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맛쇼 : 교양 혹은 양아치

2011/08/03 02:49
* 발아점
ycomma, 혀는 정직하지만, <트루맛쇼>와 저널리즘 

사용자 삽입 이미지
트루맛쇼. 2011. 김재환. 더피플엔터테인먼트

관습적인 상업영화로서의 <트루맛쇼>는 제작비가 아깝지만, 사회의 기만을 고발하는 영상 저널리즘으로서는 지금까지 만들어진 그 모든 영화들을 통틀어 가장 유쾌하고, 신선하며, 용감한 시도 중 하나다. <트루맛쇼>에서 고발하는 건 비단 브로커만은 아니고, 영원한 갑인 지상파, KBS, MBC, SBS만은 아니고, 무엇보다 즉각적인 욕망의 포로로 전락하고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우리 속에서 사육되는 짐승들인 시청자들, 그러니 우리 자신이다. 하지만 <트루맛쇼>는 그 용감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너무 '교양적'이라서, 너무 '점잖기' 때문에, 그 시도를 충분히 성취한 것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나는, 우리는 짐승이니까, 대한민국이라는 우리 안에 갇힌 우리 모두는 포로들인데, 비평적 관점이 놓치기 쉬운 한 가지, 자기 자신에 대한 질문은 생략한 채 끝끝내 교양적인, 도발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점잖고, 수줍은 시선들이 이 다큐를 지배한다. 그러니까 마이클 무어의 다큐에서 느낄 수 있는 양아치스러움(물론 그걸 나는 좋아하기도 하고, 싫어하기도 하는데)이 <트루맛쇼>에선 가장 필요한 게 아니었을까, 적어도 이 짐승스러운 사회의 야만을 까발기려면 좀더 양아치스러워야 하지 않았을까, 나 같은 양아치도 블로거로선 교양으로 치장하면서, 관객인 나는 그것까지를 바라게 되더라. 하지만 정작 양아치스러운 일을 벌리는 건 <트루맛쇼>가 아니라,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을 한 MBC (촉촉핸드가 작성한 PPT 강추). 참 용쓴다(라기 보다는 용썼다).



추 .
오늘 오랜만에 대학후배와 그녀의 남편이자 동기를 만났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내 블로그 이야기가 나왔는데, 글이 너무 길고 지루하다는 충격적(ㅎㅎ 농담이고, 예상했던) 이야기를 하더라. 그래서 8월 한달 동안 10분 정도 쓰고, 3분 1분 안에 읽을 수 있는 글을 쓰기로 약속했다. 이른바 '피서 모드'.  




#. 인터뷰는 매주 화요일에 올리는 걸 목표로. 늘 그랬듯 지킬 수 있을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블로깅에 반강제성을 부여해야 할 것 같다. 쓰고 싶은 말이 많은데도 너무 안올리는 것 같다능. 그나마 인터뷰는 아직 공개하지 않고, 축적된 게 많은 편이라서(10개 정도). 나은이랑 찍었던 동영상 인터뷰들도 있고, 주로 블로거들을 만나 이야기하면서 노트북으로 기록한 인터뷰들, 그리고 음성만 녹음한 당산동 구두수선공 '땡칠'선생님 인터뷰도 있는데, 부지런히 올리자.

장소 : 정부종합청사 후문 스타벅스
일시 : 2011.7.14. 오후 5시 54분 ~ 6시 27분

인터뷰이 : 박주환 (상지대학교 4학년)
인터뷰어 : 민노씨.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 30초 동안 맘에 드는 사람을 꼬신다는 각오로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
주환 : 키180이상. 얼굴도 못생기지 않았고, 목소리도 괜찮습니다. 매너도 좋고, 헌신적이며, 마음씨 좋은 강원도 청년입니다(ㅎㅎ).


- 답변만으론 주환씨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어요. 주환씨만의 무엇…은 무엇일까요?
주환 : 경쟁보다는 함께 하는 걸 좋아하고, 새로운 공동체를 꿈꾸는, 지금 사회시스템은 아니라고 보고요. 새로운 공동체를 함께 만들어갔으면 해요.


- 왜 지금 여기(정부종합청사 후문)에 있는거죠?
주환 : 그런 말이 있어요. '아름다운 정원을 망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아름다운 정원을 방치하는 거다'. 저는 아름다운 상지대학교를 방치하지 않고, 아름답게 지키기 위해 여기에 있습니다.


