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수입 이슈는 현재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있는 이슈다. 어디 나뿐이겠는가. 꼼꼼하게는 아니지만 주요 새소식들은 가급적 살펴보는 편이다. 오늘 오후 2시(08.05.20)에 있었던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미국산 쇠고기 협상에 관한 추가 '협의'(재협상은 물론 아니고) 발표 및 기사회견을 지켜봤다.

소감을 간단히 적는다.
이 글은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그토록 강조하는 과학적인 소견은 아니다(광우병에 관한 과학적 정설이 과연 얼마나 되는가?). 그리고 조선일보가 몇몇 과학자들 인터뷰를 통해 설레발 치는 '위험하지 않다는' 신앙 고백과도 상관이 없다(조선일보 요즘 고백 대회 여는 것 같다). 그냥 평범하고, 소박한 국민의 일인으로서의 소감일 뿐이다.

우선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이렇다.

ㄱ. 소잃고 (국민건강에 대한 심대한 위험 가능성이 높아지면)
ㄴ. 외양간 고치려는데 (소잃지 않으려는 조처는 전혀 아니고), 
ㄷ. 그 외양간 제대로 고칠 권리나 있나 (ㅡ.ㅡ;)에 대한 이야기다.


1. 이것은 재협상이 아니다.

'자신도 장관급' '상대방도 장관급'이라고 김종훈은 강조한다. 그 장관급이 서명했다. 하지만 이건 재협상이 아니다. 아무리 장관급이 아니라 장관급 할애비를 강조해도 추가 협의를 위한 정식 외교 문서도 아니고, 그냥 '서신' 교환일 뿐이다. 이것이 '장관급' 외교 실무 당사자간의 서신 교환이고, 보충적인 첨부문서를 서로 서명을 통해 확인했기 때문에 외교적 효력을 갖는다고 김종훈의 바람은, 글쎄, 바람은 바람일 뿐이고, 내가 미국 쪽 협의 당사자였다면, 이렇게 생각했을 것 같다.

"확실한 효력도 없고, 그렇다고 별 다른 특별한 내용이 추가된 것도 아니니, 그냥 해주고 말지.. 저쪽 나라도 이 문제로 시끄럽다고 하던데... 축산협회 이익만 챙겨주면 되지 뭐."

국제법상 추가적인 협의 조건을 담은 서신이 갖는 실질적인 효력에 대해서 아시는 분이 계시다면 논평 부탁드리는 바다. 아무리 생각해도 별것도 아닌 것 같고 생색내려는 미봉책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그런데 이건 그렇다고 치자.
그러니까 정말 김종훈의 장담처럼, 장관급 인사간의 서명이 담긴 서한이라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에 관한 실질적이고, 확실한 효력이 있다 치자.
그렇다면 그 서신을 통해 추가된 내용이 문제다.

일단 이 서한에는 '광우병'이란 단어는 들어있지도 않단다.
이 추가 협의에 말할 과연 가치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드는 '사실'이다.


2. 추가 '협의' 내용은 무엇인가.

대부분 신문사(닷컴)들이 일단은 연합쪽의 정리 기사를 인용하고 있는데, 연합쪽이 일차적으로 정리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주요내용만 발췌 인용해본다.

우리나라가 미국에서 광우병이 추가로 발생하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할 수 있는 검역주권이 명문화됐다.

또 척추의 횡돌기.측돌기, '천추 정중천공능선(소 엉덩이 부분 등뼈의 일부)' 등도 기존 합의문과 달리 수입이 금지되는 광우병위험물질(SRM)에 추가됐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20일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한.미 쇠고기 추가협의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합의했다고 발표하고 양국 통상장관들이 합의 내용을 확인하는 서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20조와 세계무역기구(WTO) 동식물검역협정(SPS)에 따라 국민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권리를 인정하기로 했다.

지난 18일 타결된 한.미 쇠고기 합의문 5조, 즉 수입위생조건 5조는 미국에 광우병이 추가로 발생했을 때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미국 광우병 지위 분류에 부정적 변경을 인정할 경우 한국 정부는 쇠고기 수입을 중단할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추가협의로 우리나라는 미국에서 추가로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GATT 20조와 WTO의 SPS 규정에 따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할 수 있게 됐다.

양측은 또 SRM과 관련해 미국이 내수용과 수출용 쇠고기에 대해 동일한 규정을 적용하고 한국에 수출된 쇠고기가 이런 규정을 위반했을 때 한국 검역당국이 수입위생조건 23조와 24조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는 권리를 인정했다. 수입위생조건 23조는 해당 쇠고기의 반송 및 검사비율 증대이고 24조는 2회 위반했을 때 검역을 중단하는 것이다. - 연합


이번 추가협의에 관해 매우 우호적인 기사를 연합측에서는 작성했는데, 글쎄다.
이하 이에 대해 목차를 달리 해서 끄적여보자.


3. 사전예방 원칙은 반영되었나?

쥐뿔이다.
국민들은 강력한 '사전예방 조처'를 원하고 있다.
검역주권이란게 도대체 왜 필요한가.
국민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거고, 먹거리 수입에 관한한 국민 안전을 가장 효율적으로 지켜낼 수 있는 방법론은 사전 예방 원칙이다.

지난 100분토론에서 진중권이 반복적으로 강조한 게 바로 사전 예방원칙(Precautionary Principle)이다. 미국산 쇠고기와 광우병에 관한 한 지난 100분토론의 주역(개인적으로 진중권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송기호 변호사가 가장 맘에 들었는데, 암튼) 중 한 명인 수의사연대 박상태는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위 글은 특히 비정형 광우병과 영국의 사례를 간략하게 언급하고 있는데, 흥미롭다.
우리 정부의 행태(혹은 몇몇 거대신문들의 형태)에 의미있는 시사점을 주는 것 같다.

ㄱ. '비정형(atypical) 광우병'  

현재 전 세계적으로 광우병 진단을 받은 198,000 마리의 소 중에서 비정형(atypical)의 광우병으로 보고된 것은 프랑스, 벨기에, 이탈리아, 일본, 미국 등에서 발생한 10건 정도에 불과하다. [....] 비정형 광우병이 소에게 전염되는지, 혹은 사람에게 전염되는지에 대해서는 연구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프랑스와 네덜란드 과학자들이 쥐의 뇌에 비정형 광우병 프리온을 접종하여 광우병이 전염되는 것을 확인한 연구결과가 발표하였다. 티에리 배론(Thierry G.M. Baron) 등의 학자들은 《Emerging Infectious Disease》2006년 7월호(Vol 12, No 7)에서 “비정형의 광우병 인자(H-type isolate)를 유전자 형질전환을 한 쥐(C57BL/6)의 뇌에 접종한 결과 종간 장벽(species barrier)을 뛰어넘어 광우병이 진행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보고했다.

