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조건 : 아바타와 전우치

2010/01/24 17:40
091. 정치인의 커뮤니케이션: 아바타와 전우치 (새드개그맨. 10.01.23)
http://sadgagman.tistory.com/101 초강추.

새드개그맨의 팟캐스트를 듣다가 떠오른 단상.

영화나 소설 속에서 '새롭게 태어나기'라는 주제는 별로 새로운 것이 아니다. 심지어 소설의 기원, 이야기의 기원에 대해 바슐라르는 나는 나 아닌 다른 존재일 것이라는 결핍과 불만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힘이며, 본질이라고까지 이야기했다고 한다(이른바 '요나 컴플렉스').

점점 더 나 아닌 무엇이 되고자 하는 욕망이 증가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욕구(가령 미남/미녀가 되고 싶다)는 심리적 강박 상태로 내면화된 것 같다. (비교)우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심리가 일상화된 경쟁사회에서는 항상 타인과 나를 비교하고,  그렇게 비교우위 표지들을 만들어내야 하고, 그래서 결국은 나 자신이 극복되어야 하는 존재인 것처럼 느껴진다.

아바타는 인간의 오만한 이성중심적 세계관을 반박하면서(물론 그 안에는 모순이 없지 않으나) 새롭게 태어나고 싶다는 욕망을 영웅서사 속에서 표현하고 있다. 난 처음에는 오만한 이성중심주의의 배타성과 폭력성을 비판하는 아바타의 친생태적 메시지에 주목했다. 그게 주된 이미지의 잔상이기도 하고. 하지만 새로운 존재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현대인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판타지, 그런 일탈적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아바타의 이미지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반면 현실적 필요의 차원, 즉 수월성, 효율성이라는 관점에서는 나를 극복하고, 나(이성)라는 감옥을 탈출하는 것이 아니라, 분신술, '여러 개의 나'를 우리는 원한다. 영화 아바타에서 '아바타'는 자기 존재의 극복을 내포하고 있다면, 현실적 필요의 차원에서 나를 확장하고, 복제하는 욕구는 영화 전우치(혹은 손오공^^)의 분신술을 연상시킨다.

현대인은 나라는 껍질을 벗고 새로운 무엇인가가 되고싶은 자기 부정적 존재이면서, 동시에 '여러 개의 나'를 필요로 하며 극단적인 자기 확장적 분신술을 갈망하는 존재다. 여러 개의 자신을 필요로 하는 현실이 만들어 낸 판타지가 자기 극복 혹은 자기 부정인 셈이다. 이건 정말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조건인 것 같다. '모든 현대인은 정신분열증을 갖고 있다'는 말은 이런 현대인의 이율배반적 상황을 씁쓸하게 위로하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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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 온라인 상의 정체성? 정치성?

    Tracked from 어쿠스틱 마인드 2010/01/26 17:23 del.

    dancing thought bubbles by alicepopkorn 요즘은 웹2.0 이라는 표현이 어떤 느낌인지는 사람마다 다 다른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굉장히 좋은 뜻으로 사용하고, 어떤 사람들은 진부한, 단순히 마케팅적인 수사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이제는 조금 유행이 지난 이야기 아닌가 하기도 합니다. 저는 이 웹2.0 이라는 표현(유행)에서 정체성과 연결되어 주목하는 개념이 한 가지 있는데 바로 '집단화된 정체성'입..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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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러브티 2010/01/25 23:03

    자기 부정과 자기 확장 ㅠㅠ 현대인이 맨정신으로 살기에 너무나 어려운 세상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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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0/01/26 03:03

      그러게요. ㅜㅜ;;

  2. 가즈랑 2010/01/25 23:38

    아바타를 보고 난 사람들에게게 우울증 증세가 나타나기도 한다는 기사(http://news.google.co.kr/news?sourceid=chrome&q=아바타%20우울증&um=1&ie=UTF-8&sa=N&hl=ko&tab=wn)를 봤습니다. 처음엔 좀 뜬금없다고 느꼈는데요...팍팍한 현실과 그와는 판이하게 다른 영화속 이미지와 인물들을 생각해보니 그럴수도 있겠다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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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0/01/26 03:06

      아, 언제나 반가운 가즈랑님. : )

      그런 기사가 있나요?
      알려주신 링크로 접근해보니 이상하게 검색이 안되네요.. ^ ^;;
      어찌된 일인지... 기사량에 변동이 생겨 결과가 달라진건지...

      문득 황지우의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가 떠오르네요. ㅎㅎ

  3. 서진 2010/01/25 23:36

    정말 공감. 아바타를 보면서 이래저래 생각이 많았는데요.
    이 글 마지막 부분에 크게 공감하고 가요.

    정말 모든 현대인은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꿈꾸고 있는 듯.
    자유로운 사회가 될수록 그게 더 심해지는 것 같아요.

    그나저나 오랜만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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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0/01/26 03:07

      서진양(서진씨? ^ ^;; ) 정말 오랜만이네요.
      이렇게 잊지 않고 가끔씩 들러주시니 정말 반갑습니다. : )

  4. 민노씨 2010/01/26 02:46

    * 사소한 추고.
    오타 수정. ㅡ.ㅡ;; 분실술 -> 분신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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