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9일자 4면의 경우  


1면 대문기사은 (이하 제목크기는 실제 신문에서 표현된 크기에 가급적 비례하게 표현함) 다음과 같다.
"자유언론 죽이려는 정권...
국정홍보처 반드시 폐지"



이하 조선일보 29일자 4면의 구도와 배치다.  
국회 언론 통제 비판 한목소리
"반민주, 반역사, 반헌법적 황당무계한 조치"
홍보처 폐지 놓고 한나라/열린우리 신경전
[그 옆에 한나라당 의원들의 심각한 표정 사진]

"정권나팔수, 이번엔 언론탄압" 한나라, 홍보처 성토
강대표 "자유언론 죽느냐 사느냐 기로"

"기자실 통폐합은 언론에 재갈"
민노당 권영길 의원
[그 아래 베네수엘라 민영방송국 라디오 카라카스 강제 폐쇄 관련 시위 현장 모습 사진]

"차베스 정부는 비판언론 두려워 해"
폐쇄된 베네수엘라 민영방송 RCTV 회장 성명
EU 의회/미 인권단체 등도 방송폐쇄 조치 비판



1.
미장센은, 다 알겠지만, 사물의 배치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는 걸 가리키는 연극/영화 용어다. 불안에 가득한 여자주인공을 내리 찍을 듯이 벽에 박혀 있는 박제된 거대한 새의 부리가 괜히 거기에 있는게 아니다(히치콕 '사이코' 경우). 종이신문 가운데 이 미장센 기술이 가장 뛰어난 매체는, 내 주관적인 판단일 뿐이지만, 조선일보다.

당신이 느끼는 게 바로 내가 느끼는 그거다.
구체적인 보도내용을 기사본문을 읽을 필요는 없다.
조선일보 저널미장센은 몇 개의 큰 제목들과 작은 제목들의 절묘한 조화, 그 중간에 있는 하나의 시각적 이미지, 그리고  아래 화룡점정처럼 이어지는 또 다른 큰 제목으로 당신심리를 완전히 조종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2.
조선일보의 설계도를 따라가면 당신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을 수 있다.

기자실 통폐합은
  • 1. 언론통제다
  • 2. 정권나팔수가 이번엔 언론탄압하고 있다.
  • 3. (진보적인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도) 그렇게 말하고 있지 않나? (그러니까 이게 괜한 소리 아니다. 신뢰해도 좋다)
  • 4. (베네수엘라 시위군중들 가운데 슬픈 여자 얼굴이 두드러져 보인다) 베네수엘라 꼴 되서 눈물 한번 흘려볼래?
멍청한 국민들 세뇌시키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여전히 우매한 대중들은 저널미장센의 포로가 될 수 있다고, 저널미장센의 대가인 '자유언론' 조선일보는 믿고 있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부지불식간에 우리는 이미 포로다.



[추천글]
펄, 차베스 vs RCTV, 언론탄압?
http://blog.naver.com/pariscom/110018224838

위 펄님의 글은 베네수엘라 차베스 정권의 RCTV 폐쇄와 관련해서, AP통신의 베네수엘라 주재 기자인 Bart Johnes의 LA 타임즈 기고문을 번역한 글입니다. 일독 권합니다.
(참고 : LA 타임즈 기고문 원문)

"AP통신의 베네수엘라 주재 기자로 차베스에 대한 저서를 출판할 예정인 Bart Johnes가 최근 LA타임스에 기고한 글은 언론의 편향된 논조가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독재를 옹호하는 수준까지 나아갔다가 결국 자기 목을 친 사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한번 정도 읽어 볼 가치가 있다."

- 펄, 차베스 vs RCTV, 언론탄압? 중에서



한국 언론의 경쟁시스템

2007/05/28 18:41
#. 이 글은 펄님의
[기자들의 생활과 기자실]
에 보내는 트랙백 글입니다.

굳이 독립적으로 포스팅하는 이유는 위 글이 조금이나마 더 읽히기를 원해서이고, 또 위 글의 문제의식에 공감하면서, 그 논의를 조금이나마 확장하고 싶어서입니다.
위 글은 정말 근래 보기 드물게 기자실 통폐합에 관한 기자의 솔직하고, 진지한 목소리로 평가합니다.
일독 권합니다.   




