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요즘 좀 우울하다. 캬라멜 결핍증이라서 그런다.
이 글은 좀 많이 뒷북이고,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도 아니며, 솔직히 좀 부담스러운데...
그래도 포스팅할 가치가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포스팅할 가치'라는 말이 좀 웃기긴 하다.
그건 너무 상대적이고, 주관적이잖아.
암튼 최소 객관성의 차원에서 하는 말이다.
최소 객관성... 이 말도 좀 웃긴다.
계속 해서 웃기는 말이 꼬리를 물지만...

가급적 짧게 쓴다.
그런데도 좀 길어질 것 같긴 하지만.


1.
내가 좋아하는 블로거들 중에 써머즈님이 계시다.
이 글은 솔직히 써머즈님 때문에 쓰는 글이기도 하다.
써머즈님께서 쓰신 글이 엉뚱한 비판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지만, 다소 강한 동기를 부여했다는 점은 부정하지 않는다.
어떤 블로거에 대한 호불호 때문에 포스팅의 결론이 좌우되거나, 혹은 논거들이 서로 다른 표준에 의해 사용되는 일은 물론 없다.

우리는 어떤 아무개를 옹호하거나, 반대한다고 흔히 말한다.
그런데 엄밀하게 말하면 어떤 '의견/견해/주장'에 대해 그러는 거다.
그 아무개(블로거)를 어떤 단일하게 고정된 '의견/견해/주장'과 동일시하는 것은 몹시 위험한 일이다.

우리들 안에서도 모순들은 항상 꿈틀거리지 않나.
그리고 우리는, 늘 그래왔듯이, 변화 속에 있고, 과정 속에 있다.
의견과 주장, 느낌과 감상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것들을 어떤 특정한 시간 속에 고정시키는 블로깅 역시 마찬가지다.
블로깅한다는 것은 그 과정과 변화에 뛰어들어 능동적으로 참여한다는 의미다.
블로깅한다는 것, 포스팅한다는 것은 어떤 완성된 이론을, 신념을, 신앙을 전파하는 것은 아니다, 아니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설혹 그렇다고 하더라도 항상 스스로의 오류가능성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가장 합리적인 다수설을 찾기 위해, 혹은 의미있는 소수설을 세우기 위해 서로 다툴 뿐이고, 서로 응원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그러니 어떤 블로거를 좋아하기 때문에 혹은 그 반대라서, 그 목적을 위해 포스팅한다는 건 포스팅이 지켜야 할 최소한을 그냥 지워버리는 짓에 불과하다. 나는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나름으로 노력이나마 할 생각이다.

오히려, 물론 현실적으론 그렇게 하는게 힘들다는 거 인정하는데, 친한 블로거일 수록 좀더 비판적으로 읽어내고, 또 그 동료 블로거가 표현해내는 온라인 실존의 진지하고, 즐거운 풍경 속으로 뛰어들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하는 편이다.

블로거들은 '링크'를 통해 서로 연결되고, 그 링크를 통해 애정을 나누고, 또 때론 과격한 전투도 치룬다.
그건 물론 즐거운 일이지만, 실상은 좀 힘든 일이기도 하다.

'내가 왜 굳이 이렇게 사서 고생해?'

이런 생각 많이들 하실줄로 생각한다.
나도 종종 그런다. 실은 자주 그런 생각이 들고, 좀더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글을 쓴다는 것이 갖는 누군가에게 말을 건네거나 이야기한다는 즐거움과 흥분, 그리고 그 따뜻함은 물론이지만, 그와 비례하게, 아, 이 부끄러운 글을, 또 이런 괜한 짓거리를... 이런 생각도 들곤 한다. 그것도 꽤 자주, 그런 부끄러움과 후회가 생겨난다.

'왜 굳이 이런 마음 고생을 사서 한단 말인가?'

하지만 나는 그걸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애정행각과 전투가 없다면, 그냥 좋아하는 블로거에게는 '아, 역시 명문입니다' '좋은 글이군요' 이러기만 하고, 그 반대의 블로거에게는 '쟤 뭐니?' 이러고 있다면 블로그계에 미래는 없다.

비판정신, 개방성, 참여, 공유...

이 따위 말을 꺼내지나 말던가.
지나가던 개가 환하게 웃는다.

이런 식이라면 그냥 포털의 트래픽에 기생하는 포털 하청 블로그로, 그저 덕담이나 나누고, 뒷담화에 심취하는 끼리끼리 블로그로 남아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그런데 블로그가 세상을 바꾼다구? 놀고 있다. 이런 끼리끼리 블로깅으로 무슨 세상을 바꾸나.

이래서는 대한민국판 인맥, 학연, 기타 등등의 연장선에 불과하게 되고, 그저 지배적인 경향과 가짜권위에 종속되는 블로깅만이 남게 될 뿐이다. 나는 이런 관성적인 경향, 오프의 뻔뻔한 관습들, 비합리적인 시스템이 싫었다. 그래서, 그런 의미에서 가능성으로서의 블로그가 좋았다.

말이 역시나 길어지면서 논점이 퍼진다.
다시 돌아가자.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는 블로그 상호간 '비판'에 관한 거다.


2.
스물다섯님께서 쓰신 '찌라시 언론보다 더한 블로거'는 내가 보기엔 핀트가 좀 잘못 맞춰진 것 같다.

위 글이 담고 있는 최소한의 취지에 나 역시 찬성하는 편이다.
위 글의 취지를, 내 식으로,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 찌라시 언론의 자극적인 '미끼글'에 대해 블로거들이 자신의 정치적 당파성, 혹은 감성적 경향에 호응한다는 그 이유만으로 너무 무비판적으로 접근하는 태도에 대해 경계한다.
  • 블로거들이 그런 자극적인 이슈를 (정치적인 목적에 편향된 채, 혹은 트래픽 유혹에 빠져) 포스팅하고, 여기에 편승하는 경향에 대해 우려한다.  

