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2012.1.6.) 낮 마포경찰서에서 상지대 과거 비리 재단 측 무차별 떼고소/고발에 대한 조사가 있었습니다. "자랑스런 마포경찰" 조사 전후에 있었던 '고소미 조사 3인방'과의 대화를 공유합니다. : )

인터뷰이 : 뗏목지기, 박연, 정신병자 
인터뷰어 : 민노씨
일시 : 2012월 1월 6일(금) 오전 11시~오후 4시
장소 : 1. 밥집 : 공덕동, <닭없는 닭집> (점심)  
         2. 찻집 : 공덕동, <데미타스. DEMITASSE>  
         3. 찻집 : 공덕동, <스타벅스>


S#1. 5호선 공덕역 3번 출구 (11시15분~11시25분)
뗏목지기, 박연, 정신병자가 출구 앞에 서 있다. 민노씨는 역시나 15분 정도 늦게 나타난다. 넷은 점심식사를 위해 식당을 찾아 마포경찰서 쪽으로 걷는다.

S#2.  <닭없는 닭집> (11시25분~12시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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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자  박연  뗏목지기   
공덕동, <닭없는 닭집>에서 함께 점심 식사.
수제비 2인분, 된장찌개 2인분.
맛있다! (강추!)

오프닝 이벤트 밥값내기 가위바위보!  
박연은 학생이라 제외. 민노씨가 승리의 가위를 냄으로써 가장 먼저 빠져나옴. 뗏목지기와 정신병자 결승에선 뗏목지기 패. 결국 뗏목지기가 점심을 쏨. : )

S#3. <데미타스> (12시15분~12시 45분)
데미타스는 <닭없는 닭집> 근처의 작은 찻집. 사진 찍는 걸 깜박했다. ㅡ.ㅡ; '오늘의 커피 : 헤이즐럿'이 2천원. 분위기도 아기자기하고, 찻값도 싸고, <닭없는 닭집>에 이어서 연속으로 맛집 선택에 성공. 커피는 정신병자가 쏨.  여기서 40분 정도 조사 전 인터뷰를 했다.

Q. 조사를 앞둔 심정은?
"별 생각 없다."(박연)
"어떤 일이 벌어질지 기대된다."(뗏목지기. 이하 '뗏목')
"일단 짜증난다. 다만 이왕 짜증난 거 어떻게 하면 재밌는 일로 승화시킬 수 있을까 그런 궁리를 한다." (정신병자. 이하 '병자')

Q. 상지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전부터 관심을 가졌던 문제다."(병자)
"민노씨 때문에 (웃음) 교육엔 관심이 있었지만, 상지대 이슈에 대해선 몰랐다. 인주찾기 활동을 하면서 더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뗏목)  
"당시에 대학과 교육문제에 관심이 있었고, 또 마침 블로그를 열심히 했었던 때여서… 상지대 레이드(상지대 블로거 원정대)에 참여했고, 관심을 이어갔다. 그리고 블로그에 관련글을 썼다."(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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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타스(DEMITASSE.)
에스프레소 같은 강한 커피를 담아 마시는 작은 잔 혹은 그런 커피를 의미.

Q. 사학비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부족한 것 같다. 그 무관심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그 학교만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보편적인 사회문제로 생각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굳이 내가 그런 문제에까지 관여 해야하나라고 생각하는 측면이 강한 것 같다."(뗏목)
"사회 전반에 이슈들이 너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사학과 관련해선, 그 문제는 내 문제가 아니다. 인생에서 4년 밖에 차지하지 않는 문제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고. 광우병 촛불처럼 자기랑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으면 아주 적극적인데… 개인주의가 팽배해 있는 것 같다. 나와 상관없는 일엔 아주 무관심하다."(병자)
"오히려 사람들은 정치/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다고 본다. 그런데 이슈가 너무 많다. 관심 가질 이슈들이 너무 많아서… 가령 나경원이나 안철수, 강용석이 연관되어 있다면 관심이 커지지 않았을까?"(박연)  

Q. 이슈 집중 현상이 심한 것 같다. 그 핫이슈마저도 쉽게 잊혀진다.
"핫해서 끌여올려진다기 보단 그때 그때의 흐름 문제인 것 같기도 하다. 나꼼수가 그런 경우. 꼭 진보 쪽에서 뭘 띄우고 안띄우고…라는 의도보다는 흐름이나 우연적 요소가 작용하는 것 같다." (박연)
"사람들이 '이슈'에 관심을 갖는다기 보다는 '사람'에 관심을 갖는 것 같다. 김진숙이나 김여진 처럼. 당연할 수도 있지만, 심각할 수도 있는 문제다." (뗏목)
"김문기 씨도 충분히 뜰만한 사람인데..(웃음). (이슈와 관련된 인물 자체가) 스타성이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인디 뮤지션들을 만나면 '김문수 파일'(소방관 전화 해프닝) 뜬 뒤에 이걸 어떻게 활용할지 이야기들이 많다(웃음). 한나라당에서 워낙에 웃긴 일을 많이 해서, 빵빵 터뜨리니까. 다른 걸 관심가질 만한 여유가..." (박연)  
"국민성이라고 하긴 뭣하지만… 남이 하면 나도 해야 하는 그런 편승심리랄까. 서구에선 구별을 위해 명품을 쓰는데, 우리는 남과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명품을 쓴다. 이슈 쏠림 현상은 그런 문화적인 성향과도 관계가 있는 것 같다. 진보적인 의제들에 대해서도 그런 심리가 작용하지 않나 싶다. '이 사람이 진보라면 나도 진보야!'라는 식으로. 통합진보당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 (병자)


S#4.  드디어 마포경찰서! (1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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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직전 '마포경찰서' 정문 입구에서 기념촬영

S#5. 조사를 마치고... <스타벅스> (2시30분~4시)
나는 경찰서까지 3인방을 마중하고, 근처 스타벅스에서 기다렸다. 나도 고소를 당하긴 했지만, 작년 조사건으로 이번 조사를 대체한다는 게 경찰 입장이란다(조사대상 제외). 기다리는 동안 상지대 교협 김명연 교수, 그리고  <미디어오늘> 이재진 기자와 통화했다. 3인방은 조사를 마치고, 내가 기다리는 <스타벅스>로 왔다. 이재진 기자에게 연락해 3인방과 통화할 수 있게 했다. 답변에서 빠진 3인방은 기자와의 통화 때문. 아무튼 인터뷰를 이어갔다.

