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기억은 정말 불완전하고 깨지기 쉽다.
그런데 그 불완전하고 파편화되기 쉬운 기억 가운데 비교적 오래 살아 남는 기억이
있다.
만약에 만약에 여러분이 아끼는 그 누군가가 불의의 큰 일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는다고 생각해 보자. 만약에 어느 날 신촌
사거리를 가는데, 휴대폰을 타고 여러분이 아끼는 사람이 큰 일을 당해 유명을 달리했다는 말을 전해 듣는다고 해 보자. 피가 멎는
듯한 충격, 그리고 복받치는 설움 속에서, 아무 것도 기억할 수 없어야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몇 년이 지나도 당신은 아마 그
말을 전해 들었던 바로 그 순간 신촌 사거리 무슨 상점인가에서는 크리스마스 캐럴 silver bells가 울리고, 건너편 그랜드
백화점 앞 횡단보도에는 구세군이 서 있었고, 하늘에는 송이눈이 내리고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음을 발견할 것이다.
다른 때
같으면 쉽게 지워졌을 이 주변 정황들은 당신이 그 충격적인 말을 듣는 순간, 당신의 뇌리 속에 그 충격적 비보와 함께 지울 수
없는 기억으로 남게 된다. 바로 심리학계에 인지적 패러다임의 물결을 열어 주었던 저명한 인지심리학자
Ulric Neisser교수의 섬광 기억(flashbulb memory)에 대한 설명이다.
- 아거,
섬광기억 (Flashbulb memory) [연재 1] (December 18, 2003) 중에서
0. 왜 갑자기 남대문이라고 불렀던, 남대문으로 불렸던 그 어떤 조형물을 갑자기들 '숭례문'으로 부르는걸까, 라고 나는 생각해본다. 아마 그게 좀더 폼나서인가. 남대문으로 불렸던, 이제는 영영 사라진 어떤 상징에 대한, 어떤 정신에 대한 '예의'인건가. 그렇게라도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감정을 전하고 싶은건가.
그리고..
문득...
지랄하고 있다. 라고 혼자 나는 읊조리는거다. 그렇게 읊조리는 나도 참 지랄하고 있긴 하다. 때로 내 마음은, 그 마음을 둘러싼 풍경들이 사납고, 폭력적이라서, 그 풍경이 야만으로 회오리치기 때문에 방어적으로 병적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바람이 너무 심해, 집이 부서지고 있잖아...
야, 이 개새끼야.
무너지고 있다니까...
헛소리는 이쯤하고.
그냥 남대문으로 불렸던 숭례문이 붕괴되었던 2008년 설 직후의 기억들, 이에 대한 (주로) 블로거들의 논평들을 모아본다. 언론은 여전히 심심하게 역사 타령하고 있거나, '인재' 타령하고 있거나, 그래도 간혹 '이것도 노무현 탓'(안상수 등의 발언을 전한 경향)이라고 바람잡거나... 그렇다. 경향(신문)에 대해선(이런 류의 기사가 경향 하나 뿐인지는 모르겠으나...) 물론 그 발언 자체를 전하는 게 저널리즘의 사명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뭐랄까 바람잡이 냄새가 난다(제목에서 노골적으로 그렇다). 물론 안상수 따위로 뻐꾸기 날리면 참 재수없긴 하다.
가장 깊게 울린 말이다.
꿈이 아니었구나...
2. 이게 다 노무현 탓... 혹은 이게 다 이명박 탓... 여기에 더해서, 누구 탓도 아니고 공범이잖아... 라는 등등의 발언들.
정치. 그 막연한, 하지만 어떤 것보다 구체성을 갖는 그 권력, 혹은 권력 비슷한 어떤 것(에 대한 상상력)은 남대문에 대한 인상에까지 적극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나는 이것이 정치적인 상상력의 영역, 그러니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이다, 라는 명제를 적극적으로 긍정할 때 생겨나는 그런 풍경들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건 일종의 부정적 관성 혹은 (정당하거나 정당하지 않은) 선입견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니까 나는 이런 입장에 대해 유보적이다.
상징은 힘이 세다.
상징은 권력이고, 그 상징은 끊임없이 작동한다.
현대 자본주의, 그 세련된 야만이 작동하는 방식은 상징(권력)을 통해서다.
부르디외가 말한 상징권력으로서의 '제도'와 '문화', 그리고 그것에 살과 피를 주는 언술들과 이미지들. 그것은 숨겨진 형태로 작동하는 권력임에 반해서, 국보1호 남대문 혹은 숭례문은 노골적으로 스스로가 '상징'임을 드러내는 상징이다. 이 상징 그 자체인 상징은 당연히 가장 광범위한 자장권을 갖는다.
엄마 잃은 아이처럼 그렇게 슬픈건가...
그런거였어?
... 잘 모르겠다.
그런데 문득.
우리 이제 앞으론, 영어로, 좀 폼나게, 슬퍼해야 하는 건 아닐까...
이건 '이게 모두 이명박 때문'과는 구별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정말 두려운거다.
정말... 이러다가 좟되는거 아닌가.. 싶은거다.
나도 정말 이 놈의 대한민국이 두렵다.
이 와중에도
조선일보 김대중이란 양반은 신해철 보다 영어 잘하는 박진영이 잘 나가고 있잖아, 누굴 선택할테냐, 라고 논리로는 도저히 접근하기 어려운 안드로메다급 선동질 날리고 있고,
한국경제에선 이명박 눈도장 받으려 눈물겹다. "유럽선 운하가 친환경 물류수단"이라고 무려 [특별기획]으로 대운하 리포트, 일면에서 대대적으로 때린다(남대문이 붕괴된 그 날, 2008년 2월 11일자).
