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통대로 조롱받다

위 글에 '익명님'(닉네임이 '익명'이 아니라 사전적 의미로 익명입니다. ^ ^; )께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주셨습니다. 매우 의미있는 질문이고, 요즘 자주 이야기되고, 또 고민되는 내용인 것 같습니다. 이하의 질문에 대해 제 짧은 생각이나마 간단하게 답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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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요약을 하면 : 지지선언을 한 대학생들만 욕하는 분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생각이 너무 많이 듭니다. 저는 '오죽하면' MB를 지지하겠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나 확실한 것은 이명박을 끝까지 찍겠다는 사람들도 우리나라 국민들이고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하는 사람들입니다. (중략) 민노씨는 저의 생각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좀 궁금하네요.

@@ 대표성 남용에 대해: 예를 들어 서울대총학생 회장이 "서울대는 공식적으로 국보법 철폐와 미군 철수를 주장합니다" 라고 할 때 이 경우도 대표성 남용에 해당될까요? 설마 남이 하면 불륜 자기가 하면 로맨스는 아니겠지요.

- 익명 


0. 사상 최악 선거를 앞둔 아이큐 평범한 국민의 비애

일단 이미 썼던 위 글로 전체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답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익명님의 질문을 핑계삼아(^ ^) 위 글의 문제의식을 좀더 보충할 수 있다면, 좀더 구체화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일단 저는 아직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했고, 이 고민은 아직 좀더 유지될 것 같습니다.

 
1. 42개 총학생회장 지지선언의 의미 - 해프닝일까, 역사적인 사건일까?

ㄱ. 이번 42개 총학생회장 지지선언은 역사적인 의미를 갖는 상징적인 사건일까요? 아니면 그저 해프닝일까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게 시대의 변화를 상징하는 역사적 사건인지, 아니면 그저 특정 정당의 대선후보 이미지 메이킹에 이용된 '순진한' 대학생들과 한나라당이 벌인 해프닝인지는 지금 당장 확정적으로 말하기 어렵겠죠(새롭게 확인된 사실이 있나요? 살짝 궁금합니다).

ㄴ. 이게 역사적인 상징성을 갖는다는 전제로 말씀 올리면, 저는 이 사건이 갖는 함의는 아주 단순하다고 봅니다. 경제적 요구는 일국의 대통령 후보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소양, 민주주의적인 소양, 법치주의적인 소양이라는 아주 자명한 원리원칙을 '접고' 생각할 수 있을만큼 절박한 요구라는 점입니다. 88만원 세대의 자화상이랄까요.

ㄷ.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하면 이 '경제적 요구'라는 것은 여전히 '이미지'화된 기만적 수사의 세계에 있는 것이지, 그 42명의 대학생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당장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실체의 세계는 아니라고 판단해요. 그리고 이명박씨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그런 '경제적인 신천지'가 '풍요로운 대한민국'이 펼쳐지리란 기대 자체도 '꿈'에 불과하다고 저는 판단합니다.

ㄹ. 왜 그런고 하니, 조선일보라는 대표적인 친 MB 매체에서조차 BBK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서 이명박 후보를 다음과 같이 평가합니다(만평을 통해서요).

A - 이후보가 공범이라면 대통령 후보로서의 자질을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것이고
B - 이후보가 몰랐다면(김경준에게 사기당한 피해자의 한 명이라면) 경제대통령이란 이미지는 허상일 뿐이다.

이것이 조선일보라는 친이명박 매체에서조차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물론 이명박과 경쟁관계에 있는 타 정당이나 이명박 후보에게 비판적인 매체들에서는 말할 것도 없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의 지지율은 그다지 크게 변화가 없다는 것이 불가사의하다는 거죠. 국민들이 망조났다는 겁니다(김근태 망언 사건). 하지만 이게 그다지 불가사의하지 않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대전제는 현정권에 대한 극도의 혐오와 배신감(이것이 설혹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담론권력집단들의 조직적이고 끈질긴 담합구조, 정보와 상징들의 유통구조에 의해 더욱 가중된 부당한 이미지라 할지라도)이겠죠.

다만 이건 빼고 이야기하죠.  


