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정치 프로그래밍 V3

2011/09/06 20:14
곽노현 사태를 한 달은 더 된 사건 처럼 '아웃 오브 안중'으로 만든 안철수 쇼크가 오늘 '박원순'으로 귀결됐다. 나는 여전히 안철수라는 분을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안철수는 새로운 시대를 상징하는 바로 그 자리에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을 올려놨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한 것 같다.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진다.

박원순 지지를 선택함으로써, 그러니 자신의 열성 지지자(그런게 있다면)를 배반함으로써 안철수는 세 가지를 얻었다. 안철수는 이 아름다운 배반으로  1. 구시대 공작 정치의 의혹(윤여준 등등)을 디버깅하고, 2. 명실상부 대선 주자로서의 포석을 깔며 3. 무엇보다 사람의 마음을 얻었다.

정말 놀랄만한 정치 프로그래밍, V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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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사건 바라보기

2011/08/31 06:22
어떤 사람이 표상하고 있는 가치를 신뢰하고, 그 가치의 세계를 만들기 위해 시간과 마음을, 그리고 당신의 근육을 보탰다면, 당신은 그 사람의 타락에 분노해야 마땅하다. 당신은 당연히 그럴 권리를 갖는다. 하지만 무엇보다 먼저 그 타락을 단정하는 목소리가 내 안에서 나온 내 목소리인지 살펴볼 일이다. 그저 지나가는 확성기에서 무책임하게 반복되는 소리들을 내 목소리로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근심해야 한다. 그 타락이 정말 타락인지 아니면 그저 손쉬운 재단인지 우리는 세심하게 살피지 않으면 안된다. 그건 그 가치를 공유했던 사람으로서 그 가치와 우리 자신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면서, 그 가치를 표상했던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오랜만에 주신부님과 한 시간 남짓 대화했다.

대화 후반부 매개는 곽노현 사건.

구글플러스에선지 트위터에선지 '사람은 버리되, 정책은 지키자' 라는 말을 듣고, 아, 그렇지, 그래야지, 가볍게 마음 속으로 되뇌었다. 하지만 주신부님과 대화하면서 내가 너무 게임 논리로, 전략적으로, 세상을,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구나, 생각이 들었다. 버릴 때 버리더라도, 그 사람을 한번이라도 우리는 찬찬히 바라본 적이 있었던가. 정책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그 '사람'을 찬찬히 살펴야하지 않을까.

소위 보수의 게임 방식은 딱지 붙이기 혹은 피상적으로 만들기다. 거기엔 즉각적인 정서적 공감과 선동은 있지만 인간을 위한 사유는 없다. 세상의 속도는 사유라는 쉼표를 허락하지 않는다. 소위 보수는 그 속도를 더욱 가속화한다. 소위 진보도 그 속도 속에서 휩쓸려간다. 여기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장기판의 졸이나 말이 아니다. 여기 사람이 있다면 여기 정신이 있고, 철학이 있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감정이 있고, 욕망이 있고, 또 소망이 있을테다. 그 사람을 졸로, 말로, 포로 바라보기 전에 인간으로, 입체적인 실존으로 바라보는 사유의 호흡이 필요하다.

보수의 틀짓기.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만들어내는 세상의 온갖 현상과 그 현상이 갖는 입체성을 평면화하기. 법 이전에 도덕을 이야기하는 한겨레, 경향, 그리고 소위 진보 몇몇 시민단체들. 문제는 전략적인 관점에서 '보수의 틀짓기'에 빠져 '우리끼리' 분열하고 있다는 데 있지 않다. 문제는 사람과 그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관계, 그 관계의 총합인 사회라는 복잡하기 짝이 없는 세계, 그래서 다시 모순과 이율배반으로 둘러싸인 '인간', 그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을 단편화하고, 사유할 수 있는 기회를 자진해서 포기하는데 있다.

주신부님은 이렇게 말한다, '게임의 속도를 늦춰서 사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내는 것'. 소위 진보라는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은 정치적 역학의 틀 속에서 스스로 자진해 파블로프의 개가 되어가는 즉물화된 반(反)사유의 고리를 끊어내는 일이다. 그건 어떤 인간을 타락으로 단정하기 전에 그 인간의 입체성을 고민어린 사유를 통해 재구성하고, 그저 나와 같은 한 인간으로 바라보는 고민을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일이어야 한다.

