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올블 아마추어리즘에 대한 패자부활전을 관객들에게 제안한다.
무척 아쉽고, 안타까운 사건이다.
답답한 마음에 동종업계에 계신 ***님께 전화를 드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마음은 한가지였다.
아쉽고, 안타깝다는 것.
좀더 관망해보자는 생각이 들지 않는 건 아니다.
다만 부족하더라도 사건를 간략하게나마 검토할 필요를 느낀다.
이 부족한 글이 무엇보다도 합격이 취소된 희주님께, 이번 사건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혹은 당혹스런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는 다수 블로거들께, 그리고 끝으로 올블에 발전적인 대안 마련을 위한 아주 작은 보탬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1. 법률적 문제 : 채용 취소의 위법성 여부. 정신적 피해에 따른 위자료 문제.
2. 올블의 대외적 커뮤니케이션 방법론에 대한 검토(올블의 위기관리능력과 커뮤니케이션의 딜레마)
3. 기업문화로서의 가족주의 : 올블의 가족주의 vs. 삼성의 가족주의, 또 하나의 가족?
4. 결 : 올블 아마추어리즘에 대한 패자부활전 제안
1. 법률적 문제 : 채용 취소의 위법성과 정신적 피해 부분.
일단 이것부터 간단히 검토하고 넘어가자.
1) 요약.
ㄱ. 채용 취소 그 자체로는 위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다. 왜냐하면 합격 통보와 취소 통보 사이의 간격이 매우 짧고, 그에 따른 기회비용 박탈로 인한 법익침해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ㄴ. 다만 채용 취소에 따른 정신적 피해(위자료)는 넉넉히 인정된다고 본다.
이하 유사사례 - 손해배상 청구소송(2007가단49744)
more..
2) 유사 사례 : 수원지법 민사5단독 이상화 판사. 손해배상 청구소송(2007가단49744)
해당 판례가 검색되지 않아, 이하 내용 중 '판결문'은 법률신문(2008.1.22)을 주로 참조.
비교적 최신 사건인데, 이번 올블 채용 취소 사건과 (상당히) 유사한 사례가 있다.
최대한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ㄱ. 결론 : 회사가 입사지원자에게 합격을 통보해 놓고 최종 채용결정을 미루는 과정에서 정신적 고통을 입혔다면 회사측이 입사지원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위 법률신문 기사 중 발췌).
“피고 회사가 원고에게 지급 가능한 연봉을 제시하거나 재면접에 대해 연락하지 않은 채 원고에 대해 상당 기간 불안정한 지위에 놓이도록 방치한 과실이 있다” “그로 인해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입었고 이를 금전적으로 나마 위로하고 도와줄 의무가 있기 때문에 위자료 100만원이 적당하다”(판결문 중에서)
ㄴ. 근로계약 체결 전 합격통보 취소의 위법성 여부 : 위법성은 인정하기 어렵다.
“원고가 제시한 연봉이 높다는 이유로 면접합격을 취소한 통보가 최초 합격통보 후 얼마되지 않은 4일 후에 이뤄졌고 그 시점이 근로계약 체결 전이어서 합격을 취소했더라도 위법행위로 볼 수 없다” “면접합격을 취소하는 바람에 다른 회사에 입사할 수 있는 취업기회를 상실했더라도 그로 인한 손해에 대한 책임을 피고 회사에 돌릴 수 없다”(판결문 중에서)
어떤 글에서는 '합격통보' 그 자체로 '근로계약 체결'을 의제(그렇게 법률적으로 본다)한다고 말씀하신 것 같은데, 가장 최근 판례인 위 사례를 통해 본다면, 다소 착오가 계시지 않나 싶다. 물론 위 판례가 절대적인 판단의 표준이 된다는 건 전혀 아니다.
ㄷ. 올블 경우
위 판례에 미뤄 판단건대, 위법성을 인정하기 어려울 것 같다. 다만 경솔한 채용결정 번복으로 희주님께 정신적인 피해를 끼친 점은 충분히 인정할 수 있지 않나 싶다. 그 합리적인 위자료 산정은 위 판결을 참조하면 좋을 듯 싶다. 물론 이번 사건의 본질은 이런 법리적인 것은 아닐테다. ㅡ.ㅡ;
보충1. 위 법률적인 문제에서는 제가 오히려 착오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래 가즈랑님 글을 참조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참조. 근로 계약의 요건? (민노씨의 의견에 덧붙임) (가즈랑)
ㄱ. 면접합격의 취소와 최종 합격의 취소는 서로 그 법률적인 효과가 다르고,
ㄴ. 제가 인용한 위 판결문의 사례는 '최종합격 통보'라기 보다는 '면접합격'의 취소라고 보아야 할 것 같네요. 제가 경솔하게 위 판결문의 사례를 '최종합격 통보'로 착각한 것 같습니다.
ㄷ. 다만 하늘님의 최종 입장(이번 사건의 입장을 정리하며)를 읽어보면, 올블 건의 경우에, 이를 '면접합격'의 취소로 보아야 할지, '최종합격'의 취소로 보아야 할지는, 그 법률해석상 문제가 될 것도 같네요. 물론 가즈랑님께서 정리한 대법원의 입장을 통해 본다면, '최종합격'의 취소로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이 역시 제 해석에 불과합니다)
ㄹ.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a. 최종면접합격통보와 취종합격통보는 그 성질이 다르고
b. 최종합격통보는 그 자체로 '근로계약의 체결'로 의제되며(대법원 2000다5147)
c. 다만 그 합격통보 이후에도 '정당한 요건'을 갖춘 합격취소(통보)는 인정되고,
d. 하지만 그로 인해 합격자가 물적인 손해(손해배상)과 정신적인 손해(손배소송상의 위자료)는 인정된다.
2. 올블의 대외적 커뮤니케이션의 난맥상 : 골빈해커,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다.
올블 사건에서 가장 큰 알맹이, 핵심 사실은 물론 '채용 번복(취소)'이다.
이것만으로도 올블은 스스로 어마어마한 대외적 비난가능성을 스스로 자초했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 자초한 위기, 그 이후의 위기대응에 있다.
그걸 상징하는 건, 희주님과 올블 상담원간의 대화도 대화지만, 올블 부사장인 골빈해커님 글이다.
이것이 사건을 접하는 대다수 블로거들의 아쉬움이자, 안타까움일테다.
실은 안타까운 감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올블에 대한 커다란 실망과 분노로 번지는 느낌이다.
2-1. 지역색, 사수/부사수 발언.