- 여긴 어딘가요?
주환 : 한국사회에서 사학이 어떤 옳바른 길로 가느냐 아니면 그릇된 길로 가느냐의 갈림길, 그 역사적인 현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큐멘터리 감독이 꿈인 열혈청년


- 잠깐 여유를 갖는 차원에서, 사귀는 분은 있나요? (질문 참 무례하고 저렴하다…ㅜ.ㅜ;)
주환 : 없어요. ㅡ.ㅡ; 여자친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 이상형은?
주환 :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잘 웃어주고, 어른에게 공경할 줄 아는 그런 여자.

- 이상형과 닮은 영화나 드라마 속 캐릭터라도?

주환
 : (골똘히 생각했으나 답을 찾지 못하고…) 없는 것 같은데요? ㅡ.ㅡ;



요즘 고민, 상지대의 역사를 기록한다는 것이 나에게 갖는 의미...  


- 다시 본래 테마 돌아와서… 요즘 가장 고민하는 것, 지금 하고 있는 일과 관련해서요. 일단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주환 : 대학교 4학년임에도 불구하고, 취업을 코앞에 앞둔 시점에서, 전혀 취업준비를 하고 있지 못하고, 상지대학교의 더 나은 미래와 상지대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 상징대의 역사를 기록한다? 어떤 의미죠? 좀더 구체적으로
주환 : 저의 분신과 같은 비디오카메라를 들고… (잠시 고민하더니) 기록하는거죠.  


- 기록은 잘 되어가고 있나요? 어려움은? 고민은? 이것만 해결되면 참 좋을텐데 하는 게 있다면요, 기록과 관련해서.
주환 : 찍을 때 사람들이 너무 의식해요(웃음). 정말 찍고 싶은데 찍히는 사람이 거부할 때… 그 때 가장 어렵고, 아쉬워요.


-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요?
주환 : 사람들이 찍을 때는 모르는데, 찍고 난 결과물을 보고, 그제서야 왜 카메라를 들고 찍었는지 이해할 때, 그러니까 사람들이 내 작업의 의미를  공감할 때.


- 상지대 문제, 잘 해결될 것 같나요? 앞이 보이나요?
주환 : 저는 곧 졸업을 하지만, 제 나름의 방식으로 투쟁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남은 학우들, 교수, 교직원들이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우리가 정말 원하는 걸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게 옳은 일이고, 역사가 그렇게 흘러왔으니까.


- 정말 역사가 그렇게 흘러왔나요? 전두환 같은 이는 29만원으로 골프만 잘 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해요?
주환 : 지금은 잘 살고 있겠지만, 역사에는 독재자, 학살자로 남겠죠.


- 역사의 진보를 믿나요?
주환 : 네. 역사의 진보를 믿는 사람이 역사를 진보시켰으니까.


- 세이브스쿨을 총책임지는 역할을 해야할 것 같은데… 어떤가요? 부담되나요? 아니면 흥분되고 설레이나요?
주환 : 부담되기도 하는데요. 한편으론 안해봤던 일이라서 설레이기도 하고 그래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어떻게 세이브스쿨을 이끌어갈 생각이신가요?
주환 :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게 동영상을 찍는거니까, 사건이 생기면 동영상을 꾸준히 찍어서 올릴 생각입니다.


- 누가 누가 참여하나요?
주환 :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팀을 한번 구성해봐야죠.



10년 뒤에 오늘을 돌아본다면...



- 10년 뒤에 오늘을 돌아보면서 어떤 회고를 하게 될 것 같나요?
주환 : 가장 고민하는 게 이런 질문이예요. <오월애>라는 다큐작품에서 5.18에 참여했던 걸 후회하는 분이 나와요. 그런 인터뷰가 있어요. 그걸 보면서 내가 하는 일이 옳은 일이긴 하지만, 저 인터뷰에서 나오는 후회하는 분처럼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게되요. 10년 후에 잘 된다면, 제가 원하는 모습이라면 후회하지 않겠지만, 그렇게 된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진지한 표정)