뭐 이 정도인 것 같다.
여기까지는 찬성이다.
그리고 공감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글은 정당한 비판이라기 보다는 신경질에 가깝다는 점이다.
그게 신경질인 이유는 위 글의 취지, 그 비판이 갖는 의미를 글 자체가 제대로 소화하고 있지 못하는 불균형에 있다. 그리고 비판대상들의 예시, 다른 글들도 그렇지만, 특히나 써머즈님 글은 거기에 왜 올라갔는지 의문이다. 솔직히 좀 벙찐다. 왜냐하면 '책임있는 글쓰기'를 강조하는 글에서 정작 '감상적이고, 추상적인' '삘'에 의지한 예시(근거)들이 나열되어 있으니까.

이하 간략히 지적한다.


3. 하나.

일단 [빅뉴스](라는 내가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사이트에 실린, 실은 안지도 며칠 안되긴 하지만) 변희재씨 글과 찌라시 언론이라고 지칭한 [고뉴스] 기사에 대한 지적은 맞다고 본다. 내용인 즉 스물다섯님께서도 말씀하셨듯, 변희재씨 글을 고뉴스가 좀 '자극적으로'(특히 제목이 강한 미끼성인데) '받아쓰기'한거다.

  • 빅뉴스 변희재
    이명박측, "포털에 밤새 전화걸었다" 발언은 사실
    진성호 간사의 발언은 필자의 정책 제안 과정에서 나왔다
    [등록일: 2007-10-23 오후 3:06:52]
  • 고뉴스 김성덕 기자
    “정권 잡으면 너희 다 죽는다”… 이명박 ‘포털 회의’ 파문
    [김성덕 기자 / 2007-10-24 14:59]

    ☞ 위 기사 주소는 댓글창 참조.
    굳이 본문에 링크를 걸지 않는 이유는 그다지 추천하고 싶은 글이 아니라서 그런다.
사소하게 부연하자면, 자칭 '포털과 온 몸으로 싸우고 계신' 변희재씨 주장의 핵심은 간단하다. 뉴스편집기록 공개하라는 거다. 솔직히 반대할 이유는 없다. 나도 찬성이다. 그런데 이 간단한 주장을 펼치기 위해 너무 설레발친달까(경박한 표현은 죄송), 그런 느낌이다. 간단한 주장을 위해서 너무 아리까리한 논리로 이것 저것 불필요한 말들이 많다.

그게 왜 그런가 생각해보면, 이는 주관적인 인상에 불과할지도 모르겠지만, 자기를 과시하려는 다소 유아적인 노출증이랄까, 그런거 같다. 물론 그런게 전적으로 없는 사람도 없겠지만, 너무 심하니까 좀 보기에 (주: 아마도 이명박씨가 이 글을 혹여라도 읽는다면, 그런 일은 없겠지만, 그건 보는게 아니라 읽는거겠죠, 이럴까? ㅎㅎ 농담이다) 민망하다.

부연에 부연하자면, 조선일보가 한겨레보다 진보적이라고 주장하는 변희재씨. 그 주장의 지엽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슬프게도 긍정하지만, 거시적인 차원에서는 그다지 찬성할 수 없는 주장들이다. 조선일보가 진보적이라는 이유가 포털을 비판해서 그렇다는 논조에 대해서는, 조선일보는 그저 자신의 '경쟁자'로서의 포털을 '견제'하기 위해 '변희재'씨를 활용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한다.

물론 역으로 보면 변희재씨도 자신의 명망을 위해 그런 것일테지만. 난 그런 명망에 대해 그다지 권위를 인정하지는 않는 편이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글 말미에 보면 조선일보에서도 기고하는데, 왜 한겨레에서는 원고청탁하지 않나, 뭐 이런 푸념같은 뉘앙스도 느껴지는데.... 좀 그렇다. ㅡ..ㅡ;


4. 둘.

그런데 그 '고뉴스'를 무비판적으로 다시 받아쓰기 하고 있다고 '블로거들'을 비판하는 스물다섯님의 '근거'라는 게 제목이 비슷하다는 것 뿐이다. 제목을 자극적으로 '따라쓰고' 있다는 것. 물론 그런 글이 없지 않을테다.

그런데 이건 반복해서 말하지만, 정말 무책임하다. 글 자체의 제목이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받아쓰기'라거나, 혹은 '난독증'이라거나 이런 비판이 세상에 어딨나? "찌라시 언론보다 더한 블로거들의 난독증"이라는 과감무쌍한 비판과는 어울리지 않는 빈약한 논거다.

그럼 (비약임을 인정하면서, 재미삼아 써본다면) 프루동의 [빈곤의 철학]을 비판하기 위해 쓴 마르크스의 [철학의 빈곤]은 프루동을 따라 한건가? 마르크스는 난독증인건가?

가령, goooodLog를 운영하시는 gooood님께서는, 성숙하게, 스물다섯님의 지적을 본문에 '추가'하고 계신데, 제목이 좀 자극적이고(그런데 반드시 제목을 '얌전하게' 쓸 필요도 없다고 본다. 물론 본문과 전혀 상관없는 이른바 낚시질에 대해선 나 역시 반대하지만), 결론이 다소 비약적이긴 하지만, 내 주관적인 표준으로는 있을 수 있는 주장을 하신 것 같다.

그러니까 비판의 무게에 부합하려면 좀더 구체적으로 '그 글'의 '내용'에 대해서 비판해야지, '이 글은 찌라시 언론 제목 따라쓴 글이다!' 이런 과감한 주장은 그다지 설득력을 갖기 어렵지 않나 싶다.

그리고 몇몇 블로거들께서 댓글로 지적하신 내용이지만, 스물다섯님께서 쓰신 글의 비판 취지 중 하나가 '자극적인 찌라시 언론 제목' 따라하기(쉽게 말해 미끼질)에 대한 경계라면 스물다섯님께서 쓰신 글의 제목은 자신의 글이 담고 있는 비판의 본질, 그 취지를 몰각시키는 과도한 자극적 수사로 구성되고 있지 않나 싶다.


5. 셋

할 얘기가 점점 더 많아져서 스스로 좀 지루해지는 것 같다.
읽는 독자들이야 오죽하겠나 싶어서 여기서 줄일까 싶다.

끝으로 하나만 더.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블로거 분들 관련 글 쓰실 때 조심하셔야 해요.
정확한 사실관계부터 파악하시고,
아는 만큼만 쓰시길 바랍니다.
요점은 간단합니다.
<고뉴스>에게 모두 낚였다는 겁니다.

