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성함 등). 블로그에 '저널리즘' 폴더를 통해 미디어비평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ㄱ. 민노씨.
ㄴ. 특별한 계기는 없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요. 길게 얘기하면 한도 끝도 없고...

2. 블로그의 미디어비평들은 보수언론을 노골적으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신문의 미디어면이나 방송의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이 표면적으로나마 객관성과 중립성을 표방한 것과 비교됩니다. 주관성은 블로그만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런 주관적인 미디어비평이 비평으로서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떤 가능성이 있나요?

3. 한국 미디어 상호비평(구체적으로 말하면 신문의 미디어면, 방송의 매체비평프로그램)의 현실을 평가해주신다면. (첨부설명: 표면적으로 중립성을 표방하지만 실제로 방송은 보수 신문을, 신문은 방송을 공격하는 전위부대로 비평란, 또는 비평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현실입니다. 스스로에 대한 비평은 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고 있죠.

0) 2번 질문과 3번 질문은 같은 질문입니다. 좀더 정확히는 위 질문들은 그 안에 모순이 있습니다.아무튼 2번과 3번 질문에 대해선 함께 답할까 합니다. 

1) 우선 "블로그 미디어비평은 보수언론을 노골적으로 비판하고 있다"는 명제는 매우 추상적인, 확인되지 않은 명제입니다. 물론 이것을 문제삼을 생각은 없습니다. 직관적으로, 혹은 제 체험치를 통해 관찰한 모습에 대해 말하자면, 저 역시 블로거들, 특히 블로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블로거들 상당수가 보수언론에 대해 비판적이라고 판단하니까요.

하지만 그것은 제가 소위 열혈블로거에 속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고, 제 성향이 소위 (이건 말그대로 소위) 진보파에 속한 블로거이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저는 개인적으로 앤파, 혹은 관계파로 불리면 좋겠는데 말이죠. 농담. 농담유골 : ). 즉, 제 관찰범위가 소위 진보파 블로그에 한정되어 있는 '패턴'을 갖기 때문에 그런 것이고, 대한민국 블로그 전체가 저와 같은 경향성을 갖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우리나라 블로거들의 성향 전부를 '보수언론에 비판적이다'라거나, "블로그 미디어비평은 보수언론을 노골적으로 비판하고 있다"고 획일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따라서 굳이 좀더 정확하게 명제를 수정한다면, '적극적인 블로거들은 대체로 보수언론에 비판적이다'라고 해야 할 것 같네요. 그리고 이것이 질문해주신 취지일 것으로 해석합니다. 그러니 이 전제에서 답하면 이하와 같습니다.

2) 3번 질문에서 확인해주셨다시피 대체로 우리나라 언론은 결코 객관적이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언론은 객관적이기 위해 노력하지도 않습니다. 객관성/주관성이라는 표준으로 판단건대, 단연 '주관적'이라고 평가해야 옳을 것입니다. 그러니 "주관성은 블로그만의 특성"이 아닙니다. 적어도 우리나라의 저열한 저널리즘 환경을 생각하면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기성언론도 매우 주관적이고, 블로그도 주관적입니다. 다만 그 차이는 자신이 '주관'에 기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가, 그렇지 않은가라는 차이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이 지점에서 '자기 성찰' '자기 반성'을 연관지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관적임에도 그 자명한 '객관적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밥그릇을 위해, 자신의 권력을 위해 온갖 억지와 왜곡과 악의적인 상징조작을 일삼는 자들에게 어떻게 '자기 성찰'을 '자기 반성'을 기대할 수 있겠는지요? 이는 상대적으로 그 정도가 덜 하기는 하지만 소위 '진보' 언론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이야기를 해주고 싶습니다.

3) 다시 말하지만 우리나라 기성언론의 문제점은 스스로 매우 주관성에 기대어 있으면서도 확인해주신 것처럼 스스로 부편부당하고, 객관적인 정론지 모델을 표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저 개인적으론 '언론'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극단적 기득권 신문(흔히 조중동이라고 표현되는)은 물론이고, 소위 진보언론이라고 말해지는 한겨레와 경향, 온라인언론으로는 오마이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평가합니다.

