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피디수첩 vs. 조선일보
또 다른 부제 : 광우병 사태 중간점검 및 향후 관전 포인트


이 글은, 오랜만에, 꽤 긴 글이 될 것 같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촉발된 광우병 이슈는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엄청난 폭발력을 갖고 있었나보다. 이제 막 폭발하기 시작한 이 다이너마이트의 뇌관을 건드린 건, 아다시피, 피디수첩이다. 피디수첩은, 성급한 예측일 수는 있겠으나, 황우석 파동 이후 최대 성과를 이미(!) 이뤄냈다.

피디수첩은 작정하고 이 이슈를 대결구도로 그려냈다. 이 관극틀은 그야말로 선악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관극틀이다. 이를 통해 광우병 이슈는 극적으로 폭발, 증폭했다. 나 역시 피디수첩발 광우병 블록버스터를 열렬히 시청한 관객 중 한 명임을 인정하는 바다. 피디수첩의 '작정한 광우병 블록버스터' 자체(엄격한 균형과 객관성이라는 차원에서)에 대한 비판적 고찰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시각이기도 하지만, 이건 좀 나중에 이야기하자.

피디수첩을 통해 광우병 이슈는 '선과 악의 대결' '가진 자(이른바 '강부자')와 못가진 자의 대결' '상식과 반상식의 대결' 더 나아가 '정부와 국민의 대결'으로까지 발전된 상태다. 물론 관객들은 스스로 선이길 원하고, 우리나라는 가진 자보다는 못가진 자의 인구가 훨씬 많으며(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존재 기반, 특히 경제적 조건을 배반하는 세속적 욕망들에 의해 어처구니 없는 선거결과를 만들어내긴 하지만), 자신이 매우 상식적이라고 생각한다(비꼬려는 의도 없다. 그냥 그렇다는거다). 무엇보다 피디수첩은 이명박 정부 그 자체를 '적'으로 돌려세우는데 성공했다. 오랜만에(?) (좀 노골적인) 당파적 (관점)으로 말한다면, 나는 이 전략이 매우 유효한 전략이라고 판단한다. 그러니 방법 자체가 취지를 몰각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 경우엔 전략이고 나발이고, 그 자체로 '적(敵)'이다.

그리하여 이번 기회에, 이제 막 출범한 이명박 정부를 끝장내자는 열혈 네티즌들(그들은 물론 시민이고, 유권자들일텐데..)은 50만에 육박하고 있다(현재 시각 5월 2일 오전 9시 30분 쯤)(다음 아고라 '1000만명 서명, 이명박 대통령 탄핵을 요구합니다'). 이 글을 끝마친 시점에서는 50만 돌파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렇게 탄핵서명한다고 탄핵되는 건 전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온라인 서명운동이 자주 무시당하고, 거대 미디어의 포로로 존재했던, 그리고 여전히 그렇게 조종당하고 있는 대다수 시민들의 소박하지만, 거대한 잠재력을 갖는 자발적이며(덧. 이 자발성에 대해선 물론 좀더 다양하고, 비판적인 관점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 , 상징적인 권력행위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덧. 이것이

참조. 대통령 탄핵 절차 및 노무현 탄핵 사건

1. 대통령 탄핵 절차 (국회재적 과반 발의 -> 국회재적의원 2/3 찬성 -> 헌재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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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노무현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
헌법재판소 2004. 5.14. 선고 2004헌나1 대통령(노무현)탄핵

[판시사항 및 판결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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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급기야 이 사태에 놀란 조선일보가 이명박 일병 구출작전에 돌입했다. 그런데 그 구출작전이 그렇게 현명해보이지는 않는다. 노회한 조선일보가 이렇게 멍청한 구출작전을 기획했다는 사실 자체가 나로선 좀 의외다. 너무 서툴고, 아마추어 냄새가 난다. 솔직한 심정으로, 좀 노골적으로 표현하면 골 때린다. 이명박을 끝장내려는 열혈네티즌은 이제 조선일보를 끝장내려는 '정의의 사도'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단계로 돌입할지도 모른다.

조선일보가 예상했을지, 예상하지 못했을지 모르지만, 광우병 사태에 정면으로 개입한 건 조선일보에게도 엄청난 모험이다. 그런데 이토록 어설프게 기획되었다는 사실에 대해, 누구보다 조선일보가 끝장나기를 바라는 열혈 구독자(나는 조선일보가 끝장 나기를 원하기 때문에, 그 모든 역겨움을 참고, 열심히 읽는다)로서 기쁨과 설레는 마음 헤아릴 길 없다. 가령 조선일보 일면의 구석탱이에서 독자들을 희롱하곤 하는 '팔면봉'에서는 상식적으로 충분히 이해 가능한, 공감할 수 있는, 국민들의 (다소 과격한) 분노(표출)에 대해 이렇게 논평하고 있다.

쇠고기 협상대표의 개인전화번호 인터넷 떠돌아. "항의전화 걸자"고. 익명집단의 가공할 테러
- 조선일보, 팔면봉, 2008. 5. 2일자. 1면

이 팔면봉을 쓴 기자(논설위원)가 누군지는 모르겠으나(지도 익명이면서 네티즌을 익명집단이라고 힐난하고 있구나...), 그 익명 기자는 국민들 대다수를 '테러'집단으로 돌려세워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 시대의 속물근성에 대한 조선일보의 놀라운 감수성(이건 정말 나도 인정하는 바인데, 그리하야 내 주된 관심사 중 하나는 우리시대의 속물근성이다)을 생각해보면, 이건 정말 엄청난 판단착오다. 물론 고소영, 강부자인 그들이 일반 시민들의 감수성을 읽어내지 못할 가능성은 항상 상존하긴 했다.  

조선일보의 이명박 구출작전은 조선 미디어 전방위에서 걸쳐 행해지고 있나보다.
월간조선 칼럼을 살짝 옮기면 다음과 같다.

미국엔 또한 11만명의 우리 유학생과 215만명의 교포가 살고 있다. 미국 쇠고기가 그렇게 위험하다면 반대 진영은 왜 이들에게 경고하지 않았을까. 같은 미국 쇠고기라도 한국에선 위험하고 미국에서 먹으면 괜찮다는 말일까. [나머지는 당신이 예상하는 바로 그대로다, 중간 많이 생략하고 결론으로] 그렇지만 반대 진영은 미국 쇠고기만 찍어 괴담을 쏟아낸다. 그 결과 검역 주권이며 안전성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같은 정말 중요한 논의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그들의 진정성도 의심 받고 있다.

- 박정훈·조선일보 경제부장 (입력 : 2008-05-02, 09:49)
월간조선 [경제초점] 11만 유학생이 먹는 '미국 쇠고기' 중에서


물론 황우석 파동에서 보여준 바 있지만, 조선일보의 둔갑술은 이미 구미호의 단계를 넘어서긴 했다. 이 점은 심히 우려되는 바다. 여론과 객관적인 조건들이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났다고 판단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말을 바꿀 것 같다는 거다. 이런 건 이미 너무 지겹게, 너무 너무 신물나게 겪어왔으니까...

각설하고 일단 이 '사태'를 촉발한 사실과 이 '사태'의 논점들을 살펴보고, 좀더 이야기를 이어가보자.

덧. 이 서설 부분은 다소 낙관적으로, 특히나 다음 아고라 서명 물결에 대한 무한한 심정적 공감에 바탕해서 쓰여진 부분이라서, 지금 다시 읽으니 너무 대책없이 낙관적이란 생각이 든다. 몇몇 부분은 대폭 추고하고 싶지만, 일차 독자에 대한 신뢰랄까, 추정적 기대감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랄까... 그대로 둔다. 이 부분과 이 글의 결어부분은, 하지만 서로 다른 마음에서 나온 것은 아니다.


1. 사실들

ㄱ. 핵심 사실 :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 결정
피디수첩에 의하면, 총선 한 달 전에 사실상 협상절차에 대한 협의가 완료되었다. 물론 총선 기간 중 이 이슈는 수면 아래로 철저히 가려졌다. 그 이유는, 물론, 총선에서 표 깎아 먹을까봐다. 본 협상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총선 직후 일주일 만에 속전속결로 완료되었다.

ㄴ. 발언들
* 이명박 - "질 좋은 (미국산) 고기를 들여오면 시민들이 값싸고 좋은 고기 먹는 것에 도움이 된다. 마음에 안 들면 적게 사면 된다" :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타결 뒤, 일본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출처 : 한겨레, 안 먹을 수 없는 너. (일독 추천) 

* 민동석 (농림수산부 차관보) - "99.9% 안전한다. 복어에서 독을 제거하고 먹으며 안전한 것과 같은 이치" "비행기 사고 무서워서 비행기 안타나?" (피디수첩 인터뷰) : 이에 대해선 "0.1%면 이미 4만 5천명"이라는 친절하고 상냥한 진중권의 답변 참조. (+ 진중권 왈, "고소영, 강부자라고 불리는 그 분들, 그 분들은 그 값싸고 질좋은 고기 절대 안 드실 거라는 것") 출처 : 미디어오늘, "청와대 내각, 광우병 걸린 소 두뇌"


참조
1. 한·미 FTA협상 4대 선결조건 : 스크린 쿼터 축소, 미국산 쇠고기 수입, 약값 재조정,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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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에 즈음한 조선일보의 분위기 : 안전하다를 강조하는 분위기랄까? 다른 나라도 먹어, 걱정마.. 랄까? 아래에 등장하는 각 자문자답 형식의 질문들은 피디수첩에서 의문을 제기한 논점들과 거의 겹친다. 양자를 비교하면서 조선일보의 아래 기사들을 음미하면 좋을 것 같다. 이는 본문에서 다룰 예정이다.

