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새사연, 태터앤미디어 주최 '2010 블로거 토론회' '2010 경제를 말한다'에  갔다왔다. 나같은 경제문외한이 참여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 같아서, 또 무슨 PT를 준비해야 한다고 해서, 귀차니즘 땜시로, 참여할 생각을 전혀 하고 있지 않다가, 어쩌다 어쩌다 막바지에 참여하게 됐다. ㅡ.ㅡ; 이하 그 발표 요약이다. PT에 사용한 짤방을 위주로(실제로도 아래 짤방들이 본문 전부. 모두 11장.) 내가 담당한 발표를 요약해본다. 가급적 이 토론회에서 이야기한 그대로를, 기억에 의존해, 재구성하기 위해 노력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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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다시피 배경화면도 없이 급조한 발제 타이틀이다. 모르는 이야기를 할 수는 없어서 내가 그나마 보고, 체험하고, 생각해본 것들을 이야기하기 위해 이 주제를 선택했다. 내가 좋아하는 말 가운데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이다'라는 말이 있다. 블로거로서 내가, 당신이 경제에 대해 문외한일지라도 우리가 블로그에 대해 고민하는 것 모두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정치, 그리고 경제적인 문제 영역에 닿아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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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 전반의 '파워' 신드롬에 대해 비판적인 문제제기를 위해 선택한 화면이다. 민언련과 같은 그래도 기대하는 비판적인 언론감시 시민단체조차도 '파워 블로거'를 전면에 내세운 그 관점에 대해 여전히 나는 비판적이다. 힘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 힘은 우리가 모여서 만들어내는 '블로그파워'의 방법론이지 극소수 '파워블로거'가 되기 위한 발버둥이 되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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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블로거 신드롬은 컴퓨터 학원의 새로운 사업 아이템 '프로블로거반'을 만들어낸다. 블랙코미디가 따로 없다. 파워블로거, 프로블로거가 되서 블로깅으로 유명해지고, 돈도 많이 벌고 싶은 그 당연하고, 소박한 이기심을 탓하는 게 아니다. 나도 마찬가진데 뭐. 하지만 그런 블로거들 얼마나 될까? 수강생들 가운데 이 강좌를 통해 '프로블로거'로 거듭난 블로거는 또 얼마나 될까? 이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좋으리라. 인정할 수 있는 최소한의 철학과 방법론이 필요하다. 현재와 같은 마구잡이식 환상 유포는 정말 위험하다. 상업화가 나쁘다는게 아니다. 하지만 블로깅의 본질적 가치를 긍정하는 전제에서, 다양한 가치의 한 영역으로서 제대로 된 상업화, 블로그 산업화가 필요하다. 이렇게 환상과 강박적 경쟁심리를 조장하는 MB스러운 블로그 마케팅 몰빵현상은 정말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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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의 가치가 곧바로 돈으로 연결되는 현상은 블로그얌, 프레스 블로그와 같은 블로그 마케팅 기업을 만들어낸다. 그 외형은 '메타블로그'인데, 실질은 블로그를 이용한 '마케팅 대행사'다. 그네들이 내세우는 가치는 이렇다. 블로거들에게는 이렇게 묻는다. '네 블로그 얼마 짜리니?'(ㅡ.ㅡ;) 그렇게 MB스러운, 코믹하다기보다는 서글픈 유치짬뽕의 경쟁심리을 자극한다. 그리고 기업에게는 이렇게 말한다. '알바 블로그 동원해서 싼 돈으로 홍보해줄게!'. 홍보 매개로서의 블로그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블로그의 자생력과 독립성이 최소한으로 담보되는 방식이어야 한다. 껍데기만 메타인 '브로커'들이 블로그 메타 서비스를 자임한다면 그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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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전적으로 홍보 대행업체에 불과한 서비스들 역시 구색맞추기(?) 혹은 대외적인 위장을 위해 블로그 메타 '흉내'를 낸다. 하지만 껍데기만 메타인 서비스들에서 블로그 검색이 제대로 될리 만무하다. 우리나라 블로그계에서 그래도 인지도, 신뢰도, 평판 모두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생각되는 '이정환닷컴'도 검색해주지 못하는 서비스... 이걸 블로그 검색이라고 사이트에 박아둔 서비스... 이런 업체가 돈 잘 버는 우리나라 블로그계.... 이걸 정상이라고 불러야 할지 난 잘 모르겠다. 혹시나 싶어 내 블로그 도메인으로 검색해봤지만 물론 결과는 역시나다. ^ ^;  (위 검색결과는 발표일인 2010.1.23. 새벽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작년이랑 마찬가지다. 참 뭐랄까 헛웃음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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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얌이나 프레스블로그와 같은 업체가 다수의 블로거들을 상대로 '마케팅 알바'를 양산하고 있다면, 대한민국 블로그 어워드와 같은 나름 '폼나는 행사'는 어떨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좀 폼난다'는 외양과는 달리 '1인 미디어'라는 블로그 독립성 가치에 대해선 일말의 고민도 없는 껍데기만 그럴듯한 행사라는 건 별반 다르지 않다. 대종상과 같은 서비스 업체 소속 블로거들을 위한 나눠먹기식, 나눠주기식 반쪽 행사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선 실무에 깊이 관여한 태터앤미디어도 반성해야 마땅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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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계는 이제 점점 더 마케팅 이중대로 전락해가고 있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마케팅이 나쁘다는 거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블로그라는 미디어와 부합하는 철학과 방법론을 고민해야 한다. 블로그 콘텐츠 그 자체에 바탕한 수익모델이, 산업화가 필요하다. 마케터의 관리 체제에 일방적으로 순응하는 블로그가 무슨 블로그인가? 광고주와 마케터들의 '콩고물'에 목매는 블로깅, 그런 블로깅으로 세상을 바꾸겠다고? 앗아라, 말아라. 블로그계 마저도 오프라인의 권위와 매커니즘을 그대로 이식한 또 하나의 먹이 사슬, 또 하나의 보이지 않는 감옥이 되어가고 있다. (그림은 친애하는 누에의 작품이다. 잠시 블로그계를 떠나 있는데, 다시 돌아와 블로깅하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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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파워는 네트워크로부터 비롯된다. 파워의 본질은 네트워킹이다. 하지만 서로 가깝게 있는 듯 보이는 우리들은 서로 손 잡지 않으면, 결코 만날 수 없고, 함께 무엇인가 만들어갈 수 없다. 그렇게 닿을 듯 가까이 있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환상의 미로'를 만들어낼 뿐이다. 지금 당장 '손'잡고, 실질적인 연대를 만들어가야 한다. 당신들의 작은 의견 하나 하나가 파워다. 그런 비평권력과 독자권력이 필요하다. 그건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의미 상품'의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고, 또 되어야 한다. 당장 돈이 안되더라도 함께 꿈을 만들어가는 블로거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 누가 도와주지 않는다. 포털 다음이, 포털 네이버가 당신을 도와준다는 생각을 버리자. 우리가 우리를 도울 수 있을 뿐이다. 지금 당장 손을 내밀어 잡아야 한다. 블로그를 도와줄 수 있는 건 블로거 우리 자신일 뿐이다.