2. 침묵 혹은 독재 메카니즘  

독재가 별개 아닙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는게 저는 독재라고 생각합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을 동어반복적으로 무한재생하는 것이 독재라고 저는 생각해요.
김현은 독재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독재 메카니즘은 동어반복에 있다.
나는 옳다. 왜냐하면 나는 옳으니까.

역으로 이건 말하기 싫은 것에 대해선 침묵하겠다는 겁니다.
이건 기본권인 '진술거부권'과는 전혀 상관 없는, 마땅히 아가리를 벌려야 하는데 벌리지 않는 기형적이고, 전도된 인식 하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BBK 사건에 대입해보죠.

한나라당은 그 온갖 의혹에 대해, 아직 검찰 수사가 진행중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체적으로 사건을 종결해버렸습니다. 이건 공당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행동입니다. 의혹에 대해 질문에 대해 답해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그런데도 그냥 지들끼리 쫑냈습니다. 이런 말도 안되는 코미디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건, 이게 '전략적으로' 유효하게 기능하고 있고, 그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저는 그렇게 판단합니다.

이 당을 공당으로서 인정할 수 있겠습니까?
이 당을 민주주의 공화국에 존재하는 원내 제2당으로 인정할 수 있겠습니까?
이런 당의 후보가, 더욱이 문제의 장본인이 과연 대통령이 될 자격이 있는 것입니까?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해서 지상파 토론을 펑크내는 공당이 과연 제대로 된 민주주의 하의 정당이 맞습니까? (100분 토론 불참 사건)


3. 정치 혐오와 관성, 그리고 달콤한 신세계 ; 아무 생각 없습니다. _^_

위에 기술한 내용은 매우 의식적인 차원입니다.
머리를 (아주 조금은) 쥐어 짜야 하는 '판단'의 영역이고, 선택의 영역입니다.
그런데 대다수 국민들은 이게 다 귀찮습니다.
대체로 굉장히 다수의 국민들, 유권자들은 그러리라 판단합니다.
대충 '삘' 받아서 후보 선택합니다.
지난 시간의 관성으로 후보 선택합니다.
지역색에 맞춰서 결정해버립니다.
그러니 그래도 한나라당은 아니니까, 혹은 그래도 한나라당이니까.
그래도 여기가 광주니까, 혹은 부산이니까.
내 출신학교는 어디라서.
아무개가 대통령 되면 내 집값이 그래도 오를 것 같으니까...
아무래가 되면 (어떤 구체적인 정책에 대한 공약에 대한 판단 전무한 채로) 내 주식이 조금은 더 오를 것 같아서...

이런 지극히 지엽적이고, 부차적인 이유들 혹은 지극히 이기적이며 현실적인 이유들(막연한 개별적 이익에 대한 기대심리)로, 더욱이 추상적인 이미지와 삘에 의지해서 대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니라면 이런 구도가 있을 수가 없습니다.

이 모든 것들을 실증적으로 확인할 수는 없겠지만, 저는 이것이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존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거대 담론생산집단의 꾸준하고, 끈질긴 의식적 틀짓기(참여정부는 괴물이다)와 더불어 생각해야 할 것은 여타 새로운 미디어들의 등장, 새로운 담론생산집단들이 조성하는 환경입니다.

