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신님과 신비님 뽐뿌(?)로 인주찾기 내 소모임 활동을 겸해서 오는 10월 말(10.25~29) 전국 방방 곳곳에서 동시다발 겸 이시다발로 열리는 <오프컨퍼런스>에 참여하기로 했다. 그때까지 정수씨께서 독일 해적당의 지방의회 진출 의미를 정리해주기로 하셨고, 열혈 블로거(겸 기자) 정환씨께서도 참여해주실 듯(그런데 정환씨는 항상 바쁘셔서리.. ㅎㅎ). 아직 인주찾기 내에선 크게 반응이 열띠진 않지만 재밌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이하 참가등록글. 원래는 신비님과 상의해서 올리려고 했는데, 신비님께서 마침 바쁘신지 전화를 안받으셔서리...;;; 오늘이 주제접수 마감일이라서 부랴부랴 올림. 그나저나 준우씨게선 선거법 주제 올린다고 해놓고 왜 안올리시나..;;;

http://thinkcafe.org/openconf
http://thinkcafe.org/openconf_add/8502

지난 9월 19일 독일 지방선거에서 약 9% 득표를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독일 베를린 지방의회에 진출한 독일 해적당! 독일 해적당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건 뭘까? 그 성공이 우리에게 아프게 다가오는 이유에 대해 그 아픔을 희망으로 만드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우리는 독일 해적당의 성공사례를 그저 먼발치에서 부럽게 바라보고만 있어야 할까? 세계 최고수준의 인터넷 인프라를 가진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 억압적이고, 규제 일방의 저작권 정책, 포털의 폐쇄적인 시스템(가두리 양식장), 트위터 속 '농담'도 국가보안법으로 규율하는 전근대적인 통제와 감시시스템... 실은 이런 모습들이 대한민국 인터넷을 좀더 솔직하게 보여주고 있는 건 아닐까?     

이런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의 모습이 독일 해적당의 성공 사례를 마음 편하게 바라볼 수 없는 이유다. 
그 성공은 장미빛이 아닌 핏빛으로 우리 안에서 아프게 고민되어야 한다.

"‘독점반대, 인터넷의 자유로운 접근 보장, 검열 반대, 투명성, 특허권 불인정’을 핵심 정책으로 하는 해적당은 창당한지 고작 4년만에 9%의 득표를 얻어 지방의회 첫 진출에 성공"
- 아시아경제, http://bit.ly/qgXYYp 

* 관련기사 링크모음. http://kldp.org/node/125826




고아로 남겨진 곽노현의 선의

2011/09/12 22:38
* 발아점  
이슬뤼(icelui), 중언부언

이렇게 논리정연하고, 차분하며, 또 성찰이 깃든 글이 '중언부언'이라면 제 글은 '횡설수설' 쯤 되겠네요. : )

"진보의 정책적 지향은 아주 근본적인 차원에서, 도덕성을 진보와 보수 모두의 굴레로 만들어갈 수 있어야하겠기에 그렇습니다. 그 길이 매번 계란으로 바위치다 계란 살 여력마저 없어지는 길이라도, 도대체 진보 혹은 좌파라는 이름으로 한 판에 다 담을수 조차 없어 보이는 이상야릇한 계란들을 모아놓은 이 세력을 대체로 지지하는 제 개인의 동기는, 그네들이 바위를 계란으로 깨려고 한다고 믿기 때문이니 말입니다."

- icelui, 중언부언 중에서

굉장히 인상 깊은 문단입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도덕성에 대한 강조가 잘못이 아니라, 도덕성을 바라보는 관점을 평면화, 추상화시키는 게 잘못이라고요. 소위 진보 혹은 좌파에게 '도덕성을 지켜야지! 진보의 무기는 도덕성이지!'라고 훈수 두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렇게 무책임한 구경꾼에 머물면서 삶의 이율배반에 눈감고, 덕담하거나 비난하는 건 조중동이건 한겨레, 경향이건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이죠.

정말 필요한 건 그 도덕성을 추상적인 언어의 감옥에서 빼내오는 일입니다. 그래서 살아있는 삶에 대한 논쟁으로 만드는 일입니다. 그것을 입체적이고, 구체적인 삶의 교훈으로 이끌어내는 대화를 시작하는 일입니다. 그렇지 않고 그저 '어쨌든 돈 준건 잘못이지' 혹은 '나한테 2천만 선의로 땡겨주지?'와 같은 언어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이런 반응이 무의하다는 게 아닙니다. 지극히 자연스런 반응입니다. 특히나 돈 200만원도 없어서 고생하는 저 같은 가난한 사람들, 소박한 시민들에겐 더욱 상식적인 반응입니다. 다만 그 조건 반사적인 사고, 비유하자면 구체적인 고민 없이 프로그래밍된 사고틀을 넘어서는 작은 모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시대의 도덕성'에 대한 진짜 논쟁을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진짜 치열하고, 때론 비루한 삶을 관통하는 대화를 곽노현 사건으로 끌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하지 못하면, 우리의 도덕성은 그저 그저 추상적으로 제 살을 갉아먹는 자학적 넋두리 수준을 영영 넘어서지 못할 것으로 염려합니다. 저는 '곽노현의 행위'가 실수라는 점을 넉넉히 수용합니다. 그것이 실정법상 범죄를 구성하는 행위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까지도 인정합니다. 그럼에도 '곽노현의 선의'를 도덕적 타락으로 단정하는 예언가의 목소리들에 대해선 당연코 반대합니다. 그 예언가들은 스스로 그 사유의 게으름을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에게 필요한 일은 오히려 '곽노현의 선의'를 좀더 살아 있는 도덕적 논쟁으로 이끌어내는 일입니다. 이 바보 같은 사람은 어떻게 '선의'로 적지도 않은 '2억'이라는 돈을 단일화 경선 경쟁자에게 건넬 수 있었는지, 곽노현이라는 사람이 지금까지 걸어온 그 삶과 우리 시대를 지배하는 가식적인 이율배반의 감수성을 모두 끌어와 '법 이전에 도덕성'이라는 그 주술 같은 문구가 과연 이 땅에서 어떤 의미인지를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곽노현의 '선의'는 여전히 의미있는 고민으로, 생성하는 대화로 잉태되지 못한 채 여전히 양쪽(소위 보수와 진보) 모두에게 버림받은 언어의 고아로 남겨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도덕이 그토록 중요하다면 그 '선의'를 우리는 다시 화두로 삼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대화의 출발점이 저는 곽노현의 삶 그 자체와 우리시대의 기만적이고 이중적인 도덕적 이율배반에 대한 이야기가 되길 원합니다.


