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강유원에 대한 글을 썼습니다. 좀더 정확히는 강유원을 비롯한 대중적인 지식인에 대한
소주 만담의 기억을 회상투로 남겼는데요. 한편으론 부끄럽고, 한편으론 그려려니하는 심정이 생겨나는 글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히 써머즈님을 끌어들였다는 생각은 듭니다. 나만 쪽팔리면 되는 건데 싶은 그런 심정이랄까요. 써머즈님의 넉넉한 이해를 구합니다.
역시나 가장 반가운 건
여형사님께서 써주신 글이네요. 제가 쓴 서툰 글이 애정이 담긴 제대로 된 글을 만들어내는 작은 자극으로나마 역할한다면 참 고마운 일이죠. 그게 블로그계에서 서툰 글이 갖는 효용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 ^ 그래서 이 글 제목도 그렇게 지었고요. 그 밖에도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다양한 반응들이 있었는데, 특히 열띤 대화를 나눠주신 운이엄마와 썰렁한당근님의 말씀 잘 들었습니다.
* '한량'이라는 표현에 대해 아주 가끔씩 댓글 남기시곤 하는 골룸님에 대해선 막연하게나마 호의를 갖고 있었는데요. 특히
이 글에 대한 댓글 이후로는 늘 인상깊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솔직정색한 반응은 좀 놀랍네요. : ) 제가 부족함이 많은 사람입니다. 그 부족함에 대해선 너무 화만 내지 마시고, 골룸님께서 조언주실 것이 있다면 주시고, 그 부족함을 채워주시길 염치 불구하고 바라봅니다.
굳이 항변하자면, '한량'이라는 표현은 써머즈님과 저와의 대화, 그 문맥 속에서 우리 바깥에 있는 대상을 모욕하기 위한 표현으로 사용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합니다. 그것은 누군가를 비판하기 위해, 혹은 조롱하기 위해 사용한 표현이 아닙니다. 냉소적이고, 체념적인 표현에 가깝죠. 좀더 의미를 부여하면 스스로에 대한 반성적 표현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적어도 저는 한량을 꿈꾸니까요. 제가 원래 그런 놈입니다.
글에 "거친 단상, 인상비평"이라고 썼는데, 그건 면피용이 아니라, 정말 거친 단상이고, 인상비평이라고 생각해서입니다. 저는 강유원에 대해 잘 알지 못해요. 진중권이나 신해철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잘 아는 사람'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들이 어느 정도는 '공인'이라면, 소주 한잔 하면서 충분히 언급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걸 블로그에 쓸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녀시대' 이야기만 하는 것도 지겹잖아요. 모두다 잘난 글, 멋진 글, 엄격한 글만 쓸 수는 없는거잖아요. 그렇다고 그 글
(= 제처럼 서툰 글.추가)에 대한 공적인 비판까지 부당하다고 말하려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 실천에 대해 가장 마음에 걸린 건
호찬님의 댓글이었는데요.
종종 사용하는 비유인데, 여성영화제에 가는 사람은 실은 여성영화제가 필요없는 사람들이죠. 여성영화제까지 '찾아서 갈 사람'이라면 문제의식이 남아도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강유원과 친한 사람들은 강유원이 필요없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강유원이 의미가 없다거나, 제가 강유원에 대해 잘 알고 있다거나,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우리나라 지식인 시장 일반의 경향이랄까, 그런 관찰치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비난이나 비판의 취지가 아니라, 오히려 아쉬움이나 안타까움의 취지에 가까운 것입니다.
저는
강유원이라는 대중적인 지식인에게 꽤 큰 호감을 갖고 있습니다. 강유원에게 불만이 있어서 '한량'이라거나, 혹은 실천적이지 못하다는 식으로 쓰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죠. 실은 체험치가 너무 부족해서 제가 '함부로' 이야기했다는 생각은 듭니다. 그렇다면 호찬님 같은 분께서 강유원의 가치를, 강유원의 실천을 저 같이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알려주시는 것도 그 '실천'의 가치를 좀더 현실 속에서 살려내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두 분이 함께 스터디를 하면서 생겨난 이런 저런 체험들 속에서 아무래도 저와 같은 '구경꾼'보다는 강유원씨의 실천에 대한 고민에 대해 훨씬 더 많이 이해하고 계실테니 말이죠.
직접적으로 질문해주신 '제가 생각하는 실천'에 대해선, 너무 큰 질문이고, 열려 있는 질문이라서 정확히 대답드리기가 매우 어렵네요. 실천은 실천이죠. 하거나 하지 않거나 둘 중 하나구요. 자신의 이상과 취지를 실현할 수 있는 현실적인 가능성들을 고민하고, 그 가능성에 도전하는거, 그게 실천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슨 대단한 것이 아니라, 그저 할 수 있는 자가 행하는 것. 조금 귀찮더라도 조금 짜증스럽더라도 해야 하는 걸 하는 거, 그게 실천이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강유원씨에 대한 소주 만담 회고글에서 '실천'은 물론 이중적으로 쓰이고 있는데, 일반적인 용법상 실천은 관념적인 고민, 일테면 우리나라식 선비형 전통, 가령 독서나 고민, 사색, 글로 된 텍스트에 대한 토론, 강의, 강연 등의 반대말처럼 쓰인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것도 물론 실천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주 의미있는 실천이죠. 공부와 학습과 교육은 대단히 의미있는 실천입니다. 하지만 그런 선비적인 실천의 풍경들이 고정적인 의미유통 시장의 한 영역으로 고착되고, 정체되는 순간, 그러니 그 공부와 학습, 그 고민들에 담겨진 혁명적인 잠재력이 영원한 잠재력으로 화석화되는 것, 혹은 그렇게 화석화되는 메카니즘을 그저 바라보는 것, 그것은 실천이 아니라고도 생각합니다. 말이 좀 꼬이는데,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는 충분히 이해해주시리라 기대합니다.
* 지식인의 계급성에 대해 언젠가 여형사님께서 써주신 글에 대해선 따로 글을 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여형사님 글에 대해 글을 따로 쓰기엔 제가 강유원씨를 비롯한 여타의 사정에 대한 체험이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특히 지식인의 계급성에 대해선 좀더 고민해보고, 여형사님의 글에 답하고 싶습니다. 여형사님께 다시금 고마움을 전합니다.
* 관련글
한량 지식인 강유원의 '인문학을 만나다'를 듣고* 관련 추천글
지식인의 사회 참여에 대한 공정한 평가_민노씨의 강유원 관련 포스트에 붙여 (여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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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창으로 순간 이동!아직도 그 분이 없다는게 잘 받아들여지지 않네요...
쓸쓸한 글에 댓글 주시니 참 고맙습니다...
그래요...당신이 서민대통령 이엿음을 인정 합니다......언젠가 어르신 울집에도 오삼 막걸리 한잔 드릴게여 부디 편한길 보내삼.....저는 서민 입니다....^^
부디 즐거운 나날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저세게는 그런한 공간도 잇으리라 생각 하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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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