도덕적인 단죄나 법률적인 판단은 그 이후 일이다.


소위 보수나 진보로 자처하는 이들이 똑같이 빠지기 쉬운 함정은, 많은 것을 진영의 논리와 정치적 역학를 고려한 전략과 전술의 눈으로만 사태에 대처하는 것이다. 분명히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으로 무엇인가를 '뛰어 넘을' 수 있을까?

진정 '대안'을 추구한다면, 이 현실의 역학을 고려하면서도, 여기서 종종 놓치는 세밀한 삶의 결, 인간의 결을 읽어서 그 안에 깃든 고민과 고뇌로 공감을 확대해야 할 것이 아닌가? 질 때는 지더라도 무언가 다르게 보는 눈을 얻고 져야 할 것이 아닌가?

우리는 은연 중에 어떤 '희생의 메카니즘'에 종속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희생에 기대어 분노하고, 소위 '더 순결한' 분노와 저항이라는 전략과 전술을 위해서 '희생'을 당연시하거나 눈감지는 않는가? 이 '순결한 가학증'이 세상을 구원할까? 천만에. (출처)





* 스포일러 없음.

10년 만에 다시 만난 오랜 벗의 추천으로 <그을린 사랑>(Incendies. 2010)을 봤다. 종종 떠올리는 인상적인 문답. "당신은 어떻게 그토록 새롭고, 창조적인 작품을 만들어내나요?" "저는 새로움을 고민하기 보다는 오히려 고전들이 담고 있는 의미들을 고민합니다." 간단히 얘기하면, '온고지신'(溫故知新). ㅡ.ㅡ; (왜 이런 얘기를 하는지는 영화 보면 안다.)

영화는 거칠고, 황량하며, 대담하다. 그래서 정말 현실 사례를 모티브로 영화화한 것 같은 착각마저 준다. 그건 그만큼 이 영화가 현실 정치에 대한 훌륭한 비유이며, 우리 옆에 있을 것 같은 삶의 비극적 원형을 성공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굳이 분석적으로 접근하면, 영화 속 인물과 그 인물의 역할은 대단히 작위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거칠고, 장식 없는 카메라의 시선과 배우, 특히 주연배우의 입체감 있는 연기는 영화의 작위적 느낌을 거의 느낄 수 없는 수준으로 지워버린다. 개인적으로 가장 놀라운 경험이었던 <브레이킹 더 웨이브>의 에밀리 왓슨 만큼은 아니지만, 영화가 이야기하는 모든 질문과 대답, 그 절망과 희망이 온전히 그 작은 몸뚱이에 응축된 '나왈 마르완', 그 인물을 연기하는 루브나 아자발(Lubna Azabal)은 대단히 인상적이다.

고통과 절망이 만들어낸 두 개의 질문.
그 고통과 절망을 합친 것보다 더 잔인한 한 개의 대답.

그 질문이 만들어진 공간은 삶이고, 그 대답을 만들어낸 시간은 죽음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는, 쉽게 지워지지 않을, 삶에 대한 고결한 성찰의 원형을 창조하는데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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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을린 사랑>(Incendies. 2010. 캐나다)
드니 빌뇌브 Denis Villeneuve.



* 스포일러 주의!
영화 본 사람들 혹은 앞으로 영화 볼 생각이 아예 없거나 스포일러 상관없는 사람들만 열어볼 것.  

more..


* 안내
현재 상영관 (CGV 대학로, 씨네큐브, 대한극장) : 시네아트 사이트 갔다 우연히 알게 된 소식, 모모에선 <브레이킹 더 웨이브>를 재상영하더라(!). 16일 쯤 시간 나면, 안 날 확률이 높지만, 한번 다시 봐야겠다.
 


본격(?) 블로거 인터뷰.