* 관련 기사 : 블로거, 기자까지 '묻지마' 고소,고발...경찰도 피곤해 (미디어오늘, 이재진)  

Q. 조사를 끝낸 소감
"조사가 너무 오래 걸렸다. 다시한번 내가 정당하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조사를 받다보니 생각이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내 근거가 정말 훌륭하다! 고소인이 우스워졌다(웃음)." (박연) 
"앞으론 또 무슨 일이 생길까? 두려움이라기 보다는 기대감이 생긴다."(뗏목) 
"짜증만 쌓인다. 시간 낭비다."(병자) 

Q. 조사 과정은 어땠나?
"조사관이 친절하더라. 편안하게 조사받았다. 김문기 씨 쪽에서 너무 꾸준히 고소/고발 해서 형사들이 피곤해 하는 느낌을 받았다. 대부분 무혐의처분을 받을 것이라는 뉘앙스로 이야기하더라. 합의에 관한 이야기도 했는데, 당연히 거절했다." (뗏목) 
"무난하게 잘 받았다. 조사관이 중간에 '합의할 생각이 있냐'고 물었는데, 내가 너무 타당하기 때문에 '합의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답했더니, '합의하지 않을 경우, 307조 1항(사실 적시)이면 3년 이하, 2항(허의사실 적시)이면 7년 이하다. 글이 문제된 경우에겐 말보다 더 형량이 높다.' 이런 말을 해서 살짝 놀랐다. 하지만 이미 내가 너무 타당하다고 말을 해놓은 상태라서(웃음), 속으론 약간 놀랐지만, '문제 없어요'라고 말했다. 나는 애국자인 척도 했다. 국가 기강이 무너지고 있다! (웃음) 경찰도 우리 편이랄까, 상식의 편이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합의할 생각 없냐'는 이야기는 하더라. 조사관도 귀찮아 하는 것 같다. 이렇게 서울에 올라와서 조사한 적은 처음이라고 하더라."(박연) 
"경찰이 나름대로 잘 이야기했다고 본다. 국가 행정력을 낭비하는 거 아니냐고 했더니 '그렇죠'라고 하더라."(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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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대 고소미 3인방이 조사받은 "자랑스런 마포경찰서"

Q. 조사과정에서 부당한 점은 혹시 없었나?
일동 : 별로. 조사 과정은 대체로 화기애애.  

Q. 이번 조사 이후 개인적으로 사회적 발언이 위축될 것으로 보나?
"나는 이미 블로그도 안쓰는데…(ㅡ.ㅡ;) 더 위축될 건더기도 없다. 글 쓰면서 자료들을 남겨야겠다. 근거를 좀더 확실히 검토하고 글을 써야겠다, 뭐 그런 생각은 든다."(병자) 
"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이번 고소건 때문에 위축되진 않는다. 글을 제대로 써야겠다는 생각은 한다. 무슨 대단히 정성들여서 힘주고 쓴 글도 아닌데 이렇게 문제가 된 건 좀…(웃음)"(뗏목) 

Q. 무의식적으로 위축효과가 있지 않겠나?  
"피고소인 각자의 사회적인 위치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나야 월차 내서 하루 조사 받으면 그만이지만, 자영업자들은 하루 장사를 포기해야하니까." (뗏목) 
"나꼼수처럼 "쫄지마 씨바" 정신이 필요한 것 같다. 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쫄 필요 없다는 사례가 많았으면 좋겠다. 우리 고소미 4인방 모임도 그런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사례로 남기를 바란다. 부당하게 고소당하는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조직이 있다면 좋겠다."(병자) 
"개인적으론 똥 밟았다고 생각한다. 글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하진 않는다. 조심한다고 고소 하지 않을 것도 아닌 것 같고. 조심한다고 필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1년 전 글이라서… 더 그런 심정이다. 사회적으로 생각해보면 '위축효과'가 있을 것 같다. 조사를 받은 걸 계기로 어이없이 고소되었다는 걸 더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박연)   

Q. 대외적으로 발언하는 사회적 자아가 아닌 그저 소박한 개인적 자아로서… 이번 고소/조사건에 대한 느낌은?
"솔직히 귀찮고, 짜증나지... 하지만 글을 쓰지 말 걸 그랬어, 이런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뗏목) 
"재밌었다. 내가 크게 발언한 것도 아닌데 고소까지 당했다니. 얼마전에 아이폰을 도난당해서 마포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그 때 처음 경찰조사를 처음 받았다. 갔던 때 또 와서 편하게 했다." (박연) 

Q. 형사제도로서의 명예훼손에 대해
"너무 허술한 것 같다. 별 일 아닌 일로 고소/고발 남발하는 사람들을 제재하는 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경찰 왈, 남자친구랑 헤어졌는데, 남자친구가 분명히 잘못한 사실을 싸이월드에 쓴 일로 고소를 당한 사례를 들더라. (그 건은 어떻게 처리됐었나?) 그런 사례가 있다고 이야기만 하더라. 너무 자의적으로 고소/고발 남발하는… 그 제도 자체로 피해자들이 생겨나는 것 같다." (박연) 
"자의적 해석의 여지가 많다고 본다. 명예훼손 요건을 좀더 명확하게 규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경찰이 상식과 사회 정의가 통한다는 전제에서 실무자(경찰)들이 사건을 일차적으로 판단해서 사건이 될 여지가 없는 조사 의뢰는 필터링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행정력 낭비라고 본다. 세금이 아깝다." (병자) 
"형사제도로선 불필요하다고 본다. '무죄' 혹은 '무혐의'를 받은 유사한 사례에 대해 반복적으로 고소, 고발을 남용할 수 있도록 방치하는 건 문제다." (뗏목) 
"명예훼손 제도를 개선하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강용석 씨가 <화성인 바이러스>에 나왔던데, 김문기 씨를 강력 추천한다. 강용석은 아무것도 아니다." (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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뗏목지기  정신병자  박연  
조사 뒤 인터뷰를 이어간 <스타벅스>에서 기념 사진 한방.
여기선 커핀 안마시고, 물만 두 잔 마셨다. 커피전문점... 커피값 너무 터무니없이 비싸다. ㅡ.ㅡ;

Q. 사학 비리 이슈가 다시 관심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계기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최근 동국대 사태도 그렇고, 옛 비리재단들도 그렇고...'구더기는 똥을 먹고 사니까.' 자신의 무지몽매함을 커밍아웃할 것이다. 물론 슬픈 일이다. 그 전에 문제제기하고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텐데... 짧게 보면 좋은 분위기는 아니지만, 장기적으론 내정된 모순이 터져나올 것이다." (병자)
"약간 비관적이다. 그렇게 다시 이슈가 될만한 상황을 타지는 못할 것 같다. 이번 블로거들 고소 사태도 큰 여파를 미치진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마땅히 공적으로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공론화를 위해 고민할 필요는 있으리라 본다." (뗏목)
"대학문제가 관심을 쉽게 받기 어려운 것 같긴 하다. 그 해당 학교 문제라고 생각하니까. 더군다나 지방 대학은 더 그런 것 같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좀 알려야 하지 않을까? 중앙대 문제도 그렇고. 서울대 법인화 문제도 그렇고. 독특한 UCC 정도만 주목 받은 것 같다. 열심히 알려야지..." (박연)

Q. 상지대 구성원들과 함께 뭘 해볼 수 있는게 있을까?
"제가 하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홍보대사로 쓰고 싶어하더라.  전반적으로 얼떨떨한게 상당히 흐름이 끊기도 오래된 일이라서… 지금은 상지대 쪽에서 뭔가를 하고 싶어하는 것 같기는 하지만, 앞으로 당장 뭘 함께 할 수 있을지는 차차 생각해볼 문제인 것 같다." (박연)
"상지대 구성원들의 입장이 명확히 나와야 그 목적에 따라서 우리도 입장이 분명해질 것 같다. 우선은 상지대 구성원들의 입장이 명확해지면 좋겠다. 개인적으론 동국대 사태 등과 함께 사학 문제 전반의 이슈로 확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면 좋겠다. 인주찾기로선 '인터넷 표현의 자유' 문제로 이 명예훼손 고소를 다룰 수도 있을 것 같다." (병자)
"막막하다. 어떻게 함께 뭘 할 수 있을까? 어떤 목적을 갖고 나아갈 수 있을까? 표현의 자유. 형사제도로서의 명예훼손의 문제… 여러가지 갈래가 있겠지만, 구체적으로 공동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정하는 건 다소 막연한 상황이다." (뗏목)