그러므로 사전예방의 원칙(Precautionary Principle)에 의해 비정형의 광우병에 감염된 쇠고기가 인간의 식탁에 오르지 않도록 차단하는 것은 정부로서 취해야할 당연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 위 기사 중에서


ㄴ. 영국의 사례

영국 정부는 1986년부터 1996년까지 무려 10년 동안이나 국민들에게 “광우병이 인체에 전염된다는 증거는 없으며, 광우병은 인체에 어떠한 위험도 주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쇠고기를 먹는 것은 안전하다”며 대국민 사기극을 벌였다. [...] 쇠고기 광고 홍보에 전문가들이 동원된 과정에서 쇠고기 산업의 검은 로비가 있었다.

그 뿐이 아니다. 1990년 5월에는 존 검머 농림부 장관이 자신의 어린 딸과 함께 BBC 방송에 출연하여 쇠고기가 안전하다며 직접 햄버거를 먹는 쇼까지 연출했다. 수의학 담당 부국장 케빈 테일러는 1993년 5월 9일자 《데일리 텔레그래프》를 통하여 광우병과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가 관련이 있다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하였다. 보건부 장관이 1996년 1월 26일 “광우병이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을 일으킨다는 증거가 없다”는 뻔뻔스러운 기자회견을 한 것이었다.

그러나 영국 정부의 이러한 대국민 사기극도 1996년 3월 16일 “젊은 사람에게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vCJD가 발병한 것은 광우병 쇠고기를 먹은 것 때문”이라는 과학적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함으로써 막을 내렸다.

- 위 기사 중에서


이번 추가 '협의'는 사전예방 원칙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그러니 이번 추가 '협의'에 국민 대다수의 걱정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이번 추가 협의는 '광우병 발생 가능성'을 (가급적) 원천 차단하는 것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즉 '사전예방 원칙'에 충실한 것이 아니라, '광우병 발병 후'의 사후적 조치에 대한 대한민국의 검역권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 어처구니 없는 그 사후적 조처, 광우병 발생 후 검역권에 관한 부분이다. 이것은 기존의 협상문에 정식으로 반영된 것도 아니고, 추후적인 '서신'을 통해 보충적으로 협의된 내용일 뿐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바인데, 이 내용이란 것도 정말 눈가리고 아웅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국에서 광우병 발생시 즉각적으로 수입을 중단할 수 있다" (협상문 5조는 전혀 건드리지 않았다) 이 한마디면 대한민국이 취할 수 있는 최소한(이것은 말그대로 최소한의 최소한인데)의 사후적 로서는 충분할텐데, 이번 추가협의를 통해 보완된 내용은 이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그런데도 위 연합의 보도내용을 보면 GATT 20조와 WTO) 동식물검역협정(SPS)에 따라 즉각적인 수입중단이 가능한 것처럼 말하고 있다. 거듭 강조하건대, 이건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권한을 주냐 마냐에 대한 것일 뿐이긴 하지만.

양국은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20조와 세계무역기구(WTO) 동식물검역협정(SPS)에 따라 국민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권리를 인정하기로 했다.

- 연합(김종훈 기자회견 직후 보도중에서)


3-1. "(인과관계의) 입증의무는 대한민국에게 있다."

발표 및 기자회견에서 김종훈이 직접 확인한 내용이다.
"국민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권리"는 그 권리를 주장하는 국가에서 입증해야 하고, 이것은 입증하기 매우 어렵다(혹은 어려워보인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상황(미국내 광우병 재발 내지는 한국내 미국산 수입소에서 SRM 발견 등등)이면 국민건강은 말할 수 없는 압도적인 위험(그 잠재력을 따진다면)에 빠진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국민건강과 미국산 수입 쇠고기 간의 인과관계에 대한 입증의무는 여전히 대한민국에 있는 거다.

얼마전 국제수역사무국(OIE) 관계자가 인터뷰를 통해 직접 밝힌 "미국내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더라도 즉각적으로 미국에 대한 광우병 위험 국가 등급이 조정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발언과 "수입 유통되는 고기만으로 그 고기가 어디에서 수입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식약청장의 발언은 무엇을 시사하는가?

윤여표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은 15일(08. 4. 15) 육우로 쓰이는 젖소의 원산지 판별 가능 여부와 관련, "지금 기술로는 젖소는 구분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윤 청장은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미국산 젖소가 국내산 젖소와 혼합돼서 조리돼 팔릴 경우 어떻게 구분하느냐'는 통합민주당 강기정 의원의 질문에 대해 "지금 상태로는 구분이 안 된다"고 답했다. 윤 청장은 다만 "유전자 분석을 통해서 한우하고 비한우는 구분한다"고 말했다. 이는 식용 젖소의 경우 식육점과 음식점에서 미국산을 국산으로 속여 팔더라도 정부가 이를 단속하거나 소비자가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시인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 연합 관련 보도 중에서


어떻게, 무슨 수를 써서 입증할텐가?
그냥 막연하게 발생할 위험성이 낮으니까, 그리고 발병해도 그건 지금 당장이 아니라 근미래, 혹은 먼미래의 일일테니, 그 '확률놀이' 계속 하잖건가?


3-2. (미국내 광우병 발생시) 즉각적인 수입 중단은 무역분쟁을 야기할 확률이 여전히 매우 높다.

GATT 20조 B항은 `인간 및 동식물의 생명.건강 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협정 적용의 예외로 규정하고 있다. [...]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GATT 20조를 원용해 수입중단 조치를 실시해도 광우병 발생이 생명에 위협이 안된다는 유권해석이 나온다면 (중단조치 자체가) 국가간 분쟁거리로 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출처 - 한겨레

위 내용은 지난 100분 토론에서 송기호 변호사도 강조한 내용인데, 이 잠재적 위험은 여전히 상존한다. 이에 대해선 김종훈도 기자회견에서 인정하고 있다(그러니까 이번 추가협의는 왜 한건지 의심스러울 지경인데...). 김종훈은 한미간 무역분쟁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입증책임에 관한 문제가 원활히 해결되지 않는다면, 그래서 그 책임공방이 발생한다면, 한미간 무역분쟁이 있을 수도 있다는 취지로 이야기한다. 무슨 이런 마인드로 '통상교섭'을 하는건지, 내 과문한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길 없다.


4. 수입 거부가 아니라면, 전면 재협상을 거듭 촉구한다.

