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인터뷰.
2010-09-20 오후 5시 ~ 7시.

저는 인터뷰어로서 전화 내용을 정리한 것 뿐이니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이 인터뷰의 인터뷰이는 더나은씨 (@naeun0318)입니다. 마음을 정리하고 싶다고 해서요... 심심한 김에 내용도 메모장에서 정리해서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왜?" 라고 묻는다면, 글쎄, 재미로? ㅡ.ㅡ; 트위터 메모는 '여기에서  ~ 요기까지'

누군가에게 이 소박한 대화와 고백의 기록이 도움이 되길 바라며...
모두들 추석 잘 보내십시오~!


0.계기
요즘 너무 힘들었다. 내 마음과 과거에 저지른 잘못을 치유하기 위해 용서를 구하고, 나에게 상처준 사람들도 용서하기로 했다.

1.이기심
용서 구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내가 착한 아이라서 그런게 아니다. 내가 미워하고, 나를 미워하는 하는 그 마음이 나에게 어떻게든 돌아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2. 하늘에게
집으로 돌아오는 밤길에 하늘을 보며 '나에게 왜 이런 시련을 주는거야!!' 울기고 하고, 욕도 했다.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까지 내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아서 야속했다. 내가 세상을, 사람들을 미워하는 마음을 누군가는 듣고 있는 것 같았다.  세상 모두가 밉고, 정말 힘들었지만 나만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하늘이 나에게 시련을 주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렇다면, 하늘을 감동시키는 일을 해보자고 결심했다.

3. 용서 구하기
1) 구애자들
먼저 내가 마음을 받아주지 못한 사람들에게 용서를 구했다(전화와 문자). 착하고 좋은 사람들이었지만, 내 마음은 '한 사람'을 향해 있었다. 그래서 결국 구애자들 마음을 너무 냉정하게 거절했다. 자존심 상했단 사람도 있다. 나에겐 그런 경험이 없었는데, 지금은 마음이 참 아프다는 걸 안다.  어떻게 하는 게 좋았을까? 지금도 고민이 되지만, 되돌려 보면 너무 내 마음만 생각한 것 같다. 아직 풀리지 않는 어려운 숙제다.

2) 친구들
질투심을 느꼈던 친구에게도 그 질투심 때문에 너에게 넓은 마음으로 대하지 못했다고 미안했다고 용서를 구했다.

3)후배들

고등학교 시절 후배. 더 잘 해줬어야 했는데... 그 아이는 이미 잊고 있다고, 잘 해준 것만 기억난다고 고맙다고 했다.

4) 에필로그
사람들이 "나은이는 자기 잘못을 인정할 수 있는 아이" 이렇게 기억해주면 좋겠다. 자기 잘못을 먼저 이야기하는 게 쉬운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처음이 어렵지, 용서를 구하고, 관계했던 소중한 사람들 행복을 빌어주면서, 지금 내 슬픔과 고통이 한결 가벼워지는 걸 느꼈다.

4. 용서 하기
살면서 나에게 잘못한 사람들도 많다. 치열한 삶의 과정에서 그런 행동이 나왔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닌 사람도 있겠지만. 앞으론 그런 실수 하지 않길 바라며, 행복을 빈다. 정말 용서하기 싫은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깊이 생각하니 연민을 느끼게 됐다. 결국 내 마음의 응어리도 풀어지는 걸 느꼈다.

5.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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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내 말 한마디로 누군가는 크게 상처받았을 수 있으니까. 그들에게도 진심으로 내 마음을 전하고 싶다. 연락이 닿으면 그 모든 사람들에게도 용서를 구하고, 또 용서 해주고 싶다. 이런 시간들을 통과하면서 조금은 더 성숙해진 것 같아서 스스로 대견하고, 뿌듯하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나처럼 용서 구하고, 용서 해줄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정말 용서할 수 없는 행동도 있을테니까. 하지만 그런 환경을 만든 우리들에게도 잘못은 있다. 무조건 용서하자는 게 아니다. 나를 위해, 사회를 위해 용서는 필요하다. 마음을 독을 풀어내야 한다. 우리사회에서 가장 먼저 용서를 구해야 하는 사람들은 기득권들이다. 끝으로, 억울한 수감생활 동안 세상을 원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을 껴안고 자기를 수련했던 넬슨 만넬라나 신영복 같은 분들을 우리는 진심으로 존경한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계신가요? 그 사람을 깊이 생각하고, 용서하려는 마음을 갖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이 위로가 되고 편안해지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사랑합니다, 여러분! 민노씨는 이 말이 싫다고 하는데요. 저는 사랑 없이는 한 순간도 살 수 없는 김나은입니다. 우리 용서하고, 사랑해요! ㅋㅋ"

* 사진은 '더나은씨의 쿠'에 수록된 문패 사진입니다. 사실 이 인터뷰(?)는 나중에 정리하려고 했는데요. 뭐, 그러다가 블로그에 올리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긴 하지만... 나은씨가 편집하지 않고 '쿠~'에 그대로 올리는 바람에 여기에도 정리해서 부랴부랴 올립니다. ㅡ.ㅡ; 제가 정리되지 않은 글에 대한 강박 비슷한게 있어서리...

그런데 다른 밀린 글들이 너무 많군요! 인터넷 주인찾기 시즌2. '해적이 온다'의 준비모임 회의내용도 어서 올리겠습니다. 지난 주 목요일은 물론이고, 지지난 주 목요일 것도 아직 다 정리하지 못했네요. 지송. ㅡ..ㅡ;; 다시한번 추석 잘 보내시구요... : )




남희섭. 한국에서 해적당을 꿈꾸는 사내. 흥미롭게도 그의 직업은 변리사다.해적당의 3대 강령 중에는 '자유지식 : 특허제도 폐지'가 포함된다. 특허제도가 폐지되면 변리사 일은 어떻게 되는거지? :) 해적당의 나머지 두 가지 강령은 '자유문화 : 저작권제도 개혁'와 '개인의 존엄과 프라이버시 보호'다. 그런 그가 스웨덴의 젊은 해적, 아멜리아 EU의원을 한국에 초대했다. 아멜리아는 오는 10월 17일 서강대에서 열리는 [인터넷 주인찾기 시즌2. '해적이 온다']에서도 발제할 예정이다. 아멜리아 방한과 관련한 해적당 이모저모에 대해 더나은 리포터가 인터뷰했다.