- 같은 질문이지만, 지금 어떤 일을 하면, 10년 뒤에 가장 덜 후회할 만한 일일까요?
주환 : 지금 하고 있는 일, 학생으로서 상지대 일원으로서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지금 하고 있는 일.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지금 아니면 못하는 일’을 선택하는 스타일이라서요. 역시 지금 하고 있는 이 일, 상지대의 역사를 기록하면서, 동시에 상지대의 역사를 만드는 일. 내 역사를 기록하면서, 동시에 내 역사를 만들어 가는 일.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물론 세이브스쿨에서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야기들을 이어가겠지만.
주환 : 맨 처음 이야기했던 것처럼, 상지대를 방치하고 싶지 않다고 했잖아요. 조그만 관심과 조그만 지지가 아름다운 학교를 만들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  하나만 더. 이 인터뷰를 가장 들려주고 싶은 사람은 누군가요?
주환 : 하면서 느낀게 뭐냐면, 제 자신 같아요. 제 자신에게 자주 들려주고 싶어요. 제 생각이 변할 수 있으니까. 그때마다 다시 보고 싶어요.


추.
주환이 활약상을 보고 싶다면 saveschool.net 으로 클릭 한방!



어떤 블로거가 10년만에 만난 친구

2011/07/28 10:54
제목 속 '어떤 블로거'인 내가 제목 속 '친구'인 너를 생각하면서 쓰는 짧은 단상. : )

나는 사적인 이야길 블로그에 쓰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고, 그 친구도 그럴 것 같다. 호구조사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들 중 하나니까. 얼마전 지상파 TV 방송과 짧게 인터뷰했다. 그 방송을 그 친구가 우연히 전해 듣고, 내 블로글 통해 연락을 해왔다. 그게 지지난 주 일이다. 그리고 10년만에, 정말 정말 오랜만에, 평생 못 볼 것 같던, 그 친구를 만났다. 한번은 그 친구와 둘이. 그리고 최근에는 그 친구의 가족들(멋진 남편과 사랑스런 아이)과 또 다른 친구와 함께.

언젠가 썼듯, <나와 너>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인데, 오래 전 그 친구에게 선물한 적 있다. 그 친구는 최근 다시 그 책을 읽는다고 하더라. 그래서 나도 <나와 너>를 다시 훑어봤다. 어떤 문단이 마음에 들어왔다.

"두 가지 사람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인간성에는 두 개의 극(極)이 있다.

어떠한 사람도 순수한 인격이 아니며, 어떠한 사람도 순순한 개적 존재가 아니다. 완전히 현실적인 사람이란 없으며, 완전히 비현실적인 사람도 없다. 모든 사람은 이중의 '나'속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인격적 경향성이 강하기 때문에 인격이라고 부르고, 개적 존재의 경향성이 강하기 때문에 개적 존재라고 불러도 좋은 사람이 있다. 인격과 개적 존재 사이에서 진정한 역사는 이루어진다.

사람이, 인류가 개적 존재에 의하여 지배되면 될수록 '나'는 더욱 더 깊이 비현실성에로 타락한다. 이러한 시대에는 사람과 인류 안에 깃들어 있는 인격은 - 다시 불러일으켜질 때까지- 지하의 숨은, 말하자면 무가치한 생존을 이어가는 것이다.

***

사람은 그의 '나'가 가지고 있는 인간적 이중성 안에서 근원어 '나-너'의 '나'가 강하면 강할수록 그만큼 더 인격적이다."(97)

- 마르틴 부버, <나와 너>, 표재명 역, 문예출판사.

부버의 '인격'과 '개적 존재'의 대비는, 내가 이해한 수준으로 인용해 풀면, 인격은 "하나의 공존자"(95)로서 자기를 의식하고,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96) 사람이다. 반면 개적 존재는 타인의 눈("그의 '내 것(Mein)'")을 통해 자기를 바라보고(96), "다른 여러 개적 존재에게서 분리시킴으로써"(95) 자신의 특수성을 만들어낸다. 인격은 '나-너'라는 "관계의 세계"(12)에서 자라고, 개적 존재는 '나-그것(그 여자/그 남자)'이라는 "경험으로서의 세계"(12) 속에서 만들어진다. 쉽게 말해 인격은 관계 속에서 자라고, 개적 존재는 타인에 의해 만들어진다. 개적 존재는 타인들 속에 있는, 내가 생각하고, 분석하는 '그것(그들)의 나'에 의해 만들어지는거다.

