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되는 블로그 (egoing)

저도 이고잉님과 같은 생각을 종종 합니다. 많은 블로거들께서 이런 고민이랄까 질문들을 여전히 스스로에게 던지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과연 게시판(BBS)과 블로그 툴의 기술적인 차이와 거기에 내재된 철학적 차이는 본질적인 것인가라는 질문. 올드미디어(저널리즘)와 뉴미디어(블로그, 블로기즘)의 본질적 차이는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

특히 게시판과 블로그의 차이에 대해선 예전에도 호찬님을 비롯한 많은 블로거들께서 관심을 갖고 논의를 했던 주제라고 압니다(링크에 담긴 본문은 물론이고, 댓글들도 본문만큼 진지하고, 흥미로운 논의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웹에서 생산되는 콘텐츠 유통 메카니즘이라는 차원, 그리고 소박한 의미에서 일상적으로 우리가 미디어라고 부르는 그 관점에서 바라보면 본질적인 '단절'이 존재하는, '결코 이어질 수 없고, 닿을 수 없는 심연'이 존재하는 서로 다른 차원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겠죠.

이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전쟁에 빗대어 비유적으로 설명한다면, 서로 다른 철학과 기원을 갖는, 혹은 그렇다고 인식되는 두 개의 거대한 세력이 펼치는 전선에서의 전략적인 판단, 서로의 영토에 관한 전투적, 혹은 경쟁적 상황 인식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것은 소위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의 전쟁이고, 영토 쟁탈전이겠죠. 물론 특히 게시판(BBS)과 블로그의 차이에 대한 고민의 본질은 그 중에서도 일부에 속한 지엽적인 '전투' 상황에 기반하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그러니 이 질문과 논의는 매우 '정치적'이면서, '현실적'입니다. 물론 블로그는, 지금/여기에서 여전히 거품 가득하고, 오해만 난무하는 천덕꾸러기이긴 하지만요.

블로그는 아직 생성중인 총체적 문화 현상이라는 틀 속에서 접근해야 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어요. 이 관점은 링크님께서 강조하셨던 관점이죠. 물론 여전히 블로그의 육체적인 부분, 그 기술적인 개념 필요 요소들은 그 안에서 고민이 되겠지만요.

허핑턴포스트는, 저로선 관련 리뷰들을 통해(주로 아거님의 관련글들을 통해, 그리고 블로그래픽 준비 모임의 논의과정에서 이야기된 그 정도로) 간접적으로 전해 들은 '목격자에 대한 목격자'에 불과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론 판단 재료가 매우 희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만, 이런 한계를 솔직히 인정하는 전제에서 이야기한다면, 팀블로그와 기존 (온라인) 저널리즘의 중간 형태라고 봐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게 블로그의 진화인지 아니면 기존 모델의 (관성에 이끌려 순응화된, 혹은 종속화된) 퇴보인지에 대해선 각자가 평가를 달리하겠지만요.

일단 현 지점에서 블로그란 아거님께서 예전부터 늘 주창하시던 두 가지 요소, 즉 '진짜 화자인 블로거의 개성과 관점'(저는 '온라인 실존'이라고 부르는)이 내용적인 필수 요소로(실질요건), '게이트키핑의 부재'가 절차적인 필수 요소로 내재된(절차요건), 블로그 육체의 본질요소인 연계 확장 가능한 하이퍼텍스트(hypertext) '(퍼머)링크'를 중핵으로 작동하는(형식요건) 대화 시스템(콘텐츠 생산 및 유통 시스템), 그리고 그 시스템 상호간 네트워킹의 총체. 이것을 저는 블로그(블로기즘)라고 소박하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 발아점 대화글
해체되는 블로그 (egoing)


* 관련 참조글
고유링크(퍼머링크, permanent link) 이해를 위한 10문10답 (김중태. 2005.04.) : 정석적인 입장.
Permalink에 대한 진실과 오해 - permanant한 퍼머링크 (바보같은 不老區. 2005. 04)
: 도발적인 반론("pemanent link가 아니라 pretty link라 부르는게 [...]").
이 글에 대한 eouia님의 반론이 몹시 궁금한데... 위 링크된 글 추가 부분에서만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뿐이네요.. (아이러니하게 그 링크는 소실되었습니다. ^ ^;;  몹시 안타깝네요....)
지금은 어찌 생각하고 계실지도 궁금하네요.

덧. 댓글을 통해 원문이 살아 있다고 생존을 알려주셨네요. 정말 반갑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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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 기획하지 않은 기획

    Tracked from ego + ing 2008/12/02 10:16 del.

    서비스를 기획할 때 제일 먼저하는 것이 시장을 상정하고, 타겟을 설정하는 것이다. 서비스의 모든 기조는 타겟에 집중되고, 최적화된다. 문제는 공들여 선정한 타겟이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움직여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영어권 유저를 겨냥한 서비스를 오픈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중국인들이 쇄도 한다거나, 20대 여성을 타겟으로 했는데, 중장년 어르신들의 안방이 되어버리는 케이스가 있겠다. 물론, 예측하지 못한 성공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D...

