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씨.네 __ 민노씨가 뽑은 블로그계 10대 사건 : 1.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항상 문제였다

0. 제목에 지 필명 쓰는게 얼마나 낯간지러운 느낌인지 잘 알고 있지만(물론 그렇다고 그게 전적으로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제목에 굳이 '민노씨'라는 필명을 사용한 건, 블로거로서 형성된 '민노씨', '나'이면서, 나 아닌 또 다른 실존(나는 이걸 온라인 실존이라고 부르는데)이 뽑은 사건이라는 걸 강조하는 의미에서다. 그 블로거 민노씨는 좀 따분하고, 괜히 진지하며, 쓸데없이 블로그에 과도한 기대를 품는 그렇게 '재미없고, 글만 길게 쓰는' 바로 그 블로거다.


1. 대한민국 블로그 어워드 :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항상 문제였다.
태터앤미디어(이하 'TNM')과 예스24가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대한민국 블로그 어워드는 그 자체로는 늘 있어왔던 개판 3초전의 블로그계 상황을 보여주는 가벼운 해프닝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 이벤트는 블로그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징후로서는 의미가 크다.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특정 산업, 서비스의 이익 혹은 마케팅과 연계되지 않는 (소박한 의미든, 미디어적 잠재력이라는 좀 무거운 관점이든) 독립형 블로그의 가치가 이제 죽음 바로 그 앞까지 와있다는 사실이다. 햄릿의 대사 그대로, 사는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이 추세가 계속되면  블로그는 물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독자적으로 생존하기 어려울 것 같다. 블로그는 이제 그 정치적 잠재력이나 문화적인 가능성, 혹은 미디어적 영향력으로 평가되는 않고, 혹은 그런 가능성을 키워가는 성장이 아니라, 그저 '돈되나/돈안되나'의 즉각적인 요청에 충실한 '인간 없는 블로깅' 문화을 바탕으로 마케팅의 한 요소로서 자신을 존재를 고착시킬 것으로 보인다. 블로깅의 가장 커다란 가치는 소박한 시민들, 그 다양한 온라인 실존들이 그저 자신의 작은 일상과 공적인 관심사를 기록함으로써 생겨나는 가치다. 그 이야기로 맺어진 관계들이 만들어내는 일상속 이야기와 어쩔 수 없이 정치적일 수 밖에 없는 이 모든 세상에 대한 고민들이 그저 대화로 엮여지는 그 꼬리에 꼬리를 문 이야기들의 총합이 가치 그 자체가 된다. 그 소박하지만 위대한 가치는 점점 더 소멸할 것으로 보인다.

돈 되나 안되나, 유명해질 수 있나 없나가 블로그를 운영하는 제1원칙으로, 그렇게 보이지 않는 시스템의 관성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제 선수급 블로그만 남게 된다. 그리고 그 선수급 블로그들 조차도 산업의 이익에 부합하는가, 그렇지 못하나로 양분되고, 전자가 지배적인 관성으로 득세할테다. 그것이 전적으로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그 안에서 독립성의 가치를 구현해내기란 점점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 싶다. 그리하여 블로그는 그런 대한민국 병맛 시스템의 한 작고, 보잘 것 없는 영역으로 전락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산업으로선 생존하더라도, 블로그로 꿈꿀 수 있는 대부분은 사라져버릴 것이다. 그러니 나는 지금, 내가 기대하는 블로기즘이라는 거, 그게 무슨 주류가 되어야 한다거나, 지배적인 경향이 되어야 한다거나 하는 그런 꿈같은 이야기를 하는게 아니다. 그런 블로기즘의 독립성과 자생력이 미약하게나마 의미있는 규모로 생존할 수 있는가 없는가를 질문하고 있는 거다.

더불어 블산협 소속 전문 블로그메타의 실질적인 몰락과 다음(혹은 네이버)으로 상징되는 마케팅 시장의 압도적 영향력 강화, "그나마 양반"이라고 평가해왔던 TNM의 비전이 겨우 이거였나라는 씁쓸함, 최소한의 객관성과 합리성을 인정할 수 있는 블로그 평판시스템은 이제 영영 물건너가는건가... 이런 저런 생각이 든다.

끝으로 하나만 더. "티스토리 우수 블로그에 선정되었어요" "대한민국 블로그 어워드에 선정되었어요." "이글루스 탑백에 뽑혔어요" "올블 탑백에 뽑혔어요" 이런 소박한 자랑질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심지어는 '3관왕' 운운하는 소위 유명 블로그의 제목을 본 일도 있다. 인정한다. 나도 속물인데 뭐, 속물 아닌 인간이 어딨나... 하지만 그렇게 '인정받는 블로거'라면 블로그의 미래에 대해서도 그 자랑하고픈 마음의 일부나마 떼어서 고민 해보는 건 어떨까 싶은 아쉬움이 생긴다. 블로그가 점점 더 유치한 자랑질이나 일삼고, 황당무계한 자기홍보가 먹히고, 어설픈 자뻑들이 득세하는 공간이 되어가는 건, 그걸 그저 소박한 인간의 과시욕이라고 넉넉히 인정하는 전제에서도, 좀 너무 서글프단 생각이 든다. 물론 이걸 서글프게 생각하는 건 내 맘이고, 여기에 공감하든 공감하지 않든, 그건 냉정하게 말해서 당신 맘이긴 하다. 나는 마음만 멀리 간다. 뭔가 방법이 필요하다...


