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에 썼던 글이고, 보존공간 이동 차원입니다. 관련글(#. 140. 141. 142. 이 글은 142)을 함께 옮길 필요(링크)때문에 마지막으로 함께 옮겨오는 겁니다. 이 글에 혹여라도 관심이 생긴 분이 계시다면 위 글들을 함께 읽어주시면 좋겠네요. 현시점에 맞게 보충하고, 추고합니다.


사려깊고, 약간은 괴팍한 블로그 친구 후딘과 2, 3시간 동안 새벽통화를 한 적 있었다.
그 대화를  정리한게 [대중 VS 시민, 블로그 민주주의]란 글이다.
거기에서 누락한 대목이 있는데, 그건 '게임'이다.
이 글은 게임에 관한 글이다.

나는 21세기형 사구체 논쟁, 혹은 그 논의가 고답적인 사회과학자들의 '세미나'형 담론들, 아카데믹한 추상론으로 흘러서는 그다지 '현실 적합성'을 얻을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나는 '게임' '미디어' '영화' 등 소위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관한 논의야 말로 21세기적인 사구체논쟁의 중심에 선 하위 주제들이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우리 삶에 피부처럼 와닿아 있는 문제들이고, 이런 것들을 매개로 해야만 그 실천적인 방법론의 차원에서 좀더 큰 효용을 갖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 [NL? PD? 주사파?] 중에서


1. 시민과 대중, 그리고 삼성공화국

후딘과의 대화로 돌아가서, 후딘은 집단으로서의 사회성원을 '시민'과 '대중'으로 나눠서 평가했다.
모든 존재들이 그런 것처럼 우리에게는 쉽게 배반가능한 이율적인 존재가치가 한 몸에 혼재되어 있다.

대중은 자신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진 존재인지도 모르는 바보이다. 그들은 조종받고 있으며, 기꺼이 순응적으로 마취당하기를 원한다. 그 대중은 물론 당신과 나, 그리고 후딘, 그러니 우리 모두다. 우리는 주체적인 역량을 가진 시민이면서, 동시에 그렇게 대중이다. 우리는 각종의 담론공장들(가령 기만적 담론생산집단으로서의 '조선일보')과 복잡하게 엉켜진 시스템의 포로, 어떤 상품마케팅의 목적이면서, 어떤 권력이 스스로를 세우기 위해 들러리로 내세우는 추상명사, 어떤 숫자들, 실체없는 허수아비, 그러니 대중이다.

이제 자본주의 제1권력은 정치권력이 아니라, 자본권력이다. 고전인 제1권력인 정치권력은 물론이고, 입법, 사법, 행정권력은 자본권력에게 기생하는 '형식적 권력기구'로 전락하고 있다고 나는 거칠게 감촉한다. 그걸 상징하는 자본권력은, 우리나라로 치자면 물론, '삼성'이다.

이상호 기자는 "대한민국은 삼성 독재 치하에 있는 형식상의 민주주의. . .  "라 고 말했다. 그 수사가 과장이든 아니든, 최소한 삼성에 대해서는 우리는 완전하게 '능동적인' 포로다. 삼성공화국, 삼성의 감미로운 독재 치하에서 우리는 '무노조'를 전통으로 인정하고, 삼성 SDI 노조설립운동의 그 반인권적인 행태와 쓰라린 패배에 무관심하다. 우리에게 주어진 건 다만 열광하고, 찬미하는 의무뿐. 삼성의 성공을 우리의 성공으로 착각하면서, 흐뭇한 포만감, 내가 부자된 것 같은 그 사이비 민족주의에의 포만감을 느끼면 그 뿐이다.


2. 비판권력으로서의 언론

언론이라는 또 다른 권력기구가 남아 있다.
언론은 사회를 감시하고, 사회공동체가 추구해야 할 지향점을 제시하며, 또 그 사회가 건강해지기 위해서 무엇을 토론해야 하는지,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 제시(의제설정 기능)해야 한다.
언론이 권력이라면, 그건 권력을 해체하기 위한 권력이면서, 그 권력 작용을 감시하기 위한 권력이다.
언론은 항상 비판권력일 때 그 의미를 갖는다.

