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 간부를 뇌물죄의 적용에서 공무원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O)
[07.11.30. 2007도6556. 대법원]


판 결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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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농협간부 사건

괜히 판결문 옮겨적느라 손목이 좀 뻐근했는데, 적어보니 괜한 짓했다는 생각도 든다. 아주 간단한 사건이다.

문제는 수뢰죄로 딸려 들어간 농협중앙회 간부가 자신을 '공무원'으로 보는 규정인 특가법 4조(모법) 및 그 시행령 2조 48호의 규정(직접적인 적용규정)이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나고 있는 것인지 여부이다. 모법의 위임한계를 벗어나면 당연히 그 규정은 위헌 무효가 된다.

대법원은 농협중앙회는 '정부관리기업체'가 맞고, 그 간부는 (당연히) '공무원' 신분(따라서 특가법 시행령 2조 48호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으로 '보며'(이른바 본다 규정), 그런 점에서 공무원이라는 신분을 요구하는 '신분범'(어떤 특정한 신분에서만 그 죄가 성립되는)인 형법 및 이에 대한 특별법인 특가법상 수뢰죄의 행위자 요건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있다.

이전에도 유사한 대법원 판례가 있던 것 같은데, 3억이나 쳐먹고 굳이 억울하다고 상고심까지 간 그 대단하신 농협중앙회 간부의 세수대야가 궁금하다(경박한 표현은 죄송).


1.
농협중앙회가 '정부관리기업체'라는 점을 여러 관련 법규정들을 근거로 확인하고 있다. 판결문에서 강조하는 것처럼 국민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공공성이 강조되는 '농협중앙회'라는 특수한 금융조직에 대해서는 좀더 엄격한 제도적 감시와 법적용이 요구된다고 본다.  판결을 당연히 지지한다.


2. 판결에서 특히 문제된 법규정 : 특가법 및 그 시행령

ㄱ.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조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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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조 (뇌물죄의 가중처벌)
①형법 제129조·제130조 또는 제132조에 규정된 죄를 범한 자는 그 수수·요구 또는 약속한 뇌물의 가액(이하 본조에서 "수뢰액"이라 한다)에 따라 다음과 같이 가중처벌한다.
1. 수뢰액이 1억원 이상인 때에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2. 수뢰액이 5천만원 이상 1억원 미만인 때에는 7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3. 수뢰액이 3천만원 이상 5천만원 미만인 때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②삭제

제3조 (알선수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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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조 (뇌물죄적용대상의 확대)
①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기관 또는 단체(이하 "기업체"라 한다)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업체(이하 "정부관리기업체"라 한다)의 간부직원은 형법 제129조 내지 제132조의 적용에 있어 이를 공무원으로 본다.

1.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또는 간접으로 자본금의 2분의 1 이상을 출자하였거나 출연금·보조금등 그 재정지원의 규모가 그 기업체 기본재산의 2분의 1 이상인 기업체

2. 국민경제 및 산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고 업무의 공공성이 현저하여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지도·감독하거나 주주권의 행사등을 통하여 중요사업의 결정 및 임원의 임면등 운영전반에 관하여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기업체

②제1항의 간부직원의 범위는 기업체의 설립목적, 자산, 직원의 규모 및 해당 직원의 구체적인 업무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1995·12·29 법률제5056호에 의하여 1995·9·28 헌법재판소에서 위헌결정된 본조를 개정]

이 사건에서는 특히 위 제4조('정부관리기업체'를 규정)를 모법으로 삼은 특가법 시행령, 특히 2조 제48호(농협중앙회)가 문제되었다.

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란 법률 시행령

제1조 (목적)
이 영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이하 "법"이라 한다) 제4조의 규정에 의하여 정부관리기업체 및 간부직원의 범위를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 (정부관리기업체의 범위)
법 제4조제1항의 규정에 의한 정부관리기업체의 범위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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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농업협동조합중앙회 및 그 회원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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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번 대선에서 문국현 후보, 권영길 후보, 금민 후보가 20% 이상의 득표를 한다면 5년 전 선거보다는 더욱 의미 있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본다. 적어도 그만한 국민들이 ‘反신자유주의’라는 슬로건에 한 표를 던진 셈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대항하여야 할 상대는 ‘파쇼’가 아니라 ‘부정부패’와 ‘신자유주의’다. 나를, 비정규직 노동자를, 농민들을, 88만원 세대를 짓밟는 것은 ‘군홧발’이 아니라 ‘삐까뻔쩍하게 광을 낸 명품 구둣발’이다.

