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상지대 사태

혹시 ‘지잡대’란 말을 아나? 지방의 잡스런 대학. 그걸 줄어서 ‘지잡대’라고 한다더라. 나는 상지대 싸움을 하면서 처음 들었다. 이런 잡스런 표현이 있다는 게 좀 짜증스럽긴 했지만, 대한민국처럼 거룩하게 위선적인 나라에서 이런 잡스런 솔직함이라도 있어야지.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나는 상지대가 강원도 원주에 있다는 것도 이 싸움을 함께 하면서 처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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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상지대는 ‘지잡대’다. 하지만 17년을 싸워왔다. 17년 전인 1993년. 그저 단순히 김영삼 정권의 사학비리 사정에 기대어 비리재단을 몰아낸 것이 아니다. 비리사학의 대명사처럼 불리던 ‘김문기’(전 상지학원 이사장)와 그 일당들을 300일이 넘는 학생, 교수들과 농성과 학내 민주화 투쟁으로 몰아냈다. 김영삼은 그저 ‘숟가락’만 밥상에 올렸을 뿐이다. 그리고 17년이 지난 지금, 상지대 학생들과 교수, 교직원들은 다시 300일이 훨씬 넘는 농성을 벌이며, 김문기 구재단의 망령과 싸우고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 한 번은 비극으로, 한 번은 희극으로’(마르크스, 프랑스혁명사). 지금 반복되고 있는 역사는 분명 희극이다. 하지만 그 희극은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희극이다. 그 희극의 주인공이 바로 우리들이기 때문이다.

간단히 한 줄로 정리하면 이렇다.

과거 비리재단 컴백 쇼.쇼.쇼.

그 기상천외한 일을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 산하의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라는 곳에서 아주 열심히 하고 있다. 학교 명예 제대로 실추시키고, 신문 일면에는 자주 못 나와도 사회면과 교육면을 멋지게 장식했던 과거 비리재단(흔히 ‘구(舊)재단’으로 통칭)의 망령들이 다시 부활하고 있다. 좀비다. 죽어도 죽은 게 아니다. MB시대는 10년 동안 절치부심했던 좀비들에게 인간의 피와 살을 떼어주는 놀라운 마법의 시대다. 어느 평론가의 말투를 빌자면, ‘새로운 중세’. 그게 MB시대고, 그게 상지대 사태다.


2. 상지대 사태의 본질 : 사립대학 주식회사 vs. 학교는 학교다
상지대에서 벌어진 일이 ‘서울’에 있는 사립대학들에서 벌어졌다면, 그랬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상지대 이슈는 전국적인 이슈로 연일 신문과 방송을 장식했을 거다. 이렇게 잠깐 언론의 주목을 받고 쉽게 꺼지지는 않았을 거다. 그런데 문득 중앙대 사태가 떠오른다. 아, 상지대가 지방 사립대학이라서 잠깐 주목을 받고 금방 꺼졌다고 했던 말, 취소다. 대한민국 어떤 대학도 상지대가 될 수 있고, 중앙대가 될 수 있다. 적어도 사립대학들은 그렇다.

이 사태의 본질은 그저 단순히 과거에 문제 많았던 비리재단의 복귀에 있지 않다. 그것이 중대한 역사적 퇴행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지만, 어쩌면 그 문제는 표면일 뿐이다. 이 사태의 근저에는 ‘사립대학’을 중심으로 우리 사회가 어떻게 교육을 바라보고 있으며, 그 교육이 실현되는 공간으로서의 학교가 우리 사회에서 무엇이고, 또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결정짓는 두 개의 거대한 철학, 두 개의 거대한 진영이 자리한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이렇게 말한다. 대학은 ‘사학 오너’(‘조선일보’ 관련기사의 표현)님의 것. 이제 사립대학이 아니라 ‘사립대학 주식회사'가 되어가고 있는 대한민국 사립대학의 풍경을 잠시 들여다보자.

“박용성스럽다.” 최근 학과 구조조정을 둘러싸고 진통 중인 중앙대를 보며 떠오른 생각이다. 중앙대 이사장인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은 직선적 성격답게 정면 돌파를 택했다. 구조조정에 반대하던 김주식(26·철학과 휴학 중)씨에게 학생에겐 ‘사형선고’에 해당하는 퇴학 처분을 내렸다. 시위를 벌인 다른 3명의 학생에게도 징계와 명예훼손 혐의 고소, 공사 지연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제기를 검토 중이다. (곽정수, [중앙대 사태, ‘기업사회’의 묵시록], 한겨레 21, 2010.05.07 제809호.)