추.
써머즈님 추천으로 요즘 <크리미널 마인드> 봅니다. 에피소드 앞 뒤로 항상 잠언이 따라붙죠.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이런 취지의 이야기가 기억납니다.

"추상적인 도덕은 구체적인 삶 속에선 아무런 쓸모가 없다."        


* 관련글


곽노현 구속과 어떤 예언서들

2011/09/10 16:46
곽노현 교육감이 구속 수감됐다.
흥분을 가라 앉히고 간단히 쓴다.

이 글은, 내 글이 늘 그렇듯, 무슨 대단한 조사와 분석, 심오한 성찰을 담고 있는 글이 전혀 아니다. 곽노현 구속 수사를 바라보는 일개 블로거의 단상이다. 그저 평범한 시민의 목소리다. 이슬뤼(icelui)와 댓글창에서 말한 것처럼, 곽노현 사건에 대한 "민의의 일부로서 시민의 소박한 목소리"들 가운데 하나를 증거로 남긴다. 한 서른 시간은 못잤다. 눈은 침침하고, 머리는 어지럽고, 허리는 욱씬 거린다. 그냥 누워서 딱 24시간 자고 싶다. 하지만 그렇게 퍼지기 전에 정말 이를 악물고 쓴다.

"블로거 벗들과 독자들께서도 자신만의 공간에 어떤 목소리든 남기시길 부탁드립니다..."


1. 나는 곽노현을 왜 구속수사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아시는 분 제발 좀 알려주시라.

헌법정신 이전에 상식이다. 구속 수사는 제한되어야 한다. 그래서 영장실질심사니 뭐니 하는 제도도 만들어진거 아닌가. 헌법이나 특정 제도를 말하지 않더라도 피의자는 당연히 (아직은 또는 계속해서) 범죄자가 아니다. 유죄 판결 전에 피의자를 구속 하려면 거기에 합당한 이유가 구체적으로 존재해야 한다.

법원의 영장 발부 근거는 "범죄사실 소명"과 "증거인멸 우려"다. 1) 범죄 사실 소명 : 검찰이 주장하는 혐의에 대해 곽노현 교육감은 '돈 준 건 맞다. 대가성은 없으며 선의다.'라고 말했다. 이게 왜 "범죄사실 소명"으로 곧바로 연결되는건지 나는 잘 모르겠다. 2) 증거인멸 우려 : 법원 말처럼 곽노현 입장 표명이 '범죄사실 소명'이라고 치자. 그럼 스스로 '나 범죄자 맞아요'라고 입장 발표한 사람이 무슨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는 건가?

'범죄사실 소명'과 '증거인멸 우려'가 각각 말이 안되는 건 둘째 문제로 서로 양립할 경우에는 더더욱 논리 모순인 것 같다. 많은 분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비리 백화점이었던 공정택 수사도 불기소였는데, 이미 '범죄사실 소명'까지 한 곽노현 사건에는 구속수사를 고집하는 검찰을, 그리고 그 영장청구를 받아준 법원을 나는 정말 이해할 수 없다.


2. 예언서들

나는 우리나라 언론이 내세우는 불편부당, 객관성, 정론지 따위의 선언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 조선일보가 기득권과 재벌을 위해, 그러니 스스로 권력과 한몸인 자기 자신을 위해 복무하는 당파지인 것처럼 한겨레 역시 당파지다. 물론 한겨레나 경향 같은 소위 진보언론은 조중동처럼 '치열하게' 당파적이진 않다. 그리고 무엇을 위해 복무하는 당파지인지도 가끔은 헷갈린다. 그건 언론이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객관성 의무와의 긴장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가끔은 게으르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각설하고 현재 우리나라 언론들이 보여주는 당파성은 언론이 견지해야 하는 최소한의 객관성, 그 한계를 넘은지 이미 오래다. 곽노현 구속 수사 결정을 보도하는 몇몇 언론 기사를 살펴봤다. 정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언론학 교과서에 두고 두고 남겨 이렇게 기사 쓰면 안된다는 표본으로 삼을 만한 기사들이 지난 여름 오세이돈의 폭우처럼 쏟아진다.

(동아, 전지성, 이서현 기자, 2011-09-10 03:00:00 기사수정 2011-09-10 12:49:56)

이렇게 희망사항인지 예언인지 알 수 없는 사적인 소원을 제목으로 달아 놓곤 정작 본문에는 제목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내용이 한줄도 없다. 정말 단 한줄도 없다. 클릭은 비추지만 정말 궁금하면 가서 한번 읽어보시라. 기사 본문은 그저 제목을 위해 들러리로 존재하는 것 같다. 이렇게 기사 쓰면, 아무리 동아일보가 곽노현 사건에 '열심'이라도, 안되는거다.

개인적으로 조중동은 포기한지 오래라 그려려니 한다. MBC 보도를 한번 보자. "곽노현 교육감 구속 수감‥업무 파행 불가피 - 검찰, '2억 대가성.출처' 수사에 탄력"이라는 제목 아래 다음과 같은 예언이 등장한다.