- foog, BBK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중에서



1. 간만에 너무 신나는(?) 소식이라서, 사이드바 최상단 한줄배너로 올린 소식이 있다. 이명박 스스로 "BBK 내가 설립"했다는 뉴우~스가 그거다. 어제 오후에 들어서 바로 한줄배너로 만들어 사이드바 최상단에 심었다. 19일까지 올릴까 싶다.


2. 신나는 소식을 접하고, 마지막 대선 TV 합동토론회를 시청하고 나서, 뉴스까지 한판 때린 뒤에...
foog님의 글을 읽었다. 마음이 다시 무거워진다. 아니, 무거워지는 것까지는 아니고, 다시 침잠한달까... 그렇다. 이명박은 꼼수로 BBK 특검 수용('수용'이라는 표현은 참 거시기하다)을 선언했고, 이제 선거는 정말 내일모레다.


3. 풍경들
김대중이 그랬다, 우리나라의 정치지형은 전통적으로 '양당제'라고. 이번 대선 구도를 보면 그 말이 여전히 유효한 것 같다. 소위 (범)여권과 구여권 사이의 줄다리기라는 '고리'를 끊어내기에는 국민들의 정치적 상상력은 너무도 빈곤하고(나도 역시 당연히 포함), 양극화라는 추상적인 어휘가 아닌 현실 그 자체인 몸에 와닿는 팍팍한 삶은 '모험심'을 허락하지 않는다. 현실적인, 너무도 현실적인 이기주의들이 깃들 뿐이다.

현실에 찌들만큼 찌들었고, 거대신문들이 끊임없이 생산하는 기만적 프레임(저널미장센)에 노출될만큼 노출되어 버린거다. 이건 마치 '방사능 오염'이라고 말할 때 느껴지는 그런 느낌이 들 정도다.

게다가 거기에 더해서 자밀라나 무한도전이나 싸이월드나 원더걸스가 지배하는 대한민국판 판타지는 현실 속에서 꿈꾸는 일을 점점더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TV 브라운관 속에 있는 현실(이것도 '현실'의 일부일테다)은 현실을 반영하는 현실이 아니라, 현실을 적극적으로 지우는 현실이다.

그리고 정말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현실은 TV 브라운관 속 뽀송뽀송한 위로와 가짜 희망이 넘치는 풍경이 아니라, 그토록 '강요'하는 희망이나 상상력이 숨쉬는 가능성의 공간이 아니라, 예전에 이미 지겹도록 보아왔던 가공할만한 잔혹코미디가 끊임없이 재방송되는 곳이다.

국회판 코미디가 여전히 난리 블루스를 추는 곳이고, 여전히 민주개혁세력 운운하며 '비판적 지지'를 호소하는 곳이며, 삼성공화국, 아니 삼성왕국의 음모가 여전히 국민들의 건망증을 시험하는 곳이다. 뭔가 신나게 놀만한 상상력의 여지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 곳처럼 느껴진다.


4.
다시 논점(이런게 있지도 않았지만)으로 돌아오면, 문제는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그 기준은 무엇인가이다. (나만의 추상적이기 그지 없는) 교과서를 펼쳐보자.