Q. 오늘 나름 색다른 체험을 했는데, 특히 이 체험을 들려주고 싶은 사람은?
"사회적 경각심을 깨우쳐 주기엔 너무 코믹한 사건이라서, 친구들에게 진지하게 이야기를 해도, 유머 소재로 삼는 것 같다. 그래서 진지하게 이야기는 하겠지만 이미 유머 소재가 되어버렸다(웃음)." (박연)
"사회 초연생들에게. 이런 일에 쫄 필요 없어!" (병자
"내 아이가 세 살인데, 말을 알아들을 수 있게 되면, '아빠가 이런 일을 겪었단다.' 이야기해줄 수도 있겠다(웃음)."(뗏목

Q. 이건 고소, 조사 건과 관련해서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
"아내에게 이번 사건을 이야기했다. '왜 쓸데없는 짓을?' 이런 반응이 나올 줄 알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아서 고마웠다. 아내는 이번 사건을 참 어이없다고 하더라. 조사 잘 받고 오라고... 그게 참 고마웠다." (뗏목)
"엄마한테 말했는데, 요새 하도 고소가 많아서(개그콘서트, 나꼼수…) 엄마가 나꼼수 애청자였기 때문에 …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경찰에게 건방지게 굴지 말라고 말씀해주셨다." (박연)
"주변에선 기가 차다는 반응..."  (병자

Q. 이번 사건에서 가장 힘이 된 사람?
"인주찾기 동인들.  특히 민노씨." (뗏목)
"힘들진 않았지만, 혼자서 고립되었다면 부담이 있었을 것 같다. 공동 조사를 받고 이 조사를 함께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힘이 됐다. 특히 나 혼자 고소당한 건 아니기 때문에 그나마 마음이 편했다(웃음). 조사 받기 전에 밥도 같이 먹고..(웃음)" (박연
"나! (-민노씨 : 좀 건방진 것 같다. ㅎㅎ) 나 원래 건방진 사람이다(웃음)." (병자

Q. 앞으로도 부당하게 피고소, 피고발당하는 사람들은 많을 것 같다. 우리가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일동 : 우선 기록하는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계속 문제제기 하는 게 중요하다. 이 문제를 알리면 명예훼손 제도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꾸준한 문제제기가 가장 중요할 것 같다.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  
"블로그에 글 하나 써야겠다는 생각. 개점 휴업 상태인 블로그를 이번 기회에 다시 살려보자는 생각도 들고." (뗏목
" 조사는 일단 끝났으니 인주찾기 컨퍼런스를 잘 준비하고 싶다. 또 사학문제와 연계해서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고 싶다."  (병자
"시간 낭비긴 했지만, 조사 잘 마쳤으니 일상으로 돌아가서 열심히 공연을 준비할 생각이다. 1월 14일 오후 7시에 문래동 <로라이즈>에서 '밴드 ; 꿈에 카메라를 가져올걸'(페이스북 펜페이지) 공연이 있다!" (박연) (*박연은 이 밴드의 보컬이다. 동영상이 궁금한 분은 테러_11.11.12._@올림픽홀뮤라이브 참조)


* <피고소 블로거, 기자들 명단>
: 이번에 상지대 비리 재단 복귀 반대 관련글을 써서 김문기 측으로부터 고소당한 블로거, 기자들  
블로거 뗏목지기 
블로거 민노씨
블로거 박연  (이글루스. "택시!")
블로거 도르래 (이글루스, 윤똑똑이의 블로그2)
블로거 정신병자 
블로거 다죽자 외로운 기러기 (네이버) : 검색했지만 확인은 안됨..;;
박정효 기자 (티스토리 블로그 운영) : 위와 동일.
박상규 기자 (오마이뉴스)
박래군 인권활동가 (미디어오늘 기고)


* 인터넷 주인찾기 제4회 컨퍼런스 *
"심의"
독자들과 블로거벗들을 초대합니다!!  
장소 : 숙명여대 법대 진리관 중강당(지하1층)
일시 : 2012년 1월 14일 오후 2시  
참가비 : 후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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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대 진리관 중강당 (230석)
조사 인터뷰 끝내고 병자님과 가서 사전 답사...
230석을 채우려면... 여러분들께서 많이 도와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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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꽤 좋아하는 과자, 고소미...;;
그런데 요즘 과자값은 제정신이 아닌 듯


나 또 고소미 먹었다.
김문기 씨께서 날 참 좋아하시는 듯.
이번엔 블로거들이 떼로 고소를 당한 모양이다(10명 남짓인 듯).
내가 아는 분들만 해도 뗏목지기, 박연, 정신병자이 고소/고발 당했다.  

상지대 때문이다. 과거 비리를 저지른 학교관계자(이사장과 이사진, 그 관련자들)는 다시 학교로 돌아올 생각하지 말라. 돈 받고 입학비리를 저지른 자가 학교로 돌아와선 안된다. 사학비리와 관련해선 최고형을 선고받은 자, 그 관련자들이 이사회를 장악해선 안된다(정확히는 이사진추천권). 이게 명예훼손이란다. 화난다기 보단 어이가 없다. 명예훼손 고소란게 돈 있고 힘 있는 사람들 취미생활인 것 같다. 상지대? 물론 지금은 잊혀진 이름이다. 작년엔 무려 KBS 추적 60분 <벼랑 끝에 선 상지대>(2010.8.11. 방송)에서 대대적으로 조명한 이슈였지만 말이다. 지상파에서도 넉넉히 인정한 상식을 주장했다는 이유로 고소/고발을 남발한다. 그 입을 다물라며 겁박한다. 사실, 고백하자면, 이번에 고소가 없었으면 마음에 부채의식으로 남았을지언정 상지대에 별 큰 관심을 쏟지는 못했을거다. 이런 글도 안쓰고, 게으름을 벗삼아 시간만 흘려보냈을거다. 상지대 과거 비리재단 관계자들 하는 짓을 보면 떠오르는 속담이 있다. '매를 번다'.

김어준은 그런다. '쫄지마, 씨바'. 나도 자주 그랬다. 쫄지말라고, 담대하게, 뚜벅뚜벅 그냥 니 길을 가면 된다고. 양심과 상식에 부합하면 걱정할 거 없다고. 그런데 당신이 어느 날 갑자기 낯선 전화번호 너머로 "고소당하셨습니다."라는 목소릴 듣는다 치자. 십중팔구는 일단 쫀다. 쫄지 않더라도 귀찮고, 짜증난다. 나꼼수처럼 열혈 팬덤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시민의 이름으로, 네티즌의 이름으로, 블로거의 이름으로 소박한 상식을 주장했을 뿐인데 "너 고소"이러면 "고소미!"라고 담대하게 대응하기 어렵다. 괜히 짜증나고, 불안하고, 만사 귀찮고, 괜한 짓 했네, 이런 생각 하는게 인지상정이다. 내가 무슨 투사도 아니고, 당신이 무슨 열사도 아니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무늬만 민주주의, 향기만 표현의 자유라고해도, 내 아가리로 없는 시민의식 쥐어짜서 사회를 위해, 공공을 위해 한 목소리 보태겠다는데, 그걸 권장하지는 못할 망정 "너 고소" 이러면, 아무리 짜증나고, 불안하고, 주눅들어도 오기로라도 한 목소리를 더 내지 않을 도리가 없다.

나를 고소하라!
얼마든지 고소하라!!


