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좋은 블로그

2010/01/05 10:11

1. 경계에 선 갈등, 긴장으로서의 실존적 블로깅 
경계에 존재하는 갈등과 긴장은 창조적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동인이다. 경계가 만들어내는 외면적인 갈등과 내면적인 긴장이 창조성을 높인다. 이게 대체로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다. 절대선도 없지만, 절대악도 없다. 상황은 선악을 무화시키기 일쑤고, 그럼에도 그 상황 자체가 변명의 알리바이가 되지 않도록 긴장하고, 성찰해야 한다. 블로깅도 이와 같다. 블로깅은 무슨 별천지의 판타지가 아니라, 일상을 조금 더 이상적으로, 희구적으로, 지향적으로 반영한다. 그런 차원에서 어떤 불만이, 어떤 못마땅함이, 어떤 소망이, 어떤 욕망이 드러나지 않는 블로그는 매력이 없다. 객관적인 지식을 그 자체로만 드러내는 블로깅을 나는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내 지적 호기심 혹은 지적 속물근성은 그런 '낯선 지식'들에 끌리기도 하는데, 거기에 인간의 목소리가 담겨 있지 않으면, 현실의 모순이 만들어내는 갈등과 그 속에서 고민하는 내적 긴장이 담겨 있지 않으면, 그런 기억들은 쉽게 지워지곤 한다.

2. 링크 없는 블로그는 블로그가 아니다.
블로깅은 윈도우 쇼핑이 아니다. 그리고 진열장은 블로그가 아니다. 그 진열장 속에 담긴 물건을 구경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 수만, 수십만, 수백만이라고 하더라도 나에겐 마찬가지다. 그 블로그는 나에겐 공허 그 자체다. 댓글을 쓰지 않더라도, 트랙백을 쏴올리지 않더라도, 링크를 통해서 우리는 얼마든지 세계와 나 아닌 다른 당신들과 대화할 수 있다. 세계는 대화로 관계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흔적이 블로그에 남겨져 있지 않다면, 둘 중 하나다. 철없는 나르시서스거나, 세계에 관심이 없거나.

3. 학생으로서의 블로그.
아마도 내가 무지해서 그렇겠지만, 한줌의 지식이 무기가 되는 블로그를 좋아하지 않는다. 블로그는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저 부족하더라도 진심을 담은 단상들이 나름의 해답을, 대안을 만들어가는 대화의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보탤 수 있다면 좋겠지만, 내가 얻을 수 있는 블로깅이 나쁜 것은 전혀 아니다. 나는 학생으로서의 블로그가 누군가를 가르치는 선생님으로서의 블로그보다 좋다. 좋은 선생님은 항상 겸손한 학생의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부족하면, 독자들이, 내 동료블로거들이 그 부족함을 채워준다.

4. 탈권위, 진짜 정치의 공간으로서의 블로그
블로그라는 미디어의 가장 커다란 잠재력은, 좀 추상적인 표현이기는 하지만, 기존 권위에 대한 전복적 해체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 있다. 그것은 과연 '우리가 뉴스라고 부르는 것'(via 아거)이 어떤 것인지를 다시금 사고하게 한다. 우리가 욕망하고, 우리가 증오하는 그 모든 것들의 정체가 대화를 통해서 좀더 구체적으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이라거나, 섹스 역시도 정치적이라거나(이건 우석훈이 이명박의 토건경제를 비판하기 위해 카피처럼 띄운 섹스생태학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서정시의 정치성은 그 서정성에 있다는 말을 나는 아주 긍정하는데, 그런 차원에서 이 세상에 정치적이지 않은 건 없다. 블로그는 세계라는 기만적인 객관성에 숨겨진 정치성을 드러내는데 아주 효과적인 공간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일상과 실존으로 구성된 육성이 서로 부딪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정말 진짜 정치가 있다.

