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 PD? 주사파? - 이념과 현실의 간극

2007/07/14 15:02
#.예전에 썼던 글을 보관 차원에서 이동합니다. 글 부피를 줄이는 방향에서 추고합니다.

소위 진보라고 불리는 많은 오피니언 리더들의 상당수가 '주사파'가 갖는 그 상황 상황마다의 '선택'에 대해서 굉장히 비판적인 인식을 갖고 있고, 그렇게 발언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령 과거(?) 민주노동당 안의 NL, 특히 주사파에 대한 비판은 상당한 수준이었다고 안다.

그 비판은 주사파가 갖는 논리적인 정당성에 대한 학술적 고민의 소산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주사파가 갖는 '맹목적 교조주의'가 '진보세력'의 외연을 '좁히는' 쪽으로 기능한다는 현실적인 안타까움, 현실적인 정세판단이 그 비판이 갖는 핵심이라고 나는 본다. 현실적 고민과 동떨어진 '소아적 당파성에 함몰된 관념적인 고민'이라는 거지. 


쉽게 생각하자.
어떤 사회 변혁도 소수의 당파적 순결성만으로 성취될 수 없다. 시민과 대중(이 양자의 성격은 분리되어 고찰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이 함께 할 때 가능한 것이라는 그 자명한 이치를 생각해본다면, 극단적인 이론적 순결성, 그 교조주의적인 운동형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Goya

좀 노골적으로 말하자.
가령 과거 북핵사태와 관련한 민노당의 어수선함, 그 우왕좌왕을 평범한 일반시민들이 어떻게 바라볼까? '아직도 저런 이론타령인가..' 일  것으로 나는 판단한다. 솔직히 다수 평범한 시민들이 그 이론을 '학습'한다고 해서, 그 사회에 관한 태도나 정치적인 관점을 바꿀 것 같지도 않다. 물론 공부할 생각도 없겠지만. 재밌는 드라마 보기도 바빠죽겠는데 재미 하나 없는 이념 학습, 정치 학습에 관심이 생길까?

80년대 소위 '사구체논쟁'(*주 : 한국사회 정체성 논의. NL 민족민주반봉건. 남한의 특수한 역사성을 강조한 입장 / PD 민중민주반독재. 계급투쟁 관점을 강조한 입장. 그 다수설로서의 결론은 소위 '신식국독자', 즉 신식민지 국가독점 자본주의, 라고 얼핏 기억한다)은 정말 큰 의미가 있었던 논의였고, 이를 통해 많은 청년들이, 시민들이 사회비판적 안목을 갖출 수 있었다고 본다. 인정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아직도 NL과 PD가 의미있나를 생각해보면..
나로선 회의적이다.

이는 소위 진보적 지식인들의 '지적유희'에 가깝지 않나 싶은거다. 거기에 공감하는 '시민, 민중, 대중'이 그다지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이다. 그 논의에 시민들이 대중들이 참여할 수 없다면, 그게 어떤 의미인가? 어떤 의미를 획득할 수 있는가? 관념적인 유희, 과거에 대한 향수, 교조주의적 관성에 젖은 자동반복적인 패턴에 불과하지는 않을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단순하다.
나는 '게임' '영화' '미디어' 등 소위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관한 논의야 말로 21세기적인 사구체논쟁의 중심에 선 하위 주제들이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우리 삶에 피부처럼 와닿아 있는 문제들이고, 이런 것들을 매개로 해야만 그 실천적인 방법론 차원에서 좀더 큰 효용을 갖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게 삶이란
약지 손가락에서 간신히 반짝이는
작은 다이아몬드를 지키기위해
매달 부어야하는 상환원리금이다.

- 겨울종소리, '삶이란' 중에서






* 발아점
안수찬, 21세기적 ‘사회구성체’ 논쟁 불지핀다 (2005.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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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창으로 순간 이동!
  1. 박형준 2007/07/15 12:30

    ㅋㅋㅋ 진보누리에서 활동할 때 모 유저가 민노당에 대해 호칭한게 참 재밌었죠.

    '공중부양 좌파', 혹은 '창호지 좌파'.

    그리고 제가 아는 분 표현도 만만치 않았던..

    "3%(민노당 지지율) 주제에 지X하고 자빠졌다"

    '창호지 좌파론' 주창한 분은 진보누리나 민노당 주류들하고 사이가 굉장히 안좋던 유저였는데, 전 그 부분이 일면 맘에 들어서 진보누리 내의 진중권 빠돌이들이 댓글에서 멀티아이디로 테러질하는거 감수하고 친하게 지냈던 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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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07/14 16:28

      ㅎㅎ
      형준군, 오늘은 데이트 안하나요? : )

  2. scolion 2007/07/14 17:44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자주 찾아 와야 할 곳이란 생각이 드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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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07/14 18:16

      반가운 인사 남겨주셨네요.
      고맙습니다.
      종종 뵙기를 바래요.
      좋은 주말 되세요. : )