한국 언론의 경쟁시스템






좋은 글 트랙백 보내주셔서 고맙게 생각합니다.
담담하면서, 또 냉정하네요.

그런데 저로선 의문인 것은...
저는 솔직히 한국 언론 내부의 '경쟁시스템'이 얼마나 효율적인 방식으로 제도화되고 있는지에 대해 다소 회의적입니다.

본문에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똑같은 기자실에 앉아 있어도 언제 물 먹일지 모르는 타사 기자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 타사 기자뿐인가. 자사 내에서도 일 잘 하는 기자와 못 하는 기자가 누구누구인지, 모두들 알고 있다. 모든 기사는 '기명'이고, 기자들은 다른 회사와 달리 팀별로가 아니라 각자 움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는 것만 받아먹어서는' 도대체 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가 없다."
- 펄,
[기자들의 생활과 기자실] 중에서


그 경쟁의 실질적인 귀결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노골적으로 질문하자면, 정말 능력없고, 고민없는 기자들은, 쉽게 말하죠, 기자 자질 없는 기자들은 "살아 남을 수가 없"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제가 보기엔 그럭저럭 잘 살고 있는 것 같아요.

가령 극단적인 예이겠지만, 조선일보 천하장사 홍모기자 택시기사 폭행사건의 경우엔 '경쟁도태' 정도의 차원이 아닌 기자사회 전체에 대한 신뢰도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 경우인데요. 이 천하장사 홍기자가 어떻게 자기 책임을 감수했는지 궁금하네요. 얼핏 들은 바로는 아직 조선일보에 근무하고 있다고 압니다(정확한 소식 아시는 분 있다면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최근 문화일보 이미숙 기자의 '소설'에 대해 이미숙 기자가 어떤 방식으로 내부에서 책임을 지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여전히 '문화일보'라는 언론 회사에 잘 다닐 것으로 생각해요.

개별 언론 회사 내부의 룰과 원칙이 있을 테고, 이것이 외부의 평가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도 우습겠지만.. 최소한 '언론' 회사로서의 특수성(그 공공성)을 생각한다면.. 외부의 평가에 대해서도 효율적으로 피드백할 수 있는 시스템의 마련은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들 입으로는, 공적인 홍보기제의 일부로서는 그런 소리들 하죠. 하지만 정말 실효적인 제도의 차원으로 정착한 언론이 하나라도 있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오보를 양산하고, 수준 떨어지는 최악의 기사들(누가 봐도 명백한 정도의)을 작성하는 기자들은 마땅히 '퇴출'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단순히 언론'회사'로서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언론' 회사가 갖는 공공성에 치명적인 해악을 끼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런데 제 성급한 평가이고, 예단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국민 국민 하면서도 국민의 목소리를 무서워하는 신문 정말 있는지 궁금합니다. 판매부수 경쟁이나 특종 경쟁, 낙종에 대한 근심.. 모두 인정합니다. 하지만 국민의 목소리를, 최소한 자사 매체에 대한 '공적이며 객관적인 평가'에 대한 최소한의 피드백이 제도(특히 인사제도)의 차원에서 있어 왔는지, 과연 언론이 스스로의 책임에 대해 얼마나 스스로 반성해왔고, 그 반성을 내부의 경쟁시스템과 효율성으로, 유기적인 내부 메카니즘으로 운영원리로 구현하려고 노력해왔는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있어서는 안되는 언론인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그런데 효율적인 '경쟁' 시스템이 그대로 적용된다고 가정하면, 이런 언론인들은 벌써 퇴출되었어야 했지요. 하지만 여전히 국민들 무시하고, 여론 조작하고, 국민들 훈계하고 있습니다. 지난 '황우석 파동'에서 언론이 보여준 모습은 그 극단적인 증거겠지요. 어떤 언론이 황우석 파동의 와중에 자신의 과오와 책임을 반성했는지 궁금합니다. 물론 중앙일보에서 살짝 그런 제스처를 보여주긴 했지만요.

기자실 문제는 본질적으론 이런 언론사 내부의 인적 개혁이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갖춰지지 않는다면... 국민들로부터 '영원히' 공감 얻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합니다.

