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에 대한 관심이 생긴 계기는 최근 칩거(어서 돌아오길 바랄뿐...)에 들어간 게이터로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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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거,블로기즘 닷 오그 (blogism.org) 도메인을 버린 까닭은 중에서
(당분간 위 링크는 작동하지 않을 것 같다... )


PR을 그저 단순한 기업의 '홍보'활동으로 받아들였던 나로선 "'커뮤니케이션을 매개로 대공중관계'하는 공간"(아거)이라는 PR과 관련한 블로그에 대한 지적은 아름다운 시적 울림마저 느끼게 하는 강렬한 기억이었다.

굳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오늘에서야 발견한 어떤 기분 나쁜 홍보 방명록 때문이다. 노골적인 다이어트 관련 홍보 방명록이라면 차라리 그려려니 하겠다. 그런데 이 홍보 방명록은 제법 머리까지 썼다. 그런데 그게 더 나를 기분 나쁘게 한다. 정말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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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인적으로 TNS라는 업체에 대해 한줄도 아는 바 없고, 이 홍보 업무 담당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어떤 유감도 나에겐 없고, 물론 어떤 호감도 나에게 있을리 만무하다. 그런데 이 홍보글 때문에 정내미가 떨어지고 말았다.

ㄱ. 상품권으로 호객 행위하는 건 그렇다고 치자. 상품, 경품 싫다는 사람 많이 못봤다. 나도 그렇다(물론 이렇게 경품에 환장한 사람 취급 받는 건 기분이 별로 좋지 못하지만). 여기까지는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

ㄴ. 하지만 두번째로 남긴, 호객글을 보고는 정말 실소를 금치 못했다. 이 방명록이 비밀글임에도 불구하고 공개하는 이유는 이 글은 전적으로 '업체의 홍보'만을 위한 글이지, 어떤 개인적인 프라이버시와도 관련이 없는 글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내가 실소를 금치 못한 이유는, 나는 이 업체의 설문은 오늘에야 처음 발견했고, 그래서 당연히 이 설문에 단 한줄도 응한 바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이 설문에 "관심을 가"진 적이 전혀 없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내가 마치 그 설문 응하고 싶어 미치겠을 사람인 것처럼, 브라우저 때문에 설문을 응하지 못한 것처럼 말하고 있다. 무슨 대단한 호의를 베푸는 것 같은 태도다. 그런데 정작 나는 거듭 황당할 뿐이고... 그 의도를 추론하지면, 살짝 머리 쓴 미끼질이다.


나는 PR에 호의적이다.
그것이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최소한의 철학을 가진, 그 철학에 부합하는 실무적인 방법론을 고민한 것이라면 내 관심과 시간을 기꺼이 투자할 생각이 있다.

하지만 이런 싸구려 호객행위, 일방적인 홍보, 거기에 미끼질까지 구사하는 업체의 홍보글을 접하고 나니, 전혀 알지 못하는 이 TNS라는 업체에 대한 불신이 저절로 샘솟는다. "세계적인 정보수집업체"라는 자화자찬도 그렇다. "세계적인 시장조사회사"라면서 IE가 아니면 접근조차 불가능하다는 건... 뭐하자는건가? (나는 브라우저로 주로 FF를 쓴다).

이 정도면 코미디 중에서도 자해 코미디다.




* 추1.
위 방명록을 남긴 ip와 업체명은 필터링 예정이다.
이삼일 동안은 반론권 보장 차원에서 필터링하지 않는다.

* 추2.
처음에는 TNC인줄 알았네. ㅡ.ㅡ;




1.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성함 등). 블로그에 '저널리즘' 폴더를 통해 미디어비평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ㄱ. 민노씨.
ㄴ. 특별한 계기는 없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요. 길게 얘기하면 한도 끝도 없고...

2. 블로그의 미디어비평들은 보수언론을 노골적으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신문의 미디어면이나 방송의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이 표면적으로나마 객관성과 중립성을 표방한 것과 비교됩니다. 주관성은 블로그만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런 주관적인 미디어비평이 비평으로서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떤 가능성이 있나요?