 


더나은 : 한국에 해적당이 오는거 맞죠?
남희섭 : 네, 10월달에 옵니다.(정확히 10월 17일)

더나은 :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남희섭 : 이름은 남희섭이라고 하고요. 최근 유럽에 있을 때 해적당 이야기를 듣고, 온몸에 엔돌핀이 나오는 걸 느꼈던 사람입니다(웃음).

더나은 : 해적당이 어떤 당이죠? 잘 모르시는 분은 '해적'하면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릴 수도 있을텐데요.
남희섭 :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저작권법은 완전히 망가졌다. 오히려 이용자의 권리를 제약하고, 예술가나 창작자가 제대로 된 창작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게 아니고, 저작권을 통해서 이윤을 획득하려는 기업들을 위한 법이다. 그래서 이런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라는 걸 강령으로 내세우고 있는 '정당'입니다.

더나은 : 우리나라에선 최근 굿 다운로드 운동도 하구요. 블로그에 음악 하나만 잘못 올려도 50만원 100만원 씩 벌금을 무는 사례들이 있는데요. (이런 현실의 문제와) 일맥상통하는 건가요?
남희섭 : 그렇죠. 그런 사람들(이용자, 다운로더)이 해적질을 한다고 저작권자 쪽에선 그렇게 이야기를 하거든요. 그런 사람들이 (해적당의) 예비 해적들이 될 수 있죠. 
더나은 : 다운로드 많이 받아보시는 분들 꼭 관심가지셔야 될 것 같네요!

더나은 : 해적당은 왜 한국에 오고, 왜 우리는 해적당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거죠?
남희섭 : 제가 메일을 보냈어요. 한국에 한 번 오라고. 제가 유럽에 있을 때 (한-EU FTA와 관련해서 해적당의 아멜리아 의원과) 이야기를 하다가, 그때는 (유럽연합의회) 의원인줄 몰랐어요, 그 친구가. 그러다가 4월에 해적당 인터내셔널이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아멜리아가) 그 때 한번 올 수 있겠냐, 그러길래 제가 가려고 비행기표까지 다 끊었어요. 그런데 그 때 마침 아이슬랜드 화산폭발 사건, 그게 제가 표 끊고 그 다음 날이었어요. ㅡ.ㅡ; 그래서 일정이 취소되고 직접 가지 못했는데요. 그 후에 우리나라도 해적당을 만들면 꽤 재밌는 시도가 되겠다 생각을 했고, 한국에 돌아온 후에 해적당 논의를 하다가 한번 (스웨덴의 아멜리아 의원을) 불러보는게 좋겠다, 그래서 오라고 메일을 전하니, 이 친구(아멜리아)가 흔쾌히 오겠다 해서, 일은 그렇게 해서 성사된거죠.  

더나은 : 그 분(아멜리아) 별로 안바쁘신가요?(웃음)
남희섭 : 굉장히 바쁘죠(웃음). 우리가 7월 쯤 메일을 보냈는데, 11월까지 일정이 꽉 차 있다고 했는데, 겨우 일정을 조정해서 10월에 오게 된겁니다. (더나은, "대단하신데요, 이런 무대뽀 정신!(웃음))

더나은 : 해적당의 아멜리아 의원을 한국에서 초대하시면서 기대한 효과는 뭔가요?
남희섭 : 아까 이야기한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해적질을 하고 있고, 잠재적으로 해적이라고 볼 수 있거든요.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개별적으로 흩어져 있어서, 그리고 저작권자들이나 정부에서 그렇게 홍보를 해서도 그렇긴 하지만, '죄의식'을 가지면서 그런 행동을 하거든요. 그런데 우리 법상으로 보면 죄의식을 가질 필요가 없는 합법적인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죄의식을 가지거든요.
 
더나은 : 아 합법적인 행위군요!
남희섭 : 사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 영화나 음악을 다운로드 받는 건 합법이라서 이건 죄의식을 느낄 필요가 없습니다. 이렇게 흩어져 있는 개인들이, 스웨덴은 해적당을 통해서, 정치적으로 성공을 했거든요. 유럽연합 의회에 의석을 두 석이나 차지할 정도로요. 그런 (성공한)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와서, 자기 경험을 공유하게 되면 잠재적인 예비해적들이 '정치 해적'이 될 수 있지 않을까..?(웃음) 
민노씨 주. => 최근 문광부는 '사적 이용에 위한 복제' 규정을 개악하려는 움직임. 새드개그맨의 팟캐스트 참조.

더나은 : 해적당이 유럽의회에 진출한 이후로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남희섭 : 유럽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곳이 스웨덴 해적당인데요. 스웨덴 해적당이 유럽연합의회 선거를 할 때 스웨덴 내에서 7.13% 득표를 했어요. 젊은 층의 지지를 얻는다는게 확인이 되니까, 스웨덴 수상 같은 경우, 젊은 층이 파일 공유하는 경우에는 '형사처벌'하지 않는 것으로 제도를 바꾸겠다고 했구요. 기존 정당들도 (해적당을) 지지하는 유권자의 의사를 확인했기 때문에, 그 의사를 반영해서 저작권 정책이나 정보통신정책을 그에 따라 변경하겠다던지, 이런 정책적 변화가 생기고 있는거죠.

더나은 : 스웨덴 경우에는 원래 젊은 층의 정치참여가 높나요?
남희섭 : 그런 것 같아요(웃음).
더나은 : 우리나라와는 사정이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의 젊은 층 역시 인터넷을 통해 정치적인 관심을 계속 표출하고 있기 때문에 해적당이 한국에 오고, 그 활동이 잘 알려지면 젊은 층들이 좀더 깨어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는데요. 남희섭씨께서 한국에 해적당을 만드시겠다고 합니다. 맞죠?
남희섭 : (웃음) 네, 그런 생각, 그런 희망을 가지고 있죠.