온라인저널인 '프레시안'은 스스로 '관점이 있는 언론'이라고 자신을 규정하지만, 역설적으로 정론지모델에 가장 근접한 매체가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너무 학구적이라는 느낌이 없지 않지만요. 덧. 깜박했는데, 미디어 비평을 주된 업무로 삼는 메타미디어라고 할 수 있는 '미디어오늘'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론 매우 호의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참세상이나 민중의 소리, 레디앙 등 군소 진보 온라인 미디어들이 그래도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역시나... 별로 재미가 없죠.  재미 없다는 부분은 물론 질문에 대한 답변 범위를 넘은 지극히 주관적인 사족입니다만... 

4) 기성언론이 갖는 문제점, 그리고 상호 미디어비평이 갖는 의미에 대해 아주 간략히 답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ㄱ. 말씀해주신 것처럼, 우리나라 언론들은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그래도 좋게 말해서 당파성에 바탕한 보도경향을 갖고, 또 그런 큰 관점에서 상호 미디어비평을 합니다. 우리나라 언론의 제1철학은 자기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밥그릇 저널리즘'인 것 같아요.  물론 여기에는 그 정도의 차이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신문쪽 밥그릇 정신이 좀더 투철하고, 소위 보수 언론 밥그릇 정신이 좀더 노골적이고, 천박하게 드러나는 것 같다고 느끼고, 또 그렇게 평가합니다.

ㄴ. 그런데 생각해보면 자신의 밥그릇을 지키겠다는 걸 탓할 수만은 없을 겁니다. 그건 당연한 수준의, 그 사회에서 당연히 용인해야 하는, 결국
사회를 이롭게 하는 공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이기심일 수도 있으니까요. 문제는 그 밥그릇 욕심이 직업윤리를 훨씬 넘어서는 수준이라는 점입니다. 특히나 높은 공익적 성격을 갖는 저널리즘의 직업윤리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여기에 더해서 그 밥그릇 욕망은 흔히 정치적인 권력욕으로까지 발전하곤 합니다. 그리고 상업자본, 특히나 재벌권력과 빌붙어 먹곤 하죠. 삼성 이건희 보도를 떠올려도 그렇지만, 문제는 이런 대단히 가시적인 이슈에만 국한되지 않고, 미세 이슈들(가령 물신숭배를 강요하는 것 같은 경향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한 이율배반적인 태도, 승자독식에 대한 무비판적인 보도태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이런 '불행한' 경향은 물론 소위 진보지에서도 발견되는 혐의이긴 하지만(광고에 대한 불안, 생존에 대한 불안, 권위에 대한 불안에서 파생한...), 아무래도 '조중동'으로 상징되는 수구적인 기득권 신문들에서 좀더 노골적으로 발견되는 것 같습니다.

5) 기성언론의 문제점은,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ㄱ. 밥그릇 저널리즘이 저널리즘 제1철학이고, 
ㄴ. 그 밥그릇 저널리즘에 바탕한  당파성 저널리즘이 여전히 매우 주관적인 수준으로 표출되고 있으며, 
ㄷ.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들이 매우 객관적이라고 불편부당하다고 광고하는 어처구니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ㄹ. 이런 빈곤한 철학에서 그 알량한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 (대체로) 적대적 공생에 바탕한 '역할극'(진보 vs. 보수.. 솔직히 말하면, 자유주의적 보수 vs. 극단적 수구 기득권)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ㅁ. 이러다보니 저널리즘의 기본적인 사명인 사실에 대한 객관적인 보도 및 사회성원이 마땅히 고민해야 하는 이슈에 대한 의제설정 기능을 거의 상실했다고 판단하고, ㅂ. 특히 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감시기능은 그저 '이슈 터뜨리기'의 차원에 머물 뿐이지, 그것을 끈질기게 공론화해서 제도 영역으로 편입시키려는 노력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습니다. 물론 문제제기라도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종종 있구요. .