3. 한국 미디어 상호비평(구체적으로 말하면 신문의 미디어면, 방송의 매체비평프로그램)의 현실을 평가해주신다면. (첨부설명: 표면적으로 중립성을 표방하지만 실제로 방송은 보수 신문을, 신문은 방송을 공격하는 전위부대로 비평란, 또는 비평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현실입니다. 스스로에 대한 비평은 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고 있죠.

0) 2번 질문과 3번 질문은 같은 질문입니다. 좀더 정확히는 위 질문들은 그 안에 모순이 있습니다.아무튼 2번과 3번 질문에 대해선 함께 답할까 합니다. 

1) 우선 "블로그 미디어비평은 보수언론을 노골적으로 비판하고 있다"는 명제는 매우 추상적인, 확인되지 않은 명제입니다. 물론 이것을 문제삼을 생각은 없습니다. 직관적으로, 혹은 제 체험치를 통해 관찰한 모습에 대해 말하자면, 저 역시 블로거들, 특히 블로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블로거들 상당수가 보수언론에 대해 비판적이라고 판단하니까요.

하지만 그것은 제가 소위 열혈블로거에 속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고, 제 성향이 소위 (이건 말그대로 소위) 진보파에 속한 블로거이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저는 개인적으로 앤파, 혹은 관계파로 불리면 좋겠는데 말이죠. 농담. 농담유골 : ). 즉, 제 관찰범위가 소위 진보파 블로그에 한정되어 있는 '패턴'을 갖기 때문에 그런 것이고, 대한민국 블로그 전체가 저와 같은 경향성을 갖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우리나라 블로거들의 성향 전부를 '보수언론에 비판적이다'라거나, "블로그 미디어비평은 보수언론을 노골적으로 비판하고 있다"고 획일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따라서 굳이 좀더 정확하게 명제를 수정한다면, '적극적인 블로거들은 대체로 보수언론에 비판적이다'라고 해야 할 것 같네요. 그리고 이것이 질문해주신 취지일 것으로 해석합니다. 그러니 이 전제에서 답하면 이하와 같습니다.

2) 3번 질문에서 확인해주셨다시피 대체로 우리나라 언론은 결코 객관적이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언론은 객관적이기 위해 노력하지도 않습니다. 객관성/주관성이라는 표준으로 판단건대, 단연 '주관적'이라고 평가해야 옳을 것입니다. 그러니 "주관성은 블로그만의 특성"이 아닙니다. 적어도 우리나라의 저열한 저널리즘 환경을 생각하면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기성언론도 매우 주관적이고, 블로그도 주관적입니다. 다만 그 차이는 자신이 '주관'에 기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가, 그렇지 않은가라는 차이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이 지점에서 '자기 성찰' '자기 반성'을 연관지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관적임에도 그 자명한 '객관적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밥그릇을 위해, 자신의 권력을 위해 온갖 억지와 왜곡과 악의적인 상징조작을 일삼는 자들에게 어떻게 '자기 성찰'을 '자기 반성'을 기대할 수 있겠는지요? 이는 상대적으로 그 정도가 덜 하기는 하지만 소위 '진보' 언론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이야기를 해주고 싶습니다.

3) 다시 말하지만 우리나라 기성언론의 문제점은 스스로 매우 주관성에 기대어 있으면서도 확인해주신 것처럼 스스로 부편부당하고, 객관적인 정론지 모델을 표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저 개인적으론 '언론'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극단적 기득권 신문(흔히 조중동이라고 표현되는)은 물론이고, 소위 진보언론이라고 말해지는 한겨레와 경향, 온라인언론으로는 오마이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평가합니다.

온라인저널인 '프레시안'은 스스로 '관점이 있는 언론'이라고 자신을 규정하지만, 역설적으로 정론지모델에 가장 근접한 매체가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너무 학구적이라는 느낌이 없지 않지만요. 덧. 깜박했는데, 미디어 비평을 주된 업무로 삼는 메타미디어라고 할 수 있는 '미디어오늘'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론 매우 호의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참세상이나 민중의 소리, 레디앙 등 군소 진보 온라인 미디어들이 그래도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역시나... 별로 재미가 없죠.  재미 없다는 부분은 물론 질문에 대한 답변 범위를 넘은 지극히 주관적인 사족입니다만... 