  2. Subject : 해체되는 블로그

    Tracked from ego + ing 2008/12/02 10:20 del.

    최소한 미디어를 지향하는 블로그는 그 정점에서 올드미디어를 닮아가지 않을까? 허핑턴 포스트를 보면 블로깅을 혼자서 하지도 않고, 시간의 순서로 편집하지도 않고, 블로그의 일반적인 모습을 하고 있지도 않다. 이름도 POST로 끝난다. 한편 올드미디어들도 블로그의 기획적 관습이라고 간주되는 트랙백이나 RSS를 지원하기 시작하지 않았나?그럼 도대체 블로그란 무엇일까?그 실체가 실제로 있기는 한걸까?블로그란 어떤 특정한 형태의 매체가 아니라, 누구나 매체...

  3. Subject : 블로그와 올드미디어

    Tracked from ego + ing 2008/12/14 22:02 del.

    과연 전국민이 블로그 하는 날이 올까? (여기서 블로그란 싸이월드의 지인 네트워크와는 구별되는 컨텐츠 생산 채널로써의 블로그를 의미하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싸이월드 같은 국민서비스가 되지는 못할 것이다. 그것은 확실히 싸이월드 보다 어렵고,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블로그의 의미가 축소되는 것은 아니다. 블로그의 경쟁자는 싸이월드가 아니라, 소위 올드미디어기 때문이다. 미디어는 컨텐츠를 생산하는 능력과 컨텐츠를 전달하는 능력으로 구성되는데,...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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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ebadac 2008/12/02 09:49

    트랙백이 안가네요. =.,=
    http://ebadac.textcube.com/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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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12/02 10:15

      정말 반가운 글이네요. : )
      일단은 통독했는데요.
      나중에 좀더 찬찬히, 물론 과문해서 잘 읽히진 않겠지만, 읽어봐야겠습니다. ㅎㅎ

      본문에 링크 설정해야겠네요.
      텍큐컴에서는 오래 오래 블로깅하시면 좋겠습니다.

  2. ebadac 2008/12/02 09:51

    요즘은...
    그냥 아무 생각안하고 삽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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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12/02 11:16

      저 같은 사람은 그럼 생각이 아예 없다고 해야 할 것 같네요. ㅎ
      활발한 블로깅으로 많은 블로거들에게 영감과 자극을 주시길 고대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블로거들, 특히 일세대(?) 블로거, 혹은 블로그계의 현인들이라고 부를 수 있을만한 분들이 점점 더 내부로의 망명을 떠나는 느낌이랄까... 뭐 그런 느낌이 강해서... 너무 아쉽습니다. ^ ^;;

  3. egoing 2008/12/02 10:20

    보내주신 글 잘 봤습니다. 제가 엔지니어다 보니 기술적인 차원에서 블로그란 무엇인가를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이 바닥에서 한 3년 있었더니 어느 순간 다 부질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쓰나미처럼 밀려오더군요.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적인 육체가 아니라, 유저들이 만들어내는 문화적 불확정성인 것 같습니다. 기술은 총체적인 문화적 요구를 주의깊게 반영하는 것으로 그 의미가 제한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두개의 글을 트랙백하는데요. 하나는 '감히' 발아점으로 언급된 글이고, 다른 하나는 유저들이 만들어내는 문화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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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12/02 11:18

      위에 논평을 주신 '이바닥'님 필명과 겹쳐져서
      "이바닥에서 한 3년 있었더니"
      라는 문구가 재밌습니다. : )

      '감히'라니요.. ^ ^;;
      과례는 비례라고 했는데 말이죠.
      그저 블로거로서 자유롭고 가볍게, 때론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건데요, 뭐. ㅎ

      또 다른 하나의 글은 좀 있다 찬찬히 읽어보겠습니다.

  4. Magicboy 2008/12/02 10:49

    문득..예전에 노스모크에서 블로그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꺼냈을 때가 떠오르네요..^^
    http://no-smok.net/nsmk/%EB%B8%94%EB%A1%9C%EA%B7%B8

    그땐 정말 장님이 코끼리 다리 만지듯이.. 블로그가 대체 뭘까를 생각했었는데 말이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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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12/02 11:11

      굉장히 역동적인 위키식(?) 토론이 진행되었었군요. : )
      그 열띤 분위기가 지금도 여전히 전해집니다. ㅎㅎ

      문득 우재씨도 떠오르고... ^ ^

      추.
      이정환씨도 노스모크에서 활동하셨었나요?
      관련 글이 링크되어 있던데 말이죠.

