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종 그러지만, 댓글 재활용 차원에서...;;;

블로그 저널리즘 (likejazz)

저는 ‘블로그 저널리즘’이란 조어에 대해선 반대합니다.
아거님께서 주창(?)하셨던 바, 블로기즘이라고 표현하는게 좋지 않을까 싶어요.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참고. http://minoci.net/675 혹은 http://minoci.net/category/36

ㄱ. 블로그 저널리즘이라고 쓰면, 저널리즘의 아류 혹은 저널리즘 유사의 어떤 것이라는 직관적인 인상이 강하고

ㄴ. 블로그는 저널리즘, 적어도 현대 정론지 모델에서 추구하는 ‘객관성’이라는 가치보다는 ‘개성’ 혹은 주관성이 좀더 강조되며

ㄷ. 블로그 컨텐츠의 생산 메카니즘은 저널리즘의 생산, 유통 메카니즘, 집단성, 내부성원간 유기적 역할 분배, 직업적 성격, 의무적 성격, 편집자의 게이트키핑과는 대체로 반대 경향을 갖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그 내용과 형식이 다르다면, 주로 (크고 작은 이슈에 관한) 텍스트를 매개한다는 그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달리 취급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추.
likejazz.com은 꽤 좋아하는 블로그인데 읽은 것에 비해선 댓글에 적극적이지 못했던 것 같네요.
likejazz님도 댓글에 적극적이진 않은 것 같지만요..ㅎㅎ


추.2.
ㄱ.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고 생각하는 '이글루스 뻘약관과 엑소더스'도 그렇고,
ㄴ. 관련해서 찾아본 큐로보의 '가입형 워드프레스'(일단 이건 큐로보 홍보팀 한지영씨께 확인한 바 이달 12월 중순에 런칭한다고 하네요)도 그렇고,
ㄷ. 너바나나님께서 넘겨주신 음악에 관한 '37문 37답 바통놀이'도 그렇고,
ㄹ. 최근 개인적으론 가장 흥미로운 떡밥인 '다음 블로거기자 대상' 논란(펄님 문제의식과 입장에 크게 공감하는 편입니다)도 그렇고...

그 밖에 이전에 쓰다만 글, 밀린 글을 생각하면... 밀린 글 해치워야겠다는 생각이 문득..은 아니고 쭉 들었는데... 혹시라도 요즘 왜 이렇게 글이 안올라와? 이런 고마운 독자들이 계실까봐...(안그래도 RSS구독자수가 정체 혹은 감소로 돌아서서 내심 고민?하고 있습니다. ㅎㅎ) 요 며칠 정보문화 재량수업 교사용 지침서(시범용)을 작성하느라 정신이 없었네요... 앞으론 짧게라도 그 때 그 때 밀리지 않고 쓰자는 취지로다가....

* 발아점
블로그 저널리즘 (likejazz)




프레스블로그 개편에 대해 가급적 짧게.

다른 건 모르겠다. 굳이 하나만 이야기하면, '블로그 시티'는 귀엽고, 재밌더라. 물론 메타블로그로서의 가치를 평하기는 어렵지만, 블로그 '시티'보다는 블로그 '놀이동산'에 좀더 어울리는 풍경인 것 같다. 이와 관련해서는 약관에도 관련 조항들이 꽤 많이 보이는데, 뭐랄까 개인적으론 별 관심은 없다.  

이 글은 주로 프레스블로그 주된 수익모델인 '정보레터'(곰과 왕서방 놀이)와 관련해서 '러블리 캠페인'에서 밝힌 프레스 블로그의 블로그 마케팅 윤리강령을 검토하기 위한 글이다. 과연 프레스블로그는 블로거들의 비판여론을 겸허히 수용하고 있는지, 정말 나아지긴 한건지 간단히 살펴보는거다.

지루한 글 읽는 수고를 좀 더는 의미에서 결론을 미리 이야기하자면, 별로 달라진 거 없는 것 같다.
이하 왜 그렇게 판단하는지에 대해 쓴다.


1. 블로그 마케팅 윤리강령

블로거 지민아빠의 지적처럼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이 없지 않지만, '일반적인 문구'를 중복적으로, 추상적으로 나열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여기에는 가시적인 개선점이라던가, 그 강령을 통해 어떤 행위를 쉽고, 분명하게 판단할 수 있는 표준(명시적 가이드라인이랄까)이 제시되고 있지 않다. 대체로 미사여구들의 조합이고, 거기에 더해 알송달송한 추상어들의 조합이다. 간략히 살펴본다.


ㄱ. 하나마나한 소리들.

