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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흥미로워서 위 [3]번을 한번 클릭했습니다.




이렇게 시작하고 있는 글이더군요.


1. 민영방송국이 아니라 공영방송이기 때문에 청와대(이명박)이 KBS 방송국 사장을 해임할 수 있다는 주장은 희망사항에 불과합니다. 이것은 (언론)정책에 속하는 사항, 그러므로 얼마든지 달리 '규정'할 수 있는 사항이지, 무슨 절대적인 진리, 혹은 논리필연적 인과율에 속한 사항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는 현 실정법(방송법)에 반하는 해석입니다.

덧붙여, 그 주장에서 느껴지는 공영방송 독립성에 대한 적대적 인식에 대해선 깊은 유감을 전합니다. 아무튼 그렇게 해임할 수 있다는 주장의 근거를 2.에서 써주셨더군요. 이 역시도 오해 혹은 착오에 바탕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밖에는 없습니다.


2. 방송법상 임명권과 임면권

방송법상 임명과 임면의 의미를 혼동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방송법의 구조에서 판단하면 임명(권)과 임면(권)은 서로 명백히 다릅니다.

물론 일반적인 어법으로는 임명권에 '면직권(해임권)'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방송법의 구조를 살펴보면 이 양자를 구별한 취지가 명백하게 표현되고 있습니다.

방송법상 '임명'은 해임권을 제외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고, 임면권은 말 그대로 '면직권(해임권)'을 포함한 것으로 서로 구별해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참조.
특히 1999년까지 한국방송공사법에는 사장에 대한 대통령의 ‘임면권’으로 명시돼 있었으나 이후 만들어진 통합방송법에는 ‘임명권’으로 개정돼 사실상 대통령에겐 해임권은 없다는 보는 해석이 우세하다.

- 피디저널 블로그, 법률전문가들이 따져본 대통령의 KBS 사장 해임권 중에서

이하에서 좀더 살펴보죠.


3. 방송법 50조와 방송법 52조 

방송법 50조에서 '임면'이 아닌 '임명'으로 새롭게 규정한 것은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보다 두텁게 보장하기 위한 취지입니다.

방송법 제50조 (집행기관)
①공사에 집행기관으로서 사장 1인, 2인 이내의 부사장, 8인 이내의 본부장 및 감사 1인을 둔다.
사장은 이사회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③이사회가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사장을 제청하는 때에는 그 제청기준과 제청사유를 제시하여야 한다.
④감사는 이사회의 제청으로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임명한다. [개정 2008.2.29 제8867호(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
⑤부사장과 본부장은 사장이 임명한다. 다만, 부사장을 임명할 경우에는 이사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⑥집행기관의 임기 및 결격사유에 대하여는 제47조 및 제48조의 이사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



방송법 제52조 (직원의 임면)
공사의 직원은 정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사장이 임면한다.


방송법 50조에는 "대통령이 임한다."라고 규정합니다.
방송법 52조에서는 "사장이 임한다"라고 규정합니다.
임명과 인면이 같다면 왜 52조는 굳이 "'사장이 임면한다."라고 달리 규정할까요?

같은 법률에서 굳이 양자를 구별한 이유는 너무도 명백합니다.

ㄱ. 임명권과 임면권(해임권을 포함하는)을 달리 해석하라는 취지를 담고 있습니다.
ㄴ. 그리고 그런 방송법의  취지를 따르자면, 이사회든, 대통령이든 '해임'에 관한 권한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입니다.

따라서 오늘 정연주 해임제청안을 논의하기 위해 참석한 KBS 이사 10인(재적은 11명, 이사회 참석자는 10명) 중 4인이 퇴장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 해임제청안은 '안건으로 상정'될 수 조차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권한도 없는 이사회에게 해임 요구를 한 감사원의 초법적 행태는 더이상 말할 가치도 없습니다. 권력의 시녀 노릇을 한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죠.

착오에 바탕해서 마치 대통령이 KBS 사장의 임면권을 갖는다는, 현 실정법에 정면으로 반하는 해석을 마치 근거인양 주장하셔서 몇자 적었습니다.
참조가 되셨길 바랍니다.



* 관련 추천글

법률전문가들이 따져본 대통령의 KBS 사장 해임권 (피디저널 블로그)
http://blog.pdjournal.com/1114

[...] 방송의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권력기관의 간섭을 배제시킨 방송법의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할 때 대통령의 권한을 법 문구 그대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방송법 1조(목적), 4조(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 6조(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 등에는 방송의 독립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형상 변호사는 “KBS 사장은 행정부에 예속된 각부 장·차관처럼 임명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 KBS 이사회가 제청하면 대통령이 상징적인 임명절차만 가지고 있을 뿐 해임권한은 더더욱 없다”며 “문제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보복적이고 승자독식적인 교통정리를 하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대 교수는 “KBS 사장의 경우 법에 의해 임기 보장돼 있고, 법에서도 인정하지 않는 해임권을 KBS 이사회 권고로 진행되는 절차를 통해 해임한다면 사실상 법에 없는 파면권을 행사하게 되는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는 법치주의를 강조하면서 법을 어기는 셈이 된다”고 꼬집었다.