각설하고, 작년 경험을 되살려, 앞으로 조사받을 블로거벗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 피조사 경험자로서 노하우(?)를 생각나는대로, 사건 진행경과에 맞춰 짧게 적는다. 이 자리를 빌어 작년 조사에서 조언을 아끼지 않은 멋진 블로거벗이자 정의감 넘치는 변호사 제라드(이병찬)님께 고마움을 전한다.

1. 대개 전화가 온다.
내 경우도 그렇고, 내 주변 경우도 그렇고, 대부분 사건을 접수한 경찰서에서 전화가 온다. 어떻게 내 번호를 알고? 나도 처음 물어봤던 게 "어떻게 제 번호를 아셨음?"이었다. 내 경우엔 인터넷 뒤져보니까 나왔다고 하더라. ㅡ.ㅡ;

2. 기본 사항 메모 / 또는 나중에 전화 달라고 한다.
대개 형사(나와 주변 경우엔 경사 계급)가 전화를 해서 "아무개씨죠. 여기는 @@경찰서인데요. 무슨 무슨 건으로 고소/고발당하셨습니다" 라고 알려온다. 이 때 1) 혐의 내용 2) 고소/고발인 3) 담당 경찰관의 소속과 이름을  확인하고, 메모한다. 사람이 이런 전화 받으면 당황하기 마련이라서 이런 걸 메모할 생각이 안든다. 그럴 땐 "지금은 중요한 회의라서" 혹은 "전화가 잘 안들려요." 등 사유를 들어 "@@시 이후에 전화 주세요."라고 말하고 잠시 생각할 여유를 갖는다. 그리고 검색을 하든, 주변에 아는 변호사나 법률적 식견이 높은 친구들과 상의하든 간단히 자기 상황과 입장을 정리한다.

3. 제주경찰서로 조사 받으러 오세요? : 이럴 땐 "너님께서 오세요!"  
"제주경찰섭니다. 고소당하셨습니다. 언제 조사 받으실 수 있으세요?" 어느 날 이런 전화가 온다고 치자. 정말 제주도까지 날아갈텐가? 차비는? 시간은? 대부분 고소/고발인에게 유리한(가까운) 장소에 조사를 의뢰하는 경우가 잦고, 내가 사는 곳은 그 곳과 전혀 다른 곳일수도 있다. 조사 장소는 내가 조사받기 편한(?) 곳으로 옮겨달라고 요청하라. 실무에선 대부분 조사받는 장소를 피고소/피고발인 요청에 따라 이전한다고 한다. 내 경우엔 원주 경찰서를 성동경찰서로 관할 이전 요청해 옮겨서 조사 받았다.

4. 나는 조사에 불응하겠어! : 경찰과 싸워서 뭐하나?
나름 고소씩이나 당하면 경찰까지 괜히 미워보인다. 하지만 담당 형사가 무슨 죈가? 또 담당과 싸워서 무슨 득이 되나? 물론 담당 형사가 부당하게 대우하면 당당하게 그 부당함을 지적하라. 하지만 괜히 적개심(?)을 드러낼 필요는 전혀 없다. 물론 괜히 주눅들 필요도 전혀 없지만. 할 말만 하고, 사족은 가급적 줄이자. 무조건 조사에 불응하겠다고 통보하는 건 그다지 실익이 없을 듯하다. 괜히 일을 부풀려서 구속 영장이라도 청구하면 나만 손해다.

5. 빨리 조사 받는게 좋은가? 아니면 되도록 조사일을 늦추는게 좋은가?
내 경우엔 당시 좀 바쁘기도 했고, 조사 받는 것도 짜증나서 될 수 있는대로 조사일을 늦췄다. 두 번 쯤 조사일을 연기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최초 전화가 온 시점에서 한 달 쯤 뒤에 조사를 받은 것 같다. 조사일은 각자 상황에 맞춰서 조절하면 될 듯 하다.

6. 조사시 유의점
1) 비밀녹음 : 내 경우엔 괜히 담당 형사까지 미워져서 약간 퉁명스럽게 굴었던 것 같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왜 그랬나 싶다. 혹시 모르니 조사 내용을 녹취하겠다고 했더니 담당 조사관이 꽤나 얼굴을 찡그리면서 그러면 따로 녹음실에서 조사를 받겠냐고 하더라. 뭐 그럴 것 까지 있나 싶어서 됐다고 했다(위 4. 참조. 괜히 경찰과 싸워서 뭐하나?). 지금 다시 조사를 받는다면 녹음한다는 괜한 말 말고 그냥 녹음했을 것 같다(...;;; ). 대화당사자 간에는 상대방 허락을 받을 필요도 없이 합법적인 녹음이 가능하고, 비밀녹음이라도 증거능력이 있다. "대화당사자 사이에는 프라이버시 보호의 필요성이 없거나 약화되고 통신비밀보호법은 '타인 간의 비밀대화'만을 보호"하기 때문이다.(이재상) 피의자 조사라고 달리 적용될 것 같지는 않은데 혹시라도 달리 적용된다면 조언 부탁.

2) 명예훼손의 위법성 조각 사유(310조)는 ㄱ. 진실한 사실(혹은 진실한 사실이라고 믿었는데, 그 이유가 상당한 경우) ㄴ. 공공의 이익. 이 두 가지다. 내가 아는 한도에서 상지대 과거 비리재단 복귀 반대 관련글을 썼던 블로거 중에 이 두 가지를 벗어나는 경우는 없다. 교육은 대단히 공적인 이슈이고, 지상파에서 비판적인 보도방송까지 한 마당에 블로거이자 시민으로서 이 이슈에 자신의 관점으로 '가치판단'(가치판단은 사실적시가 아니라서 벌할 수 없다. 이른바 표현의 자유)한 것이라고 강조하면 조사는 무난하게 마칠 것 같다.

3) 내 경우엔 한 시간 정도 조사를 받았다. 진술조서를 작성할 땐 '공공의 이익'(교육의 공공성, 부패사학복귀를 비판하기 위해)을 강조하고, 정확하게 내가 알고 있는 사실들 위주로 괜한 사족 붙이지 말고 간결하게 쓰면 좋을 듯 싶다. 당당하게 조사받으면 별 문제 없으리라 본다. 아참, 작년 내 결과는 당연히 무혐의 처분!  


쫄지 말자!
쫄아봤자 나만 손해니까. ㅡ.ㅡ;
이왕 고소 당한거 담대하게 뚜벅뚜벅~!! ^ ^

그리고,
고소미 먹은 블로거들께 관심과 격려 당부드립니다. ㅜ.ㅜ
아참! 고소당한 다른 분들 알고 계시면 좀 알려주세요!


* 관련글 (작년)
제라드76, 민노씨 명예훼손 사건에 부쳐  : 정보통신망법 상 사이버명예훼손에 대한 소고.

* 관련글 (현재)






허지웅 좆바람, 파이란 봄바람

2011/12/07 16:44
0. 허지웅에 관한 아주 짧은 기억.

