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9일자 4면의 경우  


1면 대문기사은 (이하 제목크기는 실제 신문에서 표현된 크기에 가급적 비례하게 표현함) 다음과 같다.
"자유언론 죽이려는 정권...
국정홍보처 반드시 폐지"



이하 조선일보 29일자 4면의 구도와 배치다.  
국회 언론 통제 비판 한목소리
"반민주, 반역사, 반헌법적 황당무계한 조치"
홍보처 폐지 놓고 한나라/열린우리 신경전
[그 옆에 한나라당 의원들의 심각한 표정 사진]

"정권나팔수, 이번엔 언론탄압" 한나라, 홍보처 성토
강대표 "자유언론 죽느냐 사느냐 기로"

"기자실 통폐합은 언론에 재갈"
민노당 권영길 의원
[그 아래 베네수엘라 민영방송국 라디오 카라카스 강제 폐쇄 관련 시위 현장 모습 사진]

"차베스 정부는 비판언론 두려워 해"
폐쇄된 베네수엘라 민영방송 RCTV 회장 성명
EU 의회/미 인권단체 등도 방송폐쇄 조치 비판



1.
미장센은, 다 알겠지만, 사물의 배치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는 걸 가리키는 연극/영화 용어다. 불안에 가득한 여자주인공을 내리 찍을 듯이 벽에 박혀 있는 박제된 거대한 새의 부리가 괜히 거기에 있는게 아니다(히치콕 '사이코' 경우). 종이신문 가운데 이 미장센 기술이 가장 뛰어난 매체는, 내 주관적인 판단일 뿐이지만, 조선일보다.

당신이 느끼는 게 바로 내가 느끼는 그거다.
구체적인 보도내용을 기사본문을 읽을 필요는 없다.
조선일보 저널미장센은 몇 개의 큰 제목들과 작은 제목들의 절묘한 조화, 그 중간에 있는 하나의 시각적 이미지, 그리고  아래 화룡점정처럼 이어지는 또 다른 큰 제목으로 당신심리를 완전히 조종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2.
조선일보의 설계도를 따라가면 당신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을 수 있다.

기자실 통폐합은
  • 1. 언론통제다
  • 2. 정권나팔수가 이번엔 언론탄압하고 있다.
  • 3. (진보적인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도) 그렇게 말하고 있지 않나? (그러니까 이게 괜한 소리 아니다. 신뢰해도 좋다)
  • 4. (베네수엘라 시위군중들 가운데 슬픈 여자 얼굴이 두드러져 보인다) 베네수엘라 꼴 되서 눈물 한번 흘려볼래?
멍청한 국민들 세뇌시키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여전히 우매한 대중들은 저널미장센의 포로가 될 수 있다고, 저널미장센의 대가인 '자유언론' 조선일보는 믿고 있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부지불식간에 우리는 이미 포로다.



[추천글]
, 차베스 vs RCTV, 언론탄압?
http://blog.naver.com/pariscom/110018224838

님의 글은 베네수엘라 차베스 정권의 RCTV 폐쇄와 관련해서, AP통신의 베네수엘라 주재 기자인 Bart Johnes의 LA 타임즈 기고문을 번역한 글입니다. 일독 권합니다.
(참고 : LA 타임즈 기고문 원문)

"AP통신의 베네수엘라 주재 기자로 차베스에 대한 저서를 출판할 예정인 Bart Johnes가 최근 LA타임스에 기고한 글은 언론의 편향된 논조가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독재를 옹호하는 수준까지 나아갔다가 결국 자기 목을 친 사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한번 정도 읽어 볼 가치가 있다."