"줄곧 결백을 주장하던 곽 교육감의 도덕성 타격은 물론 사퇴 여론도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영장 발부를 곽 교육감에 대한 도덕성 판단으로 연결짓는다. 알 수 없는 논리회로. 것도 모자랐는지 아직 있지도 않은 여론을 자기 완결적으로 예언하고 단정한다. 이런 걸 언론이라고 불러야 하는지, 이런 걸 보도라고 불러야 하는지 난 정말 모르겠다.

하나만 더 보자. <곽노현 구속…檢 기선제압 성공>(연합뉴스) 누군가의 운명을 결정짓는 사건이다. 더불어 많은 시민들이 다양한 관점으로 관심있게 지켜보는 사건이다. 동아일보의 '바람'처럼 어쩌면 '무상급식과 학생인권조례'를 비롯한 많은 교육정책들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높은 사건이다. 이건 무슨 K1 중계하듯 제목을 단다. 기선제압 성공해서 참 좋겠다.


3. 흔한 잠언

"내가 생각한 대로 살지 않으면 남이 생각한 대로 살 수 밖에 없다."

귀찮더라도 스스로 사유의 재료들을 축적하고, 그 재료들을 비교하며,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지 않으면 권력과 한몸이 된, 아니 권력과 다른 몸이었던 적 없던 정경언 복합체, 그 괴물이 쓴 예언서대로 살 수 밖에 없다. 거기엔 그 괴물의 이기와 독선만 있다. 나의 소망과 당신의 소박한 상식,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가야할 공동체의 꿈... 그런 것 따위, 그 예언서엔 없다.

우린 아직 인간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사육되는 짐승으로만 머물러선 안되지 않겠나...




* 관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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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어느 일본식 주점에서 만난 나은냥  

인터뷰이 : 더나은 
2011. 9. 4.
1. 서울의 한 일본식 주점
2. 서울의 한 편의점 앞 파라솔


1. '더나은'이라는 여자, 사람에 대해


- 처음 만난 사람에게 당신을 어떻게 소개하는 편인가?
“대부분 비슷하다. 일단 그 사람 이야기를 듣는 편이다. 명함을 주고, 나를 소개한다. 하지만 나를 드러내려고 노력하는 편은 아니고,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처음엔 갸우뚱했는데,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 사람들은 당신이 튀는 캐릭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화법이 직설적인 편이다. 내가 활동했던 영역에선 내 외모가 좀 튀긴 한다. 전형적인 한국 여성 느낌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지금까지 활동했던 이야기(민변 인턴, 대선 캠프 대변인실, 교육감 캠프 수행비서, 더나은 프로젝트 등등..)를 하면 더 독특하게 느끼는 것 같다.”

- 그런 사람들의 선입견에 대해선?
“일단은 재밌게 느낀다.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것들이 눈에 보이는 편이랄까?”

- 앞으로 다가올 것들?
“(그 사람들과의) 갈등일 수도 있고, (그 사람들과 만나는 것 자체에 대한) 매력일 수도 있고… 남자들은 (나에게) 호기심을 느끼는 편인 것 같다. 첫 번째는 재밌다, 더 알고 싶다, 이런 느낌을 갖는 것 같은데, (나중엔) 감당하기 힘들겠다… 이런 느낌을 받는 것 같다. (나를) 여자로 보더라도 정말 사귀게 되면 힘들어 하는 것 같다. (왜?) 오지랖이 넓어서. 나는 세상에 관심이 많고, 궁금한게 많고, 돕고 싶고, 개입하고 싶은 것들이 많으니까. 여자들은 (나를) 잘난 척 하는 아이로 선입견을 갖고 보는 것 같고, 이슈와 루머의 중심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게 눈에 보이지만, 진심은 통한다고 결국은 그런 과정을 거쳐서 좋은 친구들을 만나기도 한다. 결국 친구가 되거나 혹은 그저 스쳐지나거나 둘 중 하나지만, 정말 친해지고 싶은 친구들은 온 마음을 다해서 대하니까.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달까? 물론 상처를 많이 받기도 하지만. 새로운 사람들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듣는 게 좋다.

- 당신이 사람을 대하는 방식, 나는 당신이랑 친하니까, 난 당신을 충분히 이해하는 편이라고 생각하지만, 때론 사람들이 당신에게 어떤 선입견을 느끼는 걸, 나 스스로도 느끼는 편이다. 가령 당신을 성적 매력이 있는 여자로만 바라보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는 것 같다.
“성적 매력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성적 매력이 있다는 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모습으로만 나를 바라본다면, 속상하긴 하지만, 내가 부족한 부분일 수도 있고, 그 사람이 나를 그렇게만 보기만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나를 좀더 알게되면 다른 모습을 발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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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했는데, 뭐하는 공책인지 까먹었다. ㅡ.ㅡ;


- 당신은 항상 인생 최고의 목적을 연애와 사랑이라고 얘기하는데, 정말 그런가?
“당근!”

- 가끔 당신이 좀 싸가지가 없을 때도 있는 것 같다. 어떻게 보나?
“인정한다.”

- 당신은 어떤 때 싸가지가 없어지나?
“몇 가지 경우가 있는데, 첫 번째 나를 부당하게 무시한다고 느꼈을 때. 두 번째 졸라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때. 가령 여성 호르몬에 문제가 있을 때.”

- 첫 번째 경우는 이해할 수 있지만, 두 번째 경우는 당신이 고쳐야 하는 거 같은데?
“성인군자가 아니라서. 노력은 하지만 고쳐지진 않는다. 또 내가 너무 친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겐 좀 싸가지가 없어지는 건 나도 인정. 그건 나의 단점이다. 그래서 나는 부모님께는 가장 싸가지 없는 년인 것 같다. 하지만 사람들은 나에게 효녀라고 하지. 그것도 맞는 것 같다. 닭강정도 열심히 홍보하고(웃음). 부모님의 일을 부끄러워하는 친구들이 있다. 하지만 나는 그게 왜 부끄러운지 모르겠다. 우리 부모님은 재벌은 아니지만, 닭강정 파는 일은 나에게 떳떳하고, 자랑스런 일이다.