인터뷰이 : 세어필 
장소 : 신촌 로터리 모스트 (마포구 노고산동 31-8. @@빌딩 7층 바)
일시 : 2011. 7. 21. 9:55 PM ~ 7. 22. 4:00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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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된 인터뷰 공간 '모스트' : 대략 호프 같은 느낌의 바 (ㅡ.ㅡ;)


1. 왜  블 로 그 를  시 작 했 나 ?

세어필 : 딱히 블로그를 시작하려고 한 건 아니고, 홈페이지를 운영하다 블로그가 유행이라고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해봤다. 또 블로그는 나름의 툴이 있어서 더 편리할 것 같았다. 예전에는 제로보드로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었다. (블로그를 시작한 건 대략 2004년부터) 

홈 페 이 지 활 동 은  얼 마 나  했 나 ? 왜  운 영 했 나 ? 주 로  어 떤  내 용 을  올 렸 나 ?

세어필 : 3년 정도했다. 웹 프로그래밍 알바를 하면서 내것도 하나 만들자. 그 때는 다른 ‘공대생처럼 무식해 보이지 않으려고, 원래는 무식하지 않지만, 공대생은 무식해 ‘보이는’ 경향이 있어서(ㅎㅎ), 활동을 시작했다. 자기 성찰, 자아 비판도 하고, 간간히 사진도 올리고. 여자친구 사진 자랑도 하고, 그런 공간이었다.
 

자 기 성 찰,  비 판 의  예 를  하 나 만  든 다 면 ?

세어필  : (생각이 안나는지 아이폰으로 열심히 과거의 기록을 찾고있는 세어필, “돌아버리겠네, 이거 어딨는거야?” 결국 노트북을 뺏어서 찾는 세어필. 찾는데 한 10분 걸림) 그냥 넘어갑시다.
 

하 나 만 ! !

세어필  : 최근 일인데, 스캔들 영화를 보면 남녀관계가 추구하는 목적이 사랑과 섹스와 돈 중 하나나 둘인 것 같은데, 각각은 분리되어 있다. 가령 민노씨가 돈도 졸라 많으면서 현란한 섹스 테크닉을 겸비한 채로 거기에 "나"를 진정으로 사랑할 확률은 크지 않다, 한 사람에게 이 세가지 모두를 바라는 게, 웬만해선 불가능한 것 같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혹은 관습이…. (예를 드는 세어필) 나는 돈도 있고, 나는 정말 와이프를 사랑해, 그럼 두 가지를 제공했잖아, 그런데 나는 조루야, 그래서 와이프를 만족시킬 순 없어, 그러면서도 와이프가 섹스를 잘하는 누군가와 섹스를 한다는 걸 나는 인정할 수 없는거지....
 

오 ,  이 해 가  되 네. 그 럼  세 어 필 은  세  가 지  중  몇  가 지 를  충 족 할  수  있 나 ?

세어필 : 하나 정도?
 

그 게  뭔 가 ?  돈 은  일 단  아 니 고.

세어필 : 내가 가진 모든 걸 바칠 각오는 되어 있다. 미래엔 돈을 벌어서 두 가지 정도는 만족시키고 싶다. 세가지를 다 충족하기는 힘들 것 같다. 왜냐면 나중에 돈을 벌더라도 ##가 안설 것 같기 때문.

 

비 아 그 라 가  있 지  않 나 ?

세어필 : 단지 단단하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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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위해 특별히 어색한 포즈를 잡은 세어필


2. 인주찾기에 참여한 동기는 뭔가?

세어필 : 그 이야기를 하려면 우선 첫 번째 컨퍼런스에 참석한 이야기를 해야할 것 같다. 블로그를 알기 전에 홈페이지는 그냥 글쓰는 공간이었는데, 특히 민노씨 블로그를 보면서 댓글을 달고, 응답하고, 그런 일종의 소통행위가 전에는 체험하지 못한 것이라서 좋았다. 그리고 그게 마침 내가 다니던 블로그, 가령 이승환 블로그, 펄님 블로그, 이정환닷컴, 베를린로그 등을 접하면서 호기심이 생겨났다. 그런데 마침 컨퍼런스를 한다기에, 또 주제도 ‘인터넷실명제’라서 관심도 있고, 참석하게 됐다.

 

참 석 과  참 여 는  다 른 데... 참 여 동 기 는?