이런 식의 미봉책으로는 국민 건강을 최소한으로나마 안전하게 지켜내는 대책이라고 할 수 없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아니 나는 100% 안전한 미국산 쇠고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싶어서 환장한, 그래서 조선일보 등의 '종이 유사의 어떤 것'에서 걱정하는 "한우 20% 가격으로" 쇠고기 먹고 싶어 환장하고 있을 고기에 걸신들린 고기 환자도 아니고, 그 종이 유사의 어떤 것에서 쇠고기로 학생들과 회식하고 싶어 "역사적인 그 날을 기대"하는, 그런 '현명한 소비자' 강조하는,  '현명한 교수'님도 아니다.

[시론] 삼겹살, 쇠고기, 그리고 광우병 중에서
96개국이 먹는 미국 쇠고기 우리만 끝내 피할 까닭 있나

허 윤·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국제통상 (입력 : 2008.04.25 22:22)

올해로 대학에 몸담은 지 13년이 되었지만, 생각해 보니 그동안 학생들과의 단체 회식에서 쇠고기를 시켜 먹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단골 메뉴는 항상 삼겹살. [...]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을 개정하고 다시 수입을 재개한다고 하니 학생들과 쇠고기 회식을 할, '역사적인 그날'을 기대해 본다. [...] 저렴한 값으로 수입 쇠고기를 먹을 것인지, 아니면 위험 제로의 한우만 고집할지는 전적으로 현명한 소비자들이 선택할 문제다.

그 바로 아래 있는 독자 댓글은 이렇다.

자네 아버지와 어머니 장인 장모한테 미국산 5등급이 들어와 3등급으로 양념한 불고기용 쇠고기를 잔치하고 파티하고 남은 것있으면 청와대도 갖다 드리고 또 남은 것 있으면 서강대 총장님도 갖다 드리고 만약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되어도 계속 수입되면 자네 부인과 자녀들과 실컷 먹게나... (임경택. ykt2020)

미국산 쇠고기 안먹어도 산다는거다.
미국산 쇠고기 안먹어도 좋으니, 제발 수입하지 말라는 거다.
지지리 궁상에 가난한 국민들, 쇠고기 못먹어 환장한 국민들 제발 그만 걱정해달라는 거다.
제발 정부와 종이 유사의 어떤 것들은 미국산 쇠고기에 환장한 국민들 걱정 그만 좀 해주시라.

백보 양보해서, 한미 FTA 비준을 위한 4대 선결조건이라서 죽어도 수입해야 한다면, 그 수입조건을 최소한 노무현 정권에서 협의했던 그 조건 이상으로 엄격화해야 한다는 거다.

국민들은 촛불 켜고 있는 바로 그 시간에 친이 전직 언론인이라는 자들과 '바베큐 파티'하는 이명박씨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며 그 바베큐를 뜯고 있었는지 궁금하다(인터넷 어떻게 관리하나 생각하고 있었나?). "역사적인 그 날을 기대"하고 있을 허윤씨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하면 무조건 '반미'라고 틀짓기 하는 김대중씨(조선일보 고문)는 과연 '역사적인 그 날'에 얼마나 맛나게 미국산 쇠고기를 뜯을지, 과연 그 고매하신 주둥이로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가기는 할지 궁금하다. 그리고 끝으로 이런 식의 미봉책으로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정부 외교통상 관계자들의 뇌에는 과연 무엇이 들어 차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좀 오래된 기사들이긴 하지만
끝으로... (via 새드개그맨's 미투데이)

프리존뉴스, 빅뉴스 등 30여개 인터넷신문으로 구성된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는 6일 성명을 통해 "사실상 치밀하게 조직화된 특정 정치세력과 미디어다음 등의 포털들이 (괴담 관련)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며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섰다. [....] 안동근 한양대 신방과 교수는 "근거가 없는 소문, 그 소문이 사실인 양 보도하는 일부 언론, 이 언론의 영향을 받아 스스로 신뢰성을 회복한 소문이 다시 유통되는 악순환"이라며 "일부는 단순한 호기심이나 걱정 수준을 넘어 의도적으로 왜곡된 정보를 확산시키고 이를 오프라인의 투쟁으로 이끌어 내려는 위험한 시도를 하고 있다"

- 조선닷컴, 괴담 키우는 인터넷 중에서

청와대는 6일(08. 05. 06) 광우병 사태를 계기로 유언비어성 주장을 확산시키고 있는 인터넷 여론의 편향성을 바로잡을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시위 확산 등 광우병 사태를 비정상적인 과열 국면으로 보고 있는 청와대가 현 상황을 초래한 근본원인을 '인터넷'으로 보고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인터넷 공간을 통해 유언비어성, 확인되지 않은, 아니면 말고식의 주장들이 진실의 얼굴을 하고 확산되면서 사회적 비이성적인 논란이 퍼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 이 관계자는 "건강한 여론이 존재하는 것이 선진국"이라며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토론과 담론의 장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국민소득이 올라간다고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 머니투데이, 靑 "인터넷 여론 편향성, 근본대책 필요" 중에서


지금 누가 누굴 걱정하나.
금자씨 소환하지 않을 수 없구나...



"너나 잘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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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g, 불량상품 거부는 소비자의 주권




미얀마는 싸이클론으로 수만 명의 사람이 희생되었고, 중국은 지진으로 역시 수만 명이 죽었으며, 대한민국은 이 병으로 말미암아 엄청난 재앙을 앞두고 있다. 이 재앙을 피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이 나라를 떠나는 방법, 다른 하나는 그 병에 걸린 자를 끌어내려 격리시키는 방법. 촛불로는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 더 늦기 전에 선택을 해야 한다.

- 소요유, 광우병 보다 더 위험한 병 중에서


현실적으로 ‘끌어내리는 방법’은 유효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무리 대통령 같지 않은 대통령이라도 국민들이 선거를 통해 선출한 대통령이고, 아무리 헛소리와 막장 정치를 연속 콤보로 반복하더라도 이를 지지하는 거대담론세력은 여전히 놀랄만한 뻔뻔함으로 건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일시적으론 그 전선이 너무도 선명하게 갈려서 저들이 밀리는 것 같은 모양세이긴 하지만, 이들의 생존본능은 아메바를 능가하는 어떤 것이었습니다. 그 대표주자는 조선일보겠지요.