짧은 후기.
실은 아틸라의 권유로 토론회 이틀 전에 발표에 참여한다고 연락해서 준비할 시간이 꽤나 부족했다. 그런 와중에 블로그는 맛이 가고, 뜻하지 않게 약속/모임이 계속되는 바람에 정말 준비를 제대로는 고사하고, 최소한으로도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참여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주최측 기대만큼 성황은 아니었지만, 나름으로  의미있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두달 뒤에는 좀더 의미있는 토론회로 거듭나길 바란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발표자는 이정환석진혁이었다. 이정환은 정말 꼼꼼하게 많은 준비를 해왔고, 석진혁은 이 발표를 위해 비디오 동영상을 만들어오는 어마어마한 성실함을 보여줬다. 모두발제를 담당한 정태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김병권 새사연 부원장의 발표는 내가 워낙에 경제 문외한이라서 좀 어렵더라. ㅡ.ㅡ;

뒷풀이에서 이번 토론회를 준비한 새사연 이대원, 태터앤미디어 이성규와 잠깐 대화를 나눴는데, 다음 행사는 좀더 가볍고, 함께 즐길 수 있는, 그런 행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데 모두 공감했다. 더불어 이런 의미있는 토론회, 블로거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행사들이 다양하게 시도될 수 있기를 바란다. 개인적으론 올블이나 블코, 혹은 다음세대재단이나 언론재단, 또 시민단체로선 시민학교(시민행동)나 엠네스티와 같은 곳에서 이런 블로거들을 위한 '판'을 기획/준비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재밌게 놀고, 대화할 수 있는 '판'을 블로거 스스로 만들어가면 가장 좋겠다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다.



