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박희태 발언'에 대한 오마이뉴스 기사를 읽고 쓰는 글이다.
박희태 발언 정리(?) 포스트에 함께 쓰려다가 1주제 1포스트 원칙을 준수하고자(paris33님께서 너무 복잡하게 안썼음 좋겠다는 말씀도 계시고 해서) 굳이 나눠서 쓰는거다.



이명박 대통령을 가능하게 한 정치적 무관심, 혹은 정치에 대한 현상적이며, 피상적인 선입견, 이미지 게임 마인드는 조중동문 틀짓기만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고, 여기에는 한겨레식, 오마이식 프레임도 일정한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물론 그 책임의 무게가 조중동문보다는 훨씬 덜 하겠지만 말이다.

적어도 정치공학적 진영논리와 미디어 장사속에 의한 의식적 틀짓기의 측면에서는, 특히 오마이뉴스는 그다지 할 말 많을 것 같지 않다. 그런데 이제 무슨 도사라도 된듯이 양쪽 모두를 싸잡아 비난하는데, 보기에 안타깝다. 이건 비판이 아니라 히스테리다. 문국현 올인 전략이 그다지 성공하지 않아서 이러는건가?

이명박 대통령은 조중동문 틀짓기의 '승리'면서, 오마이식 틀짓기의 '실패'이기도 하다. 오마이식 프레임은 마치 조중동문 프레임이 악질적인 것처럼 똑같이 악질적이다. 특히 노빠 운운하는 '싸구려 기사' 쓸 때는 정말 그렇다.

오마이뉴스가 이명박 대통령 시대를 진심으로 절망하고 있을까?
솔직히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전선이 명확해지면 전략짜기도 수월한 법이다.
적이 강해지면, 아군은 결집한다.
상대는 민주주의 하에서 '법의 지배' 자체를 스스로를 대상삼아 실험하시는 명박씨(최장집)다.
신난거지.
신나게 까는거다.

하지만 정치적 포지션에 의한 언론 장사, 그러니 정치적 당파성이라는 인정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는 매너리즘에 빠진 의식적 틀짓기에 대해선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오마이뉴스가 이런 정치적 당파성을 넘어서는 정치적 포지션에 의한 '장사'에 몰두한다면 조중동을 비판하는 그와 똑같은 이유로 비판해야 마땅하다.
그런 '짓'은 조중동'이나' 하는 '짓'이다.

나는 언론이, 마땅히 자신의 정치적 당파성을 드러내야 한다고 줄곧 강조해왔다.
불편부당?
놀고 있다.
이제 이런 농담은 웃기지도 않는다.
독자들은 바본가?

다만 정치적인 포지셔닝에 의한 미디어 게임, 그 장사속, 매너리즘은 저널리즘의 당파성과 정말 서로 다른 차원에 있다. 당파성과 적대적 공생에 의한 협업구조를 혼동해서는 안된다. 당파성은 언론회사가 현실적으로 취할 수 밖에 없는 철학이면서, 그 방향 설정이고, 노선이다. 미디어간 동업자 의식 발휘되는 찌질한 풍경이 아니란 말이다. 그러니까 '레슬링은 쇼'지만,  저널리즘은 쇼가 되어선 안된다.

그러니 정치적인 당파성의 한계 바깥에 존재하는 '적대적 공생'이라는 구도 속에서 미디어 장사속, 그 장사속이 진행되면서 생겨난 매너리즘은 저널리즘의 당파성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거기에는 (사건과 그 사건들을 만들어내는 인간과 사회, 그리고 글을 쓰는 기자가 마땅히 붙잡아야 하는) 실존의 긴장이 없다.

좋은 저널리즘은 자신의 철학, 그 당파성과 저널리즘이 견지해야 한다고 믿어지는 최소한의 객관성(균형) 사이의 긴장으로부터 시작한다. 

이 긴장이 없는 저널리즘은 재앙일 뿐이다.




프레시안 : 창조한국당은 총선까지 독자적으로 갈까.
 
안부근 : 범여권의 큰 줄기는 두 개다. 문국현은 비정동영과 제휴할 거라고 본다. 세력이 분산되면 몰살당하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 내년 총선은 크게 한나라당, 이회창당, 정동영당, 비정동영당, 4자구도로 짜일 것으로 보나.
 