ㅅ. 이 기본적인 역학, 이런 구조 속에서 미디어비평도 행해지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물론 정도의 차이를 생각하면 방송 쪽 언론상품의 품질이 좀더 우월하고, 종이신문들 가운데서는 한겨레, 경향 등이 조중동보다는 좀더 높은 도덕성과 정치철학을 견지하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물론 이건 개념적인 차이가 아니라 정도 차이라고 평가하구요.
 
6) "(블로그의) 주관적인 미디어비평" 갖는 의미에 대해서
앞서 말씀드렸듯, 주관성이 블로그만의 특성은 아니지만(현재 우리나라 미디어환경에서는), 저 역시 블로그의 본질은 '주관과 개성'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이에 답하면 저는 이렇게 답하겠습니다. 블로그의 미디어 비평은 기성매체 생산자들 간의 파워게임이 아니라, 그 권력 역학에서 좀더 자유로운, 자율성을 획득한 시민들이 각자의 철학과 세계관에서 바탕해서 그 비평을 행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인 차이점을 갖습니다.

그리고 최근 검찰의 집요한 뻘짓으로 좀 소강상태이긴 하지만(조중동 광고 불매운동을 지칭한 것입니다. 6명의 네티즌에게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더군요. 정말 어처구니도 이런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블로거들은 무엇보다 기존 매체의 소비자입니다. 불매운동도 그렇지만, 미디어 비평은 기존 매체에 대해 강력한 소비자권력을 스스로 만들어내고, 실천하는 '방법론'이라고 할 것입니다

그리고 미디어 비평 영역에 한정되지 않은 블로그가 갖는 미디어적 특성에 기반한 블로그의 보편적인 특성이 있는데, 블로그는 '관계적'입니다. 일방적인 '선동'이나, '상징조작'의 가능성은 여전히 블로그에도 있습니다만, 좀더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재)비판할 수 있기 때문에 기성매체가 행하는 일방적인 공격보다는 진화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4. 비평가나 전문 기자가 아닌 수용자들, 즉 블로거를 비롯해 보통 사람들이 언론을 비평하는 근거와 그 수준에 대해 평가해본다면 어떻습니까? 다음 아고라 등 온라인 상의 미디어비평은 막연한 편견과 집단지성의 결과물 중 어디에 더 가까운 것 같으신가요?

1) 비평가나 전문기자는 그 범위를 그래도 조금은 특정할 수 있습니다만, '블로거'라고 하면 그 편차가 너무도 큽니다. 블로거는 어떤 하나의 경향이나 수준으로 묶을 수 없는 매우 광범위한 편차를 갖습니다. 질문을 좀더 구체적으로 특정해야 할 강한 필요를 느끼지만, 글이 필요이상으로 길어지는 것 같아서, 그냥 생각나는대로 저 역시 느슨하게 답하면 이렇습니다. 물론 훌륭한 비평가나 전문기자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비평가(논설위원을 말하는 건가요?)와 기자들도 너무나 많습니다. 수준 이하의 기사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물론 이런 기사들은 수준 이하의 기자들에게서 나올테죠.

특히나 자신의 전문분야를 갖지 못하고 각 부서들을 뺑뺑이 도는 우리나라 언론시스템(이런 경향이 여전히 지배적일텐데요), 밥그릇 철학에 몰두해서 개똥보다 못한 논설과 사설을 써재끼는 논설위원들, 보도자료 짜깁기하는 기자들... 정말 그 수준이 한심지경인 경우가 너무도 많습니다.

2) 기자는 무슨 대단한 전문지식이 필요한 직업이 아닙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더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물론 훌륭한 기자분들도 많죠... 하지만 아닌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그저 상식을 갖춘 사람들 한두달 교육시켜서, 육하원칙대로 이렇게 저렇게 쓰라고 알려주면 웬만한 기사는 쓸 수 있습니다.

