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안-전원책 이슈가 이렇게 거듭 포스팅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조금은 회의적이지만, 그 의미가 아주 없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간단하게 포스팅합니다.


1. 전체 토론 보고 나서

전체토론 보고 이야기하자. 라는 의견이 많은 것 같다. 아니 많지는 않고, 많아지는 것 같다. 환영할 만한 입장이다. 당연히 찬성. 나 역시 이안-전원책 이슈를 포스팅한 블로거로서, 의무감 때문에(솔직히 2차 자료를 통해 대충은 살펴봤지만) 그 전체토론 두 번 봤다. 결론은, 이안씨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랬던 기대와는 달리, 오히려 이안씨 행동이 더 이해되지 않더라.
그게 내 솔직한 심정이다.

그렇다고 전원책이 잘했다는 거 아니다.
전원책도 오한숙희도 피장파장인 것 같다.
그런니까 토론 전반에 대해서는 딱히 언급하고 싶지 않다.
중구난방에 서로에 대한 감정적인 적대감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한심한 토론이라고 평가한다.
서로 자기만 옳다고 우기고, 상대편 이해할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는데 무슨 토론이 되나.

일례.
전원책씨는 뜬금없이 여성부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한숙희씨는 답답하다면서 방청객에게 "답답하지 않나요?"라고 선동(?)하고(그 이름도 유명한 오류인 '감정에의 호소'다). 이게 무슨 토론인가? 토론 참석자(물론 사회자 포함) 모두가 조금씩 책임이 있다고 본다. 이런 한심한 토론도 정말 오랜만이다.

초점은 그 문제의 이안 발언이다.
이 문제에 대해 좀더 살펴보자.


2. 부분과 전체, 이미지와 내용.

토론과 관련, 문제가 되는 것은 '이안 발언'(유튜브를 통해 유포된 그 20초짜리 동영상)이 전체 맥락 속에서 얼마나 '이해'할 만한 여지가 있는가에 있지, 이안 발언이 토론 맥락을 통해 '정당화'될 수 있는가가 있지 않다. 나는 그렇게 판단한다.

아무리 그 부분만이 편집되어 유포되었고, 또 그 부분만이 토론 맥락과 동떨어져(그런데 이번 사안의 경우에 이게 얼마나 가능한지는 난 잘 모르겠다), 이안으로선 다소 억울하게, 과도한 비판을 받고 있더라도, 난 그 '부분'과 그 '이미지'만으로 얻은 정보만으로도 충분히 공적으로 비판할 만한 재료라고 판단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보니, 더욱 그렇다는 의미다. 즉, 그 '20초 유튜브 동영상'이 갖는 맥락은, 누구나 상식적으로 예상할 수 있었던 맥락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은 것 같다는 말이다.

그 상황은

ㄱ. 전원책이 가부장주의 옹호 발언 하고,
ㄴ. 이를 오숙희 이안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고,
ㄷ. 이를 반박하기 위해(이게 반박이 될리 만무하지만) 이안이 논제와는 상관없는, 상관없어야 하는 전원책 개인 일신상 조건을 끌여들어 인신공격(비아냥?)한거다.

이게 그 맥락이다.

강조하지만..
전원책 좋아해서 전원책 옳고, 이안 틀렸다. (혹은 그 역)
좋으니까 옳고, 싫으니까 틀렸다.
거기에 더해 나는 옳으니까 옳다.
이게 독재다.
독재는 비이성과 동어반복을 그 기본 메카니즘으로 하니까.

하나 더 강조하자.
설령 전원책이 정말 사이코 같은 행동을 했다고 치자.
정말 개마초 발언으로 일관했다고 치자.
그러면 이안 발언은 '정당화'되나?
이안은 억울한 누명 쓴게 되나?

이건 너도 반칙했으니까, 나도 반칙해도 된다는 것과 같다.
니가 야만이니까, 나도 야만해야지와 쌤쌤이다.
이런 논리에 대해서는 언급할 가치 없다고 본다.