안부근 : 그렇다.
 
프레시안 : 한나라당 내부 사정도 복잡할 것 같다.
 
안부근 : 두 가지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먼저 이명박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박근혜를 압박하는 경우다. 이명박은 하고 싶지 않은데 이재오가 나선다거나 하는 경우다. 혹은 옆에서 누가 콧바람을 넣거나 해서 이명박이 박근혜의 목을 조르는 경우다. 어느 경우건 총선 구도가 복잡해질 거다. 이명박이 박근혜를 핍박하면 이회창과 최소한 연대는 할 거다. 박근혜-이회창 연대가 되면 TK와 충청은 거의 석권할 거다.
 
프레시안 : 그렇게 되면 소수여당이 되는 건가.
 
안부근 : 그렇다. 이명박이 먹을 곳은 수도권과 PK 정도다. 수도권은 항상 만만치 않다. PK만 가지고 장사가 되겠나. 과반수를 넘겨야 되는 게 여당인데.

- 프레시안, 안부근과의 인터뷰 중에서



1. 나는 총선이 언제 치뤄지는지도 모르고(4월 맞나?), 총선이 어떤 구도하에서 치뤄질지에 대해서도 그다지 관심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위 프레시안 인터뷰를 읽고, 꽤 흥미가 생겼다. 인터뷰
전문 일독 권한다. 괜히 전문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섬뜩한 인터뷰다.

more..



2. 위 인터뷰에서 안부근이 예상하는 총선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ㄱ. 통합신당은 정동영계와 비정동영계로 깨진다. 그러면 비정동영계는 창조한국당과 뭉친다.
=> 1. 정동영당. 2. 비정동영계+창조한국당


ㄴ. 한나라당이 이명박당 되면(박근혜의 당권을 압박하면) 박근혜계는 이회창당과 뭉친다.
=> 3. 이명박당, 4. 박근혜계+이회창당.

ㄷ. 민주노동당은 총선관련 인터뷰에서는 '화제'가 되지도 못하고 있다(ㅡㅡ;).


3. 특히 ㄴ.의 시나리오와 관련해서는 벌써부터 의미있는 기사가 발견되고 있다. 이명박계의 최측근인 '박희태'(이양반을 떠올리면, 참 오래도 해먹는다는 생각뿐이다)의 문제 발언이 그것이다.

"여당이 당권과 대권을 구분한 일이 없다"
"정당정치를 하는 입장에서 당과 대통령이 각자 놀아서 되겠나"

"당권·대권의 분리는 아마추어적인 생각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와 당을 분리하고 평당원으로 있다가 탈당을 해서 국정혼란과 여권의 풍비박산이 일어난 것"
"당과 대통령이 따로 나간 것이 노 대통령의 가장 큰 실패 원인".

"청와대와 당이 사전에 충분히 협의하고 논의해서 공천결과가 나와야 할 것"

".... 당이 그냥 할 테니까 대통령은 일절 간섭하지 말라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어렵지 않겠느냐"

"대권은 이명박, 당권은 박근혜의 구도는 현실적으로 맞지 않고 상호 긴밀한 협조 협의가 필요한 만큼 당권·대권 분리는 어렵다"

- 박희태,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발췌
출처 : 경남도민일보

위 박희태 발언에 대한 언론들의 보도행태에 대해선, 이하의 숨겨진 글을 좀더 보충하고, 정리해서 따로 포스팅할까 싶다. 특히 오마이뉴스의 경박한 기사에 대해선 좀 할 말이 많다. 

more..


이런 도발에 대해 박근혜계의 반응이 없을 수 없다.

일부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당선된지 하룻만에 특검법을 철회하라고 요구하더니 이제는 당선 이틀만에 당헌까지 바꾸자고 말하는 모양"

"노무현 정부가 헌법을 무시한다고 그렇게 5년 내내 말했던 사람들이 누구였냐"

"헌법은 고사하고 당내 헌법도 무시하는 사람들이 과연 앞으로 헌법이나 제대로 지킬지 두고볼 일"


4. 벌써부터 놀고들 있다.
안부근 인터뷰에서 가정적으로 지적했던 한나라당의 내분이 가시화된 그 최초의 조짐이라는 점에서 기억할 만한 사건인 것 같다. 박희태 발언을 한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이명박 대통령 각하께 당권(총선 공천권 물론 포함) 내놔라.