KBS, 공영방송에서 정권방송으로 이제 첫걸음 (capcold)
: KBS 사태에 대한 (중간) 총정리판. 

[....] 뽑은 이에게 짜를 권리도 법적으로 자동 보장되어 있다, 라는 무척 단순명쾌한 논리. 즉 무능하고(명분) 마음에 안들면(의향) 잘라도 된다는 무척 실용적인 자세 되겠다. [....] (5초 침묵) …어라?

대한민국 헌법 제67조 ① 대통령은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하여 선출한다.



정연주를 지켜야할까? (속류히피)
http://anarcho.tistory.com/76

"왜 법을 개정하면서 이렇게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아서 입법취지를 들먹이게 되었는지 생각을 해야 한다. 이런 것이 바로 민주주의 제세력간의 타협의 소산이다. 물론 정작 이 법조항이 그런 타협 때문에 불명확하게 개정된 것인지는 잘 모르지만 모든 법 규정은 타협의 산물이다.[....] 이념과 선거는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양대지주이다. 백날 국민주권을 부르짖으며 거리에서 수중전을 하여도 정작 선거에는 참여하지 않아서 엉뚱한 결과가 나온다면 과연 그들이 바라는 국민주권은 무엇인지 되묻고 싶어진다. "






이명박 정권의 가장 큰 특징은 합법적인 선거에 의해 선출된 권력임에도 불구하고, 쿠데타 세력이나 할법한 짓거리를 일삼는다는 점이다(아틸라).

이명박 정권은 소통하자면서 '명박산성' 쌓고, 과잉진압 반성한다면서 '경찰 기동대'(소위 '백골단') 창설하며, '프레스 프렌들리'한다면서 언론장악 작전 펼친다. 국민들을 설득하고, 대화해야 하는 상대방으로 본다기 보다는 제압해야 하는, 짓밟아야 하는, 작전 펼쳐야 하는 진압대상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

그리고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우리는 목하 이명박 정권의 언론 파괴 작전을 감상중이시다. 5공시절 허문도의 언론통폐합 뺨치는 이명박 정권의 언론 파괴 작전은 민주주의 체제의 핵심 얼개인 언론의 존재 이유를 그 근본에서 다시 설정한다. 이제 이명박 정권 하에서 언론의 존재이유는 '이명박 프렌들리'인가 아닌가라는 유일 표준에 의해 좌우된다.

정연주? 꺼지셈!

이명박 정권은 단호하게 말하고, 또 게다가 실천한다(오, 역쉬 컴도저. 그런데 이 컴도저는 로긴을 못해서 접속을 못하기도 하지만..ㅡ.ㅡ; ). 그래서 임기가 보장된 공영방송 사장도 얼마든지 자기맘에 들지 않으면 축출할 수 있다고 이명박 정권은 믿고 있는 것 같다. 신년사로 '법과 질서'를 그토록 강조했던 이명박에게 그 법과 질서는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2008년 8월 8일은 베이징 올림픽이 시작된 날이 아니라, 대한민국 언론이 이명박 정권에 의해 무참히 유린된 날로 기억되어야 한다. 오늘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의 커다란 오점으로 남겨질 것이 분명한, 대한민국 언론사 최악의 사건으로 기록되어도 크게 부족함이 없을, KBS 정연주 사장 축출 작전이 벌어졌다. 더없이 코믹하지만, 더없이 섬뜩한... 이명박식 호러물.
 
이명박 언론특보 출신의 초특급 낙하산 구본홍(YTN 사장)은 '1박2일'에서 '2박3일'거쳐 '3박4일'만에 퇴근하는 코미디를 펼치고, 눈엣가시인 KBS 정연주 축출작전, 정연주 해임제청안은 KBS 이사회 6적(유재천, 권혁부, 방석호, 이춘호, 박만, 강성철)에 의해 가결되었다. 이들은 정연주의 말처럼 "공영방송 KBS의 역사에, 그리고 대한민국 언론사에 영원한 죄인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들은 언론 6적, 방송 6적으로 불려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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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의 명징한 지적처럼 "전두환 벤치마킹하는 이명박 언론장악" 음모는 이제 음모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눈 앞에 펼쳐지는 현실이다. 이제 미디어 디스토피아의 악몽은 예고편이 아니라 본편이 방영될 차비를 모두 마쳤다. 아니 본편이 이미 방영중이다. YTN 장악, KBS 장악, 코바코 해체, 조중동 광고 불매운동에 대한 악질적인 탄압, 인터넷 여론 억압(법무부장관이란 자의 '사이버 모욕죄' 신설 운운), 신문과 방송의 겸영 허용과 관련한 9월 신문법과 방송법의 대대적인 개정 움직임...