전원책이 그 토론에서 보여준 발언과 태도가 옳지 않기 때문에, 이안이 정당화되는건 전혀 아니다.
이런 경우에는 그 전원책의 태도가 왜, 무엇 때문에, 어떻게 잘못인지를 비판하면 그만이다.
그리고 당신이 보기에 이안이 억울하다고 판단한다면, 전원책이 토론에서 보여준 태도와 발언이 갖는 문제를 이안이 보여준 태도와 발언이 갖는 문제와 비교형량해서 제시하면 그만이다. 물론 이안을 비판하는 것과 똑같은 표준으로.

다만 나는 그럴 생각 없다.
간단히 언급하면, 전원책이 심한 소리 많이 했다는 거 충분히 인정하지만, 적어도 토론주제와의 관련성이라는 표준으로 판단하건대, 그 범위에서 크게 일탈하지는 않았다고 본다. 즉 토론이 허용할 수 있는 '한계' 안에 있다고 나는 본다. 오숙희씨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안 경우엔 다르다.
양자를 냉정하게 비교형량해도 이안씨 발언은 그다지 이해될 측면이 크지 않다고 나는 평가한다.
이안씨 사과문에서 아쉬운 부분은 이 부분이다.
이건 이쯤하자. ㅡㅡ;

좀더 솔직히 말하면, 오숙희씨 억지나 이안씨 어처구니를 보면(특히나 토론 내내 알 수 없는 웃음소리, 낄낄, 히히.. 하는 태도에 대해서는 왜 저러나 싶다), 전원책 마초 발언들은 그다지 놀라운 수준도 아니다. 그리고 이안씨 문제 발언(전체 토론의 41분 쯤에 등장하는) 이후 전원책씨 태도는 오히려 내가 미안한 마음이 생기더라. 나라면 정말 화나서 토론진행이 힘들었을 것 같다. 왜냐하면 그건 나를 모욕한 것 뿐만 아니라, 내 배우자를 아프게 한 거 아닌가?

이걸 이안이 알았네, 몰랐네..
이러는 건 솔직히 좀 납득할 수 없는게, "애 없습니다", 분명히 이랬는데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다는 건지 모르겠다. 토론과 전혀 상관없는 자기 사생활, 가족사 고백하고 토론 시작할까?

각설하고...
부분은 전체 맥락을 통해 그 의미가 적극적으로 변화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미지는 때론 그 실체적인 진실을 위장하는 화장과 둔갑술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때로는 이미지와 부분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진실과 본질요소가 드러나기도 하며, 또 그것이 단순히 이미지이고, 또 부분이기 때문에 거짓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좀더 적극적으로 해석하자면, 이미지 그 자체가 이미 메시지이자, 본질요소의 일부다.

(짧게 쓰려고 했는데 계속 길어지네.. ㅡㅡ; )


3. 이슈의 생성과 소비, 그 순환과정

이안씨가 정식으로 사과문 발표했다.
이것까지 물고 늘어질 생각 없다.
물론 그 사과문을 분석할 생각도 없고, 그럴 만큼 관심이 생기지도 않는다. 솔직히 그렇다. 다만 그게 진심이기를 소박하게 바랄 뿐이다(솔직히 그 사과문도 부분적으로, "뭐지?" 하게 하는 부분 없지 않다. 개인적으론. 이건 정말 이쯤하자).

내가 정말 궁금한 건 이런 '이슈'에 관심을 갖는 많은 사람들이다.
왜 사람들은 이런 이슈에 관심을 갖나?

그건 뻔하다.  
이건 자극적이고, 세속적인 이슈다. 쉽게 말해 재밌는 이슈다. ㅡㅡ;
여기에는 여자/남자, 구세대/신세대, 마초/페미, 권위/탈권위.. 온갖 흥미를 유도하는 미끼들이 내포되어 있다. 좀더 풀면, 여기에는 남성 대변자(?)로 떠오른(?) 전원책이라는 표상에 대한 호감과 소위 '꼴페미'라고 비하되는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이 내포되어 있고, 그 역으로 마초에 대한 불편한 선입견과 페미니즘에 대한 옹호적 감정이 내포되어 있다. 그러니 나름 정치적 함의를 갖는 이슈라고 나는 평가한다.