그가 영화잡지 <프리미어> 기자로 있던 시절, 나는 최진실+악플+인터넷과 관련한 대담에 참여한 적 있다. 그 때 허지웅은 함께 이야기하기 보단 들으면서 정리하는 역할이었다. 기자였으니까. 나는 다른 대담자인 한윤형, 행인과 주로 이야기했다. 그 때 나눴던 이야기들은 지금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다. 그 잡지는 망해버렸으니까. 그게 조금 아쉽다. 내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별로 기억나지 않는다. 아, 나는 '최진실은 최진실이 죽였다'고 비정하게 지껄였고, '블로깅을 하는 이유는 이 빌어먹게 쓸쓸한 세상을 조금은 따뜻하게 느끼게 해주니까'라고 말했던 것 같다. 그리고 또 한번의 만남. 지금은 <주간경향>으로 바뀐, <위클리경향>에 인터뷰이로 참여한 적 있다. 그게 커버스토리라서 사진 촬영이 있었다. 경향신문 정동 사옥에서 촬영이 있던 날, 허지웅과 짧게 만났다. 프리미어 대담의 기억 때문에 그와 가볍게 인사했고, 이런 저런 농담도 두세 마디 섞었던 것 같다. 곧 어색하게 우리는 함께 사진촬영을 했다.

그는 꽤 호감가는 외모에 나이보다는 어른스런 목소리를 가진 청년이라고 기억한다. 그 외모나 목소리가 그 사람을 아주 조금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외모와 목소리는 그 사람에 대한 편견을 부추기기 일쑤다. 아주 작은 제스처, 그 목소리의 떨림과 말의 단편들을 통해 우리는 어떤 사람을 전부 알 것처럼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순간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내가 사람을 안다고 느끼는, 조금은 그 사람과 만난다고 느끼는 건, 오로지 시간이다. 함께 대화하고, 느끼고, 맛본 시간들. 그 시간은 글과 말을 통한 대화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그가 입 밖으로, 종이 위로 꺼내지 않은, 그 침묵을 통해서이기도 하다.

하지만 난 허지웅이 쓴 글을 그다지 탐독하진 않았다. 그가 쓴 글이 갖고 있는 탁월한 감각에 감탄한 적도 여러 번 있다. 때로는 수사만 가득한 채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건지 모를 글도 만났다. 나는 대부분, 위악적인 미문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억지로 좋아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허지웅이 쓴 글을 읽고 감탄한 기억에도 불구하고, 그가 쓰는 글을 지난 몇 년 동안 거의 읽지 않았다. 가끔씩 어쩌다 걸려서 읽은 글이 전부다. 그래서 나는 '허지웅을 잘 안다'고 말하고 싶지만, 실은 쥐뿔도 모른다. 쥐뿔도 모르는 사람에 대해 글을 쓰는 건 우리가 흔히 만나는 '바보 선언'이다. 우리는 그 사람이 아니라, 쥐뿔만큼 드러난 그 사람의 행위들, 말과 글에 대해 이야기할 뿐이다. 이 글도 그 쥐뿔만큼 드러난 허지웅의 행동, 그건 대개 글인데, 그 글에 대한 단상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글은 주로 최근에 허지웅이 트위터에 분열적으로 지껄인 단상들이다.


1. 환멸과 배반

두 번이나 세 번을 보고 그 사람을 안다고 말하는 게 개소리인 것처럼, 두 번이나 세 번의 배반을 만나고 환멸을 말하는 것도 웃기다. 사람들은 대단한 환멸을 만난 것처럼, 그런데 실은 눈꼽만큼도 그 사람에 대해 알지 못하면서, 배반을 이야기한다. 나는 나비 날개보다 가벼운 당신들의 환멸을 환멸한다. 나는 신중한 사람이니까. 그렇게 속으로 딸딸이친다. 나는 신중한 사람이다. 나는 천박하지 않다. 하지만 개가 침묵한다고, 그 침묵이 고귀해지진 않는다. 누구나 억울하고, 누구나 잔혹한데, 사람들은 점점 더 손쉽게 잔혹해지고, 손쉽게 억울하다 하소연한다.

정말 사람을 억울하게 하는 잔혹은 우리의 시야에서 아주 쉽게 사라진다. 잔혹한 코미디만 전염병처럼 만발한다. 그게 내 침묵을 만든다. 내 침묵은 그렇지만 고귀하지 않고, 그저 사정하지 못하는 자위가 되어갈 뿐이다. 차라리 포르노를 한 편 더 보자. 내가 지껄인다고 뭐가 바뀌겠어. 진중권의 고결한 당부에도 불구하고, 나는 A양 동영상의 마그넷 주소를 찾아 인터넷을 배회하고, 찾아지지 않는 마그넷 주소에 가볍게 실망한다. 한편으론 그 찾아지지 않는 주소를 다행으로 생각하면서, 또 한편으론 그 동영상을 보는 모든 자들이 정말 정말 후회할만큼 영혼이 망가지면 좋겠어, 그런 상념들을 떠올린다.


2. 조선일보 기고자들, 개새끼들

하지만 나에겐 아주 아주 강한 선입견이 있다. 조선일보 기고자들, 조선일보 유사의 반(反)공익적 이익집단들, 그러니까 조중동으로 상징되는 그 개새끼들. 그 개새끼들과 어떤 식으로든 붕가붕가하는 자들, 특히 지식인이라는 딱지를 이마에 붙인 자, 명함에 새긴 자, 글과 말로 밥 먹는 자, 쉽게, 아주 단정적으로 나는 그런 자들을 환멸해왔다. 너희들은 지식인도 뭣도 아니고, 그냥 개새끼들이다. 너희들이 더 개새끼인 이유는 너희들이 이야기하는 그 쥐뿔만한 지식과 교양 때문이야. 그게 너희들을 더 더럽게 한다. 악의 숙주를 풍요롭게 만드는 자들. 그러면서 악과 동거하는 자기의 비참한 순결을 강변하는 자들. 너희들이 바로 그 악이다.

하지만 속으로 기도한다.
제발 이렇게 엉망이 되진 않게 해주세요.
제 불쌍한 영혼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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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열이 쓴 이 트윗을 읽으니 허지웅 대신 나라도 찌그러져서 빌어먹고 싶은 심정이 된다.
참 고귀하기도 하여라...


3. 종편 블루스

요 며칠 종편에 대한 설왕설래가 뜨거웠다. 거기엔 김연아가 있고, 인순이가 있고, 공지영이 있고, 언제나 빠지지 않는 진중권이 있고, 그리고 허지웅이 있다. 인순이와 허지웅이 '길 잃은 어린 양'이라면, 공지영은 길 잃은 어린 양을 옳은 길로 인도하는 목자인 척 하는, 하지만 길 잃은 늙은 양 같다. 진중권은 늘 그렇듯 목자와 심판관 사이를 오락가락한다. 결과적으로 나는 누가 잘했고, 잘못했는지 별 관심이 없다. 관심이 있더라도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나의 단호한 선입견은 마치 국가보안법처럼 오래된 유물로 느껴진다. 종편 블루스에 등장하는 이들 모두에게 심한 질투를 느끼고, 심한 환멸을 느낀다. 나는 점점 더 천박하게 평범해진다. 질투가 클수록 적대감은 고조되지만, 환멸이 깊을수록 공감 역시 깊어진다. 왜냐하면 그 환멸이라는 거, 그 질투라는 거, 사실은 그것들이 내가 말할 수 없는, 그런데 말하고 싶은 것들에 덮혀진 껍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4. 허지웅 좆바람, 파이란 봄바람

허지웅 트위터 좆드립을 한참 동안 정주행하다가, 문득 장백지가 떠올랐다. 허지웅은 왜 그렇게 좆타령을 하는걸까, 나는 잠시 지웅씨 좆을 상상해본다. 그리고 장백지 누드를 검색해서 들어오는 내 블로그 방문자들과 함께, 파이란이 꿈꾸며 상상하던 그 바다의 봄바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 생의 바람을 함께 맞고 싶어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파이란> (송해성, 2001)



추.
원래는 친애하는 '버클리 삼인방과의 방담'을 정리해서 올리려고 했는데, 그러기엔 내 심장이 너무 말랑말랑하다. 주낙현 신부님, 우재씨, 피타님... 늘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더불어 박래군 선생님이정환씨께 너무 미안해서 마치 교생과 짝사랑에 빠진 중학생이 된 것 같다. 교생한테 정말 잘보이고 싶던 수업시간에 개병신짓을 연속 콤보로 하고 있는 심정이랄까... 이 짐을 어서 내 힘으로 벗었으면 한다. 늘 그렇듯 아거님께서 여행하고 계실 사유의 오디세이가 너무도 궁금하고, 오는 1월 14일 컨퍼런스를 위해서라도 인주찾기벗들이 조금은 한가해졌으면 좋겠다. 끝으로, <유권자 자유네트워크>(@youjanet)가 제대로 굴러가는데 조금은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 정말 끝으로, 내년엔 빚을 다 갚았으면 좋겠다.