ㄱ. 도덕성
ㄴ. 정치적 비전 (정치철학. 정치노선)
ㄷ. 능력 (실무능력, 추진력) : 이건 정말 가상적인 이미지라서...
ㄹ. 구체적인 정책과 정책의 실현가능성 : 이건 내가 아는 바가 너무 없어서...
ㅁ. 정당(조직력. 인재풀), 정치경험(정당정치에 대한 기대가능성)

그래도 일단
ㄱ.에서 이명박 탈락. 이회창 경고. 정동영 주의 경고. (덧. 이스트라님 댓글 보니 경고는 좀 심한 것 같아서 수정)
ㄴ.에서 이회창 탈락. 정동영 경고. 문국현 주의. 권영길 주의.
ㄷ.에서 권영길 경고. 문국현 자료 없음.
ㄹ.에서 권영길 주의. 문국현 자료 없음. 정동영 경고(경고 누적으로 탈락).
ㅁ.에서 문국현 경고 혹은 자료 없음.

여기서 이인제는 논외고, 허영경은 아이큐가 딸려서 이해하기 어렵다.


5. 재방송 : 잔혹코미디.
그런데 문제는 이런게 아니라, 역시나, 다시, 현실이다.
그리고 다시 심취하게 되는 재방송 정치.

최소한 이명박은 안된다는 (정치적) 양심의 울부짖음이 경고누적으로 탈락한 정동영을 다시 살려내고, 그래도 존경할 만한 원로('7인모임' 성명)와 신뢰할 만한 매체의 다급한 목소리(프레시안의 '7인모임' 성명에 대한 '해석')가 다시 대한민국의 정치적 체험과 기억들이 새겨진 내 세포들을 일깨우는 이 잔인한 코미디.를. 나는 내 몸으로 다시 방영하고 있는 거디었던 거디다.


6. 비판적 지지의 유혹, 그리고 오캄의 면도날
이런 저런 가정들, 변수들, 예상되는 절망적인 시나리오에 대한 회피 욕구는 이른바 정치공학적 산술, 주판 튕기기의 세계로 나를 데려간다. 투표행위를 통해 표현되는 나의 정치적 소신과 메시지는 '승리를 위한 게임'이론에 휘말린다.

점점더 해답없이 꼬이기만 하는 가정과 추론들.
막판의 극적인 반전에 대한 기대감.
정치권의 들뜬 호들갑.
이제 좀 지친다.

단순하게, 아주 단순하게, 자신의 원칙과 신념만으로 한표 폼나게 던져보자, 싶은 생각, 무럭무럭 피어난다.

사표방지심리니, 밴드웨건효과니 이런 잡스런(?) 고려들을 떠나서, 혼란스럽지만,  원칙에 충실하게 한표 던질까 싶다. 물론 아직 지지후보를 결정하지는 못했다. 최악의 선거을 맞은 국민의 비애다. 다만 이번 선거만큼은 '비판적 지지'라는 유혹에서는 좀더 자유롭고 싶다.

사표가 되더라도, 내가 찍은 후보가 일등된다는 확신이 없더라도...





p.s.
어제 새벽에 쓰다가 만 글을 다시 마무리 하는데... (마무리는 안되긴 했지만)
그 와중에 이명박은 BBK 특검 수용('수용'이란 표현이 좀 거시기)의사를 피력했다.

* 이하 관련 기사들.

조선 "사기당한 것 숨기려던 것뿐 "  (미디어오늘)
'이명박 동영상' 공개…"BBK 내가 설립" (프레시안)
[동영상 파문] 해명과 ‘정반대 육성’…막판 도덕성 논란 ‘재점화’ (한겨레)
“내가 창업”→“오보”→“인터뷰 기억없다”…끝없는 말바꾸기 (한겨레)
盧, 재수사 지시·李, 특검 수용…李 “BBK 설립” 동영상 공개 파문 (경향)

BBK 동영상 일파만파... 당황한 이명박 "특검 수용" (오마이뉴스)
이명박 후보, BBK특검 전격 수용 (한국)

법무부 "BBK 특검 수용, 재수사 지휘권 발동안해" (조선)
李 특검법 수용…동영상 공세 정면 돌파 (중앙)
법무부 “BBK 특검 수용, 재수사 지휘권 발동 안해” (동아)
: 조중동은 확실하게 '특검 수용'에 방점 찍고 있다. 조중동식 틀짓기의 지겹게 식상한 풍경.

좀전 YTN 보도에 의하면(오후 3시쯤) 한나라당을 제외한 160명의 국회의원이 참석, 160명 전원의 찬성으로 BBK 특검이 통과되었다.