- 스물다섯, 찌라시 언론보다 더한 블로거들의 난독증
나로서는 찬성할 수 없는 주장들을 은연중에 강조한다.
그건 이를테면 '함부로 쓰지마라' 류의 엄숙주의, 혹은 '선거법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라'류의 순응주의다. 글 중간 중간 비판적인 외양을 갖고 있지만, 이런 표피적인 엄숙주의나, 추상적인, 별다른 고민이 느껴지지 않는 시스템에 대한 순응주의에 대해서는 오히려 스물다섯님께서 좀 더 스스로의 글쓰기를 비판적으로 고민해야 하지 않나 싶은 마음마저 든다.


6. 결

기회가 닿을 때마다 강조하지만, 비판은 가장 고양된 애정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조선일보를 비판하거나, 한겨레를 비판하는 이유가 그 쥐똥만큼 차이 나는 정치적 당파성, 정치적 위치에 대한 반영에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저널리즘이라는 좀더 높은 가치를 고민하는, 그 저널리즘이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영원히 진행되어야 마땅한 논쟁에 뛰어드는 능동적인 참여일 뿐이다.

명박을,  정동영을, 문국현을, 권영길을 비판하고 때로는 격려하는 이유도 이와 같다. 정치에 대한 고민어린, 애정어린 참여라는 좀더 커다란 가치가 그 비판 혹은 격려 안에 내재되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런 행위를 격려하지는 못할망정 초쳐서야 안되지 않나.

블로그라고 뭐 별 다를거 있겠나.
'블로그란 무엇이고, 블로그를 통해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블로기즘에 대한 고민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이는 블로거 상호간의 치열한 비판과 논쟁과 대화를 통해서 조금씩 만들어가는거다. 그저 신경질 부리거나, 혹은 니 편, 내 편으로 마음의 선을 그은 상태에서 편견으로 함부로 이것저것 재단하려다가는 '찌라시 언론이나 블로그나 방구나 뽕이지' 이런 소리나 듣기에 딱 맞을테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그 실수를 통해서 배운다.
나 역시 실수투성인데, 이 글에 그 실수의 흔적들이 있다면 언제든지 과감한 비판 날려주시라.
그건 정말 고마운 일 아닌가.
다만 소모적이고, 감정적인 신경질은 정중히 사양하는 바다.

이상이다.




* 발아점.
직접 읽고 판단해보시길 바란다.


써머즈, 정권 잡으면 너희 다 죽는다. 10년 전에는?

위 글은 스물다섯님의 글을 통해 비판받아야 할 이유가, 적어도 내가 읽기론, 전혀 없다.


*  스물다섯님의  답글

스물다섯, 찌라시와 난독증

스물다섯님의 답글 잘 읽었습니다.
고마움을 전합니다.



0. 올블 갔다가 좀 황당했습니다.

실은 이회창 대선출마 분위기에 관한 블로거들의 생각이 궁금해서 갔는데요, 의외로 '여론조사'가 메인창의 첫 번째 이슈더군요. 이회창은 없었습니다. 당연히 있으리라 예상했는데, 아마도 내일쯤은 있겠지만요.

문국현 후보에 대해 호감을 갖고 계시는 일부 블로거들께서 여론조사 음모론을 주장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런데요. 그 마음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건 아닙니다. 제가 문국현 후보라면, 혹은 문캠프 관계자라면 여러분들 반응이 반갑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문국현 후보와 관련해서 한국일보 여론조사에 대해 음모론을 주장하시거나, 혹은 한국일보를 비판하시는, 나아가 (이를 근거로) 포털을 비판하시는 일부 블로거들께서 보여주신 반응은 좀 심하게 오버 같습니다.

이하 올블에서 추천 게이지가 만땅으로 찬 글들입니다.

문국현이 1위하자 여론조사를 없애버리는 한국일보..
참. 황당한 언론이다. (투표를 합시다)

위 글에 대해서는

대선여론조사를 믿을 수 없다는 이들에게 - 표본크기? 응답률?

위 글이 사태를 깔끔하게 정리한 것 같더군요.
그래서 저도 위 tjtjd님의 글에 한표 던졌습니다(올블 추천했다는 의밉니다).


1. 한국일보 사이트에서 대선후보 관련 라이브 폴을 계속하지 못하는 이유.

상식적으로 생각해봅시다.
문국현 후보에 대한 한국일보 여론조사가 계속되지 못한 이유는 자명합니다.
제가 한국일보 라이브 폴 책임자라고 해도 그 조사를 계속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의미가 사라져버렸기 때문입니다.

조사가 아무리 인기투표이고, 참조에 불과하더라도 '최소한의 객관성'이 '인위적으로' 무너진 것이 명백해 보입니다. 굳이 그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도 다들 아시겠지요. 굳이 설명드리자면, "### 후보에 투표합시다"라고 '### 지지 커뮤니티'에서 선동하면, 그래서 그대로 조사에 반영된다면, 이는 말 그대로 선동인데요, 그게 무슨 여론조사입니까.


2. 언론사닷컴에서 벌이는 소위 '라이브 폴'(실시간 여론조사)

저 역시 여론조사를 그다지 신뢰하지는 않는 사람 중에 한 명입니다.
더욱이 언론사 사이트에서 행하는 해당 매체 독자들의 소위 '라이브 폴'은 아예 여론조사가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객관성을 유지하기도 힘들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가령 다음과 동일한 질문에 대해 언론사닷컴에서 라이브폴을 한다고 칩시다.

질문. 국가보안법은 폐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1. 그렇다 2. 아니다. 3. 잘 모르겠다.

위 동일질문을
a. 인터넷한겨레에서 하는 것과
b. 조선닷컴에서 할 때 여러분들께서 예상하시는 결과는 어떻습니까?

최근에도 위와 같은 일이 있었습니다. 동일한 사안에 대한 여론의 반응을 살피는 경우에도 그 결과가 정반대로 나오는 경우죠. 이를테면 신정아-문화일보 사건의 경우에도 SBS의 이슈 폴과  인터넷한겨레 라이브 폴은 동일한 질문에 반대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게 언론사닷컴 게시판에서 행사는 여론조사입니다.

