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어제(9월 9일)에 있었던 인터넷 주인찾기 시즌2. '해적이 온다' 준비모임 회의 정리록의 일부다. 세어필의 일차 초벌 정리를 참조해서 따로 녹음한 녹취본을 틀어놓고 정리하고 있는데 현장에서 듣지 못했던 새드개그맨과 강정수의 논의가 흥미롭다. 그 논의 중에 마침 화장실에 다녀오느라 녹음된 걸 이제야 들었다. ㅡ.ㅡ; 그 대화를 일단 옮겨본다. 9월 9일 회의 내용은 딱히 대외비를 유지해야 할 만한 것들을 제외하고는 '인터넷 주인찾기' 블로그/게시판, 그리고 민노씨.네 블로그를 통해 해 공유할 예정이다. 나머지 내용도 가급적 빨리 정리할까 싶다.

사족 한 마디.
최근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회의록을 일방적으로 폐기했다. 과거 비리재단 복귀(상지대) 결정논의를 담은 회의록(51차, 52차 속기록)을 국회의원들의 열람 요청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우리 인터넷주인찾기 모임은 무슨 국가위원회도 아니고, 무슨 대단한 권한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이런 준비 모임에서 이뤄진 회의들, 그 시간과 공간에서 열띠게 논의된 그 모든 의미들이 '우리의 역사'로서 '인터넷 주인찾기'의 과정으로서 당연히 기록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하 녹취록은 발언자의 육성을 그대로 옮기려고 노력했지만, 읽는 이의 편의를 고려해 추고했음을 밝힌다. 발언 당사자의 넉넉한 양해를 기대한다.




#. '저작권법'과 지속 가능한 창작

강정수 : 현실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문제제기를 하면서도 이에 대한 '혁신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예술가를 지원할 수 있는 국가펀드를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유럽에서는 이런 논의들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학원강사'가 되지 않는 이상은 '예술가'로 살아가기 어려운 사회다. 로펌에서 하는 건 청소년들 '등 쳐먹는 짓'이고, 인디 가수들이 대학을 졸업하면 느끼는 가장 큰 고민은 (인디음악을 고수하면서) '어떻게 먹고 살까'이다. 대한민국은 절대 다수의 창작자들이 '창작을 통해서는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 불가능한 사회'다.

링크 : 저작권법은 가령 출판업자, 음반제작자들을 위한 법이지 절대 '아티스트'를 위한 법이 아니다.

강정수  : 대안은 현존하는 '저작권법'을 통해 해결할 수 없다. 저작권법의 본래적인 취지가 '지속가능한 창작'를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었다고 한다면, 현존 저작권법은 이 사명을 완전하게 저버리고 있다. 즉 현재 저작권법 시스템이 만들어놓은 제도와 시장논리는 '지속가능한 창작'이라는 궁극의 취지에 대해 무능하다. 그렇다면 이 '지속가능한 창작'의 문제는 '예술가와 학자에 대한 국가펀드'에 의해 지원되어야 한다.

새드개그맨 : 그 문제는 문화진흥법과 같은 제도에서 다뤄야지, 저작권법을 개정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즉, 그 문제는 문화제도 전반에 관한 컨퍼런스에서 논할 성질이지, 지금 저작권법을 논하고자 하는, '저작물을 잘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법에도 문제가 많으니 저작물을 잘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과는 좀 유리된 것이 아닐까. 즉 우리가 준비하는 컨퍼런스에서 다루고자 하는 소재, 주제 범위에서 벗어나는 것 같다.