싸이월드의 도착적인 관음증이 풍미하고, 원더걸스라는 짝퉁노래가 최첨단으로 남녀노소를 흥분시키는, 레미안류 광고의 선망과 (소외와 결핍에 대한) 공포 마케팅이 버젓이 TV 통해 세련된 이미지인양 우리들을 포위하고 있습니다. 금융상품에 대한 광고(대부광고, 펀드광고, 보험광고 등등), 아파트 광고들이 우리가 소비하는 그 모든 이미지들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있습니다. 연예인들의 옆구리 터지는 신변잡담이 우리의 눈과 귀를 빨아들입니다. 소위 청년문화, 저항문화의 수준이란게 '카피'한 피상적 이미지만 철없는 개나리처럼 만개한 '애니밴드'가 노래하는 '애니월드'인 현실. 이게 21세기 대한민국의 모습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인터넷 속으로 들어와도 우리를 지배하는 건 포털 실시간 인기 검색어의 세계입니다. 웹의 가장 지배적인 기업인 네이버는 '정치 기사'에 대한 댓글을 금지시키고, 구석탱이로 몰아넣습니다. 여기에 아무리 항의해도 그저 콧등으로 흘려 듣습니다. 네이버에 길들여진 네티즌은 얼마든지 많으니까요. 네이버에서 영입한 스타 언론인 출신 홍씨는 한겨레라는 진보삘 나는 매체에 자신의 공간을 임대받아 폼나게 웹2.0을 이야기합니다. 정말 코미디입니다. 멋진 신세계이면서, 타락한 고모라이면서, 보이지 않는 매트릭스로 이뤄진 감옥입니다. 실시간 인기 검색어를 담은 박스에는 연애인들의 터질듯한 가슴과 각종의 이혼 소식들, 성형수술 소식들이 매일 매일 새롭게(아, 새롭게) 채워집니다.

예수님이 하늘에서 내려오고, 부처님이 환생하고, 알라신이 칼을 빼들어도 도무지 해결이 불가능할 것 같은 모습입니다.

여기에서 '삼성공화국'은 뺐습니다.
이것까지 이야기하면 정말 골 뽀샤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이든 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고도가 오지 않더라도 말이죠.

이런 까닭에...
저는 블로그가 아주 조금은 의미있는 어떤 것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제 횡설수설이 아주 조금은 대답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다시금 고마움을 전합니다. _^_


p.s.
아참, 대표권(성) 남용에 대해서는 학생회장의 권한 행사 방식과 절차(요건)를 규정한 학생회 내부 규약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데요. 이것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죠. 그런데 제가 생각하기엔, 그 권한행사의 적법 요건을 갖췄다 하더라도, 이번 학생들 지지선언은 그 '실체적인 대표성' 차원에서는 의미가 크지는 않은(을) 것 같습니다. ^ ^



* 일단 등록하고, 본문내 관련 링크 (천천히) 입력합니다.



1. 싸이월드 게이 비방 사건

2007/11/28 21:30
#. 내 주관적인 관심사와 호기심도 충족하면서 독자에게도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주로) (최신) 판례들을  하루에 하나씩(물론 지금 생각으론) 간략하게 소개할까 싶다. 물론 일주일에 한 두개가 될 수도 있고, 한 달에 한 개가 될 수도 있다. ㅡㅡ;

개별 판례에 대한 논평은 그저 교양법학 수준의 상식적 논평일 뿐일테니, 이 부족함을 독자들께서 적극적인 논평으로  채워주시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는다. 혹 법률적 지식이 전혀 없더라도 소개되는 판례들은 충분히 현실과 일상 속에서 생각해볼 만한 것들일 것 같다. 독자들께서는 언제라도 자신의 이런 저런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말씀해주시면 고맙겠다. ^ ^

앞으로 소개될 판례는

1. 주로 대법원사이트에서 RSS로 공급해주는 ㄱ. 언론보도판결 ㄴ. 전국법원 주요판결이다. 이 경우엔 각각의 꼭지 해당 웹페이지에 첨부된 pdf파일(사건번호, 적용법률, 당사자, 원심판결, 선고일, 주문, 이유, 담당재판관 등의 정보가 담겨있는)를 참고로 삼는다.

2. 다만 간혹 매우 중요한 리딩케이스들(각 분야에서 선도적인 의의를 갖는 역사적 판례들)도 소개하고 싶다. 이런 판례들의 출처는 대체로 해당 판례를 소개하는 저널이나, 법서들이 될테다.

이 글은 새로운 꼭지 [판례들]에 올려지는 첫 글이다.
그리고 민노씨.네 큰 꼭지인 [밖/단상]의 하위꼭지인 [법][저작권]은 각각 [법]을 큰 꼭지로 사용하고, [저작권]과 [판례들]를 하위꼭지로 사용한다.