* 관련글
파워블로거 1. 서 : http://minoci.net/657
2. 거세당한 블로그 : http://minoci.net/673
3. 환상이 아닌 소망 : http://minoci.net/724
4. 블로그시장과 블로그파워 : http://minoci.net/744
블로그의 미래 : 위기의 블로그 : http://minoci.net/893
블로그얌의 신뢰도 높은 데이터? : http://minoci.net/771
프레스블로그를 통해 본 블로그 마케팅의 암흑구조 http://minoci.net/655

* PT 자료 출처. 모두 초강추.
누에(nooe), 파워블로거 혹은 블로그파워는 가능할까?(2008/11/16)
누에(nooe), 파워블로거 랭킹 1-100위 (2008/11/08) : 그림이 너무 커서 직접 쓰지는 못한..
누에(nooe), 블로거의 암울한 미래 (2008/10/06)
이승환, 대한민국 블로그 어워드 유감 (2009/12/18)
 


현대인의 조건 : 아바타와 전우치

2010/01/24 17:40
091. 정치인의 커뮤니케이션: 아바타와 전우치 (새드개그맨. 10.01.23)
http://sadgagman.tistory.com/101 초강추.

새드개그맨의 팟캐스트를 듣다가 떠오른 단상.

영화나 소설 속에서 '새롭게 태어나기'라는 주제는 별로 새로운 것이 아니다. 심지어 소설의 기원, 이야기의 기원에 대해 바슐라르는 나는 나 아닌 다른 존재일 것이라는 결핍과 불만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힘이며, 본질이라고까지 이야기했다고 한다(이른바 '요나 컴플렉스').

점점 더 나 아닌 무엇이 되고자 하는 욕망이 증가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욕구(가령 미남/미녀가 되고 싶다)는 심리적 강박 상태로 내면화된 것 같다. (비교)우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심리가 일상화된 경쟁사회에서는 항상 타인과 나를 비교하고,  그렇게 비교우위 표지들을 만들어내야 하고, 그래서 결국은 나 자신이 극복되어야 하는 존재인 것처럼 느껴진다.

아바타는 인간의 오만한 이성중심적 세계관을 반박하면서(물론 그 안에는 모순이 없지 않으나) 새롭게 태어나고 싶다는 욕망을 영웅서사 속에서 표현하고 있다. 난 처음에는 오만한 이성중심주의의 배타성과 폭력성을 비판하는 아바타의 친생태적 메시지에 주목했다. 그게 주된 이미지의 잔상이기도 하고. 하지만 새로운 존재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현대인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판타지, 그런 일탈적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아바타의 이미지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반면 현실적 필요의 차원, 즉 수월성, 효율성이라는 관점에서는 나를 극복하고, 나(이성)라는 감옥을 탈출하는 것이 아니라, 분신술, '여러 개의 나'를 우리는 원한다. 영화 아바타에서 '아바타'는 자기 존재의 극복을 내포하고 있다면, 현실적 필요의 차원에서 나를 확장하고, 복제하는 욕구는 영화 전우치(혹은 손오공^^)의 분신술을 연상시킨다.

현대인은 나라는 껍질을 벗고 새로운 무엇인가가 되고싶은 자기 부정적 존재이면서, 동시에 '여러 개의 나'를 필요로 하며 극단적인 자기 확장적 분신술을 갈망하는 존재다. 여러 개의 자신을 필요로 하는 현실이 만들어 낸 판타지가 자기 극복 혹은 자기 부정인 셈이다. 이건 정말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조건인 것 같다. '모든 현대인은 정신분열증을 갖고 있다'는 말은 이런 현대인의 이율배반적 상황을 씁쓸하게 위로하고 있는 듯 하다. 