이 종이 유사의 어떤 것은 "'광우병 괴담' 듣고만 있는 정부"(조선일보. 5월 2일자. 1면 헤드라인 제목)라고 이명박 정부를 훈계하고(듣고만 있지 말고 국민들 협박이라도 하라는 건지 뭔지), "수입 쇠고기, 美 국내용과 같다"고 강조하며, "청소년 꼬드기는 '광우병 문자 괴담' 진원지 찾아내"서 "그에 따른 응분의 책을 물어야 한다"고 "'광우병 드라마'를 막 뒤에서 감독하고 연출하는 사람들" 정체를 까발겨야 한다고 거품을 뭅니다(조선일보 5월 7일자 사설). 급기야 사설을 통해 국민들 조롱하기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美서 광우병 발생하면 즉각 수입중단"이면 됐다 (조선일보 5월 8일자 사설) 중에서

우리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광우병 논란은 이제 끝낼 때가 됐다. [...] 그래야 국민건강에도, 축산농가 피해에도 관심이 없으면서 선동하는 재미로 온사방을 들쑤시고 다니는 세력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수 있다

같은 날짜 바로 아래 사설을 통해서는 전가의 보도, 노무현 전 대통령을 불러오는 뻔뻔함을 보여주죠. 그 문맥과 논조를 보건대, 악의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들을 자신들의 편의에 맞게 짜깁기하는 미세한 저널미장센을 보여주고 있는 사설입니다. 전혀 현재 시점에서는 시의성을 갖을 수 없는 글인셈이죠.

"광우병 소 들어온다고 거짓말 말라"던 2007년 노 대통령 (조선일보 5월 8일자 사설) 중에서

광우병 소동을 만들어낸 TV 방송과 이 소동에 편승하는 정치인들의 교육 수준이나 해외 경험을 감안하면 이들이 정말 속으로도 미국 쇠고기를 광우병 쇠고기라고 믿고 있는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 [...] "미국에 할 말은 한다"며 할 말 못 할 말을 다 했다. 한미동맹이 흔들릴 정도였다. 그런 노 전 대통령이 보기에도 "미국 광우병 소 들어온다"는 것은 참을 수 없는 거짓말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저는 현재의 국면을 미디어 헤게모니 전쟁이라는 관점에서 고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조중동, 특히 제가 억지로 억지로 그 역겨움을 참으면서 모니터링하는 조선일보를 보자면, 이미 예의 그 ‘둔갑술’ 모드에 들어갔습니다. 며칠 전부터 ‘광우병’에 관한 직접 보도들을 급속히 줄이고 있어요. 기자협회에서도 이 국면이 조선을 비롯한 거대신문의 뉴미디어 쟁탈전, MBC의 민영화(시나리오)에 대한 미디어간 파워게임이라는 이면적 속성이 어느 정도는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는 현재 국면에 대한 이면에 불과하기는 합니다.

조·중·동 ‘이명박 구원’ 자임 왜? (기자협회, 5월 14일)  중에서

동아·조선·중앙일보 등 보수신문의 미국산 쇠고기 보도는 처음 ‘안전하다’에서 ‘광우병 괴담’으로 이어지더니 최근엔 ‘침묵 모드’로 전환하고 있다. 12일부터 조·중·동은 쇠고기 기사 비중을 하루 평균 2~3건으로 대폭 줄였다.

그 러면서 정작 국민 건강과 먹거리에 대한 우려, 검역 주권을 내준 정부의 졸속협상을 비판하는 보도에는 무관심하다. 미국 연방 관보에 실린 동물성 사료금지 ‘완화’를 ‘강화’로 오역한 정부의 치명적 실수에 대한 의도적 침묵이나 마지못한 관심은 단적인 예다. 왜 그럴까.

현 정부가 흔들리면 신문·방송 교차 소유 허용, 지상파 민영화, 신문고시 재검토 등 현 정부의 미디어 정책이 차질을 빚게 된다. 그렇게 되면 보수신문들의 방송 진출은 늦어지게 된다. 특히 진보진영이 세력을 규합하면 그들 구미에 맞는 쪽으로 법안 개정을 하기가 힘들어진다.


현재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광우병 사태의 본질은 진실과 거짓의 싸움, 상식과 반상식의 싸움, 소박한 국민들의 자발적인 민주적 참여의식과 거만한 정부여당의 반민주적 과거회귀 행태간의 싸움이 맞습니다. 이것이 본질입니다.


경찰 "촛불집회 주최자 사법처리" (조선일보 5월 14일자 10면)  중에서

"경찰이 신원을 확인 중인 네티즌은 [....] 는 등 욕설에 가까운 글과 허위 사실, 탄핵 서명을 독려하는 글을 집중적으로 인터넷에 유포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 국면이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 그리고 이 거대한 싸움의 결실이 과연 시민의 편에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성취로 기록될 수 있을지, 솔직히 염려되는 마음이 없지 않아요. 조선일보의 이명박 일병 구출작전은 이제 그 전략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광우병 안전하다, 미국넘들도 잘 먹고, 재미교포들도 잘만 먹는다는 틀짓기가 실패하자, '인터넷 괴담'이라는 틀짓기, TV라는 매체의 위험성에 대한 어줍잖은 훈계로 선회했고, 이와  동시에 광우병 그 자체에 대해선 외면하기 모드로 돌입했습니다.

TV에 의한, TV를 위한 광우병 (조선일보. 양상훈 칼럼. 5월 7일자) 중에서

미국 사람과 한국 사람이 같은 쇠고기를 먹는 이상, 광우병 문제의 핵심은 미국 쇠고기를 먹고 광우병에 걸린 사람이 있으냐, 없느냐로 좁혀져야 한다. 광우병 환자는 미국 땅에도, 한국 땅에도 없다. [...] TV의 광우병 보도의 근저엔 방송법 개정 추진에 대한 반감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앞으로 메인 게임으로 다가갈수록 광우병 소동과 같은 일이 몇 번이라도 더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


현재 조선일보는 미국산 쇠고기와 광우병 그 자체에 대한 담론 전투에서는 발을 뺐지만, 여전히 인터넷을 공격하고, 그 인터넷을 지배하는 세력이 초등 수준의 미성숙한 '교육 대상' '훈계 대상'인 것처럼 독자들을 현혹하면서, 이를 정화할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정보의 생산지는 자신들이라는, 소가 웃을, 어처구니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과장치 없는 인터넷정보... 무조건 믿으면 낭패 (조선일보 5월 14일자. 8면) 중에서

양 많고 확산속도 빨라 신빙성 판단 어려워. 거짓으로 확인된 광우병 괴담 아직도 기승
인터넷을 오락으로 바라보는 어린 세대에 정보생산자로서 책임 갖게 하는 교육 필요

"'나훈아 괴담', '모 재벌가와 결혼한 아나운서 이혼설' 등은 인터넷에서 자가 발전을 그듭한 끝에 '인기 검색어'가 됐고... [....] '광우병 괴담'처럼 검색을 거듭해도 과장되고 부플려진 정보만 반복될 경우가 그렇다. [....] 손태규 단국대 언론학부 교수는 "익명성에 숨어 인터넷에서 온갖 소리를 내지리면서도 규제를 받지 않는 방종을 경험하면서 네티즘이 자유와 법치주의의 참된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라며 [....] "


하지만 저는 이런 조선일보의 갈 때까지 간, 그래서 정말 맛이 갔군, 이라고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이런 반상식과 몰염치(일년전 노무현 정권 하에서 자신이 미국산 쇠고기 정책에 대해 어떤 말을 씨부렸는지를 스스로가 너무도 잘 알텐데 말이죠)가 오히려 염려스럽습니다. 조선일보는 믿는 구석이 있는 것입니다. 시간이 자신의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멍청한 시민들, 아무리 지랄발광을 해도 이명박 찍어주고, 땅값 집값 올려준다니 한나라당 찍어준 그 세속적인 시민들, 그러니 우리들 안에 있는 속물근성과 황우파동의 교훈을 너무도 쉽게 잊어버린 건망증 걸린 모습이 우리들의 자화상이란 걸 조선일보는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 광우병 파동이 의미있는 교훈을 얻어내지 못한다면, 저널리즘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정말 이전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차원으로 각성하지 못한다면, 여전히 흐지부지로 끝나버리고 말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마치 황우석 파동의 씁쓸한 뒷맛처럼 말이죠.