더나은 : 그럼 해적당 당주가 되시는건가요? (웃음)
남희섭 : (웃음) 아뇨, 제가 앞에 나설 건 아니고, 저는 뒤에서.. (웃음)

더나은 : 해적당이 한국에 오는데요. 정확히 언제 오시죠?
남희섭 : 10월 17일부터 22일까지.

더나은 : 한국에서 어떤 일정들을 소화하게 되시나요?
남희섭 : 주로 대학생이나 청소년들 위주로 젊은 층을 많이 만날거구요. 이번에 오는 사람(아멜리아)이 청년 해적당 출신으로 의원이 된 사람이거든요. 주로 젊은 층을 많이 만날 예정이구요. 그리고 방한 시기에 '한-미 FTA'가 많이 논의될테니까, 이와 관련해서 우리나라 국회의원들도 만나고, 국회도 방문해야 하지 않나 이런 생각입니다.

더나은 : 그럼 우리가 직접 해적당(아멜리아)를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언제 있죠?
남희섭 : 아직 전체 일정을 완성하지는 못했는데요. 학교별 방문일정을 잡고 있구요. 이벤트 형식으로 저녁 시간에 행사를 몇 개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더나은 : 인터넷 주인찾기에서 준비하는 컨퍼런스에도 참여한다고 들었는데요?
남희섭 : 그렇죠(웃음). 그게 10월 17일 일요일에 하거든요. 그게 (해적당과 관련한) 첫 행사고요. 중요한 행사죠.

더나은 : 여러분 많이 바쁘시 않으시면요. 가을 일요일 오후에 해적당 아멜리아 의원을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가끔씩 해적질을 하고 계시지 않으신가요? 저도 자주 하는데요. 여러분들, 우리 당당한 해적이 됩시다! 여러분, 그 때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후기.
88만원 세대의 정치적 무관심과 무기력이 갖는 역설적 잠재력을 수용할 수 있는 기성 정치권이 과연 존재하는지 의문이다. 교조화되고, 관료화된 기성정당의 틀로는 대한민국 잉여들, 청춘들의 에너지를 수용하기 어렵다고 느낀다. 그렇게 감지한다는 거지 무슨 구체적인 근거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체험적으로 점점 더 청년의 무기력과 잠재적인 창조력의 파괴는 가속도가 붙는 것 같다. 해적당이 대한민국 청춘들에게 그동안 억눌린 그 무엇인가를, 힘없는 자조적 분노로 쌓여진 그 정치적 잠재력을 놀이로, 이야기로, 생명력 있는 아이디어들로 폭발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남희섭의 지적처럼 "죄의식"을 갖을 필요 없는 일에까지 죄의식을 갖게 하는 이 엄숙한 사회를 한번 흔들어보자!



* 해적당? (오병일, [해적당 소개]에서 발췌 인용)
1. 스웨덴 해적당
해적당의 효시고, 유럽에서도 가장 활동이 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해적당의 유럽의회 진출
스웨덴 해적당은 2009년 6월 7일 유럽의회 선거에서 스웨덴 투표의 7.13%를 득표하며, 유럽의회 의석 두 자리를 차지했다.

3. 현재 해적당은 고전중? (위 오병일 소개글의 댓글 참조)
"지금 스웨덴에 머물고 있는데요. 좁은 범위에서 제가 접촉하는 스웨덴 현지분들에게 듣는 해적당에 대한 평판은 별로 성공적이지 않은 것으로 다가와요. 아젠다 하나로 우려먹고(간단하게 음악이나 기타 모든 저작권에 대해 정당한 댓가를 지불하지 않고 인터넷 통해 공짜로 누리려 한다, 정도로 압축)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지 못해 젊은 애들이나 관심 갖고 있을까 말까 한다는 반응이 압도적이네요. 이번 선거때 의회에 진출하기도 요원해 보입니다. 저번주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 역시 1%의 지지도 받지 못했네요(3% 이상만 7당인 상황/ 4% 이상 획득해야 의회 진출). 물론 국내의 현재적인 입지로 그 '의미'를 축소할 필요는 없다고 보여집니다만 평가에 있어 참고할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임시 필명 '그 누군가'의 논평 )

이에 대한 남희섭 전화 인터뷰

ㄱ. 선거에서의 여론조사는 '가능성'이고, 작년 6월의 득표율은 '확정된 사실'이다.
ㄴ. 현재 스웨덴 정치지형에서 해적당이 고전하고 있다면 저작권 문제의 국제성에 기인할 여지가 있다. 저작권 문제는 유럽 전체을 포괄하는 문제라는 점에서 스웨덴 유권자들이 스웨덴 자국의 정치적인 문제 해결과 저작권문제에 대해서 서로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을 수 있다.


4. 해적당 인터네셔널
해적당은 2010년 4월 16일-18일, 브뤼셀에서 개최된 회의를 통해 전 세계 해적당의 네트워크인 해적당 인터내셔널(Pirate Parties International)을 설립한 바 있다. 현재 현재 호주, 벨기에, 체코, 덴마크, 핀란드,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 스페인, 스웨덴, 스위스, 영국, 미국, 캐나다 등 15개 국에서 해적당이 공식 정당으로 등록되어 활동 중이며, 러시아, 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 등 20여개 국에서 해적당 설립이 준비되고 있다.


* 관련 추천글


해적당 소개 (오병일. 2010/08/24)


* 이 글은 인터넷 주인찾기(ournet.kr) 블로그에도 동시에 등록할까 말까 논의중입니다.



