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영웅 이명박과 인공 연못

2007/10/17 06:59
새벽부터 골 때리는(ㅡㅡ;) 기사가 나를 맞는다.  
이명박, 타임誌 선정 ‘환경 영웅’ 에 [입력: 2007년 10월 16일 23:17:05]

어떤 논평도 해석도 없는 그냥 단순한 사실보도 기사다.
물론 그 보도 자체만으로도(제목설정, 기사 배치, 문장의 구도) 최소한의 해석은 어쩔 수 없이 수반되기는 하지만. 

이제 이명박 캠프에서는 이 희소식을 대대적인(까지는 아닐지 모르겠지만) 대선 후보 이명박의 홍보자료로 삼겠지? 이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나는 환경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많은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환경관련 서적을 탐독한 기억도 많지 않다. 하지만 청계천이 건설업에서 잔뼈가 굵은 한 야심가의 정치적인 이미지 프로그램의 하나라는 것 정도는 안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청계천이 실은 시멘트 바닥 위에 펌프로 길어올려진 한강물을 흘려보내는 '인공연못'이란 것 정도는 안다.

물론 청계천 복원의 최소한을 인정하지 않는 건 아니다. 내가 보기에도 좋다. 도시에 찌든 서울시민들의 환호와 호감에도 어느 정도 공감한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청계천은 친환경적이지도 않고, '환경 영웅 이명박'의 근거가 될 수도 없다.

그리고 청계천은,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물론이고, 역사 문화적인 관점으로도 그다지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 "서울시의 청계천 개발은 장소가 가진 역사성과 기억을 지우면서 오히려 인근의 '초고층 주상복합의 개발주의'만을 초래"하고 있다(김민수)는 지적은 깊이 음미할 만하다.

'빨리 빨리'라는 구호가 적절한 영역이 있고, '천천히 천천히'가 마땅히 요구되어야 하는 영역이 있다. 청계천은 그 역사적인 문화적인 의미로 판단건대 후자다. 그래야 마땅하다.

끝으로 타임지.
미국의 대표적 보수 시사주간지라는 건 알겠는데, '환경 영웅'이라는 유치찬란한 타이틀부터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환경 영웅'으로 선정한 그 안이한 안목에 대해서는 할 말 없다.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누가 선정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굳이 첨언하자면 예전 디워와 관련한 정말 소모적인 논쟁이 한창일 때 디워 비판하는 미국 네티즌의 댓글들을 무슨 대단한 '근거'처럼, 무슨 대단한 권위처럼 '인용'하는 블로거들도 봤는데, 이런 식민지적 인식은 제발 좀 사라졌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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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블로그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고백'이라는 그 형식에 있는 것 같다.
멋지고, 따뜻한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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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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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0/17 08:08

    저도 이 기사 읽고 충격 받아서 타임지 사이트 뒤졌는데 아직 그 얘기는 없더라고요. 한번 기사나 사고가 나와 봐야 알 것 같습니다.
    굳이 청계천을 가지고 상을 준다면 환경 쪽이 아니라 '도시건설'쪽이라든지 그런쪽이어야 할 것 같은데 환경상이라니 상당히 골때리죠?
    혹시 그들이 말한 '환경'이라는 단어가 '친환경적' 이런 데 쓰이는 환경이 아니라 '거리 환경 깨끗이'와 같은 맥락의 환경을 의미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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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엘 2007/10/17 15:18

      '거리 환경 깨끗이' 라면 명박씨 주특기군요. 아무래도 타임지의 '환경'의 정의가 그쪽인가 보네요.

    • 민노씨 2007/10/17 19:39

      펄 /

      그러셨고만요. 정말 골 때립니다. ㅡㅡ;;
      혹여라도 후속 기사가 나오면 포스팅 한방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키엘 /

      그러게나 말입니다. ㅡㅡ;

  2. 히치하이커 2007/10/17 10:09

    전 지나가다가 티비 밑에서 자막으로 나오는 단신으로 접했는데 보고 웃겨 죽을 뻔 했답니다. ^0^
    .
    .
    .
    이런...우라질레이션이죠. ㅡ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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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10/17 19:40

      약간 코믹하면서, 골 때리면서.. 뭐랄까 씁쓸하달까...
      그러네요. ㅡ..ㅡ;;

  3. capcold 2007/10/19 12:04

    !@#... 타임지 기사는 대운하 십장을 '개발과 환경이라는 요소를 결합시킨' 공로로 올렸더군요. 두 가지 성과를 드는데, 청계천과 LPG버스입니다. 그런데 1) 청계천은 썩은 웅덩이를 양변기로 변신시킨거고, 2) LPG버스는 원래 추진되고 있던 계획인데 버스노선을 다 뒤엎어버린 덕분에 같이 십장의 성과로 편입. 운이랄지, 자기PR에 강하달지... 하지만 뭐, 한국 유권자들에게는 '환경'이라는 요인이 아직 그다지 큰 변수로 작용해본 적이 없으니 그냥 "타임지도 인정한 지도자" 뭐 그런 식으로 포장하고 끝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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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10/19 17:48

      대운하 십장. : )
      표현이 참 재밌습니다.
      보충 논평 고맙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 한방 날려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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