* 발아점

foog, BBK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 이 연재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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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범에 대하여 징역 14년의 중형을 선고한 사례
 : 피고인이 2시간 사이에 2명의 여성을 흉기로 위협하여 성폭행하고, 1명의 여성에게 흉기로 협박하여 어딘가 끌고 가려 한 사안에서, 피고인은 현장부재를 주장하며 무죄를 다투고 있으나 피해자들의 증언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4년을 선고.
(대구지방법원. 2007고합327.
선고일 : 2007. 12. 10.

판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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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광란의 아침' 사건.
판결문 중 '범죄사실'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이른 아침 목욕가던 아주머니, (아마도) 출근 중이던 외국인 노동자, 그리고 출근 준비하던 20대 여성이 이 악질적인 강간 및 강도사건의 피해자들이다. 그 범죄가 벌어진 시각은 각각 오전 06:35경. 오전 07:30경. 오전 08:00경.이다. 범인은 그 시간 동안 광란의 연쇄 범죄행위를 벌인다. 그리고  범죄사실은 차마 형언하기 어려울만큼 악질적이다.

1. 성범죄의 특성과 아쉬움
판결문의 사실관계와 판단 부분을 보면서 느끼는 의구심 혹은 아쉬움은 사건의 증명이 피해자의 증언에 의한 정황상 근거들, 그리고 이에 의한 논리적 추론으로 대부분 채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 물증보다는 심증이 앞서는 판결문을 본 독자들께서는, 아마도 나처럼, CSI나 별순검이라는 드라마를 떠올렸을지도 모르겠다. 좀더 확실하고, 정확한 물증을 제시하지 못한 수사기관에 대해 아쉬움이 생기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성범죄는 그 특성상 물증확보에 어려움이 크고, 그래서 더더욱 피해자의 증언이 중요한 범죄이기는 하다.

2. 형법과 성폭법, 그리고 14년 선고
ㄱ. 형법 (이 사건 관련 규정인 '협박 및 특수도주 등'은 제외)

강간(297조), 친고죄 규정(306조), 강도(333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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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4조 (특수강도)
①야간에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하여 제333조의 죄를 범한 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②흉기를 휴대하거나 2인 이상이 합동하여 전조의 죄를 범한 자도 전항의 형과 같다

ㄴ.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이하, '성폭법')
제1조 (목적)
 이 법은 성폭력범죄를 예방하고 그 피해자를 보호하며,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그 절차에 관한 특례를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인권신장과 건강한 사회질서의 확립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5조 (특수강도강간등)
①형법 제319조제1항(주거침입), 제330조(야간주거침입절도), 제331조(특수강도) 또는 제342조(미수범. 다만, 제330조 및 제331조의 미수범에 한한다)의 죄를 범한 자가 동법 제297조(강간) 내지 제299조(준강간, 준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때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제6조 (특수강간등)
①흉기 기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2인 이상이 합동하여 형법 제297조(强姦)의 죄를 범한 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제9조 (강간등 상해·치상)
①제5조제1항, 제6조 또는 제12조(제5조제1항 또는 제6조의 미수범에 한한다)의 죄를 범한 자가 사람을 상해하거나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성폭법은 제2장에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절차에 관한 특례'를 규정하고 있는데, 형법에서 규정된 성폭력범죄의 처벌보다 훨씬 더 엄하게 관련 범죄에 대한 형벌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우리사회에서 성폭력범죄가 갖는 심각성과 피해자의 고통을 고려한다면 타당한 조처가 아닌가 싶다. 성폭법은 1994년 4월 1일부터 발효되었다.

이 사건 피고인은 징역 14년을 선고받았는데, 판결문 중 양형이유를 보면 악질적인 죄질은 물론이고, "범행사실을 모두 부인하면서 피해자들을 무고죄로 고소하겠다고 주장하거나 증거를 조작하는 등 개전의 정을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심지어 피해자 000과는 마치 종래부터 알고 지내온 사이인 것처럼 가장하는 교활함을 보이기까지 하였다"는 지적처럼, 피고가 사건 범죄를 전혀 인정하지 않고, (게다가) 증거조작과 피해자 협박까지 일삼은 점이 고려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누범가중 요건도 일부 충족하고 있다.