1. 상지대 사태

혹시 ‘지잡대’란 말을 아나? 지방의 잡스런 대학. 그걸 줄어서 ‘지잡대’라고 한다더라. 나는 상지대 싸움을 하면서 처음 들었다. 이런 잡스런 표현이 있다는 게 좀 짜증스럽긴 했지만, 대한민국처럼 거룩하게 위선적인 나라에서 이런 잡스런 솔직함이라도 있어야지.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나는 상지대가 강원도 원주에 있다는 것도 이 싸움을 함께 하면서 처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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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상지대는 ‘지잡대’다. 하지만 17년을 싸워왔다. 17년 전인 1993년. 그저 단순히 김영삼 정권의 사학비리 사정에 기대어 비리재단을 몰아낸 것이 아니다. 비리사학의 대명사처럼 불리던 ‘김문기’(전 상지학원 이사장)와 그 일당들을 300일이 넘는 학생, 교수들과 농성과 학내 민주화 투쟁으로 몰아냈다. 김영삼은 그저 ‘숟가락’만 밥상에 올렸을 뿐이다. 그리고 17년이 지난 지금, 상지대 학생들과 교수, 교직원들은 다시 300일이 훨씬 넘는 농성을 벌이며, 김문기 구재단의 망령과 싸우고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 한 번은 비극으로, 한 번은 희극으로’(마르크스, 프랑스혁명사). 지금 반복되고 있는 역사는 분명 희극이다. 하지만 그 희극은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희극이다. 그 희극의 주인공이 바로 우리들이기 때문이다.

간단히 한 줄로 정리하면 이렇다.

과거 비리재단 컴백 쇼.쇼.쇼.

그 기상천외한 일을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 산하의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라는 곳에서 아주 열심히 하고 있다. 학교 명예 제대로 실추시키고, 신문 일면에는 자주 못 나와도 사회면과 교육면을 멋지게 장식했던 과거 비리재단(흔히 ‘구(舊)재단’으로 통칭)의 망령들이 다시 부활하고 있다. 좀비다. 죽어도 죽은 게 아니다. MB시대는 10년 동안 절치부심했던 좀비들에게 인간의 피와 살을 떼어주는 놀라운 마법의 시대다. 어느 평론가의 말투를 빌자면, ‘새로운 중세’. 그게 MB시대고, 그게 상지대 사태다.


2. 상지대 사태의 본질 : 사립대학 주식회사 vs. 학교는 학교다
상지대에서 벌어진 일이 ‘서울’에 있는 사립대학들에서 벌어졌다면, 그랬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상지대 이슈는 전국적인 이슈로 연일 신문과 방송을 장식했을 거다. 이렇게 잠깐 언론의 주목을 받고 쉽게 꺼지지는 않았을 거다. 그런데 문득 중앙대 사태가 떠오른다. 아, 상지대가 지방 사립대학이라서 잠깐 주목을 받고 금방 꺼졌다고 했던 말, 취소다. 대한민국 어떤 대학도 상지대가 될 수 있고, 중앙대가 될 수 있다. 적어도 사립대학들은 그렇다.

이 사태의 본질은 그저 단순히 과거에 문제 많았던 비리재단의 복귀에 있지 않다. 그것이 중대한 역사적 퇴행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지만, 어쩌면 그 문제는 표면일 뿐이다. 이 사태의 근저에는 ‘사립대학’을 중심으로 우리 사회가 어떻게 교육을 바라보고 있으며, 그 교육이 실현되는 공간으로서의 학교가 우리 사회에서 무엇이고, 또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결정짓는 두 개의 거대한 철학, 두 개의 거대한 진영이 자리한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이렇게 말한다. 대학은 ‘사학 오너’(‘조선일보’ 관련기사의 표현)님의 것. 이제 사립대학이 아니라 ‘사립대학 주식회사'가 되어가고 있는 대한민국 사립대학의 풍경을 잠시 들여다보자.

“박용성스럽다.” 최근 학과 구조조정을 둘러싸고 진통 중인 중앙대를 보며 떠오른 생각이다. 중앙대 이사장인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은 직선적 성격답게 정면 돌파를 택했다. 구조조정에 반대하던 김주식(26·철학과 휴학 중)씨에게 학생에겐 ‘사형선고’에 해당하는 퇴학 처분을 내렸다. 시위를 벌인 다른 3명의 학생에게도 징계와 명예훼손 혐의 고소, 공사 지연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제기를 검토 중이다. (곽정수, [중앙대 사태, ‘기업사회’의 묵시록], 한겨레 21, 2010.05.07 제809호.)

그 반대편에서 MB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인 ‘바보들’이 있다. 사학이 개인의 사유재산이 아니라고 믿는, 우리 모두의 것, 우리 사회가 지켜내고, 지역 공동체가 가꿔야 하는 '우리의 것'이 되길 원하는 몽상가들이 있다. 교육이라는 가치가 어느 누구의 것이 아니듯, 그 교육철학을 실현하는 공간으로서의 학교 역시 어느 누구의 '소유'가 될 수는 없다는 단순한 믿음을 붙잡는 사람들. 그리고 나 역시 그런 믿음을 공유한 자로서 이 싸움에 참여했다. 그리고 영광스럽게도 상지대 구재단 측, 김문기 오너님을 모시는 것으로 알려진 ‘상지학원 정상화 추진위원회’로부터 고소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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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당사자주의 혹은 방관자의 게으른 알리바이
소송법상 용어 중에 당사자주의라는 말이 있다. 소송당사자에게 소송의 주도적 지위를 부여해 당사자 상호간 공격, 방어를 통해 소송이 진행되고, 법원은 제3자 입장에서 당사자의 입증을 판단하는 방식, 그걸 당사자주의라고 한다. 우리 사회에는 참 많은 싸움들이 있는데, 당연히 그 싸움 모두를 법원이라는 심판관이 지켜보지 않고, 혹 지켜보더라도 반드시 옳은 결정을 하는 것만은 아니다. 우리가 사회의 일원으로서 마땅히 개입되어야 하는 싸움. 하다못해 응원 한마디라도 보태고, 욕이라도 한 사발 내질러야 하는 싸움. 그런 싸움들이 우리 주변에는 참 많다. 그런데 종종 이 ‘당사자주의’가 그럴듯한 무기처럼 등장한다. ‘이봐, 너는 당사자도 아니잖아. 함부로 나서지 말라구!’ 가령 작은 용산으로 불리는 ‘두리반’ 같은 초라하고, 외롭지만, 지켜야 하는 싸움들.