세어필 : 전반적으로 네티즌이라고 해야 하나, 가치관이 통해서. 2차 컨퍼런스(저작권)은 크게 관심 분야는 아니었지만, 1차 3차 컨퍼런스 테마는 나의 관심사였고… 처음에는 어떤 식으로든 인주찾기에 기여하고 싶었다. 난 처음부터 오피니언 리더가 될 수 없을거라고 생각했다. 스태프으로나마 도움을 주고 싶었다.

 

박 사 과 정 에  있 는  배 울 만 큼  배 운  사 람 인 데...

세어필 : 공대박사니까. 기본적으로 지식이 없으니까. 가령 이정환이나 강정수의  발제를 보면, 많은 지식과 축적된 데이터가 느껴진다. 나는 그렇지 못하다.

 

인 문 사 회 학 적  지 식 과 는  별 개 로  체 험 을  충 분 히  발 표 할  수  있 지  않 을 까?

세어필 : (농담투로)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에 대한 발제가 필요하다면 몰라도…

 

인 주 찾 기 에  참 여 하 면 서  기 대 한  것 들 에  대 한  만 족 도 는 ?

세어필 : 우선 기대한 것이 뭔지를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민노씨 : "기대한 게 뭔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그러면 좋지만. 최소한 즐거울 거라고 생각했다.

 

그 래 서  즐 거 웠 나 ?

세어필 : 솔직히 1차 컨퍼런스 정리와 2차 준비 과정 정도에만 제대로 참여한 것 같다. 그 때는 정말로 좋았다. 사람들, 블로거들 사이에서 평등한 관계로 이야기하는게 좋았다. 사회에선 그런 관계가 없었다.

 

사 회 에 선?

세어필 : 사회에선 직위나 나이, 선후배 관계, 위계관계가 존재한다. 당장 봐라. 경어를 쓰는지 여부. 인주찾기에선 반말을 들은 적이 없다.

 

반 말 을  듣 지  않 는 다 고  평 등 하 다 고  할  수  있 는  건  아 니 지 않 나?

세어필 : 인주찾기 내부에서도 힘의 관계가 없을 수는 없다. 의견의 힘. 의견이 반영되는 힘. 오해의 소지가 있지만, 말하는 사람이 그 의견을 관철하려는 의지보다, 듣는 사람이 어떤 특정 동인의 의견을 더 두텁게 수용하려는 게 느껴지긴 한다.

 

흥 미 로 운  지 적 이 다.  어 떤  동 인 의  의 견 을  더  두 텁 게  수 용 하 는  것  같 나 ?

세어필 : 쉽게말해서 오래되고, 참여 빈도가 높은 동인. 실제로 그 분들이 인주찾기를 이끌어가는 것 같다. 부정적으로 보진 않는다. 어떤 사회, 조직이든 당연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전혀 부정적으로 생각하진 않는다.

 

그 럼 에 도  인 주 찾 기 리 더 가  되 고  싶 은  생 각 은  없 나 ?

세어필 : 그냥 단순하게, 모든 일에 대해서 자신이 주연이 되고 싶은 심리는 존재하는 것 같다. 하지만 쉽지 않다. 주연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은 약간 서운할 뿐이고, 실제로 그 주연에 어울리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한다면, 크게 문제되진 않는다.

 

그 렇 다 면  당 신 이  생 각 하 는  인 주 찾 기 의  주 연 들 은  누 구 인 가 ?

세어필 : 노코멘트

 

그 럼  한 명 만  뽑 자 면 ?  일 단  (세 어 필 요 청 으 로)  민 노 씨 는  예 외 로.

세어필 : 써머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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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로 향하는 신촌역 지하보도에서 알 수 없는 포즈의 세어필


3. 블로그가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세어필 : 회사, 학교업무와 공부를 방해한다.

 

그 럼 에 도  왜  블 로 깅 하 나 ?

세어필 : 재밌으니까. (뭔가 재밌는 대답을 하고 싶다는 세어필, 골똘히 궁리중) 확신할 순 없지만, 다른 블로그를 읽는 행위들이 나에게 언젠가 도움이 될 거라고 자위한다. 자위는 즐거운거니까.