- 이 글은 더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이어진다면, 여기에 하나씩 새롭게 보태 이어서 쓴다. 다른 주소로 글을 쓰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리고 재발행되는 글 제목은 업데이트 상황에 따라 부제를 바꿀까 싶다. 링크는 글을 써가면서 추후 보충한다. 링크는 정말 중요한거지만, 솔직히 좀 귀찮긴 하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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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 한국에서 블로그가 미디어로 성장하기 힘든 이유

    Tracked from j4blog 2010/01/01 21:07 del.

    흔히들 블로그는 개인 미디어라고 합니다. 그리고 아마도 미디어와 닮은 꼴이 많아서 그런 말을 붙였지않나 생각이 듭니다. 정보를 생산하고 배포하고 그로 인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그런 미디어의 모습을 블로그는 온전히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이라는 단어가 붙어 미디어이지만 개인의 주관적인 사상, 성향, 정보등을 반영합니다. 즉 블로그는 절대 객관적이지 않은 미디어입니다.[각주:1] 주관적인 미디어일 뿐이죠. 자신의 의지대로 자유롭게 글이나 멀티 미..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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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준 2010/01/01 21:21

    2010년의 민노씨 블로그에 남기는 저의 첫 댓글이네요. 저도 소박한 자랑질(혹은 찌질댐)을 하고 싶지만... 티스토리님께서 제 필명부터 바꿔서 올려주셨더라구요. 쿨럭.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건필하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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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0/01/04 16:38

      베오베 블로거께서 왕림해주셨근영. : )
      아참, 최근에 재준님께 문의드렸던 내용을 궁금해하셨죠?
      거기에 대해선 조만간 블로그에 쓸까말까...싶은데... 좀더 생각해보고 재준님께 재문의(?)할까 싶네요.
      그런데 이게 별로 영양가가 없는 이야기 같다는 생각도 들고...;;;

  2. icelui 2010/01/01 23:00

    사는냐 죽느냐

    이런 글 덕분에 블로그를 어떻게 꾸릴까 하는 문제의식이 자꾸 자극됩니다. 일기장이라는 가장 큰 틀은 유지하되, '서비스형 블로그'에서 벗어나야겠다는 결심이 들지 않는 동안엔 어떤 식으로 '서비스형 블로그'로서 안주하는 나를 자극해야 할까 생각해 봅니다. 비판적 인식을 외면할지, 혹은 그 안주와 상충되지 않는 주제를 탐닉할지 …….

    당장은 하던 대로 하겠지요. J준님의 트랙백을 참고하자면, '쓰고 싶은 걸 쓰고 -> 그 어떤 관심도 인기도 받지 못하는' 상태의 유지. 그건 적극적인 행동이기보다는 소극적인 반항으로서, 블로그 서비스 산업의 관점에서는 무가치한 블로그를 유지해보겠다는 뭐 그런 유치한 수작이 아닌가 합니다(문제는 블로그 서비스 업체의 관점에서만 무가치한 게 아니라, 스스로에게나 방문객에게도 흥미롭지 않은 컨텐츠의 빈약성인데, … 쓰다 보면 언젠가 나아지리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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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0/01/04 16:44

      별말씀을요...;;;
      이 글은 다시 읽어보니까, 아 참 건성으로 대충대충 쓴 글이라는 티가 너무 나서 스스로도 부끄러워지는 글이네요. 비문도 너무 많고요. 그래서 지금에야 부랴부랴 추고했습니다. 그나마 이슬뤼님 덕분에 이 테마는 좀더 이어가야지 하는 용기를 얻게 되네요. 항상 감솨~!

      저는 물리적인 형식(호스팅을 서비스형에서 받나, 외부업체에서 스스로 계약해서 받나, 아니면 직접 서버를 운영하나...) 그 자체가 중요하다는 생각은 별로 하지 않는 편입니다. 다만 각 서비스형 블로그가 자사내의 유통회로랄까, 내부순환기제랄까... 그렇게 내부로만 뺑뺑이 돌리기는 기술적 얼개들을 사용하기 마련이고, 그러다보니 그 서비스 자체를 규정짓는 이런저런 특성들이 생겨나기 마련이고(가령 네이버 블로그는 펌질 블로그가 많다는 둥, 이글루스는 오덕들이 많다는 둥.. ), 그런 시스템의 관성이 구심력으로 블로거들의 (실존적) 독립성에 저해요소로 작용하는 것 같기도 해요. 제가 강조하는 것은 그런 영역입니다. 마케팅도 마찬가지죠. 그 방식이 마치 시스템의 관성으로 작용하기 시작하니까요... 그리고 그게 별로 블로그스럽지 않구요.

  3. 벗님 2010/01/03 11:01

    네트워크 상에 글을 올리던 첫 마음을 잊지 않아야겠습니다. 가볍지만 가볍지않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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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0/01/04 16:45

      짧지만 고맙고, 참으로 힘이 되는 말씀이시네요.
      고맙습니다. : )

  4. 민노씨 2010/01/04 16:35

    * 본문 추고.
    이건 뭐 왜 이렇게 비문이 많냐.. ㅡ..ㅡ;;;
    참 내가 썼지만 너무한다.
    좀더 시간을 두고 쓸 걸... 대충 쓴 글은 이렇게 티가 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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