0. 사건개요

사건 : 2007도 50077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위반(명예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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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는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하여야 하는바(대법원 2000.2.25. 선고 98도2188 판결 등 참조), 어떤 표현이 명예훼손적인지 여부는 그 표현에 대한 사회 통념에 따른 객관적 평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가치중립적인 표현을 사용하였다 하더라도 사회 통념상 그로 인하여 특정인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되었다고 판단된다면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다.
원심판결의 이유에 의하면,

(이하 사실관계) 원심은 그 설시의 증거를 종합하여, 사실은 피해자가 동성애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인터넷사이트 싸이월드에 7회에 걸쳐 피해자가 동성애자라는 내용의 글을 게재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현재 우리사회에서 자신이 스스로 동성애자라고 공개적으로 밝히는 경우 사회적으로 상당한 주목을 받는 점, 피고인이 피해자를 괴롭히기 위하여 이 사건 글을 게재한 점 등 그 판시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이하 원심에 대한 판단) 피고인이 위와 같은 글을 게시한 행위는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하여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는바, 위의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옳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채증법칙 위배, 심리미진 또는 명예훼손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2. 그리고 피고인에게 벌금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의 양정이 너무 무겁다는 사유는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김황식
대법관 김영란


1. 싸이월드 게이 비방 사건

이 사건을 편의상 '싸이월드 게이 비방 사건'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해당 대법원 웹페이지를 보면 이렇게 이 사건을 소개하고 있다.

11/12
"자신을 스토커라고 말한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싸이월드 홈페이지에 'OO는 게이'라는글을 게재한 것은 명예훼손에 해당" <대법>

사건을 다시 간략히 정리하자면(이유에 설명된 내용 역시 간결하긴 하지만) 다음과 같다.

갑돌이(정황상 남자)가 을순이(정황상 여자 같다)에게 "그만 따라다녀라, 이 스토커야!"라고 모욕을 주자, 이에 앙심을 품은 을순이가 갑돌이의 싸이월드 홈페이지에 찾아가 7회에 걸쳐 "갑돌이는 게이다~!"라고 한 사건이다.

그러니까 '일종의 얼레리 꼴레리'라고 지나칠 수도 있는 사건인데 대법원까지 올라간거다. 물론 나는 갑돌이가 아니라서 이렇게 속편하게 이야기하는 거겠지만 말이다.


2. '게이'라는 말.  

이 판례가 중요한 이유는 '게이'가 여전히 한국사회에서 '모욕'과 '비방'목적의 '언어'로서 유효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유]에서도 설시되고 있는 것처럼 '게이' 혹은 '동성애자'라는 말은 가치중립적인 표현이지만, 그것은 '사회 통념'상 충분히 타인을 비방하기 위한 목적을 위해 사용될 수 있는 '수단'으로서의 언어이며, 또 현실적으로 그 타인에게 '사회적 평가'를 하락시키는 것이 인정된다고 대법원은 말하고 있다.

법원의 판단이 전향적이라거나, 혹은 퇴행적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 판결은 대한민국의 평균적인 사회 통념을 비교적 적확히 반영하고 있는 판례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 때의 사회 통념은 법률적 판단의 표준으로, 즉 법률해석의 기준으로 설정되는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사회통념일 뿐이다. 그러니 그것이 어떤 구체적인 근거를 갖는 실증적 자료는 물론 아니다.


3.
내 블로거 벗 중에 게이가 있다(참고로 나는 이성애자다).
이 친구는 스스로 당당하게 게이임을 밝히고, 또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서 게이 동아리 활동도 한다. 다정다감하고, 독특하며, 매력적이고, 또 귀여운 이 어린 친구는 지금 군복무중이다.

문득 그 친구의 근황이 궁금해진다.



* 명예훼손에 대한 상식적인 내용들은 추고를 통해 보충할 수 있습니다.
* 추고(보충) 시각 표시는 댓글창을 이용합니다.