점점 더 '그것의 세계'은 확장한다. 가장 아름답고, 진실했던 추억들도 결국은 '그것의 세계'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나는 그것과는 결코 '관계' 맺지 못하니까. 그 소중했던 추억조차 현실을 더욱 황폐하게 만드는 '그것'에 불과하다. 그런 생각을 하면 참 쓸쓸해지는데, 결국 그 쓸쓸함은 추억을 불러오고, 현실은 점점 더 무가치해진다. 어릴 적엔 참 뻘짓도 많이 했는데, 지금은 뻘짓을 하고 싶어도 '타인의 나' 안에 갇혀 있는 느낌이랄까, 나는 여전히 아무것도 아닌, 참 부끄럽고, 볼 것 없는 사람인데, 그럼에도 "나의 창작, 나의 독창성 따위"(96)를 욕망하는 '개적 존재'가 되어간다.

어떤 철학자는 말한다.
"사물의 본성의 핵심에는 항상 청춘의 꿈과 비극의 결실이 있다. '우주의 모험'은 바로 그런 꿈에서 출발하며, 비극적인 '아름다움'을 거두어들인다. 이는 '열정'과 평화'가 통합되는 비결이다. 즉 수난은 '조화들의 조화'에서 그 종국에 이른다는 것이다. '청춘'과 '비극'의 종합을 동반하는 이 '최종적인 사실'에 대한 직접적 경험이 이른바 '평화'의 감각이다. 이런 방식으로 '세계'는 그 다양한 개체적 계기들에 있어 가능한 완전성들을 지향하도록 설득되기에 이른다."(446)

- 알프레드 N. 화이트헤드, <관념의 모험>, 오영환, 한길그레이트북스01, 한길사.
 
한길사라는 권위있는 출판사에서 '그레이트'라는 수사를 붙이며 펴낸 시리즈 첫 번째 책의 마지막 문단이다. 뭘 의미하는 건지는 아무리 읽어봐도 모르겠지만, 이 문단 첫 문장은 너무 맘에 든다. "청춘의 꿈과 비극의 결실"이 "사물의 본성"에 담겨진 핵심이라니. 그건 마치 70년대 포크송의 한 구절 같다. 이런 얘기는 시장에서 나물파는 아줌마나 음악 좋아하는 멋진 카스테레오를 손수 구비한 택시 기사 아저씨들이 더 잘 알 것 같은거다. 오래된 친구들, 내 청춘을 다시 여행하게 만들어주는 친구들을 떠올리면 나는 화이트헤드의 그 문장을 생각한다.

블로거라는 존재는, 더욱이 나처럼 요리나 인테리어, 혹은 연예 하다못해(?) IT 기기 이야기도 못하는(농담, 농담유골. ㅎㅎ) 반백수 전업블로거는 마치 청춘의 꿈을 붙잡고 있는 곧 다가올, 아니 이미 결실을 맺은 비극의 실현자 같다. 그런 초라한 블로거에게 선물처럼 다시 온 오래된 친구가 너무 너무 고맙다.

너도 폭우 조심해... : )




Zola Goal 때리는 회의 : 아주 짧게

2011/07/28 06:38
* 7월 28일 오후 2시 경부터 자정까지 (이 글로 인해) 트래픽 초과 접속 제한. 죄송..;;

사용자 삽입 이미지
출처 : 2mb18nomA.org 
(클릭 한방! 직접 다운받아 읽어야 제맛!)


http://2mb18noma.org 라는 재밌는 사이트가 생겼다. (그런데 진보넷 블로그로 포워딩한 듯)
거기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15차 회의록을 읽었다.
Zola Goal 때린다!!
"완전 코미디야" ㅎㅎ