시나리오는 당신의 상상을 초월한다.
악몽보다 더 악몽 같은 초특급 호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 특급 호러의 메시지는 하나다.

국민?
그게 누군데요?
아, 촛불 들었던 멍청이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얼마든지 언론 장악해서 통제할 수 있삼!


이 살벌하고, 무시무시한 이명박식 특급 호러도 올림픽의 함성에 묻힐 것이다.
당연히 감독 이명박은 이런 계산을 했을테지...
이명박이 이긴 것 같다... 







* 관련 추천 기사 (미디어오늘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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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 이후 이명박정권의 행보에 대한 분석
분명한 것은 촛불이 이대로 사그라들고 방송마저 정부의 통제 아래 복속될 경우 이 정부의 무한독주에 제동을 걸기가 거의 불가능해진다는 사실이다. 신공안정국의 폭거와 이에 맞서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려는 시민사회 진보진영의 대립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정연주 해임 초읽기... 수수방관하는 언론들
[아침신문 솎아보기] 한겨레 "공영방송 독립성 위해 면직권 삭제했는데…(김수정)
: 오늘 아침 신문들의 풍경
정 사장을 몰아내기 위해 감사원을 동원해 해임 제청을 요구하고 이사회가 대통령에게 해임을 제청한 뒤 방송법상 권한도 없는 대통령이 해임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정부의 KBS 장악 기도는 '위법'을 넘어 '초법'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방송 역사에 남을 결정이 이날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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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공영방송의 사장을 갈아치우려 하는데 경향신문과 한겨레를 제외한 모든 신문이 일제히 침묵하고 있다. 여론통제나 낙하산 인사에 대해서도 아무런 비판이 없다. 방송통신심의위가 방송의 논조를 문제 삼아 MBC <PD수첩>에 시청자 사과를 명령한 것에 대해서도 이들 신문은 오히려 <PD수첩>을 문제 삼고 나섰다. 그 논조에 동의하느냐 여부를 떠나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 중대한 사건이었지만 이들 신문은 기꺼이 정부의 편에 섰다.


야당 "이명박 언론독재가 법률 타살했다"
KBS 이사회 ‘정연주 해임 의결’ 정치권 반응…여당은 “참 잘했어”(류정민)
: 한나라당의 반응이, 예상대로, 인상적이다.
차명진 한나라당 대변인은 “사필귀정이다. 정연주라는 좋지 않은 혹을 떼어낸 KBS의 창창한 앞날이 기대된다. BBC와 같은 진짜 국민의 방송으로 재탄생할 것이다. 온 국민이 성원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정연주 "KBS 이사 6명 역사의 죄인될 것"
KBS 이사회 결정에 대한 입장 발표…"법적 대응할 것" (김수정)
: 정연주 사장의 성명서 포함.
정연주 사장은 "오늘 KBS 안팎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끔찍한 상황을 지켜보면서 분노와 슬픔을 견딜 수가 없었다"며 "공영방송의 독립을 지키는 일에 누구보다 앞장서야 할 KBS 이사회가 스스로 이를 파괴하는 행위를 한 데 대해서는 역사가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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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직원들은 경찰이 본사 심장부까지 진입해 유린한 것은 18년만에 처음이라고 분노하고 있다. '18년만의 공권력 투입'이란,  바로 지난 90년에 있던 KBS '4월 투쟁' 을 가리킨다. 당시 노태우 정권 하에 '코드 인사'로 불린 서기원 사장의 낙하산 취임을 반대하며 KBS 노조가 파업을 벌였고, 이에 경찰은 4월12일, 30일 두 차례에 걸쳐 공권력을 투입해 500여명의 조합원을 연행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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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글
게임과 블로그 민주주의

방송법상 임명과 임면의 해석 : KBS 정연주 해임제청안의 법률적 근거(없음)

정연주의 해임사유 검토 : 1. 아들 병역 2. 방만한 경영 3. 인사권 남용




* 스포일러 없'읍'니다.

0. 블로그계의 열띤 분위기를 생각해보면, 조금은 과대평가된 작품이 아닌가 싶다(물론 놈놈놈과 비교한다면, 과소평가로 불러도 무방한 수준이지만, 놈놈놈은 그냥 '마케팅의 승리'라는 생각이 들 뿐. ㅡ.ㅡ; ). 150분이 전혀 지루하지 않은 속도감으로 달려가고 있기는 하지만, 뭐랄까 그 액션의 속도감이 심리적 증폭으로 연계되는 상승작용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너무 분절적인 느낌이랄까. 그래도 시쳇말로 돈 아깝지 않은 영화다. 오늘(8.6. 이 글은 8.6.새벽에 쓴 글인데.. 여차여차해서 이제야 등록)이 정식 개봉일일텐데, 생각보다 관객들이 없어서 좀 놀랐다.