그런데 내가 관심을 갖는 건, 최소한 이 글에서 관심을 갖는 건, 그 토론을 둘러싼 권력관계, 역학, 입장 및 당파성이 아니라, 다수가 이슈에 접근하는 태도, 그리고 이런 이슈가 생산되고, 유포되고, 확대재생산하는 과정,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이 순환하고 나서 생겨나는 의미다. 그건 뭔가?

나를 포함한 누리꾼, 블로거, 시민 안에 자리한 그 의식의 풍경들이 나는 궁금하다.
이 이슈에 대해 발언하고, 토론하고, 화내고, 찌질대고, 욕하고, 미워하고, 증오하고, 옹호하고, 반대하고, 비난하고, 비판하고... 이 모든 과정이 끝난 뒤에 그들은, 우리들은 무엇을 얻었나?  


4. 마녀사냥 원정대 - 포퓰리즘과 참여적 가치

흔히 냄비근성과 포퓰리즘이 결합해서 마녀사냥 원정대가 구성된다.

이에 대해 많은 이들이 우려한다.
이안씨 사건 경우도 마찬가지다.
나 역시 우려를 함께 한다.
어떤 블로거께서 말씀하신대로, 좀 적당히 하자.
반복되는 논리지만, 이안 개인을 인신공격해서 이안에 대한 못마땅함, 파괴적인 감정을 해소하고자 한다면, 당신이 이안을 비판했던 이유를 당신 스스로가 실천하는 셈이다. 누구나 실수는 한다. 이쯤 했으면 되었다고 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Goya

마녀사냥이 악랄한 이유가 뭔고 하니, 이건 어떤 사회적 공적 행위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 어떤 이슈, 그 모순(문제)을, 그 모순이 만들어진 시스템(구조적 원인)에 대한 비판을 거세시키고, 그 행위자에 대해 일방적인 증오를 쏟음으로써 그것을 대리적으로 만족시킨다는 점에 있다. 거기에는 이성적 회의와 비판작용이 있지 않고, 일방적인 증오만이 그것을 대신한다.

그러니까 사회적 구조적 모순에 대해서는 눈을 감게 하고, 그 모순이 갖게 한 억압들, 불만들을 한 인간에게 모두 투사하게 된다. 그럼으로써, 그 인간은 다수의 야만적 폭력을 만족시키는 희생양이 된다. 그런데 결국 그 인간의 '행위'를 만들어낸 시스템, 구조적 모순, 구조로서의 관습, 행위 안에 내재한 사고패턴은 다수에게 다시 온존하게 되는 '헛짓거리'가 되는 셈이다.

다만 포퓰리즘이라는 이름으로 마땅히 권장되어야 하는 사회적인 관심, 그 참여적 가치가 폄하되는 일이 있어서도 안된다. 솔직하고, 책임있는 의사표명이라면 이를 단순히 포퓰리즘으로 폄하해서는 안될 것이다.

나는 아무리 자극적이고, 세속적인 이슈라고 하더라도, 그 이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발언하고, 또 대화한다는 것 자체에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믿는다. 이는 일상적인 차원에서 민주적 시민으로서의 기본 소양이 되는 토론과 대화를 학습하고, 또 그 자체로 즐거운 유희가 되니까.

이런 '토론과 참여의 일상적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은 인터넷과 블로그다. 나는 그 유기적인 메카니즘이야 말로 충분히 정치적인 잠재력을 함축하고 있다고 믿는다. 물론 우리가 주의해야 하는 건 스스로를 '마녀사냥 원정대' 일원이 되어 억울린 감정을 파괴적으로 소모하는 일일테다.