 

생 각 난  김 에,  자 위 는  자 주 하 나 ?

세어필  : 민노씨가 생각하는 자주의 기준이 뭔가? (민노씨 : "일주일에 다섯 번 이상이면 자주인듯?") 그것보다는 안된다.

 

블 로 거 로 서 의  꿈 은  뭔 가 ?

세어필 : 얀(Jan Saudek)(Yann Arthus-Bertrand)이라는 사람을 아나? 얀은 항공사진작가다. 정말 멋진 사람이다. 돈이 많아야 된다. 비행기를 끌고 다니면서 촬영해야 하니까.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경탄할 수 있는 그런 사진을 찍고 싶다. 얀을 롤모델로 하고 있다. 그는 물론 범접할 수 없는 존재지만, 그처럼 사람들의 경탄을 자아내는 사진을 찍고, 내 블로그를 통해서 공유하고 싶다. 돈이 많이 필요하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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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 '얀'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




최 근  베 비 로 즈  사 건 에  대 한   생 각 은 ?

세어필 : 일단 (그런 비양심적인 블로거들에게) 부정적이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듯 언론의 태도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언 론 의  태 도 ?

세어필 : 영향력을 고려할 때, 그들의 만행(?)이랄까, 그들의 하는 짓이 훨씬 더 가증스러울 때가 많다. 자기들 흠이 더 많으면서 마치 블로거만 나쁜 양 매도하는… 심지어 이런 생각도 든다. 블로그의 영향력에 대한 질투, 견제.. 이런게 느껴진다.

 
(인터뷰 중 여자친구에게 전화가 옴. 잠시 대화... )


여 자 친 구 에 게  전 화 가  왔 는 데 ,  여 자 친 구  자 랑  잠 깐

세어필 : 내가 볼 때, 미의 기준, 여자친구와 다르게 생기면 못생긴 것 같다. 내 여자친구가 미의 기준이다.

 

블 로 그 계 의  가 장  큰  문 제 는  뭐 라 고  생 각 하 나 ?

세어필 : 블로그를 이끌어가는 힘이 쓰는 사람에게도 나오는게 문제라고 생각한다. 방송이나 포털은 보는 사람의 힘이 큰 것 같다. 특히 광고라는 측면에서. 그리고 트위터는 쓰는 일이 쉽다. 하지만 블로그는 좋은 글을 쓰기도 힘들고, 독자가 많다하더라도 쓰는 이에게 큰 힘이 되지 못하는 것 같다. 겨우 조회수 높아지는 정도를 기쁨으로 느낄 수 있겠지만, 꾸준하게 글을 쓸 동기로서는 부족한 것 같다. 글쓰는 이의 희생이 필요한 것 같다. 최근의 마케팅 사건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쓰는 이가 느끼는 보람, 보상을 물질에서 찾는 것 같다. 사실 사람이 뭔가를 한다고 할 때 보상은 당연히 필요한데, 블로그는 쓰는 사람의 노고에 비해서 보상체계가 너무 빈약한 것 같다. 국내문제일 수도 있겠다. 해외는 다를 수도 있겠지.

 

블 로 그 계  영 향 력 은  감 퇴 할  것 으 로  예 상 하 나 ?

세어필 : 구조적인 변화가 없는 한 영향력은 감소할 것 같다. 이정환이 컨퍼런스에서 소개한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저널리즘’ 같은 모델이 성공하지 못하면, 언젠가는 한계에 도달할 것 같다. 그런 생각이 든다. 블로거로서 아무리 유명하더라도 (그 역할이나 위상에)  블로그를 하지 않는 평범한 사람들의 인식은 '한계’를 두는 것 같다 이번에 베비로즈 사태가 그런 인식을 강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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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에 손을 얹은 세어필 (엉덩이에 자신이 있어서? ㅎㅎ)


4. 트위터와 블로그, 가장 큰 차이는?  

세어필 : 글에서도 적었지만, 폭탄에 비유하자면, 블로그는 폭탄이고, 트위터는 도화선이 아닐까, 상호보완관계라는 전제 하에.