이명박 측근답다.
이에 대해 "
당내 헌법도 무시하는 사람들이 과연 앞으로 헌법이나 제대로 지킬지 두고볼 일"이라는 박근혜계 의원의 지적은 의미심장하다.
대한민국(정치)은 바야흐로 이명박 치하에 접어들고 있다.




* 추천 팟캐스트

까칠맨, 까칠맨이 바라본 대선....
: 특히 한나라당의 분열을 예상하고 있는 부분이 재밌다. : )





이명박 치하

2007/12/23 04:50
이명박이 당선됐다.

이명박이 당선되었다, 라고 말하는 것과 이명박 대통령, 혹은 이명박 치하(라는 통상의 표현)라고 말할 때의 어감은 사뭇 다르다. 이명박이 당선됐다..는 말은 비사실적으로, 비현실적인 울림으로 내 뇌세포들 사이에서 공명하는데(그러면서 '정말?'이런다, 난), '이명박 대통령', 혹은 '이명박 치하'라고 말할 때는 이게 정말 가슴 속에서 쩌렁, 쿵 하는 느낌이랄까, 그렇다.

'치하'라는 말은 왠지 이명박과 잘 어울린다.
노무현 치하라는 말은 왠지 어색한데, 박정희 치하, 전두환 치하, 노태우 치하.. 와 마찬가지로 이명박 치하라는 말은 왠지 이명박이라는 이미지와 썩 잘 어울린다. 이탈리아의 거장 난니 모레띠는 [나의 즐거운 일기](1994)(옴니버스) '의사'편에서 '가려움증'에 걸린 주인공(난니 모레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3편 의사.
어느날 가려움증으로 고생하던 모레띠는 피부과를 찾아가 진료를 받지만 질병은 결코 치유되지 않는다. 그로부터 병원을 바꿔가며 의사들에게 진료를 받고 그들이 내려준 각기 다른 처방들에 의해 약을 복용하고 끝내는 그의 증상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데...

- 출처 : 네이버영화 '나의 즐거운 일기' 줄거리 설명 중에서


베를루스코니(이탈리아의 전총리)라는 악질적인 미디어 사기꾼에게 걸려든 이탈리아 국민을, 돌팔이 의사에 걸려든 자신에 대유적으로 비유한 이 영화가 문득 생각나는 새벽이다.

가려움증은 치유될 수 있을까...
상처에 덧나지나 않을까 싶어 두렵다.



* 관련 추천글
써머즈, 왕을 원한 개구리들




양재기와 주전자 오프 후기

2007/12/21 08:45
0. 펄님께서 제안하신 블로거오프가 어제 종로에서 있었다. 대략 오후 7시 30분부터 다음날 새벽 2시 30분까지.


1. 참석자는 너바나나님, 미친고양이님, 이승환님, 펄님, 필로스님, 정신병자님. 그리고 나. (가나다순)


2. novasonnet히치하이커아틸라님은 아쉽게도 참석하지 못하셨다.


3. 모두, 솔직히 미친고양이님 블로그는 자주 접하지 못했지만(^^;;), 내가 무척 좋아하는 블로거들이다. 너바나나님, 미친고양이님, 이승환님은 어제 처음 만났다. 미친고양이님은 여성블로거가 아닌가... 살짝 기대했는데, 아니셨다. : ) 블로그에 군대 이야기도 있다고 하셨는데, 미리 좀더 살펴볼걸 싶은 생각도 잠시 들었다. 물론 오프가 있기 전에 살펴보긴 했는데... 앞으로 종종 들러서 읽어야지, 생각한다.


4. 정말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갔다.
주로 대선 이야기와 블로그 이야기. 그리고 좀더 구체적으론 블로거의 독립성과 블로거들를 위한 조직(?)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들, 팟캐스트에 대한 전망, 블코와 올블 이야기, 종이신문들 이야기, 귀여니 이야기 등등.