4) 기성언론이 갖는 문제점, 그리고 상호 미디어비평이 갖는 의미에 대해 아주 간략히 답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ㄱ. 말씀해주신 것처럼, 우리나라 언론들은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그래도 좋게 말해서 당파성에 바탕한 보도경향을 갖고, 또 그런 큰 관점에서 상호 미디어비평을 합니다. 우리나라 언론의 제1철학은 자기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밥그릇 저널리즘'인 것 같아요.  물론 여기에는 그 정도의 차이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신문쪽 밥그릇 정신이 좀더 투철하고, 소위 보수 언론 밥그릇 정신이 좀더 노골적이고, 천박하게 드러나는 것 같다고 느끼고, 또 그렇게 평가합니다.

ㄴ. 그런데 생각해보면 자신의 밥그릇을 지키겠다는 걸 탓할 수만은 없을 겁니다. 그건 당연한 수준의, 그 사회에서 당연히 용인해야 하는, 결국
사회를 이롭게 하는 공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이기심일 수도 있으니까요. 문제는 그 밥그릇 욕심이 직업윤리를 훨씬 넘어서는 수준이라는 점입니다. 특히나 높은 공익적 성격을 갖는 저널리즘의 직업윤리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여기에 더해서 그 밥그릇 욕망은 흔히 정치적인 권력욕으로까지 발전하곤 합니다. 그리고 상업자본, 특히나 재벌권력과 빌붙어 먹곤 하죠. 삼성 이건희 보도를 떠올려도 그렇지만, 문제는 이런 대단히 가시적인 이슈에만 국한되지 않고, 미세 이슈들(가령 물신숭배를 강요하는 것 같은 경향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한 이율배반적인 태도, 승자독식에 대한 무비판적인 보도태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이런 '불행한' 경향은 물론 소위 진보지에서도 발견되는 혐의이긴 하지만(광고에 대한 불안, 생존에 대한 불안, 권위에 대한 불안에서 파생한...), 아무래도 '조중동'으로 상징되는 수구적인 기득권 신문들에서 좀더 노골적으로 발견되는 것 같습니다.

5) 기성언론의 문제점은,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ㄱ. 밥그릇 저널리즘이 저널리즘 제1철학이고, 
ㄴ. 그 밥그릇 저널리즘에 바탕한  당파성 저널리즘이 여전히 매우 주관적인 수준으로 표출되고 있으며, 
ㄷ.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들이 매우 객관적이라고 불편부당하다고 광고하는 어처구니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ㄹ. 이런 빈곤한 철학에서 그 알량한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 (대체로) 적대적 공생에 바탕한 '역할극'(진보 vs. 보수.. 솔직히 말하면, 자유주의적 보수 vs. 극단적 수구 기득권)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ㅁ. 이러다보니 저널리즘의 기본적인 사명인 사실에 대한 객관적인 보도 및 사회성원이 마땅히 고민해야 하는 이슈에 대한 의제설정 기능을 거의 상실했다고 판단하고, ㅂ. 특히 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감시기능은 그저 '이슈 터뜨리기'의 차원에 머물 뿐이지, 그것을 끈질기게 공론화해서 제도 영역으로 편입시키려는 노력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습니다. 물론 문제제기라도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종종 있구요. .

ㅅ. 이 기본적인 역학, 이런 구조 속에서 미디어비평도 행해지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물론 정도의 차이를 생각하면 방송 쪽 언론상품의 품질이 좀더 우월하고, 종이신문들 가운데서는 한겨레, 경향 등이 조중동보다는 좀더 높은 도덕성과 정치철학을 견지하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물론 이건 개념적인 차이가 아니라 정도 차이라고 평가하구요.
 
6) "(블로그의) 주관적인 미디어비평" 갖는 의미에 대해서
앞서 말씀드렸듯, 주관성이 블로그만의 특성은 아니지만(현재 우리나라 미디어환경에서는), 저 역시 블로그의 본질은 '주관과 개성'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이에 답하면 저는 이렇게 답하겠습니다. 블로그의 미디어 비평은 기성매체 생산자들 간의 파워게임이 아니라, 그 권력 역학에서 좀더 자유로운, 자율성을 획득한 시민들이 각자의 철학과 세계관에서 바탕해서 그 비평을 행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인 차이점을 갖습니다.