강남좌파와 선거혁명

2010/01/23 05:18
* 강남좌파
* 강남좌파와 시골우파 에서 이어지는 글.

사회를 변화시키는 가장 보수적인 방식은 선거다. 선거혁명이라는 말은 역설이다. 왜냐하면 혁명을 불가능하게 하는 현대 민주주의 국가체제의 최후 보루가 선거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지독히도 보수적이고, 무던히도 안정희구적인, 아주 소박하고, 무기력하기 짝이 없는 '선거 민주주의'라는 관점으로 보더라도, 강남좌파라는 말은, 아직은, 여전히 허상에 가깝다.

왜냐하면 강남 혹은 소위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에서 대한민국 어느 곳 보다도 가장 충실하게 '계급 투표'의 성격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최근 선거에서 보여준 흐름들을 살피면, 강남좌파는 현실을 은폐하는 '자본주의 문화 논리', 그렇게 상품과 문화가 상호 불가분인 고도화된 소비사회에서의 신상품(의식상품)일 확률이 높아 보인다.

나는 물론 이런 소비문화를 단순히 배격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상품의 선택에 담겨 있는 소비 철학을 적극적으로 분석하고, 읽어내며, 그 문화를 좀더 정치적인 상상력으로 엮어내야 하고, 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그 소비문화 안에 담긴 최소한의 긍정적 가능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현재와 같은 명확한 계급투표, 자신의 존재에 충실한 의식으로서의 투표, 자신의 부동산 가격을 유지시켜주거나, 혹은 자신의 세금을 덜 뜯어갈 정당에게, 후보에게 투표하는 양상이 계속된다면, 강남좌파는 신기루이며, 현실을 기만하는 위장술에 불과하다. 즉, 강남좌파가 최소한의 사회적 함의, 정치적 함의를 '객관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현재와 같은 투철한 계급적 투표의 양상을 깨뜨리거나, 혹은 최소한 그 균열의 흔적을 보여줘야 한다. 그런 일이 생겨나지 않는다면, 강남좌파는 자본주의 소비문화논리가 만들어낸 자기 기만적 해프닝에 불과하다.

* 발아점
강남좌파와 아이폰 (mu)  
http://edu.minds.kr/548 추천.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로딩장애를 겪는 일은, 저로선 일종의 연례행사 같은 일인데요. 아니나 다를까 또 발생했네요. ㅡ.ㅡ; 정확히 로딩 장애가 발생한 시점은 모르겠는데요. 어제 저녁(?) 부터 인 것 같습니다. 일전에는 댓글의 주소 입력 오류 때문에도 로딩 장애가 발생한 적 있는데, 그래서 그 원인을 찾는데 꽤 시간이 걸렸는데, 이번에도 역시 원인이 뭔지는 감조차 잡히지 않네요.

특별히 블로그 설정을 바꾼 기억이 없습니다. 평소 제 블로그(민노씨.네)에서 페이지를 여는데 걸린 속도가 평균 3초~5초 정도라면, 현재는 로딩속도가 10배 정도 느려졌습니다. 이건 느려졌다기 보다는 뻗었다고 표현하는게 맞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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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http://webwait.com 테스트

제가 기술적으로 문외한이라서 그 원인 찾기가 무척 어렵네요.
http://tools.pingdom.com/ 에서 로딩 분석을 시도해봤습니다만, 이상하게 테스트 자체가 안됩니다.
모쪼록 고수들께 조언을 구합니다. (_ _)

* 문제해결 과정
1. 위젯(플러그인), 사이드바 배너를 거의 다 뗐고, : 해결안됨
2. 문제 발생 인지 직전의 댓글들도 몇개 옮기고 : 해결안됨
3. 호스팅업체 문의에도 서버쪽은 별 이상이 없다고 답변이 오고 : 해결안됨
4. 최후의 방법으로 블로그 업뎃 : 1.7.7에서 일단 서버업뎃 없이 가능한 1.7.8로 : 직후에는 별 차도 없음
5. 다시 호스팅업체에 재문의 : 문의한지 1시간쯤 뒤에 ikechoi님께서 트위터로 문제해결되었다는 소식을 전해줌.
6. 결론은 위 4. 혹은 5에서 해결된 것 같은데, 아직 정확히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은 모르겠음.