과대평가라고는 했지만, 묘하게 다시 보고 싶은 영화다.
것도 지금 당장!


1. 죄수의 딜레마

다크 나이트를 보신 후의 감상이 기대됩니다. 소위 죄수의 딜레마란 게임을 헐리우드 영화치고는 깔끔하게 다루었다는.
- 비트마니아, 친절한 금자씨, 평범한 악의 세계에 남긴 댓글 중에
나는 죄수의 딜레마(내쉬균형 혹은 게임이론)에 대해 쥐뿔도 모른다. 이건 패스하는게 독자를 위한 배려라는 생각이 들지만, 배트맨의 자뻑심리를 패러디하는 셈치고 좀더 쓰자면, [다크나이트]가 죄수의 딜레마를 영화의 메인 테마로 다루고 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런 해석틀이 가능한 그 '장면들'(선실장면)에 대해서도 어떤 깊이가 느껴지는 건 아니고, 피상적인 제스처에서 조금더 간 정도... 라고 느낀다. 그 선실 장면은 통속적 휴머니즘에 기대서, 일종의 드라마적 반전(역전) 장치로만 활용되고 있다.

2. 히스 레저, 조커를 부활시키다.

ㄱ. 조커와 배트맨.
히스 레저의 조커는 그야말로 굉장한 포스를 뿜어낸다. 하지만, 뭐랄까, 상대방인 배트맨이 거기에 맞장구 치는 수준이 아니라, 조커는 좀 놀아보자고 꼬드기는데, 배트맨은 게임을 좀 회피하는 것 같은, 그래서 결국은 서로 따로 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이런 이유에서 조커를 따로 보면 굉장히 훌륭하지만, 배트맨이라는 관계 속에서 바라보면 좀 맥이 빠진다. 서로 좀 치열하게 댓거리하는 그런 걸 기대했는데, 전체적으로 좀 밍숭밍숭한 것 같고, 겉도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ㄴ. 최고의 장면 : 웃는 얼굴, 심리적인 스펙터클
히스 레저가 '쩝쩝' 소리 내면서 서로 다른 버전의 '웃는 얼굴'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은 [다크나이트]의 최고 명장면이라고 할 만하다. 아무리 건물 깨부시고, 황홀한 액션으로 스크린 범벅을 해도 이런 '심리적 스펙터클'이 주는 전율을 능가하지는 못한다. 단순한 시각적 쾌감('심리적 스펙터클'과 대비되는 차원에서)은 엄정화나 효리의 뮤직비디오에서 느끼는 그런 말초적 쾌감과 크게 다를 바 없다(물론 이것도 중요하다...).  다만 영화는 그 '웃는 얼굴'를 좀더 본질적인 차원, 이율배반과 아이러니의 차원으로까지는 밀어 붙이지 못한다. 그 '웃는 얼굴'은 영화적 분위기를 순간적인 긴장으로 몰아넣기는 하지만, 관객의 막연한 상상력에 결국은 의지해버리고 만다. 너무 단편적인 이미지의 조각들에 머물고 마는거다.

ㄷ. 다크나이트에 대한 과대평가와 젊은 명장 히스 레저
[다크나이트]에 대한 과대평가의 이면에는 히스 레저에 대한 막연한 안타까움(저 젊은 명장을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다니…)이 깊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 싶다. 히스 레저의 연기를 퍼펙트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 저 배우가 아니라면 누가 있어 저런 '조커'를 보여줄 수 있단 말인가… 라는 탄식을 자아내기에는 충분할 만큼의 연기를 보여준다. 잭 니콜슨이 30년만 젊었어도 이렇게 안타깝지는 않았으려만... 

3. 어긋난 삼각관계의 숨겨진 진실
히스 레저의 신들린 연기는 차치하고, [다크나이트]의 진짜 비전은 뭘까? 그건 놀랍게도 삼각관계가 만들어내는 진실에 관한 아이러니다. 팀 버튼의 배트맨는 고딕풍의 기괴한 이미지들 속에서 배트맨이 갖는 정체성 혼란, 선/악에 대한 이율배반를 이야기했다. 크리스토퍼 놀란 역시 이율배반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다크 나이트]는 정체성에 관한 이율배반이 아니라, '관계'의 이율배반, 그 관계가 만들어내는 '진실'에 관한 이율배반의 드라마다.