3) 일상적인 언어로 편하게 말하자면, 전체로서는 블로거들의 미디어 비평 수준은 유기적인 조직의 역할분담과 짬밥의 노하우로 단련된 전문 기자, 비평가들의 수준보다 낮을 겁니다. 하지만 외적인 억압(밥그릇에 대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자율적으로 정말 자신의 철학과 세계관에 기반해서, 그리고 자신만의 스타일(개성)에 바탕해서 글을 쓸 수 있는 블로거들은 상대적으로 기성언론 종사자들보다는 우월한 조건을 갖습니다. 기존 기성언론 논설위원이나 기자들만큼 좋은 글을 쓰는, 혹은 그들보다 우월한 글을 쓸 수 있는 블로거들은 그 '물리적인 수'로만 따진다면(왜냐하면 블로거들은 그 부피가 저널리스트의 부피와는 상대할 수 없을만큼 클테니까) 기성 저널리스트들의 수를 상회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들 블로거들은 파편화된채로 고립되어 있고, 유기적인 조직의 조력을 받지 못하고, 거대 시스템 얼개들에 의한 '확산 에너지'를 갖지 못할 뿐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론 스스로 네트워크를 만들어갈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물론 그렇다고 해도 현재의 거대 매체들의 영향력을 순식간에 따라잡지는 못하겠지만, 점진적으론 저널리즘이 그저 막연한 '가짜' 권위로 누려왔던 권력을, 그 영토를 상당부분 빼앗아 올 것입니다.

5) "다음 아고라 등 온라인 상의 미디어비평은 막연한 편견과 집단지성의 결과물 중 어디에 더 가까운 것 같으신가요?"
아고라에 대한 체험치가 그다지 높지는 못하지만, 때론 정말 훌륭한 글들을 발견합니다. 물론 그 비율은 매우 낮습니다. 이건 기성언론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온갖 신문들, 방송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정말 들을만한, 읽을만한 방송과 신문(기사, 논설)이 정말 손가락으로 헤아릴 수 있는 정도입니다.

그러니 이 역시 '편차'가 너무 심해서 어느 한편으로 말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가령 'Gatorlog'는 제가 읽은 글들(책, 논문, 신문, 방송, 블로그...) 모두를 통털어서) 가장 수준 높은 미디어 비평을 들려줍니다. '게이터로그'는 블로그입니다. 물론 고종석와 같은 이들은 여전히 기성언론에서 활동하고, 매우 수준높은 칼럼니스트죠. 이렇게 수준이 매우 높은 블로거, 혹은 (기성언론에 소속된) 칼럼니스트는 그 수준의 우열을 논하기가 어려울만큼 각자 개성있고, 매력적인 글들을 자신의 전문적인 지식의 폭과 깊이 속에서 생산합니다. (최근에 드디어 만나뵌 행인님의 뻥구라닷컴이나 김우재씨의 급진적 생물학자 블로그는 어떻습니까? 정말 최고 수준의 칼럼들이 넘쳐납니다)

여기에 어떤 글의 수준을 단순히 그 글에 담긴 지식의 깊이만으로 재단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가 동시에 수반됩니다. 이 문제는 이야기하자면 너무 길어질 것 같지만...짧게 부연하지면, 어떤 평범한 주부가, 말단 회사원이, 문제아가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는  블로그에서도 여전히 최고의 칼럼을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은, 낮기는 하지만,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글들은 폼나는 외국 대학의 박사학위가 훈장처럼 빛나는 비평가나 언론사에서 잔뼈가 굵은 스테레오 타입 칼럼보다 논리적으로 정연하지 못하고, 어설플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거기에 삶에 대한 진심어린 마음과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철학과 세계관이 담겨 있다면, 거기에 자신의 실존과 소망이 담겨 있다면, 거기에 그저 저널리즘 공장의 상품이 아닌, 고민과 좌절과 슬픔과 희망이 담겨 있다면... 저는 그 글들이 그저 그런 지식 짜깁기보다는 훨씬 더 제 삶에 직접적으로 영감과 자극을 줄 것 같습니다.


