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여기]있던 글을 지우고, 추고해서 옮겨온 글입니다.

0. 온라인은 그저 가상공간으로 불릴 뿐이지, 그게 가짜공간은 아니다. 그걸 가상공간이라 말할 때 마치 '가짜'라는 뉘앙스를 담고 있는 것도 같은데, 가상공간 따로, 현실공간 따로 있는건 아니다.
그저 거기에도 '삶'이 있을 뿐이다.


1.
고전적인 시공간개념과 노동개념들은 새로운 시공간개념과 노동개념들을 담아내기에 부족하다. 쉽게 말해서 우표 붙이며 편지 쓰던 시절의 감수성으로 블로그를 접한다면 블로그를 제대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웹은 마치 '가짜'처럼 느껴지고, '비본질행위'로 쉽게 착각되기도 하는거다.

그런 고전적인 감수성에 의한다면,
오프에서의 생활과 공간과 시간은 진짜 생활이고,
웹, 특히나 블로그질 하는 생활과 공간과 시간은 가짜 생활이다.

난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2. 온라인 실존
블로그의 기술적인 설정들은 웹(WWW)상에 새로운 존재 조건들을 제시하고 있다.
이제 오프/온의 이분법적 경계들은 점점 더 희미해져 간다.
그건 나만 느끼는 감수성인가?


나는 주로 블로그상의 생활, 그 자기 실존의 구축에 대해 '온라인 실존'이라는 말을 쓴다. 이런 용어가 이미 있는 용어인지, 없는 용어인지는 중요하지 않고, 그냥 그렇게 느끼고, 체험할 뿐이다. 새로운 체험은 거기에 부합하는 새로운 용어들을 만들어 왔다. 나에겐 온라인 실존이라는 조어는 내 몸과 마음이 느끼고, 감촉하는 그 새로운 체험에 대한, 거기에 부합하는 언어일 뿐이다.

온라인 실존은 웹에서, 주로 블로그를 통해 생각하고, 교류하고, 싸우고, 투정부리고, 오해하고, 그리고 사랑한다.
그는 '가짜 실존'인가?


블로그는 온라인 실존이 머무는 '집'이다.

그 집은 때론 밀어를 나누는 물래방아가 되기도 하고, 때론 자기를 건 전쟁터가 되기도 한다.
그 집은 서로가 배우는 교실이 되기도 하며, 또 거대한 연대의 대륙을 만들기도 한다.


감수성의 변화.
그건 체험으로 오고, 체험으로 올 수 밖에 없다.
몸(과 마음)으로 땡기는 게 없으면 그건 체험이 아니다.


3.
삶의 모든 것은 모두 본질적이며, 동시에 현상적이다.
그걸 구별할 수는 없다.
가짜 생활 / 진짜 생활이 있지 않고, 다만 삶이 있을 뿐이다.




p.s.
언젠가 어떤 블로거가 자신의 대문에 적었던 말.

"나는 블로깅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2007/06/04 12:05 2007/06/0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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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방문자 
wrote at 2007/06/04 13:35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민노씨 
wrote at 2007/06/04 15:16
: )
 
wrote at 2007/06/04 13:35
저도 온라인은 가상, 오프라인은 실제의 삶이라는 공식은 진부하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온라인은 진실, 오프라인은 가면이 아닐까요? 온라인은 이드, 오프라인은 초자아가 지배하는 삶?
그렇다면 온라인+오프라인=개인의 총체적 인격 내지 삶이 아닌가 싶네요~
민노씨 
wrote at 2007/06/04 15:17
오프라인은 초자아가 좀더 강하게 발현되기도 하지만.. 그 반대이기도 한 것 같고.. ^ ^;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조화로운 균형이 총체적인 인격의 모습이라는 말씀에는 공감하게 되네요. 그 양자가 서로 따로 따로는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 )
wrote at 2007/06/04 14:56
자본 중심의 물질 사회에서 개개의 자아를 실현하기 힘든 오프라인이 존재한다면,
블로그 등의 온라인이 가져다 주는 ... 자발적 생산성은...
현실에서 폭발할 수 없는 '욕망' '희망'들을 내뿜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주지 않나생각되요...
자본이 그 공간을 잠식하고 있어..걱정은 되지만요...
민노씨 
wrote at 2007/06/04 15:22
자본권력은 블로깅의 자율성에 대한 큰 위해 요소로 잠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자본권력, 특히 거대포털의 지배력, 구글 애드센스, 다음 애드클릭스 등이 부추기는 불필요한 콘텐츠들의 양산.. 기존 전통 미디어들의 편협한 권위의식 따위들은 부정적인 요소겠죠.