보유. <파이란>

S#106. 바닷가
경수 : 얘 죽기 전에 하고 싶은 말이 무진장 많았나보네.

[화면]
을씨년스럽게 펼쳐진 바닷가.
아무 말 없이 제방 쪽으로 걸어가는 강재.
강재, 용기를 내 편지를 꺼내 읽기 시작한다.
파도가 밀려와 하얗게 부셔진다.
파도 소리가 사라지면서 서서히 파이란의 소리로 오버랩된다.

파이란 : (소리) 사랑하는 강재 씨에게....

S#107. 병실 (밤) <신107~111은 화면 위에 파이란의 내레이션 형식>
파이란 : (소리) 아무도 없는 사이에 살짝 편지를 씁니다.
손이 굳어 글씨를 지저분하게 써서 죄송합니다.
이 편지를 강재 씨가 보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확실히 보시리란 확신이 없어 부치지 않습니다.
이 편지를 보신다면 저를 봐주러 오셨군요. ...... 나는 죽습니다.

[화면]
을씨년스럽게 부는 비바람에 나뭇가지들이 흔들린다.
흔들리는 작은 창문 사이로 텅 빈 6인 병실에서 편지를 쓰고 있는 파이란의 모습이 보인다.
편지를 써 내려가는 가녀린 파이란의 손.
얼굴에 병색이 완연하지만 열심히 한국어 교본을 들추며 또박또박 써내려가는 파이란.
'나는'이라고 써 놓고 용기를 내어.......'죽습니다'라고 쓴다.

S#108. 바다(아침)
파이란 : (소리) 한국어를 모른다고 생각을 하고 의사가 말을 했습니다. 너무나 잠깐이었지만 강재 씨의 친절....... 고맙습니다. 강재 씨에 관하여 잘 알고 있습니다. 나이라든가, 성격이라든가, 습관이라든가, 좋아하는 음식이라든가, 소개소에서 적어준 거 모두 기억합니다. 잊어버리지 않도록 보고 있는 사이에 당신을 좋아하게 됐습니다. 좋아하게 되자, 힘들게 됐습니다.

[화면]
편지를 보고 있는 강재의 굳은 표정.
매섭게 부는 바람이 강재의 손에 들린 편지지를 휘날린다.
강재의 무릎 위에 놓인 유골함도 바람에 파르르 떤다.
파도가 커다랗게 밀려왔다 부서져 나간다.  

S#109. 병실(밤)
파이란 : (소리) 혼자라는 것이, 너무나 힘들게 됐습니다. 죄송합니다.
열심히 일해서 빚을 갚으면 당신을 만날 수 있을까요?
당신과 함께 살 수 있습니까?
그렇게 생각을 하고 열심히 일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소용이 없습니다.
당신은 늘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여기 사람들 모두 친절하지만 당신이 가장 친절합니다.

[화면]
편지를 써 내려가고 있는 파이란. 팔이 아픈지 팔을 주무른다.
편지지 옆에 놓여 있는 강재의 사진을 보는 파이란.
슬픈 미소를 짓곤 편지지를 봉투에 넣는 파이란. 비가 오는 창밖으로 걸어간다.
창밖, 흔드리는 나뭇가지 사이로 서 있는 파이란의 모습이 보인다.

S#110. 바닷가(아침)
파이란 : (소리) 왜냐하면 나와 결혼해 주셨으니까.
당신이 태어난 곳 바닷가 근처죠.
여기에 왔을 때, 가까울 거라고 생각을 하고 지도로 찾았습니다.
아주 멀어서 실망했습니다.
하지만 멀기 때문에 일을 하러 온 나와 같네요.

[화면]
정수가 밀려오는 파도와 장난을 하고 있다.
편지를 읽어 내려가는 강재의 눈가가 붉어져가기 시작한다.

S#111. 병실(낮)
파이란 : (소리) 내가 죽으면 만나러 와 주시겠습니까?
만약 만난다면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저를 당신의 무덤에 같이 묻어 주시겠습니까?
당신의 아내로 죽는다는 것, 괜찮으시겠습니까?
응석 부려서 죄송합니다. 제 부탁은 이것뿐입니다.
바다 소리가 들립니다. 비가 내립니다.
...... 매우 어둡습니다.
죽는 것이 무섭고, 아프고, 괴롭지만 참고 있습니다. 부탁드립니다.
강재 씨 매우 좋아합니다. 세상 제일 누구보다도 당신을 좋아합니다.
아픔과 괴로움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당신을 생각하며 울고 있습니다.
매일 밤 잠잘 때 꼭 그렇듯이 당신의 사진을 보면서 웁니다.
늘 그렇게 했지만 다정한 당신의 사진을 보면서 웁니다.
슬픔이 힘든 것이 아니라 고마워서 눈물이 납니다.
당신에게 줄 수 있는 것 아무것도 없어서 죄송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말뿐.......
마음으로 사랑하고 있는 세상의 어느 누구보다.......
강재 씨.... 강재 씨.... 강재 씨.... 강재 씨.... 짜이젠...... 안녕.......

- 안상훈, 송해성, 김해곤, <파이란>, 서울(2005): 커뮤니케이션북스



* 대상글

0. 나는 펄과 친하고, 그만은 만난 적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 쓰면, 나는 '펄'을 친애하고, '그만'을 본 적 있다. 펄은 '인터넷 주인찾기' 동인이고, 그래서 아주 여러 해 동안 자주 만났고, 또 내가 블로거벗들에게 농담(유골)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 처럼, 내 '이상형'에 가까운 분이다. 그만은 몇 해 전인가, 새사연 컨퍼런스에 발제자로 참여했는데, 그 때 잠깐 만났다. 인상도 좋고, 매너도 깔끔하더라. 이 글은 그 체험치를 어쩔 수 없이 반영할지도 모르겠다. 내가 아무리 '대상글'로 내 사유 대상을 온전히 특정하더라도 그 편애 정도는 반영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나는, 늘 그렇듯, 꼴리는 대로 쓰는 블로거다. 그렇게 하지 않는, 혹은 그렇게 하지 못하는 블로거는 블로거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펄이라는 블로거에 대한 어쩔 수 없는 편애 혹은 과도한 애정으로 인해 글이 소위 말하는 '객관성'을 잃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암튼 내 존경과 편애를 밝히는 게 독자에 대한 예의인 것 같아서 밝혔다. 이제 내 이야기를 쓰자.

1. 시간 절약을 위한 결론 : 일종의 '호구론' 되시겠다.