7. 최종결론. 호스팅업체에선 딱히 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한 바, 위 4의 방법으로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음. 즉, 블로그 갈아타기(버전 업)을 통해서 문제 해결. 이전 버전에서 내부적으로 뭔가 꼬인 것 같다능.




강남좌파와 시골우파 : 아틸라 인터뷰

2010/01/21 00:40
* 강남좌파 에서 이어지는 글.

내일 위클리경향과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 왜 나같은 사람과 인터뷰 하려는지에 좀 의문이다. 겸손이 아니라 진심이다. 물론 그 진심에는 허명에 대한 유치한 공명심과 이에 대한 경계가 포함되어 있다. 이런 나는 참 뼛속까지 속물이다. 이런 가벼운 인터뷰 요청, 혹은 이런 저런 곳에서의 원고 요청 등을 접하면, 물론 반가움이 앞서지만, 또 한편으로 내 블로깅이 뭔가  '의식 있어 보인다'는 삘, 그런 식 허상을 의도했나 스스로 반성 비스무리한 생각도 해보고, 그런 이미지 메이킹에 아주 실패하지는 않았구나 싶은 마케터 같은 생각도 해보고, 한편으론 인터뷰이를 선정하는 접근 방식이 역시나 '우연한' 점조직 형태인건가?(주로 협소한 인맥 등을 통해 소개받는 그런 방식) 생각도 해봤다. 일전에 역시 위클리경향에서 했던 짧은 전화 인터뷰 인연인가 이런 생각도 든다.  주간지 인터뷰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이런 쓸데없는 상념을 늘어놓나 싶은 생각도 든다.

지난 금요일 심상정과의 만남, 지난 연말 주낙현 신부와의 만남. 그 후기들은 꼭 쓰고 싶은데, 어쩐지 마음이 더 가는 주제들에 대해선, 그렇게 더 조심스러운 마음, 혹은 애정 때문에 글이 많이 늦어지거나, 아예 못쓰기도 한다. 참 바보 같다.

각설하고, 낮에 전화통화로 간략한 사전조율 하면서 궁금한 걸 물었다. 어떤 주제에 대한 인터뷰인가? 담당 기자가 전해준 키워드는 '강남좌파' '라이프 스타일' '88만원세대' '젊은 층이 바라보는 정치와 사회' '새로운 진보의 모습' 이런 정도다. 그런데 조금 전 우연히 아틸라에게 전화가 왔다. 겸사겸사 내일 인터뷰 주제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게이터로그의 아거와 함께 아틸라는 내 블로깅 역사를 통털어 가장 큰 영향을 준 블로거 가운데 한명이다. 내일 인터뷰에 큰 참조가 된 것 같다.

* 이하 아틸라가 전해준 의견들을 간단히 정리해본다. 괄호는 내 질문이고, 나머지 문장들은 내가 재구성한 아틸라의 답변이다. 부실한 기억력에 의해 본의 아니게 왜곡된 부분이 없지 않다. 미리 양해를 구한다.

1. (강남좌파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당신은 강남좌파라는 아이콘에 부합하는 사람들 가운데 하나라고 나는 생각한다. 당신 생각이 궁금하다.)  이것은 일단은 문화 현상으로서 접근해야 하지 않나 싶다. 다만 이 '강남좌파'라는 게 실체가 있는건지는 잘 모르겠다.

2. (공감한다. 내가 생각하는 강남좌파도 돈 잘 벌고, 비판적인 사회의식을 가진 사람 정도의 막연한 '이미지'다. 이게 정말 개념규정이 명확하게 가능한 건지 회의적이다) 스스로 우파를 자임하는 사람들이 우파도 납득할 수 없는 행동들을 한다. 4대강사업, 세종시 문제, 최근 사법부에 대한 공격 등은 합리적 우파 내부에서도 수용하기 어려운 행동들이다. 이들이 상식적인 우파, 혹은 리버럴들의 설 자리를 밀어내는 작용을 하는 것 같다.