6) 문제는 '집단'으로서의 블로거일텐데요. 다음 아고라는 매우 특이한 한국적 상황이기는 하지만, 이것이 미디어비평의 발전 모델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저는 이런 중앙집중적인 '광장'이 여전히 그 효용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것은 과도기적인 것이 될 확률이 매우 높다고 평가합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아고라가 '토론의 성지'라고 주장해봐도, 본질적으로 포털의 수중 안에 있는 '서비스'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포털이 그 자체로 '악'인 것은 아닙니다만, 그리고 네이버와 비교해서 다음은 그래도 진보적인(이 말도 참 코미디이긴 하지만요, 그렇다고 제가 다음을 미워하는 것은 아니고, 솔직히 네이버보다는 다음을 좋아합니다) 포털이라고도 말하지만, 포털은 그대로 '상업적인 서비스'업체에 불과합니다. 이들에게 어떤 시민들의 담론권력의 물적인 기제들을 제공하라고 요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들은 '돈'이 되지 않으면 언제든지 이 '서비스'를 폐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 포털은 그 사업 생리상 당대의 정치권력과의 관계에서 매우 '수동적'이고 '순응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현재도 매우 그런 편이구요.

그리고 이명박 정권이 최근 시도하는 것처럼 인터넷을 '규제'하려는 각종의 관련 법규들이 그 당대의 정치권력에 의해 입안되고, 입법화되면 정말 (어처구니 없게도) 인터넷에 대한 (실질적인 의미, 담론 유통에 관한) 통제가 가능해집니다. 우리나라와 같은 포털 종속성이 기형적으로 큰 왜곡된 웹 구조를 가진 나라에서는 정말 그럴 수 있습니다. 그 중앙(포털. 뿌리)을 장악하면 나머지 가지들은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하게 되는거죠. 이렇게 되어서는 담론권력을 스스로 창출한다는 가능성은 말 그대로 '꿈'에 불과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독립적인' 블로그들이 스스로 포털에 종속되지 않은 네트워크를 스스로 만들어가야 하는 일은 중요합니다.

5. 블로그를 통한 미디어 비평의 위력을 얼마나 실감하시는지 아니면 거기에서 어떤 위험성을 느끼시는게 있는지요?

이 질문도 너무 추상적이라서 답하기 매우 어려운데, 이 문제는 위 4-6)의 왜곡된 웹구조, 콘텐츠 유통구조(특히나 어처구니 없는 대한민국 포털의 검색 품질)과 함께 논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솔직히 현재 포털이 지배하는 콘텐츠 유통구조 하에서, 블로그를 통한 미디어 비평의 위력은, 그 잠재력이 무한하더라도, 그야말로 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합니다. 혹은 블로그로 장사하려거나, 블로그에 대한 쥐뿔만큼의 고민의식도 없이 그저 블로그라는 '트랜드'를 햄버거 처럼 소비하려는 경향에 불과하지 않나 싶습니다. 위력을 느끼지 못했으니, 아직 위험을 느끼지도 못했습니다. 위험성이 있더라도 기성언론의 문제점과 비교한다면 정말 '농담' 수준입니다. 정말 그 위험을 논할 수 있는 수준으로 블로그가 스스로의 잠재력을 실현하는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군요.


결론. 블로그에서 행해지는 미디어 비평의 의미

다음 몇 가지로 압축된다고 봅니다.

1. 다수의 블로그가 행하는 미디어 비평은 대체로 자신의 감정적인 정치적 당파에 치우친, 그래서 역시나 당파성이 강한 기존 언론의 이슈들이나 논조들에 기대어 그 담론을 확산하는 단순한 기여, 혹은 편승 모델이 대부분일 겁니다. 하지만 이것자체로도 꽤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미디어에 대해 '스스로 글을 쓴다'는 그 비평의 차원에서는 스스로 진화하고,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2. 미디어 역학, 기존 미디어 권력의 재분배 차원에서는 블로그는 특히나 기성언론, 그 중에서도 종이신문, 그 중에서도 수구적인 기득권 신문들에 대한 강력한 항체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왜냐하면 대체적으로 그 수구 기득권 신문의 수준이(그 철학이나 개성의 차원에서) 가장 저열하고, 시민사회의 위협이 될 만큼 악질적이기 때문입니다.