  3. 히피 2007/07/15 20:07

    글쎄요... 좌파세력이 주사파를 비판하는 게 주사파가 너무 교조적이어서 진보의 외연을 좁혀서 그렇다니요? 주사파에 대한 비판이 지금 무슨 의미가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세상이 변했지만 아직도 민주노동당 내에서 시대착오적인 발언들을 해대는 구주사파(정말 아직도 주사파는 아니라고 믿고 싶습니다)를 생각하면 한 마디는 하고 넘어가야겠습니다. 정말 단순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것은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라는 구호와 우리 민족 자주 만만세는 정반대의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너무 교조적인 것은 오히려 좌파가 더 심하다고 할 수 있죠. 주사파는 좌파가 아니라 우파 중에서도 파시즘과 통하는 세력입니다. 좀 횡설수설했는데요 의미는 전달됐으리라 봅니다. 좀 무례했나요? 그런 뜻은 전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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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07/15 21:17

      아닙니다.
      의견이야 서로 다를 수 있죠. : )

      다만 궁금한 것이 있는데요. 주사파가 우파라는 것은 '민족'을 강조하기 때문에 그렇게 말씀하시는건지요?
      그리고 교조적이라는 '좌파'는 어떤 좌파를 말씀하시는 건지.. 좌파 전체를 추상적으로 지시하시는 건지, 아니면 좌파의 스펙트럼에서 어떤 지점을 특정하신 건지 살짝 궁금하네요.

  4. 히피 2007/07/16 07:48

    예.. 저는 민족주의에는 좌파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민족주의는 근본적으로 우파의 이데올로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주사파는 그야말로 만나서는 안 되는 두 조류가 만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공산주위와 민족주위라뇨? 뭐 둘 다 파시즘적인 특징이 있으니까 어울리기는 하네요. 그래서 우파라는 겁니다.
    그리고 좌파가 다 교조적이라는 것이 아니라 주사파에 비하면 더 교조적인 것은 좌파다 그런 의미입니다. 제가 말한 좌파는 전체를 추상적으로 가리킨 것 맞습니다. 좌파아닌 우파의 이데올로기를 갖고 있는 주사파같은 세력을 제외하고 말이죠. 좌파의 넓은 스펙트럼 전체를 가리킨 것입니다.
    글 잘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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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07/16 08:35

      아.. 그런 취지셨군요.
      제 추측이 대충 맞았네요. : )
      친절한 설명 고맙습니다.

  5. 히피 2007/07/16 16:58

    이미 써놓은 글을 트랙백 거는 방법에 대해 알아냈습니다만 글 수정하기에서 하는 방법인데 이 방법 외에는 없나요?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 연습 중인 블로그라서 볼 것도 없고... 앞으로도 많은 지도편달 부탁드립니다. 지금은 사진을 올리는 법을 연구 중인데 잘 모르겠네요. ㅠ.ㅠ
    저는 이글루스를 사용하고 님은 아닌데 이러한 경우에 제가 댓글을 달면 님은, 또는 제 댓글을 읽은 사람은 제 블로그에 어떻게 찾아올 수 있나요?
    블로깅 질문을 엉뚱한 데에다 하는 것 같아서 죄송합니다만 블로깅의 의사소통 방법으로서의 중요성을 강조하시는 분이시니까^^ 염치불구하고 질문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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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07/16 17:07

      히피님 블로그 주소가 http://leftlawyer.egloos.com/ 맞죠?
      댓글란에 주소를 남기지 않으셔서.. : )
      맞는 것으로 알고 거기에 가서 설명드릴게요.

      그런데 제가 이글루스 유저가 아니라서.. ^ ^;;
      일단 연습용으로 개설하고 계속 방치했던 제 이글루가 아직 있나 모르겠네요. 거기에 연습해보고 알려드릴게요.

  6. 비밀방문자 2007/07/16 17:40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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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07/16 17:50

      별말씀을요.
      곧 보내드릴게요.

      p.s.
      저는 블로그 저널리즘이라는 표현보다는 '블로기즘'이라는 표현을 선호합니다. 블로그 저널리즘이라는 표현은 왠지 '종속적'이라서요. : )

  7. 열군 2007/08/31 02:56

    좋은 글이어서 제 블로그에 좀 퍼갔는데 괜찮을까요? 물론 출처는 명확히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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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08/31 03:11

      네.
      상관없습니다. : )
      관심과 공감에 제가 오히려 반갑네요.

      p.s.
      다만 시간이 허락하시면
      http://www.minoci.net/94 (스크랩문화에 대한 단상)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8. 김증말 2009/05/25 06:21

    ㅋㅋ nl과 pd가 아직도 뭔지 몰라 - 알아야하는지도 의문스럽지만 아는 걸 가정하에 진행되는 글이 많아서 - 검색해서 들어왔다가 재미난 글을 보네요 ㅋㅋ
    아 마지막 시(?)가 제일 재미나요!!
    근데 '겨울종소리 삶이란'으로 검색을 해보니 시원찮은 결과가 나오네요~~
    어디서 보신건지 ;; 출처를 알 수 있을까요 !! 관련 글들을 보고 싶네요 ㅋㅋ
    정말 재밌는 시네요 !! 잘 보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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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5/26 09:27

      종소리님은 제가 친교하는 블로거벗입니다.

      http://blog.hani.co.kr/jongsori

      위에 있는 시는 예전에 쓰신 것인데요.
      현재는 블로그를 새로 마련하시면서 아쉽게도 사라진 것으로 압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 한방 날려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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