    • Magicboy 2008/12/02 13:03

      이정환씨 글은.. 아마 누군가 링크만 추가했던걸꺼에요..
      (제가 했었던 것 같은 느낌이...살짝..--;; )

    • 민노씨 2008/12/03 21:27

      아항, 그러셨고만요. ㅎㅎ

  5. 민노씨 2008/12/02 11:23

    덧. 관련 링크(eouia님의 반론) 보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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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LieBe 2008/12/02 12:09

    하늘아래 새로운건 없다고 하지만 블로그와 게시판의 기술적 차이와 그 성격의 본질적 차이에 대한 의문이 아직 재생산 되는걸 보면 확실히 뭔가 이거다 말할수 있으면서도 그 차이에 대한 명쾌한 답변이나 실제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 간의 자연스런 구분은 힘든듯합니다.
    뭐 저도 그래서 아주 예전엔 홈로그라는 형식으로 블로그와 게시판을 혼용해서 써왔던 기억도 있고요..^^;;;

    초기 블로거 세대인 호프님 http://hof.pe.kr/ 과 김중태 문화원과 이정환닷컴 등 - 제가 기억력이 미천하여 이정도뿐이 기억이.... - 에서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이 논의를 진행시켰고 어느정도 구체화되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그 개념이 전파되기도 했었습니다.
    그 이후로도 종종 이런 화두가 계속 재생산되고 좋은 얘기들이 오갓던것으로 기억합니다.

    뭐 저야 별 생각없는 사람이라 제 의견을 정리해서 말씀드리긴 뭐하고....^^
    조금 더 진중한 생각을 전개하시고 싶으시면 일전의 그런 글들을 다시금 돌이켜보는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해요.
    (그런데 이미 다 알고 계실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군요...OT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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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12/03 21:25

      블로그에 관한 초기 논의들은 그다지 많이 접했다고 할 수 없습니다. ^ ^;

      다만 초기 몇가지 논의들에 대해 나중에서야 접했던 느낌은

      ㄱ. 아무래도 기술적인 친화도가 높은 분들이 많아서인지 굉장히 어렵고 복잡한 논의들도 많았구나.. 뭐 이런 느낌.
      ㄴ. 그리고 정말 굉장히 진지하게 논의를 하셨군.. 뭐 이런 느낌.. ㅎ

      여전히 현재성을 갖는 논의들이라면 리베님께서 소개해 주시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로선 고맙게 읽고 제 부족한 의견이나마 남기겠습니다. ^ ^;

  7. Raylene 2008/12/02 12:27

    언제나 민노님 블로그에서 해박한 지식을 얻는 1인.
    (근데 머리가 나빠서 오래 유지하진 못하네요 크흑.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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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12/03 21:26

      제 글은 무슨 지적인 해박함에서 나오는 그런 글은 아닌데 말이죠..;;;
      그냥 소박한 단상들이 대부분인데...;;;;

  8. 명이 2008/12/03 18:40

    민노행님 글을 통해 해박한 지식을 얻는 2인.
    (그러나 저 역시..머리가 나빠서...돌아서서 까먹는 국가수준급 기억상실증..엉엉..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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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12/03 21:27

      농담이 지나치시네요.. ^ ^;;
      저도 좀 해박했으면 좋겠습니다만... 그런데 전혀 그렇지 못하네요.

  9. Raylene 2008/12/03 22:33

    보통 민노님이 링크를 걸어주시는 대부분의 다른 블로거들을 제가 모르기 때문에, 민노님의 글뿐만 아니라 민노님의 글을 통해 다른 분들의 좋은 글도 접하게 되서, 매우 좋아욤..^0^
    소박한 단상이라고 하시다니, 너무 겸손하신거 아니냐능...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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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12/03 22:54

      (좋은 포스트를 소개해서)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라는 단군할아버지의 홍익인간 이상을 실천하기 위해...;;;; (홍익블로거 ㅎㅎ)

      추.
      안그래도 좀전에 레일린님 블로그 다녀갔었는데 말이죠.

      http://happyray.com/1300
      스모키 화장법(?) 잘 읽고 봤습니다. ㅎ
      이제 조만간 50만힛...일텐데 불끈!(ㅡㅡ++)

  10. 다인아빠 2008/12/04 18:30

    오래전에 연극을 지켜보면서, '연극성'이라는 게 무엇인지 아주아주 오랬동안 고민했었습니다. 공간, 실시간, 배우의 현존... 뭐 이런 개념들이 화두를 풀어가는 데 들락날락했던 녀석인데요...

    블로그를 바라보면서 드는 생각의 흐름이 그 때의 모습을 자꾸 떠올리게 하네요. 여러분들의 이 진지한 고민과 모색이 블로그 세계의 생명력을 키우는 자양분이 되리라 믿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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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12/04 21:40

      격려 말씀 고맙습니다. : )

  11. egoing 2008/12/14 22:03

    유사한 주제의 글을 한편 더 썻습니다. 한번 봐주시면 좋겠내요 :) 아 그리고 음악 포스팅은 고민고민하면서 쓰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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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12/15 16:06

      인상적으로 잘 읽었습니다. : )
      http://egoing.net/921

      마지막 줄은 특히 더 인상적입니다. ㅎ
      저도 관련글을 좀더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 한방 날려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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