답답한 마음에서 끄적거렸습니다.
펄님의 노고와 열정과 애로에 대해서는 충분히 짐작하고 남음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 개인적으론, 물론 충분한 판단자료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펄님과 같은 문제의식과 고민을 갖는 훌륭한 기자분들도 많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재 언론의 모습, 그 표현된 형태와 그동안 있어왔던 행태들을 되돌이켜 보면... 종이신문의 '위기''무한경쟁'이란 엄살에도 불구하고, 종이신문 그 스스로 바뀌려는 노력은 없었던 것 같아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는 노력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변신에 대한 몸부림에서 언론회사로서의 철학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생존에 대한 몸부림이 있었다고 할지라도 그저 흔하디 흔한 자본주의 '회사'들이 생존하기 위한 몸부림과 그다지 달리 느껴지지 않습니다. 거기서 승리하면 그만인 게임을 즐기고 있는 것이죠.

짝퉁 시사저널 사태에 대해 무관심은 그런 '세속적인' '철학 없는' 대한민국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언론 회사들의 현주소를 방증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삼성 무서워서 기사 쓰지 못하는 저널리즘이란 어떤 저널리즘인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삼성포비아 저널리즘인가요?

기자실 통폐합에 대한 기자사회의 움직임이 자본주의 경쟁에서 살아남은 언론 '회사' 구성원들끼리의 '신성동맹'에 불과한 것으로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글을 쓰다보니 펄님의 글을 비판하는 것 같은 뉘앙스가 조금 느껴지기도 하네요.
혹여라도 그렇게 느껴지는 구절이 하나라도 있다면 이는 제 표현력이 부족해서 일 뿐입니다. 저로선 펄님을 신뢰하고, 또 펄님과 같은 기자분들께 기대를 걸기 때문에, 이렇게나마 펄님의 글을 핑계삼아 제 개인적인 아쉬움을 토로한 것에 불과하지요.

펄님의 건투를 빕니다.
그리고 어려운 환경에서 노고가 많으실 대한민국 기자 여러분들께도 심심한 위로와 격려를 보냅니다.




이상입니다.



[링크]
[고종석 칼럼] 시사저널 사태와 한국 언론 [2007/03/14]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0703/h2007031419044039780.htm


  • [갈등 국면에서의 리더쉽]
  • 위계적이며, 권위적인 관리의 리더쉽에서 소통의 리더쉽으로 향한다는 것일까? 아니 향해야 한다는 것일까? 박정희 시스템과 87체제의 부정적 관성이 초래한 심리패턴과의 연관하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것.
  • 아거님의 본질적인 부분에 대한 명쾌한 논평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좀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한다. 위 글은 꼭 읽어보시길 바란다. 짧은 글이다. 오전 1시 54분

  • 점점 더 미투를 마가린(딜리셔스)처럼 사용한다. 이게 좋은 건지 나쁜건지 모르겠다. 그런데 PRAK님께는 좋은 경향은 아닌것도 같고.. 인터넷 서비스들의 성격이 중첩되면서.. 사용자들은 편리하기도 하지만, 그 소비패턴이나 효율성에 있어 혼란에 빠지기도 하는 것 같다.
  • 이에 대한 조엘님의 논평은 참신하다. "개별 포스트에 대한 미투, 는 사용자에게 북마킹의 경험을 제공하면서, 마가린류의 저변을 확대해가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 이런 발상의 전환을 접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 다만 소비패턴(그 물리적인 사용가능한 시간)을 생각하면... 상생적 작용보다는 서로 제로섬 게임에 가깝게 작용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시간이 없다. 우리는 항상 시간과 공간에 의해 제약 받는다. 이 당연한 조건들에 대해 잊지 말아야 한다.  오전 1시 57분

  • "기자실 통폐합 문제"
  • 언론이 블로거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이 사실과 그 사실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바탕한 미래지향적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기한테 불리하니까 엉터리 주술사가 되어 '예언'을 남발한다. 그런데 그 '예언'은 친절하지도 않고, 신경질에 협박조다. 그러니 도저히 그 엉터리 주술사를 믿을 수가 없는거다. 오후 7시 6분