강정수  : (독일) 녹색당의 경우엔 정강, 정책으로 '저작권법을 극복하고, 퍼블릭 도메인으로 간다'고 선언하고 있다. 즉, 과도기적 형태로만 현존 저작권법을 인정하고, 앞으로는 마치 '원자력 발전소'를 폐기하는 것처럼, 저작권법 역시 폐기의 방향으로 가야하고, 향후 2,30년 동안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며, 예술가와 창작자에 대한 국가지원 모델을 수립한다는 청사진을 이미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 안건은 현재 유럽의회에서도 논의중이며, 또 이 영역에서 '해적당'과도 많은 접점이 있다. 이 문제를 이번 컨퍼런스에서 모두 소화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왜냐하면 이 문제에 대해 충분한 고민을 거쳤다고 볼 수는 없고, 이제 이런 논의들을 막 접하는 입장에서, 최소한 '해적이 온다'는 타이틀로 준비된 이번 컨퍼런스에선 이상에서와 같은 '혁신적인 대안' 혹은 기존 시스템에 대한 적극적인 항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학교에서 젊은 학생들과 이야기하면 '해적이 온다'는 이번 컨퍼런스의 타이틀에 대해 대단히 우호적인데, 컨퍼런스에서 다룰 주제 역시 이런 젊은 감각과 새로운 혁신의 이미지에 부합해야 하지 않을까?



* 관련 추천글
"‘해적당’에 대한 여론은 싸늘하다. 조롱은 커녕 관심 조차 없다. 그러나 이들의 ‘단일 의제’가 어떻게 새로운 독일 정치사를 써나갈 수 있을지 나로서는 사뭇 기대가 된다." 강정수의 기대처럼 지금 현재 해적당은, 어제 회의에서 강정수가 직접 언급한 내용인데, 총선에서 '3%'가 넘는 투표를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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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양파뉴스 2010/09/12 01:09

    지적 재산, 저작권, 특허에 대해 고찰한 책 중에 해적당원이 참고하기 좋은 온라인 책이 있습니다.

    Economic and Game Theory against Intellectual Monopoly (지적 독점에 반대하는 경제이론과 게임이론) - http://levine.sscnet.ucla.edu/general/intellectual/againstfinal.htm

    전 안 읽었습니다만 혹시 독자 여러분 중 누군가는....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10/09/12 05:24

      (말줄임표에 제가 임의로 바람을 이어 적어보면)
      ...번역해주시면 좋겠네요. ㅎㅎ

      좋은 링크 소개 고맙습니다. :)

  2. 정신병자 2010/09/14 03:27

    강정수씨의 얘기 중 "예술가를 위한 국가펀드"에 대해 기본적으로 찬성의사를 밝히면서 몇가지 궁금한점 추가합니다.

    1. 결국 어떠한 거대한 힘에 의한 지원이라는 것은, 그 거대한 힘에게 또 하나의 권력을 주는 것이 아닐까요? 어떤 예술가에게 지원을 하느냐에 대한 권한을 국가가 가지게 되는 것이잖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자원의 자발적 나눔'을 통해서 저작권자의 정당한 권리 찾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만, '국가'에 의한 예술가 지원 펀드는 단순히 '삼성문화재단' 등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국가가 대신하는 형태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국가에 의한 자원배분이 사기업에 의한 자원배분보다 반드시 공정할까요?

    2. '국가의 공정한 자원배분을 위한 장치'를 구성해야 한다는 논의까지 넘어가면, 결국 정치체계를 어떻게 가져가는가에 대한 문제로 환원되는 것 같아요. 지나친 환원주의일 수도 있겠지만, 결국 '국가권력의 정당한 행사 방법 또는 절차'가 모든 문제의 해결책으로 제시될 텐데, 만일 여기까지 나아간다는 전제 하에, 그렇다면 '삼성문화재단의 공정한 지원을 촉구한다'라는 성명과 본질적으로 다른 점이 없지 않나요?

    3.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말씀하신 유럽에서의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뜻입니다...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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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10/09/15 17:45

      앗, 병자님 정말 오랜만입니당. :)

      1. 국가의 공적 행위에 대해선 좀더 제도적이고, 절차적인 모니터링과 감시장치들이 존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래도요. ^ ^;;

      2. 위과 같은 차원에서 민간의 독립적인 프로그램 집행과 국가행위에 대한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관심과 강제장치는 차이가 있을 듯 합니다.

      3. 저 역시도요. ^ ^;;;
      정수씨께 포스팅 한방 부탁드려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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