[미 쇠고기 전면개방] ● 다른 나라는? 97개국, 부위 제한없이 수입
미국산 쇠고기, 이것이 궁금하다 (금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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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중앙일보의 분위기 : 궁금해서 한번 찾아봤더니, 뭐, 대충 아니나 다를까...싶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계시다. 그런데 아래 소개한 사설은 좀 그 정도가 심한 것 같기도 하고... 그러니까 한마디로 분위기 파악 한참 못하고 있다.

[사설] 쇠고기 협상, 정치선동 대상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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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논점들 - 미국산 쇠고기 정말 위험한가 (이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ㄱ. 미국산 쇠고기 정말 위험한가?
- 위험하다 : 다수 시민들, 야당, 피디수첩 및 소위 진보적 신문, 진보적 언론사닷컴의 입장.
- 위험은 필요이상으로 과장되었다 : 소수 시민들, 정부 여당, 거대신문들의 입장.
ㄴ. 조선일보의 이명박 일병 구출작전
ㄷ. 광우병 사태와 미디어의 권력 역학 (피디수첩과 조선일보, 과연 누가 승리할 것인가)
ㄹ. 대중적 상징권력 (김민선 사례의 경우)
ㅁ. 우리는 이 모든 사태를 끝장 낼 수 있는가 (이명박 정부는 정말 시작과 동시에 파멸로 가는가)


3. 미국산 쇠고기 정말 위험한가

실증적인 통계 자료는, 유감스럽게도(?) 미국산 쇠고기가 졸라 위험하지는 않다는 점을 오히려 좀더 강하게 지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쓴 가장 신뢰할만한 글은, 내 개인적 체험치에 한정해서 말한다면, YY님의 글이다. 나는 이런 관점 역시 매우 유효하고, 있을 수 있는 관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극단적인 불안과 (준비된) 분노는 거대신문, 특히 위에서 잠깐 살펴본 중앙일보 사설에서 말하는 '포퓰리즘'적 혐의가 없지 않다고 인정하는 바다. 하지만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기본적인 대전제는 다음과 같다.

미국산 쇠고기는 위험하다.
미국산 쇠고기는 위험하지 않다.

유효한 수준에서의 '확정적 진술'은 현재의 과학 수준으로는 불가능한 진술이다. 광우병의 특질(장기간의 잠복기간)도 여기에 작용한다. 펄님께서 쓰신 글처럼 '어느 날 갑자기' 광우병이 '터져버리면' 그 때는 어떻게 할텐가? 그 SF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0.0000001%의 가능성은 그냥 무시할 수 있는 가능성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미디어에서 확인하고 있는 '(준)확정적 진술'들이 갖는 설득력을 논리적으로 비교해볼 수는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위 조선일보 기사에서 말하는 '안전성'을 강조하는 입장과 안정성에 깊은 의심을 보내는 입장(내 개인적인 견해를 비롯해서, 피디수첩 및 여타 미디어의 입장)을 대비해서 판단해보자. 이하 하위 목차들은 조선일보 기사 본문의 소제목들을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


1) 미국은 광우병 안전국인가?

조선 - ㄱ. 172개 국가가 참여한 '국제수역사무국(OIE)'은 작년 5월 미국에 '광우병 위험 통제 가능 국가' 지위를 부여했다. 특정위험물질이 제거된 미국산 쇠고기는 다른 나라가 수입해 먹어도 안전하다는 판정을 내린 것이다.
ㄴ. 미국에서 소 광우병이 3건(2003· 2005·2006년)밖에 발생하지 않은 점, 광우병에 감염된 미국인도 대개는 미국이 아닌 영국 등 다른 나라에서 광우병에 걸린 점,
ㄷ. 도축 과정에서 특정위험물질이 안전하게 제거되고 있는 점 등이 감안, 미국산 쇠고기를 안전하다고 판정한 것이다.

피디수첩 -
ㄱ. 국제수역사무국(OIE)  문제 : 피디수첩에서 인터뷰한 미국의 쇠고기 통상대표는 '국제수역사무국' 과학적인 객관성과 중립성을 갖는 단체인 것처럼 설명한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건 아닌 것 같다. 피디수첩은 미국내 환경단체 관계자의 인터뷰를 인용하면서 다음과 같은 점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미국내 광우병 발병 시점 이전과 발병 시점 이후에 '국제수역사무국'이 광우병 위험을 판단하는 표준을 5단계(1등급에서 5등급까지)를 현재의 3단계로 바꾸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나. 미국의 정치적 입김이 '개입'되었다는 혐의가 강하게 포착되고, 이것은 매우 합리적인 의심이고, 추론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에 대한 언급은 조선에서는 발견할 수 없다.

ㄴ. 미국내 발병 사례 : 광우병의 특질인 장기간의 잠복기을 염두에 두자면 조선일보에서 근거로 삼는 광우병이 발생한 경우가 3건에 불과하다는 신뢰도 높은 근거가 될 수 없다.

ㄷ. 도축 과정에서의 안전성 : 피디수첩에서 활용한 자료들이 환경단체에서 제공한 자료인 점을 감안하더라도(그러니 환경단체에서 도축이 신뢰할만하다는 필름을 제공했을리 만무하다), 그 자료가 조작된 것이 아니라면, 도축과정에서 특정위험물질이 안전하게 제거되고 있다는 조선일보의 단정적인 진술은 매우 의심스러운 것이다.  

2) 한국 소도 미국산 사료를 먹지 않나?

조선일보 - 미국은 1997년 광우병 전파를 막기 위해 소의 뼈나 내장 등을 갈아 만든 동물성 사료를 소에게 먹이지 못하게 조치했다. 우리나라도 미국에서 광우병이 처음 발생하기 전인 2000년부터 동물성 사료의 수입 및 사용 금지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동물성 사료에 의한 광우병 전파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농림수산식품부의 설명이다.

프레시안 - 농림수산식품부의 설명에 대한 신뢰성에 대해 프레시안은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추적] 美 쇠고기와 농림부의 '말 바꾸기' (2008-05-02 오전 8:13:45)

여기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이상길 농림수산식품부 축산정책단장(전 농림부 축산국장)이다. 그는 우리나라의 축산 정책을 총괄하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 중이다. 그는 불과 1년 6개월 전만 해도 "주권 국가의 검역권 침해는 용납하지 않겠다"며 미국에 맞섰다. 이런 그가 변했다. 이제 그는 "광우병은 생각만큼 위험한 병이 아니다"라고 얘기한다. 그가 지난 1년 6개월 동안 쏟아낸 말을 추적하면 이명박 정부의 이번 결정이 얼마나 '비과학적, 비논리적으로 결정된 것인지 적나라하게 알 수 있다. [.....]

농림수산식품부의 '설명' 자체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는 느낌 강하게 든다. 그리고 이건 자업자득이다.

3) LA갈비·사골·꼬리·곱창·막창 먹어도 되나?

조선일보 - 소의 특정위험물질을 먹지 않으면 사람은 광우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정설이다. 그러나 특정위험물질은 굽거나 끓여도 안전하지 않다. LA갈비·사골·꼬리 등 단순히 뼈만 포함돼 있으면서 특정위험물질이 들어있지 않은 부위는 염려없이 먹을 수 있다. 곱창·막창 등 내장도 특정위험물질인 '소장 끝' 부분만 확실하게 제거하면 된다는 것이다. 등뼈가 포함된 T-본 스테이크도 30개월 미만 소에서 나온 것은 안전하다고 농림수산식품부는 설명한다. 미국에서 도축되는 소의 나이는 20개월 미만이 97%를 차지하고 있고, 도축될 때 평균 나이는 17개월이다. 광우병이 30개월 이상 소에게서 주로 나타나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 안전하다는 것이 미국측 주장이다.

나, 피디수첩 - 일단 스스로 민족지라고 자칭하는 이 빌어먹을 조선일보라는 (유사) 신문은 농림부의 '설명'과 '미국측 주장'을 요약해서 전달하고 앉아있다. 그러니까 이건 자위행위에 불과한거지 갈등적 상황에서 대비되는 입장에 대한 자료들을 제시하고, 자율적인 선택권을 독자에게 부여하는 방식은 전혀 아니라는 점을 우선 강하게 지적하는 바다. 그리고 웃긴건 97%가 20개월 미만의 소라서 "이런 부분에서"(이게 도대체 어떤 부분인지 모르겠지만) 안전하다고 치자. 그럼 나머지 부분은 어쩔셈인가? 이건 협상당사자가 99.9%는 안전하다고 말한 것과 쌤쌤이다. 그러니까 바보선언이다. 첨언하자면, 피디수첩은 미국내 도축 체계상 도축되는 소의 나이를 객관적으로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4) 왜 미국은 쇠고기 수출에 집착하나?