저로선 이런 식이라면 차라리 언론사닷컴 게시판에서 행하는 라이브 폴은 사라지는 편이 낫지 않나 싶을 지경입니다.


3. 한국일보 사이트에서 라이브 폴이 계속된다면...

한국일보 라이브 폴이 계속되서 문국현 후보가 70%를 상회하는 지지를 얻었다고 칩시다. 그게 문국현 바람을 의미하는 근거로 중앙일간지의 기사가 되거나, 문국현 '바람'이 거짓이 아니었구나... 라는 근거로 블로거들에게 '인용'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십니까? 정말 순진한 생각이십니다.

오히려 반대일 겁니다.
문국현 지지층의 맹목성을 비판하는 근거로 사용될 여지가 훨씬 더 높아 보입니다. 쉽게 말해서 문국현 지지에 대한 '조롱'거리로 둔갑할 여지가 훨씬 큽니다. 제발 문국현 후보를 진정으로 지지하신다면, 문국현 후보에게서 희망을 보신다면 이런 식의 행동은 자제해주시길 바랍니다.


4. 여론조사에 대한 비판
 
여론조사에 대해서는 저 역시 매우 비판적입니다.
그리고 저는 여론조사가 갖는 허구성이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여론조사의 허구성은 좀더 적확하게 표현한다면, 여론조사 자체의 허구성이라기 보다는 그 여론조사를 '해석'하는 정치적인 당파성 만발한 언론들이 행사하는 의도적인 활용에서 있어서의 왜곡 이라는 측면이 훨씬 더 커 보입니다.

여론조사의 허구성을 비판하시려면, 이런 '해석'의 차원, 그 여론조사 결과가 어떤 맥락과 역학, 관계에서 유통되는지를 전체적인 구조의 차원에 살피시는 것이 사안의 본질에 좀더 접근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령

이명박 지지율이 저렇게 높은 이유

위 글은 구조적인 관점에서는 이명박 지지율이 갖는 함정을 잘 지적한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가 좀더 탁월하게 생각하는 소요유님의 글은 이 글이 아니라...

종이 신문을 많이 읽으면 공부를 잘한다?

이 글입니다.
이 글이 여론조사를 객관적인양, 실은 '악의적으로' 활용하는 조선일보의 논점을 공격하는 방식은 정말 탁월합니다. 이와 비슷한 경우로는 제가 키로그로 입력한 여론조사의 허구성 (내용은 '민주주의는 자제되어야 한다'는 조선일보의 과감한 주장에 이용된 여론조사의 해석에 대한 내용입니다)에 관한 조선일보 사례가 있죠.

그리고 글 서두에서 추천한 tjtjd님의 글에서 링크로 소개된 그만님의 글도 음미할 만하다고 생각하구요.
여론조사 얼마나 신뢰하세요?


5. 끝으로... 올블

제가 가장 염려하는 건 실은 올블입니다.
어떤 감정적인 호소, 혹은 대중추수적인 감상주의, 정치적 당파성에 따른 추천의 경향화(그 글이 정말 좋은 글이라고 생각해서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글이 자신의 감정적인 성향과 정치적 목적에 부합한다고 생각해서 추천하는)에 대해 진심으로 우려합니다.

이래서는 현재의 올블 시스템으로는 정말 난감한 지경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가령 모 대선후보 캠프에서 2, 30명의 알바를 동원해서 조직적으로 어떤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홍보용 포스트를 서로 추천해준다고 칩시다. 이걸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올블에서 이런 상호 조직적 추천을 막을 수 있는 필터링이, 내부 알고리즘이 있는 것인지 궁금해요.

이런 경향이 강화되면, 정말 어처구니 없게도, 최근 문제된 정두언 의원의 발언에 내포된 무지하기 그지 없는 파쇼적 발상이(관련 팟캐스트 : 우려스런 정두언의 망언 ) 설득력을 가질 수 있으리라 진심으로 염려됩니다.

저는 정치적인 당파성이나 혹은 자신의 지극히 주관적인 감성적 경향에 호응한다고 해서 추천하는 행위는 좀 자제되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저도 여기에서 자유롭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최소한의 객관성, 그리고 최소한의 사실에 대한 냉철한 인식이 감성과 정치적인 목적성에 의해 왜곡되어서는 안되리라 생각합니다.

사실은 불가침입니다.
변화는 그 사실을 인정하는 바탕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념과 근육은 시간을 견딘 의지에 의해 보답을 받기도 합니다.
그걸 우리는 새로운 역사를 창조했다, 고 들뜬 마음으로 이야기하기도 하구요.
하지만 새로운 역사가, 새로운 역사적 사건이 '억지'에 의해 만들어지는 건 아닙니다.

이상입니다.



* (본문과 상관없는) 홍보글

http://blog.daum.net/vanuatu/8936693

우토로에 대해서는 저 역시 낙관적으로 알고 있었는데..
위 글을 읽어보면 아닌 것 같네요.
일독 권합니다.




0. 어제(2007. 10. 22일 국감) 해프닝 개요

YTN에 대해선 지난 황우석 파동 때문에 그다지 인상 좋지 못하지만, '돌발영상'은 종종 재밌게 보는 편이다. 오늘도 한 건 했다. 물론 익숙하게 봐왔던 그런 풍경이긴 하다.
이상민 의원이 정말 진저리 난다면서 치를 떠는 장면이 이 돌발영상의 진정한 클라이막스 같다. 제목은 그런 의미에서 탁월하다. 정말 진저리 난다.
"진저리 나는" 국회 [YTN 돌발영상]

"잔대가리 좀 굴리지 마"
(한나라당 주성영)

"야, 이 XX야~!"
"니 대가리보다 내 머리가 더 커" (통합신당 선병렬)

"정말 진저리가 납니다. 국회도 누가  감사 좀 해야돼. 감사원장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상민의원)