그리고 최근 검찰의 집요한 뻘짓으로 좀 소강상태이긴 하지만(조중동 광고 불매운동을 지칭한 것입니다. 6명의 네티즌에게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더군요. 정말 어처구니도 이런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블로거들은 무엇보다 기존 매체의 소비자입니다. 불매운동도 그렇지만, 미디어 비평은 기존 매체에 대해 강력한 소비자권력을 스스로 만들어내고, 실천하는 '방법론'이라고 할 것입니다

그리고 미디어 비평 영역에 한정되지 않은 블로그가 갖는 미디어적 특성에 기반한 블로그의 보편적인 특성이 있는데, 블로그는 '관계적'입니다. 일방적인 '선동'이나, '상징조작'의 가능성은 여전히 블로그에도 있습니다만, 좀더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재)비판할 수 있기 때문에 기성매체가 행하는 일방적인 공격보다는 진화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4. 비평가나 전문 기자가 아닌 수용자들, 즉 블로거를 비롯해 보통 사람들이 언론을 비평하는 근거와 그 수준에 대해 평가해본다면 어떻습니까? 다음 아고라 등 온라인 상의 미디어비평은 막연한 편견과 집단지성의 결과물 중 어디에 더 가까운 것 같으신가요?

1) 비평가나 전문기자는 그 범위를 그래도 조금은 특정할 수 있습니다만, '블로거'라고 하면 그 편차가 너무도 큽니다. 블로거는 어떤 하나의 경향이나 수준으로 묶을 수 없는 매우 광범위한 편차를 갖습니다. 질문을 좀더 구체적으로 특정해야 할 강한 필요를 느끼지만, 글이 필요이상으로 길어지는 것 같아서, 그냥 생각나는대로 저 역시 느슨하게 답하면 이렇습니다. 물론 훌륭한 비평가나 전문기자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비평가(논설위원을 말하는 건가요?)와 기자들도 너무나 많습니다. 수준 이하의 기사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물론 이런 기사들은 수준 이하의 기자들에게서 나올테죠.

특히나 자신의 전문분야를 갖지 못하고 각 부서들을 뺑뺑이 도는 우리나라 언론시스템(이런 경향이 여전히 지배적일텐데요), 밥그릇 철학에 몰두해서 개똥보다 못한 논설과 사설을 써재끼는 논설위원들, 보도자료 짜깁기하는 기자들... 정말 그 수준이 한심지경인 경우가 너무도 많습니다.

2) 기자는 무슨 대단한 전문지식이 필요한 직업이 아닙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더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물론 훌륭한 기자분들도 많죠... 하지만 아닌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그저 상식을 갖춘 사람들 한두달 교육시켜서, 육하원칙대로 이렇게 저렇게 쓰라고 알려주면 웬만한 기사는 쓸 수 있습니다.

3) 일상적인 언어로 편하게 말하자면, 전체로서는 블로거들의 미디어 비평 수준은 유기적인 조직의 역할분담과 짬밥의 노하우로 단련된 전문 기자, 비평가들의 수준보다 낮을 겁니다. 하지만 외적인 억압(밥그릇에 대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자율적으로 정말 자신의 철학과 세계관에 기반해서, 그리고 자신만의 스타일(개성)에 바탕해서 글을 쓸 수 있는 블로거들은 상대적으로 기성언론 종사자들보다는 우월한 조건을 갖습니다. 기존 기성언론 논설위원이나 기자들만큼 좋은 글을 쓰는, 혹은 그들보다 우월한 글을 쓸 수 있는 블로거들은 그 '물리적인 수'로만 따진다면(왜냐하면 블로거들은 그 부피가 저널리스트의 부피와는 상대할 수 없을만큼 클테니까) 기성 저널리스트들의 수를 상회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들 블로거들은 파편화된채로 고립되어 있고, 유기적인 조직의 조력을 받지 못하고, 거대 시스템 얼개들에 의한 '확산 에너지'를 갖지 못할 뿐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론 스스로 네트워크를 만들어갈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물론 그렇다고 해도 현재의 거대 매체들의 영향력을 순식간에 따라잡지는 못하겠지만, 점진적으론 저널리즘이 그저 막연한 '가짜' 권위로 누려왔던 권력을, 그 영토를 상당부분 빼앗아 올 것입니다.