- 당신은 사회운동을 한다고 하면서도 명품을 좋아하는 일명 된장녀 같기도 하다.
“뭐가 문젠지 모르겠다. 남자들이 차 좋아하고, 이쁜 여자 좋아하는 것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진화 심리학적인 관점으로 보면 이런 건 당연한 현상 같다.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을 부정하는 사회운동은 잘못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진보는 도덕적인 것, 혹은 엄숙하고, 경건한 게 장점이 아니라, 그런 건 종교라고 생각하고, 내가 생각하는 진보는 개혁적인 것. 새로운 의제를 설정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기존 잘못을 깨뜨리는 것이지, 경건하고 도덕적이기 위해 노력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세종대왕이 도덕적이라서 성군이라고 하나? 첩이 얼마나 많았는데. 물론 그 때의 도덕률은 지금과는 다르지만. 하지만 지나가는 돌쇠가 ‘세종대왕은 첩이 많아서 나쁘잖아’ 이런 말을 하지는 않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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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는 도덕적이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혁신을 위해 존재한다!"


- 나은씨가 가장 하고픈 일은 뭘까? 지금
“안정적인 결혼을 하는 거. 내가 행복해서 부모님 행복하게 해주는 거.”

- 직딩 이틀 째인데, 기대했던 것과 비교해서 어떤가?
“사실 기대를 안했다. 설레임보다는 겁이 난달까, 그런 게 있었다. 아직은 잘 모르겠다. 좀더 부딪혀 보면 판단이 서겠지. 열심히 하고, 잘하고 싶은 욕심은 강한 편이다.”

- 너는 인정욕구가 강한 여자지.
“나는 그런 여자다. 인정받고 싶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지 않나?”

- 내가 보는 당신은 때론 굉장히 불안하고, 우울하기도 하고, 마음 속에는 항상 허전함이 있는 것 같은데…
“인정한다. 인생이란 백 번의 고통과 고난 속에서 찰나의 기쁨이 온다고 생각해. 더 슬퍼하니까 더 기쁨을 느끼는 것 같기도 하고… 인생은 판타스틱하진 않지만, 그리고 남들에게 비치는 것처럼 내 인생이 그렇게 화려하거나 즐겁지도 않지만, 그래도 즐겁게 살려고 노력한다. 난 우울증도 심하고, 자살하고 싶은 생각도 종종 했어. 감정 기복도 심한 편이고…. 하지만 좀더 살아봐야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도 받고 싶고, 사랑도 주고 싶고.”

- 내가 보기에도 당신은 약간 미모를 이용하는 것 같은데…
“하면 안돼? 물론 나는 내 미모라는 게 있다면, 그걸 이용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 하지만 다른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 난 부모님이 물려준 외모에 감사하는 편이긴 해. 왜 똑똑한 사람들이 자기 학벌 자랑하는 거랑 뭐가 달라?”

- 학벌을 과시하는 걸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진 않지 않나?
“물론이지. 하지만 생긴게 이런 걸 어떡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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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코스프레 이틀째


2. 인주 찾기 이야기


- 인주찾기 얘기를 잠깐 해보자. 인주찾기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민노씨가 열심히 하는 활동이라서 관심이 생겼고. 딱히 당시에 바쁜 일도 없고, 재밌어 보이기도 하고, 알아두면 배우는 것도 많을 것 같고.”

- 인주찾기의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자발적인 선의. 서로에 대한 신뢰와 애정. 취미 활동 같지만 취미 활동 같지 않은 열정. 다들 뭔가 꿈을 꾸고 있는 듯한 느낌. 내가 보기엔 뭔가 미약한 듯 하지만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서 멋지고, 새로운 걸 찾아내려고 하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 가끔은 어쩜 저런 쓸데없고 재미없는 이야기를 저렇게 열심히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도 한다. 하지만 멋진 분들인 것 같다.”

- 인주찾기의 단점은?
“하는 사람만 하는 느낌? 조직력이 약한 느낌. 외연 확대에 별로 신경 안쓰는 느낌. 계약 관계가 아니라서 강제력도 약하고.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니까. 우리의 목소리로 그치는 것 같은 아쉬움. 가령 저작권만 해도 뭔가 확대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우리끼리만 만족하는 것 같다. 좀더 확대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리고 민노씨가 월급 받았으면 좋겠다. 4대보험도 받고.”

- 인주찾기에 대해서 한마디만 더 한다면?
“인주찾기가 정말 인터넷을 바꿀 수 있을거라도 믿는다. 그게 쉽지는 않겠지만, 그럴 수 있는 역량과 잠재력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좀더 욕심을 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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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카톡질 중인듯...



3. 다시 '더나은'에 대한 이야기


- 당신 삶의 원형이라고 생각하는 이야기는?
“오즈의 마법사. 인간은 언젠가는 집도 떠나고, 고향도 떠나고, 가족도 떠나고…. 오즈의 마법사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이고, 온갖 모험과 부조리를 겪지만, 결국 돌아오는 건 가족과 내가 사랑하는 이, 나를 사랑하는 이.. 그걸로 귀결되는게 인생인 것 같다. 내 정체성을 담은 첫 아이디는 도로시(Dorothy)였다.”

- 지금 당신의 삶에 배경처럼 흐르는 주제곡이 있다면 그건 어떤 노래일까?

- 연애와 사랑이 최고의 인생 목적인 당신 이상형은?
“이상형과 실제로 사랑에 빠지는 사람은 다른 것 같다. 막연한 이상형으로는 자기 삶에 열정적이고, 그 사람의 삶의 일부로서 내가 존재하고, 내 삶의 멘토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사람. 나와 다른 길을 걸었던 사람. 내가 존경할 수 있는 사람. 그런데 사랑에 빠지는 사람은… 내가 그 사람의 삶을 존경하긴 하지만 나를 좀더 욕심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막상 나를 욕심내면 귀찮을 수도 있겠지만.”