조선일보 - 미국에 광우병이 발생해 쇠고기 수출이 막히기 직전인 2003년 미국이 한국에 수출한 쇠고기는 약 20만t, 8억5000만 달러였다. 당시 한국은 일본, 멕시코 등과 함께 미국산 쇠고기의 세계 3대 수출 시장에 속했다. 미국의 쇠고기 수출량은 2003년에 약 114만t으로 정점에 올랐다. 하지만 광우병 발생 이후 2004년 20만t, 2005년 31만t, 2006년 51만t, 2007년 65만t 등으로 과거 수출량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큰 타격을 받은 미국 축산 농가의 목소리를 미국 정부와 의회가 외면하지 못한 것이다.

나 - 이 부분만 읽으면 조선일보란 신문(유사의 어떤 것)이 미국신문인지 한국신문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미국 축산 농가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못한 것'이라는 부분을 읽으면 뭐랄까, 멍때리고 있다가는 나마저 안타까워져서 '미국 축산 농가의 목소리를 외면'하면 안될 것 같다. 한국 축산 농가는 어디갔나? (물론 오늘자 조선일보의 엄청나게 멍청한 기사에서 이 부분으로 시선을 유도하려고 무던히도 애쓰고 있다. 이건 좀더 나중에 살펴보자)


5) 다른 나라는 어떤 조건으로 수입하나?

조선일보 - 중국, 대만, 홍콩 등 수입 제한을 하는 12개 국가는 '30개월 미만 소에게서 뼈를 제거한 살코기'만 수입을 허용하고 있다. 베트남, 러시아 등 7개 국가는 30개월 미만의 소에게서 나온 뼈와 살코기의 수입을 허용하고 있다. 가장 엄격한 기준을 두고 있는 일본은 소의 도축 당시 나이를 20개월 미만으로 제한하는 대신 살코기뿐만 아니라 뼈(갈비), 내장 등도 수입한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우리와 식습관이 비슷한 일본, 중국, 대만, 홍콩 등 아시아 국가들도 2007년 5월 미국이 '광우병 위험통제 가능 국가'로 지정된 이후 수입조건을 완화하는 협상을 진행 중이거나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나 - 자잘한 건 그렇다고 치고, 일본 경우를 설명하는 지문은 정말 골 때린다. "20개월 미만으로 제한"이라는 부분이 전제된다면, 굳이 "살코기뿐만 아니라 뼈(갈비), 내장 등도 수입한다"는 설명은 있을 필요도 없다. 광우병은, 현재까지 보고된 바로는 30개월 이상의 소들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물론 미국내 도축환경에서 미국소의 나이를 신뢰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는 여전히 남긴 하지만). 그리고 뼈 중에서도 '특정위험 부분'에 속한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명확한 서술이 없다. 그러니까 이건 아무리 우호적으로 생각하려고 해도, 악질적인 물타기다. 그리고 농림부 관계자 말을 인용하는 건... 뭐랄까, 정부홍보지도 아니고 뭐하는 짓거리인지 모르겠다. 하다못해 시민단체 목소리를 '평등하게' 함께 제시하던가.. 독자들의 기본적인 선택권을 초전박살내고 있는 저질스런 부분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겠다.  

6) 미국산 쇠고기가 왜 한국서 인기가 높나?

조선일보 - 미국산 쇠고기는 호주·뉴질랜드산 보다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으로 한국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한우 맛에 가장 가깝다는 것이다. 주로 목초만 먹여 길러 지방이 고르게 퍼지지 않은 호주·뉴질랜드산과 달리, 미국산은 마지막 사육 단계에서 곡물만 먹여 지방이 고르게 퍼진 육질을 만들기 때문이다.

나 - 이건 전형적으로 무슨 홍보전단에서나 볼 수 있는 문구들로 채워져 있는데, 현재 강호의 분위기를 그대로 전달하자면, "마지막 사육 단계에서 곡물만 먹여 지방이 고르게 퍼진 육질"인 "고소하고 부드러운" 미국 쇠고기 너나 실컷 쳐 드시던가... 물론 조선일보 기자의 빠방한 연봉을 생각하면 미국산 쇠고기 쳐 드실 것 같지는 않다. 이렇게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인데, 시범적으로 조선일보 기자들이 미국산 쇠고기 먹기 캠페인을 솔선수범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얼핏...

7) 소결

농림부 관계자의 '99.9%' 발언이나 조선일보의 안전성에 대한 강변은 일견 완전무결하게 안전한 것이 세상에 과연 존재하나.. 뭐, 이런 생각을 들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 사회 전체의 필요에 의해 위험이 발생할 것을 뻔히 예상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위험을 허용하기도 한다(가령 자동차운전은 암 다음의 사망자를 발생시키지는 사회적으로 용인된다). 하지만 이 논리를 '먹거리'에 그대로 대입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는 또 다른 문제다.

자동차 운전이 정책적으로 회피하기 불가능한 영역에 속한다면, 먹거리, 그 중에서도 '특정 국가에서 수입하는 먹거리'는 충분히 (적어도 이론적으론) 회피할 수 있는 영역에 속하며, 다른 나라들(적어도 일본)에서는 그렇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더욱 인간 생존의 가장 기본이 되는 '식'의 문제는 농림부 관계자의 무식하기 짝이 없는 발언처럼, '비행기 사고 난다고 비행기 안타냐' 따위의 실용적인(?) 철학으로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이것은 인간이 인간이기 위한 그 물적 조건의 가장 기초에 속하는 매우 '경건한'(나는 이 표현이 매우 적절하다고 생각하는데) 영역이기 때문이다.


4. 조선일보의 이명박 일병 구출작전, 과연 성공할 것인가?

작전은 두 가지 방향에서 전격적으로 진행되었다. 실은 이 글을 쓰게 된 직접적인 동기는 오늘자(2008. 5. 2일자. 1면, 3면) 조선일보 기사 때문이었다. 각각 "'광우병 괴담' 듣고만 있는 정부"(1면 헤드라인)와 그 관련기사인 "한우 산지값 폭락하는데, 음식점은 콧방귀"(3면 거의 전부)인데 이에 대해 잠깐 이야기해보자. 덧. 깜빡하고 '사설'을 빼먹었다. ㅡ.ㅡ; 이하 사설 부분을 보충한다.

1) 훈수질과 선전포고 - "'광우병 괴담' 듣고만 있는 정부" (조선일보 2008. 5. 2.일자. 1면 머릿기사)

아주 대놓고 정부 훈수질에 나섰다.
그리고 한편으론 피디수첩과 다음 아고라(이명박 퇴출작전을 수행중인) 네티즌을 상대로 선전포고하고 있다. 나는 조선일보가 이렇게까지 자신감 충만한 돌대가리 집단인줄은 정말 몰랐다. 이건 제 아무리 조선일보라고 해도 게임이 불가능한 게임이다. 그렇다고 조선일보가 '저널리즘의 사명'을 위해, 자신이 확보한 자료들을 정말 객관적으로 살펴보고, "내일의 역사이어야 하는 오늘의 신문"을 위해 이런 과감한 용기를 보여줬다는 생각, 전혀 들지 않고, 그럴리도 전혀 없(다고 판단한)다.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앞두고 광우병 위험에 대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주장들이 인터넷에 떠돌아 소비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달 29일 문화방송(MBC)의 시사프로그램 'PD수첩'이 광우병 안전성 논란을 방송한 이후 특히 심해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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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괴담' 듣고만 있는 정부" (금원섭 기자, 조선일보 2008. 5. 2.일자. 1면 머릿기사) 중에서

일면 헤드라인 기사는 본문을 위한 기사가 아니라, 독자들의 시각적 인지형성을 위한 '제목 위주의 기사'다. 큰 제목은 ㄱ. "'광우병 괴담' 듣고만 있는 정부"이고, 작은 제목은 ㄴ. "미쇠고기 '검증 안된 주장들' 인터넷 확산(첫 번째 줄) ㄷ. "일부 방송이 자극...정부도 안전성 밝혀야" 이다. 이정도 제목도 큰 제목과 첫 번째 작은 제목을 빼고는, 그동안 조선일보가 보여준 과감한 틀짓기라는 차원에서 생각하면 별 역겨움 없이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사설은 좀더 본격적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괄호 부분은 짧은 내가 적은 논평이다)

PD 수첩은 TV가 특정한 의도를 갖고 여론 몰아가기에 나서면 그 사회적 파장이 얼마나 큰가를 보여줬다( 사돈 남말한다..는 조선일보에서 유래되었다는 옛성현의 말씀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영상과 언어 위주('언어 위주'라는 건 도무지 뭘 말하는 건지.. 신문은 비언어 위주인가? ㅡ.ㅡ; 말하기 위주 혹은 음성언어의 오타인가 싶기도 하고..)의 TV는 시청자의 생각과 감정을 달궈진 인두로 지지듯 한다. TV의 괴력은 언제든지 TV폭력으로 바뀔 수 있다.

그러나 TV 속 '미국 쇠고기 괴담'은 터무니없이 과장된 내용이 많다. [.... 이하 중간 부분은 기존 조선일보 관련 기사의 요약 정리]

우리국민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쇠고기를 먹는 국민이다. 생활이 어려운 사람은 쇠고기 정가표를 보고 화들짝 놀라 절로 손을 움츠릴 지경이다. 소비자가 생각하는 진짜 소비자운동이 나와야 할 때다. (이게 가만히 생각해보니 3면에서 쇠고기값 비싸다는 엉뚱한 소리한 진짜 속내인 것 같다. 서민들은 입닥치고 미국산 쇠고기 먹고 감지덕지해라.. 뭐 이런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 조선일보 사설, 'TV 광우병 부풀리기 도를 넘었다', 2008년 5월 2일자, 중에서

이건 이쯤하자.
개인적으로 좀더 흥미로운 건 3면 거의 전부를 할애한 관련기사들이다.
그러니까 조선일보가 강조하는 '값싼 쇠고기 먹기' "진짜 소비자운동" 버전이다.