‘당사자’라는 말이 사회의 성원으로서 어떤 싸움에 나서는 일을 막아서는 장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마땅히 지불해야 하는 사회적 책무를 떠넘기는 방관자의 알리바이가 되어선 안 된다. ‘당사자’라는 말이 우리 사회를 조금 더 인간답게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사회적인 상상력, 정치적인 상상력을 메마른 이성의 이름으로 제약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되는 거다.

물론 대개의 싸움이 그렇듯, 어느 한 쪽이 전적으로 선(善)이고, 다른 한 쪽이 전적으로 악(惡)인 경우는 드물다. 상지대 싸움도 마찬가지다. 한 쪽에선 “사학 오너의 재산권”이라는 한국식 자본주의의 욕망을 ‘사학의 자주성’이라는 그럴듯한 말로 포장한다. 또 다른 한 쪽에선 ‘교육의 공공성’을 강조하며, 비리재단 관계자들은 다시는 학교에 발을 붙여선 안 된다고 말한다. 자주성과 공공성은 모두 소중한 가치다. ‘사학의 자주성’이 숨기고 있는 의미가 지금/여기에서는 ‘사학 오너의 재산권’이라고 하더라도, 그걸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조롱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교육의 공공성’이라는 말 역시 국가권력이 학교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무기로 언제든 둔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말 속에 숨겨진 의미를 예민하게 비판하되, 서로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는 가치의 조화를 모색하고, 거듭 다시 경계로 나와 역동하는 현실 속에서 우리의 선택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꿈틀대는 맥락 속에서 우리들의 고민을 담아내야 한다. 물론 지금/여기에서 나의 선택은 단순하다. 학교는 학교로서, 학생과 교수와 교직원, 그리고 지역사회의 자산으로서 지켜져야 하며, 이미 박물관에 고이 모셔져야 하는 비리재단의 사리사욕으로 짓밟혀서는 안 된다는 것. 상지대는 원주의 ‘시민대학’으로 지켜져야지, 김문기로 대표되는 비리 구재단의 ‘사유재산’으로 환원되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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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망각시스템에 저항하기 : 어떻게 싸울 것인가?
그렇다면 어떻게 싸울 것인가? 언젠가 블로그(나는 블로거다)에 썼던 것처럼 나는 대단한 도덕심으로 무슨 투철한 정의감으로 상지대 싸움에 참여한 게 아니다. 친한 장애인 활동가에게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민노씨가 상지대 좀 도와줘야겠다.”는 그 말로 나는 상지대 싸움이 뛰어들었다.

그렇게 두 달이 지났다. 아이들(주로 상지대 학생회 간부들과 단과대 학생회장들)과도 무척 친해졌다. 그게 내가 이 싸움에 얻는 가장 즐겁고, 소중한 체험이다. 이기면 모두 얻고, 지면 모두를 잃는 싸움은 스스로를 고독하게 만든다. 진지할 필요는 있지만 괜히 심각해질 필요 없다. 지더라도 우리가 함께 한 시간이 우리에게 진실하고 소중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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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것은 싸움이고, 싸움은 항상 승자와 패자를 만들어낸다. 대한민국에서 사학은 거대한 동맹이고, 카르텔이다. 정말 어마어마하게 견고한 권력이다. 지금까지 그들은 백전백승이었다. 노무현 대통령도 졌던 싸움을 상지대가 하고 있는거다. 사학이 얼마나 거대한 권력인지, 얼마나 무지막지하게 구석구석 촉수를 뻗치고 있는지 이번에 정말 실감했다. 일례로 상지대 문제를 알리기 위해 DAUM에 올렸던 이슈청원은 정말 “빛의 속도로” 번번히 블라인드 처리되었다(소위 명예훼손 등을 문제삼아 권리를 주장하는 쪽에서 임시조치를 요청하는 것. 실질적으론 글을 삭제하는 효과). 나는 블로거로서 상지대 학생들과 블로그를 만들었고(상지대 구출 대작전), 함께 블로거 벗들의 연대를 요청했다. 상지대 학생들과 현장의 살아 있는 표정들을 담기 위해 'The 나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아이폰과 유튜브를 이용한 동영상 작업도 시도했다. 블로거 벗들과는 원주에 직접 내려가 현지를 답사하고(상지 블로거 원정대), 블로거 기자회견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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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 대형집회로서 시민문화제는 두 번이나 열렸고, 지상파인 KBS 2TV [추적60 : 벼랑에 선 상지대, 과거로 돌아가나](2010.8.11. 방송)에선 상지대 사태와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문제를 본격 조명하기도 했다. 시민단체(상지대 지키기 긴급행동)에서도 두터운 연대를 견지했다. 최근 가장 희망적인 일은 학생들 스스로가 연대의 움직임을 가시화하고 있는 점이다. 상지대처럼 사분위의 결정을 앞둔 광운대, 덕성여대, 동덕여대, 대구대 등이 서로 힘을 모아서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기존의 시민단체들과 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 등과도 연대해 ‘범대위’ 구성을 위한 회의가 부산하다.

하지만 누군가의 말처럼 이런 싸움은 두 달을 넘기 어렵다. 특히나 대한민국의 진화한 ‘망각시스템’ 속에서 이런 공적 이슈에 계속 시선을 붙잡는 건 너무 힘들다. 그럼에도 희망의 불씨들은 여전히 꺼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희망의 불씨는 어떤 별천지 아이디어에서, 거대한 자본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주 작은 관심과 관심들이 모여서, 그러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마음 속 그 씨앗에서 피어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지금 당장 구글(www.google.com)에서 ‘상지대’을 검색해 주시라!  ‘상지대 구출 대작전’ 혹은  ‘The 나은 프로젝트’를 방문해주시라!