- 다시 돌아가고 싶은 연애의 추억이 있나?
“없다. 현재에 100% 만족하진 못하지만 조금 더 나은 나를 찾는 모습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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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인터뷰 장소인 편의점 앞 파라솔(은 실제로 없지만 암튼..)


4.  곽노현에 대해


- 곽노현 사건 때문에 요즘 많이 힘들어하는 것 같다.
“그 분은 나의 스승이고, 멘토고, 아버지 같은 분이다. 자신감 잃은 나에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걸 보여주신 분이다. “나은아, 이거 해봐, 저거 해봐” 항상 북돋아주시고, 내 잠재력을 믿어주신 분이다. 약간 소년 같은 분이다. 꽃을 좋아하는 분이고, 소년 같은 분이다. 선거 기간 중 일화. 다들 바뻐 죽는 시절인데, 내가 벚꽃을 보고 싶다니 벚꽃을 보러 함께 가주셨다(물론 근처에 일정이 있긴 했다).”

- 그 일화는 언제적 이야기인가?
“교육감 캠프 때 일이다.”

- 곽교육감과의 인연은 언제부턴가?
“문국현 대선 캠프. 대변인실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에 곽노현 교수님은 대변인이셨다.”

- 당신이 생각하는 곽노현은 어떤 사람인가?
“낭만적이고, 따뜻한 사람. 정말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 이 사람은 정치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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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권해효와 함께 (2010년 5월의 어느 날인 듯)


- "곽노현은 정치인이 아니다," 라고 했는데 그건 어떤 의민가?
“정치인이라면 그렇게 캠프 운영을 할 수 없었을 것 같다. 정치인이었다면… 이 분은 뭘랄까, 꿈을 꾸는 분이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정말 보고 싶어하는 그런 분. 많이 힘들었다고 하시더라. 선생님들과 이야기하면서 선생님을 직업으로만 생각하는 분들도 계셔서. 교육감으로 재임하셔서도 표창장, 임명장도 획일적인 게 아니라 받는 사람들의 특징을 담아서 쓰고 싶었다고 했다. 유소년 축구대회 때 시축해야 할 때가 있었는데, 양복을 입고 그 시축을 위해서 따로 연습을 하셨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실망을 주고 싶지 않아서. 더불어 곽교육감은 눈에 약간 장애를 갖고 계신데, 그래서 더 연습을 하신 것 같다.”

- 곽노현의 장애는 곽노현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나.
“진심으로 곽노현의 장애는 약자의 고통에 공감하는 능력을 곽노현에게 키워준 것 같다. 정말 소외된 이들의 마음을 아시는 분이다. 법학자로서 아무도 안가는 교도소의 독방에 가서 재소자의 인권을 위해 싸우셨고, 장애 인권 운동도 그렇다. 이명박 정권 들어서 소위 ‘부자 감세’를 받았는데, 그 금액 전액을 ‘토지+자유’라는 이름없는 단체에 기부하셨다.”

- 이번 사건에서 곽교육감의 잘못이나 실수는 없다고 생각하나?
“너무 큰 선의를 베푼 것 같다. 정치적인 감각이 약간 부족했던 것 같다. 그 분이라서 할 수 있는 실수 같다. 다른 노련한 정치인들은 자기 돈을 쓰면서 그런 선의를 베풀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 당시 박명기는 유력 후보도 전혀 아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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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우는 모습을 몇 번 봤지만, 사진 속에선 처음이자 유일하게 울고 있는 모습인 듯...


- 아, 박명기는 유력 경쟁자가 아니었나?
“나는 곽교육감 캠프에 두 번째로 합류한 사람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다. 내가 판단하기엔 박명기 교수는 전혀 위협적인 경쟁 후보가 아니었다. 나라면 단일화도 별 신경 안썼을 것 같다. 그 만큼 그 사람을 회유하기 위해서 시도할 필요도 없는 경쟁자라고 판단했다.”

- 그렇다면 박명기 후보와의 단일화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하는 건가?
“기억하나? 최종 교육감 선거에서 박명기 후보가 투표용지에 있었다. 물론 실질적으로는 단일화되어 ‘투표 안내’에서 박명기 후보는 사퇴했고, 박명기에 투표하면 무효표라는 안내가 있었지만, 적어도 형식적으론 끝까지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렸다. 단일화 과정에서도 박명기 후보는 자신이 불리해서 빠지고, 빠지고를 반복했다고 기억한다. 결국 다시 강조하지만, 박명기는 전혀 위협적인 경쟁후보도 아니었을 뿐더러, 이번 사건을 통해 이슈화되지 않았다면 당신이 전혀 기억조차 못할 사람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직도 기억나는 건 “마음의 짐을 갖고 있다”는 곽교육감 말씀이다. 그 분(박명기)는 아주 오랫동안 교육감을 준비하신 분이라서 곽교육감께선 더 인간적인 연민을 갖게 된 것 같다. 내가 감히 당시 상황을 떠올려보자면. 물론 나는 수행비서와 온라인을 담당했기 때문에 단일화 협상의 구체적인 건 모르지만, 적어도 내가 직간접으로 체험한 바를 통해 추론하자면 그랬던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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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안하면 국물도 없어(오마이, 10.5.19, ⓒ진알시)

- 곽노현 사건이 어떻게 풀리길 기대하나?
“합리적으로. 상식적으로. 곽노현은 아닌 건 아니라고 하는 사람이다. 자기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일은 절대 하는 분이 아니다. 따라서 나는 단일화 대가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만에 하나 검찰이 원하는 결론으로 이 사건이 귀결더라도 나는 곽노현의 선의를 믿는다.”