1. 우리는 모든 블로거들의 정체성과 주관을 존중할 것입니다.
2. 우리는 항상 정직할 것이며, 고의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절대 전달하지 않을 것입니다. 또만 이익을 위해 블로거를 기만하지 않을 것입니다.
4. 우리는 프로모션 진행을 위해 블로거에게 의도된 거짓 내용을 작성하도록 절대 요청하지 않을 것입니다.
9. 우리는 프로모션 진행에 있어 블로거와 신의를 바탕으로 한 커뮤니케이션으로 모든 사항에 충실한 중개로 함께 할 것입니다.
10. 우리는 블로그와 블로거, 넓게는 블로고스피어의 발전과 성장을 위하는 마음으로 모든 프로모션을 계획하겠습니다. ( http://www.pressblog.co.kr/pb/113 )

- 이상 하나마나한 소리들이다. 이런 강령이 추상적일 수 밖에 없는 건 일견 이해된다. 그런데 너무 심하다. 그냥 열개 채우기 위해 채운 느낌이다. '절대'라는 말을 꽤 좋아하는 것 같은데, 뭐랄까 이런건 당연한 거지 무슨 '절대'로 수식될 만한 내용도 아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거짓말' 하는 경우에 이런 강조들('절대')이 흔히 동반된다는 것도 명심하자. 이 절대... 같은 표현들은 빼는게 오히려 나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ㄴ. 커뮤니케이션? 특별한 주의? 어떻게? : 관련 약관 검토

3. 우리는 블로그와의 모든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소속 및 신분 정보, 목적 등을 충분히 공개하여 투명하게 진행할 것입니다. 
5. 우리는 블로그를 통한 정보가 청소년(미성년자)들에게도 구독되는 것을 인식하고 있으며, 따라서 유해한 정보가 전달되지 않도록 커뮤니케이션시 특별히 주의를 기울일 것입니다.
7. 우리는 작성된 포스트에 대한 보상(리워드)에 있어서 이해관계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모든 보상 및 인센티브를 제공할 경우 블로거에게 해당 내용을 공개하며 충분히 상의할 것입니다.  ( http://www.pressblog.co.kr/pb/113 )

- 이상은 뭐랄까 읽어도 감이 안온다. 커뮤니케이션 하겠다면 그 '절차적 요건'들을 마련하고, 그 기준을 세우면 된다. "충분히 상의, 투명하게 진행" 이런 표현들은 별 도움이 되는 표현이 아니다.  물론 내가 정보레터에 직접적인 체험치가 전무해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도무지 알송달송이다.

그리고 5.와 관련해서는, 이건 좀 해석상 심각할 수 있는 문구라는 생각이 드는데, 프레스블로그가 자발해서 부담하겠다는 '특별한 주의'(의무)가 어떤 걸 말하는 건지 모르겠다. 혹 정보레터를 통해 유통되는 글 가운데 명예훼손이나 음란물(청소년 보호를 강조하니)이 있는 경우에 그 민사적, 형사적 책임을 '분담'한다는 건가? 그렇다면 평가할 만 하다. 그런데 그럴 확률은, 아마도 매우 낮을 것 같다. 그렇다면 새롭게 마련된 약관(2008. 12. 3. 부터 적용)에 관련 부분을 신설했겠지. 그런데 별 내용 없다. 다만 다음과 같은 면책 조항이 있다.  

제 22조 (면책사항)
3. 회사는 광고주의 제공하는 상품이나 서비스, 특전 또는 사업에 관하여 회사에서 그 적법성, 안전성, 정확성,목적 적합성 등에 관계되어 어떠한 보증도 실시하지 않으며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4. 회사는 서비스 또는 광고주 및 제 3자의 웹사이트의 이용이나 다운로드에 의한 컴퓨터 바이러스의 감염이나 관련 소송 또는 거기에서 발생한 손해에 대해 배상 할 일체의 의무를 지지 않습니다.
( http://www.pressblog.co.kr/module.php?mn=info&mode=agreement )

위 22조 3호에서 "광고주의 제공하는"이라는 표현은 명백한 비문인데, 암튼, 광고주가 '제공하는' 리뷰를 쓰기 위한 상품이나 혹은 리뷰를 쓴 뒤에 광고주가 회원(블로거)에게 제공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서는 "보증도 실시하지 않고,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것 같다. 뭐, 그런가 보다 하기는 하지만, 윤리강령에서 '절대' 써가며 강조한 '중개자'로서의 책임을 떠올리면, 좀 허탈한 느낌이다. 

여기에 '탈퇴'에 관한 약관 규정도 살짝 살펴보자.
'원고료' '사례'라고 표현된 돈과 관련된 문제에선 블로거를 별로 '존중'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고, 탈퇴하면 땡~! 적립한 돈도 땡~! 이런 느낌이 강하다.

제 16조 (탈퇴)
1. 회원은 탈퇴하는 경우 회사 소정의 절차에 따라 회사에 신고하는 것으로 합니다.
2. 회사에서 해당 회원의 탈퇴 처리 종료 후 회원의 개인정보는 회원의 실수로 인한 탈퇴방지 및 반복적인 재가입을 방지하기 위해 데이터베이스로부터 2개월이 지난 후 삭제됩니다. 단, 미정산 원고료가 있을 경우 탈퇴 시점부터 12개월간 회원 정보가 보존됩니다.
3. 회원은 탈퇴하려는 시점에서 본 서비스에 의한 사례가 지불될 예정으로 되어 있을 경우, 탈퇴 전에 사례 입금을 회사에 요구하는 것으로 합니다.
4. 탈퇴 전에 요구가 되지 않았을 경우 탈퇴와 동시에 사례를 받을 권리는 말소하는 것으로 합니다.
5. 회사는 탈퇴 이후의 사례에 대한 요구, 문의 등의 일체의 처리를 행하지 않는 것으로 합니다. 6. 회사가 정한 규약 17조에 의거하여 해당사항에 포함된다고 판단한 회원은, 회사의 독자적인 판단에 의해 탈퇴시킬 수가 있습니다. ('17조에 의거'라는 표현은 정말 지극히 추상적이다. 궁금한 분은 직접 17조 읽어보시라).
- 프레스블로그 이용약관  중에서


ㄷ. 충분한 이해를 위해 공개 가능한 범위 내의 정보..??