채용 취소 그 자체에 대해선 앞서 다뤘으니 별론으로, 특히 문제는 취소 과정 중에 있었다는 지역색 발언, 사수/부사수 발언이다.
이건 올블 해당 담당자의 치명적인 실수다.
물론 나는 이 발언을 '실언'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이게 고의적인 모욕이었다면 정말 더이상 할 말 없다.
그냥 그렇게 살다가 가라, 가급적 말은 하지 말고. ㅡ.ㅡ;
more..
이런 퇴행적 반민주적 권위적 사고방식을 가진 직원이라면, 그리고 그런 직원의 마인드가 '가족'이라는 아리까리한 수사로 옹호될 수 있다면, 그 해당 직원이든, 올블이든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 이런 마인드에서 무슨 창의적인 문화가 꽃필 수 있겠나.
'전라도 운운' '사수/부사수 운운' 을 아주 특수한 사적(으로도 나는 물론 지역색 운운하는 사고방식을 극도로 혐오한다)대화가 아닌 공적인 대화에서, 게다가 자신들의 실수로 한참 억울해 하고 있는, 그 억울한 심정이 그대로 이해되는, 상대방에게, 아무리 감정적으로 격앙되어 있었다고 해도(그런데 아무리 감정적으로 격앙되어 있어도 더 억울한 건 합격 취소된 청년이잖아. ㅡ.ㅡ;) 감히 내뱉을 수 있는 마인드는 그냥 개념 없음. 이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본다.
물론 정말 당사자간에 어떤 식으로, 어떤 뉘앙스로 대화가 이뤄졌는지 제3자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올블 해당 담당자가 그 개인의 차원에서는 다소 억울한 감정이 생길수도 있겠지.
하지만 여기에 대한 어떤 해명도 변명일 뿐이다.
왜냐하면 그 최소한의 핵심 사실 자체만으로도 도저히 어서는 안되는 실수이기 때문이다.
전라도 운운한 게 사실이고, 사수/ 부사수 운운한 것도 사실이라면 말이다.
이건 도무지 피할 길 없다.
그러니 겸허하게 사과하고, 반성하는 일 밖에는 그 담당자는 할 일이 없다.
여기에 대해 항변하는 건, 사적인 커뮤니케이션(올블 가족끼리. ㅡ.ㅡ;)는 그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올블 바깥에 있는, 올블을 '가족'으로는 보지 않을, 다만 올블을 '친구' 정도로는 생각하고 있을, 다수 블로거들에게는 얄짤 없다. 항변하면 할수록, 변명하면 할수록 손해라는 점을 강하게 지적하는 바다.
이왕이면 희주님과 전화 통화한 올블 담당자 분께서는 커밍아웃해서 당당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히길 권한다.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오해가 있다면 이에 대해 해명하고 말이지. 이게 그래도 올블을 올블답게했던 그 '아마추어 정신', '청년 정신' '블로거 마인드' 아닌가 싶다. 뒤로 숨는다고 해결되는건 없다.
2-2. 골빈해커,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다.
골빈해커님 글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런 민감한 문제에 대해 정면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 글을, 이렇게 쉽게 본문 삭제할 수 있다는 점도, 개인적으론 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건 글 자체를 삭제한 게 아니라서 댓글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이다. 글 자체를 삭제했더라면, 그래서 댓글 전부를 '증발'시켜버렸다면, 정말 더 난감한 기분에 빠졌을 것 같다.
아무튼 내 경우엔 허지웅 블로그 관련글 댓글을 통해 골빈해커님 글을 읽었다.
읽은 소감은 한마디로 난감하다.
허지웅, 브레인카오스 등등을 비롯한 블로거들께서 당장 올블을 탈퇴하겠다는 그 마음이, 그리고 올블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이 분노와 성토의 물결이 그대로 이해되었기 때문이다.
"먼저, 화가 난 상태에서 쓰는 글이라는 것을 밝힙니다.
그리고 해명은 아닙니다. 해명할 것도 없습니다. 마음에 안들었으니 안뽑는 것 뿐이니까요.
이 글은 인사관련 담당자로써 또 인생 선배로써 정희주님께 드리는 충고 글 입니다." - 골빈해커
이 첫 세 줄로 상황종료다.
개인적으론, 나머지 본문은 읽을 필요가 '완.전.히' 사라졌다.
우선 이토록 민감한 사안에 대해, 이토록 즉흥적이고, 이토록 감정적인 대응을 했다는 점이 믿겨지지 않는다. 이 문제에 대해, 올블 부사장이라는 위치에서, 자신의 개인 블로그를 통해, 이렇게 중대한 공적 의견을, 이토록 사적인 감정에 바탕해서, 피력한다는 것는, 정말 어마어마한 모험이다.
둘 중 하나다.
최악이거나, 최선이거나.
이번엔 최악이다.
엄청난 판단착오다.
사태가 얼마나 심각할 수 있는지를 오판한 듯 하다.
공적 커뮤니케이션 방법론으로는 정말 채택해서는 안되는 최악의 선택을 했다.
이 이슈에 관심이 있는 거의 절대다수의 관객들은 진심어린 사과, 반성을 기대하고, 어떻게 나오나 눈을 부라리고 있는데, 거기에다 대고 건성으로 사과하고, 곧바로 충고 한거다.
시츄에이숑은 다음과 같다.
(객관적으로) 좀 야단 심하게 맞아야 마땅한 학생이 있다.
선생님이 그런다 "너 이제 반성했니?"
(그런데 주관적으로 여전히 억울한) 그 학생이 그런다.
"선생님, 해명할 것 없이, 제가 충고 한마디만 하죠! 들어보세요!!"
이 시츄에이숑,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 상황은, 유감스럽게도, 되돌릴 수도 없다.
이미지 실추는 한순간이다.
하지만 그걸 회복하는 건 정말 길고도 험한 길이다.
앞으로 남은 일은 거듭 거듭 진실로 반성하고, 또 자신의 실수를 겸허히 인정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며, 이를 실제로, 실천을 통해 보여주는 일 뿐이다.
2-3. 올블의 아마추어리즘에 대한 이율배반적 감정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볼 문제가 하나 더 있다.
골빈해커님께서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관객들(올블을 통해 활동했던 다수 블로거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는건가?
