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크는 펑크다

2008/08/26 05:22
잠도 안오고...
원래는 강간에 관한 판례를 정리하고 싶었는데, 히치하이커의 트랙백을 읽고, 역시나 삘 받아서...


히치하이커, 난 펑크를 모른다.


0. 나도 히치하이커를 참 좋아한다. : )
언젠가 그가 살부의식을 느낀다고 했을 때부터 그가 좋아졌던 것 같다.

이건 그렇지만 이 글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다.
그러니 히치하이커가 나에게 "난 민노씨를 꽤나 좋아한다"고 고백(?)해준 것에 대해 나는 무척 고맙게 생각하지만(물론 예쁜 여자 블로거가 그랬다면 좀더 고마웠겠지만... 이것도 쿱미디어의 뻘글에 버금가는 뻘발언 같지만...: ), 이 역시도 그와 나의 '펑크'에 관한 어떤 견해 차이, 혹은 오해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이야기다.


1. 펑크를 이야기하기 위해선 다시 [키노]를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아니 키노의 편집장이었던 정성일, 아니 정성일을 만나게 해준 정은임의 [FM 영화 음악]을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언젠가 [FM 영화음악]에서 정성일이 '아키라'와 '블레이드 러너' 등등의 영화를 이야기하며 '사이버 펑크'를 이야기한 적 있다. 당시 영화광들 사이에서 무정부주의적 성향을 갖는 다소 무거운 SF를 이른바 '사이버 펑크'라고 부른다는 거였는데, 그 때 정성일이 이런 이야기를 한다.

"사이버 펑크 모르면 영화광 자격 상실이라면 저는 기꺼이 영화광 자격 상실하겠습니다."

그러면서 정성일은 이야기를 이어간다.

"펑크는 저항입니다. 섹스 피스톨즈의 시드 비셔스가 왜 '신이시여, 여왕을 구하소서'라고 절규하면서 죽어갔는지 생각해보십시오, 왜 그렇게 커트 코베인은 자신의 아가리에 총구를 집어 넣었는지 생각해보십시오. 저항 정신이 없는 펑크는 펑크가 아닙니다. 저항정신은 쓰레기장에 쳐박은, 자기도 알지 못하는 폼나는 이야기를 하는 건 펑크가 아닙니다. 펑크정신은 이미 모두 죽어버린 펑크가 무슨 펑크입니까?"


2. 나는 그게, 그 정성일의 목소리가, 그 옆에서 이야기 듣고 있었을 정은임이, 그 새벽의 라디오가, 다소 격정적으로, 어떤 찰라의 연극처럼, 어떤 폭풍같은 비극처럼 폼나게 느껴졌다. 그렇다. 나는 사이비다.


3. 다시 정석원의 인터뷰가 있는 [키노]로 넘어오자.

Q(키노). '인디밴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A(정석원). 인디정신이니 펑크정신이니 떠드는데 연주나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 내가 생각하기에 우리나라에 '펑크'가 있다면, 'DJ D.O.C'다.


이 인터뷰가 나에게 '감동'적이었던 이유, 나에게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이 인터뷰의 맥락이 '사이버 펑크' 이야기의 맥락과 같기 때문이다(같다고 나는 느끼고, 그렇게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성일이 야유를 퍼부었던, 사이버 펑크 모르면 영화광 자격 상실이라던 '유치한 가짜 펑크'들에게 보내는 야유를 정석원은 겉멋에 취한 당시 인디밴드들의 어떤 '경향'에 대해 똑같이 날린거다.

인터뷰의 문맥들이 전부 기억나지는 않기 때문에 정확히는 이야기할 수 없지만, 인터뷰에서는 어떤 인디밴드에 대해선 꽤 호의적인 평가를 했던 것 같다. 아무튼 정석원은 그냥 자기 꼴리는대로 이야기했을 뿐이고, 거기에 무슨 엘리트 의식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DJ D.O.C가 펑크라고 이야기한 건 정말 그렇게 생각해서 그렇게 이야기한 거지, 인디밴드들을 엿먹이기 위해 그런 건 또 아니다. 그러니까 정말 DJ D.O.C의 음악을 싸구려 클럽 댄스 음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니라, 정말 쟤들은 지들 놀고 싶은데로 노는구나, 뭐 이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게 이야기한 것 같다고 나느 느꼈다.