5) "다음 아고라 등 온라인 상의 미디어비평은 막연한 편견과 집단지성의 결과물 중 어디에 더 가까운 것 같으신가요?"
아고라에 대한 체험치가 그다지 높지는 못하지만, 때론 정말 훌륭한 글들을 발견합니다. 물론 그 비율은 매우 낮습니다. 이건 기성언론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온갖 신문들, 방송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정말 들을만한, 읽을만한 방송과 신문(기사, 논설)이 정말 손가락으로 헤아릴 수 있는 정도입니다.

그러니 이 역시 '편차'가 너무 심해서 어느 한편으로 말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가령 'Gatorlog'는 제가 읽은 글들(책, 논문, 신문, 방송, 블로그...) 모두를 통털어서) 가장 수준 높은 미디어 비평을 들려줍니다. '게이터로그'는 블로그입니다. 물론 고종석와 같은 이들은 여전히 기성언론에서 활동하고, 매우 수준높은 칼럼니스트죠. 이렇게 수준이 매우 높은 블로거, 혹은 (기성언론에 소속된) 칼럼니스트는 그 수준의 우열을 논하기가 어려울만큼 각자 개성있고, 매력적인 글들을 자신의 전문적인 지식의 폭과 깊이 속에서 생산합니다. (최근에 드디어 만나뵌 행인님의 뻥구라닷컴이나 김우재씨의 급진적 생물학자 블로그는 어떻습니까? 정말 최고 수준의 칼럼들이 넘쳐납니다)

여기에 어떤 글의 수준을 단순히 그 글에 담긴 지식의 깊이만으로 재단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가 동시에 수반됩니다. 이 문제는 이야기하자면 너무 길어질 것 같지만...짧게 부연하지면, 어떤 평범한 주부가, 말단 회사원이, 문제아가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는  블로그에서도 여전히 최고의 칼럼을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은, 낮기는 하지만,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글들은 폼나는 외국 대학의 박사학위가 훈장처럼 빛나는 비평가나 언론사에서 잔뼈가 굵은 스테레오 타입 칼럼보다 논리적으로 정연하지 못하고, 어설플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거기에 삶에 대한 진심어린 마음과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철학과 세계관이 담겨 있다면, 거기에 자신의 실존과 소망이 담겨 있다면, 거기에 그저 저널리즘 공장의 상품이 아닌, 고민과 좌절과 슬픔과 희망이 담겨 있다면... 저는 그 글들이 그저 그런 지식 짜깁기보다는 훨씬 더 제 삶에 직접적으로 영감과 자극을 줄 것 같습니다.


6) 문제는 '집단'으로서의 블로거일텐데요. 다음 아고라는 매우 특이한 한국적 상황이기는 하지만, 이것이 미디어비평의 발전 모델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저는 이런 중앙집중적인 '광장'이 여전히 그 효용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것은 과도기적인 것이 될 확률이 매우 높다고 평가합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아고라가 '토론의 성지'라고 주장해봐도, 본질적으로 포털의 수중 안에 있는 '서비스'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포털이 그 자체로 '악'인 것은 아닙니다만, 그리고 네이버와 비교해서 다음은 그래도 진보적인(이 말도 참 코미디이긴 하지만요, 그렇다고 제가 다음을 미워하는 것은 아니고, 솔직히 네이버보다는 다음을 좋아합니다) 포털이라고도 말하지만, 포털은 그대로 '상업적인 서비스'업체에 불과합니다. 이들에게 어떤 시민들의 담론권력의 물적인 기제들을 제공하라고 요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들은 '돈'이 되지 않으면 언제든지 이 '서비스'를 폐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 포털은 그 사업 생리상 당대의 정치권력과의 관계에서 매우 '수동적'이고 '순응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현재도 매우 그런 편이구요.

그리고 이명박 정권이 최근 시도하는 것처럼 인터넷을 '규제'하려는 각종의 관련 법규들이 그 당대의 정치권력에 의해 입안되고, 입법화되면 정말 (어처구니 없게도) 인터넷에 대한 (실질적인 의미, 담론 유통에 관한) 통제가 가능해집니다. 우리나라와 같은 포털 종속성이 기형적으로 큰 왜곡된 웹 구조를 가진 나라에서는 정말 그럴 수 있습니다. 그 중앙(포털. 뿌리)을 장악하면 나머지 가지들은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하게 되는거죠. 이렇게 되어서는 담론권력을 스스로 창출한다는 가능성은 말 그대로 '꿈'에 불과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독립적인' 블로그들이 스스로 포털에 종속되지 않은 네트워크를 스스로 만들어가야 하는 일은 중요합니다.