- , 차베스 vs RCTV, 언론탄압?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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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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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rince 2007/05/29 16:21

    조선일보 이야기만 나오면, 마음이 답답해집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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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05/30 07:26

      그렇죠.
      그래도 우울할 것까지는 없을 것 같습니다.
      거침없이 홧팅하십시오. : )

  2. 2007/05/29 16:31

    모든 일간지 가운데 포장기술(편집)이 가장 뛰어납니다. 단연 독보적이죠.
    똑같은 내용의 평범한 기사도 조선에 나온 게 제일 훌륭해 보입니다.
    재치있고 그럴 듯한 제목도 잘 뽑고 그래픽도 멋집니다.
    그런데 그 편집기술이 저렇게 편향된 의도로 사용되면 보기가 민망해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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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05/30 07:28

      소위 그것도 '편집기술'이라면..
      그 '기술'의 차원에서 인정한 긍정적인 요소가 적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종이신문들에서 배워야 할 만큼이요.

      다만 한계랄까요?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한계를 뛰어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해요. 정신은 썩었는데.. 기술만 현란하달까.. 뭐, 그런 그런 것 같습니다. ㅡㅡ;

  3. 홍아저씨 2007/05/29 16:39

    민노씨의 글을 읽으면서 아거님이 말씀하신 '태도면역성'을 키워야겠단 생각을 늘 하게됩니다.
    좋은 글 포스팅 잘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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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05/30 07:30

      아거님의 취지는 아마도 프레드릭 제임슨의 '비판적 지도 그리기'의 그 취지와 상통한다고 생각합니다. 공감합니다. : )

  4. 이스트라 2007/05/29 17:59

    조선일보의 최강의 무기는 편집술.. 기사는 일반적인 텍스트 기사라도
    그들의 편집술에 걸리면..그것은 하나의 메시지가 담기게 되죠.

    그래서 조선일보를 비판할대는 실제 지면의 편집위치까지 같이 비판해야 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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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05/30 07:31

      맞아요.
      개별 기사들도 문제지만.. 전체적인 맥락의 차원에서 그 배치와 배치에 따른 메시지를 비판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많은 것 같습니다. : )

  5. 情人 2007/05/29 19:59

    안녕하세요? 민노씨님,

    윗글에 그저 동감입니다.
    어제 오늘에 걸쳐 민노씨님의 아래글과 과거에 쓰신 글 몇 개를 한꺼번에 쭉 읽었습니다. 글을 참 맛깔스럽게 쓰시네요. 마치 부드러운 찰떡처럼.. 왜 민노씨 민노씨 하는지 알겠네요. 민노씨님이 필넷에 얼마만큼 애정을 가진 분인지도 느끼겠고요.. 많이 배우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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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05/30 07:31

      부드러운 찰떡..이라고 하시니 찰떡 먹고 싶네요. ^ ^
      과분한 격려 고맙습니다.
      좀 민망한 마음이 없지 않지만요.

      p.s.
      필넷 아세요?
      혹 필벗이신가요? ^ ^;;

  6. 情人 2007/05/30 08:06

    찰떡이라고 한것은 그냥,, 민노씨님의 글을 읽다보니 딱 떠올랐던 느낌입니다. 착착 달라붙는다고 할까요.,,^^ 수사를 나쁘게 받아들이지 않으신 듯해서 다행이네요.
    필넷 알지요,,주로 한토마를 찾지만 최근에서야 필넷을 찾곤 합니다만,,필넷에 가입한 것은 오래 됐습니다요. 만약 한토마가 개편되지 않았었더라면,,계속 한토마에서만 놀았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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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05/30 08:32

      아, 그러셨군요.
      필넷(현 한겨레블로그)에 대해선 정말 아쉬움이 큽니다.
      좀더 멋진 한겨레 사이트가 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말이죠. 최근 개편도 너무 아쉽구요... ㅡㅡ;

      어제는 영국에서 봉선생님 오시고, 취형이 중국으로 돌아 간다고 해서 작은 오프가 있었는데요. 정인님도 앞으로 기회되면 필벗 오프에서 함께 뵙고 싶네요. ^ ^

  7. SuJae 2007/05/30 21:38

    걔들이 하는 짓이 항상 그렇죠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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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06/01 00:37