  • 글의 논리에 대해선 굉장히 감복하게 되는데, 댓글에서의 태도 때문에.. 뭐지?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나는 태도와 내용, 형식과 내용, 스타일과 내용이 별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진실은 그 형식에 의해 거짓이 되기도 한다.
  • 포스트는 '본문 + (독자의) 댓글 + (작성자의) 답글'로 완성된다. (+ 트랙백) (+ 외부 웹페이지에서의 링크)의 의미에 대해선 별론으로. 댓글은 순발력과 즉흥성이 강하게 표출되는 영역인데, 거기에 그 작성자(블로거)의, 쉽게 말하자, 인간성(혹은 인격)이 좀더 직관적으로 드러나게 되는 경우가 잦다. 제발 유비의 '할아버지와 시냇물' 고사를 떠올리자. 마무리가 좋아야 한다.   오후 7시 16분

  • 레이니돌님의 미투로그를 읽다가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이 글(일부러 올블 링크주소로 설정)은 실시간 인기글 1위 글이다. 글에 대해 유감은 없지만, 미끼성 태그와 올블 실시간 시스템에 대해선 약간 유감이다. 이런 미끼성 글이 계속 득세하면 올블에도 손해라고 본다.
  • 솔직히 올블에 대해 갖는 기대와 관심이 이렇게 '비판적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잦고, 또 그것이 올블 스텝들에게 어떻게 느껴질지 궁금한데(뭐, 맘이 편하진 않겠지, 우연히라도 이런 글을 발견한다면), 언젠가 아웃사이더님께서 하신 말 같은데... 이런 비판이 사라지는 순간이 정말 '올블의 위기'가 될 것이라는 점은 명확하다. 그리고 비판 역시 '홍보'효과를 갖는다(아거님의 탁견, "논쟁은 공짜 홍보를 낳는다").
  • 관련해서 쏭군께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쏭군께서 혹시라도 우연히 그 하고 싶은 말에 대해 궁금해 한다면 비밀글로 들려드릴까 싶다. 굳이 내가 먼저 쏭군께 말씀드리는 것은 좀 조심스럽고.. 너무 과한 '문맥' 없는 과한 애정인 것 같아서...    오후 10시 30분

이 글은 minoci님의 미투데이 2007년 5월 25일 내용입니다.



0. 기성언론의 자기반성을 촉구합니다.

기성 언론, 소위 메이저 언론에 대해 한마디 합니다.

'기자실 통폐합' 문제는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았던 사안입니다. 그런데 딱히 어떤 입장을 세우기 어려운 문제라고 판단하고 있었습니다. 쉽게 말해서 아는게 없었습니다. 거기에 오랜만에 '당파성을 떠나' 언론이 이구동성으로 '기자실 통폐합'에 대해 '맹공'을 퍼부었으니까요. ('기자실 폐쇄'가 아니라 '기자실 통폐합'이 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실 몽땅 없애자는 거 아니잖아요).

작금의 현실을 보면 이 언론의 당파성이라는게, 진실로 자신의 철학(저널리즘)에 바탕한 것이 아닌 '적대적 공생'을 위한 위장적 포지션에 불과한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정말 짜증 지대루인 셈이죠.

우선 어떤 기성 '메이저' 채널을 통해 '기자실 통폐합'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가능할 수 있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이 문제를 평범한 보통 사람의 입장에서, 그러니 마땅히 관심있는 시민들이라면 자신의 입장을 갖고 논의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객관성'을 담보한, 그래서 '형평에 맞는' 시각을 제시한 (메이저) 언론이 있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이 지점에 대해선 정말 기성 '소위' 메이저 언론들은 입이 열이라도 할 말이 없다고 판단합니다.

적어도 기성 언론의 태도는 한겨레와 조선이 따로 없고, 경향과 동아가 따로 없다고 압니다. 물론 꼼꼼한 모니터링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기자실 통폐합'을 다루는 그 태도, 이미지 매체(저는 방송은 물론이고 현재의 신문매체는 이미지 매체라고 판단합니다)로서의 편집방향은 대동소이하다고 생각합니다. 제목들 훑어보면 이게 조선일보인지(물론 비판적인 의미에서) 한겨레인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조중동에서는 '언론탄압'이라고 대놓고 선동하고 있다면, 그래도 한겨레와 경향은 '알 권리 축소'라는 차원에 방점을 찍는 그런 정도의 차이랄까요?