조선닷컴 최세나 기자는
"진짜 처녀일 것 같은 스타" 가 누군지 아냐며 막장 케이블 독후감 쓰고 있고, 여전히, 아직도, 내 블로그의 가장 많은 유입 검색어는
'장백지' '장백지 누드'인 거디다. 이게 나쁘다, 싫다, 좟같다, 후졌다...를 떠나서 무섭다.
6. [이상한 언론] 숭례문이 탔는데, 왜 국민들의 노력이 필요한거지? 무슨 노력? 성금? (
isanghee)
"국민성금으로 숭례문 복원하자" (2MB) - 관련기사 '프레시안'
늘 있어왔고, 하지만 눈에 보이지는 않았던 그 '
재앙시스템'은 온국민을 상대로 무자비한 테러를 가했다.
그 '조직적' 테러는 성공했고, "이상한 언론"에서는 "국민들의 노력"을 당부하고 있다.
그리고 늘 그랬듯, 앞으로도 그럴테지만, 타워펠리스는 만수무강하시다.
이명박 특검도, 삼성 특검도...이미 기억에 없다.
... 그게 뭐예요?
그리고 우리들 대부분은, 나도, 당신도, 우리가 잠시 '숭례문'으로 불렀던 남대문을 지우고, 타워펠리스를 욕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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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낮은표현 in Tistory
2008/02/12 11:08
del.
숭례문 현판은 떨어져 나갔어도 숭례문 광장의 현판은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나무로 제작되어 물에 약하고, 떨어지면 깨지는 숭례문 현판과 달리, 얼마나 오래 보존하며, 자기 치적을 후세에 알리려는지 쇠로 제작되어 있는 숭례문 광장의 현판은 비와 불쯤은 가뿐이 견디기 때문입니다. 양녕대군이 쓴 숭례문 현판은 밤이 되면 지켜주는이 하나 없어서, 신나 한통, 라이터 하나에 타버릴 뻔 했습니다. 건설 전문가라면 현판도 당연히 화재에 대비해서 만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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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12 16:03
del.
이 당선인은 12일 국민모금을 통한 복원방안을 제시했다. 정부조직개편안 협상 결렬을 논의하기 위한 관계자 회의에서 였다. 인수위원회와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한승수 국무총리 지명자와 청와대 수석 내정자 등 새 정부 핵심인사들이 모두 참석한 자리였다. 이 당선인은 회의 서두에 정부조직개편안 처리에 전력을 기울이자고 말한뒤 바로 숭례문 복원 문제를 꺼냈다. 이 당선인이 이 사안에 얼마나 고심하고 있는지가 엿보였다. 그는 "우리 국민 모두에게 아주 상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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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JANUARY Face weblog
2008/02/12 16:04
del.
2월10일 오후 8시 30분경 숭례문에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네이버에서 이 뉴스를 접하였는데물론 네이버에 상식밖에 악플이 많이 달리는 것은인터넷을 하는 사람이라면 다 알만한 사실이다기사원문그런데 정말 방학이라 그런지개념없는 그들이 그 정도를 넘어서고 있었다오늘 작품하나 건진다는 놈이 있질않나DSLR을 갖고간다는 놈도있었다할말이 없다넌 니네집에 불나도 호들갑 말아라그래, 작품하나 건져봐라그러던중 유난히 까이던 인간이 있었는데이 인간은 불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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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TransAussie
2008/02/12 17:28
del.
몸은 비록 적도를 넘어 남반구에 살고 있지만 당당한 대한국민으로써 이명박 대통령당선자와 이경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님께서 주창하는 '영어를 통한 세계화'에 멀리서나마 동참하는 것이 국민된 도리라 생각하고 ^ ^ 저도 여기서 이제서야 '영어 몰입'에 뛰어들었습니다. 이제 이곳의 TAFE라는 곳에서 영어과정을 시작한지 이틀째라 '영어의 소음'에 묻혀 보내면 머리도 띵하지만 그래도 틈틈히 '어린쥐'도 먹어가면서 '두잉 베스트'하여 조국에서 '베리 웰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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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Yagoora
2008/02/12 21:25
del.
영국의 국회 의사당인 '웨스트민스터 신궁전'은 의원 숫자보다 좌석의 숫자가 적은 것으로 유명하다. 늦게 도착한 의원은 서있을 수밖에 없다. 한 나라의, 게다가 의회 정치의 발상지라고 자부하는 영국의 국회의사당이 왜 이토록 불편한 것일까? 잘 알려진 이야기이지만, 16세기 이후로 국회의사당으로 사용된 웨스트민스터 궁전은 1834년에 소실된 것을 1940년부터 20여년의 공사 끝에 재건하였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독일의 무차별 미사일 공격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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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Real Factory
2008/02/13 10:58
del.
숭례문이 불탔다고 분노하는 민족정신에 불타고 정의감 넘치는 한국인들. 미군 땜시 강제철거당하는 사람들에게 '집단이기주의'라 말하는 이유는? 한국 영화는 다들 똑같다며 무시하는 소위 영화 좀 안다는 양반들. 사실 헐리우드 영화보다 똑같은 서사적 구조를 지닌 영화가 있나여? 한국 영화는 나올 때마다 구도가 조금 비슷하면 표절이라는 딱지가 붙음. 미국 영화가 한국 영화랑 비슷하면 그게 뭐가 표절이라굽쇼? 여부야 나도 모르지만. 서양 학자들에 열광하며 빠순..
해바라기(우리영화)는 개념없는 조연(허이재)이 어떻게 영화를 말아 먹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두고 두고 반성적으로 회고되어야 마땅하다. 학예회를 해도 이것보단 낫겠다. 김래원 연기는 꽤 훌륭하다. 내일, 아니 오늘(2.13) 무비토크는 '배우가 망친 영화들'에 대해 이야기할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