그 반대편에서 MB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인 ‘바보들’이 있다. 사학이 개인의 사유재산이 아니라고 믿는, 우리 모두의 것, 우리 사회가 지켜내고, 지역 공동체가 가꿔야 하는 '우리의 것'이 되길 원하는 몽상가들이 있다. 교육이라는 가치가 어느 누구의 것이 아니듯, 그 교육철학을 실현하는 공간으로서의 학교 역시 어느 누구의 '소유'가 될 수는 없다는 단순한 믿음을 붙잡는 사람들. 그리고 나 역시 그런 믿음을 공유한 자로서 이 싸움에 참여했다. 그리고 영광스럽게도 상지대 구재단 측, 김문기 오너님을 모시는 것으로 알려진 ‘상지학원 정상화 추진위원회’로부터 고소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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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당사자주의 혹은 방관자의 게으른 알리바이
소송법상 용어 중에 당사자주의라는 말이 있다. 소송당사자에게 소송의 주도적 지위를 부여해 당사자 상호간 공격, 방어를 통해 소송이 진행되고, 법원은 제3자 입장에서 당사자의 입증을 판단하는 방식, 그걸 당사자주의라고 한다. 우리 사회에는 참 많은 싸움들이 있는데, 당연히 그 싸움 모두를 법원이라는 심판관이 지켜보지 않고, 혹 지켜보더라도 반드시 옳은 결정을 하는 것만은 아니다. 우리가 사회의 일원으로서 마땅히 개입되어야 하는 싸움. 하다못해 응원 한마디라도 보태고, 욕이라도 한 사발 내질러야 하는 싸움. 그런 싸움들이 우리 주변에는 참 많다. 그런데 종종 이 ‘당사자주의’가 그럴듯한 무기처럼 등장한다. ‘이봐, 너는 당사자도 아니잖아. 함부로 나서지 말라구!’ 가령 작은 용산으로 불리는 ‘두리반’ 같은 초라하고, 외롭지만, 지켜야 하는 싸움들.

‘당사자’라는 말이 사회의 성원으로서 어떤 싸움에 나서는 일을 막아서는 장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마땅히 지불해야 하는 사회적 책무를 떠넘기는 방관자의 알리바이가 되어선 안 된다. ‘당사자’라는 말이 우리 사회를 조금 더 인간답게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사회적인 상상력, 정치적인 상상력을 메마른 이성의 이름으로 제약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되는 거다.

물론 대개의 싸움이 그렇듯, 어느 한 쪽이 전적으로 선(善)이고, 다른 한 쪽이 전적으로 악(惡)인 경우는 드물다. 상지대 싸움도 마찬가지다. 한 쪽에선 “사학 오너의 재산권”이라는 한국식 자본주의의 욕망을 ‘사학의 자주성’이라는 그럴듯한 말로 포장한다. 또 다른 한 쪽에선 ‘교육의 공공성’을 강조하며, 비리재단 관계자들은 다시는 학교에 발을 붙여선 안 된다고 말한다. 자주성과 공공성은 모두 소중한 가치다. ‘사학의 자주성’이 숨기고 있는 의미가 지금/여기에서는 ‘사학 오너의 재산권’이라고 하더라도, 그걸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조롱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교육의 공공성’이라는 말 역시 국가권력이 학교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무기로 언제든 둔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말 속에 숨겨진 의미를 예민하게 비판하되, 서로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는 가치의 조화를 모색하고, 거듭 다시 경계로 나와 역동하는 현실 속에서 우리의 선택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꿈틀대는 맥락 속에서 우리들의 고민을 담아내야 한다. 물론 지금/여기에서 나의 선택은 단순하다. 학교는 학교로서, 학생과 교수와 교직원, 그리고 지역사회의 자산으로서 지켜져야 하며, 이미 박물관에 고이 모셔져야 하는 비리재단의 사리사욕으로 짓밟혀서는 안 된다는 것. 상지대는 원주의 ‘시민대학’으로 지켜져야지, 김문기로 대표되는 비리 구재단의 ‘사유재산’으로 환원되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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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망각시스템에 저항하기 : 어떻게 싸울 것인가?
그렇다면 어떻게 싸울 것인가? 언젠가 블로그(나는 블로거다)에 썼던 것처럼 나는 대단한 도덕심으로 무슨 투철한 정의감으로 상지대 싸움에 참여한 게 아니다. 친한 장애인 활동가에게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민노씨가 상지대 좀 도와줘야겠다.”는 그 말로 나는 상지대 싸움이 뛰어들었다.

