것도 없기는 하지만...근데... 아무리 내가 짝사랑이란 걸 좋아하기는해도... 어쨋든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 수도 있는 피학적인 취미인 이상은... 오래할만한 건 못된다고 생각...
- 지금은 군대에 있을 어떤 블로거 벗이 나에게 했던 말.
난 그다지...
그건 마치 운명의 주인공으로 자기를 비극 속에 놓는 슬픈 자위행위 같아서..
그러니 마치 사춘기의 과장되고, 비극적인 환상같아서.
난 그 신화적인 환상과 과장된 슬픔이 싫어서 짝사랑이 싫다.
하지만, 어리석게도 사람들은, 나는 늘 누군가를 짝사랑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늘 누군가를 그렇게 짝사랑하고 있는거다.
그게 너무 화나고, 그게 너무 슬픈데...
그런데 그렇게 스스로 억울하게, 자신을 바라보고...
그렇게 짝사랑하면서, 짝사랑을 증오하고 있는거다...
문득 문득 난 왜 블로깅하나... 느끼는 즈음에 종종 은근한 격려를 주는 블로거가 있다.
이 글은 그 블로거가 쓴 글 중에 있는, 연애에 관한 글이 좋더라, 라는 구절 때문에 쓰는 글이다.
나 역시 연애감정에 대한 글을 쓰는게 참 좋은데, 민노씨.네에는 특히 그런 글을 쓴 일은 별로 없다.
내가 가장 많은 것을 배우는 한 블로그에서는 블로깅의 딜레마를 이야기한다.
그 딜레마는 물론, 거의 모든 블로거들에게 공통되는 딜레마겠지만, 내 경우를 좀더 이야기하자면, 내가 이 블로그에서 쓰는 글이란게, 무슨 정치니 사회니 블로기즘이니 저널리즘이니 하는 (일반적으로) 다소 딱딱하고, 건조한 주제들이 대부분이라서... 주로 쓰고 싶은 글보다는 '써야 하는 글'에 대한 알 수 없는 의무감으로 글을 쓴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쓰고 싶은 글과 써야 하는 의무감을 느끼는 글은 서로 겹치거나, 혹은 구별이 어렵다.
아무튼 그렇게 그동안의 블로깅이 만들어놓은 일종의 페르소나라고 할까. 그 관성이 억압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나는 실은 연애나 영화나 드라마, 소설, 시.. 아니면 그저 말도 안되는 공상 따위들에 쓰고 싶은 욕망이 훨씬 더 크다고 스스로는 느낀다. 그런데 그런 걸 쓰는게, 부끄럽다는 생각(수줍음을 느낀다..는 그런 유치한 감정 같은거)이 들 뿐더러... 안그래도 글을 올려놓고 후회하는 경우가 잦은 판에, "올려놓고 왜 이런 글을 올렸지 하고 얼굴이 화들짝거리는 경우"가 더 많아질 것 같아서...
하지만 나는 스스로 부끄럽다고 생각하는 그 성격만큼이나 그 성격을 위장하기 위해 내가 스스로 후천적으로 만든 성격, 뭐랄까 좀 뻔뻔한 성격이랄까... 그런 것도 있기는 해서... 언젠가는 '민노씨 글쓰는 거 보면 피도 눈물도 없는 것 같다'는 취지의 댓글을 만난 적도 있다. 물론 아무리 스스로를 잘 위장하더라도, '얼굴 빨개지는 아이', 그 유년의 왕국 속에 있는 풍경들이 쉽게 사라지는 건 아니겠지만...
역시나 서설이 길어졌다.
항상 이런 식이다.
쓰다보면 말은 말을 낳고, 생각은 다른 연상들을 낳는다.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
이 글은 아주 예전에 네이버블로그에서 몇몇 이웃들에게만 썼던 글을 추고한 글이다.
이런 개인적인 기억을 추고한다는 게 좀 이상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 시간들을 생각하니, 오래된 기억은 항상 따뜻한데, 아주 조금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걸 느낀다.
1. 짝사랑의 기억들.
짝사랑, 슬프다.
슬픈 생각이 드는거다.
난 그게 싫다.
그런데 문득 그게 그립기도 하다.
짝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나에게는 그렇다는 거다.
사랑과 짝사랑의 경계는 다음과 같다.
사랑은 이미지라는 점에서,
그건 짝사랑이랑 같다.
짝사랑 역시 이미지를 만들어주니까.
그리고 그 이미지로 사는건, 그렇게 그 풍경 속에서 즐겁거나 행복하거나.. 쓸쓸한 건...
그건 같다.
부버가 그랬다.
"사랑은 나와 너 '사이'에 있다"고.
난 그게 정말이라고 생각한다.
짝사랑은
나와 너 '사이'에 없다.
그건 나와 내가 만든 공상 사이에 있다.
그 공상,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건 사랑에서는 '너'지만, 짝사랑에서는 '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짝사랑은 그게 아무리 성공적이더라도 '살을 부빌 수는 없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서로 살을 부빈다.
그건 정말 어마어마한 차이다.
그걸 아무리 훌륭한 짝사랑도 뛰어넘을 수는 없다.
인간은 그걸 뛰어넘을 만큼의 상상력을 갖고 있지 않으니까.
이런 생각을 하면 이성복의 시가 떠오른다.
more..
그게 얼마나 끔찍하게 지랄 같은건지...
얼마나 상투적이고, 또 상투적이라서 더더욱 간절한건지..
아는 사람은 안다.
2.
누군가 짝사랑을 하고 있다고 해서...
그런데 딱히 난 해줄 말이 없다.
다만 어떤 시가 생각났다.
푸른 밤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그러나 매양 퍼 올린 것은
수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은하수의 한 별이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
그 수만의 길을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
나의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
- 나희덕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그러나 매양 퍼 올린 것은
수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은하수의 한 별이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
그 수만의 길을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
나의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
- 나희덕
3. 짝사랑 후기.
민노형 글을 뒤집어보면... 살을 부비는 건... 아무런 좋아하는 감정 없이 순수한 성욕만으로도 가능한 일이고... 또한 애초에 짝사랑 비슷하게... 상대에 대한 공상이나 환상 같은게 없으면 사랑이라는게 시작되지도 않기 때문에... 여튼 간에... 짝사랑도 사랑이라고 생각한다고... 적어도 내 생각에는...그리고... 짝사랑 하는 당시의 감정이란게... 의외로 되게 좋아, 소중하고... 스킨쉽보다 못할건 없지... 그 소중한 감정에... 스킨쉽이 동반된다면야 말할 것도 없기는 하지만...근데... 아무리 내가 짝사랑이란 걸 좋아하기는해도... 어쨋든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 수도 있는 피학적인 취미인 이상은... 오래할만한 건 못된다고 생각...
- 지금은 군대에 있을 어떤 블로거 벗이 나에게 했던 말.
난 그다지...
그건 마치 운명의 주인공으로 자기를 비극 속에 놓는 슬픈 자위행위 같아서..
그러니 마치 사춘기의 과장되고, 비극적인 환상같아서.
난 그 신화적인 환상과 과장된 슬픔이 싫어서 짝사랑이 싫다.
하지만, 어리석게도 사람들은, 나는 늘 누군가를 짝사랑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늘 누군가를 그렇게 짝사랑하고 있는거다.
그게 너무 화나고, 그게 너무 슬픈데...
그런데 그렇게 스스로 억울하게, 자신을 바라보고...
그렇게 짝사랑하면서, 짝사랑을 증오하고 있는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