추. 초극단적 요약.
15차 회의록에는 주로 트위터 계정 @2mb18nomA에 대해 열띠고  훈훈한, 더불어 우아하고, 너무도 고상한 나머지 폭소를 만들어내는 토론이 펼치지고 있는데, 모두 읽기엔 좀 분량이 많긴 하다(전체 108쪽). 나는 주로 2mb18nomA 사안에 관한 부분만 정독하고, 나머지는 스킵+통독. 언제 시간나면 이 회의록에 대한 리뷰(?)를 한번 써보고 싶다. '2mb18nomA'에 관한 내용만 극단적으로 요약하면, 방심위 소위원회(5인 참석. 2인 주의. 3인 권고 의견. 따라서 권고. 제재강도는 주의 > 권고)에서 결정(?)된 2MB18nomA 안건을 전체회의에서 재논의할까 말까에 대한 의견대립이 초반 회의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즉 절차(위원회규칙)에 대한 해석상 이견이 정리되지 않아서, 결국 다음 전체회의에서 논의하기로(다수결). 회의록 뒷부분에는 계정 당사자의 이의신청에 대한 인용/기각 여부에 대한 토론이 있는데, 당연히(?) 기각 결정.


* 참고
이하 인상적인 회의록 발언들. 괄호는 쪽수 표시. 굵은 표시는 내가 임의로 설정한 것. >> 간단한 코멘트.  

권혁부 부위원장 :  의사진행발언을 하겠습니다.  최찬묵 위원님이 이의를 제기한 사항은  SBS가 지난 4월  28일 방송에서 재보궐선거를 분석하는 기사를 통해 트위터 계정을 소개한 일이 있는데, ID가  ‘2MB18noma’,  닉네임은  ‘MB OUT’이라고 되어 있는 트위터 계정을  클로즈업해서 영상으로 만들어서 방송한 사항 (5)

박성희 위원 :  이 사안이 국가원수에 대한 욕설이나 비방이라는 차원에서만 자꾸 논의가 진행되는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저는 미디어를 전공한 사람으로서 최근에 인터넷이나 소셜 미디어가 더욱 활성화되면서 사적 미디어 영역과 공적 미디어 영역의 경계가 상당히 불분명해지면서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고 봅니다.  트위터도 소셜 미디어라고 해서 여러 사람이 이용하고 있지만 거기에눈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들도 함께 오고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적 미디어의 영역에 있을 때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제재대상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공적 영역으로 넘어갔을 때는 일정 정도의 품위와 건강한 의견이 담겨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이고,  또 이와 같은 트위터는 가장 최신의 미디어이기 때문에 이것이 공중파 방송과 접목됐을 때의 메시지의 영향력을 감안한다면 그것에 대한 기준점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래서 논의는 할 필요가 있겠다고 봅니다.  모욕이라든지 그런 부분을 떠나서 여기에 나온 단어들은 개인의 이메일에서도 스팸으로 걸러질 수 있는 저속한 표현입니다.  또 이보다 훨씬 수위가 낮은 것도 방송심의소위에서는 방송이 지켜야 할 품위라든지 여러 가지 규정들에 의해서 훨씬 높은 수위의 제재를 가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이 반드시 국가원수에 관한 내용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여러분 자신이거나 혹은 여러분 친구이거나 아니면 다른 영역에 있는 사람이라고 했을 때 이렇게 트위터 계정에 마음대로 자기의 욕설을 담은 것이 공중파 방송에 무방비로 노출됐을 때 그것을 심의위원회가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에 대한 기준을 가지고 논의해 주시고 판단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22)
   >> 그럼 SBS만 제재 대상으로 삼으면 되지 왜 계정을 차단하는거람?

박경신 위원  :  토론에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욕설이라고 해서 무조건 인터넷에서 배제되어야 한다,  이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현재 모욕죄는 친고죄입니다.  그래서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고소했을 때에만 그에 대해서 법적 제재가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한 이유는 모욕이라는 것은 매우 주관적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아주 친한 친구와 오랜만에 만났는데 친근함을 보여주기 위해서  ‘이 자식아,  여태 연락도 없었냐’라는 식으로 말할 경우,  친구들 간에 도리어 친근함을 보여주기 위해서 그러한 욕설을 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현재 무엇이 욕설인가,  아닌가에 대해서도 맥락 에 따라 매우 큰 차이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욕죄는 친고죄로 되어 있는데,  현재 욕설의 대상이자 모욕죄의 당사자라고 상상되는 저는 상상이라고 생각하는데 많은 분들이 상상하고 계신 그분은 가만히 있는데,  지금 그분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나서서  ‘이것은 그분에게 모욕적이므로 삭제해야 한다’라고 하는 것은 국가원수 모독죄를 부활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경찰에서도 가만히 있고 본인도 가만히 있는데 지금 우리 위원회가 나서서  ‘이것은 그분에게 모욕적이므로 삭제해야 한다’라고 할 경우 우리 사회에,  또 국민들에게 시사하는 점이 무엇이 될지를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경찰도 못 막고 청와대도 막지 않고 있는 것을 우리 위원회가 나서서 막겠다는 것이 국민들한테 어떻게 보일지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79,80)  
   >> "그분은 가만히 있는데..." ㅎㅎㅎ