그렇게 두 달이 지났다. 아이들(주로 상지대 학생회 간부들과 단과대 학생회장들)과도 무척 친해졌다. 그게 내가 이 싸움에 얻는 가장 즐겁고, 소중한 체험이다. 이기면 모두 얻고, 지면 모두를 잃는 싸움은 스스로를 고독하게 만든다. 진지할 필요는 있지만 괜히 심각해질 필요 없다. 지더라도 우리가 함께 한 시간이 우리에게 진실하고 소중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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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것은 싸움이고, 싸움은 항상 승자와 패자를 만들어낸다. 대한민국에서 사학은 거대한 동맹이고, 카르텔이다. 정말 어마어마하게 견고한 권력이다. 지금까지 그들은 백전백승이었다. 노무현 대통령도 졌던 싸움을 상지대가 하고 있는거다. 사학이 얼마나 거대한 권력인지, 얼마나 무지막지하게 구석구석 촉수를 뻗치고 있는지 이번에 정말 실감했다. 일례로 상지대 문제를 알리기 위해 DAUM에 올렸던 이슈청원은 정말 “빛의 속도로” 번번히 블라인드 처리되었다(소위 명예훼손 등을 문제삼아 권리를 주장하는 쪽에서 임시조치를 요청하는 것. 실질적으론 글을 삭제하는 효과). 나는 블로거로서 상지대 학생들과 블로그를 만들었고(상지대 구출 대작전), 함께 블로거 벗들의 연대를 요청했다. 상지대 학생들과 현장의 살아 있는 표정들을 담기 위해 'The 나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아이폰과 유튜브를 이용한 동영상 작업도 시도했다. 블로거 벗들과는 원주에 직접 내려가 현지를 답사하고(상지 블로거 원정대), 블로거 기자회견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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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 대형집회로서 시민문화제는 두 번이나 열렸고, 지상파인 KBS 2TV [추적60 : 벼랑에 선 상지대, 과거로 돌아가나](2010.8.11. 방송)에선 상지대 사태와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문제를 본격 조명하기도 했다. 시민단체(상지대 지키기 긴급행동)에서도 두터운 연대를 견지했다. 최근 가장 희망적인 일은 학생들 스스로가 연대의 움직임을 가시화하고 있는 점이다. 상지대처럼 사분위의 결정을 앞둔 광운대, 덕성여대, 동덕여대, 대구대 등이 서로 힘을 모아서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기존의 시민단체들과 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 등과도 연대해 ‘범대위’ 구성을 위한 회의가 부산하다.

하지만 누군가의 말처럼 이런 싸움은 두 달을 넘기 어렵다. 특히나 대한민국의 진화한 ‘망각시스템’ 속에서 이런 공적 이슈에 계속 시선을 붙잡는 건 너무 힘들다. 그럼에도 희망의 불씨들은 여전히 꺼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희망의 불씨는 어떤 별천지 아이디어에서, 거대한 자본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주 작은 관심과 관심들이 모여서, 그러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마음 속 그 씨앗에서 피어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지금 당장 구글(www.google.com)에서 ‘상지대’을 검색해 주시라!  ‘상지대 구출 대작전’ 혹은  ‘The 나은 프로젝트’를 방문해주시라!


