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역사의식이 중요한 건 반복될 수 있는 인간의 과오, 그것이 초래할 공포와 야만을 피할 수 있는 관점과 철학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2. (예전 정은임이 'FM 영화음악' 진행하던 시절, 정성일에게서 들은 이야기인데) 미국의 실증주의 역사학자들은 나치의 유태인 집단학살, 즉 '홀로코스트'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고 한다. 증명하기가 힘드니까.

그래서 영화 하나가 만들어졌다.
끌로드 란쯔만이 감독한 다큐멘터리 [쇼아](shoah. 히브리어로 '멸절'을 의미)다.
화면 가득 클로즈업된 홀로코스트의 생존자들이 끊임없이 진술한다.
감정에 호소하지도 않고, 구호로 선동하지도 않는다.
그저 아우슈비츠의 한 복판에 있었던 노인들이 자신이 겪은 그 야만들을 진술할 뿐이다.
그저 이야기하는 노인들의 떨리는 눈동자와 흘러내리는 눈물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관객들은 안다.
아우슈비츠는 사실이었고, 저 노인들의 말이 진실이란 걸.


3. 님 블로그에 들렸다가 안병직과 이영훈이라는 소위 '뉴라이트' 역사학자들(경제사학)의 대담집에 대한 서평을 읽었다. 님께서 인용한 구절들을 보면, 이들의 역사의식이 그대로 드러난다.

님께서 인용한 구절들은 강제징용, 종군위안부에 대해 안씨와 이씨가 서로 지껄인(말 그대로 지.껄.인.) 내용이다. 발췌 재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 근현대사는 제국주의와의 투쟁 과정뿐 아니라 그와 협력하면서 근대 문명을 학습하고 실천하는 캐치업의 복합적인 과정이었습니다. 이 점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없기 때문에 과거사 청산이라는 해서 안 될, 해도 되지 않을 무리한 일을 시작했다고 봅니다. 노무현 정부의 국정 운영이 점점 더 혼란스러워지고 민심이 떠나는 것도 이 같은 잘못된 역사 인식에 기초한 과거사 청산에 큰 요인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안병직 : 모집과 관 알선에 의한 노동 이동을 (강제) 동원이라 할 수 있는가라는 점입니다. 처음 모집 단계에는 일본의 회사가 조선에 와서 직접 노동자를 채용했는데 지원자가 넘쳐났습니다. 강제로 갔다고 할 수 없지요.

이영훈 : (...중략...) 어쨌든 다소간의 강제적 분위기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역사학자들이 주장하고 있는 강제동원설이 옳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한국 연구자들이 강제연행설을 주장하는 근거는 대체로 다음의 두 가지인 것 같습니다. 하나는 생존 위안부들의 증언입니다. (...중략...) 다른 한 가지는 여자들이 위안부로 해외로 나갈 때 필요한 여행증명서를 관에서 발급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는 모두 정황론적인 성격이 강합니다. (...중략...) 그렇지만 피해자들의 오래된 기억만으로는 관의 공식적 개입을 입증하기는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60년도 더 된 과거사를 가지고, 또 싫든 좋든 1965년의 한일협정을 통해 청산된 양국의 과거사를 가지고 무리한 요구를 계속하면서 상대방을 궁지로 몰아가는 것은 우방으로서 도리가 아닙니다.

솔직히 말해 나는 정대협이 연로한 위안부들을 동원하여 매주 벌이고 있는 일본대사관 앞 시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쓰레기를 광고해주는 매체가 있다.
두 말하면 입아프다.
일등신문 조선일보다.
이러니까 도저히 용서하고 싶어도 용서가 안된다. (해당기사)
(링크는 걸지만, 굳이 읽을 걸 권하진 않는다)
(조선일보 온몸으로 보여준 역사의식의 단면이 궁금하다면 80년 5월의 조선일보를 참조).