일각에서는 이런 민감한 문제에 대해 사적인 블로그를 통해 대응하는 것 자체가 아마추어, 동아리 집단이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비판하시는 글이 있던데, 글쎄, 반대로 생각해보자, 지금까지는 그 '아마추어 정신' 때문에 올블에 호감을 피력한 블로거도 상당수다. 올블에 대한 블로거들의 호의적인 정서, 그 바탕에는 올블운영자들, 그 스태프들 스스로가 블로거라는 점이 상당히 작용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아마도 대다수 블로거들이 여기에 공감을 표할 줄로 안다.
나 역시 그 아마추어 정신이 좋았고, 동아리 마인드가 좋았다. 달리 표현하자면, 그 '블로거 마인드'가 좋았다. 아마추어 정신 그 자체가 문제인 것 같지는 않다. 아마추어 정신으로, 프로답게 일하면 그 뿐이지 않나. 문제는 아마추어 정신까지는 좋았는데, 그게 프로다운 모습을 기대하는 영역에서 아마추어로 답했다는 사실에 있을테다. 다수 블로거들께서도 그걸 비판하는 취지실테다.
그러니까 우리가 올블에 기대했던 모습 자체가 다소 이율배반적이다. 아마추어 정신을 구현하는 프로페셔널이랄까, 그런 걸 올블에 기대하는 것 같다. 올블이 맘에 들 땐 그런 동아리스러운 모습, 아마추어 같은 모습이 좋은데, 올블이 뻘짓하면, 그 대학생 동아리 같은 모습에 일제히 비난을 쏟아 붓는거다.
나는 올블 전체의 입장을 올블 사이트를 통해, 좀더 신중하고, 내부적인 절차를 거쳐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을 비판하자는 게 아니다. 좀더 신중하게 올블 전체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면 어땠을까 싶은 아쉬움, 내게도 물론 있다.
다만 골빈해커님께서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나름으로 '위기관리'를 시도했다는 그 자체가 비판 대상이 될 수는 없다고 본다. 지금까지도 올블에 대한 대외적 비판과 의견에 대해 올블은 '올블 스태프들 개개의 블로그'(가령 하늘님의 블로그나 골빈해커님의 블록, 최근에는 비트손님의 블로그, 김Su님의 블로그 등등)을 통해 커뮤니케이션하지 않았나?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자.
골빈해커님 글은 최선의 대응이 될 수도 있었을테다.
그런데 골빈해커님의 글은 '정반대'의 관점, 가장 위험한 관점으로 쓰여진 글이다.
그러니까 그 글 독자들을 과연 누구라고 생각했을지가 정말 의심스럽다.
그 글에서 가장 우선 배려해야 하는 독자들은 올블 내부 스태프들가 전혀 아니다.
희주님께서 쓰신 글의 정당한 문제제기에 대체로 찬동하고, 그 최소한의 팩트만으로도 올블에 실망한 관객들을 위해, 그 관객들에게 오해가 있었다면, 그 오해들을 친절히 해명하고, 자신의 실수가 있었다면 그 실수를 깨끗하게 인정하고, 그래서 이런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어야 마땅했다. 그런데 희주님께 신경질 부리는 글을 썼다. ㅡ.ㅡ;
물론 강조되어야 하는 건 '해명'(물론 자신의 글은 해명도 아니라고 하셨으나)이 아니라, '실수'와 '반성'이다. 관객들은 겸허한 반성을 기대하고 글을 읽었는데, 거기에다 대고 '인생선배의 훈계'를 늘어놓았으니...
'우리 올블 가족은 그런 사람 아니란 말예요!!'라고 해봤자, 말 안통한다.
그러니 '사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지 말고, 철저히 희주님의 입장에서, 그리고 그 희주님의 입장에 선 다수의 관객들을 위한 '공적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했어야 한다. 그게 만에 하나 정말 억울하게 생각되더라도, 그렇게 했어야 한다. 그런 글을 읽기를 원하는 사람은 올블 가족 외에는 거의 없는 상황에서 그런 '불필요한' 인생선배의 훈계를 도대체 왜 하나?
이게 왜 그런고 하니, 아무리 생각해도 올블 '가족'을 우선 보호하거나, 혹은 그 올블 '가족의 일원'과 희주님 간의 커뮤니케이션의 난맥상에 대해 '항변' 혹은 '해명'하려는 솔직한 감정에 바탕했다고 하더라도, 가장 큰 핵심사실은 여전히 '채용 취소'라는 엄청난 몸통, 그 거대한 비난가능성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해 '일단 우리가 그건 잘못했습니다. 이제 사과는 다 했으니, 제 할 말 하겠습니다'.
이러면... ㅡ.ㅡ;
2-4. 커뮤니케이션의 딜레마와 관객들의 변덕
그런데 여기에는 개인적으론 흥미로운 블로그 커뮤니케이션의 딜레마가 있다.
앞서도 잠깐 지적했지만, 공적 커뮤니케이션을, 마치 사적인 커뮤니케이션인 것처럼 행했다는 점에 딜레마의 본질이 있다. 그리고 블로그상 커뮤니케이션은 이런 사적인(그래서 감정적인 영역이 강조되는) 영역과 공적인 (그래서 감정을 배제한 무미건조한 이성론, 나쁘게 말하면 격식적인) 영역이 혼재되는 경향을 갖고, 특히 전자의 경향, 사적인 감정이 공적인 메시지를 앞서게 되는 경향이 자주 일어난다.
이 감정적인, 정서적인 대화 시도는 가장 효과적일 수도, 최악의 역효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물론 가장 무난한 건, 때론 아주 가식적일 수 있는, 정돈되고 계산된 '대외적 입장'이다.
이게 좋기만 할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물론 골빈해커님 대응은 (그 결과나 내용에 있어선) 최악이었지만, 나는 그 '방식' 자체에 대해선 꽤나 참신하다고 보고, 그게 올블만의 독특한 대외적, 공적 커뮤니케이션 모델이었다고 판단한다. 속마음 따로, 대외적인 입장 따로인 그동안의 기업 커뮤니케이션 모델보다는 개인적으론 맘에 든다. 여전히 그게 최악이었다는 점에선 변함이 없지만 말이다.
가정해보자.
골빈해커님께서 자신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훈계조'로 터뜨리는 연설문을 쓰지 않고, 희주님과의 입장이 되어, 그러니 역지사지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그저 풀어놓고, 정말 인생선배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들려주는' 글을 썼더라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관객'들, 그러니 나와 같이 대체로 기존에 올블에 대해 애정을 갖고 있었던 블로거들은 어떻게 판단했을까? 이토록 대대적으로 올블을 성토하는 일은 없었을 것 같다. 이토록 심대한 커뮤니케이션의 단절과 소통의 부재는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감히 해보는 거다.