그런 즉, 뭐 뻔한 이야기지만, 나는 정석원이 엘리트 음악인이기 때문에, 혹은 내가 연주지상주의자이기 때문에, 정석원의 그 발언에 감동했다고 한게 전혀 아니다.

아, 그리고 그 인터뷰는 90년대 후반에 이뤄진 인터뷰다.
아마도 10년은 넘은 기억일테다.
그러니 이 글은 그 온전한 기억은 아니다.
대개는 사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기억일테지만.


4. 컬트 십계명.

언젠가 펑크가 마치 유행인것처럼 이야기되던 때에 컬트라는 영화 현상이 함께 유행인 적 있다. 그 때 역시나 영화잡지 [키노]에서 펑크 십계명을 특집기사로 올렸던 기억이 있다.
그 중 기억나는 두 가지는 이거다.

"어제의 컬트가 오늘의 컬트는 아니며, 거기의 컬트가 여기의 컬트는 아니다."  

(그리고 맨 마지막 계명은 이거였던 것 같은데... )

"컬트는 컬트다."

그 어투를 빌어서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펑크는 펑크다.
그리고 여기의 펑크가 거기의 펑크는 아니며, 오늘의 펑크가 어제의 펑크도 아니다.

하지만 저항정신이 없다면, 그건 정말 펑크가 아니다.
하지만 저항정신만 있다고 해서 그게 펑크(음악!)이 되는 건 또 아닌 것 같다.

이 지점에서는 나는 후진 연주에 대해서, "우리는 펑크밴드라서 연주는 중요하지 않은걸!"이라고, 그게 무슨 대단히 폼나는 정당화라도 되는 양, 그렇게 자신의 게으름을 장식하려는 태도에 대해 공감해줄 수는 없다.


5. 음악은 그냥 음악일 뿐이다.

어떤 훌륭한 작곡과 훌륭한 연주에 대해선, 그 음악에 펑크라는 이름을 붙이거나, 클래식이라는 이름을 붙이거나, 뽕짝이라는 이름을 붙여도 나는 그 음악들에 어떤 위계도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 음악들은 모두 훌륭하다. 모두 똑같이 저마다 존중되어야 마땅하다.

메탈리카가 위대한 만큼 심수봉은 위대하다.
유재하가 위대한 만큼 (지금은 지상파에서 생계에 여념이 없는) DJ D.O.C도 위대하다.

물론 나에게는 메탈리카가 가장 위대하긴 하지만... ㅡ.ㅡ;

펑크가 펑크인 이유는 펑크가 펑크가 아니기 때문이다.
펑크는 궁극적으론 자신을 부정하고, 극복하고, 엿먹이려는 정신이라고 나는 감히 이야기하고 싶다(물론 이렇게 주저리 주저리 아무런 열정없이, 그저 차갑게 식은 기억의 집 속에 은둔하는 나를 엿먹이는 것도 참 멋진 펑크렸다).

아,

"정석원의 말은 주류 쪽에서도 엘리트 코스(특히 어덜트 컨템퍼래리 스타일의 음악을 추구하다가 고급스런 이미지를 갖게 된 부류)를 밟아온 이들이 펑크에 대해 자주 하는 말이다. '것도 연주냐?' 이거지. 그런데 앞서 말했듯이, 펑크를 안다면, '넌 연주가 어째 그 따위냐'같은 면박을 펑크를 지향하는 이에게 한다는 게 얼마나 웃긴 일인지 금새 알 수 있을 게다. (물론 펑크라고 다 단순하고 어설픈 연주를 지향하는 건 결코 아니다.)" (히치하이커)


여기에 대해선 좀더 부연하고 싶은게 있다.
정석원은 그저 대중음악가로서, 아티스트로서 자신의 철학으로 이야기했을 뿐이라고 나는 느꼈다(물론 이것 역시 매우 희미한 기억이다).