3. 온라인 영역에서 블로그의 미디어적 영향력은 포털이나 기존의 언론사닷컴들의 영향권 안에서 매우 제한적으로 성장하고 있거나, 그 잠재력을 스스로 고갈시키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이점은 매우 유감입니다. 이 포털 종속, 기성언론 의존적 경향은 더욱 강화될 수도 있고, 혹은 블로거들이 스스로의 잠재력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방법론을 진화시킬 수도 있을 겁니다.

저는 물론 근거없는 낙관론을 경계합니다만, 여전히 블로그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미디어적 가능성, 그 혁명적인 잠재력을 실천할 수 있는 열혈블로거들의 창조적인 네트워크가 여기 저기서 만개할 시간이 점점더 다가오고 있다고 느낍니다. 그리고 그 때가 오면 블로거들은 자신이 스스로  미디어의 미래였음을 드디어 현실로서, 피부로 자각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 이 글은 이메일을 통해 의뢰받은 질문에 대한 (최대한 짧은) 답입니다.
여기에 있던 중언부언은 생략합니다. ^ ^

* 추가.
이 글은 월간 '신문과 방송' 자문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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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 무도 좀비편을보고, 조중동 좀비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Tracked from 리카르도의 정보 꾸러미 상자 2008/08/20 13:35 del.

    저는 사실 쇼프로는 잘 안보는 편입니다. 하지만 최근에 무한도전에서 좀비 특집이라는것을 한다고 해서 궁금한 마음에 보게되었습니다. 요즘엔 가끔씩 티비를 돌릴때마다 케이블에서 무한도전 류의 쇼프로들을 계속 재방송하니 궁금해서 한번이라도 안볼래야 한볼수가 없더군요 막상 오늘 무한도전을 "챙겨"봤는데 너무 빨리 끝났습니다. 아니 이게 뭐야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저 말고도 허탈했다는 분이 많던데요, 하지만 한편으론 짜고고스톱 안친다 라는걸 보여줬으니..

  2. Subject : 블로그, 소통의 장으로서의 의미

    Tracked from Vogelfrei 2008/08/21 20:31 del.

    오늘 보니 블로그에 대한 글들이 제법 많이 올라와있습니다. 여러 논제들이 흥미진진한 토론을 펼치고 있는데 전문적인 내용들은 다른 분들이 이미 언급을 해주셨기 때문에 저는 제 경험에 비춘 '소통'이라는 관점에서 블로그를 보고자 합니다. 제 경우 블로그의 세계로 들어온 계기는 오래 전 홈페이지에 대한 기억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이르는 시기에 도메인이니 홈페이지니 하는 낯선 용어들이 사람들의 눈과 귀에 제법..

  3. Subject : 블로그, 제5의 권력으로 자리 잡을까? (1)

    Tracked from Vogelfrei 2008/08/23 20:26 del.

    1. 블로그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며 요즘 블로그에 대한 논의가 제법 활발하고 얼마 전에도 블로그의 의미에 대한 포스팅을 한 적이 있는데 예전에 제가 썼던 글 중에 블로그를 하나의 권력으로 묘사한 글을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2006년 9월에 작성한 글이니 거의 2년이 되어 가는 글인데 당시 저는 블로그에 대해 대안 미디어로서의 의미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기성 언론과 어깨를 겨룰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었습니다. 당시와 지금의 블로..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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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리카르도 2008/08/20 13:32

    글 잘보고 갑니다. 민노씨님 답변은 읽을꺼리가 많아서 좋지만...
    질문들이 주제를 충분히 부각시켜주진 못하고 있는것같습니다.
    차이를 부각시킬만한 질문을 했어야 하는데, 블로그 비판질문만 나열되어있는것같아서요

    조중동이라는 거대한 집단 속에 살아가는 기자의 특징,
    그리고 그보다는 훨씬 자유로운 개인으로써의 블로거.
    이 두가지를 먼저 짚어야 했던것같네요.