사실이 위와 같다면, 14년이라는 징역형은 오히려 약소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피고가 행한 범죄와 범죄 후 행태는 관용을 구하기 어렵다고 본다.


3. 피해자의 이중고통
이 사건이 더 가슴 아픈 이유는 피해자들이 겪는 이중고통이다. 그 고통은 범죄 자체에 연원하지 않고, 사회적인 관습과 문화에 의해 생겨난다. 판결문에도 나오는 것처럼 이들 피해자들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이혼했으며, 직장을 그만두었다, 아니 '실직'이라는 표현을 보건대, 타의에 의해 직업을 잃었다.
피해자들은 이 사건 각 범행으로 말미암아 정신과적 치료를 받거나 이혼 또는 실직을 겪는 등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엄청난 고통과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았다. (판결문 중에서)
성범죄 피해자들이 몸과 마음의 평온을 되찾고, 다시 사회로 복귀하도록 조력하는 제도적 장치와 사회적 배려는 아직도 미미한 것이 아닌가 싶다. 특히나 이혼과 실직이라는 대목에서는, 그 구체적인 사정이야 논외로, 우리사회의 이중성에 대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더더욱 두텁게 보호받아야 하고, 또 위로받아야 마땅한 피해자들에게 우리 사회가 범죄의 고통보다 더한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 참조 비교 판례 - '9. 선캡 변태교사 사건'
'광란의 아침' 사건은 이 사건에 바로 앞서 소개한 '선캡 변태교사 사건'와 많은 공통점을 갖는다.
ㄱ. 같은 법원(대구지방법원)
ㄴ. 같은 날 판결
ㄷ. 범죄 내용도 양자 공히 (크게) 성범죄 범주에 속한다.
ㄹ. 양 사건의 차이점은 불법의 무게(그 죄질), 그 행위자 조건(책임 감경 유무), 피고인의 재판중 태도 등이다. 이런 차이점이 징역 3년형과 징역 14년형으로 나타나고 있다.




0. 블로그, 때론 너무도 메마른...

블로그상 대화와 토론에서 항상 유의해야 하는 건,  글은 목소리의 떨림, 뉘앙스를 전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명심하는 일이다. 아무리 따뜻하게, 아무리 조심하고, 예의를 갖추어 이야기하더라도 말과 글은 다르고, 글은 그 글을 만들어내는 순간의 목소리를 담지 못하는 수가 많다. 우리는 쉽게 오해하고, 삐친다. 더욱이 우리는 흔히, 쉽게 읽고, 쉽게 말한다. 그리고 우리는 누가 뭐래도 나르시시스트들이니까. 시간은 부족하고, 마음은 늘 바쁘다. 웹상에서 흔히 벌어지는 인상형성의 오류에 대해 아거님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반항적 모습 뒤에는 너무나 부서지기 쉬운 상처가 자리하고 있었다. 블로그식 글 읽기 처럼 쑥 지나가면서 곁눈질로 훔쳐 봐서는, 한 사람을 잘 이해할 수가 없다. 한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 사람의 borken heart도 치유해 줄 수 없다.

- 아거, 인지적 분주함(cognitive busyness)속에 발생할 수 있는 인상 형성의 오류 가능성 중에서


1. 우리는 항상 어떻게 평가받을지를 근심한다.

우리는, 적어도 나는, 항상 자신의 입장과 관점이 어떤 '평가'를 받을 것인가를 근심한다. 지겹게 강조하지만, 비판은 관심이고, 시간이 남아돌아서 굳이 그런 관심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걸 인정한다면, 비판은 자신의 소중한 시간과 정신적 고통을 감수하는 자발적이고, 고양된 애정의 방식(가령, 새드개그맨님의 비판)인데, 그 비판은 때론 인격에 대한 공격으로 쉽게 오해받곤 한다(물론 '비판과 신경질'은 다르다). 나 역시도 예외는 아니다. 인정한다. 쉽게 오해하고, 쉽게 토라지는거다.