나로선 우리나라 소위 음악 마니아들에게 매우 실망한 기억이 있는데, 가령 메탈리카의 'Load'앨범이 발매된 시점에서 메탈리가 '쓰레쉬메탈'의 본령을 저버렸다는 둥, 너바나 이후의 얼터너티브를 메탈에 수용했다는 둥의 이유로(이게 무슨 이유가 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메탈리카가 변절했다'는 류의 이상한 집단적인 실망감이 떠돌았던 적 있다.

이건 정말 음악을 박제화하려는 우스꽝스러운 행동일 뿐이다.
히치하이커의 위 발언이 그렇단 의미는 전혀 아니지만, 펑크 이전에, 메탈 이전에, 댄스 음악 이전에...(물론 나는 락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댄스 음악이 락음악에 비해 저열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그냥 다를 뿐이지) 음악은 그냥 음악이라는 태도가 가장 우선해서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음악을 너무 마니아들만의 비평언어로 가두지는 않기를 바란다(물론 히치하이커가 그렇다는 의미는 또 아니다).

비평은 새로운 창작인데, 그게 창작인 이유는 그 비평이 어떤 텍스트(그것이 음악이든 문학이든 그 무엇이든)를 가두는 행위가 아니라, 그래서 그 텍스트를 박제된 언어로 고정하고, 그 의미를 고갈시키는 행위가 아니라, 그 텍스트를 해방시키기 위한, 다른 세계로 나아가게 하기 위한 일탈이며, 자유이기 때문이다. 그건 마치 연애감정 같다. 가두고 싶지만, 그럴수록 그건 더이상 사랑이 아닌게 되어 버린다. 그래서 그 연애(감정)은 너무 치열하고, 쉽게 집착이 되며, 그래서 생명 없는 것이 되어버리기 쉽다.

하지만 비평이 창작이 되려면 연애가 아니라, 사랑을 해야 한다.
사랑에는 연애감정에는 없는 것이 있다.
그것은 대상적이지 않고, 관계적이다.



* 발아점
히치하이커, 난 펑크를 모른다.



* 관련 추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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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즈홀릭,펑크학 입문 : Punk Generation 101 (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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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 펑크학 입문 : Punk Generation 101

    Tracked from Mųźёноliс Archives. 2008/08/26 09:43 del.

    From 'The 70's Show' 1x22 - 하이드가 말하는 펑크의 정의 : Hyde : I just met the most amazing woman, Chrissy. And she just ditched her entire life to start over in New York, man. (나 방금 진짜 괜찮은 애 만났다, 크리시라고. 모든 걸 다 포기하고 뉴욕에서 새로 시작할거래.) Eric : Wait. Why is she going to..

  2. Subject : 펑크의 자기부정에 대한 단상

    Tracked from foog.com 2008/08/26 09:49 del.

    역시 블로깅은 재밌다. 아래 글들은 이른바 Punk Spirit 에 관한 일련의 커뮤니케이션을 시간 순으로 나열해본 링크들이다. ‘웅크린 감자’님이 펑크적이지도 않은 빅뱅은 펑크 흉내 내지 말라고 화두를 꺼내셨고, ‘민노씨’가 ‘웅크린 감자’님의 훈계가 모순되게도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사고”를 기반으로 대안을 찾고 있다고 비판하셨고, ‘히치하이커’님이 “다만 실제로 국내 음악신에서 아이돌이란 위치에 있는 이들이 얼마나 자율적으로 음악을 하고 있는...

  3. Subject : 좀 늦었지만 펑크

    Tracked from jjjismyexityyy 2008/08/28 16:00 del.

    펑크 들으면서 연주력 운운하는 건 좀 이상한 일이다. 뭐 연주력 좋고 실력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더 좋은 건 또 아니겠다. 원래 펑크가 노래도 하고 싶고, 기타도 치고 싶고, 소리 지르...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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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Ray 2008/08/26 06:38

    어멋 이것은 저의 댓글에 달린 대댓글에서 시작된 글. 왠지 모르게 부끄럽습니다. 대체 왜인지는 몰겠지만요.
    펑크가 음악의 한 장르가 아닌, 좀더 원론적이라고 해야할지, 깊숙하게 들어가 '정신'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그런 거였네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물론 저쪽의 히치하이커님의 글도 잘 읽었지만, 모르는 분이라 댓글남기기 부끄러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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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8/26 15:06