2) 물타기 - "한우 산지값 폭락하는데, 음식점은 콧방귀" (조선일보 2008. 5. 2.일자. 3면 거의 전부)

일면에서는 '광우병 괴담'이라고 직접 명명한 '새빨간 거짓말'(괴담이라는 말 자체에 담겨진 거짓의 이미지)이라는 틀짓기와는 전혀 상관없는 소리들을 써내려가고 있다. 피디수첩 보도상의 문제점이나 다음 아고라고 결집하고 있는 네티즌 주장이 담고 있는 과장에 대해 비판하고 있는 게 아니라, 갑자기 이 문제를 '소비자 문제' '쇠고기 유통의 문제'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축산농가, 특히 한우를 키우는 축산농가에 대한 연민을 자극하고, 또 한편으로는 한우 음식점들의 폭리 문제로 접근한다.

그러니까 왜 갑자기 이런 소리하나... 싶은 생각을 좀더 강하게 들게 하는, 관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오묘한 기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길게 분석할 가치는 없고, 소제목들, 요약강조 문구들을 살펴보는 것으로 족할 듯 하다.

한우 산지깝 폭락하는데, 음식점은 콧방귀 (큰 제목)
등심 1Kg으로 치면 43만원까지... 도매가의 6배 넘어 (이하 요약강조 문구)
같은 음식점인데 다른 장소에서 다른 값에 파는 곳도
업소들 "특화" 주장..."고급취향에 편승한 거품" 지적 - 이상 김덕한 기자

유통과정 줄여 싸게 파는 곳도 잇따라 (큰 제목)
영월 한우마을은 암소 300g에 1만 4000원
(작은 제목) - 이상 김현진 기자

- 조선일보 2008. 5. 2.일자. 3면 중에서

내가 조선일보에 대한 편견으로 잘못 읽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고소영, 강부자 부류) 1%는 앞으로 한우 먹어야 하니까, 미국산 쇠고기 수입하면 알아서 내려가긴 하겠지만, 한우 음식점 너무 폭리 취하지는 말더라고... 이런 메시지도 담고 있는 것 같다. ㅡ.ㅡ; 핵심 독자층(전문용어로는 '부자')에게 아부하는 그런 기사랄까??



3) 무엇이 조선일보를 움직였는가

조선일보를 움직인 건 두 가지중 하나다.
하나는 틀짓기에 관한 자신감이다. 그렇게 김대중 정권 내내, 노무현 정권 내내 국민들, 최소한 독자들을 자신들이 이야기하고 싶은 화제, 자신이 이끌고 싶었던 논점으로 시선을 붙잡는데 성공해왔던 조선일보로서는 이번에도 사태를 만만하게 바라보고 있는건지도 모를 일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런 조선일보식 틀짓기는, 그게 전적으로 사실의 조작이나 거짓 위에 수립된 것이 아니라, 어떤 사실에 대한 '관점 상의 의도적인 착시현상'을 설계하면서 생겨난 것이라는 점이다. 장기적으로 그런 관점에 노출되면, 현상에 대한 '해석틀' 자체에 반복적인 학습효과에 의한 변형이 생겨버린다. 그러니까 멍때리면서 TV 버라이어티에 중독되는 것과 흡사하달까... 진실을 위한 진실이 아닌, 거짓을 위한 진실-황지우식으로 말하자면, 범죄자는 거짓을 위해 진실을 고백한다-, 자신에게 유리한 진실만을 고집하는 조선일보는 이번에도 이렇게 자신들에게 유리한 틀 속에 독자들을 가두고 싶어하는거다.

나머지 하나는 사태에 대해 오판할 만큼 심각한 위기의식이다.
물론 이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가능성이지만, PD수첩과 다음 아고라를 직접적으로 지목한 건 나름으로 의미심장하다. 조선일보식 틀짓기에 대한 가장 강력한 항체는 이제 경쟁사 신문 따위가 아니라, 방송 혹은 인터넷이라고 조선일보는 판단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점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이 관점은 새롭게 개정될 것이 분명한, 그리하여 조선이나 중앙 같은 거대 신문사에게 '방송사 겸영 금지'의 족쇄를 풀어줄 것이 분명해 보이는 신문법 개정(이것만으로도 조선일보는 한나라당에게 올인할 수 밖에는 없을 것으로 나는 생각하는데) 이슈와 맞물려 있다.


4) 소결 - 조선일보의 이명박 구출작전은 과연 성공할 것인가?

지난 황우석 파동을 떠올려보자. 그 광기어린 마녀사냥과 소용돌이 와중에 조선일보가 보여준 놀랄만한 둔갑술을 떠올려보자. 사태 초기에 황우석을 이순신으로 만든 건 물론 조선일보만은 아니다. 그럼에도 조선일보와 YTN은 가장 앞장서서 마녀사냥을 뒤에서 조장했던 점은 부정하기 힘들다. 난자축제와 임진왜란 분위기 한껏 몰고간 그 생생한 광기의 풍경이 아직도 생생하다.

물론 여기에는 이른바 노빠 아지트로 알려진 서프라이즈와 한겨레에 고정 기고했던  엉뚱한 극우 김어준의 딴지일보, 그리고 김어준의 억지스런 맹목에 지면을 빌려줬던 한겨레도 책임에서 예외는 아니다.
솔직히 한겨레가 황우석 파동 와중에 보여준 무기력과 파동이 끝나자 자기들이 한건 했다는 식으로 '기자 만담'을 벌이는 모습은, 그런 민망하기 그지 없는 생색내기는 좀 꼴사납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긴 했다.

아무튼 조선일보는 사태 추이에 따라 거듭 거듭 놀라운 둔갑술을 보여줬다. 초기 황우석 구출 작전에 뛰어든 모습과 후기 '황우석? 누구...예요?'에 이르끼까지, 구미호가 울고 갈 그 놀라운 둔갑술 때문에, 물론 조선일보라는 집단이 가진 뻔뻔함이야 그 자체로 '믿거나 말거나' 수준이긴 하지만, 중앙일보도 (형식적으로나마) 사과할 수 밖에 없었던 그 황우석 광풍을 피해갈 수 있었다.

그렇다면 황우석 파동 때의 조선일보를 떠올리면서  이 광우병 사태, 미국산 쇠고기 사태를 다시 검토해보자. 내 생각으론, 조선일보는 이명박 구출작전을 멈추지 않을 것임에 분명해 보인다. 이유는 다음 몇 가지들이다. 조선일보에 감정이입해서 진술해보자.

ㄱ. 이명박(정부) : 이제 막 선출된 권력의 정점이다. 아직 베껴먹을게 얼마나 많은디..
ㄴ. 한날당 : 아직 신문법을 처리해줄 18대 국회는 개원(오는 6월 5일 개원)조차 하지 않았다. 일단 신문법 처리하는 거 확인하고...
ㄷ. 시민들 : 시민? 놀고있네. 피디수첩에서 방영한 '영화'보고 날뛰는거지, 뭐 게네들 '냄비근성'이야 좀 지나면 유야무야되겠지, 뭐...
ㄹ. 독자들 : 적절히 논조로 물타기로 조절하면 되지롱!

그렇다면 마지막 질문이다.
조선일보의 이명박 구출작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솔직히 성공하고 말고에 대해 조선일보는 그다지 관심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언제든 '소위' 시민들, 국민들, 그러니까 우리들이 만들어내는 여론은 그 방향을 바꾸고, 조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아직 충만하고, 혹 그게 어렵더라도 시간은 자신들의 편이라는 것을 경험칙상 신뢰하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현재 조선일보에게 중요한 건 시민들이 피디수첩에 자극받아 만들어가는 反이명박 여론, 그다지 실현 가능성 높지 않은 '탄핵 놀이'(via) (탄핵 발의는 물론이고, 헌재에 보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전혀 없는..) 따위(?)가 아닐지도 모른다. 이명박에게 확실히 눈도장 찍고, 여전히 자신들은 이명박의 아군(조선일보 내부에 있는 박근혜 우호세력...은 별론으로)임을 증명할 이유가 여전히 강력히 존재하고, 무엇보다 방송업에 진출해서 (장차로는) MBC, (그렇게 못잡아먹어서 안달인) KBS과 맞짱뜰 수 있게 해줄 신문법을 통과시키는 일이 훨씬, 훠어~~~얼씬 중요할거다.