1. 방구나 뽕이나
주성영 의원이든 선병렬 의원이든 방구나 뽕이다. 이 해프닝을 보니, 절로 예전 사건이 떠올랐다. 재작년 국감에서 한 건 올렸던 그 사건이다. 기억도 희미하고, 구체적인 사건 전모도 갑자기 궁금해져서 구글링(키워드 : 주성영 성희롱) 해봤다. 첫 페이지 첫 링크에서 개념글 하나를 만났다. 혼자 읽기 아까워서 소개한다. 전문 모두 읽기를 권한다. 아래 인용한
문장이 글의 핵심 전언이라고 할 수 있다.
주성영 의원 본인은 물론 대부분의 언론이 이 사건의 본질을 외면하거나 망각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성희롱범으로 몰렸던 주의원의 억울함을 풀어주면서 주의원의 욕설을 나무라는 식으로 종결될 사안이 아닙니다. 문제의 핵심은 국회의원들과 검사들의 부적절한 술파티입니다. 성희롱을 했네 안했네, 폭탄주를 마셨네 안마셨네, 하는 문제들은 부차적이거나 별도의 문제입니다. - 헛다리 짚은 언론 중에서

2. 어떤 KBS기자의 글

전체 취지에 적극 공감하는 바지만, 부분적으론 주성영 의원을 옹호하는 뉘앙스가 없지 않다. 재작년 주성영 사건이 함축하는 문제는 두 개다.  A. 국정감사 중 국회의원(여야할 것 없다) 피감기관 간부와의 부적절한 술자리 B. 국회의원과 검찰 간부라는 대표적 공인들의 폭언, 성희롱. 양자 모두 잘못이다. 문제는 보도가치, 고민가치의 크기다. 나 역시 A가 좀더 본질적인 문제라고 생각하고, 좀더 뉴스가치가 부여되는 문제라는 점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B가 갖는 흥미요소도 무시하기 힘들다는 점 역시 어느 정도는 인정하는 바다. 그러니 A(부적절한 술자리, 본질적으론 정검언의 관습적인 야합문화)를 좀더 심도있게 비판해야 하는 언론이 B(폭언, 성추행)에만 너무 초점을 마추고 있다는 것 아닌가, 라고 비판했다면 100 점이겠지만, '폭언 성희롱 따위는 주성영 의원이나 검찰만 그런 건 아니잖오?' 이런 식의 뉘앙스가 살짝 담겨 있어서 아쉽다.
국회의원이나 검찰이라고 술 취하면 별다른 일 있겠습니까? 평소에 그렇게 무게 잡고 목에 힘주고 살아도 술 취하면 다 똑같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폭탄주 돌아가는 질펀한 술좌석에서 욕설과 성적인 농담은 안주거리처럼 동반되는 것이 우리네 술 문화 아닙니까  - 헛다리 짚은 언론 중에서
이 부분만을 본다면 물타기 혐의도 짙고, 또 범죄적 행위임에 분명한, 더군다나 좀더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는 국회의원과 검사라는 공인의 폭언과 성희롱을 '있을 수 있는' 한국적인 마초문화로 옹호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위 글에 있는 댓글 논평 처럼 '용감한 글'이라는 생각이 강하고, 또 언론 내부의 관행들을 비판하는 문구들도 인상적이다. 가령 다음과 같은 문구들은 정말 용감하지 않나 싶은거지.
언론계 스스로도 '지저분한 술버릇'의 비난에서 그렇게 자유롭지는 않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폭탄주를 미친 듯이 돌려 마시면서 '형님, 아우' 찾고 '우리끼리 잘 해먹자'고 다짐하는 '양아치'같은 술 문화,,,솔직히 기자들도 그렇게 떳떳하지는 않을텐데, 마치 자신들은 스스로 깨끗한 것처럼 가면을 쓰고 있습니다. - 헛다리 짚은 언론 중에서

3. 지나간 기사들을 읽다.
주로 사건을 가장 처음 보도한 오마이뉴스를 중심으로 읽었다.

주성영, 국감 뒤 '또' 폭탄주 추태. 여종업원 "태어나서 그런 욕 처음"  (이승욱, 최초보도)
22일 밤 대구 모호텔 룸바에서 피감기관 검사들과 술마셔 [2005-09-23]


특히 사건이 벌어졌던 술자리에 당시 대구지검 소속 간부 등 검사들이 동석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22일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구지검 국정감사가 진행된 날이다. - 위 기사 중에서
위 문장만으로 본다면, 시작은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문제는 그 이후인데, 솔직히 모든 관련기사를 꼼꼼히 살펴보지는 못했지만, 그 제목만 훑어보면 '해프닝'에 집중한 측면이 좀 강하긴 한 것도 같다. 하지만 오마이뉴스만을 본다면 오마이뉴스로서도 할 말은 다 한 것 같다.

피감기관 '의원 향응 접대'는 불치병? (오마이, 김병기)
구태 해마다 재연... 주성영 의원 사퇴 촉구한 여당도 책임 [2005-09-24]
가령 위 기사는 그래도 문제의식이 있는 기사 아닌가 싶고.. 

"'야 X팔, 준비 다 됐다더니'라고 했을 뿐" (오마이, 이민정)
주성영 의원 해명... "<오마이뉴스> 악의적 보도 용서 않겠다" [2005-09-24]
위 기사는 솔직히 제목에서 공들인 흔적이 없지 않은 것 같다. 다만 이해하지 못할 바 아니고, 사건 주역인 주성영 의원의 핵심 발언을 그대로 인용한 점은, 그게 좀 자극적이긴 하지만, 어쩔 수 없겠다 싶기도 하다.