-      곽노현의 선의를 믿지 못하는 분들에겐 어떻게 이야기하고 싶나?
“나는 종교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지만. 성경이라는 게 뭔가, 예수를 직접 만난 사람들, 예수의 제자들이 직접 그 이야기를 전하는 거 아닌가. 나에게 곽노현은 종교는 전혀 아니지만, 나는 내가 아는 그 사람을 증언할 뿐이다. 당신이 내 친한 친구라면, 나는 끝까지 당신을 위해서라도 내가 알고 있는 진실을 증언하고 싶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나의 심정은 우리 아빠가 고초를 겪고 있는 것 같다. 내 친구가 고초를 겪고 있는 느낌이다. 잘 헤쳐나갈 것으로 믿는다... 그리고 인터뷰는 내가 믿는 민노씨라서 하는거야. 특별히 해준거야, 알지?”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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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시사적인 느낌... 원순씨와의 다정한(?) 한 때.


* 더나은의 온라인 활동 근거지
F : http://www.facebook.com/thenaeun  (개인페이지)
   : http://www.facebook.com/thenaeunproject (더나은 프로젝트 페이지)
+ 목포 시장 닭집 : http://mokpodakzip.blog.me/ (Tel. 061-278-0776 )






오랜만에 다시 올리는 화요인터뷰. 앞으론 화요/목요 인터뷰로 일주일에 두번 올릴지도...;; (밀린게 많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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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공간은 커피숍 제퍼빈스 : 개인적으로 약간 좋아하는 곳.

인터뷰이 : '몽상연구소'의 (히치)하이커
일시 : 2011. 9. 3. 저녁 8:34 PM
장소 : 순천향병원 부근 커피샵, 제퍼빈스 (Zephyr Beans)


- 블로깅을 시작한지는 얼마나 되었나?
“2007년 하반기로 이글루스를 통해서 처음으로 블로깅을 시작한 걸로 기억한다.”

- 블로깅 툴은?
“티스토리”

- 블로깅 타이틀은?
“몽상연구소”

- ‘몽상연구소’?
“별 이유는 없고, 뭔가 있어 보이고 싶어서? (웃음) 환상, 상상, 이런 평범한 용어가 아니라 ‘딜루전 delusion’(망상)이라고 하면 나름 독특하니까. 뭔가 반골기질, 중2병이랄까 그런 허세가 가미된 것 같다. 그런데 아주 예전에 민노씨와 블로그 댓글대화에서 한글로 바꾸자는 이야기를 한 것 같고, 아거님께서 ‘몽상’이라고 하면 어떤가 그런 의견을 주셔서… 원래는 망상연구소인데, 현재의 ‘몽상연구소’가 되었다. 이렇게 타이틀을 정한 건 어떤 이야기도 내 마음 껏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헛소리를 해도 괜찮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ㅎㅎ 내가 블로그에 미친소리를 해도 ‘여기는 망상연구소’니까, 이렇게 넘어갈 것 같은 느낌… ”
 
- 온라인 정체성을 표현하는 명칭(필명, 아이디)으로 가장 익숙한 건 뭔가?
“온라인 활동은 처음엔 눈팅만 했다. 커뮤니티 활동은 거의 하지 않았다. 가입하지도 않는다. 지금도 그렇다. 종종 눈팅 하는 커뮤니티는 몇 개 있지만. 그러다가 제대하고 싸이월드를 했다. 지인들 연락 도구로 썼다. 예전에 만났던 친구들, 외국으로 나간 친구, 제대하고 나서 수능공부하며 알게 된 친구들… “언제 만나서 밥이나 먹자” “잘 지내냐?”이런 안부 메시지 전하기 용으로. 대학공부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쓰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좀더 이야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싸이월드는 안부용이지 콘텐츠 생산 관점에서는 쓸모없는 서비스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블로그라는 게 있다는 걸 알게되었고, 네이버는 원래 싫어서 가입하기 싫었고, 이글루스는 당시 평판도 분위기도 괜찮아 보이길래, 가령 음악밸리 같은 것도 있고, 여기서 음악이야기를 하면 좋겠구나, 그런 생각으로 이글루스에서 블로깅을 시작했다. 그동안 온라인 활동은 눈팅만 해서 아이디나 필명은 없었는데, 내가 좋아하는게 SF장르기도 하고, 마침 그 즈음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도 재밌게 읽었고, ‘히치하이커’라는 필명으로 이글루에서 쓰기 시작했다. 그때 만해도 아직 ‘히치하이커’라는 이글루스에서 쓸 수 있었는데, 나중에 다른 서비스들을 보니 ‘히치하이커’라는 필명은 많이 선점되어 있더라.”  


 
- 당신이 생각하는 블로그를 한 문장으로 정의하자면?
“나를 드러내는 도구”

- 그 도구는 효과적인가?
“효과적이었죠?”

- 과거형이네?
“요즘은 블로깅을 거의 안하니까.”

- 블로깅을 하고 싶은데 못하는 건가? 아니면 블로깅을 그저 덜 하게 된건가?
“되는 일이 없다보니, 돈을 벌어야 하니, 내 성격적 결함인데, 우왕좌왕하다보니…. 계속 그런 상황. 그런 상황이 길어지나다보니 뭔가 생각을 정리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다가 이것도 저것도 안되는 상황이랄까? 여유를 못찾고 있는 상황. 가령 음반을 듣고, 영화를 보면 거기서 그치는. 생각을 다듬고, 뭔가 쓰지 못하는.. 그렇다고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것 같지도 않고… 그런 상황의 반복이다.”

- 당신이 블로그에서 가장 다루고 싶은 테마는 영화와 음악인가?
“딱히 그것만은 아니다. 블로그를 어떤 전문화된 테마에 한정하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영화를 보는 것도 나고, 음악을 듣는 것도 나니까. 그저 나는 나를 표현하고 싶을 뿐이다. 이것도 나고, 저것도 나니까. 전문적인 뭔가를 지향하는 건 아니니까. 축구 이야기하고 싶으면 축구 이야기를 하는거고, 정치 이야기를 할 수도 있고, 여자친구 이야기를 할 수도 있고. 그렇다고 그렇게 표현되는 '나'에 대한 편집과 가공이 없지는 않지만, 내가 하는 모든 걸 쓰는게 블로그라고 생각한다.