다시한번 마지막으로 질문하자.
조선일보의 이명박 구출작전은 과연 실패할 수나 있나?
지금의 탄핵놀이로는 조선일보의 이명박 구출작전은 실패할 수도 없고, 실패하더라도 그건 그다지 아무런 의미도 남기지 못할테다. 우리들은 언제라도 미국산 쇠고기 따위는 잊고 우리들의 욕망이 만든 야만의 시스템, 야만이면서 동시에 자발적인 쾌락의 시스템에 우리들을 훈련시킬, 거기에 뛰어들어 탐닉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들을 둘러싼 온갖 망각 기제들, 가령 요즘 유행인 지상파의 버라이어티쇼들은 어떤가? 가령 ''결혼합시다'와 같은 놀랄만큼 이명박스런 프로그램, 그 달콤함 속으로 빠져보고 싶지 않은가? 정치, 사회, 공동체, 정의, 이런 너저분한, 칙칙한 것들이 아닌 달콤한 목소리와 멋진 신혼방으로 우리를 데려갈 그 망각의 강 위에서, 우리시대의 카론들은 여전히 열심히 노를 젓고 있다...




~ 알림 1.
지금 외출을 해야 해서... 돌아온 뒤에 마저 추고할까 싶습니다(그런데 술자리 모임이라서.. ㅡ.ㅡ;)
일단 사안이 사안인지라.. 작은 목소리나마 서둘러 보태고 싶은 마음에서 아직 미완성인 글이지만 발행합니다.


~ 알림 2.
일단 엉성한 추고를 마칩니다.

원래 작성할 예정이었던 부분
ㄷ. 광우병 사태와 미디어의 권력 역학 (피디수첩과 조선일보, 과연 누가 승리할 것인가)
ㄹ. 대중적 상징권력 (김민선 사례의 경우)
ㅁ. 우리는 이 모든 사태를 끝장 낼 수 있는가 (이명박 정부는 정말 시작과 동시에 파멸로 가는가)은 추후 그 구성을 달리 해서 이 글과 '짝으로' 작성하거나(특히 '탄핵놀이'라는 비판적 관점에 대한 재비판적 관점으로), 혹은 작성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허접한 추고에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특히 댓글로까지 남겨진 글에 대한 기대감을 피력하셨던 씨에스타님께 죄송한 마음이네요.
(_ _)



* 관련 추천글
광우병 (YY) : 특히 유이채님의 댓글을 매개로 전개되는 대화 내용.



* 관련 추천 기사
"청와대 내각, 광우병 걸린 소 두뇌"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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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선-김혜성, 미니홈피 통해 현정부 미 소고기 수입정책 비판글 게재 (브레이크뉴스)
: 흥미로운 현상이다. 연예인들, 가장 대중적인 상징권력이 이런 첨예한 이슈에서 목소리를 낸다는 점은 그 자체로 고무적이다. 물론 그 진앙지가 '싸이월드'라는 사실은 좀 그렇긴 하지만... ㅡ.ㅡ;

"아! 농림부…MB가 국민보다 무섭더냐" (프레시안)
[추적] 美 쇠고기와 농림부의 '말 바꾸기' (2008-05-02 오전 8:13:45)

여기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이상길 농림수산식품부 축산정책단장(전 농림부 축산국장)이다. 그는 우리나라의 축산 정책을 총괄하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 중이다. 그는 불과 1년 6개월 전만 해도 "주권 국가의 검역권 침해는 용납하지 않겠다"며 미국에 맞섰다. 이런 그가 변했다. 이제 그는 "광우병은 생각만큼 위험한 병이 아니다"라고 얘기한다. 그가 지난 1년 6개월 동안 쏟아낸 말을 추적하면 이명박 정부의 이번 결정이 얼마나 '비과학적, 비논리적으로 결정된 것인지 적나라하게 알 수 있다.

성지순례 - 미국산 수입 쇠고기, 금수조치 내려 신속하고 강력한 대응조치 취해야 [한나라뉴스]기사입력 2007-08-03 14:31    : 네이버에 대해 나는 매우 비판적이지만, 이런 '성지순례 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은 흔히 네이버나 디시인 것 같기는 하다...  

한나라당은 미국산 수입 쇠고기 검역과정에서 광우병 특정 위험물질인 SRM 등 뼈조각이 검출된것은 한국시장을 가볍게 보는 미국업계의 안일함과 우리 당국의 무성의가 빚어낸 결과라고 지적하며, 미국에 시정요구 등 금수조치를 내려 신속하고 강력한 대응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국민건강과 직결된 사안인데다가 한미 FTA비준의 전제조건으로 미국측의 수입확대를 요구해온만큼 매우 민감한 문제인 것은 사실”이라며, “그래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농림부는 빗발치는 언론의 사실확인 요청에 대해서 모르쇠로 일관해 빈축을 사고 있다”고 꼬집었다.

[중략]

이 정책의장은 “미국산 쇠고기에서 SRM 등 뼈조각이 발견된 것은 한국시장을 가볍게 보는 미국업계의 안일함과 우리 당국의 무성의가 빚어낸 결과로밖에 볼 수 없다”며, “농림부는 더 이상 국민을 불안하게 하지 말고 문제가 있으면 미국에 시정요구를 하고 필요하면 검역중단 등의 미온적인 조치가 아닌 금수 조치를 바로 내리는 등 신속하고 강력한 대응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박순자 여성위원장도 “유통 중인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강변하는 정부 당국자들의 한심한 발언 때문에 국민들은 더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며, “국민의 안전이 보장되어야할 식탁이 위협받고 있다." 면서 조속한 대책을 촉구했다.

2007. 8. 3

한나라당 인터넷뉴스팀




* meson님께서 알려주신 광우병 관련 언론보도의 이중성


위 링크들에서 특히 조선일보의 인상적인 기사와 그 해당 본문 부분들을 발췌해봅니다.

[조선일보 / 사설] 광우병, 제대로 알려야 (입력 : 2001.02.07 19:09)
이 문제는 단순히 농정이나 경제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보건에 대한 장기적 안전보장의 측면에서 신중하고 완벽하게 대책을 만들어내야 한다. [...] 정부는 다른 어떤 측면보다도 국민건강을 우선해 철저한 예방적 조치를 강화하고 모든 관련 정보와 사실을 국민들에게 정확히 전달해야한다.


[조선일보 / 팔면봉] 우리 대책은 "문제 터진 뒤에 봅시다?" (입력 : 2001.02.01 19:47)

일, 광우병 예방 위해 일부 미백효과 화장품 판금. 우리 대책은 ‘문제 터진 뒤에 봅시다?’

[조선일보 / 기자수첩] 광우병에도 '힘의 논리'
(이동혁·경제부기자 입력 : 2004.01.02 17:49 / 수정 : 2004.01.02 17:49)


미국 정부는 그로부터 2년 뒤인 지난달 말 자국 내 광우병으로 쇠고기 수출길이 막히자 즉각 전 세계에 “광우병 쇠고기는 인체에 위험이 거의 없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한국과 일본에는 수입금지 완화를 요청했고, 국제수역사무국(OIE)에도 “필요 이상으로 엄격한 광우병 검역기준을 낮춰 달라”고 요구했다. [....]

현재 광우병 발생국의 쇠고기는 수입을 금지하는 것이 국제적으로 수용되는 관례이며, 이를 사실상 주도한 나라가 미국이다. ‘수퍼 파워’ 미국이 세계인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까지 자국 이익을 앞세워 힘의 논리를 관철하려는 것 같아 씁쓸하다.


* 역시 meson님께서 알려주신
미국에선 개사료 재료로도 30개월 이상 소는 금지한다는 내용
미국에선 내년부터 30개월 이상의 소로 개와 고양이 사료만드는 것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한국은 우린 개월수, 위험부위 상관없이 수입했다는 내용을 포함했네요(meson. 이 글의 댓글 중에서) .

[미 식품의약청 개사료 재료로 30개월 이상의 소 사용 금지] [로이터통신]

워싱턴(로이터) 미국 애완동물용 먹이 제조업자들과 모든 여타 동물먹이용 사료 제조업자들은, 규제당국이 수요일에 마무리지을 법규에 따라 광우병을 확산시킬 위험이 가장 큰 소 (cattle) 부류에서 나온 재료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당하게 될 것이다.

동물용 먹이를 감독하는 미국 식품의약국 (FDA)은, 30개월 혹은 그 이상의 연령의 소로부터 나온 고위험 재료를 모든 동물용 사료에서 배제하는 것이 반추성 동물먹이 (소와같이 되새김질하는 동물을 위한 먹이)과 비반추성 동물먹이 또는 사료용 재료 사이에 어떤 식으로든 우연한 교차전염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

meson님 말씀 마따나.. 미국 개만도 못한 취급을 받는건가... 싶은 생각, 당연히 든다.
이런 개같은 경우가 있나...


이하 위 아고라 링크의 번역기사에서 발췌 재인용 (위 로이터기사에 붙어 있는 댓글들)

THE US SHOULD STOP EXPORTING WHAT MIGHT COST THOUSANDS OR MILLIONS LIVES !!!
미국은 수천, 수만의 목숨을 댓가로 지불해야 할 지 모를 소고기의 수출을 중단해야만 한다.

It is wise for you never to go to Korea, eat Korean food, and kiss with Korean girls from May.
5월부터는 한국에 가지도 말고, 한국음식 먹지도 말고, 한국여자에게 키스도 하지 않는게 현명하겠군.

Mad Cow, Mad ROK, Mad President, Mad People, Mad Society...
미친소, 미친한국, 미친대통령, 미친사람들, 미친사회...

Exporting things we deem too dangerous to consume to another country...doesn't this seem like it's on the verge of passive genocide of the Korean people?
우리들도 너무 위험해서 소비하지못하는걸 다른나라로 수출한다는 게 한국인들을 학살하려는 거처럼 보이지않느냐?