8. 우리는 체험리뷰를 위해 블로거에게 제품을 보낼 경우, 해당 제품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위해 공개 가능한 범위 내의 정보를 제공할 것입니다.

- 이것도 무슨 소린지 잘 모르겠다. 그냥 해왔던 거 계속 하겠다는 거 같은데...ㅠ.ㅜ;; 다만 위 약관 중 면책조항을 상기하면 그 제품 때문에 블로거에게 무슨 큰 일이 생겨도(물론 만에 하나겠지만), 프레스 블로그는 어떠한 보증책임도 지지 않는다고 약관에 규정하고 있는 것 같다.


ㄹ. 그래도 평가할 수 있는 조항

6. 우리는 의도적인 댓글 등록 및 특정 정보의 확산을 위해 자동화된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 그래도 평가할 수 있는 조항은 위 조항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이것도 가만히 생각하면 자동화된 프로그램을 통해서 댓글을 '살포'하는 건 당연히 해서는 안되는 것 같은데... ;;;


2. 송고 표시 권고 및 선착순 문구 폐지 : 방구나 뽕이나


첫번째는 하나마나고, 두번째는 말장난이다.

ㄱ. 송고 표시 권고

프레스 블로그 - 송고
권고한다고 그걸 붙일 것 같지도 않고, 붙인다 한들, "본 포스트는 프레스 블로그로 송고한 글입니다" 정도의 문구가 이 글이 스폰서(광고주)에게 돈을 받기 위한 목적이 '가미'된 글이라고 리뷰 읽는 독자(소비자)에게 인식될 것 같지도 않다.


ㄴ. 선착순 문구 폐지

프레스 블로그 - 선착순

그리고 "선착순" 문구를 폐지하고, "모집수"로 바꾼다는데는... 뭐랄까, 지금 이 사람들이 장난하나.. 뭐, 이런 생각이 든다. 이게 바로 방구나 뽕의 전형이다. 언젠가 나는 PR 커뮤니케이션 언어에서 '방구'와 '뽕'은 전혀 다른 의미라고 말했는데, 이 경우가 그런 경우다. 그런데 그 목적은 '눈 가리고 아웅'을 위해서지 무슨 소통을 위해서, 좀더 깊고, 넓은 이해를 위해서.. 뭐 이런 거랑은 별 상관 없다. 프레스블로그 운영진 블로그 해당글에 있는 댓글을 몇 봤더니 선착순에서 모집수로 바뀌어서 참 좋다, 뭐 이런 논평도 있다. 그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좀 뭐랄까, 프레스블로그의 이런 얍삽한 행태에 대해선 좀 짜증이 나려고 한다.


3. 결 : 차라리 이럴거면 원고료나 높여주는게...

10. 우리는 블로그와 블로거, 넓게는 블로고스피어의 발전과 성장을 위하는 마음으로 모든 프로모션을 계획하겠습니다.


나는 지금까지도 그래 왔지만, 앞으로도 프레스 블로그에 송고할 일은 거의 확정적으로 없다.
프레스블로그를 '멋진 서비스'로 칭송(클릭비추)하는 '나는야 빠워블로거'를 비롯한 다수 블로거들을 비판하거나, 비난할 생각 전혀 없다. 자기 맘에 들면 이용하면 그만이지 뭐. 

나는  프레스블로그에 무슨 감정이 있어서 이런 글 쓰는 거 아니다.
그저 프레스블로그가 내가 생각하는 블로그 매개 PR의 발전 모델과는 그다지 부합하지도 않고, 선량하고 소박한 다수 블로거들을 정말 '푼돈'으로 유혹하고, 결국은 '앵벌이' 시킨다는 느낌이 강해서 그저 내 꼴리는대로, 다만 나름으로 논리와 근거를 살펴서, 그러니 결국 조심스럽게 꼴리는대로..;;; 비판할 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수의 소박하고, 선량한 블로거들을 '왕서방 모델'에 편입시키려는 그 행태가 좀 꼴사나울 뿐이다.

정말 정보레터에 참여하는 블로거들을 '파트너'로서, 블로거로서 존중하고, 또 블로고스피어의 발전과 성장을 위하는 마음이 있다면,  차라리 이 '삥뜯기' 모델, 혹은 '왕서방 모델'에서 별다른 가용 자원의 소모 없이 광고주로부터 받는 대가의 대부분를 '중간'에서 챙기는 프레스블로그가 그 프레스블로그를 '먹여 살리고 있는 다수 블로거'들에게 지불하는 원고료나마 최대한 합리적으로 재조정하면 어떨까 싶다.

물론 광고주에게 받는 대가와 원고료로 지불되는 그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를 "블로고스피어의 발전과 성장을 위하여" "투명하게" 밝힌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그 바닥(?)에 있는 분들이야 대충 얼마를 광고주에게 받고, 얼마를 원고료로 지불하고, 얼마를 남겨 먹는지 대충은 아시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현재 '원고료'는 프레스블로그가 '중개자'로서 역할하는 바에 대해, 그 눈물겨운 노고에 대해 내가 잘 몰라서 이런 소리를 하는건지도 모르겠지만, 전형적인 왕서방 모델이라는 생각이 들 뿐이다. 