오마이 뉴스, 김영균 기자
"사건은 주성영의 '성적폭언'서 출발" 격분한 정 검사 "자기방어 해야겠다"
[인터뷰] 주 의원이 지목한 '성희롱 검사' "사건 변질 동의 못해" [2005-09-25]

그리고 위 기사는 '사건의 본질'이 성희롱 '진실게임'에 관한 것인지 좀 헷갈리게 하는 혐의가 있는 것 같다. 물론 독자들의 호기심을 충족하는 차원에서는 이해하지 못할 바 아니고, 사건 당사자를 인터뷰했는데 그걸 기사화하는 건 당연하긴 하다.
윤리특위, 주성영에 '별 두 개' 달 수 있을까? (오마이, 이민정)
여야 간사회의에서 본회의 표결까지, 어느 세월에... [2005-09-26]


궁금한 건 윤리특위가 과연 이 문제의원들을 징계했을까였는데... 마지막 링크로 거는 다음 한겨레 기사를 참조하면 좋을 것 같다.
기사를 읽다가 안 사실인데, '잔대가리 vs 야, 이XX야'의 공동주연인 주성영, 선병렬 의원은 대구 술판 술자리 친구였더라. 그리고 진저리 낸 이상민 의원도 여기에 다시 등장한다.
대구술판 덮기…‘한나라-우리’의 슬픈 연정쇼 (한겨레, 박종찬)
[분석] 국회 윤리특위 개혁이 기만적인 이유 [2005-10-07

"오영식 우리당 공보부대표는 6일 “우리당 법사위 의원들은 당시 그 술자리에 주역이거나 문제의 발언을 한 당사자가 아니었다”며 “우리당 의원들까지 윤리위에 제소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처사라고 판단해서, 이의 철회를 이상민 의원에게 강력하고도 정중하게 요구했다”고 밝혔다. 결국, 이상민 의원을 뺀 4명의 의원이 제소를 스스로 철회할 뜻을 밝혔다. 이 과정에서 정세균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윤리위 위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철회를 요구했다고 밝혀져 파문이 일었다. 한나라당도 ‘쇼’에 동참했다. <오마이뉴스> 6일 보도를 보면 한나라당 나경원 공보부대표는 “개인적인 친분에 의한 사적인 술자리였으니 윤리특위에 제소까지 될 사안은 아니다”며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 위 기사 중에서
물론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한 건 아무것도 없다. 대구 술판 술친구 주성영의원과 선병렬의원은 국정감사장을 술판 삼아 서로 '주정'부리고, 이상민 의원은 진저리를 친다.


추.
이상민 의원에게 박수를 보낸다.



* 발아점
"진저리 나는" 국회 [YTN 돌발영상] 
헛다리 짚은 언론 -'주성영 파문'본질은 '욕설·성희롱'아니라 부적절한 술파티 (
KBS, 나신하, 05.10.04



0. 매니페스토, 그게 도대체 뭔가?

매니페스토(Manifesto).
처음엔 저 역시 뭔가 했습니다.
신경희님께서(물론 저는 모르는 분입니다. ^ ^; ) 선관위 사이트 ( http://www.nec.go.kr/ ) '참여마당'에 '광고에 왜 한국말 두고 영어씁니까? 메니페스토가 뭡니까'라고 글을 남기셔서 찾아봤는데요.

그 의미를 쉬운 우리말로 바꾸면,

ㄱ. 책임 공약 운동
ㄴ. 공약 검증 운동
ㄷ. 정책공약 검증 운동

등으로 의역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뭐 특별하게 다른 별난 것 아닙니다.  
위 신경희님 말씀처럼 굳이 '매니페스토'라고 해야 할 필요가 강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의의, 의미란 것이

ㄱ. 후보는 공약(정책)을 분명하게 제시하고(목적, 우선 순위, 완성시기, 예산확보방법 등)
ㄴ. 유권자는 각 후보간 정책을 꼼꼼하게 비교해서 후보를 선택하고
ㄷ. 이런 자료에 대한 평가를 다음 선거에 요긴하게 써먹자.

뭐 이런 지극히 당연한 선거행위와 관련한 순환적 시스템을 가리키는 말이면서, 그런 합리적이고 순환적인 시스템을 만들어내자(운동적인 요소)는 운동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위 신경희님께서 지적하신 취지에 깊이 공감하는 바라서, 앞으로는 쉽게 직관적으로 이해하실 수 있도록 '매니페스토'는 '공약검증운동' 이라고 부르거나 혹은 매니페스토(공약검증운동)이라고 양자를 병기할까 싶습니다.


1. 공약 검증 운동과 선관위

그런데 정작 공약 검증 운동(매니페스토)과 선관위가 그다지 친한 것 같지는 않아요.
물론 구체적인 정책에 대해 토론이 거의 부재하다시피한 작금의 선거판 분위기에는 선관위만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이미지 팔기에 심취한 각당의 대선후보에게도, 그리고 정치공학적 퍼즐놀이에 심취한 언론에게도, 정책(공약) 부재 선거판에 대한 책임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가 갖는 의미에 대해 그저 '막연한 정치적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는 대다수 시민들께도 그 책임의 일부는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무한도전' 즐겁게 시청하고, '텔미' 신나게 따라 부르는 그 최소한의 관심을 대선에도 보태야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대선이란게 남의 일이 아니잖아요. 최소한이나마 관심 갖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런데 솔직히 선관위에서 부정적으로 홍보한 바 있는 선거법(특히 93조의 선거운동 금지기간)은 특히나 많은 블로거들의 공분을 자아냈죠. 이는 웹에서 활동하는 네티즌들과 블로거들의 자유로운 언로(정치논평)을 막고, 스스로를 검열하게 만드는 것으로 '거시적인 틀에서는'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선관위 스스로 '선거라는 민주주의 축제'를 위축시키는 셈이죠.

이는 논리필연적으로 '공약 검증 운동'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반복 강조하지만, 현행 선거법으로도 충분히 정당한 정치논평(선거법 58조)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이는 선관위에서도 장려해야 마땅한 일일테구요. '선거라는 민주주의 축제'에 시민들을 좀더 즐겁게 신나게 참여시키는 일을 하는 곳 역시 선관위이어야 할테니까요.

물론 저도 대선에 대해 그다지 흥미가 생기는 것 아닙니다.
그런데 최근에 '정두언 의원 발언' 덕분에 조금은 흥미가 생기긴 했습니다.
이렇게까지 무시하고, 무슨 죄인 취급하고, 예비범죄자 취급하는데 최소한 "깨갱~~" 소리는 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어서 말이죠. ㅡㅡ^

각설하고 다시 선관위에 초점을 맞추면요.
선관위, 최소한 선관위 사이트는 정책 검증 운동을 홍보하려는 의지가 그다지 크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일단 사이트 '디자인' 자체가 너무 썰렁해요. 그리고 상단 탭들을 통해서도 그다지 유익한 정보에 접근하기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제 체험치는 그렇습니다.