What kind of president would willingly allow mad cow disease to be imported into his country, and pay for it?
어떤 대통령이 광우병 소를 돈까지 지불하면서 자국에 수입하고자 하는가?

Am I the on-ly on-e who sees something really strange and frightening here? 정말 너무 이상하고 무섭다고 느끼는 건 나뿐인가??

lets send some of those US beef to hard working whitehse buddies
고기를 백악관에서 힘들게 일하고 있는 친구들에게도 나눠줘라.

South Korean government signed FTA contract that allow all age cow including high risk parts.
남한 정부는 극히 위험한 부위를 포함하는 모든 연령의 소의 수입을 허용하는 FTA 계약에 사인하였다.

It seems like South Korean food standard is worse than U.S.'s pet food standard.
한국의 식품정책은 미국의 애완동물의 그것보다 더 뒤떨어진 것 처럼 보인다.

- 로이터 기사 원문....(위 인용문의 출처 : 다음 아고라


* 재발행에 대해
엉성하게 보충하고, 추고한 글이지만, 재발행합니다.
그 분량으로보면... 그래도 꽤 새롭게 늘어난 부분이 많아서요.
전체 본문의 약 1/3 정도는 그 부피가 늘어난 것 같네요.
새롭게 추가된 부분은 목차 4. 부분의 거의 전부이고, 본문의 극히 일부 표현들과 링크는 보충, 추고했습니다.
물론 그런 이유만으로 재발행하는 것은 전혀.. 아니고, 주제가 주제이다 보니... 좀더 함께 생각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네요.

일차 발행 시점은 2008/05/02 18:37 입니다. 





미친듯이 잔인한 세계

2008/04/30 22:04
나를 감싸는 어떤 여자의 따뜻한 살, 그 살을 흐르는 숨결, 물론 그것은 상상인데, 나는 그 여자의 목소리만으로도 정말 그걸 느낀다. 거기에는 어떤 간격도 없고, 어떤 거짓도 없다. 그저 살과 살을 흐르는 숨결과 그리고 이것들을 내가 감촉할 수 있도록 해주는 소망만이 있을 뿐이다.

우리를 둘러싼 이토록 미친듯 잔인한 세계에서 그 살의 따뜻함과 숨결의 간절함은 우리들의 상상과 만나지 못한다. 그 상상력, 혹은 소망들은 매스미디어로 불리는 어떤 선택된 이야기들의 창고, 쓰레기통, 어떤 관념들과 선택된 조작의 시스템 속에서 점점더 사장된다.

우리는 매일 매일 열심히 욕망을 학습한다. 우리는, 아니 오늘 한동안 그 매스미디어를 멍때리며 구경했던 나는, 그것이 문득 고문이라는 생각(이것은 분명히 지각이면서, 또 느낌이기도 하다)에 이른다. 좀더 세련되게, 아니 세련으로 위장된 우리들의 야만, 그 야만이 스스로 자가증식하는 어떤 논리에 스스로를 사육시키기 위해 욕망은, 늘 그랬듯, 그 시대보다 조금 더 빠르게 진화한다.

소망은 생성에 관여하고,
욕망은 파괴에 관여한다.

그리고 우리들은, 아주 태연하게, 우리들이 기꺼이 동참한, 우리들이 만들고, 우리들이 선택한, 욕망의 시대를 살고 있다. 미친듯이 잔인한 세계를...




* 발아점
헝그리 정신? 헝그리하게 살기 (주낙현)
소망과 욕망 (아거)




0.
이 글은 조경란이 쓴 조선일보 서평에 대한 단상(혹은 딴지)으로 시작한 글이다. 이 글로 이 꼭지를 마무리하려고 했지만... 좀더 이어서 쓰고 싶다. 지금 생각으론 그렇다. 원래 오늘은 서평에 대해 생각을 정리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이렇게 이상한 쪽으로 흘러간다. 그렇게 흘러가도록 내버려 둘 생각이다. 문득 바흐친이 떠오른다. "말은 그 최초의 말도, 그 최후의 말도 존재하지 않는다..."


1.
글읽기에 대한 강박에 대해 강유원은 이렇게 말한다.
좀 길게 (발췌) 인용해본다.

이 지구에 살고 있는 사람들 중의 절대 다수가 책을 읽지 않는다. 그들은 평생 동안 살아 있는 자연만을 마주하고 살아간다. 퍼덕퍼덕 움직이는 세계가 있으니 죽어 있는 글자 따위는 눈에 담지 않는다. [...] 책을 읽지 않는 그들은 자연과 자신의 일치 속에서 살아가므로 원초적으로 행복하다. [...] 사자가 위장에 탈이 나면 풀을 먹듯이 병든 인간만이 책을 읽는다. 오늘날의 사람들만이 그런 것이 아니라 인류 역사에서 책을 읽은 이는 전체 숫자에 비해서 몇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우리는 책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 [...]

책 자체가 아닌 세계, 즉 책이 놓인 공간 속에서 책의 의미를 살펴보면 '책을 읽어야 한다'는 언명의 비진리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책, 넓게 말해서 텍스트는 본래 세계라는 맥락에서 생겨났다. 즉, 세계가 텍스트에 앞서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그것만으로도 만족했었다. 그런데 어느덧 텍스트는 세계를 거울처럼 반영한다는 거짓을 앞세워 자신에 앞서 있던 세계를 희롱하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부터 텍스트는 그것 자체로 일정한 힘까지 가지게 되었다. 이 와중에 세계와 일치하는 점이 전혀 없는 텍스트도 생겨났다. 이것은 인간 의식의 분열인 동시에 세계의 분열이다. 결국 이것은 세계의 불행이며 그 세계 안에서 살고 있는 인간의 불행이다.

- 강유원, '책과 세계 또는 텍스트와 컨텍스트', [책과 세계], pp. 2~5. 살림출판사 : 2004.

이제는 모두에게 찬양되는 글읽기, 책읽기에 대해 강유원이 보여주는 전복적 인식은 물론 놀랄만큼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강유원이 지적하는 삶과 텍스트 사이의 괴리, 그 균열, 그 불행에 대한 감수성은 책읽기가 신봉되는 현대라는 이율배반적이고 괴물적 삶 속에서 의미있는 울림을 준다. 삶과 책, 살과 글이 서로 섞이지 못하고 부유하는 우리들의 무의식에 이런 불편함, 책읽기 그 자체에 대한 회의, 불만과 불행의 그림자는,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더라도, 드리워져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도대체. 우리는 왜. 책을. 읽.는.가...


2.
물론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는 자명하다. 우리가 세상을 모두 읽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세상을 모두 읽을 수 있다면, 그래서 책으로, 특수한 활자들로 고정된 어떤 메마른 관념과 추상이 그 자체로 살아 있던 그 질료로서의 알맹이들을 무한의 시간과 무한의 공간 속에서 체험할 수 있다면, 책을 읽는 것은 정말 가장 어리석은 일들 중 하나일는지도 모른다. 혹은 굉장히 따분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물론 우리들 대부분에게 책읽기는 여전히 따분한 일이긴 하다... ). 그리고 결정적으로 우리는 우리들에 훨씬 앞섰던 지나간 시대를 다시 살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는 유한의 시간과 유한의 공간 속에서 유한의 삶을 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욕망한다. 다른 삶에 대한 체험, 나 아닌 어떤 시간과 공간을 살고 싶다는, 타자들의 인식과 체험들에 대해 그것을 내 것으로 훔쳐오고 싶다는, 그건 정말 가장 원초적인 욕망들 중 하나인 것 같은데, 물론 그것을 명징한 언어로 설명할 수 없겠지만, 그건 마치 본능처럼,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는 욕망이다.

아리까리한 모든 수사들을 걷어치우자. 우리는 왜 책을 읽는가? 우리는 흔히 자신의 지식을 뽐내고 싶어하고, 자신의 불완전한 삶에 대한 해답을 얻고 싶어하며, 그리하여 정말 살아 있는 삶에 대한 가장 합리적인 기만으로서, 가장 현명한 거짓으로서 책을 읽는다. 우리는 정말 불행한 시대를 살고 있다. 그 불행이 우리를 책으로 이끌고, 텍스트는 이 불행한 세계에 대한 해답을 우리에게 들려준다는 그 뻔한 거짓말로 우리들을 꼬신다. 우리는 그저 위로 받고 싶거나, 혹은 자랑하고 싶거나, 또는 알고 싶은 것이다, 왜 이토록 저주받은, 이토록 아름다운, 혹은 이토록 지랄같은 삶이 나에게 던져진걸까...


3. 나는 왜 책을 읽나..
문제가 꼬일 때는 자기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우리는'이라고 나는 줄곧 말했지만, 그 '우리'가 도무지 뭔지 잘 모르겠다. 갑자기 막막하고, 나와는 너무도 먼 변방 같다, 아니 우리라고 쓰니까, 내가 마치 변방의 바람처럼 낯설다. 나에 대해서나 쓰자. 그게 내 어리석음에 대한 가장 현명한 선택일테다.