'선착순'이 '모집순'으로 바뀌었다고 좋아라하는 (나처럼...;;;) 소박한 블로거들의 순진한 마음을 너무 만만하게 보고 이용만 하지는 말자는 그런 말이다. 


* 관련글
프레스블로그를 통해 본 블로그 마케팅의 암흑구조 : 네이버의 검색 문제와 관련해서


* 관련 추천글
아직 부족한 프레스블로그의 변화 (파아랑)




해체되는 블로그 (egoing)

저도 이고잉님과 같은 생각을 종종 합니다. 많은 블로거들께서 이런 고민이랄까 질문들을 여전히 스스로에게 던지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과연 게시판(BBS)과 블로그 툴의 기술적인 차이와 거기에 내재된 철학적 차이는 본질적인 것인가라는 질문. 올드미디어(저널리즘)와 뉴미디어(블로그, 블로기즘)의 본질적 차이는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

특히 게시판과 블로그의 차이에 대해선 예전에도 호찬님을 비롯한 많은 블로거들께서 관심을 갖고 논의를 했던 주제라고 압니다(링크에 담긴 본문은 물론이고, 댓글들도 본문만큼 진지하고, 흥미로운 논의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웹에서 생산되는 콘텐츠 유통 메카니즘이라는 차원, 그리고 소박한 의미에서 일상적으로 우리가 미디어라고 부르는 그 관점에서 바라보면 본질적인 '단절'이 존재하는, '결코 이어질 수 없고, 닿을 수 없는 심연'이 존재하는 서로 다른 차원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겠죠.

이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전쟁에 빗대어 비유적으로 설명한다면, 서로 다른 철학과 기원을 갖는, 혹은 그렇다고 인식되는 두 개의 거대한 세력이 펼치는 전선에서의 전략적인 판단, 서로의 영토에 관한 전투적, 혹은 경쟁적 상황 인식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것은 소위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의 전쟁이고, 영토 쟁탈전이겠죠. 물론 특히 게시판(BBS)과 블로그의 차이에 대한 고민의 본질은 그 중에서도 일부에 속한 지엽적인 '전투' 상황에 기반하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그러니 이 질문과 논의는 매우 '정치적'이면서, '현실적'입니다. 물론 블로그는, 지금/여기에서 여전히 거품 가득하고, 오해만 난무하는 천덕꾸러기이긴 하지만요.

블로그는 아직 생성중인 총체적 문화 현상이라는 틀 속에서 접근해야 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어요. 이 관점은 링크님께서 강조하셨던 관점이죠. 물론 여전히 블로그의 육체적인 부분, 그 기술적인 개념 필요 요소들은 그 안에서 고민이 되겠지만요.

허핑턴포스트는, 저로선 관련 리뷰들을 통해(주로 아거님의 관련글들을 통해, 그리고 블로그래픽 준비 모임의 논의과정에서 이야기된 그 정도로) 간접적으로 전해 들은 '목격자에 대한 목격자'에 불과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론 판단 재료가 매우 희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만, 이런 한계를 솔직히 인정하는 전제에서 이야기한다면, 팀블로그와 기존 (온라인) 저널리즘의 중간 형태라고 봐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게 블로그의 진화인지 아니면 기존 모델의 (관성에 이끌려 순응화된, 혹은 종속화된) 퇴보인지에 대해선 각자가 평가를 달리하겠지만요.

일단 현 지점에서 블로그란 아거님께서 예전부터 늘 주창하시던 두 가지 요소, 즉 '진짜 화자인 블로거의 개성과 관점'(저는 '온라인 실존'이라고 부르는)이 내용적인 필수 요소로(실질요건), '게이트키핑의 부재'가 절차적인 필수 요소로 내재된(절차요건), 블로그 육체의 본질요소인 연계 확장 가능한 하이퍼텍스트(hypertext) '(퍼머)링크'를 중핵으로 작동하는(형식요건) 대화 시스템(콘텐츠 생산 및 유통 시스템), 그리고 그 시스템 상호간 네트워킹의 총체. 이것을 저는 블로그(블로기즘)라고 소박하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 발아점 대화글
해체되는 블로그 (egoing)


* 관련 참조글
고유링크(퍼머링크, permanent link) 이해를 위한 10문10답 (김중태. 2005.04.) : 정석적인 입장.
Permalink에 대한 진실과 오해 - permanant한 퍼머링크 (바보같은 不老區. 2005. 04)
: 도발적인 반론("pemanent link가 아니라 pretty link라 부르는게 [...]").
이 글에 대한 eouia님의 반론이 몹시 궁금한데... 위 링크된 글 추가 부분에서만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뿐이네요.. (아이러니하게 그 링크는 소실되었습니다. ^ ^;;  몹시 안타깝네요....)
지금은 어찌 생각하고 계실지도 궁금하네요.

덧. 댓글을 통해 원문이 살아 있다고 생존을 알려주셨네요. 정말 반갑습니다... : )

permalink에 대한 오해와 진실 (eouia)




* 스포일러 (거의 혹은 전혀) 없습니다.