김택곤 상임위원 : 우선 이 사안에 대해서 신청인이 주장하는 내용에 대해 논의하기 이전에,  시정요구를 한 이후 현재 그와 관련한 유사 계정이 수십 개,  수백 개가 생겼지 않습니까?  그러면 이것이 정말로 불법인지 논란을 벌이기 이전에 실효성에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 이러한 사례가 있었는데,  이 사례와 비교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2003년에 할리우드 스타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집을 샀는데, 누군가 그것을 찍어서 인터넷에 띄웠습니다.  그러자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사생활을 침해했다고 무려  5,000만 달러의 손배소를 제기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그 순간에 이미 소문이 나서 약  50만명이 그 정보를 퍼 나르게 되어서 그 소송이 유야무야됐다고 하는데,  아마 이것도 마찬가지 아닌가 싶습니다.  이 경우 유사 계정이 하나 뜨면 시정요구를 하고,  또 몇 개 뜨면 시정요구를 하는 식으로 한다면,  마치 제비가 날아다니는데 매미채를 들고 휘젓고 다니는 듯한 양상이 벌어질 것이고,  결국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희롱의 대상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제가 보기에는,  과연 이러한 욕설이 담긴 계정이 용인할 수준인가 아닌가에 대해 오히려 생각할 수 있는 기회로 삼는 것이 마땅하다고 봅니다.  저는 ‘2MB18nomA’가 용인할 수준의 욕설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제 주관적인 판단이니까 다른 사람들도 판단을 해야 하겠지요.  과연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인터넷 공간이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다들 공감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것을 어떻게 가꾸어 나가야 할 것인지,  이러한 욕설을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봐야 할 것인지,  아니면 잘 가꾸어 나가야 할 이 공간을 더럽히는 것으로 볼 것인지 등과 관련된 본질을 논의해야지,  무조건 우리가 채를 들고 처리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따라서 이 문제는 이 자리에서 이의신청을 받아들일 것인지 말 것인지를 시급히 결정할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어떻게 보면 이 문제는 정말 시간이 걸리더라도 논의를 해서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봅니다.  이것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발전에 있어 중요한 선례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80)
   >> "제비가 날아다니는데 매미채를 들고 휘젓고 다니는..." 비유가 뭔가 낯선 듯 재밌다. ㅎㅎ
 
권혁부 부위원장 : 그렇다면 이의신청인이 이의신청 사유로 내세운 점에 비춰 볼 때 그 동기도 굉장히 불순하고,  합리적인 행동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이런 점에 비춰 볼 때 이러한 사안이 용인되고 최소한 이런 문제에 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상황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이것은 특정 목적을 가지고 이 트위터를 띄웠다는 것이 이의신청과정에서 입증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저는 판단컨대,  이러한 사안이 설사 순기능이 있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이것을 방임했을 때 올 수 있는 여러 가지 예견되는 역기능들을 추정해 봤을 때 선제적으로 막는 것이 맞다,  그것이 누구의 사사로운 이익을 위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공익적 차원에서,  인터넷 공간에서 특히  SNS가 새로운 의사전달 방법으로 굉장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엄정한 대처와 면밀한 판단이 필요하다라고 생각합니다.(82)
   >> 최선의 방어는 '공격'? ㅡ.ㅡ;