5. 지옥의 가장 뜨거운 곳
상지대 사태는 대한민국의 교육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질문한다. ‘사학 오너’의 사소한 잘못(‘부정편입학’과 같은 학사행정의 초석에 관한 범죄행위도 관대하기 짝이 없는 사학분쟁조정위원회에겐 사소한 잘못이고, 언제든 치유될 수 있는 비리다)이 있을지라도 학교는 그들의 재산이니까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당신의 우군은 ‘김문기’로 대표되는 상지대 구재단과 교과부, 사학분쟁조정위원회다. 혹은 학교는 어느 누구의 사유재산이 아닌 학교에 참여한 모두의 것, 배우는 학생과 가르치는 교사의 것인 동시에 일하는 직원과 지역사회의 자산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선생은 선생다워야 하고, 학생은 학생다워야 한다는 그 자명한 가치를 지지하는가? ‘학교는 학교다워야 한다’는 그 소박한 상식을 믿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나와 같은 편에 서 있고, 상지대 학생들과 교수, 그리고 교직원의 편에 서 있다.

우리는 지금 당장 입장을 세워서 이 싸움에 동참해야 한다. 이 거대한 싸움에서 ‘방관자’는 없다. 모두가 당사자다. 우리는 당사자로서 우리를 일으키는 신념과 철학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공공의 상식으로 이 싸움에 뛰어들어야 한다. 대한민국 사립대학이 살아남는 길은 ‘사립대학 주식회사’가 되는 길인지, 아니면 그저 ‘학교는 학교’로서, 학생과 교수, 교직원이 참여하는 광장으로, 지역사회의 공적 자산으로 남아야 하는 것인지 우리는 답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 대학은 도덕적 위기의 순간에 빠져 있다.

그 위기는 더 이상 학교는 ‘배우는 학생들의 것’ ‘가르치는 교사의 것’ ‘일하는 교직원의 것’이라는 소박한 소망을 영원한 농담으로 만들어버릴 결정적인 위기다. 대학은 ‘사학 오너님’의 것이니까. 아무리 별별 더러운 짓을 해도 국가에서 잠시 동안 ‘관리’(임시이사제도)해주고, 다시 돌려줘야 하는 것이니까. 대학생인 당신에게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라, 내 동생과 누이의 문제. 우리 부모와 자식의 문제다. 그러니 거듭 말하거니와 우리는 모두 당사자다. 답하라. “지옥의 가장 뜨거운 곳은 도덕적 위기의 시대에 중립을 지킨 자들을 위해 예약되어 있다.”(존 F. 케네디)(각주 참조).


* 각주.
사실 이 유명한 문장은 존 F. 케네디의 잘못된 인용에서 연유한다. 케네디는 1959년 9월 16일 오클라호마주의 털사에서 이 문장이 포함된 연설을 한다. 그리고 자신이 그 문장을 인용한 출처로 ‘단테’(신곡)를 언급한다. "Dante once said that the hottest places in hell are reserved for those who in a period of moral crisis maintain their neutrality." 하지만 이는 착오 혹은 기억의 변주인 것으로 보인다.
참조 :백투더소스_스프링노트 



참고. 상지대 사태 길라잡이 : 2007년 대법원 판결과 사학분쟁조정위원회를 중심으로

상지대 사태를 좀 더 입체적으로 이해하려면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의 반교육적이고, 반역사적인 결정의 논리적 근거로 사분위가 제시하고 있는 2007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07. 5. 17. 선고, 2006다19054 이하 '상지대 판결')의 의미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하 간략히 서술한다.

1. 상지대 판결의 골자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구성되어 13인 재판관이 8:5로 서로 팽팽하게 대립한 판결이다. 의견 대립의 정도를 방증하는 소수의견의 다수의견 비판을 잠깐 들어보자.

"정식이사의 선임에 관한 규정도 아닌 구 사립학교법 제25조의 내용을 근거로 임시이사의 정식이사 선임에 등 권한을 제한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다수의견은 사립학교법의 해석 또는 법률의 적용에 있어서 입법행위에 버금가는 월권행위를 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 다수의견에 대한 김영란, 박시환, 김지형, 이홍훈, 전수안 대법관의 반대의견 중에서

상지대 판결의 의미는 크게 둘이다. 1) 대법원은 '종전이사'의 개념을 창안, 과거 비리재단 관계자들의 원고 적격 인정했다. 재판청구를 위해선 당사자로서 일정한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는 때가 있다. 즉 원고로서 재판을 청구할 법률적 이익이 존재해야 하는데 이를 '소의 이익', 혹은 다른 관점으론 '청구적격' '원고적격'이라고 한다. 상지대 판결은 특히 김문기로 상징되는 과거 비리재단 관계자에게 ‘종전이사’라는 기상천외한 개념을 창안하여 원고적격을 인정한다. 2) '임시이사는 정식이사를 선임할 수 없다'. 과거 퇴출된 비리재단 관계자가 주장하는 청구내용은 '임시이사는 정식이사를 선임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고, 대법원은 원고의 손을 들어준다. 이는 1970년 대법원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판례 변경).

2. 상지대 판결의 파장
상지대 판결은 판결 전에도 관심을 집중시켰고(좌파가 강탈한 ‘사유재산’ 상지대?, 한겨레21. 2007.02.02 제646호), 판결 후에는 말할 것도 없이 엄청난 논란과 파장을 불러왔다.(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관련논평). 과거 비리재단측은 판결의 의미를 확대해석하여 왜곡했고, 2기 사분위는 이를 적극 수용했다. 여기에서 사분위의 성격에 대해 잠깐 살펴볼 필요가 있다.