"나는 SNS는 스스로 불붙지 못하는 인화물질에 불과하고 그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하는 매체는 따로 존재한다고 본다. 그리고 그 불을 붙이는 존재는 언론이나 거대 기업의 웹사이트가 아닌 좀더 건전한 것이어야 하고 블로그가 그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읽는자'와 '쓰는자'의 관계로 보자면 블로그는 '쓰는자'이며 SNS는 '읽는자'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 세어필, 블로그는 계속될 수 있을까? (2010/05/23)

 

트 위 터 를  사 용 하 면 서  가 장  아 쉬 운  점 은 ?

세어필 : 블로그가 트위터 때문에 잠식되는 느낌이 가장 아쉽다. 트위터 그 자체에 대해선 불만이 없다. 시끌시끌하고, 익명성이 꽤 보장되는 것 같고. 그런 차원에서 페이스북은 최악이다. 구뿔은 소소.

 

당 신 에 게  익 명 성 은  어 떤  의 미 인 가 ?

세어필 : 인주찾기 예를 들면, 나는 기본적으로 공대생이다. 인주찾기를 나간다고 이야기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그런데 왜 가? 그럴 시간이 있어?’... 그런 대답이 듣기 싫었다. 서로 다른 그룹에서 서로 다른 사람이고 싶다.

 

‘그 룹’ 에  대 해  좀 더  설 명 하 면 ?

세어필 : 예를 들면 쉬울 것 같다. 연구실에선, 나만의 생각일 수 있지만, 좋은 선배면서, 열심히 연구하는 공대생이지만, 대학교 동아리에선 음담패설을 일삼는 쓰레기 중 하나다. 마초적인 음담패설을 일삼는. 굳이 온/오프라인을 나눌 것 없이, 오프라인만으로도 그 둘의 ‘내’가 공유되지 않길 원한다. 랩(lab)에서의 나와 동아리의 내가 완전히 분리되길 바란다.

 

그 게  가 능 하 나 ?

세어필 : 일반인이라면 가능할 것 같다. 연예인이라면 (너무 큰 관심대상이라서) 불가능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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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어필의 종아리...            ...굵다.


5. 질문에 불만 있나?

세어필 : 민노씨 글이 항상 그렇듯 재미가 없다(웃음).

 

당 신 이  생 각 하 는  재 미 는  뭔 가 ?  예 를  들 면

세어필 : 솔직함(?) 레진이나 이승환은 솔직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재밌다.

민 노 씨 는  솔 직 하 지  않 은  블 로 거 인 가 ?

세어필 : 민노씨는 사람 자체가 성적 쾌락을 모르는 것 같다.
 

트 위 터 는 재 밌 나?

세어필 : 재밌다. 사람들이 떠드는 모습을 보면 재밌다. 여친이 생겼음에도 이승환의 드립질이 재밌고, 필로스님의 실사와 프로필 사진의 차이도 재밌고, 개인적으론 펄님과 이정환님의 트윗을 가장 좋아한다. 무미건조함의 매력과… 펄님의 글은 절반 이상이 보고 싶은 트윗이고, 링크를 눌러보게 된다(참고. 민노씨 5%). 정환님은 다 좋은데 가끔 낚였다 싶을 때가 있다(이미 읽었기 때문에).

 

블 로 그 는  재 밌 나 ?  쓰 는  것 이 든  읽 는  것 이 든

세어필 : 점점 깨닫지만 쓰는 건 재미가 없다. 그 이유는 훨씬 더 좋은 콘텐츠가 많기 때문에 나 스스로 쓰는 것에 대한 동기부여는 약한 편이다.

 

트 위 터 와  블  로 그  중  하 나 를  선 택 해 야  한 다 면 ?

세어필 : 당연히 블로그. 전제는 트위터에 링크가 없다면. 트위터를 통해 링크를 타고, 블로그에 감으로써 의미가 있다고 본다. 나에게 중요한 건 콘텐츠 그 자체이기 때문에, 트위터는 그 콘텐츠에 도달하기 위한 통로, 매개에 불과하다.

 

여 자 친 구 는  당 신  블 로 그  독 자 인 가 ?

세어필 : NO

 

여 자 친 구 는  당 신의 블 로 그 를 전 혀 모 르 나 ?