마녀 배달부 키키 (魔女の宅急便: Kiki's Delivery Service, 1989)
별 다섯 만점에 별 넷. (별 넷 반은 없음)


0.
이 유명한 영화를 이제야 봤다(지난 주말에).
물론 [마녀 배달부 키키](이하 '키키')는 의심할 여지 없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걸작이다.
이게 걸작이라는 건 거의 대개는 동의하는 사실이니 이건 그렇다 치고...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사소한 의문들에 대해 적어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1. 여기는 어디인가?

영화를 보는 내내 눈과 마음을 황홀하게 매료시키는 마을의 아기자기한 공간적인 구성, 그 건축양식의 따뜻함과 사랑스러움은 그야말로 영화보는 즐거움이긴 하지만, 뭐랄까 좀 이상하달까, 알송달송하달까 그런 느낌에 사로잡힌다.

물론 '키키'는 특정한 시공간이 중요한 영화는 아니다.
그런건 아무래도 좋긴 하다.

하지만 바다가 보이는 이 사랑스런 마을은 아마도 현실적으론 어떤 모델이 분명히 존재하는 현실 세계의 어느 곳인 것 같다. 원화를 그리려면 실제 모델이 필요했을 테니까. 그러니 이 공간적 모델은 유럽의 어떤 마을인 것 같다.

이 마법 같은 영화의 실질적인 시공간을 유추하면 이렇다.
20세기 중후반(TV나 전자레인지, 자동차, 고장난 비행선 등), 유럽 어느 해변가 마을(약간 큰 도시).

거기에는 일본어를 쓰는 사람들(키키의 편지)이 다수의 유럽인들과 어울려 산다.


2. 키키는 일본인인가? 아니면 유럽인인가? 아니면 그 중간인가?

이런 질문이 좀 병맛스럽게 벙찌는 질문이라는 건 알겠는데, 정말 궁금하다.
하야오는 키키를 동양인(일본인)으로 그린 걸까, 아니면 유럽인으로 그린 걸까?
아니면 이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을까?
혹은 이런 차이를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지워버린 걸까?

영화를 보면 '키키'는 인종적 구별을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구성한 것 같다는 인상을 지울 길 없다. 일단 키키 아빠는 동양인 같다(그런데 키키 엄마는 또 모호하다. 유럽인종에 가깝다는 느낌이긴 하다). 키키의 첫손님은 전형적인 유럽인이고, 그 밖에도 할머니와 그의 집사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키키가 하숙하는 빵집 여주인은 유럽인 같고, 그 남편(제빵사)은 또 동양인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여기에 물론(?) 흑인은 없다.
마녀라는 주제나 공간적인 실질 배경이 유럽이라서 그렇다면 뭐 그런가보다 하지만...

하야오의 이 마술 같이 달콤한 세계에서는 동물과 인간이, 자연과 인간이, 마녀와 인간이 공존한다. 그리고 그 조화와 화해, 그리고 희망의 메시지들은 하늘을 날며, 도약하는 (하야오 애니메이션의 반복적인) 이미지들, 자의식 충만한 주인공의 도전과 좌절과 희망의 드라마들을 통해 구현된다.

하야오 영화에서, 이것이 물론 의도적인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동양인과 유럽인종은 매우 친화적으로 묘사되고, 유럽적인 공간적 배경들은 마치 선망의 공간처럼 그렇게 따뜻하고, 사랑스런 배경으로 그려지는 반면에 흑인은 흔히 배제된다.

'키키'와 같이 유럽인과 동양인을 뒤섞어 버리는 탈인종적(?) 구성을 하고 있는 영화에서조차 흑인이 소외되고 있다는 점은, 이게 좀 벙찌는 관점이라는 건 알겠지만, 개인적으론 깊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마녀가 날고 있는 걸 자연스럽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는,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적인 편견을 뒤집는 열려진 상상력의 공간, 이토록 따뜻하고 이상적인 조화의 공간(주: 물론 할머니의 싸가지 손녀는 대도시의 싸늘함이나 노인의, 부질없는 외사랑이 갖는, 고독을 암시하고 있기는 하다.)에 왜 동양인과 유럽인(백인)들만 있는건지... 그런 아쉬움 말이다. 



* 관련 추천글
레이니돌님께서 댓글로 소개해주신 글입니다. 정말 성실한 글이고만요.. ㅎ 레이니돌님 고맙습니다. : )
http://knura.new21.net/Lit/prosa/miyazaki.htm


* 추가 관련 추천글
손윤님께서 쓴 '키키'에 대한 탁월한 리뷰. 다만 하야오의 정답을 너무 강조하는 듯한 서술 부분은 사소한 아쉬움.
http://www.chirashism.com/4 : 강추.
http://www.chirashism.com/30 : 초강추.