며칠 전에 비교적 호의를 갖고 읽던 블로그에 댓글을 남겼다가 의외의 반응을 만났다. 나로선 예의를 갖추고, 한두번쯤 어떻게 써야 오해하지 않을까 고민하고, 호의적인 관심을 표시했던 것인데, 웬일인지 해당 블로거는 다소 공격적으로 그 짧은 댓글에 반응하는 것이 아닌가. 나도 다시 그 댓글에 나 역시 유쾌하지는 않았노라 적었지만, 괜한 짓을 한 것 같다는 후회가 여전히 자리한다. 처음부터 괜히 관심을 표시했군, 이런 후회... 왜 굳이 댓글을 남겨선...

나는 굳이 전면적인 비판을 준비하지 않고, 그러니 그 글만을 위한 별도의 새로운 포스트를 준비하지 않은 채로, '간단한' 댓글로 그 글 전체를 '비판'적인 뉘앙스로 평가하는 일은 될 수 있는 한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위 아거님의 말씀처럼, 우리는 강한 척, 반항적인 척, 관대한 척 하지만, 우리는 연약하고 부서지기 쉬운 영혼이니까. 우리는 늘 그렇게 상처받은 실존들이고, 우리가 원하는 것이란 실은 따뜻한 목소리, 나를 인정하는 칭찬과 격려다.

위대한 정신은 비판받기를 원한다(니체)고 외쳐봤자, 우리는 실은 칭찬받고, 숭배받기를 원할 뿐이다(니체). 이런 이율배반은, 하지만, 견딜 수 없는 모순은 아니고, 그게 우리 자신의 연약한, 때론 위대한 실존의 모습 그대로일 뿐이다. 오죽하면 니체가 서로 반대로 이야기했겠나. 그게 인간인거다.


2. 총체적인 공허

요즘은 말그대로 공허하다.
나름으로는 몹시 커다란 기대를 걸었던 블로그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점점더 회의가 생기고, 나는 왜 세속적인 출세를 위해서는 이토록 게을렀던 걸까 싶은 한심한 반성도 자주 하게 된다.

물론 공허는 늘 나에게 있으리라 기대했던 목소리와 풍경이 사라져서다. 늘 들렸던 따뜻한 목소리, 커피향기, 웃음소리... 멀어졌다, 이건 물론 사적인 이야기다. 그 목소리가 좀더 자주, 그 캬라멜처럼 달콤하고, 커피를 호호 부는 입김처럼 따뜻한, 그 풍경이 나에게 좀더 가깝게 있었더라면... 그랬더라면 이렇게 공허하지는 않았으련만...

아무튼 총체적인 공허의 한 가운데, 그렇게 텅 빈채 나는 있다.


3. 전인격적인 만남

종종 이야기했지만, 나는 심야라디오 방송 [정은임의 FM 영화음악]의 열혈청취자였다. 지금도 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기형도 투로 이야기하자면, '내부로 유배당'한 연약한, 하지만 너무도 자신만만하던, 그런 치기어린 모순과 혼동의 한 가운데서 정은임의 목소리는 참 많은 위로가 되었다. 나는 정은임에게 아주 긴 이야기들을 편지로 보내곤 했다.

그리고 어떤 날, 정은임이 아주 긴 편지를 나에게 보내왔다. 그 첫 편지(그 뒤로 편지는 모두 세 통이 왔다)를 받던 기쁨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어떤 일에도 그다지 놀라지 않는 나이지만, 그 때의 환한 놀라움, 반가움은 여전히 생생하다. 물론 그 기쁨을 태연하게 가장하긴 했지만 말이다(우리는, 아니, 나는 이렇게 유치하다). 블로그를 하면서, 정말 좋아하던 저널리스트였던 손석희씨의 아침 라디오 방송에 초대되어 잠깐 출연한 즐거움도 그 때의 기쁨에는 미치지 못한다.