골빈해커님은 (전체로 보았을 때 올블은) 최악의 위기관리능력을 보여줬다.
적어도 지금까지로는 그렇다.
이 점에서 골빈해커님도 올블도 심각하게 스스로 반성해야 마땅하다는 점을 감히 조언드리고 싶다.
아직 이를 만회할 기회가 남겨져 있기를 바랄 뿐이고...
솔직히 이를 만회할 방법이 딱히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론 이 위기를 오히려 기회 삼아, 실천을 통해, 진지하고, 솔직한 대화를 통해, 그리고 무엇보다 뼈를 깍는 자기 반성을 통해 극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런데 솔직한 대화, 진지한 고민, 통렬한 자기반성... 다 좋다. 다 좋은데, 관객들은 그걸로 절대 만족하지 않을거다. 이 '정서적인 언술들'을 객관적 언어로, 좀더 가시적인 올블, 블로그칵테일의 '정책'으로 실현하는 일이 남아 있고, 이를 적극적으로 블로거들, 그러니 관객들, 좀더 냉정하게 말하자면, 자신의 상품(올블)을 소비하는 소비자들에게 뭔가 '눈에 보이는' 실천을 약속해야 한다.
2-5. 문제 사원들 해고하라? : 올블 만의 독특한 커뮤니케이션 모델을 위한 제언
일각에서는 '지역색/사수부사수' 발언한 해당 담당자, 그리고 사태를 극적으로 증폭시킨 골빈해커님이 스스로 사직하던가, 아니면 블로그칵테일 차원에서 해직하라고 말씀하신다. 심정적으로 이해하지 못할 바 아니다. 이게 지금 강호의 대체적인 분위기란 것도 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자, 이거 어디서 보던 풍경 아닌가? 이건 지극히 정치적인 해결방식이다. 그렇게 문제된 사원들 희생양으로 처단하면 이 문제는 해결되나? 우리는 정말 만족할 수 있나?
엄청난 실수라는 거 인정하고, 정말 어처구니 없는 사태라는 걸 인정한다.
하지만 누구나 실수는 하는 거고, 그 실수가 과연 용서될 수 있는 실수인가, 아니면 정말 용납할 수 없어서, 그 실수를 한 책임자를 '도려내야' 하는 실수인가에 대한 이성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론 이 사태의 책임자 개인에 대한 책임을 묻는 방식은 사직이나 해고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블로거 여론몰이 하는 방식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유는 다음 두 가지다.
ㄱ. 아마추어라서 동아리라서 좋았다는 블로거들 지금은 어디계신가? 아마추어라서, 동아리 마인드라서 그 실수가 더 치명적이고, 그래서 더 배반감을 느꼈다는 거 충분히 안다. 하지만 그래서 아직 성숙하지 못했으니 기회 한번 더 주는 건 어떤가?
ㄴ.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판단건대, 그래도 올블만한 대외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수행했던, 그래도 블로거 마인드로 블로거들과 자신의 파트너로 삼아, 그 의견을 수렴하고, 피부에 밀착하는 대화를 시도했던 기업, 그런 기업, 특히나 소위 '웹2.0' 기업 있다면 나에게 알려달라.
다음이 그랬나? 네이버가 그랬나? SK가 그랬나? 다수의 블로거들에게 상찬받는 이글루스 역시도 다소간 관료적인 대외적인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느낀다. 그런 느낌을 강하게 각인시킨 사건은, 물론 이오공감 증발 사건과 레진블로그 폭파사건이다.
그런데 유야무야 넘어갔잖오. ㅡ.ㅡ;
다시 강조하자.
나는, 그리고 당신들은 올블의 아마추어리즘이 좋았던 블로거들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아마추어리즘에 대해 이토록 커다란 증오와 비판(그 자체로는 물론 충분히 그럴만하다)만을 쏟아내면 그건 좀 아쉽다. 그동안의 애정이 아쉽고, 그동안 올블과 블로거들이 서로 나누었던 파트너쉽과 의미있는 스킨쉽의 문화가 아쉽다.
올블이 기존의 대기업들처럼, 세련된 대외적 커뮤니케이션 부서를 만들고, 사원들을 획일적으로 그런게 교육하고, 혹은 그런 내부 가이드라인을 갖추고, 그래서 정말 실수 없는 모습, 냉정하고 이성적인 모습만을 보여주면, 그게 좋기만 할까?
물론 그런 내부 가이드라인과 정책은 분명히 마련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게 기존의 대기업들이 흔히 보여주는 '감정 0%'의 가식적이고, 형식적인 '정답' 커뮤니케이션이라면, 나는 그것 역시 별로 마음에 들 것 같기는 않다. 내가 기대하는 커뮤니케이션은 실존의 인간들이 정말 진실로 자신의 존재를 걸고, 기업의 철학을 갖고 대화하는 것이지, 교과서의 정답을 들려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 아마추어리즘에 내재된 청년정신, 블로거 마인드, 그 솔직함과 개방성의 장점을 살리면서, 이제는 블로그계의 중견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는 존재감에 어울리는 좀더 정돈되고, 세련된 절차적 커뮤니케이션 프로세싱을 보완하려는 '조화'의 필요를 오히려 블로그칵테일에 권하고 싶다.
그리고 지금은 몹시 배반감을 느끼고 계신, 분노하고 계신 블로거들께도 한번 더 재고하십사하는 말씀을 올리고 싶다. 물론 현재 강호의 분위기를 보면 이런 소리 내는 것도 좀 스스로 뜨악스럽고, 솔직히 괜히 나서서 또 욕 사서 먹는 거 아닌가 싶은 이기심이 발동하기도 하지만, 이게 내 솔직한 심정이다.
3. 기업문화로서의 가족주의 : 올블의 가족주의 vs. 삼성의 가족주의, 또 하나의 가족?
올블에서 말하는 가족주의란 도대체 뭔가?
무슨 주술 같은건가? 아니면 대외적인 마케팅용 수사인가?
이 질문은 이번 사태에서 올블에게는 가장 가슴 아픈 질문이자 비판일테다.
한 블로거께서는 올블 '가족주의'문화가 객관성과 합리성, 그리고 절차적 엄정함을 필수 요소로 하는 인사채용과정에서, 그것도 '특채'가 아닌 '공채' 형식의 채용과정에서 '공식적인 기준'으로(이를 명시적으로 골빈해커님과 상담을 담당했던 올블 관계자는 드러냈다고 봐야 할텐데), 무슨 대단한 합리적인 표준, 객관적인 표준인양 제기했다는 점을 비판하면서, 그 수사의 모호성에 대해 강도 높게 성토한다. 다수 기업들에서 행하고 있는 준고용과정(인턴 과정)은 무슨 폼으로 있는 그런게 아닐테다.
