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블로그, 때론 너무도 메마른...
블로그상 대화와 토론에서 항상 유의해야 하는 건, 글은 목소리의 떨림, 뉘앙스를 전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명심하는 일이다. 아무리 따뜻하게, 아무리 조심하고, 예의를 갖추어 이야기하더라도 말과 글은 다르고, 글은 그 글을 만들어내는 순간의 목소리를 담지 못하는 수가 많다. 우리는 쉽게 오해하고, 삐친다. 더욱이 우리는 흔히, 쉽게 읽고, 쉽게 말한다. 그리고 우리는 누가 뭐래도 나르시시스트들이니까. 시간은 부족하고, 마음은 늘 바쁘다. 웹상에서 흔히 벌어지는 인상형성의 오류에 대해 아거님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1. 우리는 항상 어떻게 평가받을지를 근심한다.
우리는, 적어도 나는, 항상 자신의 입장과 관점이 어떤 '평가'를 받을 것인가를 근심한다. 지겹게 강조하지만, 비판은 관심이고, 시간이 남아돌아서 굳이 그런 관심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걸 인정한다면, 비판은 자신의 소중한 시간과 정신적 고통을 감수하는 자발적이고, 고양된 애정의 방식(가령, 새드개그맨님의 비판)인데, 그 비판은 때론 인격에 대한 공격으로 쉽게 오해받곤 한다(물론 '비판과 신경질'은 다르다). 나 역시도 예외는 아니다. 인정한다. 쉽게 오해하고, 쉽게 토라지는거다.
며칠 전에 비교적 호의를 갖고 읽던 블로그에 댓글을 남겼다가 의외의 반응을 만났다. 나로선 예의를 갖추고, 한두번쯤 어떻게 써야 오해하지 않을까 고민하고, 호의적인 관심을 표시했던 것인데, 웬일인지 해당 블로거는 다소 공격적으로 그 짧은 댓글에 반응하는 것이 아닌가. 나도 다시 그 댓글에 나 역시 유쾌하지는 않았노라 적었지만, 괜한 짓을 한 것 같다는 후회가 여전히 자리한다. 처음부터 괜히 관심을 표시했군, 이런 후회... 왜 굳이 댓글을 남겨선...
나는 굳이 전면적인 비판을 준비하지 않고, 그러니 그 글만을 위한 별도의 새로운 포스트를 준비하지 않은 채로, '간단한' 댓글로 그 글 전체를 '비판'적인 뉘앙스로 평가하는 일은 될 수 있는 한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위 아거님의 말씀처럼, 우리는 강한 척, 반항적인 척, 관대한 척 하지만, 우리는 연약하고 부서지기 쉬운 영혼이니까. 우리는 늘 그렇게 상처받은 실존들이고, 우리가 원하는 것이란 실은 따뜻한 목소리, 나를 인정하는 칭찬과 격려다.
위대한 정신은 비판받기를 원한다(니체)고 외쳐봤자, 우리는 실은 칭찬받고, 숭배받기를 원할 뿐이다(니체). 이런 이율배반은, 하지만, 견딜 수 없는 모순은 아니고, 그게 우리 자신의 연약한, 때론 위대한 실존의 모습 그대로일 뿐이다. 오죽하면 니체가 서로 반대로 이야기했겠나. 그게 인간인거다.
2. 총체적인 공허
요즘은 말그대로 공허하다.
나름으로는 몹시 커다란 기대를 걸었던 블로그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점점더 회의가 생기고, 나는 왜 세속적인 출세를 위해서는 이토록 게을렀던 걸까 싶은 한심한 반성도 자주 하게 된다.
물론 공허는 늘 나에게 있으리라 기대했던 목소리와 풍경이 사라져서다. 늘 들렸던 따뜻한 목소리, 커피향기, 웃음소리... 멀어졌다, 이건 물론 사적인 이야기다. 그 목소리가 좀더 자주, 그 캬라멜처럼 달콤하고, 커피를 호호 부는 입김처럼 따뜻한, 그 풍경이 나에게 좀더 가깝게 있었더라면... 그랬더라면 이렇게 공허하지는 않았으련만...