      왜 부끄럽다는 느낌이 드셨을까요? ^ ^;;
      히치하이커님은 음악을 좋아하는 아주 멋진 블로거십니다.
      레이안님께서 논평을 주시면 참 반가워하실거에요. : )

  2. Muzeholic 2008/08/26 09:48

    안녕하세요~ (다크나이트 이후 처음 뵙겠습니다. 머쓱;; ) 그....뭔가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뭔가 펑크에 대한 열띈 공방이 왔다갔다 하는 것 같네요 ^^;; 정확히 말하면 사이버펑크를 모르면 영화광이 아니라고 말할게 아니라, SF팬이 아니라고 말해야 더 옳은 표현 같습니다. (SF팬인데 사이버펑크를 모른다...면 조금 난감할지도 =ㅅ=) 제가 예전에 '펑크학 입문'이랍시고 같잖은 글을 적었던 것, 트랙백 걸어드립니다. 그래도 전 10년 이상 펑크 매니아임을 자처해왔으니까요. 하지만 다른 모든걸 떠나, 펑크는 저항의 음악이라는 것만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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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8/26 15:08

      뮤즈홀릭님의 다크나이트 리뷰는 아직도 인상적으로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 )
      이렇게 찾아주시니 참 반갑네요.
      트랙백하신 글도 기대가 만빵입니다.
      좀 이따가 읽어봐야겠네요. ^ ^

  3. 미루 2008/08/26 11:28

    메탈리카의 'Load'앨범이 발매된 시점에서 메탈리가 '쓰레쉬메탈'의 본령을 저버렸다는 둥....근데 이 말이 조금 이해가 가기도 하는 건, 저 사람들 기분이 애플이 윈도우 깔린 컴퓨터 내놓을 때의 기분이랑 비슷할 것 같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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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8/26 15:10

      앗, 미루님!
      천 만년만에 댓글이네요.

      그러니까... 그 '연애감정'에 대해선 충분히 이해가 되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게 대상적이고, 집착이 되기 쉬우며, 예술에 생명을 불어넣는 게 아닌 그 생명을 오히려 빼앗는 것이 되지 쉽지 않나... 뭐 그렇게 염려가 되기도 하지요. ^ ^;

    • 미루 2008/08/27 01:40

      하하. 메탈리카는 대인배들이잖아요!

    • 민노씨 2008/08/27 03:33

      대인배들인가요? ^ ^;
      것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음악은 최곱니다!

  4. 민노씨 2008/08/26 15:13

    * 사소한 오탈자 추고 및 인용부호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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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link 2008/08/26 16:03

    저도 미루님의 의견에 동감합니다. 메탈리카 Load이후 참 구려졌죠.
    아 그리고 Load조차 웃음꺼리로 만든 또 하나의 앨범이 있습니다. Reload. 참 제목부터 그렇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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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8/26 17:06

      언젠가 사석에서도 잠깐 이야기한 것 같긴 하지만.. ^ ^
      저는 load도 꽤 좋아하는 앨범입니다.
      물론 블랙앨범이나 꼭두각시앨범, 모두를 위한 정의앨범도 무지하게 좋아하긴 하지만요..

  6. 히치하이커 2008/08/26 23:35

    먼저 잠 자기 전애 잠깐 들렀다 문 떡밥이 이리도 큰 일이 될 줄은 정말 몰랐음을 밝힙니다. 히잉. -_-;
    글이 쓸데없이 길어질 것을 대비해 번호를 매겨 간단하게 적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아.

    1. 정석원의 인터뷰는 제가 전문을 보지 못 했으니 자연스레 민노씨가 남긴 덧글만을 앞뒤 없이 본지라 제 멋대로 제단해 오바한 면이 있습니다. 그 점에 대해선 정씨 아자씨에게도 민노씨에게도 송구하옵니다. 다만 그 문답에 대한 제 감상은 꼭 정석원씨에 한정된 그로 인해 느낀 것이라기보단 그간 여기저기서 봐왔던 것이 이번에 터진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요. 이 기회를 빌어 요즘 펑크도 열심히 듣고 있는지라 함 얘기해 본라 이거죠.