다만 그것들이 항상 부정적인 것은 아니고, 거기에도 가능성이나 긍정적 요소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물론 거기에 긍정성을 좀더 도드라지게 표현해내고, 구축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요. ^ ^
wrote at 2007/06/04 16:29
전 온라인은 일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차에 따라 비중도 제각가일테구요~ 물론 순수하게 자신의 열정을 담아내는 경우도 있지만 보는이도 없고 알아주는이도 없다면 그게 언제까지 존재할까요? 포스트를 보고 생각나는데로 제 생각을 몇자 적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니 오해하지 말아 주시구요 ㅎㅎ
그리고 커리어블로그 추천포스트(랜덤)로 등록 합니다. ^^
wrote at 2007/06/04 19:26
생각이야 저마다 다를 수 있는데요, 뭐. : )
그 차이가 즐거운 대화의 바탕이 된다면 더 좋겠네요.
논평 고맙습니다.
wrote at 2007/06/04 20:40
아직은 시작이라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종국에는 굳이 오프라인(현실 세계?)과 온라인(가상세계?)을 나눌 필요도 없지 않을까 합니다. 동전의 양면처럼 단지 하나의 실체의 다른 면이 아닐까 싶어서요.
그런데 "나는 블로깅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Blogging, ergo sum인가요.
냐하하하~~ (안 웃기죠 ㅜ ㅜ)
민노씨 
wrote at 2007/06/04 23:44
오, 하이커님 오랜만입니다. ^ ^
너무 반갑네요.
저도 자주 찾아뵈야 하는데 말이죠..
동전의 양면.. 크게 공감합니다.

p.s.
데카르트가 우리 시대에 살았다면 분명히 블로깅했을 것 같습니다. : )
wrote at 2007/06/04 22:46
오프라인을 넘어서는 글쓰기가 과연 가능할까요.(한두번이면 모르지만, 꾸준한 글쓰기에서 말이죠.) 저도 온라인에 나타나는 모습 모두 실제 삶의 거울이라고 생각합니다.
민노씨 
wrote at 2007/06/04 23:45
저도 어느 정도 이상의 시간적 지속을 요하는 행위, 특히나 자기 실존이 가장 많은 영역에서 투사되는 '글쓰기'의 영역에서는 그 분리가 불가능하지 않나 싶기는 해요. : )
wrote at 2007/06/05 16:07
드디어 우린 블로그에서 철학을 발견하고 있는건가요.. 그런가요? ^^
참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는 포스트군요. 제 나름 생각했던 글을 찾아봐야겠습니다..~^^
wrote at 2007/06/07 01:46
그만님께서 인상적으로 읽어주셔다니 기분이 좋습니다만... ^ ^;; 좀 과한 격려신 것 같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더 추고하고, 좀더 보충하고, 다듬어서 등록할 걸 그랬네요. 말씀 고맙습니다. : )
wrote at 2007/06/06 03:18
어떤 심리학자는 우리가 엿보길 원하는 욕구가 있듯이, 반대로 내보이길 원하는 욕구도 있다고 합니다. 온라인에서 내가 만든 나의 이미지는 있는 그대로 보이는 오프라인과는 다른 내가 내보이길 원하는 이미지이죠.

물론 이건 순전히 온라인상에서만 활동할 때이고, 일단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접목(오프라인 모임에도 나가고 ^^)되면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로만 '꾸밀'수가 없겠지요. ㅎㅎ
wrote at 2007/06/07 01:48
블로그란 일종의 대화에 관한 '게임'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게임은 자신의 의지대로 진행되는 게임이 아니라, 다른 실존의 적극적인 투사들, 항전들로 이뤄지는 게임이라서.. ㅎㅎ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로만 '꾸미'"기란 굉장히 힘들겠다 싶어요. 그게 블로깅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 )
wrote at 2007/06/06 11:59
저도 오프라인만큼이나 온라인을 중요시합니다. 윗분이 말씀하셨듯이, 오프라인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 타의적인 정체성이 유입되어 있지만 온라인에서는 순수하게 자의적인 정체성을 가질 수 있어서가 아닐까요.
wrote at 2007/06/07 01:50
그런 상식적으로 통용되는 온/오프의 특징적인 모습들조차도 서로 역전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너무도 많은 변수가 있고, 또 그 실체에 영향을 주는 다채로운 환경들이 있어서.. ^ ^;;

다만 말씀처럼 자기의지적 자아가 좀더 강조되는 영역은 아무래도 '블로그상의 자아'겠다 싶기는 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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