5. 모든 것을 떠나 그저 자신을 기록할 뿐이다.
블로그는 어느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을 기록한다. 자기 자신이 없는 블로그는 엄밀한 의미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타인의 욕망을 모방하거나, 타인의 욕망을 내보이는 블로그 역시도 그 방식을 통해 간접적으로 자신을 드러낸다. 하지만 그건 마치 그림자 놀이 같다. 내가 가장 높게 평가하는 블로그는 부끄러운 그 자신을 끝끝내 드러내는 블로그다. 주낙현의 블로그는 그런 의미에서 자신이 옳기 때문에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틀릴 수 있기 때문에 더 깊이 고민하고, 더 깊이 성찰하는, 그런 고민과 성찰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좀더 고양된 인간을 추구하는  블로그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블로그 역시 인간을 위한 것일 뿐이다. 그건 쓸쓸하지만, 따뜻하다.


* 발아점 : 모두 강추.
On peut accepter une autorite formee par divers respects accumules? (이슬뤼)
: 이슬뤼 글에 있는 말미의 구절들이 글을 쓰게 한 동기.

어느 인기블로그의 RSS 구독을 중지하며 (필로스)
http://philomedia.tistory.com/231
: 실명비판과 익명비판의 장단점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데,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뭐랄까, 역시나 실명비판이 이 경우엔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바이러스라는 임시필명의 지적은, 전적으로 공감하지는 않지만, 인상적이다.

나는 그 블로그가 싫어요 http://j4blog.tistory.com/1206 (J준)
                        좋아요 http://j4blog.tistory.com/1207




2010년 다짐 : 짧게 쓰자

2010/01/05 08:32

2010년의 지향점 - 견인불발(堅忍不拔) (이승환)
http://www.realfactory.net/1172

올해의 다짐 (펄)
http://pariscom.info/329 

이승환은 소녀시대 쌩까는 한 남학생의 동짤방 움짤을 통해 굳건한 다짐을 드러내고, 언제나 솔직담백한 펄은 새해 블로깅 다짐으로 '댓글에 답글쓰기'라는 귀여운(?) 이야기를 내놓는다. 내 올해 블로깅 다짐은 짧게 쓰자. 정확하게 쓰는 것과 친절하게 쓰는 것, 그리고 장황하게 쓰는 건 다르다. 나에겐 친절한 게 독자들에겐 지루한 시간낭비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올해는 의식적으로나마 독자들의 시간절약에 일조하려고 한다. 관심의 기회비용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세상은 미친듯이 뛰어가고, 우리는 한 것 없이 마음만 달아난다. 시간이라도 아끼자. 언젠가 넉넉한 마음으로 시간을 관조할 수 있도록. : )

다짐을 대체로 지킨 적 없는데, 물론 다짐을 지키려고 노력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뭐랄까, 다시 휘휘 돌아서 제자리로 돌아오는 거대한 습관 같은거, 그런 걸 살아오면서 강하게 느낀다. 짧게 쓰자는 다짐을 얼마나 실천할지는 모르겠는데, 이건 쓰다가 만 글들을 그저 그렇게 부족한 채로나마 내보내자, 뭐 이런 취지도 더불어 담겨있다. 점점 더 쓰다가 말고 망각과 게으름으로 봉인된 글들이 늘어난다. 그 글들이 누군가에겐 시간이라는 가장 귀중한 기회비용을 빼앗는 것이라도 또 다른 누군가에겐 아주 작은 말동무가 되어줄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끝.


* 글과 별 상관은 없지만, 명이님과  미페이(mepay)님  결혼 축하드립니다. : ) 
* 이슬뤼(icelui)님, 나솔(nassol)님, 시간 있으면 이 주제로 바통 받아주세요.

* 확장점
나솔, 글을 짧게 쓰자는 다짐에 대한 생각
http://nassol.textcube.com/142 강추



트랙백 때문에 오늘에야 처음 접한 블로그다. 트랙백이 흥미로워서 최근 글 15개(RSS 보여주기 설정이 15개인듯)를 속독했다. 이견이 있는 글(아바타)도 있고, 더 흥미로운 글(게임이 불타는 온도)도 있다. 결정적으론  '억압받는 사람들을 위한 비디오게임'이라는 글이 RSS 구독을 결정하게 한 글이다. 그리고 코리 닥터로우의 SF 단편 '프린트 한 죄'를 번역한 글도 재밌다. 코리 닥터로우가 '보잉보잉' 운영자이며, 실천적인 대안 저작권운동 활동가라는 것도 이 블로그를 통해 첨 알았다.