아무튼 총체적인 공허의 한 가운데, 그렇게 텅 빈채 나는 있다.
3. 전인격적인 만남
종종 이야기했지만, 나는 심야라디오 방송 [정은임의 FM 영화음악]의 열혈청취자였다. 지금도 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기형도 투로 이야기하자면, '내부로 유배당'한 연약한, 하지만 너무도 자신만만하던, 그런 치기어린 모순과 혼동의 한 가운데서 정은임의 목소리는 참 많은 위로가 되었다. 나는 정은임에게 아주 긴 이야기들을 편지로 보내곤 했다.
그리고 어떤 날, 정은임이 아주 긴 편지를 나에게 보내왔다. 그 첫 편지(그 뒤로 편지는 모두 세 통이 왔다)를 받던 기쁨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어떤 일에도 그다지 놀라지 않는 나이지만, 그 때의 환한 놀라움, 반가움은 여전히 생생하다. 물론 그 기쁨을 태연하게 가장하긴 했지만 말이다(우리는, 아니, 나는 이렇게 유치하다). 블로그를 하면서, 정말 좋아하던 저널리스트였던 손석희씨의 아침 라디오 방송에 초대되어 잠깐 출연한 즐거움도 그 때의 기쁨에는 미치지 못한다.
편지에서 정은임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죽음은 모든 것을 허용한다(김현)고 하지만, 정은임이 편지에 적었던 사연들을 이렇쿵 저렁쿵 떠벌리는 건 왠지 예의가 아닌 것 같다. 물론 나는 가까운 지인에게, 그리고 때론 그냥 왠지 자랑하고 싶은 철없는 사춘기의 소년처럼, 그녀와의 추억들, 편지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그래, 나 속물이다. : )
아무튼 정은임이 그랬다.
"전인격적인 만남"이라고.
그렇게 정은임은 편지에 썼다.
다섯 장 편지지에 박혀있는 많은 검정 별빛들 가운데 그 말이 가장 빛났다.
자신은 단편적인 만남이 아니라, 전인격적인, 자신의 모두를 열어두는 그런 만남을 원하고, 그렇게 사람들을 대하려고 노력한다고... 그래서 친구가 별로 많지는 않다고. 그렇게 말을 하지만, 정은임, 아마도 많은 친구들과 선후배들이 있었을테지...
4.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우리들 대부분은 지지리도 궁상맞고, 지지리도 복도 없고, 지지리도 외롭다.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으니까, 누군가에게 따뜻한 목소리 듣고 싶어서, 세상이 조금은 더 따뜻해지길 원하니까, 물론 우리는 나르시시스트라서... 이토록 휘황찬란하게 황량하고, 광활한 웹이라는 사막을 여행하며, 글을 쓴다.
우리의 블로그 오디세이, 그 여정 중에 어떤 친구들, 어떤 의미있는 적들을 만날지는 모르지만, 아주 조금은 여유를 갖고, 좀더 마음을 열고,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가장 위대한 이유인 유머감각을 갖고(베르그송), 블로깅하기를 바란다. 이건 물론 가장 먼저, 나.에.게. 하는 말이다.
문득, 너무 외롭다는 생각이 들어서...
블로그건 뭐건 결국은 사람의 일이다. 블로그에만 존재하는, 블로그에서만 특별하게 의미있는 쌔끈한 대화법, 기똥찬 토론법이 있을리 만무하다. 사람이 하는거다. 무슨 기계, 신비로운 시스템과 알고리즘이, 포털과 메타사이트의 이슈 박스들이 저절로 대화와 토론과 만남을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
종종 싸우더라도...
물어뜯고, 저주하고, 증오하더라도...
유머감각은 잊지 말자...
우리가 왜 블로깅 하는지 잊지말자...
그냥 그 말을 하고 싶었다.
p.s.
이제 곧 크리스마스구나.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 )
* 알림. (2008. 3. 16.)