'공약 검증 운동'은 선관위에서 홍보하는 운동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홍보한다면, 정책 선거의 중요성을 당연히 인정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유권자인 시민이, 특히나 웹의 시민인 블로거, 네티즌들이 좀더 쉽게 각 후보들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자유롭게 정치에 대해 논의하고, 토론해야 합니다. 그리고 선관위는 그런 분위기를 북돋아야겠죠.

그러니 선관위는 현행 선거법에 블로거, 네티즌이 '쫄게하기' 보다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선거에 방해가 되는 '실정법상 금지되는 선거운동'과 허용되는 '정치논평'의 한계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얼마든지 '사실에 바탕한 정당한 정치논평'은 자유롭게 행해질 수 있고, 또 권장되어야 한다는 점을 어느 누구보다도 '선관위'에서 앞장서서 홍보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중언부언이네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이 어떤 것인지 대충은 짐작하시리라 믿구요.
이하 선관위에서 설명하고 있는 매니페스토 정책선거의 이모저모입니다.
선관위 사이트에서 '겨우' 찾아서(ㅡㅡ;;) 다운로드 받아 긁어 붙인 것입니다.
따라서 모두 인용이고, 이 인용은 물론 정당한 인용이죠.
필요하신 분들께서는 아래 '매니페스토 설명문'은 물론이고, 제 글도 마음껏 인용하셔도 좋습니다. 링크, 일부 인용은 물론이지만, 출처 표시 없는 무단 펌도 전혀 상관없습니다.
선관위의 설명에 대해 몇몇 부분에 대해서는 짧게 논평합니다.
(논평은 로 표시합니다)


2. 매니페스토 정책선거는 이렇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 매니페스토(Manifesto)란

후보자
는 당선되었을 때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을 사업의 목적, 착수 우선 순위와 완성시기, 예산 확보방법 등 구체적인 공약을 개발하여 제시하는 것입니다.

유권자는 후보자가 제시한 공약을 꼼꼼히 비교하고 따져서 가장 실현 가능한 공약을 제시한 후보자에게 투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당선자가 임기동안 자신이 제시한 공약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지 지켜보고 평가하여 다음 선거 때 또 지지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 매니페스토의 유래는 이렇습니다.

매니페스토는 1834년 영국의 보수당 당수인 로버트 필이 구체화된 공약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매니페스토란 라틴어의 ‘손(manus)'과 ’치다, 빠르게 움직이다(fendere)'의 합성어로 약속 이행을 다짐할 때의 ‘선언, 서약’을 의미합니다.

최근에는 선거와 관련하여 유권자에 대한 계약으로서의 목표와 우선순위, 이행시기, 이행가능성, 예산확보의 근거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공약을 말합니다.

매니페스토는 후보자와 유권자간의 사회적 약속이며, 후보자의 구체적이고 책임있는 공약입니다. 그리고 유권자들은 그 약속을 잘 지키는지 감시ㆍ감독하고 평가하는 것입니다.

◉ 외국의 매니페스토 사례입니다.

1980년대 영국에서 본격적으로 꽃 피운 매니페스토는 18년간 야당에 머물던 토니 블레어에게 승리를 안겨주었습니다. 반드시 실현 가능한 사항들을 제시하면서 필요한 재원에 대해 구체적이고 분명한 확보방안을 밝혔으며 공개평가를 통해 검증하였습니다. 집권 후에는 공약이행을 위해 정치적 책임을 다함으로써 영국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일본에서는 2003년 지방선거에서 매니페스토 공약을 제시한 정치신인들이 많이 당선됐으며, 검증과 평가작업을 동반한 새로운 매니페스토가 정착되면서 생활문화의 틀마저 바꾸고 있습니다. 2004년에는 전국 규모의 첫 매니페스토 검증대회가 열려 제대로 된 공약을 내걸지 않은 정치인은 발붙일 수 없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가고 있습니다.

◉ 한국의 매니페스토 도입은 이렇게 시작 되었습니다
☞ 이 부분은 생략합니다.
선관위 스스로 자화자찬에 빠진 것 같아서요. ㅡ..ㅡ;;

◉ 5ㆍ31 지방선거에서 매니페스토가 처음으로 도입 되었습니다
☞ 이 부분도 생략합니다. 이유는 위와 같습니다.

◉ 매니페스토는 생활화 되어야 합니다

5ㆍ31지방선거에서 출발한 매니페스토는 이제 정치영역을 넘어 범사회적인 물결로 확산되어 신뢰공동체 구축을 위한 사회운동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반장선거에서도 매니페스토가 도입되는 등 생활밀착형 매니페스토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결혼 매니페스토’는 조건으로만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이 아닌, 인생의 파트너로서 새롭게 미래를 설계하고 주기적으로 이행하고, 평가할 것을 서로 약속하는 신뢰 운동입니다. 지성의 상징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에서도 매니페스토 선거를 펼친 후보자 총학생회장으로 당선되었습니다.

◉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활동은 이렇습니다

이제 우리나라에도 매니페스토 정책선거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와 의식이 높아지고 있지만 눈앞의 당선을 위해서 과거의 잘못된 관행이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선관위는 12월 19일 실시하는 제17대 대통령선거를 정책으로 경쟁하고 정책으로 선택하는 선진 선거문화정착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매니페스토 종합 로드맵을 확정하여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번 대통령선거에 큰 영향력을 보일 것으로 보이는 UCC 등 인터넷 창작물이 부정적인 선거운동 전략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고, 건강하고 생산적인 선거참여활동으로 활용되도록 유도하기 위해 공약은행 운영을 비롯해 매니페스토 협약식, 설명회, TV, 라디오, 신문 등을 통한 캠페인 등 다양한 홍보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 건강하고 생산적인 선거참여 활동으로 활용되도록 유도... 하기 위해서 무엇을 하셨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네요. ㅡ..ㅡ;;;


◉ 각계각층의 참여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12월 19일에 있는 제17대 대통령선거가 다가오면서 언론, 시민단체, 정당 등에서는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추진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선 대선후보로 나선 출마자들이 제시하는 ‘대국민계약’인 ‘정책공약’에 대해 유권자가 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매니페스토 토론」을 활성화하고 선거 후에는 당선자의 공약이행에 대한 평가를 실시해야 합니다.