3. 1기 사분위와 2기 사분위
상지대 판결을 기화로 사립학교법에 사분위 관한 규정이 신설된다(2007년 12월. 사립학교법 24조의 2이하). 이를 근거로 교과부 산하의 국가위원회로 사분위가 구성되며, 이를 편의상 1기 사분위로 통칭한다. 대통령과 국회의장이 각각 3명씩, 그리고 대법원장이 5명을 사실상 선임하는 사분위원은 총 11인으로 구성되고, 임기는 2년이다. 1기 사분위는 진보:보수의 비율이 5:6, 6:5 정도라고 평가된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사분위의 인적 구성이 개편된다. 이를 2기 사분위로 부른다. 2기 사분위의 인적 구성은 균형감을 현저히 상실했다. 이우근 위원장은 최근까지 사학법인측 변호를 담당했고, 고영주 위원는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 상임지도위원 활동 및 친북인명사전’발간(올해 3월)했으며, 강민구 위원은 상지영서대 교수의 양심선언으로 구재단 밀착의혹을 받고 있으며, 김성영 위원은 사립학교법이 개정된 2005년 당시‘한기총 사학수호국민운동본부’ 초대 본부장 역임하며 대형 십자가를 어깨에 매고 사학법 개정 반대 운동을 주도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정재량 위원은 민주평통 자문위원으로 ‘뉴라이트학부모연합’ 공동대표로서 좌편향 교과서 채택 학교 명단공개, 금성출판사 불매운동 등을 전개한 바 있다. 상지대 판결 직후 과거 비리재단측은 '의도적인 보이콧'으로 1기 사분위 결정을 지연시켰고(상지대 시곗바늘을 꺾으려는가, 한겨레21. 2008.12.05 제738호. [이슈추적] 복귀 노리는 김문기 전 이사장 등 옛 비리 재단들, 결단 못내리는 사학분쟁조정위) 2기 사분위가 8월 9일 몇 번의 결정 지연 끝에 상지대 결정을 내리며 과거 비리재단 복귀의 물고를 텄다. 이제는 광운대, 대구대, 동덕여대, 덕성여대 등을 비롯한 다수 사학의 이사진 구성에 관한 결정을 남겨두고 있다.

4. 사분위의 상지대 판결 왜곡
사분위에서 자신의 결정을 정당화하는 논거로 삼고 있는 상지대 판결은 임시이사의 정이사 선임권한에 관한 판단이지, 과거 비리재단 관계자들이 '정이사'가 되거나, 혹은 '정이사를 추천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문제와는 전혀 별개다. 이는 상지대 판결의 다수의견에도 분명하게 명시되고 있다("자신-종전이사, 대법원에서 인정한 과거 비리재단 관계자-이 정식이사로서의 지위를 회복하는지 여부 또는 스스로 새로운 정식이사를 선임할 권한이 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더욱이 사분위는 스스로 마련한 '정이사 선임원칙'에서 정이사 추천권자의 자격에 관하여 "사회상규와 국민의 법감정"에 비춰 적당하지 않은 자는 배제한다는 기준을 세운 바 있다. 사학비리 대명사로 불리는 김문기 전 상지학원 이사장이 이런 '예외조항'이 아니라면 누가 예외조항이란 말인가. 이는 지난 7월 6일 국회 청문회에서 김상희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대해 전임 안병만 장관 역시 인정한 바 있다. 그런데 안병만 전임 장관은 사분위 결정을 법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유일한 권한을 가진 자임에도 불구하고(재심청구권), 이주호 장관으로 교체되는 이취임 직전에 사분위 결정을 승인하고, 도망치듯 달아나버렸다(사분위 결정 최종 승인). 현재는 이주호 장관의 '직권취소'만이 상지대 사태의 원만한 해결방식으로 떠오르고 있다.


5. 사분위의 '회의록 폐기'
가장 최근의 사건으로는 국회 상지대 관련 긴급현안 질의과정에서 사분위가 일방적으로 상지대 결정과정을 담은 51차, 52차 회의 속기록을 폐기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7인의 야당 국회의원이 회의록 열람 요청에 대한 사분위의 답변서를 통해 드러났는데, 사분위라는 괴물 권력이 얼마나 국민들을, 더욱이 국민의 대표인 국회를 깔보고 있는지 알 수 있다(한겨레신문 [사설] 제 결정에 책임도 못 지는 사분위, 존재할 이유 있나. 2010년 9월 10일자)

6. 보유. 김문기 전 이사장은 상지학원의 설립자가 아니다.
김문기는 종전이사에 해당하지 않으며, 설립자도 아니다. 2004년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2두10766)에서 판단한 것처럼 상지학원의 설립자는 원홍묵이고, 김문기는 설립자가 아니다.


* 이 글은 고대교지 [고대문화]에 기고한 글을 사소하게 추고한 글입니다.



이 글은 어제(9월 9일)에 있었던 인터넷 주인찾기 시즌2. '해적이 온다' 준비모임 회의 정리록의 일부다. 세어필의 일차 초벌 정리를 참조해서 따로 녹음한 녹취본을 틀어놓고 정리하고 있는데 현장에서 듣지 못했던 새드개그맨과 강정수의 논의가 흥미롭다. 그 논의 중에 마침 화장실에 다녀오느라 녹음된 걸 이제야 들었다. ㅡ.ㅡ; 그 대화를 일단 옮겨본다. 9월 9일 회의 내용은 딱히 대외비를 유지해야 할 만한 것들을 제외하고는 '인터넷 주인찾기' 블로그/게시판, 그리고 민노씨.네 블로그를 통해 해 공유할 예정이다. 나머지 내용도 가급적 빨리 정리할까 싶다.

사족 한 마디.
최근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회의록을 일방적으로 폐기했다. 과거 비리재단 복귀(상지대) 결정논의를 담은 회의록(51차, 52차 속기록)을 국회의원들의 열람 요청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우리 인터넷주인찾기 모임은 무슨 국가위원회도 아니고, 무슨 대단한 권한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이런 준비 모임에서 이뤄진 회의들, 그 시간과 공간에서 열띠게 논의된 그 모든 의미들이 '우리의 역사'로서 '인터넷 주인찾기'의 과정으로서 당연히 기록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하 녹취록은 발언자의 육성을 그대로 옮기려고 노력했지만, 읽는 이의 편의를 고려해 추고했음을 밝힌다. 발언 당사자의 넉넉한 양해를 기대한다.