놀란은 팀 버튼의 액션 미장센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화려해진 이미지-액션의 충격들 속에서 영원히 풀리지 않는 삼각관계의 숨겨진 진실들을 어긋난 '연애담'의 형식으로 배치한다. 그렇게 가장 거대한 이미지 스펙터클의 세계 속에 관객들은 놀랍게도 세익스피어 심리극을 보는 듯한 착각 속에 빠진다(이 점이 [다크나이트]의 가장 탁월한 부분이리라). 물론 이 심리극은 다소간 정형화된 진실의 울타리를 벗어나지는 못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트맨의 '자뻑심리'를 보여주는 장면은, 코믹하면서도 짠하다. ㅡ.ㅡ;

[다크나이트]는 전해지지 못한 진실을 이야기한다. 그건 다음과 같은 삼각구도의 연쇄적 구조를 형성한다. 내부폭로자의 진실은 시청자에게 전달되지 못하고(그 악당 내부폭로자는 배트맨에 의해 구원받는다), 레이첼의 진실은 배트맨에게 전달되지 못하며(이건 무슨 로미오와 줄리엣에 대한 패러디 같다.. 유명한 세익스피어의 전언, "진실은 직접 전달되어야 한다"ㅡㅡ;; ), 결론에서 와서 배트맨의 진실은 고담시민에게 전달되지 못한다(물론 이건 영웅드라마의 상투형이다),  

이 전달자와 매개 사이에서, 그 관계 속에서 진실 전해지지 못한채로 유보된다. 물론 그 유보된 진실 속에서 [다크나이트]는 일견 희망을 발견하고 싶어하는 것도 같다(죄수의 딜레마에 관한 감상적 휴머니즘에 기댄 선실 장면).

이 진실게임의 가장 커다란 피해자는 누구일까? 그건 레이첼(매기 질렌홀 분)이다. 이 대목에서 [다크 나이트]는 무슨 [시라노 드 벨주락]을 연상시키기까지 한다. 그녀의 진실은 살아 있는 배트맨에게는 오해를 남기고, 그 진실을 전해받은 투페이스는 그 진실에 더 이상 대답할 수 없다.
이건 정말 식상하지만, 슬픈 아이러니다.

추.
음악은 최고다.
하기는 한스 짐머와 제임스 뉴튼 하워드, 그야말로 헐리웃 최고가 듀엣으로 달라붙었으니..
(참조 페이지 : http://www.thedarkknightscore.com/ )

* 관련 추천
The Dark Knight (2008) : Why So Serious? (muzeholic)

* 참조
[게임이론] 죄수의 딜레마 (꿈으로 사는 아이)
구글링했더니만, 리포트월드류 글만 상위에 검색되서(그리고 한글 위키피디아의 설명도 좀 사전적 정의에 머무르는 것 같아서) 짜증이 나던 판에, 이런 좋은 글을 발견했네요. 일독 강하게 권합니다. : )



블랙맘바님께서 다음과 같은 논평을 주셨습니다.

민노씨님의 글을 읽고 느낀게 있어 네이버블로그를 접고 개인형블로그를 한번 운영해보려고 하는데 혹시 올블로그도 포털사이트인가요? 제가 아는체 떠들어도 사실 컴맹에 가깝거든요. 처음부터 개인형블로그는 조금 힘들것 같고, 올블로그 같이 비교적 자유로운 느낌의 블로그부터 시작해보려고 하는데 어떡해야 할지 고민이 되네요.
- 블랙맘바, 시스템 종속성과 파워블로거, 그리고 블로그파워에 남긴 논평


이에 간단히 설명드립니다. (답글창에서 쓰기엔 좀 길어질 것 같아서요... : ) 올블은 구체적인 블로그툴을 제공하는 (가입형이나, 설치형) 블로그가 아닙니다. ^ ^; 올블로그는 블로그에서 생산된 글(컨텐츠)을 수집하고, 중개하는 매개체죠. 즉, 메타블로그입니다. 블로그는 크게 다음과 같이 분류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블로그 콘텐츠 생산
여기에는 기술적으로 거의 공통으로 글을 쓰는 도구들(워드 편집기)와 링크 및 트랙백이 가능하고, RSS가 지원됩니다.
1) 가입형 블로그(서비스형 블로그) : 협의의 블로그서비스
ㄱ. 네이버, 다음, 엠파스 같은 포털 블로그, 각종 언론사닷컴의 블로그, 이글루스와 블로그 등이 있습니다.
ㄴ. 티스토리(원칙적으론 가입형 블로그) : 다만 기존의 가입형 블로그와 비교한다면 독립성(독립 도메인 설정 가능)과 자유도(스킨설정 및 사이드바 코드입력)등에서 차별성을 갖고 있습니다. 태태앤미디어에서 제작된 '태터툴즈'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다음에 완전히 매각되었죠. 즉 다음블로그와 구별되는 다음 소유의 가입형 블로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티스토리와 유사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텍스트큐브닷컴'이 시험 가동중입니다.