0. 전국 42개대 총학, 이명박 지지선언 (데일리안)
전국 42개대 총학생회장, 이명박 지지선언 논란 (동아닷컴)


1. 42개 총학회장들 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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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일단 이명박 지지선언에 대해선 개인적으론 좀 황당한 느낌이다. 그런데 이건 개인적인 '느낌'과 '감상'일 뿐이고, 자신의 의지와 선택으로 이명박을 지지한다는데 그 '선택' 자체를 비판하는 건 옳지 못하다고 (머리 속으론) 생각한다.
물론 (심정적으론) 왜 저러나.. 싶긴 하지만...  ㅡ_ㅡ;;


3. 궁금한 건 이에 대한 반응들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나 역시 세속적인 호기심으로 그 학교들의 면면을 가장 먼저 살펴보긴 했지만(그렇다, 나 속물이다), 좀 심하게 '학벌주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피력하는, 그러니 웬 듣도 보도 못한 똥통대학, 따라지 대학들이 쌩쑈냐, 이런 부당하고, 지나치게 공격적인 반응이 많다.

가령 동아닷컴에 남겨진 댓글을 살펴보면...

- 따라지 大 총리스트군. 정의감도 패기도 없는 이런 놈들을 입사시키면 망한다.

- 온갖 똥통대는 다 모아놨네.

-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똥통대학들만 모였구만... 꼴에 나중에 정계에 나갈요량으로 개지랄 하는 모양인데, 말짱 헛수고다 이넘들아...

- 대학교 명단 잘 봐라...

- 이 대학들의 공통점~ 지방 삼류대 내지 오류대..내지 똥통대.

- 그러게 누가 저런 쓰레기대학에 들어가랬냐? 핵교다닐때 공부좀하지~ㅋㅋ

- 냄새가 풀풀 나는군...공부 못하는 머리 나쁜 애들만 명박이 지지한다고 자랑하는것도 아니고..

- 간판만 대학이지 최하위권 들떨어진 애들 꼬두켜 뭔짓꺼리하냐?

- 서울대, 연세대, 서강대, 이화여대, 하버드대, MIT, 옥스포드 등의 학생 회장은 누구를 지지할까?

- 위에 나온 대학교 명단은 머리에 든것 없는 애들이 쉽게 입학할수 있고....

이런 의견들이 전체 의견 중 절반을 넘는 것 같다.

식상한 이야기지만 소위 '일류대' 회장들이 이명박 지지를 선언했다면, 혹은 정동영이나 문국현이나 권영길에 대한 지지선언을 했다면 반응이 이랬을까 싶기도 하다.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는 의견이라도 그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비판이 정당화되고, 비판근거가 생겨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런 반응들을 만나면서, (거듭 식상하지만) 볼테르의 경구를 떠올리게 되었다.

나는 당신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만일 당신이 그 견해 때문에 박해를 받는다면 나는 당신 편에 서서 싸우겠다.



4. 위 동아닷컴에 다시 가보니 이런 의견도 올라왔다.

어느 조직이나 단체의 명의를 걸고 어떤 일정한 후보를 지지한다는 말은 민주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 본다. 그 이유는 민주사회는 개성과 다양성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만약 어떤 대표성있는 입장을 표현하려면 전체가 같은 입장에 서 있을 때야 만이 가능하지않을까? 그러기에 **대학총학생회장이 누구를 지지한다는 성명발표는 넌센스라 생각된다. 그 대학전체학생의 동일한 지지입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지, 반대, 중립....등등 다채로운 자유의지가 있잖는가?

따라서 이런 행태는 소수 몇몇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자기들 입맛에 맞는 방향으로 이끄는 결과요 그 학교학생 개개인의 인격을 무시하는 처사로 보여져 씁쓸하군요. (까막소)

이런 합리적인 비판의견은 충분히 이유 있다고 본다.
그러니 아무리 대표성을 갖는 '학생회장'이라는 신분을 갖고 있더라도, 이 의견은 그 학생회장 42명의 의견일 뿐, 그 42개 대학 전체의 의사를 대표한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을테다. 이런 '거창한' 선언을 발표하기 위해 어떤 합리적인, 민주적인 의견수렴 절차를 거쳤는지도 궁금하다. 이런 대표성을 가진 학생들이 경솔하게 그 대표성을 남용하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할테다.


5. 내 생각으론, 이 지지선언에 내포된 문제는 경제적인 요구(그것도 환상이거나 이미지일 뿐인)가 도덕적인 요구를 압도하고 있는 현실이다. "똥통대"라고 조롱받는 대학의 젊은이들, 그러니 대한민국 학벌주의 사회의 비정한 경쟁시스템에서 소외될 확률이 매우 높은 청년들이 '경제대통령'이라는 환상과 이미지에 끌려 이명박을 지지하고 있는 현실은 그 자체만으로 씁쓸함을 넘어서 쓸쓸하기까지 하다.