전적으로 옳은 지적이라고 본다.
'가족주의'라는 그 정체가 모호한 수사가, 설령 올블 내의 구성원들이 정말 그런 문화를 스스로 체감하고, 또 만들어가고 있다손 치더라도, 냉정하고, 객관적인 공개적 채용 과정에서 그 선택 표준으로 제시되었다는 점은 몹시 유감스럽다.
물론 '조직 내의 인화력과 친화력'을 평가 항목으로 설정하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이것은 오히려 필수적인 검토항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것을 얼마나 객관적으로, 합리적으로 '산정'할 수 있을지, 계량화할 수 있을지는 정말 서로 엄격하게 구별되는 일이다. 골빈해커님의 대외적인 위기관리능력을 보건대,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난 감정적 대응을 보건대, 골빈해커님께서 말씀하셨던 그동안의 인사권자로서의 체험이 얼마나 합리적으로 그 채용과정 중에 발휘되었을지도 의심스럽다.
가족주의.
이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기업이 있다.
누구나 예상했겠지만, 삼성이다.
"또 하나의 가족"을 "자랑스런 대한민국 브랜드"과 함께 대표적인 표어로 삼는 삼성은, 실은 긍정적인 의미에서의 가족주의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기업이고, 대한민국이라는 민족적 정서 물씬 자극하는 풍경과도 그다지 상관없는 기업이다(삼성주식 갖고 있는 자들의 국적을 떠올려보자. 삼성이 무슨 대한민국기업인가, 대한민국사람이 '보스'로 있는, 다국적 기업이지).
삼성과 같은 초일류 다국적 기업이 가족주의와 대한민국이라는 민족주의를 은근히, 그래서 더더욱 노골적으로 강조하는 점은 무엇을 말해주나. 이건 합리주의나 삼성식의 경쟁지상주의, 일등주의와도 정말 동떨어진 가치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자, 위장적 이미지이고, 대외적 이미지 마케팅의 일환일 뿐이지, 개뿔 가족주의의 그 따뜻한 풍경들은 전혀 상관없는거다.
가족주의 강조하면서 노동삼권을 개무시하는, 무노조 전통(이게 무려 전통이란다. ㅡ.ㅡ; ) 과시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일류 다국적기업이라는 삼성은 그대로 모순의 총체이고, 대한민국식으로 진화된(?) 자본주의의 한 정점을 상징한다.
다시 올블로 돌아오자.
올블의 가족주의, 그거 대체 뭔가?
블칵 구성원들이 서로 가족처럼 친하고, 형제처럼 서로 신뢰하는 그런 걸 말하는 것 같은데, 그게 자사 내의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문화라면 그것까지는 별론으로, 그걸 대외적으로, 무슨 대단한 가치인양 홍보하고, 더군다나 공개채용의 과정에서 그 채용의 공식적인 기준으로 이야기된다는 건...
뭐랄까, 정말 쪽팔린거다.
물론 올블 내의 기업문화가 삼성과 같은 기만적 이미지 메이킹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족주의 가치를 강조하는 이 문제에 대해서 만큼은 올블을 강하게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게 무슨 대단히 가치있고, 대단히 타인에게 자랑스럽게 강조하며, 올블, 블로그칵테일이라는 기업을 대외적으로 홍보하기 위한 '아름다운 이름'이 될 수 없다. 그냥 구성원들 사이에 그런 가족주의적인 정서가 있다면, 그 구성원들에게나 내부적으로 '흐뭇'해하면 그만일 일이다.
가족처럼 블로그칵테일에 적응할 것 같지 않아서, 친화력을 가질 것 같지 않아서, 마치 도사라도 된 양 '예언'하고, 그래서 합격을 취소해버리는 행태는, 스스로 '나는 이런 비합리적인 사람이랍니다. 그래서 우리 올블 식구들은 서로 가족처럼 화기애애하지요.' 이러는 거랑 쌤쌤이다.
그러니까 딱 바보선언이다.
올블 내의 '기업문화'로서 가족주의란게 있다면, 그래서 내부성원들이 그런 가족같은 유대감으로 서로 끈끈한 무엇가를, 좀더 창의적인 어떤 에너지를 이끌어내는 동력으로 그 가족주의적인 정서가 이바지한다면, 그거야 올블 내부 사정이니까 뭐라고 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 가족주의가 외부에 대한 배타성으로, 무슨 주술사의 마법처럼 사용된다면, 그래서 채용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성급한 '예언'의 근거로 활용된다면, 거듭 말하거니와, 딱 '우리는 덤 앤 더머들입니다', 이런 커밍아웃에 불과할 것이고, 조롱거리로 평가를 받을 뿐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바다.
4. 결 : 블로그 커뮤니케이션 모델에 대한 단상, 그리고 올블 아마추어리즘에 대한 패자부활전
이 역시나 너무 길어진 것 같다.
간단히 정리하자.
일단 하나 묻자.
올블을 전적으로 포기할텐가?
이건 그다지 심각한 질문이 아니다.
올블은 그저 웹서비스 업체일 뿐이다.
그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혹은 이용하지 않거나, 그건 소비자 마음이고, 여기에 대해 나는 감놔라, 배놔라 할 생각 전혀 없다. 그리고 지금 내가 어떻게 말한들 그게 씨알이나 먹히겠나.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저 동료 블로거로서 몇마디만 더 해보자.
그동안 올블을 나 나름으로는 줄기차게 비판해왔다고 생각한다. 물론 애정에 바탕한 비판이라 스스로는 생각하지만, 당하는(?) 입장에서야 그게 애정만으로 느껴지겠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로그를 통한 문제제기, 올블에 대한 비판에 대해 올블만큼 적극적으로 블로거 마인드에 바탕해서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한 업체는 없었다.
다시 말하지만...