그런데 비극은 이런 비판권력으로서의 언론권력이 실질적으로 붕괴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에서 비판권력으로서 자신의 본분을 수행하는 언론은 점차로 위축되고 있다. 저마다 스스로 폐쇄적으로 권력화하고, 관료화했다. 그들 역시 자본권력의 포로일 뿐이며, 스스로 권력일 뿐이다. 희망을 걸어야 하는 언론들은 무기력과 무능과 현실적인 전략부재가 위험한 수준이다. 쉽게 말해서 생존조차 위태로운 지경이다.

그렇다면 자본주의적 가치를 추상적으로 위장하기 위한 민주주의, 그 형식적인 민주주의를 거절하고, 스스로의 실존적인 육성을 담아 낼 수 있는 실체적인 민주주의, 참여 민주주의의 미래는 암울하다.

그런데 불현듯 기술의 진보는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내고, 그 형식은 새로운 '빛'을 우리에게 가져오니, 내가 보기에 그 '빛'은 블로그다. 블로그 민주주의, 블로기즘을 통해 시민으로의 자각과 놀이와 즐거운 학습은 얼마든지 다양하게 가능할 수 있다고 나는 기대한다.


3. 게임과 블로그 민주주의

다시 후딘에게 돌아가면, 나는 블로그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그 희망을 이야기했다.
후딘에게 돌아온 말은 부정적이었다.
대답은 간단했다.

"게임 때문에 안돼..."

이건 진짜 게임이다.
스타크래프트와 리니지와 플레이스테이션과 엑스박스... 이런 게임 말이다.
그 게임에 쏟아야 하는 시간과 정력 때문에, '민주주의 시민으로서 참여 기회' '학습 기회'는 사라진다. 여기서 '게임'은 실제로 그 게임이면서, 또 상징이다. 그 게임을 '영화' 'TY 드라마' "스포츠"  그 밖의 모든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풍경들로 바꿔도 상관없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추리'를 게임으로 만들면 어떨까? (출처 : 오마이뉴스)

하지만 나는 여기서 가능성을 본다.
블로그는 '일종의 게임'이다.
그건 자기 실존을 투사하는 게임이면서, 다른 블로거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또 그 반응들에 복잡다단하게 다시 반응하는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게임'인거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유희적이다.  

게임 그 자체에 대해, 좀더 진지하게 접근할 수 있다면, 그래서 게임을 통해서 민주주의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참여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그게 그저 고민이 아니라, 즐거운 '놀이' 일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 여기에서의 '게임' 역시 비유적인 하나의 상징일 뿐이다.

위(Wii)는 이제 고전적인 게임 패러다임, 관습에 '혁신'을 가져오고 있다.
이 게임기가 등장하면서 게임기 육체는 '손가락'에서 '팔'로, 온몸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제 게임 영역(정신)을 단순한 흥미에서 '사회'와 '정치'와 '언론'과 '시민사회'로 이동시킬 차례다.

나는 스타크래프트가 리니지가 그저 '신화'와 '공상과학'의 단편적인 전략 시뮬레이션이 아니라, 그 사회의 제도와 정치와 시시각각 변화하는 사회의 복잡한 이슈들, 사건들을 '게임'을 통해 학습할 수 있는 훌륭한 '민주적 장치'들로 기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본다. 그것은 충분히 실현가능한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전망한다.
21세기적 혁명가는 게임을 통해 등장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게임 중 하나는 '블로그'라는 게임이며,
그런 날이 온다면,
우리 블로거들은 그 혁명의 가장 충실한 동지들일 것이다.





* 발아점
아거
3등의 반란: 위(Wii), 핵심역량인가 이노베이션인가? [연재 1]
http://gatorlog.com/?p=626

닌텐도 위(Wii) : 핵심역량인가 이노베이션인가? [연재 2]
http://gatorlog.com/?p=628



* 확장
cansmile, 게임같은 블로깅, 블로기즘
http://cansmile.tistory.com/375


2007/07/15 04:15 2007/07/15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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