5. 블로그를 통한 미디어 비평의 위력을 얼마나 실감하시는지 아니면 거기에서 어떤 위험성을 느끼시는게 있는지요?

이 질문도 너무 추상적이라서 답하기 매우 어려운데, 이 문제는 위 4-6)의 왜곡된 웹구조, 콘텐츠 유통구조(특히나 어처구니 없는 대한민국 포털의 검색 품질)과 함께 논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솔직히 현재 포털이 지배하는 콘텐츠 유통구조 하에서, 블로그를 통한 미디어 비평의 위력은, 그 잠재력이 무한하더라도, 그야말로 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합니다. 혹은 블로그로 장사하려거나, 블로그에 대한 쥐뿔만큼의 고민의식도 없이 그저 블로그라는 '트랜드'를 햄버거 처럼 소비하려는 경향에 불과하지 않나 싶습니다. 위력을 느끼지 못했으니, 아직 위험을 느끼지도 못했습니다. 위험성이 있더라도 기성언론의 문제점과 비교한다면 정말 '농담' 수준입니다. 정말 그 위험을 논할 수 있는 수준으로 블로그가 스스로의 잠재력을 실현하는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군요.


결론. 블로그에서 행해지는 미디어 비평의 의미

다음 몇 가지로 압축된다고 봅니다.

1. 다수의 블로그가 행하는 미디어 비평은 대체로 자신의 감정적인 정치적 당파에 치우친, 그래서 역시나 당파성이 강한 기존 언론의 이슈들이나 논조들에 기대어 그 담론을 확산하는 단순한 기여, 혹은 편승 모델이 대부분일 겁니다. 하지만 이것자체로도 꽤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미디어에 대해 '스스로 글을 쓴다'는 그 비평의 차원에서는 스스로 진화하고,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2. 미디어 역학, 기존 미디어 권력의 재분배 차원에서는 블로그는 특히나 기성언론, 그 중에서도 종이신문, 그 중에서도 수구적인 기득권 신문들에 대한 강력한 항체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왜냐하면 대체적으로 그 수구 기득권 신문의 수준이(그 철학이나 개성의 차원에서) 가장 저열하고, 시민사회의 위협이 될 만큼 악질적이기 때문입니다.

3. 온라인 영역에서 블로그의 미디어적 영향력은 포털이나 기존의 언론사닷컴들의 영향권 안에서 매우 제한적으로 성장하고 있거나, 그 잠재력을 스스로 고갈시키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이점은 매우 유감입니다. 이 포털 종속, 기성언론 의존적 경향은 더욱 강화될 수도 있고, 혹은 블로거들이 스스로의 잠재력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방법론을 진화시킬 수도 있을 겁니다.

저는 물론 근거없는 낙관론을 경계합니다만, 여전히 블로그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미디어적 가능성, 그 혁명적인 잠재력을 실천할 수 있는 열혈블로거들의 창조적인 네트워크가 여기 저기서 만개할 시간이 점점더 다가오고 있다고 느낍니다. 그리고 그 때가 오면 블로거들은 자신이 스스로  미디어의 미래였음을 드디어 현실로서, 피부로 자각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 이 글은 이메일을 통해 의뢰받은 질문에 대한 (최대한 짧은) 답입니다.
여기에 있던 중언부언은 생략합니다. ^ ^

* 추가.
이 글은 월간 '신문과 방송' 자문 자료입니다.




이 글에 대한 일종의 '짝글'


내 감수성을 결정한 영화는 왕가위 영화들이다.
아니, 어떤 영화를 보면 그 영화가 내 감수성과 완벽하게 일치하거나, 내가 나에게조차 고백하기 부끄러운 숨겨진 욕망의 풍경들을 온전히 재현한다고 느끼는 영화들이 있는데, 그 영화들이 바로 왕가위 영화들이다. 왕가위 초기 영화들이 나는 좋다. 헐리웃 가서 찍은 영화는 아직 보지 못했다. 보지 못했다... 아니, 아직 보지 않았다. 물론 나는 비교적 최근작인 [2046]도 무척 좋아하기는 하지만. 솔직히 [해피투게더] 이후의 왕가위에 대해선... 뭐랄까, 좀 심심하달까. 그런 느낌이 강하다. 물론 영화적으론 좀더 세련된 자기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할수도 있겠지만... 어른 흉내를 내는 것 같달까... 그런게 별로 맘에 들지 않아.