5. 대외비 성격(물론 그렇다고 해서 무슨 대단한 정보가 있는 것은 아니고)의 이야기들

쉽게 말해서 뒷담화들도 오갔는데, 물론, 이 이야기를 여기서 할 수는 없을테다. 아무튼 뒷담화 혹은 비화는 언제나 흥미로운 법이다. 나는 대부분의 뒷담화에 적극적으로 공감했고, 참여했다. 어떤 모임에서든 그 대상이 누구가 되었든(자신이 속해 있는 조직이든, 아니면 개인적인 관계에 있는 누군가이든) 간에 뒷담화는 본능에 가까운 것 같다. 하지만 뒷담화는 거기에서 그렇게 이야기되고, 그 자리에서 휘발되면 그 뿐이다.  그게 뒷담화의 예의라면 예의이지 않을까 싶다.


6. 대선 이후로는 만사가 좀 귀찮고, 의욕상실이랄까...

그래서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글이 나에게 다시 공명되는 '그 목소리'가 너무 맥빠진 목소리 같달까... 그런 느낌이 스스로에게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건조한 오프 후기를 쓰는 이유는 함께 했던 그 시간들을 기억하고 싶기 때문이다.


7. 팟캐스트

링크님과 함께 의욕적으로 진행하고자 했던 팟캐스트에 대해선(사이드바 상단 '소리웹' 참조), 앞서도 잠깐 말했지만, 대체로 부정적인 의견이 압도적이더라. 좀 의기소침해진달까... 그런 기분이 잠시 들었다. ㅎ  물론 앞으로 좀더 여러가지 방향으로 실험하고자 한다. 링크님과 좀더 상의해봐야겠지만... 나 역시 팟캐스트에 대해선 다소 회의적이였지만, 이것도 하다보니 나름의 매력이 분명히 있다.

다만 청취자의 입장에서는 웹상의 콘텐츠 소비 패턴이랄까, 텍스트(문자) 친화적인 관성이랄까... 이런 것들 분명히 있을테다. 이런 점들은 팟캐스트에 그다지 호의적인 환경은 아니다. 그리고 팟캐스트 자체가 어떤 굉장한 매력이나, 개인적인 필요, 가령 학습을 위한 교육용 팟캐스트(펄님의 지적), 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라면, 3, 40분을 팟캐스트를 위해 할애하기란 그다지 쉽지 않은 일일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팟캐스트에 대해선... 블로깅에서 채울 수 없는 어떤 부족함을 채우기에 매우 유용한 수단이라는 생각이 여전히 들고, 팟캐스트의 목적으로 삼는 청취자들의 요구들을 수용하다보면 뭔가 나름으로 방향이 정해질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8. 새롭게 알게된 내 블로그에 대한 의견들

ㄱ. 판례 연재는 매우 재미가 없다는 것.
나는 나름으로 매우 재밌는 연재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나 혼자만의 생각이었다. 이런.. ㅡㅡ; 포스팅을 좀 줄이고, 정말 의미있는 판례라고 생각하는 것만을 소개해야겠다. 물론 지금까지 소개한 판례들도 개인적으론 나름으로 의미있는 판례라고 생각했던 것이긴 하지만.

ㄴ. 나는 나름으로 개성있는 글을 쓴다고 생각해왔는데..ㅎ
필로스님 왈, 민노씨는 정리를 잘한다. 칭찬으로 받아들이긴 했지만(물론 칭찬의 의미로 말씀하셨을텐데 ^ ^; ), 한편으론 아, 내가 그다지 개성이 있는 글을 쓰지는 못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며칠 전에 뻔한 글을 쓴다는 지적을 받기도 해서 살짝 찔렸다. ㅎ 물론 블로깅은 무엇보다 먼저 '자기 자신을 위해' 쓰는 거긴 하다.


9. 블로거 오프 활성화에 대한 개인적인 바람

링크님와 의논해서 정기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이든, 보름에 한번씩이든, 아니면 한달에 한번씩이든...  '블로거 오프'를 위한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싶다. 물론 장소 협찬은 링크님께서 쓰시는 오피스텔(신사동 소재). ㅎ

그 때 그 때의 주제를 설정해서 그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든, 혹은 정말 아무런 조건 없이 그저 이야기하든, 혹은 정말 특정 이슈에 서로 치열한 논쟁을 하든... 그런 정기적인, 하지만 블로거라면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모임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술을 마시고 싶은 블로거라면 맥주든 소주든, 포도주든 각자 준비해서 마시면서 음주토크를 해도 좋을 것 같고...