    2. 그러니까 요는 너무 심각하다는 겁니다. 펑크에 대해. 물론 정치적으로 극명하게 자기 색을 드러내거나 이 세계나 주류를 차지하는 가치관이나 권력에 대해 저항하는 이들도 있습니다만 건 한 부류일 뿐이라는 거지요. 굳이 '진짜 펑크'를 말하자면 저항정신의 유무가 아니라 (참 애매한 기준이지만) 얼마나 진심으로 자기의 생각과 삶을 노래하느냐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것이 아무리 시시껄렁한 얘기라 해도요. 그러하기에 민노씨의 '하지만 저항정신이 없다면, 그건 정말 펑크가 아니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 펑크도 있지만 다른 펑크도 있으니까요.

    3. 메탈리카의 예에서 드셨던 로드 앨범에 대한 얘기는 저도 상당히 공갑합니다. 워낙 큰 밴드다 보니 이런저런 얘기가 참 많았는데 '변했으니까 구리다'고 하는 이들에겐 저 역시 전혀 공감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변했는데 구려'인 거죠. -_-; 실은 전 나름 재밌게 들었던 음반이지만요. ㅎ

    4. 어떤 장르가 다른 장르에 비해 낫거나 못하다는 건 말도 안 되지요. 그저 자기가 좀 더 좋아하는 장르가 있을 뿐.
    좋은 밴드와 나쁜 밴드, 멋진 음반과 구린 음반은 있겠지만요. (웃음)

    5. 펑크 밴드의 연주가 대체로 프로그레시브 메틀 밴드의 연주보다 '연주력'이란 면에서 보잘 것 앖다고 할 순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연주력이 반드시 게으름의 산물인 건 아니겠죠. 말이 좀 꼬이는데요. 지가 하고 싶은 음악도 제대로 표현 못 하는 연주력으로 버벅거리는 거야 꼴불견이지만, 박자 좀 틀리고 리프나 리듬이 단순하다 해서 충분히 자신의 음악을 표현하고 있음에도 연주력이 그게 뭐냐고 하는 건 웃깁니다.

    6. 비평이 창작이 되려면 관계적이어야 한다는 데 한 표. 음악도 텍스트니 그 텍스트와 나의 관계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입장을 보일 순 있겠지요.

    아, 길다...
    이상으로 답변은 마치겠사옵니다.

    덧_제가 좋은 까닭이. 후덜덜하네요. 그렇잖아도 요즘 것 땜에 고민하고 있는데 말이죠. 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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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8/27 04:57

      무슨 송구씩이나요.. ^ ^;

      논평에 대해 깊이 공감하면서도 2.에 대해서 부연하면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역사적인 의미에서의 펑크(문화)는 '저항'이라는 최소한의 개념필요적 요소를 갖고 있지 않나 싶어서요. 물론 그것이 또 다른 형태의 억압이나 도그마가 되어서도 곤란하겠지만요.

      하이커님의 의미부여나 해석도 무척 맘에 들지만, 그렇게 하면 너무 느슨해진달까, 최소한 그 '용어'에 필요한 개념 규정에는 너무 헐겁달까... 그런 느낌도 없지 않습니다.

      추.
      http://blog.hani.co.kr/skymap21/2447

  7. 홍월영 2008/08/27 02:41

    그런데 저 논쟁(?)은 예전에 어디서 많이 봤던 담론 같습니다. 제가 듣기로는 펑크의 저항의식에 관해서, 그게 없이 펑크의 스타일을 차용한 음악이 네오펑크 사조로 갈라졌다고 했던 것 같은데 말입니다. 이 논의가 현재진행형이라는 건 꽤 의외였습니다. 물론 글들은 잘 읽었구요, 건필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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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8/27 04:57

      그러셨군요.
      제가 원래 저도 잘 모르는 이야기만 해서요..
      격려 말씀 고맙습니다. : )

  8. 댕글댕글파파 2008/08/27 18:25

    펑크의 '펑'자도 모르고 얼트너티브의 '얼'자도 모르지만 20대 초반의 제 우상은 커트 코베인이었습니다.
    Nirvana...... Grunge 아련한 추억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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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8/27 19:12

      저도 너바나는 (물론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긴 합니다만...
      왠지 메탈리카 만큼 반복적으로 듣게 되지는 않더라구요.
      역시나 취향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 )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 한방 날려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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