'초보블로거'란 카테고리를 지우고, 이 글은 [블로기즘] 카테고리로 이동합니다. ^ ^
블로그상 대화와 토론에서 항상 유의해야 하는 건, 글은 목소리의 떨림, 뉘앙스를 전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명심하는 일이다. 아무리 따뜻하게, 아무리 조심하고, 예의를 갖추어 이야기하더라도 말과 글은 다르고, 글은 그 글을 만들어내는 순간의 목소리를 담지 못하는 수가 많다. 우리는 쉽게 오해하고, 삐친다. 더욱이 우리는 흔히, 쉽게 읽고, 쉽게 말한다. 그리고 우리는 누가 뭐래도 나르시시스트들이니까. 시간은 부족하고, 마음은 늘 바쁘다. 웹상에서 흔히 벌어지는 인상형성의 오류에 대해 아거님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반항적 모습 뒤에는 너무나 부서지기 쉬운 상처가 자리하고 있었다. 블로그식 글 읽기 처럼 쑥 지나가면서 곁눈질로
훔쳐 봐서는, 한 사람을 잘 이해할 수가 없다. 한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 사람의 borken heart도 치유해 줄 수
없다.
- 아거, 인지적 분주함(cognitive busyness)속에 발생할 수 있는 인상 형성의 오류 가능성 중에서
- 아거, 인지적 분주함(cognitive busyness)속에 발생할 수 있는 인상 형성의 오류 가능성 중에서
1. 우리는 항상 어떻게 평가받을지를 근심한다.
우리는, 적어도 나는, 항상 자신의 입장과 관점이 어떤 '평가'를 받을 것인가를 근심한다. 지겹게 강조하지만, 비판은 관심이고, 시간이 남아돌아서 굳이 그런 관심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걸 인정한다면, 비판은 자신의 소중한 시간과 정신적 고통을 감수하는 자발적이고, 고양된 애정의 방식(가령, 새드개그맨님의 비판)인데, 그 비판은 때론 인격에 대한 공격으로 쉽게 오해받곤 한다(물론 '비판과 신경질'은 다르다). 나 역시도 예외는 아니다. 인정한다. 쉽게 오해하고, 쉽게 토라지는거다.
며칠 전에 비교적 호의를 갖고 읽던 블로그에 댓글을 남겼다가 의외의 반응을 만났다. 나로선 예의를 갖추고, 한두번쯤 어떻게 써야 오해하지 않을까 고민하고, 호의적인 관심을 표시했던 것인데, 웬일인지 해당 블로거는 다소 공격적으로 그 짧은 댓글에 반응하는 것이 아닌가. 나도 다시 그 댓글에 나 역시 유쾌하지는 않았노라 적었지만, 괜한 짓을 한 것 같다는 후회가 여전히 자리한다. 처음부터 괜히 관심을 표시했군, 이런 후회... 왜 굳이 댓글을 남겨선...
나는 굳이 전면적인 비판을 준비하지 않고, 그러니 그 글만을 위한 별도의 새로운 포스트를 준비하지 않은 채로, '간단한' 댓글로 그 글 전체를 '비판'적인 뉘앙스로 평가하는 일은 될 수 있는 한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위 아거님의 말씀처럼, 우리는 강한 척, 반항적인 척, 관대한 척 하지만, 우리는 연약하고 부서지기 쉬운 영혼이니까. 우리는 늘 그렇게 상처받은 실존들이고, 우리가 원하는 것이란 실은 따뜻한 목소리, 나를 인정하는 칭찬과 격려다.
위대한 정신은 비판받기를 원한다(니체)고 외쳐봤자, 우리는 실은 칭찬받고, 숭배받기를 원할 뿐이다(니체). 이런 이율배반은, 하지만, 견딜 수 없는 모순은 아니고, 그게 우리 자신의 연약한, 때론 위대한 실존의 모습 그대로일 뿐이다. 오죽하면 니체가 서로 반대로 이야기했겠나. 그게 인간인거다.
2. 총체적인 공허
요즘은 말그대로 공허하다.
나름으로는 몹시 커다란 기대를 걸었던 블로그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점점더 회의가 생기고, 나는 왜 세속적인 출세를 위해서는 이토록 게을렀던 걸까 싶은 한심한 반성도 자주 하게 된다.