"어떻게 되찾은 세상인데..."라면서 정말 잔뜩 긴장하고 있는 조선일보의 모습은 한편으론 측은할 정도지만, 정말 이 신문이 대한민국 일등신문으로 계속 남는다면, 잉글리쉬 후렌들리를 외치면서 국민의 건강을 볼모로 '오역'을 일삼은(?) 미친 광우병 외교를 보여준 정부 여당의 그 반상식과 몰염치와 무능력이 지배하는 세상보다 더 더욱 참담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정말 최소한의 상식을 가진 사람이 쓴 글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글이 논설위원의 칼럼이라고 버젓이 실립니다.

어떻게 되찾은 세상인데... (류근일 칼럼. 5월 13일자.)  중에서

"[....] 국민들, 특히 이 정부를 탄생시킨 '애국 보수층'이 자신들이 그간의 '이명박 지지'를 급속히 철회했다. "어떻게 되찾은 '10년 만의 대한민국'인데 이 정부가 이렇게밖에 못하는가"라는 질타가, [....]  "한국 개고기가 미국 쇠고기보다 더 위험하다"고 한 김문수 경기지사가 그래서 돋보였다. 이명박, 박근혜, 강재섭, 정몽준을 능가할 '혁신 우파' 도전자들은 과연 없는가?"

저로선 광장에 모인 시민들께서 , 그리고 블로그와 댓글창을 벽삼아 대자보를 붙이며 양심과 상식으로 싸우고 계신 많은 블로거와 네티즌들께서 미디어 헤게모니 싸움이 지금 광우병 싸움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점을 더불어 주목해 주시길 원합니다.한나라당에 의해 개정이 추진될 것이 분명해 보이는, 이명박의 멘토 최시중씨가 계신 방통위에서 적극적으로 조력할 것이 분명해 보이는, 그리하여 조선일보에게 방송을 안겨주고, 문화방송을 민영화하려는 수순을 밟을 것이 분명해 보이는 방송법과 신문법 개악을 막지 않으면, 소요유님 말씀처럼 점점 더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닌 것이 될테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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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는 언론탄압을 즉각 중단하라 !!

청와대,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고발한 < PD수첩>에 대해 민·형사상 소송 협박


정말 괴이한 정부다.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제기한 시민들의 의견과 방송뉴스, 프로그램을 '괴담'으로 치부하더니 검찰총장, 경찰까지 나서서 주동자를 적발, 처벌하겠다고 한다. 그러더니 결국 < PD수첩>에 대해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청와대가 나섰다. 광우병에 대한 국민적 불안을 조성하고 정부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것이 소송을 제기한 이유라고 한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얼마 전 한 언론사에 전화를 걸어 기사 삭제를 지시하더니 결국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5공화국에서 빈번하게 자행되던 언론탄압의 악령이 또다시 살아난 것이다. 쇠고기 공안 정국으로, 21세기 대한민국에서. < PD수첩>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타결과 관련하여 소홀하게 다루어진 몇 몇 지점을 지적했다. 미국은 광우병 발병 국가라는 점, 미국 소 도축장의 실태와 검역 문제, 우리 정부의 기준 없이 변화하는 졸속 협상태도가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비판은 언론의 역할이고 존립근거다. 책임 있는 정부라면 이러한 언론의 걱정과 비판에 대해 일단 귀를 열고 마음을 열어야 한다. 쇠고기, 즉 먹거리는 전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관련된 아주 중차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협상내용 중에 어떤 부분을 조금 소홀히 다루었는지 돋보기를 들고 꼼꼼하게 살펴보고 그런 부분이 있으면 재논의할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정부의 올바른 태도일 것이다. 우리 국민들 모두 이런 태도를 정부에게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감히 누가 우리를 비판하느냐? 잡아서 족쳐라'라는 권위적이고 비이성적인 행동을 보이며 국민의 기대에서 점점 멀어지는 방향으로 뛰어가고 있다. 너무 무섭고 두려운 정부다. 이명박 정부는 모든 국가 정책에 '옳소'하는 박수부대를 원하는가?

반대의견을 말하는 국민과 언론이 좌파이고 반미주의자라고 서슴지 않고 말할 수 있는, 입에 쓴 약을 삼키지 못하는 정부는 절대 국민과 함께 갈 수 없다. 국민과 함께 갈 수 없는 정부라면 지금이라도 당장 정권을 이양하고 청와대를 떠나야 할 것이다. 늘 박수만 쳐대는 그런 국민도 그런 언론도 이제 대한민국에는 없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연일 촛불시위를 하며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고 그 촛불시위에는 중고등학교 학생들까지 참가하고 있다. 소값 폭락을 비관한 축산업자 2명이 이미 목숨을 버렸다.

지금 국민들은 정부가 두렵다. 두려우면 국민들은 그 두려움 때문에 용기를 얻는다. 자신들만이 절대선이라는 오기로 버티고 여론을 왜곡하는 정부에 대항할 용기가 생기는 것이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는 25%대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정부 정책에 대해 반대의견을 말하는 언론과 국민을 처벌하겠다는 공안 정국을 선포한 정부에 대해 우리도 단호히 대처하겠다. 언론에서 제기한 지점에 대해 그리고 국민들이 우려하는 것들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보기를 간절히 바란다.

< PD수첩>에 대한 소송 협박과 반대 의견을 말하는 국민들에 대한 처벌방침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광우병 발병국가의 쇠고기 수입결정으로 국가적 불안을 조성하고 국민의 명예를 실추한 정부에 대해 전 국민의 이름으로 반정권 투쟁에 나설 것이다.

2008년 5월9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 발아점
소요유, 광우병 보다 더 위험한 병




여기에 최초 발행했던 글을 추고해서 옮긴다. 예외적으로 거기에 있던 글은 지우지 않는다.