구종상 위원 : 저도 이 사안에 대해서는 저 나름대로 분명한 입장이 있습니다.  이 사안을 이념적 수준에서 볼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차원에서 해석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저도 상식적으로 국민의 보편적․정서적 관점에서 말씀드리자면, 대한민국이 단일민족임을 고려한다면 하나의 단일가족이 확장된 개념이 국가이고 대한민국인 것인데, 이를테면 조그마한 가족 사회에서도 아버지를 지칭해서  ‘18nomA’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아무리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더라도 보편적 정서에 맞지 않는다, 하물며 명백하게 특정인을 지칭하는 욕설이 분명한데도 이것을 다른 식으로 해석한다는 것은 보편적 상식 수준에 맞지 않는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다음에 동건은 굳이 특정인이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 사회의 지도층에 있는 사람은 누구라도 다 해당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 차원에서 이 문제가 내 문제가 될 수도 있고 또 우리 사회의 중요한 위치에 있는 모든 분들의 문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상식 수준에서 봐도 이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고 신청자의 이의신청을 기각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88)
    >> "아버지~!!!" ㅡ.ㅡ; "단일민족"도 나오고, "사회지도층"인 "내 문제"라는 인식이 참으로 웅장하다.

박성희 위원 : 아까 말씀드린 대로 이것은 특정 지도자에 대한 욕설이라는 차원보다는 인터넷의 건전한 문화를 함양하는데 있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기여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우리나라가 인터넷이 상당히 발달한 만큼 또 악플 문화도 앞서가는 것으로 알고 있고,  그로 인해서 연예인들이 자살도 하는 등 여러 가지 폐해가 실제로 목격되고 있습니다.  단순한 표현의 차원이라기보다는 언어로 인해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아까 다른 위원님들 말씀하신 대로 건전한 상식에 비추어서 이것이 용인할 만한 표현이냐라는 차원에서 봤을 때 심의위원회가 우리의 기준을 전달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의신청 내용을 보니까  ‘욕설’이 아니라 정치적 의사표현이라고 되어 있는데 저는 거기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욕하는 자유를 표현의 자유라고 혼동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또한 이 경우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부르짖는 선량한 의도가 이 안에 보인다면 제가 다른 차원으로 논의를 진행할  수  있겠는데,  지금까지 논의된 의견들을 들어보니까 그보다는 좀 더 공적인 영역에서의 논의가 많이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개인이 단순히 하는 욕설 차원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저도  앞서  말씀하신  두  분의  의견대로  이의신청을 기각하는데 동의합니다. (88, 89)
   >> '악플 때문에 자살했다'는 말처럼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는 기만적 수사는 다시 또 없는 듯. 박성희씨가 주장하는 바, '악플(원인)'로 인해 연예인들이 '자살(결과)'했다는, 심지어 "실제로 목격"하고 있다는 근거(?)는 도무지 어디서 찾아야 하는건지 모르겠다. '신이 내린 각선미' '하의실종' '이기적 몸매'에 환장한 찌라시들에서 찾아야 하는건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위 계정주소로 PC에서 접속하면 이런 경건하고, 숭고한 화면을 만날 수 있다!
(정수라의 '대한민국'이 배경음악으로 깔리면 더 좋을텐데..  ^ ^)




2011년 7월 14일. 정부종합청사 후문. 사학분쟁조정(혹은 조장)위원회가 동덕여대를 옛 비리재단에게 넘긴 날. 학생들은 울며 소리쳤다. "사분위를 해체하라" "사분위 결정 철회하라". 어떤 학생은 실신하고, 어떤 교수는 쓰러진 학생을 일으켜 위로하고... 그렇게 그 밤이 지나갔다. 아이들은 11시가 넘어서야 아주 아주 늦은 저녁 밥을 먹었다. 몇몇은 다시 웃었다. 나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변한 건 하나도 없는데, 아니 오히려 더 나빠지고 있는데 이렇게 싸워서 뭐하나 싶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데 이렇게 싸워서 뭐하나 싶다. 반쯤 구경꾼에 불과한 내가 이럴 정돈데, 직접 싸우는 아이들 마음이야 오죽할까. 어른들 욕심이 만든 더러운 정치판에서 아이들만 죽어난다. 하지만 그게 이 시대의 희망인 걸, 아무도 몰라줘도 학교를 위해, 자신을 위해, 우리 사회의 상식을 위해 아이들은 열심히 열심히 소리치고, 울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나 밥 먹고, 또 웃는다.

그게 참 고맙다...

 


* 관련
동덕여대 트위터 : http://twitter.com/dddifferent
동덕여대 홈페이지 : http://yesdd.com
세이브스쿨 : http://saveschoo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