2) 설치형 블로그 (독립형 블로그)
: 말씀하신 "개인형 블로그"는 이 형태에 가장 가까울 듯 싶습니다. 설치형 블로그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다음 두 가지가 물리적으로 필요합니다.
- 서버공간 임대 : 물론 자기 스스로 서버를 구입해서 운영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호스팅업체(비누넷, 까페24 같은)와 계약해서 자신이 웹상에 구축할 물리적인 공간을 확보해야 합니다.
- 툴 : 설치형 블로그는 말 그대로 스스로 설치해야 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그렇게 어려운 건 전혀 아닙니다. 대체로 (무료인) 프로그램을 다운받아서, 간략하게 제공되는 메뉴얼(주로 그 설치형 블로그를 만드는 곳에서 제공하겠죠. 가령 텍스트큐브나 워드프레스, 무버블타입..등등)에 따라 자신의 서버공간에 설치하면 됩니다. 우리나라 독립형 블로거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국산 블로그툴은 아무래도 텍스트큐브(태터툴즈에서 진화한)이고, 외국산 블로그툴은 워드프레스인 것 같습니다.

2. 블로그 콘텐츠의 중개 및 유통 : 메타블로그   
물론 블로그는 그 자체로 콘텐츠의 중개자이자 매개자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링크를 통해서 가능하죠. 블로그는 그 자체로 궁극의 메타라고 저는 평가합니다. 하지만 이런 역할을 전문적으로 하는 블로그 서비스들이 있는데요. 이것이 이른바 '메타'블로그라고 불리는 존재들입니다. 우리나라의 전문 메타블로그는 올블이 대표적이고, 원조 메타블로그로 새롭게 재출범한 블로그코리아가 있습니다. 그 밖에도 믹시라는 서비스도 최근 각광을 받고 있고, 뉴스로그(이건 어떻게 되었는지.. ㅡ.ㅡ; ), 다음 블로거뉴스 등등이 있죠.

메타블로그는 자신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곳이 아니라, 자신이 자신의 블로그에서 생산한 글을 '내보내는' 곳입니다. 이곳은 비유적으로 보면 '장터'라고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자신이 아무리 좋은 글을 생산을 해도 그 글을 읽어줄 사람이 없으면 공개한(발행한) 큰 보람을 갖기 어렵죠. 그래서 블로거(콘텐츠 생산자)를 독자들(콘텐츠 소비자)에게 이어주는 역할을 할 존재가 필요한데요. 그 역할을 메타블로그에서 도맡아 합니다. 그리고 콘텐츠 생산자와 소비자, 블로거와 독자는 유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블로거 그 자체가 가장 적극적인 독자이기도 하구요.

3. 광의의 메타 : 검색엔진
광의의 메타사이트라면 당연코 검색사이트를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 점점 더 게시판 위주(각종 언론사닷컴들, 흔히 홈피라고 불리는 제로보드 기반 사이트와 각종 포털 까페들)의 콘텐츠 생산툴에서 탈피해서 블로그에 기반한 콘텐츠 생산경향이 가속화되고 있는데요.

광활한 웹콘텐츠를 제대로 찾기 위해서는 위에서 말한 전문화된 메타블로그만으로는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검색엔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데요. 솔직히 우리나라 넘버원이라는 네이버의 검색엔진은 이걸 검색엔진으로 불러야 하는지 조차도 아리까한 저질스런 검색품질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검색정책은 '가두리양식'이라고 불러야 할텐데요. 다음 두 가지를 통해 특징지을 수 있겠죠.

1) 구글과 네이버 
가장 객관적인 검색엔진으로 알려진 구글의 검색엔진에서는 네이버블로그가 검색조차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네이버가 구글이 검색할 수 있는 크롤러를 막아놨기 때문입니다. 접근 할 수 없도록 설정한 것이죠. 이건 정말 검색엔진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행태입니다.

2) 네이버 가두리 양식장과 검색광고 시장
네이버에서 검색하면, 물론 다른 포털도 어느정도는 그런 경향을 갖지만요, 유독 네이버 안에 있는 콘텐츠들(그게 블로그이든 까페이든 지식in이든)만 상위에 올라옵니다. 그래야 네이버 내에서 활동량(트래픽)이 높아지고, 그래야 검색 광고 단가가 올라가니까요.  네이버에서 활동하는 그 무수히 많은 네이버 유저들은 네이버의 정책에 의해 네이버에 갇혀서, 자신의 활동치와 체험치에 대한 마땅한 보상(최소한 소통과 접근의 가능성을 네이버가 확보해주어야 하는데, 이것도 안합니다. 어떤 물리적인 보상을 논하기 이전에 말이죠)도 받지 못하고, 쉽게 말해서 삥뜯기는 구조입니다. 특히 네이버는 삥뜯기의 "최고모델"(아틸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구요.

그래서 네이버는 그 유저들의 활동치를 '검색 광고'와 연계해서 상업적인 이윤(상품구매)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키워드들 (가령 각종의 공산품들, PC, 카메라, MP3, 핸드폰은 물론이고, 각종의 서비스 상품, 금융상품 등등을 나타내는 키워드)을 검색창 최상단에 '스폰서 링크' '파워 링크' 등등의 이름으로 올려서 이윤을 취득하게 됩니다. 그 검색 창 상단에 붙은 링크를 클릭하면 거기에 광고를 맡긴 광고주(기업)은 클릭일 발생할 때마다 네이버에게 돈을 주는거죠. 그 단가가 클릭당 3천원을 호가한다고 합니다(물론 키워드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겠지만요).  