- 눈팅을 많이 했다고 했는데, 블로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는 다른 블로그를 많이 읽었나?
“그렇다. 블로깅을 시작하면서 블로그를 알게 되면서부터 다른 블로거들 글을 읽기 시작했다.”

- 어떤 블로그를 읽었나?
“초기에는 이글루스 음악밸리, 영화밸리를 통해서 글을 읽었고, 그러면서 메타블로그를 알게 되었고, 올블을 알게됐다. '내 글을 보낼 수도 있구나'... 민노씨도 알게 되고…. 그때 만해도 꽤 메타가 북적거렸으니까(2007년 쯤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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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로깅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을 때는?
“두 가지 기억. 하나는 민노씨를 알게 되서 인터넷 주인찾기(인주찾기) 동인이 된 것. 나머지 하나는 오프라인에서 굉장히 만나기 힘든 음악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 교류했다는 것. 그러니까 결국 ‘사람’을 만난 게 가장 큰 보람이다. 사람 만나는 걸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그걸 위해서 블로깅을 한 것도 아니지만, 결국은 가장 인상적인 사건은 사람을 만난 거다. 내가 좋아하는 걸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난 것.”

- 인주찾기 얘기를 잠깐 해보자. 인주찾기의 의미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잘 하면 선구자로 남을 수 있을 것 같다.”

- 그건 의미가 아니잖나? “의미!”
“나에겐 내가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다는 증거랄까? 가령 ‘잉여의 재발견’이랄까. 나도 뭔가 할 수 있구나, 하는 거. 뭘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 인주찾기의 역할은 뭘까?
“인주찾기 발제를 할 때도, 쌔깽님 같은 경우에는 뭔가 대안을 항상 고민하는데, 대안이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대안이 없더라도 비판 그 자체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슬램덩크>에서 안선생이 강백호에게 이야기한다. ‘풋내기가 자신의 부족함을 아는 거 그게 출발점’ 이라는 취지로 말한다. 인주찾기가  우리 자신의 부족함을 꾸준히 비판하는 것 자체도 큰 의미라고 생각한다. 블로거로서, 유저로서, 사용자로서 지속적인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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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인주찾기 안에서 당신이 하고 싶은 역할은?
“잘 모르겠다. 아까 말했던 그 우왕좌왕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고, 다른 동인들에 비해서 역량도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그렇다고 민노씨처럼 인맥이 풍부한 것도 아니고… 어정쩡하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다고 보니까, 그래서 발을 담그고 있다.”

- 너무 가식적으로 겸손한 거 같은데..? (웃음)
“(꼴똘하게 생각하더니) 겸손하지 않은 면도 있다. 인풋에 비해서 아웃풋이 좋은 편이긴 하다. 남들은 밤새고 공부하는데, 나는 탱자탱자 놀아도 장학금을 받는다던가… 그런 자신감은 있다. 하지만 이런 자신감이 굉장히 쓸모 없는 거라는 것도 알고. 살면서 가장 큰 재능은 성실함이랄까, 뭔가 하고 싶은 열정이 있다는 거, 그게 정말 재능이라는 생각을 한다. 잠재력이 있다는 생각은 항상 있지만, 뭔가 하고 싶었던 게 있던 적도 없고, 상황이 허락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고… ”

- 좀 다른 이야긴데, 이승환에게 라이벌 의식을 느끼는 것 같다.
“라이벌 의식을 느끼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부럽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있다. 맨 처음엔 웃기는 사람, 재밌는 사람, 기발한 사람… 이렇게 생각했는데, 그런데 졸업에 관한 포스트를 읽고 난 뒤에(학사 학위 따려고 논문 쓰느니 그냥 수료하기로 했다는 이수령의 포스트) 곤조도 있고, 강단도 있고, 깊이도 있는 사람이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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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커가 읽고 이승환을 다시 보게 된 계기가 되었다는 '졸업단상' 

- 3회 컨퍼런스 직후 포스트에 이고잉을 ‘시대의 롤모델’이라고 표현했는데…
“정말 멋있다. 처음 블로그를 접할 때도 정말 심플한 모습의 테마가 너무 좋았다. 글도 너무 잘 쓰고. 분명히 기술자, 개발자인데, 그런 사람들이 쓰는 그런 글이 아니더라. 개발자들이 쓰지 못하는 그런 글을 쓰더라. 그러면서도 속으로 긱스런, 너드한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2회 컨퍼런스를 끝나고 뒷풀이에서 봤는데, 생긴것도 너무 훈남이야! 그때 이야기를 좀 나누었는데, 인문학적인 지식을 갖춘 기술자랄까, 요즘 사람들이 이야기는 많이 하지만 정말 보기 드문, 그런 분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속물적으로 ‘시대의 롤모델’이라고 표현한 거다. 게다가 긱스럽지도 않고, 너드 같지도 않고, 잘 생겼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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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커가 '우리 시대의 롤모델'로 뽑은 이고잉의 야심찬 프로젝트 "생활코딩"


- 세상 가장 아름다운 것은 뭘까?
“음반. 왜냐하면 그냥 좋다. 그냥 보기만 해도 뿌듯하다. 가장 큰 소유욕을 느끼는 물건이다. 그래서 책은 빌려줘도 음반은 빌려주지 않는다.”  

- 여자친구는 당신에게 어떤 의민가? 여자친구 없는 삶을 생각할 수 있나?
“살기야 살겠지만, 속칭 연애고수가 이런 얘기를 하잖아, ‘올인하지마’, 하지만 나는 올인하는 스타일이라서, 이 연애가 끝난다면 엄청난 후유증이 있을 것 같다. 삶의 휴식이고, 즐거움, 흥분이니까. 오랫동안 장거리 커플이지만 아직도 나를 흥분시키는 가장 소중한 존재다.”