무엇이든 해야 한다. 그것이 서툰 것이고, 실수투성이일지라도.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 이제 막 한세기를 통과하고 있는 빨강머리 앤(1908년 6월 13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처음 책으로 태어난)도 그랬다.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 것보다 좌절하더라도 무엇인가를 소망하는 것이 더 낫다고. 그리고 물론, 여전히, 나는 빨강머리 앤주의자다. (참고 . 1. 전시회 13∼18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가나아트스페이스에서 ‘빨강머리 앤’ 전시회. 02-725-9256. 2. EBS '다시 보는 명작만화 - 빨강머리 앤' 주중 매일 저녁 7시 30분. 일요일 10시에 주중 방영분 전부 재방송. 놓치지 마시라. :  )

지금 하려는 이야기는 사무엘 베케트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아주 따분하다고 알려진 베케트의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에 관한 이야기다. 우선 잡지에서 읽은 일화 하나. 난해하기 짝이 없는 이 연극에 열렬한 반응을 보낸 관객들이 있었다. 교양미 넘치는 연극애호가와는 전혀 거리가 먼 상관없는 사람들. 그들은 감옥에 갇힌 수감자들이었다. 그 죄수들은 [고도를 기다리며]를 보고 경악에 가까운 열광을 보여줬다. 마치 자신이 고도를 애타게 기다리는 고고와 디디가 된 것처럼 말이다. 우리가 기다리는 '고도'는 누구이고, 우리는 언제쯤 고도를 만날 수 있을까. 이 글은 [고도를 기다리며]를 읽었던, 한 여자 아이를 몹시도 좋아했던, 어떤 날의 내가 썼던 글이고, 아직 고도를 만나지 못한 현재의 내가 여전히 쓰고 있는 글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무엘 베케트. Samuel Barclay Beckett
(아일랜드. 1906. 4. 13 ~ 1989. 12. 22.)
 

미친듯이 고도를 찾아서
- 의미 없는 세상에서 무엇이든 하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곳에서, 무엇이든 하려고 애써야 한다.
Ubi nihil vales, ibi nihil velis".
- Arnold Geulincx

 
고고와 디디는 애타게 고도를 기다린다. 나는 이제 그들이 기다리는 고도를 이제 더 이상 기다리지 않으려고 한다. 이제 너무 지친 것이다. 이 글은 고도를 우연히 마추질 수 있다는 기대를 품고 떠나는 낭만적인 여행담이 아니다. 이 글은 오히려 고도를 찾아 헤매는 필사적인 모험담이다. 실은 이 글은 그냥 거짓이고, 그 거짓 속에 담겨진 일말의 진실이며,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왜 이 글을 다시 계속 쓰는가에 대한 질문이고, 그 질문에 다시 현재의 나로 답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고고와 디디에게 고도는 어떤 의미이며, 극을 보는 우리에게, 희곡을 읽는 우리에게 고도는 누구인가. 아무도 정답을 말하지 않았다. 아니 모두가 그 정답을 이야기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그것이 진실이라고 확인해주지 못했다. 바흐친의 어투를 빌자면, 고도란 무엇이며, 누구인가에 대한 모두의 목소리들, 그 의미들의 귀향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늘 새로운 태어나는 축제들은, 비록 그 축제가 허무가 가득한 죽음의 축제라 할지라도,  아직 우리를 설레게 한다. 그건 마치 내일처럼, 우리를 살게 하는 그 '내일'처럼 새롭다.
 
가다머의 제1명제처럼, 해석한다는 것은 ‘선입견’으로부터 출발하는 위태로운 게임이다. 절대적인 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절대적인 진실이 있다면, 그것은 절대적인 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진실이다. 모든 예술은 자신의 영혼을 ‘전염’시키기 위한 일종의 책략이다. 예술이 그저 사랑과 진실과 순수의 다른 이름이라고 믿는다면, 그는 행복한 사람이다. 물론 나는 항상 행복과 불행 사이를 위태롭게 부유하고, 그렇게 떠돌며, 흘러가고, 또 다시 고이며, 넘치고, 숨는다.  

고고와 디디의 고도는 왜 오지 않는가. 그리고 그들은 왜 고도를 기다려야만 하는가. 고고는 말한다. 아무리 애를 써도 안 된다. 이미 허무에 포위 당한 것이다. 그러니 할 일이 없(7). "Rien
à faire” 다. 허무를 선택했다기보다는 허무에 선택당했다. 그렇게 세상에 던져졌으며, 의미가 무엇인지를 찾아야 하는 지겹고, 잔인한 숙명에 "할 일 없는" 채로 누군가를, 무엇인가를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치명적인 것은 그들에게 의미가 더 이상 의미 있지 않다는 데 있다. 그들은 실패했으며, 그것이 어떻게, 왜 인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무엇인가를 찾아가야 하지만 찾을 것 없는 세상에 살아야 하는 난처함. 그러나 세상은 그들을 항상 깨운다. “왜 잠 좀 자게 내버려 두지 않는 거야(17)”.

고고와 디디는 고목이 서 있는 황폐한 길 위에 있다. 그곳은 우리의 메마른 공포가 자리한 원형적 공간이다. 마치 우리 영혼의 가장 어둡고, 가장 쓸쓸한 그림자와 같은 풍경, 그 풍경 속에서 고고와 디디, 뽀초와 럭키는 서로 싸우고, 투정부리며, 그렇게 어쩔 수 없이 서로에게 기댄다. 그들은 개별적인 존재이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불가분인 한 몸이다. 그래서 그들이 보여주는 우스꽝스러운 모습들은 서로의 결핍에 대한 목마름인 것 처럼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고고가 가장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21).

우리에게 신은 이미 없고, 의미는 이미 사라져버렸으며, 우리가 행하는 이 모든 우스꽝스러운 제스처, 몸부림, 그 어떤 것도 진정한 의미를 우리에게 전해주지 않으니까. 우리는 그렇다면 죽음을 기다려야 하는 것일까. 허무로 짓이겨진 앙상하게 메마른 풍경처럼, 저 고목이 있는 거기는 우리 영혼의 그림자와 그 그림자를 만들어내는 태양이, 그러나 놀랍게도, 함께 있는 곳이다. 그래서 우리는 살아야 하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음과 할 일 없음. Rien
à faire ..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 고고와 디디는 그들 자신이 고도임을 알고 있다. 즉 그들이 기다리는 고도란 그들 스스로가 자기로 되돌아가는 자기로의 귀향임을 알고 있다. 그러나 고고도 디디도 그것을 인정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마치 암수 한몸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섞여 관계 맺고 있지만, 그 관계는 불완전하며, 각자의 결핍과 공허를 오히려 두드러지게 할  뿐이다. 그들이 결국 하나가 되더라도 세상이 그 진정성을 거절할 것임을 그들은 두려워한다.