4. 결론은...
글이 좀 길어졌는데요. 블랙맘바님께서 말씀하신 바, "비교적 자유로운 느낌의 블로그부터 시작해"보신다고 하셨는데요. 그렇다면 현재로서는, 가장 추천할만한 블로그 툴은 '티스토리'입니다. 물론 저는 티스토리 역시도 중앙집권적인 시스템 구속력을 강화할 수 밖에는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daum도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기업이니까요). 하지만 현재까지는 그 자유도나 독립성의 차원에서 여전히 큰 매력을 갖는 서비스라는 점을 인정합니다.

그래서 많은 설치형 블로거들이 티스토리로 옮겨가기도 하셨구요. 저도 영화블로그(kino21.com) 툴로는 티스토리를 쓰고 있습니다. 물론 민노씨.네는 가급적 설치형으로 유지하려고 마음 먹고 있지만요. 언젠가 소요유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완전한 '자유'를 위해서는 설치형 블로그로 가셔야 합니다. (그건 그렇고, 요즘 소요유님 왜 이렇게 잠수기간이 기신건지... 궁금합니다... ^ ^;; )

하지만 과도기적으론 티스토리를 쓰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티스토리도 텍스트큐브도 그 기술적인 바탕은 '태터툴즈'에 바탕하고 있기 때문에 테이터의 호환이 가능하니까요. 그러니, 나중에 텍스트큐브로 옮겨타기가 가능합니다. (맞나요? 태터툴즈는 당연히 호환이 되겠지만...텍스트큐브에서도 호환이 되는지 살짝 아리까리..ㅡ.ㅡ; ).

물론 저는 그다지 체험치가 부족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워드프레스라는 오픈소스에 바탕한 블로그툴도 많은 각광을 받고 있고, 제가 좋아하는 블로거들 가운데는 워드프레스 유저들도 꽤 많습니다. 이상 설명이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 ^;


추.
티스토리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초대장이 필요한데요. 저에게 몇 장 남아 있습니다. 블랙맘바님께서 티스토리 초대장을 받기를 원하신다면 비밀댓글로 이메일주소를 알려주세요. 그럼 제가 초대장을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이후 티스토리를 쓰면서 어려운 점이 계시면 언제라도 궁금한 점이나 어려운 점을 물어주세요. 제가 아는 한도에서 조언을 드리겠습니다. : )

* 관련글(네이버)
네이버 검색, 혹은 시체애호증
네이버는 검색엔진인가? [네이버 검색과 시체애호증 2]
포털이 지배하는 웹에서 블로깅하기
네이버 SE 검색과 네이버 "가두리 양식장"


* 관련 추천글 (좀 오래된 글이지만 여전히 음미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네이버의 독점을 말한다 (이정환)
네이버 SE의 형편없는 검색결과  (너바나나)



0. 독자에게 권력을!
이제 정보 생산자가 갖는 중요성만큼이나 정보 소비자가 중요하다. 고전적인 창작권력과 비평권력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독자권력은 점점더 그 중요성을 더해간다. 독자가 적극적으로 자기 권력을 스스로 세우지 못하고, 그 독자권력을 블로거가 지지하지 못한다면, 블로그는 의미있는 대안적 권력으로 자신을 세우기 몹시 어려워진다. 이건  현실의 문제다. 최근 조중동 광고 불매운동에 대한 수구적 정치권력의 히스테리에 가까운 반응들은 그런 의미에서 더욱 반동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1. 아거의 블로그 카테고리에 관한 연재
단순 분류 효과와 블로그의 카테고리 [1] (아거)

흥미로운 연재가 시작되었다. 블로거 아거는 블로그 카테고리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면서, 온라인 서점 주미를 인용한다. 온라인 서점 주미에 대해 아거는 다음과 같은 부분을 가장 먼저 주문한다. 

책의 커버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책방에 들어서면 자주 가는 코너가 있듯이, 가상 서점도 역시 단골 고객들의 기호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게 배려할 필요가 있다.
- 아거, 주미 (Zoomii) 중에서

2.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 

커스터마이징 (Customizing)은 원래 커스터마이즈(customize), 즉 무엇을 주문을 받아서 만들다라는 영어로서 보통 생산업체나 수공업자들이 고객의 요구에 의해서 제품이나 물건을 고객이 원하는대로 만들어 주는 것을 말합니다. 일종의 맞춤 서비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근래에 들어서 이 단어를 많이 사용하게 되는데 IT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개발된 솔루션이나 웹사이트 등을 구입 또는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이 원하는 형태로 재구성 또는 재설계하는 것을 말합니다. [....]