그만이 이야기하는 '언론, 니들은 더 쓰레기잖아'라는 취지는 언론을 비판하기 위한 논점에 한정하자면 일견 타당하다. 그럼에도 펄이 대답의 형식으로 쓴 글에서 명징하게 지적하듯,  "똥 묻은 개가 겨 묻는 개 나무란다."에서 그럼 '겨 묻는 개는 비판하면 안되는 겨?'라는 반론(?)은 더욱 타당하다. 그러니까 단일한 논점으로 '언론의 막장성'을 이야기하는 그만의 논거는 타당하지만, 그걸 '문제된 파워블로거'을 위한 옹호 논리로 세우는 경우엔 헛소리가 된다. 결국 나는 어떻게 생각하냐면, 펄이 이야기하는 취지에 전폭적으로 공감하고, 그만이 이야기하는 취지에는 절반 정도만 공감한다. 감정의 차원이 아니라 동의의 차원, 이성적인 판단기준을 들이밀면, 나는 펄이 이야기하는 내용에 대해선 전폭적으로 동의하고, 그만이 이야기하는 내용에 대해선 절반 정도만 동의한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자, 나는 펄이 이야기한 내용에 전폭적으로 공감하고, 또 동의한다.  그만은 이런 저런 법규정을 들어 소위 말하는 파워블로거를 '현실적인' 차원에서 덜 더렵다고 옹호하고, 덜 더럽다는게 옹호가 되는건지는 모르겠는데, 그런 파워블로거 현상을 때리는 '언론들'(그 언론은 심지어 인터넷의 공적 조선일보인데)을 공격한다. 그 논거가 아주 틀린 것 같지는 않고, 또 소위 '한줌의 파워블로거'들 때문에 블로거 전체가 필요 이상으로 몰매 맞는 것 같다는 생각, 나도 들지 않는 건 아니다. 그런데, 사건의 본질은 나도 알고, 당신도 아는 바로 그거다. 사건의 본질을 한번 이야기해보자.

요약하면, 그래서 이 요약에 동감하는 독자들은 더 이상 나머지 글을 읽지 않아도 좋을 것 같은데, 언론이 독자들을 호구로, 졸로 보기 때문에 '문제된 파워 블로거들'이 독자들을 호구로, 졸로 봐도 된다는 논리는 말도 안되는 논리고, 언론이 훨씬 더럽고 '문제된 파워블로거들'이 덜 더럽기 때문에 이해할만하다는 말도 말이 되지 않는 건 당연하며, 빠워블로거님들의 '이웃들'(소비자)이 빡돈 이유는 자기들이 그저 '소비자'로서 '광고'를 소비한 것이 아니라, 인격적 동료('이웃' ㅡ.ㅡ;)로서 그 빠워블로거들과 정서적으로, 인격적으로 평등하게 교류했다는 점에 있는데, 그게 결국 '호구 인증'이었다는 사실에 열받는 거다. 마지막 요소 즉, 인격적 배반과 정서적 치욕, 그걸 떼어놓고 생각하면 안되는 이유는 뭘까? 상품 홍보에 그 '인격적 요소'와 '정서적 요소'를 그 '덜 더러운' 빠워블로거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이지 뭐. 최소한 아무리 더럽고, 치사한 언론도 그런 짓은 안한다. 그러니까 조선일보 같은 악질언론도 '이웃님들아, 당신과 나는 친구잖아요'라는 마인드를 노골적으로 들이대면서 칼럼이나 사설이나 기사를 쓰진 않는다. 그런 면에선 '문제된(!) 파워블로거'들의 행태는 훨씬 더 악질적이다. 그래서 열받는 건데 그만은 다소 엉뚱한 소리를 한다.

2. 사건의 본질 : 광고와 리뷰의 경계, 그리고 포털종속성의 문제

소위 베비로즈, 문성실 등으로 상징되는 파워블로거 문제의 본질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내용의 차원이다. 이건 광고인지 리뷰인지 헷갈린다는 거. 좀더 노골적으로 말하자. 블로그의 내용적 본질 요소인 게이트키핑을 배제한 인간(블로거)의 목소리. 그게 아리까리하다는 거. 돈 때문에 블로거의 주관적 진실이 뒤로 밀린다는 거. 이런 블로그는 블로그가 아니라는게 내 기준이다. 이게 광고판이지 무슨 블로그란 말인가. 또 하나는 구조적인 차원이다. 포털 종속성의 문제. 포털이 소위 연성화된 상업적 콘텐츠로서의 파워블로그 현상을 묵인하거나 혹은 방조하고 있다는 문제다. 뒷 문젠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으니 생략하자.

광고와 리뷰의 경계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2006년 타임지에서 올해의 인물로 '당신(YOU)'을 뽑는다. 그 당신에는 위키백과를 만들었던 무수히 많은 익명들,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렸던 무수히 많은 네티즌들, 그리고 기성 언론과 차별되는,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나선, 뉴미디어의 주체로 등장한 무수히 많은 '블로거'들이 있었다. '당신'은 드디어 새로운 미디어의 총아가 되었고, 소수 엘리트 중심의 미디어 헤게모니를 당신에게, 좀더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면 '우리'에게 가져왔다. 미국의 주간지에 무슨 대단한 가치를 부여할 생각 없고, 또 그 의미를 부풀리고 싶은 생각 전혀 없다. 그래도 의미있는 건 의미있게 평가하자. '블로그'가 갖는 역사적인 함의는 이렇게 자명한 것이다. 피동에서 능동으로,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그런데 다시 능동의 (잠재적) 주체들을 호구로 만드는 (포털) 시스템에 블로그가 '이용'된다는 거, 그걸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엿같은 거다. 짜증나는거지. 여기에 무슨 옹호의 여지가 있는건지 모를 일이다. 그러니까 제대로 비판하려면 '언론보다 덜 더럽기 때문에 덜 욕먹어야 되잖아'라는 게 아니라, '기성언론처럼 더러운 짓을 하니까, 더 더러운 짓을 할 수도 있으니까, 경계해야 하잖아,' 이게 내가 보기엔 제대로 된 비판이다.

내용의 차원에서 좀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자. 지난 옴니아2 사건에서도 이야기했듯, 광고면 광고고, 리뷰면 리뷰지. 이건 리뷰와 광고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독자들을 '호구'로 만드니까 빡도는거다. 거듭 말하지만 이게 나는 문제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그만이 블로그를 옹호하면서 펼치는 논리는 '(언론) 니들도 더럽잖아?'라는 이상한 논리다. 언론 더러운 거 누가 모르나? 소비자들이 자신들을 호구로 만들어서 짜증난다는건데 엉뚱한 언론 타령이다. 이게 논리가 아닌 이유가 뭐냐면, 옳다/그르다의 차원, 아름답다/추하다를 논하는 게 비평이라면 이건 옳거나 그르다의 차원도 아니고, 아름답거나 추하다는 차원도 아닌, 그래도 '문제된 블로그'는 '덜 그르다' 혹은 '덜 추하다'는 항변 아닌 항변을 하고 있다. 베비로즈나 문성실이 소위 말하는 '파워 블로거' 전부를 대표하는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그네들이 파워블로그 현상의 일부를 상징하는 건 맞다. 그런데 그들이 독자들을, 소비자들을 호구로 삼고, 그들을 기만했다는 구체적 사실들과 정황은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충분히 넘칠만큼 많다. 이 이야기를 빼놓고 엉뚱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깨끄미'라는 제품을 무슨 식약청의 정밀기계로 검증하지 못해서 베비로즈가 욕을 처먹은 게 아니다. 그만이 펼치는 논리 중에서 이해되지 않는게 뭐냐면, 마치 베비로즈가 욕 먹은 이유가 '깨끄미'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해서인 것 처럼 말하는 부분이다. 그만의 글은 필요 이상으로 논점의 부차적인 평면에 불과한 언론에 대한 적개심으로 불타오르고 있는데, 나처럼 평범한 소비자들, 독자들이 분노한 이유는 베비로즈가 '깨끄미'라는 제품을 정밀하게 검증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독자들에게 밝히지 않은 상당한 커미션을 챙기고, 양심껏, 소신껏 이야기하지 않고, 그 커미션 때문에 자기의 주관적인 진실을 배반한 바로 그 이유다. 그러니까, 아마도 돈이 아니었다면 그렇게 '칭찬'하지 않았거나, 그렇게 '자주' 설레발치지 않았을 것임에 분명한데, '이 상품 졸 최고예욤'이라고 졸라 자주 설레발 쳤다는 바로 그 이유다. 물론 그렇게 설레발 친 이유는 '돈' 때문이었고.