편지에서 정은임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죽음은 모든 것을 허용한다(김현)고 하지만, 정은임이 편지에 적었던 사연들을 이렇쿵 저렁쿵 떠벌리는 건 왠지 예의가 아닌 것 같다. 물론 나는 가까운 지인에게, 그리고 때론 그냥 왠지 자랑하고 싶은 철없는 사춘기의 소년처럼, 그녀와의 추억들, 편지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그래, 나 속물이다. : )

아무튼 정은임이 그랬다.
"전인격적인 만남"이라고.
그렇게 정은임은 편지에 썼다.
다섯 장 편지지에 박혀있는 많은 검정 별빛들 가운데 그 말이 가장 빛났다.

자신은 단편적인 만남이 아니라, 전인격적인, 자신의 모두를 열어두는 그런 만남을 원하고, 그렇게 사람들을 대하려고 노력한다고... 그래서 친구가 별로 많지는 않다고. 그렇게 말을 하지만, 정은임, 아마도 많은 친구들과 선후배들이 있었을테지...


4.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우리들 대부분은 지지리도 궁상맞고, 지지리도 복도 없고, 지지리도 외롭다.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으니까, 누군가에게 따뜻한 목소리 듣고 싶어서, 세상이 조금은 더 따뜻해지길 원하니까, 물론 우리는 나르시시스트라서... 이토록 휘황찬란하게 황량하고, 광활한 웹이라는 사막을 여행하며, 글을 쓴다.

우리의 블로그 오디세이, 그 여정 중에 어떤 친구들, 어떤 의미있는 적들을 만날지는 모르지만, 아주 조금은 여유를 갖고, 좀더 마음을 열고,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가장 위대한 이유인 유머감각을 갖고(베르그송), 블로깅하기를 바란다. 이건 물론 가장 먼저, 나.에.게. 하는 말이다.

문득, 너무 외롭다는 생각이 들어서...
블로그건 뭐건 결국은 사람의 일이다. 블로그에만 존재하는, 블로그에서만 특별하게 의미있는 쌔끈한 대화법, 기똥찬 토론법이 있을리 만무하다. 사람이 하는거다. 무슨 기계, 신비로운 시스템과 알고리즘이, 포털과 메타사이트의 이슈 박스들이 저절로 대화와 토론과 만남을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

종종 싸우더라도...
물어뜯고, 저주하고, 증오하더라도...
유머감각은 잊지 말자...
우리가 왜 블로깅 하는지 잊지말자...


그냥 그 말을 하고 싶었다.






p.s.
이제 곧 크리스마스구나.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 )



* 알림. (2008. 3. 16.)
'초보블로거'란 카테고리를 지우고, 이 글은 [블로기즘] 카테고리로 이동합니다. ^ ^




* 이 연재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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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히 음란한 행위를 하고 여아들을 강제추행한 초등학교 교사에게 징역형을 선고한 사례
 : 초등학교 교사의 신분인 피고인이 수차례 여학생들 앞에서 성기를 노출하여 자위행위를 하고, 주거에 침입하여 여아들을 강제로 추행한 사안에서,

피고인은 선캡 등의 범행도구를 미리 준비하여 대담하게도 낮시간에 주거에 침입한 후 어린 아이들만 혼자 있음을 확인하고는 흉기를 이용하여 또는 수차례 폭행을 가하여 제압하고 성추행하거나, 한적한 길을 지나가는 여아를 상대로 나일론 줄로 목을 졸라 실신시킨 후 성추행을 하였고, 심지어는 자신의 처가 교사로 근무하는 초등학교의 학생의 집에 침입하여 부녀자를 희롱하려다 미수에 그치고도 그 후 다시 그 집에 침입하여 여아를 추행하는 등 그 죄질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징역 3년을 선고.

(대구지방법원.  2007고합273.  선고일 2007. 12. 11.) 


판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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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선캡 변태교사' 사건


"죽으려고 환장을 한"(변태교사가 17세 여고생을 협박하면서 했던 말) 변태 교사 사건이다.