3. (흥미로운 관점이다) 대한민국 우파의 편협함이 합리적 우파의 입지를 점점 더 좁게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리버럴'도 '좌파'인 것처럼 보지 않나? 이런 점이 강남좌파라는 이미지와 연계된 것 같다. 최근 어떤 목사가 '파랑'(우파)과 '빨강'(좌파)을 섞으면 보라색인데, 그건 빨강과 가깝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시사점이 있다.

4. (좀더 이야기해달라) 노무현 전대통령이 대선에 승리할 수 있었던 건, 이런 '강남좌파' 성향도 한 몫 한 것 같다. 내 친구들 중에 이런 강남좌파에 속하다고 볼 친구들이 많은데, 그들 가운데 상당수가 노무현을 선택한 것도 사실이다.

5. (노무현 사례도 있지만, 이명박 사례도 있지 않나. 지난 대선과 총선은 계급 투표의 성격도 있지만, 거기에 반하는 지역 투표의 성격도 크다. 특히 경상도에 사는 나이 많은 세대들은 '그냥' 한나라당 찍는 것 같다.) 왜 "시골우파"에 대해선 이야기하지 않는지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후기 : 이 문제는 강남좌파의 정반대 지점에서 '가난한 우파'의 문제와 연계되는 것 같다.)

6. (강남좌파는 실체가 있다고 볼 수도 있을까) 386들이 기존 사회에서 밀려난 뒤에 간 곳이 상징적이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대치동으로 가서, 학생운동 조직마인드로 과외산업을 키워냈다. 그네들 말을 직접 들어보면 학부모와 상담하면서 밥벌이로 사교육 컨설팅을 하지만, 자기들 자식은 과외안시킨다는 친구들도 있다.

7. (참 재미있는 지적이다) ....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라는 말 있지 않나.. 그게...

8.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 요즘은 '부동산이 계급이고, 부동산에 바탕해 투표'한다는 '부동산 선거'라는 말도 생긴 것 같다. 시민운동, 사회운동이라는 적극적 변혁이 아닌, 소극적인 선거 민주주의라는 관점에 과연 강남좌파는 자신의 계층 계급적 기반-존재-에 반하는 의식적인 투표가 가능하다고 보는가)  가능성은 있다.

9. (강남좌파와 386이 붐을 일으킨 과외산업의 상관관계가 흥미롭다) 우파에게도 공평하지 않은, 혹은 상식적 우파에게도 설득력을 상실한 MB류 우파들은 노무현에게 보여줬던 386의 집단의식을 다시 만들어낼 수도 있다.

10. (우파들이 '상징'을 다루는 관리능력에서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 같다. 최근 우연한 기회에 진보신당 심상정을 만났다. 소위 우리나라 진보정치계에게 '강남좌파'라는 현상은 기회가 된다고 보나) 그렇다.

.... 이상 괄호는 내 질문을 재구성, 나머지는 아틸라의 답변을 재구성한 것이다.


* 짧은 정리 : 아틸라와의 인터뷰를 짧게 정리해본다.
1. 강남좌파는 문화현상이지, 그 구체적인 실체를 개념 규정하기는 대단히 힘듦.
2. 노무현 넥타이 부대 사례를 강남좌파로 직접 연결짓기는 건 좀더 구체적인 근거가 필요할 듯. 다만 역사적으로 오히려 강남좌파적 현상은 과거에 있었던 현상의 반복이라는 차원으로 접근할 수는 있을 듯.
3. 긍정적인 해석 : 존재와 의식의 사이의 균열 혹은 긴장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극복할 수 있는 적극적인 의식화의 가능성.  
4. 부정적인 해석 : 결국 현 시스템을 만들어낸 운동의 방향성을 비관적으로 판단하면, 피상적이고, 과시적인 문화가 새롭게 자신들의 사회적 부채의식을 합리화시키고, 알리바이를 제공해주는 (지적) 악세사리로 머물 수 있는 가능성도 상당. 이른바 내가 주로 쓰는 표현을 빌자면, '지적 된장질'. 혹은 '이중사고에 의한 자기 합리화. 
5. 최소한 진보정치권에선 이런 현상의 부정적인 측면만을 주목하기 보다는 긍정적인 측면에 대해 눈길을 돌릴 필요가 있어 보임.

* 이 글은 강남좌파와 선거혁명 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