하지만 그들이 용기없다고 비난해서는 안된다. 그들은 바보도, 실패자도 아니다. 그들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경험해야 하는 우리의 무기력함, 우리 자신의 어쩔 수 없음에 대한 표상일 뿐이다. 그래서 그들은 고목이 있는 그 길 위에서 지금도 고도를 기다리며, 우스꽝스러운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늘 그랬듯, 이미 우리들이었을 뿐이다.

세상이 허무 그 자체이더라도 우리는 그 허무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신 없는 세상에서 살아야 하는 우리는, 하지만 구원을 갈구한다. 그러나 그 구원이 세상에 받아들여지지 않을 걸 알면서 그 구원을 기다린다는 것은 절망적이다.  우리 안에 있는 고고와 디디는 불안에 가득한 모습으로、때로운 애처롭도록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그 구원을 기다린다.

그러나 ‘기다림’은 자기를 찾는 ‘떠남’과 함께 할 때에만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우리 안에 있는 고고와 디디, 그들이 온전한 스스로를 찾을 때, 서로 다른 의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서로 조화롭게 관계 맺을 때 고도는 비로소 우리 안에서 살아난다. 그리고 디디의 말처럼 “우리는 구원 받(141)”을 것이다.

고고는 “바지를 올려 입(141)”는다.
고고와 디디는 그들의 고도를 찾아 떠날 수 있을까. 
그러나 “그들은 움직이기 않고 서 있다(141)”.

이제, 우리가 떠나야할 차례다.    

 


[참고문헌]
1.사무엘 베케트, [고도를 기다리며], 용경식 역, 서울: 하서출판사, 1993.
2.황훈성, <베케트의 삶과 예술>, [외국문학](93년 봄호), 서울: 열음사.


[참조]
1. 본문의 ()안 숫자의 출처는 위 참고문헌(1.)의 페이지.
2. Arnold Geulincx . 네덜란드의 철학자(1624 ~1669).
3. "Rien a faire. 할 일 없음" 에서 a 위에 [악상 그라브 (accent grave: `)]가 표기되지 않았음. (추가. 엔디님의 도움으로 표시. 고맙습니다. : )

* 발아점
"... 몸의 실천은 물질적인 것 속에서 만나는 신성한 것을 지속적으로 경험하면서, 종말론적 희망을 부분적으로 먼저 맛보는 일이어야 한다." (주낙현)



며칠 전에 이건희교도의 신앙 간증이란 글을 썼는데요.
댓글을 통해 겨울종소리님께서 말씀하신 것도 있고 해서 이건 직접 올립니다. : )
저도 보고나서 굉장히 통쾌하다 싶었는데 말이죠.
이건희교 열혈신도이신 이한유씨께서 한 여성 청취자께 혼나는(?) 장면이죠.

이 글은 처음엔 그냥 관련글 하단에 보충으로 가필하려고 했는데, 댓글을 주신 '라스'님(임시닉네임)의 탁월한 해석에 너무도 공감하는 바 있어 따로 올리는 겁니다. 댓글로 주신 말씀을 들으면서 다시 시청해보니 정말 그 '썩소'와 '코웃음'은 너무도 아름답군요.

이하 라스님께서 주신 댓글의 일부입니다. : )

뒤에 계시던 아리따운 여자분에게 자꾸 눈이 가더군요. (쇠고기 토론 때도 계셨습니다.) 뭐 미모도 미모지만, 계속해서 이어지는 그 교수님의 얼토당토 않은 말에 반응해서 나오는 썩소(실소)와 코웃음이 자꾸 눈이 갔습니다.

제 착각인진 몰라도, 뭐 그런 모습들이 인상깊어서 그런 댓글들이 달린 건 아닐까요. [....]

그렇게 어처구니 없는 순간에 맞춰 가소로움을 표현할 수 있는 "지성(?)"을 지닌 미인이 남성이 가진 여성에 대한 편견 중에는 그리 흔치 않으니까요 ㅎㅎ

쇠고기 토론 때도 계셨다니...
다시 한번 쇠고기 토론 시청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특히
1. 32초 부분
2. 3분 16초 부분을 주목해주시기 바랍니다. ㅎㅎ



* 관련글
이건희교도의 신앙 간증 1. : "뒤에 여자분 아주 미인이시네요..ㅋ"

사랑스런 삼성공화국
이건희 쇼의 본질 : 삼성 쇄신안 발표에 부쳐




* 이 글은 새드개그맨님께서 제작하신 팟캐스트에 대한 애청자로서, 그리고 동료 블로거로서의 단상을 적은 글에 불과합니다. 지난 2008. 5.8. 공정위의 포털 조사결과가 발표되었죠. 이를 토해 네이버(좀더 정확히는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 이하 네이버는 'NHN'을 의미)는 '검색시장'에 대해서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되었습니다. 새드개그맨님의 팟캐스트는 이를 비롯해 여타 포털 사업자에 대한 공정위 판단을 공정위의 관련 보도자료를 검토하고, 논평한 것이구요. 이 글은 그 팟캐스트를 듣고 문득 문득 생긴 단상들을 정리한 글입니다. 그 팟캐스트에 댓글로 적은 것을 다소 다듬고, 보충해서 올립니다.




잘 들었습니다. : )
선입견을 갖고 사안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려는 방식에 대해 경계해야 할 필요는 물론이겠죠. 저 역시 마지막에 주신 말씀에 대해 십분 공감합니다(저 들으라고 그런 말씀을 해주신 것 같아서 살짝 민망하기도 했습니다... ㅎ).

하지만 대체적으로 제가 주목하고자 했던 관점과는 다소 다른 관점에서, 사안을 '공정위 보도자료'만을 바탕으로 해서 분석하고, 논평해주신 것 같아, 물론 그것이 기본적으로 당연하단 생각은 듭니다만, 항상 아무런 조력도 드리지 못하고, 기대만 큰 애청자로서 송구스러움과 함께, 다소간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몇가지 이견에 대해 생각나는 것들을 끄적여 봅니다.


1. '포털' 도대체 뭔가? : '포털'혹은 '포털 (검색)시장'을 개념적으로 확정할 수 있는가
저는 이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몇가지 개념 필요적 요소들을 그 요건으로 설정하면 충분히 가능할 수 있고, 가령 각종의 사이트 랭킹 사이트들에서 축적된 분류방식들도 있으리라 가정하구요. 제가 생각하는 포털의 개념 필요적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ㄱ. 망라적인 주제를 갖춘 미디어적 특성을 갖는 메인창과 연계된 하위 페이지들
ㄴ. 이와 연동하는 검색시스템
ㄷ. 관련 이메일 서비스의 유무
ㄹ. 블로그와 카페등의 연계 서비스 유무
ㅁ. 콘텐츠를 공급받는 외부 cp의 성질과 숫자 등등으로 판단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2. 검색엔진으로의 최소한의 객관성과 그 검색을 통해 이뤄지는 상품거래

검색엔진이 검색엔진으로서 가져야 하는 최소한의 객관성이란 것이 있잖아요.
이를 네이버는 거의 무시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니다.
전혀 개선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해요.