#. '저작권법'과 지속 가능한 창작

강정수 : 현실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문제제기를 하면서도 이에 대한 '혁신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예술가를 지원할 수 있는 국가펀드를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유럽에서는 이런 논의들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학원강사'가 되지 않는 이상은 '예술가'로 살아가기 어려운 사회다. 로펌에서 하는 건 청소년들 '등 쳐먹는 짓'이고, 인디 가수들이 대학을 졸업하면 느끼는 가장 큰 고민은 (인디음악을 고수하면서) '어떻게 먹고 살까'이다. 대한민국은 절대 다수의 창작자들이 '창작을 통해서는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 불가능한 사회'다.

링크 : 저작권법은 가령 출판업자, 음반제작자들을 위한 법이지 절대 '아티스트'를 위한 법이 아니다.

강정수  : 대안은 현존하는 '저작권법'을 통해 해결할 수 없다. 저작권법의 본래적인 취지가 '지속가능한 창작'를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었다고 한다면, 현존 저작권법은 이 사명을 완전하게 저버리고 있다. 즉 현재 저작권법 시스템이 만들어놓은 제도와 시장논리는 '지속가능한 창작'이라는 궁극의 취지에 대해 무능하다. 그렇다면 이 '지속가능한 창작'의 문제는 '예술가와 학자에 대한 국가펀드'에 의해 지원되어야 한다.

새드개그맨 : 그 문제는 문화진흥법과 같은 제도에서 다뤄야지, 저작권법을 개정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즉, 그 문제는 문화제도 전반에 관한 컨퍼런스에서 논할 성질이지, 지금 저작권법을 논하고자 하는, '저작물을 잘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법에도 문제가 많으니 저작물을 잘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과는 좀 유리된 것이 아닐까. 즉 우리가 준비하는 컨퍼런스에서 다루고자 하는 소재, 주제 범위에서 벗어나는 것 같다.

강정수  : (독일) 녹색당의 경우엔 정강, 정책으로 '저작권법을 극복하고, 퍼블릭 도메인으로 간다'고 선언하고 있다. 즉, 과도기적 형태로만 현존 저작권법을 인정하고, 앞으로는 마치 '원자력 발전소'를 폐기하는 것처럼, 저작권법 역시 폐기의 방향으로 가야하고, 향후 2,30년 동안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며, 예술가와 창작자에 대한 국가지원 모델을 수립한다는 청사진을 이미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 안건은 현재 유럽의회에서도 논의중이며, 또 이 영역에서 '해적당'과도 많은 접점이 있다. 이 문제를 이번 컨퍼런스에서 모두 소화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왜냐하면 이 문제에 대해 충분한 고민을 거쳤다고 볼 수는 없고, 이제 이런 논의들을 막 접하는 입장에서, 최소한 '해적이 온다'는 타이틀로 준비된 이번 컨퍼런스에선 이상에서와 같은 '혁신적인 대안' 혹은 기존 시스템에 대한 적극적인 항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학교에서 젊은 학생들과 이야기하면 '해적이 온다'는 이번 컨퍼런스의 타이틀에 대해 대단히 우호적인데, 컨퍼런스에서 다룰 주제 역시 이런 젊은 감각과 새로운 혁신의 이미지에 부합해야 하지 않을까?



* 관련 추천글
"‘해적당’에 대한 여론은 싸늘하다. 조롱은 커녕 관심 조차 없다. 그러나 이들의 ‘단일 의제’가 어떻게 새로운 독일 정치사를 써나갈 수 있을지 나로서는 사뭇 기대가 된다." 강정수의 기대처럼 지금 현재 해적당은, 어제 회의에서 강정수가 직접 언급한 내용인데, 총선에서 '3%'가 넘는 투표를 획득했다.



오랜만에 새롭게 발견한 섬세하고, 아름다운 블로그...  
빨간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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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 글 '뒷모습에 대한 단상'의 삽화, 그림을 썩 잘 그린다.  



빨간 장미 블로그의 키워드들  

1. 영화
옛날 영화 볼 때의 습관 : 속편을 먼저 본다. 
빌리 엘리어트.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스쿨 오브 락. 와이키키 브라더스. 자전거 도둑. 다즐링 주식회사. La Pianiste. 다크나이트. 빌리 엘리어트. 스파이크 리. 아키라. 거북이는 의외로 빠르게 헤엄친다. 샬롯 갱스부르.  

2. 음악
락. 봄여름가을겨울.  유희열. Tubthumping(열변), CHUMBAWAMBA. Lovescream

3. 책
장정일. 밀란 쿤데라. 헨리 밀러. 슬라예보 지젝.  오쿠다 히데오. 원자력 

4. 경제
경제를 전공하고 있는 것 같다. 학원에서 경제과목을 강의?  

5. 이하 스케치

'저항의 불꽃' 

스크랩들 : 자신의 글과 그림, 사진 뿐만 아니라 종종 다른 이들의 글/칼럼 등을 스크랩하기도 한다.

스케치 "'한 장면을 보고 잘관찰하여 그대로 그리기'는 그림을 배워본적 없는 나에게는 참 어려운 일이다. 내가 보고 있는 장면에 대한 느낌을 표현하는 건 더욱 어렵다."







"저의 한 측근은 취업준비하는 대학4학년인데, 계속 고배를 마시다보니 이제는 자신이 사회에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느낌을 지울수 없어 무기력감에 빠져있기 일쑤입니다."


........ 중간에 컴퓨터 말썽 ....... 빨간 장미 블로그 첫 화면으로 이동.



사진, 골목 : 처음 흥미를 느낀 포스트. .



6인 대책위 :  이 글 때문에 다른 글들로 점프하다.


[나는 재미있는 놀이가 좋아 - 좋아해4]란 글의 일러스트를 보면 '증기기관차와 바이올린'(타르코프스키)이 떠오른다. 그 밖에 '빨강장미'가 좋아하는 것들.
- 다함께 정의를 외치는게 좋아 - 좋아해3
- 네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좋아 - 난 좋아2
- 나는 고양이를 좋아해 - 난 좋아1


일단 여기까지...
종종 가서 빨간장미의 글과 그림, 그리고 "다함께 정의를 외치는" 모습을 보며, 나도 함께 외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