다음 블로거뉴스가 그랬나? 블로거뉴스 비판하면, 그 누구 하나 거들떠나 봤나?그래도 말로는 개방과 참여를 외치고, 웹2.0을 외친다. 장사 잘한다. 장사 잘하고, 게다가 상까지 받는다. 이글루스는 어떤가? 이오공감 사태는 별론으로, 그 내부사정이야 이해되지 않는바 아니나, 이글루스 블로거들로부터 그토록 사랑받던 '레진 블로그'를 폭파시키는 테러에 대해 어떤 실질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있었나? 네이버? 말해봐야 입 아프다. 이건 생략하자. ㅡ.ㅡ;
올블, 블로그칵테일은 블로그 기업이다. 블로그를 다루는 기업이고, 블로거들을 상대해서 먹고 사는 기업이다. 이 본질은 변하지 않을테다. 그런 기업이 자사의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대외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고 말하거나, 혹은 그 내부 성원들의 블로그를 자사의 마케팅을 위해, 혹은 자사의 대내외 커뮤이케이션 수단으로 활용해서는 안되고, 그건 너무 아마추어같은 짓이라고 반문하는 건, 오히려 기존의 커뮤니케이션의 경직성, 그 피상적인 '정답'들에만 인식이 고정되어 있는 것일테다.
물론 문제의 본질은 커뮤니케이션의 형식적 틀이 아니라, 그 커뮤니케이션이 실질적으로 어떤 내용과 철학을 담고 있는가일테다. 하지만, 항상 강조하다시피, 내용과 형식, 그 몸과 마음은 서로 다른 것이 될 수 없다. 이번 올블 채용취소 사태를 통해서 올블의 내부성원들이 모두 블로그 폭파시키고, 좀더 합리적이고, 좀더 냉정한 올블 메인 페이지의 관리자 단추 속으로 숨어버리면,그 때는 만족할텐가?
그런데 이런 제안들은, 다시 말하지만, 올블을 계속 인정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생략한 그 이후의 문제들이다. 올블에 대해 일체의 애정과 관점을 꺼버리면, 그러니 '올블? 그게 뭐예요?' 이렇게 결심했다면, 이 질문들, 내 나름의 제언들은 그냥 헛소리에 불과하다.
이번 사태를 통해 나 역시 순간적으론 그동안의 애정을 모두 철회하고, 이런 망조 서비스는 내 다시는 이용하지 않으리라, 생각하지 않은 거 아니다. 올블 피드 제거는 클릭질 몇번이면 끝난다. 다시는 올블 쪽은 쳐다도 않보리라 결심하고, 그 쪽으론 오줌도 안눌 수 있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이렇게 성급하게 떠나기엔, 이렇게 가혹하고, 매정하게 비판만 하고, 그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던 시간 동안 올블에 기대하고, 실망하고, 서로 다투고, 서로 이야기했던 그 모든 추억들이 없던 걸로 하기엔 좀 너무 허무하다.
한번 더 기회를 줄 수 있지 않나 싶은거다.
좀더 사건 추이를 지켜보고, 그 다음에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
블로거들의 현명하고, 이성적인, 그리고 냉정한 판단을 당부드린다.
추.
1. 올블 하늘님의 공식사과글을 읽었다.
솔직히 너무 추상적이고, 너무 막연하다.
이에 대해선, 현재 하늘님의 무너지는 마음을 미뤄 짐작하지 못할 바 아니지만, 비판하지 않을 수 없겠다.
좀더 '명료한 해명'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지금 가장 필요한 건 불확실성의 제거다.
하지만 올블 사태(이건 정말 사태인데)에 대한 하늘님의 공개사과문은 어떤 불확실성도 제거하지 못하고 있다고 나는 평가한다. 어떤 구체적인 스케줄도 없고, 사후 방지책에 대한 최소한의 프로그램도 없으며, 관련 당사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에 대한 언급도 없다.
이에 대해선, 언젠가 올블을 비판하면서 인용했던 아거님의 글을 다시 인용해본다. 하늘님께서는 스티브 잡스가 위기를 어떻게 관리하는지,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고 있는지 참조하시면 좋겠다.
참조 : Steve Jobs: “A Greener Apple”(아거)
2. 올블 메인 어제의 추천글에 관련글이 뜨지 않는 문제.
이거 도대체 뭔가?
왜 어제의 추천글이 엉뚱한 글이 뜨나? (지난 정오쯤의 관찰)
당연히 희주님 글이 어제의 추천글 최상단에 떠야 정상인 거 아닌가?
여기에 올블의 의도적인 개입이 있었다면, 그래서 악의적인 필터렁이나 게이트키핑이 있었다면, 올블에게 기회를 한번 더 주자, 이런 발상은 인정주의에 불과할테다. 정말 악의적인 필터링이 있었다면 지금까지의 헛소리는 모두 철회다. 이건 올블이 올블이었던 지금까지의 자기정체성을 근본에서 부정하는 짓거리이기 때문이다. 물론 실시간 인기글에는 관련 글들이 계속 올라오는 것으로 보아, 이게 일시적인 기술적 문제(오비이락?)이기를 바란다.
이에 대한 올블 측의 해명을 기다려본다.
덧. 이에 대한 비트손님의 댓글 논평이 있었습니다.
어제의 가장 많이 추천받은글을 비롯 발굴왕,다독왕등이 반영이 되지 않고 이틀전에 결과가 반영이 된것은 어제 0시를 기준으로 너무 많은 트래픽의 유입으로 로직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은 것을 개발팀에서 알려왔습니다. 진실을 왜곡하거나 숨기려 한 의도가 있어서가 아니라 평소에 방문하지 않던 사용자의 급증이 주요 원인임을 다시한번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현재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추천조작에 대한 부분은 어제 그글에 대한 특정세력(그 글을 과도하게 추천하고 싶은 세력)에 의한 부정추천현상이 발생하여 아이피를 바탕으로 한 부정추천분을 제거 해주는 과정에서 빚어진 오해라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3. 이하 골빈해커님의 문제 글.
이런 '역사적 기억'은 사라져서는 안된다. 오히려 그 문장들 속에 있는 오만과 오류들, 경솔함을 골빈해커님 스스로, 그리고 올블 구성원들 스스로가 거듭 거듭 복기해서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반성의 교재'로 삼아야 마땅할테다.
덧. 위 골빈해커님 글은 원래 제가 임의로 아래에 옮겨왔습니다만, 비밀글로 남겨주신 익명께서 말씀하신 취지에 공감하는 바 있어 삭제합니다.
4. 제 글 1.에서 서술한 법률적 부분에 대해선, 제가 너무 성급하게 판례를 경솔히 해석한 오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선 가즈랑님께서 쓰신 참조. 근로 계약의 요건? (민노씨의 의견에 덧붙임) 을 참조해주시길 바랍니다.