본질적으로 '기자실 통폐합'에 대한 합리적인 논의의 가능성을 닫아두고 있다는 관점에서는 양자의 구별이 무의미하다고 평가합니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보들을 선별적으로 취합하고, 또 그런 '통폐합 반대론자'들의 지적만을 '짜집기'한 형국이라고 보는 것이죠. 이런 언론의 태도에 대해선 정말 실망이라는 말보다는, 그래, 알았다, 알았어.. 체념하게 됩니다.

물론 제 과문함을 질책해주실 독자분이 계시다면 좋겠습니다.
위 지적은 순전히 제 인상비평에 불과하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동에 가까운 편파적 기득권 옹호 발언으로 사안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적이고, 합리적인 토론 자체를 어렵게 한 책임을 기존의 '소위' 메이저 언론들은 무겁게 받아들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제발 반성하고, 그동안의 관행과 행태에 대한 고민의 사유들을 보여주시길 당부합니다.
그래야 논의가 '풀려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 한국형 저널리즘

간단히 인상적으로,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말씀 드리죠.
물론 부정적인 의미에서, 비판적인 관점에서 한국의 저널리즘을 표현하는 말들입니다.

받아쓰기 저널리즘
냄비 저널리즘
미끼 저널리즘
선동 저널리즘 (특히 조선일보, 저는 이런 조선일보를 드라마 조선일보라고 부릅니다)
묻지마 저널리즘
하이에나 저널리즘 (아거님)
엘리트 저널리즘
정치공학적 잔머리 저널리즘
어슬렁 어슬렁 저널리즘 (우마미님)

이런 '한국형' 저널리즘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리 언론탄압이라고 외치셔도, 또  국민의 알권리를 운운하셔도.. 이에 대해 아, 그렇구나.. 하게 될 '블로거'들은 없을 것 같습니다. 이것이 솔직한 제 심정입니다.


2. 블로기즘과 저널리즘의 충돌

소박한 문외한의 입장에서 '기자실 통폐합'에 대한 이런 저런 글들을 읽었습니다. 그 의견들에 공감하기도 하고, 또 때론 갸우뚱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의미있다고 생각되는 글에는 그 의견에 찬동하든, 반대하든 제 부족한 의견이나마 가급적 남겼습니다.

이 '기자실 통폐합' 문제는 블로기즘과 저널리즘의 관점에서 매우 심각한 논의로 확대되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논의가 갖는 잠재적 가치는 정말 심대하다고 평가합니다.

좀더 직접적으로 말하죠.
이 논의가 블로고스피어에서 전개되는 양상을 바라보면, 기성언론에 대한 불신을 떠나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습니다. 물론 그 책임의 상당부분은 기성언론들에게 있습니다. 이는 정말 자명하다고 생각하고,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질문을 주시는 분들께는 제 나름으로 지금까지 경험한 체험치와 정리한 자료, 그리고 제 의견과 입장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참고로 주로 제가 갖고 있는 체험치과 자료는 '조선일보'와 '한겨레'에 관한 것입니다.

그런데 보십시오.
'기자실 통폐합'에 대한 언론의 자기반성이 한 줄이라도 있었나요?
정말 궁금해서 여쭙니다. 그동안의 '기자실 관행'에 대한 반성적 사유를 보여준 저널이 있었던가요?


언론은 스스로 겸허하게 자기를 반성하고, 또 비판적인 문제제기에 대해 나름의 대안적인 시스템을 고민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반성하셨나요? 좀더 합리적인 시스템에 대한 고민이 내부에서 있어 왔습니까? 무지랭이 국민들이 '기자들의 현실' '한국 저널리즘'의 현실을 몰라서 이렇게 감정적으로 난리치고 있는건가요?