무능’은 나라의 발전을 지체 시킬 뿐이지만, ‘부패’는 거기에 더해 역사를 후퇴시킨다.
- 미디어오늘, 박상주, '부패'보다 '무능'이 나은 이유 중에서

지지 선언한 42명의 학생들은 그저 피상적인 이미지가 아닌 무능과 부패의 문제, 역사와 정치와 민주주의의 문제를 좀더 입체적으로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더불어 이 어린 학생들이 몸담고 있는 학교의 세속적 위계를 들어 이들을 비난하는 구차하고, 치졸한 의견들은 사라지기를 바란다. 이건 나 자신에게도 하는 말인데, "인간이 되긴 힘들겠지만, 괴물이 되진 말자"(홍상수)



* 이 글은
["오죽하면 MB를 지지하겠나? - 42, 침묵과 독재 메커니즘, 그리고 달콤한 신세계]로 이어집니다. "오죽하면 ..."은 익명님께 드리는 제 부족한 대답이기도 합니다.



1. 역사의식이 중요한 건 반복될 수 있는 인간의 과오, 그것이 초래할 공포와 야만을 피할 수 있는 관점과 철학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2. (예전 정은임이 'FM 영화음악' 진행하던 시절, 정성일에게서 들은 이야기인데) 미국의 실증주의 역사학자들은 나치의 유태인 집단학살, 즉 '홀로코스트'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고 한다. 증명하기가 힘드니까.

그래서 영화 하나가 만들어졌다.
끌로드 란쯔만이 감독한 다큐멘터리 [쇼아](shoah. 히브리어로 '멸절'을 의미)다.
화면 가득 클로즈업된 홀로코스트의 생존자들이 끊임없이 진술한다.
감정에 호소하지도 않고, 구호로 선동하지도 않는다.
그저 아우슈비츠의 한 복판에 있었던 노인들이 자신이 겪은 그 야만들을 진술할 뿐이다.
그저 이야기하는 노인들의 떨리는 눈동자와 흘러내리는 눈물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관객들은 안다.
아우슈비츠는 사실이었고, 저 노인들의 말이 진실이란 걸.


3. 펄님 블로그에 들렸다가 안병직과 이영훈이라는 소위 '뉴라이트' 역사학자들(경제사학)의 대담집에 대한 서평을 읽었다. 펄님께서 인용한 구절들을 보면, 이들의 역사의식이 그대로 드러난다.

펄님께서 인용한 구절들은 강제징용, 종군위안부에 대해 안씨와 이씨가 서로 지껄인(말 그대로 지.껄.인.) 내용이다. 발췌 재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 근현대사는 제국주의와의 투쟁 과정뿐 아니라 그와 협력하면서 근대 문명을 학습하고 실천하는 캐치업의 복합적인 과정이었습니다. 이 점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없기 때문에 과거사 청산이라는 해서 안 될, 해도 되지 않을 무리한 일을 시작했다고 봅니다. 노무현 정부의 국정 운영이 점점 더 혼란스러워지고 민심이 떠나는 것도 이 같은 잘못된 역사 인식에 기초한 과거사 청산에 큰 요인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안병직 : 모집과 관 알선에 의한 노동 이동을 (강제) 동원이라 할 수 있는가라는 점입니다. 처음 모집 단계에는 일본의 회사가 조선에 와서 직접 노동자를 채용했는데 지원자가 넘쳐났습니다. 강제로 갔다고 할 수 없지요.