* 추가(부연) (혹 관심있는 독자께선 아래 댓글 링크 참조하시길... ;;; )
http://minoci.net/674#comment14933




파워블로거 2. 거세당한 블로그

2008/12/01 10:56
  • 소문, 알고리즘
  • 혁신, 알고리즘
  • 놀이, 알고리즘
  • 결혼, 알고리즘
  • 생성, 알고리즘
  • 분화, 알고리즘
  • 버블, 알고리즘
  • 인간, 알고리즘

    블로거 벅샷이 쓴 최근 연재다. (순서는 시간적으로 역순)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게 읽은 건 역시나 술술 잘 읽히는 '놀이' '결혼'이었고, 상대적으로 이해가 어려웠던 글은 다소 주관적이고, 관념적인 서술 경향을 보여주는 '생성'이었다. 그리고 '혁신'은 G마켓의 사례를 통해 성공적인 비지니스 모델을 분석하고 있는 글인데, 나 같은 관련 문외한들도 충분히 흥미롭게 상품 유통 시장 전략이랄까, 방법론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좋은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정작 위 연재 중에서 내 포스팅 발아점 삼아 좀더 쓰고 주제는 '소문'이다.
    그 글은 이른바 버즈 마케팅, 혹은 바이럴 마케팅 불리는 '입소문 마케팅'에서 견지되어야 하는 원칙과 철학을 강조하고 있다. 그 원칙적 입장에 물론 찬동하면서도 현실적으로 그 철학적 원칙론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진행되는 의미 유통 메카니즘 딜레마랄까 모순 구조를 블로그와 관련 속에서 지적하고 싶었다. 

    '소문'을 발아점 삼아 기존에 썼던 '파워블로거 1.서'에서 밝힌 문제의식 연장에서 좀더 글을 이어 본다.

    안내.
    친애하는 블로거 펄의 조언을 따르자면, "너무 길다 싶은 분들은 (3)번 내용만 읽으셔도 [....] " ㅎㅎ


  • 거세당한 블로그

    1) 관리 시스템

    나는 일전에 블로그계 '양극화'니 '계급분화'니 이런 소리를 농담으로 들었다. 그냥 폼나는 수사로 사용하는거지 그게 무슨 실질적인 의미가 있겠나 싶은 생각을 했던거다. 이런 관점에 큰 변화는 없다. 왜냐하면 블로그는 여전히 그 자체로 '마이너'한 위상을 가진 그야말로 거품 가득한 '한국형 버블들'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그렇다고 블로그를 폄하할 의도는 전혀 없다. 오히려 그 반대 취지다).

    다만 블로그에서 생산되는 콘텐츠, 특히 상품 리뷰가 갖는 산업적 가치라는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나는 양극화라는 표현에 그다지 큰 저항감을 느끼지 않는다. (특히 상품) 리뷰 유통 양극화 문제는 이미 예정되었던 문제가 드디어 '도착'하고 있다고 봐야할 듯 하다. 현재 지배적인 유통구조에 대한 창조적인 균열이 없다면 이런 양극화, 혹은 관리 모델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그러니 나는 점차로 블로그를 통한 상품 리뷰는 물리적(공간적), 의미적(철학적) 양극화 과정을 거칠 것으로 거칠게 예상한다. 기존 거대 플랫폼을 통해 유통되고, '관리'되는 리뷰와 여전히 퍼머링크의 가능성을 믿는 독립적 블로그 플랫폼에서 생산되는 리뷰라는 유통 플랫폼의 양극화가 그 하나다. 그리고 이런 구조적인 바탕 하에서 산업이 요구하는 바, 목적하는 바를 강하게 내포하는 관리 시스템에 포섭된 리뷰와 그 관리 모델에 저항하거나, 자의 혹은 타의에 의해 그 관리 모델에서 이탈한(혹은 배제된, 혹은 이런 저런 잡생각 할 것없이 스스로 꼴리는대로 쓰는) 리뷰로의 의미론적 양극화가 파생될 것으로 예상한다.

    올블이나 블코, (아직 시도되지는 않고 있지만) 믹시의 블로그 리뷰 유통을 위한 비지니스 모델은 이 중간 위치를 갖지 않을까 싶다. 태태앤미디어는 그 자체로는 콘텐츠 유통 플랫폼을 확보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물론 유명무실한 '이올린'과의 연계를 꾀할 수는 있겠으나... 이것도 이제는 계열분리된 것 같고, 어떤 실효도 없으므로 생략하면, 태태앤미디어 자체에서 확보한 유통망은 전무하다) 어떤 성격인지 잘 파악이 안되지만, 기본적으론 전자의 경향과 호응할 가능성, 그리고 후자의 경향과 호응할 가능성 모두를 갖고 있지 않나 싶다.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의미에서의) '관리' 모델이라기 보다는 참여 블로거와 PR 에이전시(태태앤미디어)와의 협력 모델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다만 태태앤미디어 자체가 스스로 '미디어'라는 위상을 확보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선, 참여 블로거들의 다양한 분포와 성격들, 유기적 연계성(내부 결속 정도)을 판단건대 쉽지 않을 것 같다.