블로그 제목은 아마도 어슐러 K. 르 귄(Ursula Kroeber Le Guin)의 동명소설 'The Dispossessed'(빼앗긴 자들)에서 따온 것 같다(물론 추정. ㅡ.ㅡ;). 르 귄에 대해선 명성만 간접적으로 들었을 뿐이라서 난 잘 모른다. '빼앗긴 자들'은 아마도 올해 첫 책이 될 듯. 필명은 'neoscrum'(이하 '네오스크럼')이다. 최근글들(15개)를 통해 보건대, 이 블로그의 관심분야는 SF와 게임, 저작권, 문화전반, 철학전반, 교육문제 등인 것 같다. 물론 지극히 일부에 대한 거친 관찰치에 불과하다. 최근글들(15개)로 미뤄보면 업데이트가 활발한 것 같지는 않다. 이하 네오스크럼의 글들 가운데 인상적인 것 몇 개.


희한한 인용과 주석
http://blog.jinbo.net/neoscrum/?pid=485 추천.
2010년 1월 3일 일요일 오전 12:44
내 오래된 글에 쏘아올린 트랙백. : ) 그러니까 첫 인연이 된 글이다. 사실관계만 정확히 지적하는 것에서 그쳤다면 '강추'였겠는데, 번역자(박홍구)에 대한 조롱투 어조가 다소 마음에 걸린다. 조롱투 수사는 동조자에겐 강한 감정적 쾌감을 주는게 사실이지만, 중립적 독자에게는 (지적) 선입견이나 감정적 불쾌를 유발하기도 쉬운 것 같다. 이견을 보완하고, 오류를 수정 보충하는 선에서 이 비판이 그쳤다면 훨씬 더 우아한(?) 비판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이것도 내 맘대로의 느낌일 뿐이긴 하다.


억압받는 사람들을 위한 비디오게임
2009년 9월 12일 토요일 오전 12:23
http://blog.jinbo.net/neoscrum/?pid=472 강추.
곤살로 프라스까(Gonzalo Frasca)의 <억압받는 사람들을 위한 비디오게임>에 대한 간단한 서평. 프라스까의 비전(정치와 게임의 결합)은 파울로 프레이리의 '억압받는 사람들을 위한 교육론'('페다고지')의 영향을 받은 아우구스또 보알(Augusto Boal)의 '억압받은 자들을 위한 연극론'에 바탕한다고 한다. 인용구들이 있는데 특히 테트리스에 대한 부분은 인상적이다. 
몇몇 사람들이 '테트리스'를 두고 '서사(narrative)'의 게임이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 그녀는 '테트리스'를 "1990년대 미국인들의 과중한 삶들에 대한 완벽한 실연, 즉 어쨌든 우리의 과중한 스케줄에 적응해야 하고 다음에 있을 맹공격에 대비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책상을 말끔하게 치워 놓아야 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것을 요구하는 업무들의 지속적인 폭격에 대한 완벽한 상연"이라고 생각한다


게임이 불타는 온도
2009년 12월 14일 월요일 오후 2:16
http://blog.jinbo.net/neoscrum/?pid=481 강추.
억압받는 사람들을 위한 비디오게임의 확장 버전.


SF 단편 - 프린트 한 죄
2009년 8월 27일 목요일 오전 1:50
http://blog.jinbo.net/neoscrum/?pid=468 추천.


추.
뻥구라닷컴의 행인이 잠정적인 절필을 선언해 아쉽던 차였는데, 진보넷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게 된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 진보넷이든 이글루스든, 네이버든, 언론사닷컴 블로그들이든 고립적인 서비스 안에서만 활동하는 성향이 매우 강한 것 같다. 특히 진보넷과 언론사닷컴 블로그들은 나름의 폐쇄성(?)이 대단히 강한 것 같다고 느끼는데, 그래서 좋은 블로그임에도 그 노출도가 구조적으로 제한받는 것 같기도 하다. 이들 블로그 서비스는 기술적, 철학적(?)으로 블로그의 상업화 경향에 대해 비판적 혹은 (적어도 기술적으로) 소극적이라는 점에서 블로거들이 독자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물론 현재의 상업화 경향이 무조건 잘못이라는 건 아니지만) 정치적, 문화적, 산업적 가능성을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좋은 미래의 파트너(? ... 적당한 표현이 생각나지 않아서..)라는 뜬금없는 생각도 해본다.