관련해서 펄님께서는 '블로거 뒷담화' 팟캐스트를 제작하면 재밌을 것 같다고 하신다. ㅎ. 이른바 블로그계의 김구라(이건 예전에 노숙자님께서 썼던 포스트의 제목이기도 한데.. 노숙자님 지금은 어떤 닉네임으로 활동하시는지 궁금하다, 혹여라도 이 글을 보시면 비밀글로 알려주시면 좋겠다는 생각도 얼핏).


10. 포털과 블로그, 그리고 메타사이트

네이버가 지배하는 웹의 구도가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뭐랄까, 웹이 그다지 가능성의 공간이 되기는 힘들 것 같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나는 포털이 지배하는 웹의 구도를 깰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잠재력은 블로그에 존재한다고 믿었다. 그런데 솔직히, 포털의 지배력에 의미있는 균열을 내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 싶은 회의감도 요즘 들어선 강하게 든다.

블코는 지지부진이라고 느껴지고(물론 필로스님 말씀을 들으면 아주 조금씩 성장하고 있지만), 올블은 기존의 시스템으로 수용할 수 있는 콘텐츠의 한계를 넘어선 것 처럼 보인다. 좀더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이슈 추종적인 포스팅이 그 효용의 한계를 넘어서서 '강요'되는 패턴과 구조를 강화시키는 정도랄까.. 뭐 그런 생각이 든다.

다음 블로거뉴스에 대해선, 항상 절반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나머지 절반의 회의감이 점점 더 깊어진다. 나름으로 의미있는 시도였지만, 지금 모습을 보면... 뭐랄까, 좀 너무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블로거들을 현혹하는 것 같다. 블로거뉴스의 실질은 극소수의 편집진이 자신들의 필요에 맞는 콘텐츠를 뽑아다가 (대체로 소모적이고, 자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인데, 대외적으론 이것이 무슨 참여적 평가시스템에 의해 운영되는 것인양 착시현상을 일으키게 한다는 점에서... 좀 심각하게 회의감이 드는거다.

가령 다음 블로거뉴스의 '추천시스템'에 대해서 블로거들이 왈가왈부하는 포스트들을 종종 보게 되는데, 그 '왈가왈부'는 그야말로 소모적인, 어떤 실질적인 논의의 효용도 얻기 어려운 '변죽' 울리기에 불과하다. 다음 블로거뉴스에서 콘텐츠의 실질적인 영향력(노출도)를 결정하는 것은 참여적인 평가시스템의 얼개들(아주 제한적인 표시체계의 얼개)이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트랙백 주소를 입력하는 것만으로 간단하게 송고할 수 있었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다음 블로거뉴스에 송고해왔는데... ㄱ. 일단 다음 쪽에서 오는 트래픽은 거의 몇 달 전부터 전무하다시피하고, ㄴ. 그런 현실적인 효용, 콘텐츠의 접근성
  확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바에야 계속 다음 블로거뉴스에 송고할 '현실적인 이유'도 꽤 희박해진 셈이다. 지금 생각으로는 조만간 다음 블로거뉴스에서 탈퇴할까 싶다.

원래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런 이야기가 아니었는데... 얘기가 너무 많이 샜다. 네이버는 그 검색엔진이 자기네 사이트의 콘텐츠를 순환하도록 조작(!)되었으니 검색엔진이라고 부르기 어렵고, 다음 블로거뉴스는 인정할만한 시도이긴 하지만, 그 편집진이 원하는 콘텐츠에 포함될 수 있는 경우란 극소수이고, 그 편집원칙에 대해서도 그다지 찬성할 수 없으며, 그래도 최소한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라고 할 수 있는 올블과 블코 역시 아직은 그 영향력이 미미하다.