      그런데 너무 많은 힘을 갖고 있어서.. 그게 문제요. ^ ^;;

  8. 히치하이커 2007/05/31 08:22

    아니...그럼 조선일보가 틀렸단 말입니까아
    민족 정론지이자 자유 언론의 선두주자인 좃선이~~~
    이런 낭패로군요. 저만이라도 지령을 수행해야 겠군요. (퍽-퍽-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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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06/01 00:38

      그렇군요!!!
      하이커님의 성실한 지령 수행을 부탁드립니다 (퍽퍽퍽~~!! ㅡㅡ;; )

  9. 써머즈 2007/05/31 08:43

    사진의 색으로도 의도를 전달하는 그야말로 편집의 달인들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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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06/01 00:39

      역으로 이런 편집 '기술'의 차원에서는 많은 시사점을 주기도 하는 것 같아요. 다른 신문들도 이런 '기술'은 배울 필요가 있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ㅡㅡ;

  10. 비밀방문자 2007/05/31 15:36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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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06/01 00:42

      앗! 이게 누구십니까? : )
      정말 오랜만에 뵙습니다.

      필넷은 '필통'으로 개편하면서 '한겨레블로그'로 개명되었구요.
      이래저래 좀 사연이 많습니다.
      완전히 '닫은 건' 아니구... 잠정적으로 활동을 하지 않고 있어요.
      한겨레블로그의 정책에 찬성할 수 없달까.. 그런 이유입니다.
      ( 참조 : http://blog.hani.co.kr/skymap21/6060 )

      앞으론 자주 뵙기를 바랍니다. ^ ^

  11. grokker 2007/06/01 01:37

    ㅋㅋ. 임팩트가 강한 글이군요. 조선일보를 보다보면 내가 조선일보 편집장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합니다. 요즘은 잘 하지 않지만 낚시유전자를 충실히 갖추고 있는 사람으로써 말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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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06/01 02:17

      이런 그로커님 새벽까지 안주무시고.. ㅎㅎ
      그로커님의 낚시라면 얼마든지 걸려들고 싶은 매혹적인 낚시죠.
      품격이 다른 것 같습니다. : )

  12. 순디자인 2007/06/03 22:16

    그런 현란한 기술이 어떤지 보고싶어서라도 구독을 할까 어쩔까 고민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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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06/04 03:04

      굳이 그러시지 않으셔도.. ^ ^;

  13. rainydoll 2007/06/04 09:47

    실제로도 조선일보는 저런 행위로 지금껏 수많은 이들을 '선동'하는데 성공했죠. 민노씨와 nova 님이 말한 '선동'과는 좀 다른게 되겠습니다만, 어쨌든 저 '선동의 기술'은 조선일보와 언론, 지식인 등이 갖고 있는 유일한 무기이자 위력적인 무기이기도 하지요. 옳지 못한 선동에 반발하려면 그와는 반대되는 목소리로 아직 선동되지 않은 이들을 선동해야 하는 것인데, 민노씨께서는 그 역할에 충실하고 계시는군요. :)

    지식의 전파와 사실의 알림을 위한 선동이 아닌 선동 그 자체를 위한 선동, 즉 좀 더 자극적이고 말초적 신경을 자극하는 선동만이 게으른, 거짓된 선동과 진실된 선동을 거르지 않고 무조건 받아들이고 믿어버리는, 국민들에게 전해지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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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06/04 12:08

      레이니돌님의 과한 겨려를 들으니 좀 민망한 기분이 드네요. : )
      레이니돌님께서 말씀하신 취지에 전폭적으로 공감합니다.
      다만 그 싸움의 우군이 과연 기존의 저널리즘 진영에 존재하는 것인지가 요즘은 정말 회의가 들더만요.

      블로거들은 그런 의미에서 여전히 가장 큰 희망을 걸게 하는 우군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블로거들의 자율성과 독립성은.. 때론 배타적이고, 고립적으로 표현되기도 하지만요. ^ ^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 한방 날려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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