왕가위 영화들은 시간과 공간, 그리고 그 사이를 채우는 가장 낭만적이면서, 가장 쓸쓸한 '엇갈림'이라는 테마를 다룬다. 그리고 언젠가 농담식으로 말하긴 했지만, 왕가위 영화는 (굳이 수식을 달자면) '실존적' 자위행위에 대한 가장 탁월한 예술적 형상화다. 그건 비루하고, 아름다우며, 쓸쓸하지만 따뜻하다. 거기에는 기억과 욕망과 망상과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이 모든 것들을 둘러싼 이미지의 속삭임, 그 공간을 흐르는 숨죽인 울음이 있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 가장 먼저 나에게 도착하는 영화들은 어쩔 수 없이 왕가위의 영화들, 특히나 [열혈남아]의 공중전화 키스신와 왕걸의 노래들, [아비정전]에서 하염없이 내리는, 화면을 가득 적시는 비오는 장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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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사춘기, 그 열띤 축제 같은, 저주 같은, 온 영혼에 화상 입은 것처럼 예민한 감수성의 피부들, 한 줄 바람만 불어도 온 몸이 화끈거리는, 그런 거... 그런게 있었을거다. 그 기억들은 대체로 내가 몹시도 애착했던 어떤 여자(들)와 함께 왔었고, 어떤 목소리와 어떤 살의 촉감들과 함께 왔었다. 그 기억들이 아직도 문득 문득 나에게 온다. 그러면 나는 소리없이 환청의 나레이션처럼 마음 속으로 말한다.

내 옆에 없다.
나는 실패했다...
내 삶은 이제 여분만 남겨져 있을 뿐이다... 



* 발아점
영화에 대한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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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

2008/08/11 07:22
세상엔 두 가지 부류의 사람이 있다.
품위가 있는 사람과 품위가 없는 사람.

내가 좋아하는 보따리장수가 언젠가 이렇게 말했다(물론 정확히 이렇게 이야기했다는 건 아니고, 그런 취지로 이야기했다는거다). 그녀는 그녀의 집으로 가고, 나는 그녀의 작업실에서 일박 신세지기 위해 돌아가는 길이었다(그러니까 그녀의 집에 가기 전에 나를 바래다주는 길). 그녀의 소형차 안에서 이런 저런 가벼운 농담을 하다가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그녀는 직업상 소위 먹물 + 진보적이라고 편의상 분류되는 사람들과 자주 어울릴 기회가 있는데, 더없이 민주적인 열정과 이런 저런 고상한 먹물 이야기들을 뿜어내는 그네들(특히 남자들)이지만, 때론 정말 너무 무례하기 그지 없다는게 그녀의 불만이었다. 그들은 친근함을 과시하기 위해, 혹은 자신의 소탈함을 강조하기 위해, 그녀가 보기에는 그저 무례할 뿐인, 품위없는 짓들을 한다는 것.

그 품위 없는 행동들의 유형들을 내가 구체적으로 떠올릴 수는 없었지만, 나는 그게 어떤 행동들일지 어렴풋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세상에는 정말 품위 있는 사람과 품위 없는 사람이 있다.
아니 좀더 엄격하게 말하자면 품위 없는 행동과 품위 있는 행동이 있다.
내 비록 유치하고, 무식하고, 또 가진 것도 쥐뿔 없는 날라리(가 되고 싶은) 노총각에 불과하지만...
나도 품위 없는 행동들은 너무 싫다.