"피해자들(위안부 할머니)의 오래된 기억만으로 관의 공식적 개입을 입증하기는 무리"라고?

우리에게도 이런 망언에 대답할 영화가 있다.
변영주의 [낮은 목소리](1~3)다.


4. 칼 마르크스는 말했다.

"역사는 두 번 반복된다. 한번은 비극으로, 또 한번은 희극으로…"

일본 제국주의라는 20세기 대한민국사의 비극이 21세기 대한민국 한복판에서 희극으로 재현되는 느낌이다.
하지만 한판 코미디로 치부하기엔 너무도 씁쓸하다.
아,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구나...





* 참조할 만한 페이지
서울 인권영화제 - 쇼아 (인권운동 사랑방)
숨결 - 낮은 목소리 3 (박재환의 리뷰)
1993∼2000 <낮은 목소리>에서 <숨결>까지[제작일지]  (씨네21)
낮은 목소리 DVD 세트


* 민노씨.네 관련글
조선일보(1페이지 , 2페이지)
역사의식


* 발아점
만약 정말 남아도는 돈 1만3,000원이 있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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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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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raco 2007/11/28 08:48

    뉴라이트와 친한 모당의 후보에게 과거사청산에 대한 시각을 물어보는 자리가 있었으면 했는데요...TV에도 안나온다니 뭐...-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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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11/28 12:01

      그러게요.
      각 대선후보들에게 꼭 검증했으면 하네요.: )

  2. mindfree 2007/11/28 10:07

    옴마야.. 65년에 당시 귀때기 새파란 김종필이 얼렁뚱땅 해치운 걸 '과거청산'이라고 부르고도 역사학자라고 한단 말인가! 환장할 노릇입니다...

    덧; '짓거린' -> '지껄인'이 올바른 표기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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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11/28 13:36

      그러게나말입니다.

      덧.
      앗, 기초적인 표기인데 확인 하지 못했네요. (민망 ^ ^; )
      지적 고맙습니다. : )

  3. 댕글댕글파파 2007/11/28 10:43

    그냥 씨부린 글이네요..
    1965년 한일협정으로 청산이 되었다니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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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11/28 12:03

      씨부린이란 표현도 차 어울립니다. ㅡㅡ;;

  4. 이정일 2007/11/28 11:30

    우리나라에는 지성인이라는 이름으로 세치혀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두번 죽이는 만행을 저지르는 자들이 많습니다.

    저런 자들이 어떻게 학자가 되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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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11/28 12:05

      특히나 안병직은 좌파의 대표적인 사가였던 사람이었는데..
      이렇게 극단적으로 전향(?)해야 했던 까닭이 궁금하기까지 합니다.

  5. 선인장 2007/11/28 14:16

    이런 사람들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저렇게 말할 수 있는 걸까요.
    역시 조선일보와 그 작당패들인가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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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11/28 17:20

      아마도 자신들이 매우 합리적이고, 세련된 세계관, 역사관을 갖고 있다고 믿고 있을테죠. 그 세련된 야만이 더더욱 짜증 이빠이 상승시킵니다. ㅡㅡ;

  6. 비디 2007/11/28 17:23

    정말 화나네요, 아 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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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11/28 18:04

      정말 분노가 치밀어오릅니다...

  7. Magicboy 2007/11/29 00:29

    가끔.. 우리나라에도 태형 이라는 제도가 아직 남아있었으면 하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_-;; .. 좀 맞아야지 저런 사람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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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11/29 00:40

      서울대 경제학부 학과장이고(이영훈), 뉴라이트의 대부(안병직)이랍니다.
      ㅡㅡ;;;

  8. cansmile  2007/11/29 01:51

    ... 정대협이 연로한 위안부들을 동원하여 ...

    마치 정말로 위해주는 것인줄 착각할 뻔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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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7/11/29 02:32

      이영훈과 안병직을 아주 악랄한 악당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들의 입장과 철학에는 도저히 찬성할 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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