5. 지옥의 가장 뜨거운 곳
상지대 사태는 대한민국의 교육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질문한다. ‘사학 오너’의 사소한 잘못(‘부정편입학’과 같은 학사행정의 초석에 관한 범죄행위도 관대하기 짝이 없는 사학분쟁조정위원회에겐 사소한 잘못이고, 언제든 치유될 수 있는 비리다)이 있을지라도 학교는 그들의 재산이니까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당신의 우군은 ‘김문기’로 대표되는 상지대 구재단과 교과부, 사학분쟁조정위원회다. 혹은 학교는 어느 누구의 사유재산이 아닌 학교에 참여한 모두의 것, 배우는 학생과 가르치는 교사의 것인 동시에 일하는 직원과 지역사회의 자산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선생은 선생다워야 하고, 학생은 학생다워야 한다는 그 자명한 가치를 지지하는가? ‘학교는 학교다워야 한다’는 그 소박한 상식을 믿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나와 같은 편에 서 있고, 상지대 학생들과 교수, 그리고 교직원의 편에 서 있다.

우리는 지금 당장 입장을 세워서 이 싸움에 동참해야 한다. 이 거대한 싸움에서 ‘방관자’는 없다. 모두가 당사자다. 우리는 당사자로서 우리를 일으키는 신념과 철학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공공의 상식으로 이 싸움에 뛰어들어야 한다. 대한민국 사립대학이 살아남는 길은 ‘사립대학 주식회사’가 되는 길인지, 아니면 그저 ‘학교는 학교’로서, 학생과 교수, 교직원이 참여하는 광장으로, 지역사회의 공적 자산으로 남아야 하는 것인지 우리는 답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 대학은 도덕적 위기의 순간에 빠져 있다.

그 위기는 더 이상 학교는 ‘배우는 학생들의 것’ ‘가르치는 교사의 것’ ‘일하는 교직원의 것’이라는 소박한 소망을 영원한 농담으로 만들어버릴 결정적인 위기다. 대학은 ‘사학 오너님’의 것이니까. 아무리 별별 더러운 짓을 해도 국가에서 잠시 동안 ‘관리’(임시이사제도)해주고, 다시 돌려줘야 하는 것이니까. 대학생인 당신에게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라, 내 동생과 누이의 문제. 우리 부모와 자식의 문제다. 그러니 거듭 말하거니와 우리는 모두 당사자다. 답하라. “지옥의 가장 뜨거운 곳은 도덕적 위기의 시대에 중립을 지킨 자들을 위해 예약되어 있다.”(존 F. 케네디)(각주 참조).


* 각주.
사실 이 유명한 문장은 존 F. 케네디의 잘못된 인용에서 연유한다. 케네디는 1959년 9월 16일 오클라호마주의 털사에서 이 문장이 포함된 연설을 한다. 그리고 자신이 그 문장을 인용한 출처로 ‘단테’(신곡)를 언급한다. "Dante once said that the hottest places in hell are reserved for those who in a period of moral crisis maintain their neutrality." 하지만 이는 착오 혹은 기억의 변주인 것으로 보인다.
참조 :백투더소스_스프링노트 



참고. 상지대 사태 길라잡이 : 2007년 대법원 판결과 사학분쟁조정위원회를 중심으로

상지대 사태를 좀 더 입체적으로 이해하려면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의 반교육적이고, 반역사적인 결정의 논리적 근거로 사분위가 제시하고 있는 2007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07. 5. 17. 선고, 2006다19054 이하 '상지대 판결')의 의미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하 간략히 서술한다.

1. 상지대 판결의 골자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구성되어 13인 재판관이 8:5로 서로 팽팽하게 대립한 판결이다. 의견 대립의 정도를 방증하는 소수의견의 다수의견 비판을 잠깐 들어보자.

"정식이사의 선임에 관한 규정도 아닌 구 사립학교법 제25조의 내용을 근거로 임시이사의 정식이사 선임에 등 권한을 제한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다수의견은 사립학교법의 해석 또는 법률의 적용에 있어서 입법행위에 버금가는 월권행위를 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 다수의견에 대한 김영란, 박시환, 김지형, 이홍훈, 전수안 대법관의 반대의견 중에서

상지대 판결의 의미는 크게 둘이다. 1) 대법원은 '종전이사'의 개념을 창안, 과거 비리재단 관계자들의 원고 적격 인정했다. 재판청구를 위해선 당사자로서 일정한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는 때가 있다. 즉 원고로서 재판을 청구할 법률적 이익이 존재해야 하는데 이를 '소의 이익', 혹은 다른 관점으론 '청구적격' '원고적격'이라고 한다. 상지대 판결은 특히 김문기로 상징되는 과거 비리재단 관계자에게 ‘종전이사’라는 기상천외한 개념을 창안하여 원고적격을 인정한다. 2) '임시이사는 정식이사를 선임할 수 없다'. 과거 퇴출된 비리재단 관계자가 주장하는 청구내용은 '임시이사는 정식이사를 선임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고, 대법원은 원고의 손을 들어준다. 이는 1970년 대법원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판례 변경).