나는 왜 책을 읽나...
나는 왜 책을 읽나....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아름다움이다. 어떤 아름다움... 그것은 그 자체로 매혹적이어서 마치 감미로운 음악을 듣거나, 향기로운 풍경을 바라보거나, 아리따운 소녀가 저만큼 앞에서 나를 향해 걸어오는 것처럼...  그 아름다움이 문자로 고정되고, 그 고정된 문자들 속에 갇힌 자신의 의미들을 밖으로 밖으로 퍼뜨리려고 애쓰는 모습.. 아니, 그저 그렇게 그 의미를 풀어 내려는, 세상에 떠다니게 하려는 어떤 풍경, 어떤 순간들을 만나면, 그건 정말 너무 아름다운거다. 너무 매혹적인거다.

글은 때론 포르노보다, 어떤 멜로 드라마보다 달콤해서, 그 글이 나에게 건네는 작은 목소리, 작은 손짓들 하나 하나가 마치 오랫동안 짝사랑했던 어떤 여자아이와 처음 나누는 입맞춤처럼 황홀하기도 하다...

별로 알지도 못하고, 앞으로도 별로 읽고 싶은 않은 글쓰는 사람 중에 공지영이란 사람이 있다. 조선일보라는 이상한 신문에서 자뻑에 빠져 인터뷰하는 꼬라지를 본 뒤로 더 정내미가 떨어졌지만(물론 왜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이렇게 정내미까지 떨어졌을까.. 싶기는 하다), 공씨가 언젠가 한겨레에서 고백했던 이 말은 아직도 나에겐 인상적이다. 그건 무슨 무슨 유명인들(주로 작가들이었던 것 같은데..)이 고백하는 '나를 움직인 한마디'인가 하는 작은 꼭지였던 것 같다.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이런 글이다.


세상 가장 초라한 풀잎들 하나 하나에도 천사가 산다.
그 곁에 있는 천사가 있는 힘껏 소리친다.
살아라, 살아라...


이런 글을 만나면, "그건 아주 유치한 감상주의란다", 이렇게 나름 분석적으로 누군가, 혹은 내 안의 또 다른 내가, 나를 힐난할 수도 있겠지만, 가슴이 먹먹해지고, 말로는, 글로는 설명할 수 없는 풍경들이, 어떤 색도, 어떤 향기도, 어떤 촉각도 느낄 수는 없지만, 그 모든 것들이 내 가슴 속에서 회오리 치는 것 같은 순간들을 만나는 거다. 막 눈물이 나려고 한다. 그냥 그 글을 떠올렸을 뿐인데도... 그걸 옮겨와서, 아주 부적확한 기억으로 다시 적었을 뿐인데... 그런데도 마치 세상 모두와 입맞추는 같은... 그건 마치 [위대한 토론자들](The Great Debaters. 2007) 의 호수 장면 같기도 하고, 메탈리카의 'Orion'을 듣는 어떤 순간 같기도 하다. 물론 그건 그녀와 첫 입맞춤 하는 그런 순간과 가장 닮아 있다.. 마치 커피캬라멜처럼...

내가 오로지 책을 읽는 이유는, 아니 오로지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가장 커다란 이유들 중 하나는 그런 순간들을 만나서, 그 풍경 속으로 들어가, 거기에서 좀더 오래 머물고 싶은 그런 사소한 욕망들 때문이다. 그런데, 그러기 위해선... 그 어떤 책을, 아주 조심스럽게, 거듭해서 읽어야 한다. 물론 그 책이 그럴만한 가치가 있고, 그 안에, 당신이 당신의 그녀와 첫 입맙춤하는 그 순간들을 숨기고 있다고 믿는다면...

그러니까, 역시나 다시 식상해졌지만, 그건 연애하는 거랑 같다...



추.
글이 너무 늘어질 것 같아서 오늘은 이만...
이 주제, 나는 왜 책을 읽는가, 에 대해서는 '서평'에 대한 단상.. 을 쓰기 전에 한번 더 쓰고 싶다...



* 관련글
책 단상 - 1. 책 분류법 혹은 독서법
책 단상 - 2. 미인과 권력, 그리고 스펀지





삼성 쇄신안의 본질은 허무에 있다.
그 허무를 기득권의 대변인, 기득권의 수호자, 기득권 그 자체인 조선일보도 외신의 이름을 빌어 귀퉁이에 보도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 "그럼에도 이 회장의 삼성그룹에 대한 통제 능력과 이재용 전문가 궁극적으로 경영을 승계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거의 없다"고 전했다.
- 조선일보, 국내외 반응 (최유식 기자) (2008. 4. 23일자 5면 우측 상단 3단 박스)

법치주의, 법에 의한 지배, 만인에 평등한 법...
이런 소박한 국민들의 기대감을 특별하게 끝장내버린 조준웅 삼성특검은 이런 허무만이 가득한 이건희 쇼로 귀결되고 있다. 쇄신안은 이런 도저한 허무에 바탕하고 있다. 여전히 은둔의 제왕은 은둔의 제왕으로 거기에 건재할테다. 오히려 특검을 통해 그 천문학적인 '이건희 차명계좌'(4조 5천억 규모)가 합법화되었다. 그건 합법적인 상속재산이라는 거다. 그 비자금 사용처로 의심되는 5천 여 점의 '합법적이고, 세금없는 상속수단'인, 평생가야 구경하기도 힘들, 미술품들 역시 합법화되었다. 그건 프라이버시란다. 특검의 말에는 정말 뭔가 묘한 마술같은 역겨움이 있는데...암튼, 그림에 빠지면, 그런 '그림의 바다'에 빠져서는 수사가 산으로 간단다.

극단적으로, 아니 아주 상식적으로 말하자.
특검은 범죄를 합법화하는 놀라운 마술을 법의 이름으로 만들어냈다. 이건희 쇼는, 피디수첩도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이런 특검의 놀라운 마술 위에 존재하고,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대한민국의 주술 같은 법치주의라는 역겨운 기만 위에 존재한다.

쇼!
쇼를 하라!!
한 통신업체의 카피는 2008년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가장 강력한 메타포다.

그 쇼가 끝난 뒤에 우리는 그 쇼가 남긴 잔상들을 소주잔에 털어 망각으로 보내버리면 그만일테다.
2008년 4월,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는 이건희 쇼를 남기며 그렇게 끝장났다.
이건 비유가 아니라, 직설이다.

법치주의이라는 현대민주주의 국가의 가장 기초가 되는 정신은 땅에 떨어졌고, 이제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다.
아니, 이제 그 법치주의를 땅 속에 파묻고자 삽질하고 있다.
저 깊은 곳으로 숨기고, 그 위에 버라이어티 쇼을 보여주기 위해서...
이건 정말 이명박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가?





* 관련글 및 팟캐스트
삼성특검의 학습효과 : 김용철과 조준웅, 그리고...
미디어 토크 20회–속보이는 인터뷰 : 옥션. 스포츠조선의 '술술토크 - 황기순'. 이건희 쇼… 에 대한 만담. 37분.


* 관련 추천기사
* 삼성 특검 결과 및 쇄신안에 대한 시민사회단체 성명 모음 (via 프레시안)     
* 쇄신안 관련
"경제 물신주의 국민정서, 재벌 범죄 공범"
사제단ㆍ김용철 "삼성일가 범죄와 끝까지 싸우겠다" (프레시안)
"일부 언론의 왜곡과 많은 지식인의 침묵과 냉소는 용기 있는 증언자들을 절망하게 만들었습니다. 오늘날 경제민주주의가 지연되고 있는 배후에는 언론과 지식인의 책임도 결코 작지 않습니다. 또 경제라는 이름의 물신을 위해 모든 가치를 뒤로 미루는 오늘의 국민정서 또한 재벌의 범죄를 방관하거나 관대하게 대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공범이기도 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증시 전문가들 “이건희 회장 공백 걱정은 기우”(한겨레)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퇴진 선언 이후 일각에서 ‘이건희 공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이런 걱정이 기우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혁신적인 지배구조 개선안이 등장하지 않은 것이 문제이며, 순환출자 해소를 통한 지배구조 개선은 장기 과제로 남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사제단 "누구를 위한 특검, 진정성 없는 삼성 쇄신안"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24~26일 단식기도회 (미디어오늘)

김용철 "이 회장 도대체 뭘 버렸다는건가" (미디어오늘)
중앙·동아·경제지 등 삼성쇄신안 호평에 반박…김인국 신부 "언론왜곡에 용기낸 제보자들 참담"


* 언론 관련
동아·중앙, 반성·지배구조 빠진 삼성 쇄신안 높이 평가 (미디어오늘)
“한국언론 현실 보여준 삼성특검보도” (미디어오늘)
'삼성 면죄부 특검'에 신난 <중앙>, 이제는 복수전? (프레시안)
삼성보다 충격 큰 <중앙>? 끝까지 '이건희 찬가' (프레시안)




이번 삼성특검과 MB특검을 지켜본 우리 사회는 제2, 제3의 김용철 변호사를 낳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우리 사회가 정말 부끄러운 단면을 가지고 있다는 이 집단적인 체험의 학습효과를 누가 폄하할 수 있을까요.
- 가즈랑, 천재일우 중에서

저는 유감스럽게도 제2, 제3의 김용철은 점점 더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선, 저는 김용철이 대단히 의로운 사람이라거나, 혹은 대단히 파렴치한이거나.. 이런 양극단의 입장에 대해 모두 부정적입니다. 저는 김용철 변호사가 무슨 '천사'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악마'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있을 수 있는 대한민국의 시민이죠. 하지만 삼성비자금 및 정관계 로비의혹에 대한 '양심선언'은 그 의미를 높게 평가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주 극단적으로 말해서 자연인 김용철 변호사가 비양심적이고, 파렴치하고, 직업윤리가 없더라도 이 판단에는 전혀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니 평가할 것은 평가해야 합니다.