    아무튼 하던 이야기로 돌아가면, 전자는 기본적으로 거대 플랫폼에 바탕한 유무형의 '기획의도'에 의해 '관리'되는 모델이고, 물질적 대가 가능성이 훨씬 더 높게 존재하는 모델이다. 후자는 그 물질적 대가가 존재할 가능성은 존재하지만(에드센스나 그 유사의 광고모델?), 상대적으로 그 가능성이 불명확하거나 혹은 대부분은 그런 물질적인 이익과 크게 관계 없는 모델이다. 전자에 대한 예시가 '다음 블로거뉴스'의 야릇한 편집(이라고 쓰고 '간택'이라고 읽는다) 경향와 '네이버의 '파워블로그' 혹은 '오픈캐스터' 따위의 기획이라면, 후자는 그 범위를 특정하기 어려운 다양하게 분산화된 경향들의 총합이다. 다만 후자의 경향들 가운데 팀블로그를 통한 독립 유통망을 확보하려는 시도들은 아직은 지지부진이긴 하지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시장에서 이 양자의 위상은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질문을 바꿔 보자. 후자의 경향을 대표하는 표현, 롱테일을 빌려와서 질문해보자. 블로그 매개 마케팅, 혹은 PR에서 롱테일은 여전히 유효한가? 아니면 이 '롱테일' 역시 웹 장사꾼들의 혹세무민하는 그저 폼나는 마케팅 수사에 불과한 것이었나?
    롱테일은 신화이자, 환상이었을 뿐이라는 사실이 점점 더 구체적인 경향들을 통해 밝혀지고 있다고 나는 느낀다.

    기존 거대 시스템의 (유무형의) 관리 모델은 여전히 절대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것임에 분명하다. 웹 콘텐츠 유통은 포털 종속성이라는 본질적인 한계구조에서 전혀 벗어나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자의 관리 모델이 이런 저런 마케팅 수사를 통해 알흠답게 '포장'되는 순간(가령 무분별한 펌질문화를 양산하는 네이버에서 그저 장식적인 가치로서 CCL을 도입하는 그런 풍경을 떠올리자) 블로그에서 매개되는 리뷰는 기존 비지니스 모델에 종속적으로 편입되게 된다. 이것은 단순히 햅틱폰 같은 IT기기, 옷이나 악세사리 같은 물리적인 상품뿐만 아니라, 각종의 의미 상품들에 대한 리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2) 질문 : 어떻게 견제할 것인가? 상호 수평적 상생은 가능한가?

    쉽게 말해서 블로그계에서 생산되는 리뷰의 자율성과 독립성, 이를 바탕으로 하는 다양성을 '관리'하려는 욕구를 가진 산업적 욕망과 그 욕망이 만들어낸 대단히 성공적인 중앙집중적 구조를 어떻게 견제할 것인가? 과연 상호 협력적인 수평 모델, 혹은 관계 모델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이 남게 된다. 나는 매우 비관적이다. 소위 파워블로거들을 통한 블로그 마케팅은 이제 블로그계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그 근본에서 침해할 가능성으로 변질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이것은 우려이고, 현재 블로그계가 반드시 그렇다는 건 아니다). 

    내가 비관적으로 판단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로는 리뷰에 대한 리뷰에 대한 리뷰... 라는 선순환 구조, 그런 블로그 비평 문화, 의미있는 규모의 비평권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문제다. 그러니 사상시장, 리뷰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경쟁 메카니즘이 존재하지 않는다. 권위 생성의 메카니즘은 독자들의 적극적인 참여,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비평을 통해 만들어지지 않고, 그저 거대 유통망을 통한 물량공세(다음 블로거뉴스나 네이버 파워블로그, 오픈캐스터 선정 같은 블로그의 독립성과 자생력과는 별 상관 없는 관성적이며, 독점적인 중앙집권적 관리 체계)를 통해 만들어지고 있고, 그 경향은 점차로 강화되고 있다고 나는 느낀다.  

    물론 올블 같은 비교적 블로그 친화적인 경영철학을 유지하고 있는 군소모델들은 여전히 존재한다(문제점은 많지만). 특히 올블에 한정하자면 이런 '난장판' 혹은 '싸움판' 모델의 유통 플랫폼은 블로기즘의 상호 비평적 가능성을 확장할 수 있는 의미있는 모델이라고 나는 평가한다. 하지만 전체 의미 유통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너무도 미미하다.

    쉽게 말해 초기 올블이 갖는 선도업체로서의 위상은 계속적인 정체를 겪고 있고, 이제는 흡사 디시인사이드 모델처럼 '오덕후' 문화의 지엽적 일부처럼 느껴질 지경이다(나는 디시인사이드를 폄하할 의도가 전혀 없고, 또 올블에 대해선 나름으로 애정을 갖고 있다). 그렇다고 올블 모델이 비약적으로 성장한다는 보장도 없고, 이를 유인할 수 있는 강력한 비지니스 모델이나 자본력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블코나 믹시 모델 역시 비약적인 성장이나 대안적 방법론이 그 안에서 만들어질 수 있다고 낙관적으로 기대하기란 쉽지 않은 노릇이다.

    두번째 근심은 대부분은 이런 '관리' 모델에서 배제된 블로거들의 상대적인 박탈감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건 대단히 역설적인 상황인데, 블로거들이 추상적인 차원에서나마 스스로의 자의식으로 확보했던 독립성이나 자율성이라는 가치는 상당 정도로 희석되었다고 나는 거칠게 체감한다. 블로거들은 스스로를, 혹은 상호 협력적인 독립 플랫폼을 만들어나가려는 노력보다는 기존의 거대 체제에 편입되기를 원한다. 물론 그것이 전적으로 블로그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블로그를 기반으로 한 산업적 가치를 갖는 독립적인 유통 플랫폼을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과 친하지 않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렇게 블로그에 대한 상업적인 시도들이 기존의 거대 유통망, 혹은 기존의 산업적 구조 속에 잠식되는 순간, 새로운 자립적인 유통 플랫폼으로서 블로그가 갖는 정치적 함의, 미디어적 함의는 급속하게 붕괴될 것으로 나는 생각한다. 블로그 매개 마케팅 시장이 커지면 커질수록  욕망과 질투와 이기심과 일등주의적 감수성은 블로그에 대한 존재가치에 회의를 퍼뜨리고, 블로그가 존재해야 하는 가치를 물질적인 대가로 돌려버리며, 이는 블로거로서의 자의식에 대한 혼란을 가져올 것으로 나는 우울하게 예상한다.