글이 너무 길어졌다.  
마무리 하련다.
책임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이슈에 참여하자.
다만 제발 '마녀사냥 원정대'가 되지는 말자.





"나의 가치를 지향하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자신의 신념과 반대되는 가치를 이해하고 그것의 장점을 받아들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반면에 상대를 악으로 규정하고 자신을 선으로 규정하는 것은 언제나 쉬운 일이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 jinny, [중도] 중에서  






p.s.
이안씨 사과문과 전체토론 동영상 링크는 의도적으로 게시 혹은 링크 설정하지 않습니다.
혹 궁금하신 분은 아래 추천글을 참조해주세요(사과문 경우).




* 관련 추천글
푸른가을, 포퓰리즘이 만들어낸 '비난'은 어떻게 거두어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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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 우리들의 일그러진 현실을 바로보며

    Tracked from 작고 따뜻한 에세이 2007/07/15 09:33 del.

    가끔 고원지대에 풀을 뜯어먹으면서 살아가는 동물들중에 집단자살로 보이는 모습들이 종종 보여진다고 합니다. 초원이 끝나는 절벽같은 곳에 집단적으로 동물들이 뛰어내리는 현상들이 목격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동물학자들이 이와 같은 현상들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결과 동물학자들은 이런 현상이 자살의 징후가 아니라 맹목적질주(Blind Rush)라고 결론 짓습니다. 원인은 최초 풀을 뜯으며 이동중인 동물들이 앞서가는 동물보다 더많은 풀을 뜯기 위해 달리기..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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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니 2007/07/15 10:37

    3번 내용에 공감합니다. ㅡㅡ;; 저 같으면 그냥 '쟤 왜 저렇게 생각없이 말을 하냐? ㅡㅡ+ ' 하고 한 번 속으로 비난하고 그냥 잊어버립니다. 크게 저 사람한테 관심없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왜 저런 거에 열을 올려대는지 사실 이해하기가....ㅡㅡ;;;;;;; 그래서 어쩌다 본 짧은 youtube 동영상 이외에 다른 건 하나도 보지 않았습니다만..
    그냥 '아웃 오브 안중' 이라고나 할까요..ㅡㅡ;;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7/07/15 21:06

      아웃 오브 안중이라는 말이 있군요. : )
      관심없다는 말인가보죠?
      ㅎㅎ

  2. 그럭저럭 2007/07/15 15:38

    그저 안타까울뿐입니다.
    네X버 만 가더라도 마녀사냥 원정대가 널려있으니 말입니다.
    그중에서 원본을 본 사람이 몇명이나 되는지, 또 그걸 알더라도 신경쓸 사람이 얼마나 될지.

    뭐....확실히 마녀사냥이 즐거워서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서도.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7/07/15 21:07

      네 그런 경향이 강한 것 같습니다.
      그 안타까움에 공감합니다.

  3. 초록불 2007/07/15 20:38

    트랙백 주셔서 와봤습니다. 전원책 변호사에 대한 부분에는 전혀 동의할 수 없군요. 전원책 변호사에 대해서 그렇게 관대하게 바라본다면, 이안에 대해서도 그만큼 관대하게 바라보아야 될 것 같습니다. 결론은 저와 흡사하지만, 과정에 이르는 길은 전혀 다르므로, 민노씨와 저는 서로 가치관이 상당히 다른 사람일 것 같습니다. 아무튼 글 잘 읽었습니다.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7/07/15 21:12

      반갑습니다. : )
      그리고 이렇게 직접 논평 주시니 고맙네요.
      양자의 잘못이나 오류 때문에 그 오류들이 서로 소거되어 '쌤쌤'이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하고, 저로서는 이안씨의 경우에는 그 비난가능성이 현저히 크다는 입장입니다.

      물론 여기에 제 개인적인 선입견이 주관이 개입했을 수도 있다고는 생각하지만요. 솔직히 그렇게 생각되서요.

      다만 텍스트 하나 만으로 가치관까지 논하는 건.. ^ ^;;
      사람이 오죽이나 복잡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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