-  팁앤테크 [관련용어] 커스터마이징이란... 중에서

블로그에 한정해서 논의해보자. 블로거의 입장에서는 독자, 특히나 열혈독자의 취향과 욕구를 배려하고, 그들과 대화 가능성을 좀더 확장하려는 노력을 자연스럽게 시도하게 된다. 그렇다면 구체적 방법론으로 블로그(컨텐츠)의 커스터마이징을 고민하지 않으면 안된다. 즉 블로그 커스터마이징은 커뮤니케이션 에너지의 확장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으로써,  전략으로써 고민되어야 한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자신의 권리를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요구라고 말했지만, 그것은 존중을 담은 대화의 형식, 때론 토론의 형식을 통해 구현된다. 아주 단순한 의사표시, "글이 좋습니다" 혹은 "잘 모르겠습니다" "글의 입장에 반대합니다"라는 의사표시는 블로거의 입장에서는 때론 의미없는 반응에 불과할 수 있고, 특히나 부정적인 평가인 경우("글이 뭐 이런가?"라는 반응)에는 심한 불쾌가 수반할 수도 있지만, 현명한 블로거라면 자신과 독자와의 커뮤니케이션 에너지를 확장할 수 있는, 그래서 좀더 효과적인 커스터마이징을 위한 귀한 재료로 삼아야 마땅하다.

3. 대화형 블로그와 주문형 블로그, 그리고 독백형 블로그
나는 블로그는 관계라고 생각한다. 그 관계는 '대화'를 통해서 구체적으로 형상화한다. 결국 블로그는 대화인 셈이다. 그래서 블로그는 대화형으로 발전할 수 밖에 없고, 그것이 블로그를 하는 가장 커다란 의미이며, '대화'는 블로그라는 어쩌면 따분한 '물건'을 그 모든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놀랍고, 흥미로운 생산물들 보다 흥미롭고, 역동적으로 만들어주는 궁극의 에너지라고 생각한다.

블로그는 사적인 공간이면서, 동시에 웹상에 공개된 출판형식을 취한다는 점에서는 어쩔 수 없이 공적인 성격을 갖는다. 그 양자는 블로그의 이중성과 이율배반을 그리고 블로그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블로거의 실존적인 개성과 독자들의 반응이라는 흥미로운 역학들을 매우 즉각적으로, 시시각각 만들어낸다. 블로거의 영원한 숙제인 이 역학들 사이에서의 '실존적이며 지리적인 위치설정'은 그 블로그가 갖는 빛깔과 향기, 질량과 부피에 직접적으로 관계한다.

우리는 독자들의 주문에 따라 그들의 취향에 자신의 개성을 복속시키면서 주문형 블로그가 될 필요는 전혀 없다. 비가시적 독자들의 욕망과 속물근성에만 전적으로 의지하면서 '미끼블로그'가 되라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 하지만 블로거의 개성을 과도하게 주장하면서, 블로그는 전적으로 개인적인 공간이라는 터무니없는 강변을 늘어놓아서도 안된다. 어쩔 수 없이 블로그는, 블로거는 그 양자의 요구들 속에서 다시 자기 자신에게 돌아가 스스로와 대화하게 되고, 그렇게 실존과 자아가 중재하는 갈등과 긴장들 속에서 글을 쓸 수 밖에는 없다. 블로그는 마음껏 독백하고자 하는 욕구와 독자들의 마음에 들고 싶다는 욕구들 사이에서 긴장하지 않을 수 없고, 그 긴장의 크기가 커질수록 블로그의 에너지는 증폭한다.

블로그는 대화해야 한다. 대화함으로써 자신의 독백이 갖는 공적인 성질,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이다'라는 명제의 의미를 그 대화의 풍경 속에서 획득하게 된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독자로서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것도 일종의 대화이며, 복화술로만 중얼거리는 어떤 블로거의 독백도 의미의 전체적인 맥락을 보면 대화의 풍경 속에 있다. 그것이 표현된 독백이라면 그렇다.

모든 것이 대화이긴 하지만 현재 전략적으로, 방법론적으로 가장 필요한 대화의 방식은 좀더 솔직하게 당신이 당신의 시간과 정신적인 노동의 기회비용을 기꺼이 포기하면서 읽고 있는 당신의 블로그들에게 좀더 강하게 '주문'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익명의 악플러도 블로그를 망치지만, 얌전하고, 수줍은 독자들 역시 블로그가 발전에는 큰 보탬이 되지 않는다. 언젠가 CF 카피로 쓰였던 명언(?)처럼 '표현하지 않는다면 사랑이 아니다' 그리고 속담을 빌자면, '입밖으로 꺼내지 않으면 귀신도 모른다.'

나에게 당신이 원하는 무엇이든 주문해달라,
기꺼이 커스터마이징하겠다.

* 발아점
단순 분류 효과와 블로그의 카테고리 [1] (아거)  @ The Blograph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