저 역시 삼성 특검에 나름으로 '몹쓸' 기대를 가졌습니다. 물론 이명박 대통령 당선으로 이 기대의 90% 이상은 지웠지만요. 하지만 최소한의 형식적 정의, 상징적 정의가 세워질 수 있기를 기대했습니다. 가즈랑님 말씀처럼 "누가 정의의 편인지 누가 마땅히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할지" 저 역시 확인하고 싶었더랬죠. "하지만 특검의 결과발표를 지켜보면서 이 천재일우의 기회와 그것에 걸었던 기대는 산산이 날아가버렸"죠.

모든 사물과 현상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고, 그 관점에 따라 달리 비춰지고, 달리 해석될 수 있을 겁니다. 가즈랑님께서 끝내 붙잡으려는 그 희망을 저 역시 붙잡고 싶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저는 이제 삼성은 대한민국의 범위를 넘어선 집단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삼성은 대한민국 위에 있고, 대한민국 법 위에 있고, 대한민국 언론권력 위에 있고, 대한민국 정치권력 위에 있고, 최후의 보루인 시민권력이 견제할 수 있는 테두리를 가뿐히 넘어서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물론 이게 자포자기 심정만은 아닙니다. 무슨 대단한 사회적인 공동체의식이나 정의관념이 있어서 이런 소리 하는 것도 아니고요. 그냥 그렇다는 것이죠. 그게 우리사회의 모습이고, 우리사회가 도달한 역사적인, 정치적인, 문화적인, 경제적인 수준... 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를 둘러싼 온갖 상징권력, 담론권력들은 여전히 삼성이라는 딜레마에 대해 극히 우호적이거나, 혹은 비판적이더라도 아주 제한적으로만 비판적입니다. 그러니 어떤 원칙이나 정의에 대한 갈망으로 삼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담론권력, 그냥 까고 이야기하죠, 언론권력은 전멸에 가까운 상황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회를 감시해야 하고, 비판해야 하는 언론이 이 지경인데, 떡찰이나 "그럼 이건희 회장 구속시키는게 맞나?"라고 되묻는 조준웅 삼성 특검에게는 따로 또 기대할 것이 전혀 없습니다. 삼성은행 세워주기 위해 동분서주 하시는 이명박 정부와 여권에는 물론이구요. 하지만 삼성특검이란 역사적 사건의 한 장본인인 조준웅에게는 한마디 해야 겠습니다.

ㄱ. 핵심 임원들을 구속하면 기업 경영에 엄청난 공백과 차질을 빚어, 경쟁이 극심한 글로벌 경제 상황에서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파장이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ㄴ. 지배구조를 유지·관리하는 과정에 장기간 내재돼 있던 불법행위를 현시점에서 엄격한 법의 잣대로 재단해 처단하는 것으로, 개인적 탐욕에서 비롯된 전형적인 배임·포탈 범죄와는 다른 측면이 있다.

이게 불구속 (기소) 사유입니다.
언급할 가치도 없습니다만, 몇마디만 하겠습니다. 이 사람(조준웅)은 법률가를 해서는 안되는 사람입니다. 이 사람은 정치해야 하는 사람이지 절대로 법을 해석하거나, 법을 기준으로 무엇을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크면 범죄가 범죄 아닌게 됩니까? 구속해야 마땅한 범죄가 '불구속'으로 바뀌는 겁니까? 이런 소리를 여느 판사, 여느 변호사, 여느 형법학자, 아니 그저 상식을 가진 시민들에게 해보십시오. 당장에 미친놈 소리 듣습니다. 법은 이렇게 사사로운 사기업의 조건들을 판단 기준으로 삼지 않습니다. 삼지 않아야 합니다. 언젠가 노회찬 의원이 이런 말을 했던게 기억이 나네요(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대체로 취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국가경제에 기여한 공로를 참작하여... " 이런 '재벌'을 위한 판결문이 따로 존재한다면, "척박한 대한민국 농업 환경에서, 열악한 공장의 작업환경에 평생 묵묵히 일한 노고를 참작하여..." 이런 노동자 농민을 위한 판결문도 존재해야 마땅합니다.

그런데 그런 판결문 있습니까? 그런 기소사유가 존재합니까?
그래서 실형줘야 하는데 집행유예로 선고하고, 구속기소해야 하는데 불구속 기소하는 경우가 단 한번이라도 있었나요?

생각해봅시다.
이렇게 불법에 익숙한 기업이 그렇다면 '글로벌 경제'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습니까?
혹 이렇게 불법을 묵인하고, 배려(ㅡ.ㅡ;)하는게 삼성이라는 글로벌 기업에게 보탬이 되고,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 경쟁력을 높여, 정말 추상적이기 짝이 없는 '우리 경제'에 보탬이 된다고 칩시다. 그런 불법이 판치는 경제시스템으로 굴러가는 사회는 어떻게 될까요? 그리고 그 '우리 경제' 속에 사는 다른 공동체 성원은 뭐가 됩니까? 삼성과 아무런 상관없는 사회성원은 국가에 의한 (매우 비합리적이고, 매우 공정하지 못한) 차별을 강요받게 되는 겁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X되는거죠.

이 자(조준웅)는 그래도 좋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좀더 단순하게 말하자면 대한민국만의 고유명사 '재벌'은 죄가 있어도 죄가 되지 않는다는 걸 특별검사이라는 사람이, 정의의 수호자라는 검사라는 사람이 시인하고 있는 꼴입니다. 좀 투박한 칼럼이지만, 한겨레 정석구 논설위원이 지적한 것처럼, 조준웅 특검은 역사에 의해 "대한민국 선진화의 저해사범"으로 평가되어야 마땅합니다. (주준웅 특검을 고발한다 )

좀 다른 소리지만, 조준웅의 헛소리에 대해선 기득권의 대명사 조선일보도 이렇게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 회장 일가는 정상적인 주식 배당금과 월급만으로도 엄청난 부를 누리면서도, 차명계좌 거래를 통해 세금을 안내고 아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려고 회사에 수천억원대의 손실을 줬는데 왜 '개인적인 탐욕'이 빚은 사건이 아니냐[.....]

- 조선일보, 조준웅 삼성 특검, "부실수사" 지적 기자단과 격론 (강훈, 장상진 기자) 중에서 (2008년 4월 21일자 12면 하단 3단)

김용철로 돌아가죠.
김용철은 이런 환경에서라면 더 이상 나오기 힘들겁니다. 사회적 정의와 최소한의 공동체적 소양에 대한 국민들의 감수성이 이번 사건을 통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가즈랑님 예측이 저 역시 실현되기를 기대합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뉴타운 공약에 혹해서 자신들을 위한 정책을 마련할 확률이 훨씬 높은 노회찬 대신에, 백마탄 왕자님을 뽑는 유권자들이 저는 이상해 보이지 않습니다. 어디 홍정욱 뿐이었나요? 어디 노원 유권자들 뿐이었습니까?

이런 속물근성, 세속의 욕망 만이 부끄럼없이 만개한 모습. 이 딱하게 천진난만한  모습이 2008년 대한민국 풍경입니다. 이런 모습은 이제 너무 너무 자연스럽게까지 보입니다. 이런 유권자들을 향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치권이 자기 멋대로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고, 과장한거지 자기는 전혀 책임이 없다고 오리발입니다. 되도 않는 사자성어 동원해서 자기는 묵묵히 자기 갈 길 간다고 말합니다.

이게 대한민국 정치의 모습이고, 그 정치의 꽃이라는 선거에 참여하는 유권자의 모습입니다. 삼성특검이요? 며칠 동안 소주 안주거리 삼으면 그만입니다. 누가 내 집값 안올려주나... 이런 생각, 이런 학습을 '강박적으로' 반복해서 받는게 대한민국 유권자들이고, 시민들입니다. 대한민국도 불쌍하고, 시민들도 불쌍하고, 서로 서로 불쌍하고 한심해서 미칠 지경입니다. 여기엔 저도 당연히 포함입니다.

거기에 영어몰입교는 또 어떻습니까?
공고육을 '사교육'에게 양보한 4.15 교육 쿠데타는 또 어떤 학습효과를 만들어내시리라 보십니까?

도무지 답이 보이지 않는 현실이고, 또 암담하기 그지 없는 아수라장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즈랑님께서 기대하시는 그런 각성한 시민들으로서의 소박한 바람, 공동체와 사회적 정의에 대한 막연하지만 간절한 목마름... 그것이 이번 삼성특검의 학습효과라면 저도 참 좋겠습니다. 더더욱 목마르게 정의를 구하고, 당장 집값 올려주지는 않지만 조금은 더 살맛나는 사회를 만드는 더 없이 소중한 사회적 자산으로 이 참담한 체험이 가치있는 교훈으로 기억되기를 원합니다.

지금까지 제가 걱정한 이런 저런 야만과 반상식과 아무런 실존의 고민없는 세속의 욕망 만이 만들어놓은 학습효과만 무제한으로 반복되고, 기억되는게 아니라 말이죠...



* 발아점
천재일우 (가즈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