- 블로그와 SNS는 어떻게 다른가?
“SNS는 블로그에 비해서 좀 덜 엄격해진달까? 지금 쓰고 있는 건 주로 트위터(혹은 텀블러)인데, 그냥 잡담, 순간 스쳐지나가는 단상들을 쓴다. 좋게 이야기하면 브레인스토밍을 적어놓는 것, 공유하는 메모장 같은 느낌. 그렇게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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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참 좋다, 요즘...

- 페북을 싫어한다던데?
“처음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인주찾기 동인 활동을 하면서 들은 이야기들을 종합해보니 ‘이 놈들은 네이버보다 더 한 놈들이네’하는 생각이 들었다. 폐쇄적인 시스템. 가령 탈퇴 한번 하기에도 그걸 숨겨놓는다거나. 일상적으로 짜증나는 건 좋아하는 밴드가 트위터에서 페북으로 온라인 PR공간을 옮기면, 트위터로 소식들을 싱크하는데, 그걸 보려고 링크를 누르면 로그인을 해야 하는 경우....그럴 때 정말 짜증난다. 사람들은 그 소식을 들으려고 페북을 가입하는 경우도 있지만, 나는 짜증나서 그냥 그 밴드를 욕하고 말아버린다. 페북 시스템을 잘 몰라 그 밴드가 설정을 잘못한 것일수도 있지만 공식 홍보창고를 위해서 가입을 해야한다는게 짜증난다. 그리고 평균인을 만든다는 거, 오프라인에서의 권력 권위가 그대로 이식되는 거, 오프라인의 관계를 의식해야한다는 거… 그런 걸 고려하면 어정쩡해질 것 같다. (3회 컨퍼런스에서 의 발제, '페이스북 평균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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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인터넷 주인찾기 컨퍼런스, 최고의 발제 중 하나인 '페이스북 평균인' 


- SNS로 세상이 바뀔까?
“자잘한 것들이야 바뀌겠지. 하지만 다른 건 딱히… 이야기할 수 있는 창구가 하나 더 생긴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 그것도 큰 의미긴 하지만, 경천동지할만한 변화가 SNS로 생길 것 같지는 않다. 이것도 어차피 자본주의의 도구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편. 가령 페북은 오프라인의 권위를 온라인으로 이식해서 온라인만의 가능성을 희석시키는 면도 많은 것 같고. 지금은 온라인을 통해서만 생길 수 있는 가능성을 축소시키는 부작용도 있는 것 같다.”

- 세칭 '트위터 여론', 특히 기성 권위에 저항하는 목소리, 가령 최근 곽노현 사건에서 곽교육감을 옹호하고, 검찰을 비판하는 목소리들 따위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거대한 자위(마스터페이션)랄까. RT 한번 하고, 트윗 한줄 쓰면서 자위하는 것 같다. 트위터는 결국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거니까. 트위터 농담 중에 ‘사회당이 트위터 제1정당이다’ 이런 거… 그러니까 자기가 듣고 싶은 자기 주변 목소리를 듣기 때문에 객관적인 사태를 착각할 수 있는 미디어인 것 같다.”

- 그럼에도 기성 프레임을 깨뜨리는 하나의 해방구로서의 가능성도 있을 수 있지 않을까?
“비관적으로 보는 편이다. 하지만 조금씩 외연이 넓어지면 가능성이 없지는 않겠지.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가능성이 아주 없지는 않을 것 같다. 거대 미디어가 보여주지 않는 현장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도 있고,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접할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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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도 블로그는 계속 방치(?)할 생각인가?
“장기적으로 보면 아니다. 정말 성실하게 쓰고 싶다. 내 이야기를 하고 싶고, 정말 글을 잘 쓰고 싶다. 그런 면에서 블로그만한 툴은 없다고 본다. 평가도 받을 수 있고... 열심히 쓰고 싶다.”

- 닮고 싶은 블로그는 없나?
“없다. 글을 잘 쓰는 블로거들은 있지만, 가령 이고잉이나 민노씨 등등.. 대단하고 멋지다고 생각하는 블로거는 많지만, 닮고 싶은 블로그는 없다. 나는 내 이야기를 하고 싶으니까.”

- 블로그 운영에 있어서 가장 모범적이라고 생각하는 블로거는?
캡콜드님? 가장 체계적으로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 같다. 들풀님은 익명성을 유지하면서도 자신의 전문성을 유감없이 드러내는 그런 모습이 참 좋아 보인다. 그런 면에서 운영을 잘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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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커가 가장 모범적인 블로그 운영을 하는 블로거로 뽑은 캡콜드와 들풀  


- 그럼 SNS와 대비해서 블로그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마찬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는 수단이 하나 더 생긴 것 같다. 일상의 소소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권력을 바꾼다, 선거의 판도를 바꾼다, 이런 차원의 변화 동력을 블로그가 이끌어내기엔 역부족인 것 같다.”

- 왜 그렇게 판단하나?
“아직까지 전반적인 수준이 대단히 낮다고 보니까. 온라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으로 정치와 사회를 바라보는 안목이 매우 낮은 것 같다. 내가 대단하다는 건 아니지만, 대단하지 않은 내가 보기에도, 너무 낮다. 정치를 비정치화시키는 것 같다. 가령 안철수 서울시장 출마 이슈만 해도 어떤 판단준거를 갖고 이렇게 옹호하는지 잘 모르겠다. ‘한나라당이 구려, 민주당도 무능력해 보여.’라고 누군가 얘기하면, 나는 ‘그럼 진보신당도 있고, 민노당도 있잖아?’라고 답한다. 그럼 대부분은 ‘걔들은 세력도 없고, 경험도 없잖아.’라고 답한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정치와 행정과 무관한 안철수니 문국현이 나오면 환호한다.  

 
추.
하이커 인터뷰는 다음에 계속....될지도 모름.


2. 하이커, "멋진 블로거는 많지만, 닮고 싶은 블로거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