세어필 : 나도 잘 모르겠다. 알려준 적은 없다. 왜냐하면 블로그에서의 나와 남친으로서의 나는 다른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승환님의 용감함이 부럽다.

 

블 로 그 의  장 점 은  뭘 까 ?

세어필 : 나는 독자의 입장에서 이야기하고 싶다. 언론이나 방송이나 신문이나 커뮤니티(카페 등) 등에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훨씬더 신속하고, 깊이 있고, 그 블로거만의 철학이 담긴 의견을 접할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예를 들면, 민노씨라는 블로거를 신뢰하는 편이다. 민노씨의 철학이 담긴 글을 신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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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어필.com ... 배너 "인터넷의 주인을 찾아라!!" 문구가 재밌다. ㅎㅎ

사람들이 내 블로그의 컨텐츠에 관심이 없을 거란 확신이 든다. 현재 블로그에서 최근글, 최근댓글, 태그, 링크 등의 사이드바 모듈들을 다 떼어내고 위젯을 붙여뒀다. 어차피 사람들이 클릭도 안할 테고 위젯 달면 다음이 천원 기부한다기에 다 바꿔버렸다.



6. 인주찾기, 사람 많아졌다. 결속력  약해지지 않을까? (세어필 자체질문)

세어필 : 양적 증가는 질적 향상을 가져오는 장점이 있다. 그럼에도 인주찾기 내부에서도 소외그룹이 생기지 않을까 염려된다. 당장 메일대화에 참여할 의지가 줄어드는 것 같다. 왜냐 나 아니어도 다른 사람이 잘 대답하고, 대화를 이끌어가니까. 시스템적인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시 스 템 적  변 화 를  좀 더  구 체 적 으 로  설 명 한 다 면 ?

세어필 : 나는 잘 모르겠다. 막연하게 시스템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걸 느낀다. 현상황을 인정할 필요도 있을 것 같다. 열심히 하는 사람도 있고, 소극적인 사람도 있다. 그럼에도 그 자체를 수용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임으로써 소극적인 사람이 죄책감이나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 이상적인 건 모든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인데, 그건 바랄 순 있지만 실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현실을 인정하고, 소극적인 사람 역시 인주찾기 내부에서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줌으로써, 그 역시 언제든지 인주찾기에 참여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만약에 내가 인주찾기를 그만 둔다면 아마도 ‘내가 도움이 안 될 것 같아’ 라는 느낌 때문일 것이다.

 

참 여 동 기, 공 감 을  꾸 준 히 이 끌 어 낼   수  있 는  방 법 은  뭘 까 ?

세어필 : 기여 방법의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작은 기여라도 인주찾기에 소속감과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동 인 이  몰 라 줘 도,  소 속 감 과  동 기 부 여 가  생 길 까?

세어필 : 분명한 건 피드백이 있는 것보다 덜하다.

 

적 절 한  피 드 백 은?

세어필 : 반가움 정도만 표해주는 것으로도 충분히 보람을 느낀다. 가령, 3회 컨퍼런스에서 오/오프믹스에 공지글을 올리는 것도, 올릴 때는 꽤 짜증이 났지만(왜냐하면 온오프믹스 자체의 편집툴의 문제 때문에), 솔직히 온오프믹스 개고생하면서 올렸는데, 다른 사람도 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내가 해서 좋았다. 어쨌든 내가 했으니까. 모든 사람들이 각자 유니크한 기여를 하길 원하지만, 분명히 그건 개인적인 욕심이고, 그게 욕심이라는 걸 깨달을 필요는 있는 것 같다.

 

7. 당 신 이  바 라 는  삶 에  블 로 깅 은  어 떤  도 움 이  되 나 ?

세어필 : 현재로선 당연히 도움이 안된다. 왜냐하면 글을 쓰지 않으니까. 필자로선 도움이 안되고 있다. 다만 독자로선 많은 도움이 된다.

 

당 신 이  생 각 하 는  가 장  멋 진  블 로 그   한 두 개 만,  그  이 유 는 ?