2. 상지대 판결의 파장
상지대 판결은 판결 전에도 관심을 집중시켰고(좌파가 강탈한 ‘사유재산’ 상지대?, 한겨레21. 2007.02.02 제646호), 판결 후에는 말할 것도 없이 엄청난 논란과 파장을 불러왔다.(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관련논평). 과거 비리재단측은 판결의 의미를 확대해석하여 왜곡했고, 2기 사분위는 이를 적극 수용했다. 여기에서 사분위의 성격에 대해 잠깐 살펴볼 필요가 있다.

3. 1기 사분위와 2기 사분위
상지대 판결을 기화로 사립학교법에 사분위 관한 규정이 신설된다(2007년 12월. 사립학교법 24조의 2이하). 이를 근거로 교과부 산하의 국가위원회로 사분위가 구성되며, 이를 편의상 1기 사분위로 통칭한다. 대통령과 국회의장이 각각 3명씩, 그리고 대법원장이 5명을 사실상 선임하는 사분위원은 총 11인으로 구성되고, 임기는 2년이다. 1기 사분위는 진보:보수의 비율이 5:6, 6:5 정도라고 평가된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사분위의 인적 구성이 개편된다. 이를 2기 사분위로 부른다. 2기 사분위의 인적 구성은 균형감을 현저히 상실했다. 이우근 위원장은 최근까지 사학법인측 변호를 담당했고, 고영주 위원는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 상임지도위원 활동 및 친북인명사전’발간(올해 3월)했으며, 강민구 위원은 상지영서대 교수의 양심선언으로 구재단 밀착의혹을 받고 있으며, 김성영 위원은 사립학교법이 개정된 2005년 당시‘한기총 사학수호국민운동본부’ 초대 본부장 역임하며 대형 십자가를 어깨에 매고 사학법 개정 반대 운동을 주도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정재량 위원은 민주평통 자문위원으로 ‘뉴라이트학부모연합’ 공동대표로서 좌편향 교과서 채택 학교 명단공개, 금성출판사 불매운동 등을 전개한 바 있다. 상지대 판결 직후 과거 비리재단측은 '의도적인 보이콧'으로 1기 사분위 결정을 지연시켰고(상지대 시곗바늘을 꺾으려는가, 한겨레21. 2008.12.05 제738호. [이슈추적] 복귀 노리는 김문기 전 이사장 등 옛 비리 재단들, 결단 못내리는 사학분쟁조정위) 2기 사분위가 8월 9일 몇 번의 결정 지연 끝에 상지대 결정을 내리며 과거 비리재단 복귀의 물고를 텄다. 이제는 광운대, 대구대, 동덕여대, 덕성여대 등을 비롯한 다수 사학의 이사진 구성에 관한 결정을 남겨두고 있다.

4. 사분위의 상지대 판결 왜곡
사분위에서 자신의 결정을 정당화하는 논거로 삼고 있는 상지대 판결은 임시이사의 정이사 선임권한에 관한 판단이지, 과거 비리재단 관계자들이 '정이사'가 되거나, 혹은 '정이사를 추천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문제와는 전혀 별개다. 이는 상지대 판결의 다수의견에도 분명하게 명시되고 있다("자신-종전이사, 대법원에서 인정한 과거 비리재단 관계자-이 정식이사로서의 지위를 회복하는지 여부 또는 스스로 새로운 정식이사를 선임할 권한이 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더욱이 사분위는 스스로 마련한 '정이사 선임원칙'에서 정이사 추천권자의 자격에 관하여 "사회상규와 국민의 법감정"에 비춰 적당하지 않은 자는 배제한다는 기준을 세운 바 있다. 사학비리 대명사로 불리는 김문기 전 상지학원 이사장이 이런 '예외조항'이 아니라면 누가 예외조항이란 말인가. 이는 지난 7월 6일 국회 청문회에서 김상희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대해 전임 안병만 장관 역시 인정한 바 있다. 그런데 안병만 전임 장관은 사분위 결정을 법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유일한 권한을 가진 자임에도 불구하고(재심청구권), 이주호 장관으로 교체되는 이취임 직전에 사분위 결정을 승인하고, 도망치듯 달아나버렸다(사분위 결정 최종 승인). 현재는 이주호 장관의 '직권취소'만이 상지대 사태의 원만한 해결방식으로 떠오르고 있다.