여느 블로그의 독자들도 그렇지만, 물건 파는 블로그의 독자들은 더욱 이중적이다. 한편으론 인격적 동료('이웃')지만, 한편으론 '소비자'다. 그런데 '물건 파는' 블로그에서 더 중요한 속성은 뭘까? 당연히 '소비자'로서의 독자다. 대다수 독자들은 자기를 '이웃'으로 포지셔닝하지만, 베비로즈나 문공구 같은 경우엔 그들을 '소비자'로 바라본다. 그들 내심으론 '이웃'으로 바라보던 말던, 객관적으로, 사회적으로, 그만이 좋아하는 법률적으로 바라보면, 그들은 '소비자'이고, 베비로즈나 문공구는 '판매자' 혹은 '중간 판매자'가 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상인으로서의 '윤리'다. 다른 건 다 개소리고, 상인으로서의 윤리를 지켰냐, 이것만 평가하면 족하다. 결론은 다 안다. 문제된 블로거들이 한번이라도 자기가 '상인'이다, 혹은 '나는 상품을 매개하는 자다' 이야기하고 물건을 팔았나? '이거 내가 써보니까 졸라 좋아' 이런 식으로 자신의 객관적인 지위(상인)를 '호구 소비자'들처럼(나도 소비자얌) 위장했지. 이거 내가 써봤는데 졸라 좋아요. 이웃 여러분 이거 한번 꼭 쓰세요. 이게 무슨 상인의 윤린가. 이건 감정적이고, 정서적이며, 인격적인 기만인거다.

3. 다시 결론 : 그냥 빡돈거지 뭐.

글 더 써봤자 무슨 대단한 논리가 나올 것 같지도 않고...
베비로즈나 문공구가 왜 욕을 쳐먹냐고? 내가 당신을 친구로, 동료로, 이웃으로 대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까 당신은 그냥 내 돈줄이고, 내가 내 주관적인 진실과 상관없이 반복적으로 선전하고 선동하면 나에게 넘어올 호구로 취급하고 있는 걸 어느 날 알았다면? 그러면 빡돌고 , 열 받는게 당연한거지. 나머지는 부차적이다. 누구나 그렇듯 자기가 친구라고 생각하는, 이웃이라고 믿었던 블로거에게 호구 취급 받고 싶은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문제를 풀려면 이 문제부터 어떻게 좀 하자.


추.
나는 여러번 밝혔지만 블로그의 상업화를 적극적으로 찬성한다. 그런데 그 상업화가 독자들과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상업화라면 그건 상업화도 뭣도 아니고, 그냥 독자 호구 만들기다. 블로그의 상업화 혹은 블로그의 수익모델이 '독자들에 대한 기만'에 바탕해선 모두 망하는 길만 남겨져 있을 뿐이다. 현재 기성언론이 그런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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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 단평 : 아주 짧게

2011/11/24 02:02
* 발아점 : 내일, 아니 오늘 특강 준비하던 중 인터넷 미로에 빠져 헤매다가 수령님 영화 단평 읽고 삘 받아서...  

10년 만에 만난 아주 소중한 벗과 본 영화다. 정말 오랜만에 극장 가서 봤다. 짧게 쓴다. (스포일러 없다)

지난 주엔 이고잉 하우스에서 가로수 영화제를 하려다 불발에 그쳤다. <인주찾기>에 새로운 동인으로 합류한 두 벗의 생일 축하 기념으로 마련한 자리였는데, 술먹고 잡담하다가 정담을 나누다 영화는 '저 너머'로 가버린 셈이다. 암튼 보려던 영화는 세 편이었는데, 그 중 두 편이 자크 반 도마엘의 영화다. 하나는 <토토의 천국>(원제 : 영웅 토토), 또 하나는 <미스터 노바디>. 영화 <완득이> 이야기하려다가 왜 불발에 그친 '가로수 영화제' 이야기를, 자끄 반 도마엘 이야기를 하냐면, 나도 잘 모르겠다, 내 글이 뭐 원래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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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의 천국>(1991. 벨기에. 자끄 반 도마엘)
오, 레이저 디스크가 다 있었구나.

시간상 가까워서 그랬겠지만 <완득이>를 보고 <토토>를 떠올렸다. <토토>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영화들 가운데 하나다. 거기엔 모든 좋은 작품이 그렇듯 삶의 원형이 있다. 그 원형은 여러 겹의 진실로 겹쳐져 있다. 그래서 삶이 그렇듯, 진실이라는 껍질을 벗기면 또 다른 배반의 진실과 우린 마주한다. <완득이>는 좋은 영화다. 하지만 거기엔 한 겹의 진실만 존재한다. 그리고 익숙한 장르적 관습들과 우린 마주한다. 익숙하게 감상적인, 하지만 거절할 수 없는 휴머니즘과 우린 만난다. 그건 마치 '다문화 공동체'를 위한 공익광고 같은 느낌마저 든다. 거친 리얼리티를 보여주는 것 같지만 모두가 계산된(이건 나쁜 의미는 아니다) 인물들이고, 그 인물들은 삶, 지금/여기에서 상처받고 매맞고 숨죽이는 삶을 사는 바로 그 사람, 삶의 현재성을 갖고 있기도 하지만 장르적 관습 속에서 빌려온 인물이라는 인상을 더 강하게 풍긴다. 계산된 역할극이라는 인상이 너무 강해서 잘 짜여진 드라마가 주는 뿌듯함은 있지만 깊은 감동은 없다. 원작이 형상화한 인물이 너무 잘 짜여진 인물이라서 그런건지, 연출이 너무 무난하게 가서 그런건지는 잘 모르겠다. <토토>는 정반대다. 인물들은 신화적일만큼 정형화되어 있지만 그 신화적인 이야기, 드라마 속에서 우린, 아니 나는 정말 내 삶의 고통과 진실의 이율배반과 마주한다.

글이 길어졌다.
<토토>는 아이처럼 천진하지만 어른의 영화고, <완득이>는 고단한 현실을 그린 것 같지만 결국 아이의 영화다. 그렇다고 <완득이>가 나쁜 영화라는 건 아니다. 앞서 말했듯 충분히 재밌고, 좋은 영화다. 그런데 너무 착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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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 (2011. 한국. 이한)
유아인은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김윤석은 말할 필요도 없이 좋은 배운데... 이번엔 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