큰 차원의 정보 유통 뿐만이 아니라, 검색을 매개로 하는 상품거래 시장에서 네이버 검색시스템이 갖는 폐해는 이미 구조화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말씀처럼 이를 '법'과 '정책'이 직접적으로 개입해서 풀어야 하는가에 대해선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네이버의 가두리양식 검색시스템은 '상품거래의 매개로서의 검색시장' 뿐만 아니라 전체 웹에 막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하고, 민교수님께서는 그 지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관련 인터뷰가 매우 짧은 시간 동안 진행된 것이라서 수박 겉핥기에 치우치고, 원론적인, 직접적인 이슈의 관련 세부 논점과는 그다지 직접적 연계가 없는 지적에 그쳤다는 아쉬움도 있지만요.


3. 검색을 하는 목적 : 광고비를 많이 지불할 수 있는 업체의 서비스가 더 좋을 수 있다는 언급에 대해

이 부분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이런 가설이 들어 맞는 영역이 분명히 있을 수 있겠지요.
다만 시장의 다양성을 염두에 둔다면, 전체로서 이런 가설은 매우 위험한 추상적이고, 정서적 가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지적은 검색에 대한 본질적인 소비자들의 요구와도 그다지 적합성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검색이란 그 '검색 목적인 서비스 및 상품 제공자'(장사꾼, 기업)의 컨텐츠나 사이트에 직접적으로 연결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혹은 그것이 주가 아니라, 그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평가', 즉 '리뷰'들에 접근할 수 있도록 조력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니 기존 검색광고 시장의 패러다임인 '상품 생산자'가 직접 작성한 홍보용 컨텐츠로 접근하는 것이 주목적이 아니라, 혹은 그 서비스 자체가 사이트의 구성요소(가령 그 사이트에 머무는 것이 목적인 사이트)인 사이트로 접근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이는 매우 일차적인 것이긴 하지만), 그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평가를 확인하고, 참조하기 위한 것이 주목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령 삼성관련 상품 중 특정의 한 상품을 검색한다고 했을 때 검색창의 상단에 삼성관련 각종의 사이트들 링크가 떠야 하는게 아니라, 혹은 그 삼성물품의 도소매점의 목록들이 떠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삼성 관련 상품에 대한 '고급의 리뷰'들이 떠야 그 검색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기본적인 요구'에 값하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구글이 검색엔진 시장에서 전세계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는 그 단순한 이유는 바로 이것이겠죠.

검색엔진을 그 기본적인 요소로 장착한 포털 검색시스템의 방향이 되어야 할줄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포털은, 특히 네이버는 이런 노력은 그다지 보여주고 있지 않죠. 물론 반복적으로 확인하지만, 이를 '법'과 '정책'을 통해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가는 전혀 다른 문제이겠죠. 하지만 최소한 그 방향을 '유도'할 수는 있지 않나 싶고, 좀더 구체적으론 법과 정책이 (민교수의 원론적인 지적을 빌자면) 다른 가능성들을 지원함으로써 이를 유도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 지원은 민교수께서 말씀하신 '중소기업'의 지원에 국한 하는 것이 아니라, 블로그를 기반하는 컨텐츠 유통망 마련의 대안적 움직임에 대한 지원까지를 포함합니다.


4. 포털과 대안적 담론권력의 가능성 : 다음 아고라 등이 갖는 가능성

물론 이것은 그래도 우리나라 제2의 포털인 다음이 시민들과 협력적인 파트너쉽을 형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예시입니다만, 저는 전적으로 이것이 '포털'이 긍정적으로 평가되어야 하는 예시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현실적인 의의에 대해서는 평가합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콘텐츠 유통'에 대한 사업적 필요의 요소가 강조된 것이라는 생각이지, 다음이 미디어로서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어떤 저널리즘 정신에 입각해서 이런 시스템 얼개들을 운영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혹은 아직은 회의적인 판단이 좀더 앞섭니다). 

이번 공정위 이슈와는 다소 멀리 떨어진 이야기입니다만, MBC나 다음과 같은 거대 플랫폼의 영향력을 저는 물론 인정하고, 이들이 시민의 편에서 악질적인 이익집단인 조중동으로 상징되는 담론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유효한 원군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이는 매우 가변적이고, 불안한 대항적, 혹은 대안적 담론권력 시스템이라고 봅니다. 현재로서는 그 힘이 미약하고, 파편화되어 고립된 섬에 불과한 블로그들이 자신의 파편화된 에너지들을 유기적으로 묶어낼 수 있는 시스템을 블로거 스스로가 구축할 수 있는 방법론에 대해 이제는 정말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단계가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그 방법이 구체적으로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선 많은 고민이 필요하겠지만요...


5. 포털에 대한 비판과 이익집단화된 언론에 대한 비판

팟캐스트 말미에 다소 격한 표현인 '부화뇌동'이라는 표현까지 쓰셨지만, 저는 조선일보를 비판하는 것과 포털을 비판하는 것은 서로 전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가령 변희재 같은 자가 조선일보에서 포털을 비판하는 그 아리까리한 논리의 연장에서 저와 저와 같은 비판의식을 갖는 다수의 블로거, 네티즌들께서 포털을 비판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포털을 비판하는 가장 커다란 이유는 포털이 웹을 통한 자유롭고, 개방적인 정보 유통을 방해하고, 정보의 집중화를 심화시키며, 웹을 통해 꿈꿀 수 있는 다양한 문화적 가능성을 획일화시키고(유통되는 정보의 성격과 관련해서), 점점더 사적인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웹의 가능성을 축소시키고 있기 때문이지, 기존의 전통적 담론권력인 언론의 기득권을 빼앗아 오기 때문이 아닙니다.

물론 그런 취지로 말씀하신 것은 아니겠지만... 언론권력을 비판하는 것과 포털권력을 비판하는 문제를 너무 단선적으로 파악하시는 것 같다는 느낌을 이번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느꼈습니다. 물론 전체 팟캐스트의 기승전결을 위한 맥락상 다소간 거칠게 표현하신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이 점은 애청자로서 다소 아쉬운 부분입니다.




* 관련(참고)글
시장지배적 사업자


* 발아점이자 대상글
공정위 방망이는 솜방망이? (08.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