    블로그가 기자들보다 자유로울수 있는것, 그리고 비판을 자유롭게 할수 있는건
    순전히 이둘의 속성차이에 기인합니다.
    일종의 프리렌서처럼 자유롭게 개인적인 활동을 하고, 돈에 신경쓰지 않는 블로거와
    수구세력의 눈치를 봐야 하는 집단속에서 살아가야 하고, 그걸로 돈을 벌어야 하는 기자의
    현실적인 차이 때문에 둘은 다를수가 있는거죠
    기자들이 블로그로 돈을 벌수 있는 시대가 온다면 그들의 속성은 언제든지 변할수 있을겁니다.
    어차피 그들도 돈버는 목적으로 그짓(?)을 하는것이니까요

    또한 객관적인 글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글 쓰기 라는것 자체가 편향적이고 폐쇄적인 행동이기 떄문이죠.
    전에 적은글을 한번 트랙백걸어봅니다.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8/08/20 14:02

      논평 고맙습니다. : )

      물론 그런 취지로 논평을 주신 것 같지는 않지만... 혹시나 싶어서요.
      위 질문자는 조중동 기자는 아닙니다. ^ ^;;

  2. 민노씨 2008/08/20 14:22

    덧. 입력.

    perm. |  mod/del. |  reply.
  3. 단군 2008/08/20 19:59

    아직도 밥그릇 싸움이군요...간단한 원리를 가지고 뭐 대단한걸 논하는양 하는겄도 기존 언론의 큰 폐단의 하나이지 싶습니다...자기가 반드시 dead line을 지켜서 글을 써야 하는 집단과 그렇지 않고 지가 그저 정말로 글이라는걸 쓰고 싶을때 쓰는 사람들의 머리에서 나오는 글의 철학과 그 깊이가 당연히 다를 수 밖에 없지 않겠습니까...이런걸 조사 연구랍시고 시간 없는 블로거들에게 메일 뛰어서 글을 써달라는 언론사도 참 한심하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는군요...스쿠버 다이빙을 이쁜 여친과 팔라우로 시간내서 가서 다이빙 하는 사람과 전문 직업 상업 잠수사로써 임하는 사람과의 비교인대요, 참 한심한 언론입니다, 그려...이렇게 악다구니로 하면서도 세계적인 통신사나 언론사 하나 나오지 않는거 보면 그거또 참 희한한 일이 아니라고 할 수 밖에 없군요...머저리들...그냥 안에서만 박 들이밀고 그 박들은 서로 부딫혀 떠져 나가고...한심한 머저리들 같으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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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8/21 01:25

      기성언론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실망감도 크신 것 같습니다. ^ ^;
      그래서 다소 과한 아쉬움을 남겨주신 것 같네요.
      모든 기자나 매체가 그런 것은 아니니 격려하고, 지켜봐야할 것들도 분명히 있을 것 같습니다.

  4. 시퍼렁어 2008/08/20 20:02

    우리나라 언론사는 육하원칙은 폐지 하고 오하원칙으로 바뀌어야 하지 않나 싶군요


    언제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하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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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8/21 01:26

      '왜'가 없군요. : )
      예리한 지적이시네요.

  5. Jishaq 2008/08/26 18:31

    요샌 밥그릇 저널리즘이 무엇인지 아주 제대로 보여주고 있죠. 혼을 가져다 팔아먹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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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12/18 22:02

      앗, 거의 넉달이 늦은 답글을 남기는고만요. 지송. ^ ^;

  6. 민노씨 2008/12/18 22:02

    * 글을 쓴 동기에 관한 중언부언 삭제.
    * 추가 부분 보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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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민노씨 2009/10/27 06:01

    * 사소한 오타 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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