* 관련 추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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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창으로 순간 이동!그럼 결국 '내 책', '내 책이 아닌 책'으로 나눌 뿐이잖아요? 분류 - 라고 할 순 없겠군요 ;
그것도 좋은 분류네요. : )
단, 앞으로도 이렇게 익명으로 투정부리시면... ^ ^;
삭제할 수 밖에 없습니다.
가끔 듀이십진분류를 배워볼까도 했지만, 이사를 한두 번만 다니면 책은 분류할 수 없게 되는 것 같아요. ^^ 책장에 꽂아놓는 순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렇게 분류해도 좋겠습니다: 무덤까지 갖고 갈 책-그 전에 버릴 책. 물론 그 이전에 이런 분류가 선행됩니다: 살 책-빌릴 책-N/A.
프랑소와 트뤼포가 당대의 프랑스 영화에 대해 이야기했던 말이, 그 '무덤'이라는 말 때문에 떠오르네요. 찬양해야 하는 영화와 무덤에 파묻어야 하는 영화. ㅎ
민노씨의 글을 찬찬히 읽노라면 제가 얼마나 그동안 책을 안읽고 있었나 부끄러운 마음이 듭니다.
별말씀을요.
저도 요즘 책 거의 안읽습니다.
그런데 강유원씨의 지적처럼('책과 세상'), 현대인들은 '책을' 반드시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진 것 같은데, 꼭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막심 고리끼의 비유를 빌자면, 세상이 모두 대학이고, 세상이 모두 텍스트인 바에야 반드시 '책'이라는 명시적인 텍스트를 통해 지식과 깨닫음을 얻을 필요는 없겠죠.
참, 그러고보니 "책은 지문 묻을까봐 손을 씻은 뒤 읽으며, 초판만 읽지 재판은 읽지 않으며, 책에는 볼펜자국을 남기지 않으며, 한 번 본 시들은 모두 외우다시피 한다"는 전직 시인이 생각나는군요.
누군지 궁금하네요. ㅎ
햄버거에 대한 명상, 길안에서의 택시잡기, 아담이 눈뜰 때, 너에게 나를 보낸다,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 내게 거짓말을 해봐, 삼국지(<--뭔가 뜬금없는!).
장정일이 그런 말을 했군요. : )
장정일의 독서일긴가 뭔가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특히 '서울에서 보낸 3주일'과 '길 안에서의 택시잡기'는 꽤 좋아했던 시집입니다.
장정일하면 언젠가 잡지 합숙(?) 인터뷰에서 박일문을 개박살(ㅡㅡ;;)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박일문이 '살아남은 자들의 슬픔'으로 오늘의 작가상을 받은 그 직후였던 기억인데, 제가 읽기에도 살아남은 자들의 슬픔은... 정말 가식적인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거든요.
조경란작가님의 분류법이 재미있네요..
저의 책장이 어떻게 정리가 되어있나 잠시 생각을 해봅니다. ㅎ
저는 2-ㄱ과 비슷하네요.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저도 처음에는 참 소설가다운 분류법이네, 이랬는데...
저와는 잘 맞지 않는 분류법인 것 같습니다.
분류의 표준이 그다지 명료하지 못한 느낌이라서요. ㅎ
부족한 글 재밌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는 다음과 같이 분류하는데..
돈 버는 게 책을 쓴 제1목적인 책 / 돈을 버는 건 2차적 목적인 책
전자의 경우 수많은 자기계발서와 재테크 책과 대리작가에게 쓰도록 한 자서전 같은 게 들어가겠죠.
어떤 책을 쓰든 많이 팔려서 인세 받는 걸 싫어할 작가가 있겠느냐마는 그게 제1목적인 책은 별로 읽고 싶지가 않아요. 자기 안에 쓰고 싶은 것이 넘칠 때 그걸 쓴 책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펄님 서평 잘 쓰고 계시죠?
펄님 서평도 앞으로 좀 챙겨서 읽어야겠습니다. : )
언젠가 펄님 서평이 아닌, 펄님 이름으로 된 책을 한권 서평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 ㅎㅎ. 그 날이 어서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네요. 암튼 오랜만에 댓글창에서 뵈니 기분 좋군요! 흐흐.
올해 들어서 이바닥님이 작성하신 책을 통한 재테크 포스트를 읽고 굉장히 깊은 인상을 가지게 되어서 주구장창 한달에 10만원 정도씩의 도서를 구매하고 있는 중입니다.
처음에는 이거 언제 다봐? 매달 10만원씩이나 살만한 책이 눈에 들어오기나 할까? 라는 생각이었는데, 아니 왠걸요, 책이 쌓이니까 뭔가 기분좋은 압박감이 책을 펴보게 만들고, 책을 사는 버릇을 들여보니 벌서 장바구니에 80만원 상당의 책이 담겨져서 차레대로 구매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더군요.(금전적 한계가 있으니 매달 10만원 이상은 절대 구매하지 않겠다고 엄격히 다짐해 둔 터라 ㅎㅎ)
책을 산다는 건 참 즐거운 일인 것 같습니다.
요 몇년 회사일한답시고 책을 거의 사보지 않다가 올해부터 읽기 시작하는 책의 홍수속에 행복에 겨워 있었는데 반가운 분 블로그에서 반가운 내용의 포스트를 보니 댓글을 달지 않을 수가 없더라구요.
글 잘 읽고 갑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알라딘을 통한 재테크 (이바닥)
http://feeds.feedburner.com/~r/ebadac/~3/210445211/
을 말씀하시는건가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 )
말씀처럼 책을 사는 일은 정말 흥분되고, 그 책을 구입하는 행위 자체에 묘한 설렘이 있는 제의적인 느낌마저 들 지경입니다. 마치 발터 벤야민이나, 장정일이 책에 대해 느끼는 그 사제적 태도처럼 말이죠.
달키님께서도 좋은 하루되시길.. ^ ^
추.
지난 번 미투데이 포스트는 달키님 포스트에 의견을 담고 싶은데 제 게으름의 관성이 너무 크고, 이번 '네이버 블로그의 성공이유'도 보충한다고 했는데, 역시나 그 이슈타이밍이 지나버리니, 하기 싫은 숙제처럼 남겨져 버렸네요. ㅡ.ㅡ;
* 한 두 줄 추고 및 보충. 그리고 오타 수정.
저는 일과 관련있는 책, 없는 책으로 구분합니다. ^^;
니체의 말은 '짜라'에 나온 말 아닌가요?
너희들은 아무 책(글이라고.. )이나 읽지만 나는 피로쓴 글만 읽는다. 대강 그런 구절이었던 것 같네요.