* 아참, The Dispossessed의 RSS 주소는 
http://blog.jinbo.net/neoscrum/rss/

* 추천 RSS리더 : 파이어폭스 부가기능 "Brief"
장기간의 자료 축적/분류에선 난점을 갖지만 실용적인 서브 리더로 활용하기엔 딱이다. 특히 FF 브라우저와 찰떡으로 결합해서 창이동 없이 손쉽고, 순발력있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을 갖는다. 딜리셔스 등에 중요한 글을 그때 그때 북마크해서 관리할 수 있다면 메인 RSS 리더로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연결된 확장형 : 골드스타인과 어린왕자

2010/01/01 08:04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글과는 별 상관없는 짤방. 꿈 깬 뒤 심리상태가 뭔가 띨빵한 토토 표정과 흡사하달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들 가운데 하나.
'영웅토토'(Toto le héros. 자코 반 도마엘. 1991. 벨기에)
우리나라 개봉 제목은 '토토의 천국'


새해 첫날 새벽 경건한 마음으로 야동을 보다 잠들었다. 그리곤 이상한 꿈을 꿨다. 그건 [1984]의 한 장면(주: 골드스타인의 '과두적 집단주의의 이론과 실제'라는 책을 윈스턴이 펼치는 그 장면)에 [어린왕자]가 등장하는 꿈이었는데, 어린왕자는 정해진 문답 형식으로 매일 매일 일기를 썼다. 그 어린왕자의 일기는 간단한 책 혹은 일기장 형태로 팬시점에서 팔리고 있는 듯 했다. 

1. 대중문화의 강요 : 오늘 접한 대중문화 편린들 가운데 인상적인 것을 기록.
여기엔 아주 간단하게 한줄로만 기록.

2. 이상하지 않은 일 : 객관적인 척 하는 세계   
3. 이상한 일 : 사실은 정말 객관적인, 실제로 실재하는 아주 주관적인 세계
4. 골치 아픈 일
5. 오늘의 말 
- 2번부터 5번까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2번부터 4번까지는 두세줄, 혹은 길면 세네줄.

6. 연결된 확장형
꿈에서 본 어린왕자의 팬시상품 일기장 예시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연결된 확장형'이라는 항목이었는데... 꿈이라는게 그 꿈속에서는 아무리 선명하더라도 깨버리면 곧 신기루처럼 사라져서... 암튼 새해에는 이런 형식으로 블로그에 일기를 써볼까 싶다. 그래서 새로 카테고리도 만들었는데...서식도 만들어야 하나? 물론 안쓸지도 모른다.


* 이 글 발아점은 새해 첫날 개꿈. : )




0. 제목에 지 필명 쓰는게 얼마나 낯간지러운 느낌인지 잘 알고 있지만(물론 그렇다고 그게 전적으로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제목에 굳이 '민노씨'라는 필명을 사용한 건, 블로거로서 형성된 '민노씨', '나'이면서, 나 아닌 또 다른 실존(나는 이걸 온라인 실존이라고 부르는데)이 뽑은 사건이라는 걸 강조하는 의미에서다. 그 블로거 민노씨는 좀 따분하고, 괜히 진지하며, 쓸데없이 블로그에 과도한 기대를 품는 그렇게 '재미없고, 글만 길게 쓰는' 바로 그 블로거다.