물론 공허는 늘 나에게 있으리라 기대했던 목소리와 풍경이 사라져서다. 늘 들렸던 따뜻한 목소리, 커피향기, 웃음소리... 멀어졌다, 이건 물론 사적인 이야기다. 그 목소리가 좀더 자주, 그 캬라멜처럼 달콤하고, 커피를 호호 부는 입김처럼 따뜻한, 그 풍경이 나에게 좀더 가깝게 있었더라면... 그랬더라면 이렇게 공허하지는 않았으련만...
아무튼 총체적인 공허의 한 가운데, 그렇게 텅 빈채 나는 있다.
3. 전인격적인 만남
종종 이야기했지만, 나는 심야라디오 방송 [정은임의 FM 영화음악]의 열혈청취자였다. 지금도 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기형도 투로 이야기하자면, '내부로 유배당'한 연약한, 하지만 너무도 자신만만하던, 그런 치기어린 모순과 혼동의 한 가운데서 정은임의 목소리는 참 많은 위로가 되었다. 나는 정은임에게 아주 긴 이야기들을 편지로 보내곤 했다.
그리고 어떤 날, 정은임이 아주 긴 편지를 나에게 보내왔다. 그 첫 편지(그 뒤로 편지는 모두 세 통이 왔다)를 받던 기쁨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어떤 일에도 그다지 놀라지 않는 나이지만, 그 때의 환한 놀라움, 반가움은 여전히 생생하다. 물론 그 기쁨을 태연하게 가장하긴 했지만 말이다(우리는, 아니, 나는 이렇게 유치하다). 블로그를 하면서, 정말 좋아하던 저널리스트였던 손석희씨의 아침 라디오 방송에 초대되어 잠깐 출연한 즐거움도 그 때의 기쁨에는 미치지 못한다.
편지에서 정은임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죽음은 모든 것을 허용한다(김현)고 하지만, 정은임이 편지에 적었던 사연들을 이렇쿵 저렁쿵 떠벌리는 건 왠지 예의가 아닌 것 같다. 물론 나는 가까운 지인에게, 그리고 때론 그냥 왠지 자랑하고 싶은 철없는 사춘기의 소년처럼, 그녀와의 추억들, 편지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그래, 나 속물이다. : )
아무튼 정은임이 그랬다.
"전인격적인 만남"이라고.
그렇게 정은임은 편지에 썼다.
다섯 장 편지지에 박혀있는 많은 검정 별빛들 가운데 그 말이 가장 빛났다.
자신은 단편적인 만남이 아니라, 전인격적인, 자신의 모두를 열어두는 그런 만남을 원하고, 그렇게 사람들을 대하려고 노력한다고... 그래서 친구가 별로 많지는 않다고. 그렇게 말을 하지만, 정은임, 아마도 많은 친구들과 선후배들이 있었을테지...
4.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우리들 대부분은 지지리도 궁상맞고, 지지리도 복도 없고, 지지리도 외롭다.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으니까, 누군가에게 따뜻한 목소리 듣고 싶어서, 세상이 조금은 더 따뜻해지길 원하니까, 물론 우리는 나르시시스트라서... 이토록 휘황찬란하게 황량하고, 광활한 웹이라는 사막을 여행하며, 글을 쓴다.
우리의 블로그 오디세이, 그 여정 중에 어떤 친구들, 어떤 의미있는 적들을 만날지는 모르지만, 아주 조금은 여유를 갖고, 좀더 마음을 열고,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가장 위대한 이유인 유머감각을 갖고(베르그송), 블로깅하기를 바란다. 이건 물론 가장 먼저, 나.에.게. 하는 말이다.
문득, 너무 외롭다는 생각이 들어서...
블로그건 뭐건 결국은 사람의 일이다. 블로그에만 존재하는, 블로그에서만 특별하게 의미있는 쌔끈한 대화법, 기똥찬 토론법이 있을리 만무하다. 사람이 하는거다. 무슨 기계, 신비로운 시스템과 알고리즘이, 포털과 메타사이트의 이슈 박스들이 저절로 대화와 토론과 만남을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
종종 싸우더라도...
물어뜯고, 저주하고, 증오하더라도...
유머감각은 잊지 말자...
우리가 왜 블로깅 하는지 잊지말자...
그냥 그 말을 하고 싶었다.
p.s.
이제 곧 크리스마스구나.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 )
* 알림. (2008.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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