다시 반복하지만, 저는 모든 '소위' 메이저 저널들을 모니터링하지 못했습니다. 위 발언이 제 부족한 판단자료와 그동안의 경험에 치우친 편향이며, 제 글 역시도 정치적 수사이자 선동에 불과하다면 이를 '구체적인 자료'를 통해 지적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물론 블로기즘과 저널리즘은 그 영토를 함께 하지만, 그 철학과 시스템적 메카니즘을 기본적으로 달리한다고 생각합니다. 블로기즘이 블로거의 개성과 관점, 그리고 자기 체험의 실존적인 자기표현(의 공적인 가치)를 중핵으로 한다면, 저널리즘은 좀더 조직적인 시스템을 갖고, 그 물적, 인적 시스템으로서의 증대된 힘을 통해 사회의 공적인 '소통 기구'로 작용한다고 생각해요.

블로기즘은 '취재'보다는 '리뷰어'로서의 영역이 특화되고, 또 강조되어야 한다면, 저널리즘은 집단적인 시스템을 통한 '취재'와 이를 통한 다양한 세상에 대한 이모저모를 시의성 있게 보도하는 것이 강조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블로기즘과 저널리즘의 모델은 충돌하는 모델이기도 하지만, 서로 협력적으로 상생할 수 있는 모델이라고도 생각합니다. 물론 이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는지 저같은 소박한 문외한이 쉽게 단정적으로 언급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겠지요.


다만 '기자실 통폐합'과 관련해서 흥미로운 사실은 블로기즘과 '한국형' 저널리즘의 갈등적 양상입니다. 이에 대해선 저로선 이 주제만으로도 매우 가치가 있다고 평가합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논의가 어떻게 전개될는지도 매우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구요.

다만 굉장히 흥미를 느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논의가 소모적인 감정다툼으로, 편견의 골을 깊게 하는 것이 되기를 원치는 않습니다.

이제 글을 마무리 해야겠습니다.


3. 정보공개의 확대와 효율적인 제도 마련에 대한 고민을 촉구합니다.

그렇다면 기성 언론에서 '언론 탄압' 혹은 '국민의 알권리' 축소라는 이슈보다는 '정보공개법'을 좀더 전향적인 수준에서 개정하라는 목소리를 강하게 냈더라면 어땠을까 싶은 아쉬움이 남는군요.

언론이 이번 사건을 보도하는 행태를 보건대 기자실 존치의 이익(A)과 기자실 통폐합의 이익(B)을 가정적으로 비교형량할 때, 존치 이익의 잠재적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되지도 않을 만큼 기존 언론에 대한 불신은 그 한계에 도달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거의 모든 언론에서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태도는, 그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밥그릇/특권의식 수호'를 위한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한 언론의 겸허한 자기반성과 보다 나은 시스템에 대한 자기고민, 모색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그래서 현재 시스템을 그저 막연히 고수하자는 쪽으로 나아간다면, 최소한 블로거들의 반대여론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해요.

그리고 블로거로서 한 말씀 올립니다.
저로선 동료 블로거들께서 이 이슈를 바라보는 관점을 기성 언론에 대한 반발과 비판에 방점을 찍는 대신에 정보공개법의 개정을 통해 보다 효율적인 시스템과 제도로서의 '정보공개'가 확대될 수 있도록 의견을 모으는 것으로 향하길 기대합니다.

그리고 '정보공개법의 문제점'과 '정보공개 확대' 및 '그 효율적 시스템 마련'에 대한 의견을 기성 언론에서 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그렇게 보다 전향적인 자세로, 미래지향적인 비전을 보여줄 있다면, 블로거들 역시 그런 언론에 대해 다시금 신뢰를 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요. 그렇다면 이번 '사건'이 기성 저널리즘와 블로기즘이 조화롭게 서로 상생할 수 있는 협력 모델에 대한 의미있는 체험을 남길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지 않나 싶군요.


끝으로 하나만 더 첨언하자면,
기자실 통폐합에 우호적인 블로거들의 여론을 "노빠"라는 식으로 획일적으로 몰고 가는 어처구니 없는 논평들은 이제는 사라지길 바랍니다. 그런 논평 보면 솔직히 좀 정내미 떨어집니다. : (




p.s.
제가 읽은 글들 중에서 의미있는 견해라고 생각하는 글은 다음과 같습니다.
많은 글을 읽지는 못했어요.
이에 대해선 독자분들께서 혹여라도 추천할 만한 글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물론 우선은 무플탈출이 시급하겠지만요. ㅡㅡ; ).