사건 피고인 교사는 초등학교 교사로서 도착성 성장애를 갖고 있다. 이 점이 무거운 죄질(피해자가 미성년인 점. 모든 법이 그렇듯, 미성년자는 더욱 두텁게 보호된다)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가벼운 선고(징역 3년)의 주된 이유가 된 듯 하고(이 점은 후술), 일부 피해자(또는 부모)와의 합의 및 범행사실 자백 및 반성이 참작된 듯 하다.


1. 도착증과 심신미약자, 그리고 형의 감경

형법 제10조 (심신장애자)
②심신장애로 인하여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

형법은 총칙 제2장 죄, 제1절 '죄의 성립과 형의 감면'(9조에서 24조)에서, 특히 '9조에서 12조'에 걸쳐 행위자 조건에 의해 범죄가 성립하지 않거나(9조의 '형사미성년자'. 14세 미만), 혹은 감면되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위 형법 10조 제2항의 경우도 행위자 조건에 의해 형이 감경되는 경우다.
조문에는 '감경할 수 있다'가 아닌, "감경'한다'"라고 하여 반드시 형을 감경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즉, 심신미약자가 행한 범죄는 '반드시' 그 형을 감경하여야 한다.

이 사건 변태 교사는 '도착성 성장애'를 겪고 있다. 쉽게 말해 (성) 도착증 환자다. 사전은 도착('도착'은 뒤바뀜, 거꾸로 됨을 의미)증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도착증
[명사]<의학> 성적인 대상이나 행위에 있어서 비정상적인 것을 좋아하는 이상 성욕. 사디즘, 마조히즘, 노출증, 동성애(?), 소아 성애(小兒性愛), 수간(獸姦) 따위가 이에 속한다.

다만 위 사전적 정의에서 '동성애'(참고: 성 (Sex) 의 심리학 - 2. 동성애 )
가 도착증의 예시 중 하나로 설명되고 있는 점은 의아하다. 사전이 당대의 사회문화적 통념(참고 : 싸이월드 게이 비방 사건)을 담고 있다고 하더라도, '동성애'가 도착증이라니, 정말 몹시 아주 많이 유감이다.

이 사건 교사의 경우에는 노출증과 소아 성애를 갖고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 같다.

* 참조 : 이 사건에 적용된 주된 법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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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전력있는 변태 교사와 교원(자격) 관리

판결문 중 '양형이유'를 보면 다음과 같은 지적이 나온다.

1996년경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던 시절 칼을 들고 주거에 침입하여 부녀자를 강간하려다 미수에 그쳐 처벌을 받은 전력도 있다. (판결문 중에서)

판결문 중 '범죄사실'을 보면 이 판결 대상 사건은 2006년 6월에서 11월에 걸쳐 발생하고 있음을 알수 있다. 그러니 강간미수범 전력을 가진 변태 교사가 다시 초등학교 교사로 부임했다는 소리다. 읽으면서도 어처구니가 없었는데, 도무지 우리나라 교원들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강간미수범'이란 전력을 가진 자가 어떻게 '초등학교' 교사가 될 수 있나?

판결문에 언급된 사실만으로는 구체적인 사실을 알 수 없으나, 성범죄로 기소되어 처벌까지 받은 교사가 '다시' 초등학교 교원으로 임용되었다는 점은 정말 도무지 내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 이는 어떤 합리적인 절차와
'예방적' 조처도 수반되지 않았음을 방증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성적 이상심리를 가진 자가 초등학교 교사가 될 수 없고, 더욱이 강간미수범죄 전력을 가진 자가 초등학교 교사가 되어선 안된다는 점은 상식이 아닌가 싶은데 말이다.

이런 예방적 절차에 의한 '상식적인 조처'가 선행되었다면, 이 사건 변태교사가 초등학교 교사로 부임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어린 학생들이 '무시무시한' 변태교사에게서 수업을 받는 일도 없었을테다.

범죄자의 인권도 존중되어야 하고, 범죄자라 할지라도 자신의 죄값을 모두 치루면 마땅히 당당하게 사회에 복귀하여 사회성원으로서 역할할 수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교육이라는 특수영역, 더더욱 어린 학생들을 교육하는 초등학생 교원으로서는 아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교육부의 허술한 교원(자격) 관리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