그러시고만요. : )
가장 실용적이면서, 또 단순명쾌한 분류네요.
짜라에서 나온 말인가요? ㅎ
그래도 니체의 책들 중에서 가장 재밌게 읽었던 책이 짜라인데.. ㅡ.ㅡ;
몹시 민망하네요.
본가에 아직 붙어 있을지 모르지만 다시 가져와서 읽어보고 싶네요.
보충 논평 고맙습니다.
* 3-ㄱ. 짜라 부분 여형사님 보충 논평 입력.
블로그를 돌아댕기다 보면 책 좀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매번 들구만요.
만화책은 열심히 읽고 있지만요.. 흐흐
추신수: 이왕이면 스킨과 더불어 빨갱이 같은 저 파비콘도 이번에 좀 바꾸심이..
ㅎㅎ
그러시군요. : )
저도 만화책은 늘 사랑하는 '책'인데.. 요즘은 만화책도 잘 읽지 못하고 있습니다.
추.
빨갱이 같은 파비콘이라니..
농담이신가요? 진담이신가요? (갸우뚱 : )
빨간색을 보면 늘 하는 농담이라 걍 생각없이 얘기했구만요. 죄송합니다 (__)
이번 기회에 파비콘도 같이 바꾸시면 좋겠다 싶어서요. 파비콘이 좀 강하게 보여서요.
ㅎㅎ
그런가요? ^ ^
저도 종종 그런 생각을 하긴 하는데..
그래도 꽤 정이 든 파비콘이라서요.
색을 한번 바꿔볼까요? : )
구글링을 해보니 바로 찾아지네요.
(로그인이 필요해서 저장된 페이지 링크 보냅니다)
http://72.14.235.104/search?q=cache:SG33XDHvM1wJ:www.7toolz.com/bookshop/index.php%3Fbody%3Dsubmitreview_view%26page%3D1%26wr_id%3D9357+%EB%82%98%EB%8A%94+%ED%94%BC%EB%A1%9C+%EC%93%B4+%EC%B1%85%EB%A7%8C+%EB%8B%88%EC%B2%B4&hl=ko&ct=clnk&cd=2&gl=kr
어떤 판본인지 모르겠지만 원문은 이렇다고 합니다.
" 일체의 글 가운데서 나는 피로 쓴 것만을 사랑한다.
글을 쓰려면 피로 써라.
그러면 너는 피가 곧 넋임을 알게 될 것이다.
다른 사람의 피를 이해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게으름을 피워가며 책을 뒤적거리는 자들을 미워한다.
독자를 아는 자라면 독자를 위해 더 이상 아무 일도 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한심한 독자들의 시대가 한 세기 더 지속되기라도 한다면 넋조차도 악취를 풍기게 되리라.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가 배워 읽을 수 있게 되면, 시간이 흐르면서 쓰는 것은 물론 생각까지 부패하기 마련이다.
한때는 넋이 신이었다. 그러다가 그것이 사람이 되더니 지금은 심지어 친민이 되고 말았다.
피와 잠언으로 글을 쓰는 사람은 그저 읽히기를 바라지 않고 암송되기를 바란다."
-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이렇게 논평 A/S까정. ^ ^
그냥 즉흥적으로 쓴 글이라서 정보적 성격의 부분에 대한 검토가 소홀했던 것 같습니다. 키에슬로프스키 관련 링크는 네이버영화로 연결해놓긴 했지만요.
정말 고맙습니다. : )
본문에 추가로 반영해야겠네요.
* 니체 관련 서술 부분 덧2. 입력.
전 '저자가 있는 책, 저자가 없는 책' 이 분류가 가장 흥미롭네요.
음악을 들을 때도 비슷한 감정을 느낄 때가 있거든요.
아, 요거 요거 얘 아니면 못해. 이런 것들. 그런데 또 시간이 지나다 보면 분명히 '있던' 사람들이 휑하니 사라져 버리곤 해서 안타깝죠.
이문세 덕분에 좋은 블로그를 알게 되서 기쁘네요.
-글을 읽으면서 '난 어떻게 분류하지? 하고는 있나?' 하고 생각해 봤는데 하나 떠오르는 게 있네요. "닮고 싶은 문장이냐, 아니냐" 좀 많이 편협한 듯 ㅋ
앗, 이제야 댓글을 발견해서리.. ^ ^;
말씀 고맙습니다.
추.
닮고 싶은 문장.. ㅎㅎ
저도 책을 읽다보면 그런 생각 종종 합니다.
이런 분류법이 있다니 ㅎㅎ
저도 나만의 책 분류를 한번 해봐야겟어요 감사합니다
오래된 글에 댓글 주셔서 저도 참 오랜만에 제가 쓴 글을 읽네요.
제가 이런 글을 다 썼었군요... : )
아이들이 커버리고 나니 그동안의 책들을 좀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저기 찾아보다가 이곳까지 오게 되었는데 참 유익한 글이었습니다..저도 000, 100... 이런 거 말고 나름대로의 분류법을 만들어 봐야겠습니다.. 참 재미있을 것 같아서 살짝 흥분도 되고 그러네요.. 그리구 '호밀밭의 파수꾼' 정말 마음에 닿는 책이지요..제 아들이 대학에 가면서 다른 건 다 두고 궂이 챙겨들고 간 유일한 책이 바로 그거였답니다.. 책 제목 하나에 괜히 아들 생각도 나고 반갑기도 하고.. 해서 댓글 한마디 남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뜻 깊은 날 잊혀진 글에 따뜻한 댓글 주셔서 참 고맙습니다. : )
블로그 운영하시면 주소도 좀 알려주시죠? ^ ^
장정일의 독서일기는 왜 그닥 좋아하시지 않는지요? 저는 최근에야 읽었는데 크게 싫지는 않았는데요, 책에 대해서 경건하기까지한 태도에 좀 놀라고 새로웠습니다만.
아주 오래된 기억에 의존한 아주 무책임한 인상평에 불과하니 제 댓글 속 장정일의 독서일기에 대한 평은 계념치마시길 바랍니다... 댓글로 썼든 장정일의 시집은 몇 권 읽었지만, 그의 독서일기는 서점에서 두세 시간 정도 아주 거칠게 통독한게 전부예요. 그때나 지금이나 저는 김현을 아주 좋아하는데, <행복한 책읽기>를 그 당시에 너무 좋아했던 나머지 장정일의 책이 약간 거칠고, 시시하게(?) 느껴졌던 모양입니다. 물론 이것 역시 아주 무책임한 인상에 불과하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