이영훈 : (...중략...) 어쨌든 다소간의 강제적 분위기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역사학자들이 주장하고 있는 강제동원설이 옳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한국 연구자들이 강제연행설을 주장하는 근거는 대체로 다음의 두 가지인 것 같습니다. 하나는 생존 위안부들의 증언입니다. (...중략...) 다른 한 가지는 여자들이 위안부로 해외로 나갈 때 필요한 여행증명서를 관에서 발급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는 모두 정황론적인 성격이 강합니다. (...중략...) 그렇지만 피해자들의 오래된 기억만으로는 관의 공식적 개입을 입증하기는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60년도 더 된 과거사를 가지고, 또 싫든 좋든 1965년의 한일협정을 통해 청산된 양국의 과거사를 가지고 무리한 요구를 계속하면서 상대방을 궁지로 몰아가는 것은 우방으로서 도리가 아닙니다.

솔직히 말해 나는 정대협이 연로한 위안부들을 동원하여 매주 벌이고 있는 일본대사관 앞 시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쓰레기를 광고해주는 매체가 있다.
두 말하면 입아프다.
일등신문 조선일보다.
이러니까 도저히 용서하고 싶어도 용서가 안된다. (해당기사)
(링크는 걸지만, 굳이 읽을 걸 권하진 않는다)
(조선일보 온몸으로 보여준 역사의식의 단면이 궁금하다면 80년 5월의 조선일보를 참조).

"피해자들(위안부 할머니)의 오래된 기억만으로 관의 공식적 개입을 입증하기는 무리"라고?

우리에게도 이런 망언에 대답할 영화가 있다.
변영주의 [낮은 목소리](1~3)다.


4. 칼 마르크스는 말했다.

"역사는 두 번 반복된다. 한번은 비극으로, 또 한번은 희극으로…"

일본 제국주의라는 20세기 대한민국사의 비극이 21세기 대한민국 한복판에서 희극으로 재현되는 느낌이다.
하지만 한판 코미디로 치부하기엔 너무도 씁쓸하다.
아,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구나...





* 참조할 만한 페이지
서울 인권영화제 - 쇼아 (인권운동 사랑방)
숨결 - 낮은 목소리 3 (박재환의 리뷰)
1993∼2000 <낮은 목소리>에서 <숨결>까지[제작일지]  (씨네21)
낮은 목소리 DVD 세트


* 민노씨.네 관련글
조선일보(1페이지 , 2페이지)
역사의식


* 발아점
만약 정말 남아도는 돈 1만3,000원이 있다면... (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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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사람이 계속 앞서는 이상한 나라"
"국민이 노망 든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다"

- 김근태, 2007. 11. 25.
[대통합민주신당 전국선대위원장 회의] 발언 중에서

답답한 건 유권자다 (한겨레, 권태선)
이명박 지지자는 바보가 아니다 (오마이, 손석춘)


1.
일단 나는 김근태의 '실언(혹은 망언)'에 공감한다.
하지만 내가 봐도 이건 실언이고, 망언이다.
그러니까 나는 감상적으로, 감정적으로, 망언에 공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망조다.



2.
권태선과 손석춘 공히 작금의 이명박 지지율은 이명박 지지자들이 '노망'나서 그런 것이, 물론 아니라, 여권이 하도 X같아서 그런거다.라고 본다.

우선 권태선은 이렇게 지적한다.
ㄱ. 그렇다면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 참여정부 들어 더 심해진 사회 양극화와 부동산값 폭등 등 여러 가지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큰 과오는 국민의 마음을 사는 데 실패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ㄴ. (여권은) 대부분의 정책 이행과정에서 국민과 소통하면서 자신들의 외연을 확대하는 대신, 자신들만이 옳다고 고집함으로써 스스로를 고립시켰다.

손석춘은 이렇게 지적한다.
ㄱ. 이명박의 지지율이 고공인 까닭은, 이회창의 지지율이 2위인 까닭은, 현 노무현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민의에 있다.

ㄴ. 말만 요란했던 정권에 대한 심판이자 변화를 이루고 싶은 민심의 표현이다.

 
3.
우선 권태선의 해법이 흥미롭다.
권태선은 다음과 같이 글을 마무리 한다.

"이제라도 참담한 상황을 돌파하고 도약하기 위해선 비상한 방법이 필요하다. 이른바 범여권 후보들이 개인과 분파의 이익을 넘어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 자기희생적 결단을 내림으로써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면 상황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굉장히 돌려서 말했는데,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_-;), '의역'하면 단일화하란 얘기다. "개인과 분파의 이익을 넘어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 자기희생적 결단"이라는 과도하게 추상적이고, 아리까리한 수사는 결국 '단일화'가 아닌가 싶다(달리 해석한 독자 계시면 댓글 플리즈~~).