세어필 : 데이터가 많은 블로거, 사례나 수치적인 자료들이 많은 블로그. 언제든지 꺼내 쓸 수 있는 블로그. 의견만 많은 블로거보다는 데이터가 많은 블로그, 그럼으로써 의견에 대한 설득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블로거. 굳이 들면 ‘자작나무 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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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어필이 가장 멋진 블로그로 뽑은  ‘자작나무 통신


* 세어필.com
요즘은 블로그에 참 글을 안쓰게 됩니다.(2010.8.17.)
블로그는 계속될 수 있을까 (2010. 5. 23.)





* 발아점

G+(+Gatorlog Lim)에서 몇 시간 전에 접한 소식. 부엉이가 트위터를 떠났다. 오랜만에 '암흑의 마법에서 정의의 칼로'를 찾아본다. 글을 읽는다. 어렵다. 마치 미로에 갇힌 기분. 하지만 너무도 매혹적이고, 달콤한 미로. 미로는 얼음 송곳처럼 날카로운 이성과 마술 같은 비유들에 의해 직조된다. lovol 블로그에 담겨진 언어는 율사의 언어이면서 동시에 연금술사의 언어다. 그리고 떠오르는 몽테스키외, 사법권은 "법을 적용하는 기계". 법관은 "법을 말하는 입 (...) 무생물". lovol이라는 필명 속에서 법을 적용해야 하는 '기계'와 세상의 모든 신비를 맛보려는 탐미적인 '모험가'가 싸운다. 나는 그 아름다운 싸움을, 모험을 상상한다. 그리고 '암흑의 마법'을 깨치고, '정의의 칼'로 돌아올 미네르바의 부엉이를 기다린다. (눈치 빠른 독자들은 이미 알아챘겠지만, 'lovol'은 헤겔의 <법철학>에 나오는 지혜의 상징, 미네르바의 부엉이를 형상화한 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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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전쟁 후 아테네에서 만들어진 4드라크마(tetradrachm) 은화.
앞면은 지혜의 여신 아테네(미네르바), 뒷면엔 '미네르바의 부엉이'


lovol이 남긴 퀴즈.
한 개의 퀴즈.
램프의 요정(Geni:Genius)
왜 지니나 우리 전래동화 속에서는 소원을 세 가지만 들어줄까?
여기에 정답이 있을까 싶긴 하다. 그래서 더 lovol의 해석이 궁금하다. 연상되는 건 토스트예프스키다. 유배지의 도스토예프스키 일화(이게 진실인지 아닌지는 capcold에게 물어보자). 사형집행을 기다리는 28살의 청년 도스토예프스키. 생애 마지막으로 남겨진 짧은 시간. 우선 자신의 가족과 벗들을 위해 기도하고, 곁에 있는 죄수들에게 짧은 인사를,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을 둘러싼 아름다운 자연과 땅에게 감사... 이건 마치 너무도 아름다운 삼위일체 같다. 의미는 나(주체)와 너(공존자로서의 또 다른 '나')와 우리(맥락) 속에서 생겨난다.  


* 추천글
복제와 사적복제 (2011.4.14.) : 그 비유들은 그야말로 믿기지 않을만큼 탁월하다.

* 도스트예프스키 일화에 대해 (보충)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백치](1부 5장)에 나오는 이야기 "남은 5분, 2부는 벗들과 인사 2분은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마지막 1분은 세상을 둘러보기 위해"가 돌고돌며 예쁘게 각색된 버전 (capcold) (댓글창 참조)

미하일 페트라셰프스키 주재의 이상적인 사회주의 모임의 일원이 되었다는 이유로 1849년 당국에 의해 체포되었다. 사형판결을 받고도 총살형이 집행되기 직전에 황제의 명으로 특별 사면되어(이 일련의 특사는 모두 계획된 것이었다.) 시베리아에 유형을 가는 것으로 감형되었고, 옴스크에서 1854년까지 유배생활을 하였다. 이 시기의 체험을 바탕으로 나중에 《죽음의 집의 기록》를 펴냈다. 그 밖에도 《백치》 등의 작품에 사형집행 직전의 심정을 묘사하는 등 이 사건 이후 그의 작품 색깔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위키백과 '도스토예프스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