가령 쥐뿔도 모르면서 아는 척 하는 건 품위 없는 행동이다(물론 알고자 하는 소박한 마음은 품위있다).
그런데 이보다 더 더욱 품위 없는 행동은 쥐뿔만큼 아는 그 지식으로 무슨 대단한 진리를 쥐고 있다는 태도다.
그냥 그렇게 자뻑으로 살면 그려려니 하겠는데, 그걸로 타인을 깔보기 위해 거만한 훈계를 떠벌리면... 뭐랄까, 그 인간의 인생 전부에 깊은 연민이 생겨날 지경이다(물론 이런 성급한 연민도 좋은 건 아니지만). 이런 태도를 가진 자들의 특징은 자신보다 좀더 높은 권위에 부딪히면 즐겁게 토론할 생각을 저버리고, 그저 깨갱한다는 거다. 이런 자들은 지식 자체에 위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천박한 노예근성에 사로잡혀 있는 경우가 많다.

지식은 유치하게 우쭐되기 위한 악세사리가 아니라(여기까지는 이해할만한 구석도 많긴 하다), 그 쥐뿔만한 지식으로 타인을 억압하거나, 지배하기 위한 권력욕의 수단이 아니라, 그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아주 조금 도움을 주는 재료에 불과하다.

그렇게 좀더 인간답게, 좀더 풍성하게 세상을 이해하고, 사람과 더불어 그 풍성하게 이해된 세상을 함께 이야기하기 위한 재료에 불과하다. 또 그렇게 더불어 나누고, 채우면서 이야기할 수 있어야 세상은 좀더 풍성해지고, 인간다워질테다.



* 추.
이 글은 요 글의 쌍이거나, 혹은 다른 버전이거나, 또는 보유다.
요 글은 토론과 상관 없는 것. (블로그래픽)




http://bobbyryu.blogspot.com/2008/08/10.html

more..



답은 링크 속에.... : )
링크 열기 귀찮은 독자들은 펴기/접기 속에... ^ ^; 

추천인지 비추인지 헷갈리는게 아니라,
이게 진담인지, 농담인지 헷갈린다. ㅡ.ㅡ; 
아무리 봐도 농담 같지는 않은데...
솔직하다고 해야 하는건지, 노골적이라고 해야 하는건지... 

누구나 속물이고, 나도 누구 못지 않게 속물이며, 또 아무리 고결한 사람에게도 그런 세속의 욕망들은 스며들어 있는 법이지만, 그렇다고해서 속물인 게 자랑은 아니다. 아니, 아니어야 한다....(이것도 헷갈리네... ㅡ.ㅡ; )

한편으론 이렇게 유명 블로거의 솔직한 자기고백을 들으니 나도 이제 속물인 걸 자랑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는 돈 좋아하고,
예쁜 여자 좋아하는 민노씨랍니다(정말 그러네...ㅡ.ㅡ;).
음홧하하하하.  

언젠가 에코는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이라는 에세이를 썼다.
그런 취지로 쓴 글인가?
반어에 기대어 사랑스런 삼성공화국을 조롱하고 있는 글인가???
그렇담 참 하이 패러디였을 것인디....
아, 그런 취지로 쓴 글이구낫...
그런가?
아닌가?

.... 갸우뚱해보는 민노씨였다(이건 친절한 금자씨에 대한 오마쥬)





추1.
아무리 갸우뚱해도 상위 몇 %의 인간인지를 가늠하는 척도가 세상에 존재한다고 생각하다니... 물론 재산을 표준으로 하는 상위 몇 % 국민들... 이런 식의 관용적 표현은 별론으로, 성적을 표준으로 한 상위 몇 %의 수험생들...이런 식의 관용적 표현은 차치하고, 물론 양자도 참 대한민국을 설명하는 %이긴 하지만서도, 정말 불가사의한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었던 거디다. @_@;;;   

나는 상위 100% 민노씨인디...
글쓴이는 상위 몇 %의 인간으로 스스로를 생각하고 있을지...
것도 무쟈니 궁금할 따름이다.

추2.
원래는 대상글 댓글로 궁금증을 표시하려고 했는데, 댓글을 무슨 검토씩이나 한다고 해서... ㅡ.ㅡ;

추3.
트랙백하려는데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하는건지 모르겠다능.... ㅡ.ㅡ;;
주소에 /trackback 붙여도 안되고...
블로그에는 따로 트랙백 단추도 없고....

추4.
글 쓴 계기... 오랜만에 다음 DNA Lens 에 갔다가 인기글 두번째에 있길래...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