5. 사분위의 '회의록 폐기'
가장 최근의 사건으로는 국회 상지대 관련 긴급현안 질의과정에서 사분위가 일방적으로 상지대 결정과정을 담은 51차, 52차 회의 속기록을 폐기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7인의 야당 국회의원이 회의록 열람 요청에 대한 사분위의 답변서를 통해 드러났는데, 사분위라는 괴물 권력이 얼마나 국민들을, 더욱이 국민의 대표인 국회를 깔보고 있는지 알 수 있다(한겨레신문 [사설] 제 결정에 책임도 못 지는 사분위, 존재할 이유 있나. 2010년 9월 10일자)

6. 보유. 김문기 전 이사장은 상지학원의 설립자가 아니다.
김문기는 종전이사에 해당하지 않으며, 설립자도 아니다. 2004년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2두10766)에서 판단한 것처럼 상지학원의 설립자는 원홍묵이고, 김문기는 설립자가 아니다.


* 이 글은 고대교지 [고대문화]에 기고한 글을 사소하게 추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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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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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정환 2010/09/13 18:28

    늘 응원하고 있지만 도움이 못 돼서 미안합니다. 화이팅!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10/09/15 17:46

      정환씨께서 주신 응원의 한마디가 큰 힘이 되네요.
      감사~!!

  2. 이대팔 2010/09/14 01:29

    이게 뭔가 언제 어디서부터인가 분명하지는 않지만 세상의 큰 시스템이? 잘 못 되었다는 것은 어렴풋이? 느끼고...아니 확실히 알겠는데 이 시스템에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두발은 묶인듯 하고 그 와중에 어떻게든 나 하나 챙겨 가겟다고 내 의지로 두손으로 메달리다 보니 주위를 둘러 보아 어디에 손을 내밀어 보태 줄 여력이 없는 채로 그저 입으로만 "어어어"라고 소리내어 보기는 하지만 그저 불쾌한 식은땀처럼 무력감과 민망함만이 2차선으로 등줄기를 내려 꼿는 것 같은...요즘 그런 생각만 자꾸 우러납니다. -_-;; 아~ 글과는 어긋나는 듯한 '공정하지 못한?' 댓글은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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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0/09/15 18:06

      공적인 의제를 일상으로 끌어와야 하는데 그게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당.
      저는 블로그에 큰 기대를 가졌었는데, 현재는 블로그도 오래된 유행처럼 취급(?)되거나 혹은 상업세력에게 거의 잠식되기 직전 인 것 같네요. 트위터 등과 같은 파편화된 의미 유통장치들이 무섭웹과 연계해 득세하면서 일상적인 이야기로서의 공적 의제들과의 접점이 점점 더 가볍고, 자극적인 거대 이슈 혹은 엔터테인먼트 파편들에 의해 잠식되고 있는 듯 하여 안타깝습니다.

  3. 정신병자 2010/09/14 03:10

    '카발리어'라는 만화에 따르면, 의지가 담긴 말은 그 스스로 이루어진다고 하더군요. 그 의지의 크기가 얼마나 큰지에 따라서 그 말이 실행될 확률은 더욱 커진다고 합니다. '만화 오따꾸'인 병자군 역시 최선의 의지를 담아서 이렇게 얘기합니다.

    "상지대는 절대 김문기 따위의 천박한 교육장사치의 것이 아닙니다!"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예수의 것은 예수에게 주어야 하듯이, 학생들의 것은 학생들에게 주어야 합니다. 상지대는 학생 여러분의 것입니다!"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10/09/15 18:07

      인정많고 넓은 아량을 갖고 계신 김문기씨께서 이병석군(학생회장)을 비롯한 상지대 비대위 대표자들 7명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셨다고 하는군요...;;;
      http://saveschool.net/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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