1. 대한민국 블로그 어워드 :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항상 문제였다.
태터앤미디어(이하 'TNM')과 예스24가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대한민국 블로그 어워드는 그 자체로는 늘 있어왔던 개판 3초전의 블로그계 상황을 보여주는 가벼운 해프닝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 이벤트는 블로그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징후로서는 의미가 크다.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특정 산업, 서비스의 이익 혹은 마케팅과 연계되지 않는 (소박한 의미든, 미디어적 잠재력이라는 좀 무거운 관점이든) 독립형 블로그의 가치가 이제 죽음 바로 그 앞까지 와있다는 사실이다. 햄릿의 대사 그대로, 사는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이 추세가 계속되면  블로그는 물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독자적으로 생존하기 어려울 것 같다. 블로그는 이제 그 정치적 잠재력이나 문화적인 가능성, 혹은 미디어적 영향력으로 평가되는 않고, 혹은 그런 가능성을 키워가는 성장이 아니라, 그저 '돈되나/돈안되나'의 즉각적인 요청에 충실한 '인간 없는 블로깅' 문화을 바탕으로 마케팅의 한 요소로서 자신을 존재를 고착시킬 것으로 보인다. 블로깅의 가장 커다란 가치는 소박한 시민들, 그 다양한 온라인 실존들이 그저 자신의 작은 일상과 공적인 관심사를 기록함으로써 생겨나는 가치다. 그 이야기로 맺어진 관계들이 만들어내는 일상속 이야기와 어쩔 수 없이 정치적일 수 밖에 없는 이 모든 세상에 대한 고민들이 그저 대화로 엮여지는 그 꼬리에 꼬리를 문 이야기들의 총합이 가치 그 자체가 된다. 그 소박하지만 위대한 가치는 점점 더 소멸할 것으로 보인다.

돈 되나 안되나, 유명해질 수 있나 없나가 블로그를 운영하는 제1원칙으로, 그렇게 보이지 않는 시스템의 관성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제 선수급 블로그만 남게 된다. 그리고 그 선수급 블로그들 조차도 산업의 이익에 부합하는가, 그렇지 못하나로 양분되고, 전자가 지배적인 관성으로 득세할테다. 그것이 전적으로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그 안에서 독립성의 가치를 구현해내기란 점점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 싶다. 그리하여 블로그는 그런 대한민국 병맛 시스템의 한 작고, 보잘 것 없는 영역으로 전락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산업으로선 생존하더라도, 블로그로 꿈꿀 수 있는 대부분은 사라져버릴 것이다. 그러니 나는 지금, 내가 기대하는 블로기즘이라는 거, 그게 무슨 주류가 되어야 한다거나, 지배적인 경향이 되어야 한다거나 하는 그런 꿈같은 이야기를 하는게 아니다. 그런 블로기즘의 독립성과 자생력이 미약하게나마 의미있는 규모로 생존할 수 있는가 없는가를 질문하고 있는 거다.

더불어 블산협 소속 전문 블로그메타의 실질적인 몰락과 다음(혹은 네이버)으로 상징되는 마케팅 시장의 압도적 영향력 강화, "그나마 양반"이라고 평가해왔던 TNM의 비전이 겨우 이거였나라는 씁쓸함, 최소한의 객관성과 합리성을 인정할 수 있는 블로그 평판시스템은 이제 영영 물건너가는건가... 이런 저런 생각이 든다.

끝으로 하나만 더. "티스토리 우수 블로그에 선정되었어요" "대한민국 블로그 어워드에 선정되었어요." "이글루스 탑백에 뽑혔어요" "올블 탑백에 뽑혔어요" 이런 소박한 자랑질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심지어는 '3관왕' 운운하는 소위 유명 블로그의 제목을 본 일도 있다. 인정한다. 나도 속물인데 뭐, 속물 아닌 인간이 어딨나... 하지만 그렇게 '인정받는 블로거'라면 블로그의 미래에 대해서도 그 자랑하고픈 마음의 일부나마 떼어서 고민 해보는 건 어떨까 싶은 아쉬움이 생긴다. 블로그가 점점 더 유치한 자랑질이나 일삼고, 황당무계한 자기홍보가 먹히고, 어설픈 자뻑들이 득세하는 공간이 되어가는 건, 그걸 그저 소박한 인간의 과시욕이라고 넉넉히 인정하는 전제에서도, 좀 너무 서글프단 생각이 든다. 물론 이걸 서글프게 생각하는 건 내 맘이고, 여기에 공감하든 공감하지 않든, 그건 냉정하게 말해서 당신 맘이긴 하다. 나는 마음만 멀리 간다. 뭔가 방법이 필요하다...


- 이 글은 더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이어진다면, 여기에 하나씩 새롭게 보태 이어서 쓴다. 다른 주소로 글을 쓰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리고 재발행되는 글 제목은 업데이트 상황에 따라 부제를 바꿀까 싶다. 링크는 글을 써가면서 추후 보충한다. 링크는 정말 중요한거지만, 솔직히 좀 귀찮긴 하다.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