답답한 국민들 위해 단일화해라?
도로 민주당도 지긋지긋한 판에, 도로 2002 하라니. ㅡㅡ;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희생적 결단'이 정책적인 연대을 전제한 당선가능성 높은 범여권 후보 일인을 위한 군소후보의 전략적 사퇴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면 생각해볼 문제이긴 하다(한편으론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나 싶기도 하지만... ).

손석춘은

ㄱ. 이명박 후보의 두 자녀 위장취업 문제
ㄴ. BBK 주가조작 사건

을 지적하면서, 특히 BBK에 대해선 한나라당의 '침묵 작전'(이에 대해선 따로 쓸까 싶다)을 비판하면서, (이명박 후보가 주창한 정책선거를 위해서라도) 아가리를 벌리라고 일갈한다.

그리고 (그렇게 계속 얼버무리거나 침묵으로 일관하면) "그(이명박)가 노 정권을 심판할 자격이 있을까, 회의적 눈길이 늘어나"서, "노 정권을 심판할 적임자를 바꿀 수 있다."고 마무리 한다.

무난한 결론이지만, 좀 식상한 결론이기도 하다.
이런 당연하고 지당한 결론이 식상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현실 정치의 풍경이 너무도 과도하게 SF삘이라서 그런거다. 이건 정말 어떤 영화와 드라마가 와도, 게임이 안될 만큼 드라마틱하다.

버라이어티 쇼쇼쇼!!!
그런데 그 쇼가 이토록 지루할 수 있다는 것도 참 신기하긴 하다.

뽑을 후보가 없어서 그런거다.


4.
"사상 최악의 선거" (최장집 교수)

ㄱ. 이명박은 드러난 비리만으로도 '민주주의 하에서의 법의 지배'를 스스로를 대상삼아 테스트하고 있는 비도덕적 인물이고,

ㄴ. 정동영은 현 선거가 노무현 정부에 대한 평가라는 성격을 갖고 있다면 좀더 강력한 대안을 제시해야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정책과 리더쉽에 있어 그 비전과 일관성을 신뢰할 수 없으며,

ㄷ. 이회창의 냉전 반공사상으로 시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차떼기 정당, 국세청 동원해 선거자금 주도한 정당의 책임자로서 이미 평가할 만한 인물이 되지 않고,

ㄹ. 문국현은 여권 해체가 가져온 '아웃사이더'인데, 그 정체성에 대해 만족할 만한 해답을 주지 못하고, 급조된 창조한국당은 누구를 대표 하는가? 하는 물음에 답하기 어렵다고 최장집은 평한다.

ㅁ. 끝으로 권영길에 대해선 노동자, 저소득 소외 계층에 대한 대표성을 획득하지 못한 채로 '코리아 연방 공화국' 같은 추상적인 구호 수준의 정책을 외치고 있다고 싸늘하게 평가한다.

대체로 공감한다.

그렇다면...

"보통 아이큐로는 내 공약을 이해 못할 수도 있다."

IQ 430의 허경영 후보만이 희망인 걸까?

보통 아이큐로는 이해할 수 없다는 허경영의 정책은 다음과 같다.

"대통령이 되면 국가예산 320조를, 160조 절약해서 모든 국민에게 공평하게 15억을 돌려주겠다. 그래서 국민 90%가 중산층이 되는 국가를 만들겠다."

와우!
역시 허경영!!

하지만, 감탄도 잠시뿐...
결론은, 난 역시나, 보통 아이큐를 가진 평범한 유권자란 거다.

이제 대한민국 정치는 아주 급진적이고, 대단히 아방가르드한 SF 단계에 돌입한 것 같다.
IQ 430이 아니면 희망을 볼 수 없는, 대안을 발견할 수 없는 난이도 이빠이 높은 단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누군가를 선택해야 한다.
최선이 없다면 차선을,
차선이 없다면 차악을...!

(이 식상한 결론이라니.. ㅡ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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