그래서?
그래서는 무슨 그래서.
블로그는 그 자체 내에 가장 강력한, 실은 그다지 강력하지는 않지만, 장기적인 차원에서는 가장 효율적인 메타적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장치가 이미 마련되어 있다. 링크가 그것이다. 좀더 많은 블로그들을 '직접' 읽고, 그 블로그를 '매개'로 이야기하고, 또 적극적으로 '대화'한다면, 지금 당장은 그 영향력이 미미할지라도, 궁극적으론 포털이 점점더 견고하게 구조화하는 콘텐츠 유통의 지배적 패턴에 의미있는 균열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나는 기대한다.

그런 의미에서 블로그 상호간의 비평, '블로그 리뷰어로서의 블로거'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런 기초적인 작업이 블로그의 일부가 되지 않고, 그저 내 글을 '메타'에 송고해서 저절로 내 글을 누군가 읽어주겠지, 저절로 내가 무슨 대단한, 하지만 그 실체는 희박한, 파워블로그(-_-;;)가 되겠지.. 라고 생각한다면... 그냥 간단히 이렇게 말할 수 있을 뿐이다.
깨몽, 꿈깨시라.

오늘도 뻔한 소리를 주저리 주저리 늘어놓는다.
도무지 컨디션이 좋지 못해서... 여기까지만 쓴다.

끝으로
다들 집에는 잘 들어가셨는지 모르겠네.. : )
다음에는 노래방에도 꼭 갑시다~! ㅎㅎ



* 관련글

펄,
뒤늦은 오프 후기입니다~




'떳떳한 대물림' - 김승연 귀국 단상

2007/12/17 21:09
새로운 구상이란 것이 과연 무엇인가?
소문 안나게 두둘겨 패는 방법을 이제는 터득하고 온 모양이다. (dr4gm)

김승연 회장 귀국…사실상 경영 일선에 복귀

연합뉴스 인용한 위 한겨레 기사에 "새로운 경영구상에 몰두해왔다"는 표현이 등장하는데, 이를 두고 위와 같은 댓글을 남기신 모양이다.

궁금해서 관련 김승연 기사 더 찾아봤는데, 역시 연합뉴스 인용한 각종의 언론사닷컴들(조선, 동아, 한국 등등)이 레이다에 잡힌다.
내용인 즉, 다음과 같다.




한화 주식 300만주(시가 2천 억 원 상당)를 세 아들에게 물려주는(증여) 것으로 귀국 첫 행보를 보여줬단다. 그래서 '군복무, 유학, 고교재학중'인 세 아들은 증여세만 1천 억 원 가량 내야 할 것 같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런 표현을 쓴다.


'떳떳한 대물림'의 활로를 열어젖힌 신세계 오너일가의 증여 등의 과정에서 정용진 부회장 등 오너일가 역시 올해 3월 45%선의 세율을 적용받아 대규모 증여세 등을 낸 바 있다.

(중략) 

한화의 이번 사례는 재계에 ’부끄럼없는 대물림’ 흐름에 탄력을 붙임으로써 이를 하나의 공식적인 승계 코스로 자리매김시키는 촉매제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정당한 증여세를 내고 지분이나 경영권을 물려주는 관행이 정착되기위해서는 세율을 낮추는 등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위 기사 중에서


거대 기업이 일개인의 사유물인 듯, 기업의 대물림을 그냥 당연시한다. 그러면서 기사 말미에 재계의 불만을 살짝 덧붙여주는 센스까지.연합뉴스 고형규 기자의 날렵하고, 친화력 넘치는 현실인식에 대해 박수를 보내는 바다.


떳떳한 대물림.
부끄럼 없는 대물림.


할 말이 없다.
어처구니가 없을 뿐.
이런 '대물림'이 우리나라 소위 '재계'가 그토록 외치는 글로벌 스탠다드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불어, 이런 아름다운 기사를 써재끼는 고형규 기자의 인식을  보면서는, 이게 우리나라 저널리즘의 수준이구나 싶은 생각이 마구 몰려온다. (이 표현, 개인적으론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한국형' 천민자본주의의 환상적인 찰떡궁합을 보는 것 같다.

돈 가진 놈은 천세 만세 내내 그렇게 대물려서 살고,
펜 가진 놈은 그 대물림 그렇게 계속 미화하면서 살아라.
얼씨구나, 지화자 좋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