    그러니 이런거다.
    블로그에 쏟는 시간과 노력의 가치가 어떤 물질적인 대가로 수반되어야 한다는 강박적 사고 패턴이 블로그 마케팅이라고 불리는 이런 거대한 구조 속에서, 이토록 고리타분한 모델 속에서 강화되면 강화될수록 블로그가 갖는 개인적이면서 동시에 사회적인 가치, 그러니 그 잠재적 혁명성이라고 말할 수 있는 본질 영역은 축소될 거라는 거다.

    3) 블로그의 본질적 잠재력 축소, 혹은 혁명성의 거세  

    지금까지 역사는 공인된 담론권력인 일부 학자들과 저널들의 몫이었다.
    하지만 블로그 시대가 도래함으로써 이제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스스로 자신의 체험으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혁명적 전환이다. 평범한 다수 시민들, 블로거들의 자기 성찰적 회고는 그 자체로 새로운 역사이고, 실험이다. 그 거대하게 분산화된 네트워크는 끊임없이 자신의 일상사와 거대한 정치사, 사회사, 문화사들을 '거대한 모자이크의 일부'로써 만들어가고 있다.

    이렇게 새로운 의미들를 만들어가는 창조적 에너지의 근원적 동력이 '물질적 대가'로 환원되면 블로그의 본질적인 혁명성은 거세될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그 무수히 많은 블로거들 가운데 거대 유통망에 채택되어 물질적 대가 모델의 수혜자들로 남을 수 있는 블로거는 말 그대로 극소수일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블로그에 쏟는 시간과 노력의 가치는 물질적인 대가와 연결될 수 있고, 또 연결되어야 마땅하지만, 현재로서는 이 수혜자들은 극히 한정적이고, 그 수혜자가 확대될 것 같지도 않으며, 또 현재의 수혜자들에 대해 그 수혜에 마땅한 권위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이것이 본질적인 문제상황이고, 위기의 요인이다.

    결국 이런 불평등한 물질적 분배 구조 속에서 블로거들은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가능성 희박한 빠워블로거로 편입되기 위해 미끼질과 정치질과 되도 않는 글 나부랭이에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헛되이 희생할 것인가, 아니면 블로기즘 본연의 가치를 스스로 만들어갈 것인가? 물론 이 질문과 선택의 과정은 서로 전적으로 배타적인 것은 아니고, 어느 정도는 혼동 그 자체로서 상황마다 새로운 질문과 선택을 만들어가야 하는 복잡한 것일테다(최근 본 영화, '반역자'의 메인카피 처럼 '진실은 복잡하다').   

    블로그의 산업화, 혹은 소위 파워블로그 마케팅으로 대변되는 이 거대한 욕망의 흐름을 극적으로 역전시키는 움직임들이 활발히 만들어질 것으로 솔직히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이런 거대한 흐름 속에서 최소한 그 흐름을 견제하거나, 그 방향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의미있는 규모의 비평권력과 그 권위는 우리가 우리 힘으로 우리를 위해 스스로 세울 수 있다고 여전히 나는 희망한다.

    그 희망이 실천을 얻는다면, 그래서 정말 의미있는 규모의 비평적 권력과 그 권위를 우리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고, 그런 자율적이며 상호 비판적인, 그리고 동시에 협력적인 네트워킹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 때 비로소 블로그의 산업적 가치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들을 다시 시작해 볼 수 있으리라. 

    작지만 의미있는 실천은 링크와 인용이다.
    그리고 스스로 블로그(에 대한) 리뷰어가 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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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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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햅틱2를 통해 본 블로그 마케팅 (너바나나) : 강추. 블로그 리뷰에 대한 리뷰, 그러니 메타비평의 전범으로 삼을 만한 성실한 관찰과 기록과 논평.
    블로그 마케팅의 중요한 요소 (비트손) : 위 벅샷의 글과 마찬가지로 원칙론적인 강조를 강하게 피력하고 있다. 다만 너무 이상적인 낙관론에 치우쳐서 아름다운 결론으로 마무리하고 있는 점은, 그 결어의 취지에 찬동하는 것과는 별개로 사소한 아쉬움이다. 특히 너무 이성적인 소비자(인 동시에 생산자인 블로거)를 전제하고 있다는 점과 여타의 상품 홍보 기제들과 그 기제들의 물리적 부피가 갖는 효과 부분을 상대적으로 무시하고 있는 점에 대해선 이견이 생긴다.
    블로그래픽에 대해 (펄) : "블로거가 콘텐츠와 링크의 힘으로 커가지 않고 다음의 '간택'을 받기 위해 노력할 정도로 다음이 블로고스피어의 권력으로 부상한 것 같습니다. 이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분석은 물론 대안을 제시해 보는 공동 포스팅을 제안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