모든 대선후보들께서는 '토론'을 기피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줄로 생각합니다. 최근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토론 좋아하는 노무현 대통령....(어쩌구 저쩌구)" 라고 하면서 정동영 후보의 토론 제의에 대한 거절을 '노무현 비아냥' '토론 비아냥'을 겻들여 넘긴 것 같던데요. 대단히 유감스럽습니다.

다가오는 제17대 대통령선거는 향후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선거로 어느 때 보다 정책선거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정책선거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매니페스토 정책선거를 반드시 정착시켜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각계 각층의 참여와 노력이 필요 합니다.

◉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선거를 치러오면서 유권자들은 아직도 정당과 후보자들의 공약을 따져보고 투표하는 것보다 후보자들의 혈연, 지연, 학연 등을 따지는 등 유권자 자신과의 연고관계에 의존하여 투표하여 왔으며, 후보자들은 이러한 점을 이용하여 선거 때만 되면 유권자들의 빈틈을 노리고 때로는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과 흑색선전을 일삼으며 지키지도 못할 공약을 남발하여 왔습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정당ㆍ후보자들이 제시하는 정책공약은 선거 때만의 깜짝쇼로 끝나서는 안됩니다. 미래를 구상하고 국민의 생활에 직접 도움이 되는 정책공약을 제시해야 합니다. 정책으로 경쟁하고 정책을 보고 선택하는 선진 선거문화 정착여부는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에 달려 있습니다.

◉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 - 우리도 성공할 수 있습니다

매니페스토는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민주선거 역사 60년, 네티즌 3천만명의 IT강국, 문맹률이 가장 낮은 나라, 한강의 기적을 이룬 저력 있는 우리 국민이 마음만 먹으면 매니페스토로 다시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할 수 있습니다.
☞ ㅡ..ㅡ;;;

감사합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책정당지원팀

※ 더 궁금한 사항 등 문의는 TEL : 523-6486~7로 문의 바랍니다.





p.s.
정두언 의원에게 더욱 큰 관심을~!
당.부.드.립.니.다.
저도 오늘 중으로 정두언 의원에 대해선 좀더 쓸까 생각중입니다.


* 일단 등록하고, 추고시 링크 보충합니다. : )
* 이 글은 제 한겨레블로그에 동시 등록합니다.


* 추천 글
대통령 후보 경제 쟁점 비교 (이정환)



일상적인 야만 - 한국판 게토(ghetto)

2007/10/21 09:31
'정두언 망언'에 관한 후속글을 쓰다가(이건 오늘 저녁이나 내일쯤 쓸 것 같다) 머리도 식힐 겸 여기저기 내가 좋아하는 블로그들을 기웃거렸다. 그러다가, 비교적 최근에야 알게 된, foog님 블로그에 들렀는데...

일요일 아침이 정말 더 쓸쓸해졌다.
안 그래도 창백해지는 옥탑방이 더 차가워지는 것 같다.
정두언씨 때문에 치밀어 오르는 분노, 그 어처구니 없는 정치인이 당연하다는 듯 보여주는 야만을 우리 이웃들이 몸소 실천하고 있었구나.
그 두 개의 야만, 그런데 실은 하나인 야만이 겹쳐지면서 마음을 멍하니 비워낸다.

내가 읽은 foog님 글은 '임대아파트' 이야기다.
그 임대아파트는 정치인들이 그저 수치로, 그저 외국과의 비교 사례로 이야기되는 그런 통계와 사례 속에 있는 그런 임대아파트가 아니다.

그 임대아파트는 철저하게 차별받고, 멸시받는 대한민국 속 게토(ghetto)다.
그래서 같은 국민이지만, 한 동네 사는 같은 주민이지만, 그 차별을 매일 매일 겪어 내야 하는, 그래서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자존감, 모멸감이 천천히 무뎌질 때까지, 닳아 없어질 때까지 그렇게 버텨내야 하는 삶이고, 일상이다.

foog님 글에서 묘사되는, MBC를 통해 보도된, 그 한국판 게토의 모습은 대충 이렇다.
어떤 아파트는 임대아파트 단지 길목을 다른 단지 주민들이 쇠사슬로 막아버려 차가 진입할 수가 없었다. 심지어 어떤 단지는 담을 치고 철조망을 쳤다.

임대아파트가 들어선다는 소문이 있으면 기를 쓰고 막는단다. 주거환경, 특히 교육환경 나빠져서란다.  (...중략...) 소시민의 욕망과 이기심이 가장 천박한 형태로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중략...) 아파트 시세를 위해 베란다에 담요 널지 말자는 이야기에... "

- foog, 임대아파트가 감옥이었던가? 중에서

무섭다.
섬뜩하다.

그런데 정말 무서운 건, 더 섬뜩한 건 그게 아니다.
그건 foog님도 쓰신 글 말미에 적으신 것처럼, 그 야만의 감수성, 물신이 강요하는 달콤한 복종의 감수성이다. 거기에 조금씩 젖어가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다.

차이와 차별을 혼동하는 천박하기 그지 없는 인식.
이런 야만적인 풍경이 일상화된 나라가 국민소득 4만 달러, 5만 달러가 되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인데? 그래도 성장은 우선이고, 재벌들은 죄 지어도 죄 없고, "언론도 아닌"(정두언) 블로거들은 입 닥치고 있어야 하는건가.
이건 아니다.
이건 정말 아니다.

다만 이 야만의 사고방식은 이기심과는 상관이 없다.
이건 이기심도 뭣도 아니고, 그냥 야만이다. 그냥 엿같은, 인간이 인간이라고 말하는 그 최소한을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물신의 타락한 욕망에 세뇌된 유사인간이 만들어내는 똥덩어리에 불과하다.

이기심은 잘못 없다.
나는 여전히 이기심을 사랑한다.
황지우가 그랬다.
이타심은 이기심이다.
하지만 이기심은 이타심은 아니다.


* 발아점
foog, 임대아파트가 감옥이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