이하의 글들에 대해선 어떤 글의 의견에는 찬동하기도 하고, 어떤 의견에 대해선 반대하기도 합니다. 같은 글에서도 어떤 의견은 고개를 끄덕이고, 어떤 의견에 대해선 갸우뚱하기도 했지요.

다만 그 견해에 찬동하던, 또 반대하던.. 매우 의미있는 관점이라고 생각하고, 또 충분히 일독할 가치가 있는 글들이라고 개인적으론 생각합니다.

* 국민의 알권리, 기자들이 침해하고 있다
* 우마미, 정부의 기자실 /브리핑룸 통폐합에 즈음해...

* YY,
기자실 통폐합 = 언론자유위협?
* 아거, 어슬렁 어슬렁 저널리즘

* marishin,
기자실 때문에 기자들이 담합한다고?
* 아거, 노무현은 과연 고삐풀린 망아지들에 재갈을 채울 수 있는가?

* 그만,
기자실 폐쇄보다 중요한 가치 '정보공개'
* 한윤형, 기자실 통폐합 문제 : 언론 보도와 블로그 여론, 그리고 언론개혁

* 한윤형, 
기자실 통폐합 문제를 둘러싼 논의의 혼선 정리
* 행인, 기자정신과 공무원정신

* YY,
기자실의 폐해에 대해
* nova,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이 뭐가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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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저것 - 5월 24일

2007/05/25 04:30
  • [블로고스피어에서의 주제 쏠림현상] 이 글의 설득력은 굉장하다. : ) 98%에 대해 공감하게 되는데.. 2% 허전한 뭔가가 있다. 그게 뭔지 알아보려고 여러번 읽었는데 뭔지 모르겠다. 오전 1시 0분
  • [국민의 알권리, 기자들이 침해하고 있다] 매우 합리적이고, 정당한 문제제기라고 생각합니다. 일독 권합니다. : ) - 정부부처 기자실 통폐합 관련 오전 2시 51분
  • 저도 이제야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는데, 파이어폭스는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편리하더군요. 특히 '라이브 북마크'는 정말 편리한 것 같습니다. : ) 오전 8시 12분
  • [여기에 이어서] 1. 처음엔 아는게 없기 때문에 어렵게 쓰고, 2. 조금 아는게 생기면 과시욕에 어렵게 쓰고, 3. 이 모든 단계를 넘어서면 자기와 자기 안에 있는 타인의 대화를 시도하게 되는 것 같다. 그걸 사람들은 배려라고 부른다. 물론 난 1번. 오전 8시 29분
  • "이런 글"을 읽으면 미투로그 블로그에 보내기... 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나에게만 의미있는 것, 타인에겐 시간 낭비인 것.. 그 구별은 항상 힘들다. 오전 11시 4분
  • [이 글을 읽고] 유익하고, 의미있는 콘텐츠를 통해서 블로그가 수익을 낸다면 애센을 달았다는 이유만으로 함부로 폄하되어선 안된다고 생각해요. 문제는 애드센스가 갖는 초기의 긍정적인 의미가 너무 지나친 상업화(의미없는 미끼 콘텐츠의 양산)을 파생했다는 문제겠지요. 오후 9시 45분
  • [티스토리 조회수 장치] 1. 붐바 설치 : 도아님의 이 글을 참조하시면 되구요. 여기에서 코드는 쉽게 생성할 수 있습니다. : ) 2. spotplex 도아님 추천인데요. 좀 난이도가 있어 보이네요. 전 좀 망설이고 있습니다. ^ ^;; 자세한 도아님 글은 여기! 오후 10시 7분
  • [그로커님 글을 읽다가] 어제 잠깐 미투에 쓸까 말까 했는데, 그로커님 쓰셔서.. 핑계삼아. (전략적으로 판단하면) 동자승 안았다고 신경질 부리는 글이 많아지면 이명박만 신나는거다. 오래된 교훈 "극우의 득세를 가능케 하는 좌파의 모험주의" 오후 11시 17분

이 글은 minoci님의 미투데이 2007년 5월 24일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