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아점 : 베를린로그
- 베를린로그, 강정수, 2011/01/12  

아래 질문들은 베를린로그의 강정수씨께서 작성한 질문들입니다.

1. 당신에게는 질문이 중요합니까, 아니면 답이 중요합니까?
둘다 중요하지만 대개의 경우 답이 중요합니다. 아주 특별한 질문이 아닌 경우엔.

2. 언제 휴대전화의 전원을 끄시나요?
일단은 몸이 아프고(몸살 따위), 무엇보다 단절이 위로가 되는 순간들을 느낄 때

3. 어떤 요일이 가장 싫으세요?
일요일. 특히 일요일 오후 4시.  

4. 하루 중 어떤 때가 가장 두렵습니까?
하루 중 어떤 특정시간대에 두려움을 느낀다는 전제에 선 질문인데, 하루 중 어떤 때가 빈번하게 두렵지는 않습니다. 그때 그때 달라요. ^ ^;

5. 당신은 오늘 맘 속에 어떤 멜로디를 품고 있나요?
크랜베리스(The Cranberries)가 리메이크한 플릿우드맥(Fleetwood Mac)의 'Go Your Own Way' 후렴구의 멜로디 -> 유튜브 링크  

6. 어제는 어떤 멜로디였죠?
위에 있는 같은 곡이요.

7. 당신에게 행복은 무엇입니까?
여자친구와 침대에 누워서 수다를 떨며 [몽크]를 보다가 섹스 하고 나서 잠이 든 그 여자를 잠깐 동안 바라보는 것. 지금 보다 조금 더 나은 멋진 걸 함께 꿈꾸는 친구들. 가족의 안녕. 재밌고, 창조적이며, 따뜻한 대화.

8. 무엇이 당신을 두렵게 하나요?
쭉쭉빵빵한 여자들.을 욕망하는 남자들.을 사육하는 시스템.을 견고화시키는 모든 것들.

9. 이른바 스팩 쌓는 것이 행복하십니까?
스팩이란 걸 쌓아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행복하지는 않더라도, 안도감을 느끼겠죠.

10. 언제 마음의 평안을 얻습니까?
좋아하는 드라마(주로 미드)를 보면서 짜장면이나 떡볶이를 먹을 때

11. 당신을 울게 만드 것은 무엇인가요?
너무 많아서, 다만 거칠게 범주화시키면, 아름다운 것들, 따뜻한 것들, 만질 수 없는 것들.

12. 최근 펑펑 운 적이 있나요?
위 5.번 노래를 들으며 가다가 지하철에서 거의 울뻔 했음. ㅡ.ㅡ;

13. 왜요?
원곡을 부른 플릿우드맥의 라이브를 아이폰 유튜브로 보고 듣는데, 왠지 울컥하게 되더구먼요. 그 밴드의 연주가 훌륭해서라기 보다는 그 공간의 시각적인 느낌과 음악의 청각적인 느낌이 '아, 저 사람들은 마치 자신이 무화되는 그 순간들을 지금/그때 실현하고 있구나(있었구나)' 하는 경탄과 부러움.. 이런 감정.. 제목이나 잘 들리진 않지만(단순 멜로디/단순 가사) 가사들도 제 현재 심경과 맞닿는 부분들이 많았구요. -> 유튜브 링크 

14. 당신이 당신이 아님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종종 그런데, 그 순간의 느낌이나 상황을 언어로 포착하기는 어렵구먼요.

15. 당신의 상처는 몇 개입니까?
몸에 난 흉터를 말하는 건가요? 꽤 많겠죠.

16. 혹 마음의 상처는 몇 개입니까?
7개요. 물론 농담입니다. 이건 좀 질문이 묘한데요?

17. 언제 이 세상이 몸서리처질 정도로 싫으십니까?
최근 경험으론 홍익대 총학 아이들의 그 불쌍한 성명서를 읽었을 때. 걔들이 싫다, 짜증난다, 이런게 아니라 그 아이들을 그렇게 사육한 이 빌어먹을 세상이 너무 한심하게 또 무섭게 짜증나서...

18. 왜 당신은 한나라당을 지지하십니까?
지지하지 않는뎁쇼.

19. 당신은 하루에 최소 한 번 마주치는 청소하시는 분들의 하루 일당이 얼마인지 궁금해 본 적 있으십니까?
네.

20. 당신은 이 매연 가득 찬 서울을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적 있습니까? 언제요?
종종이요. 특히 서울 바깥에 있는 공기 맑은 곳에 있을 때요.

21. 그럼 어디로 가실 건가요?
항상 마음 속으로 좋아하는 곳은 춘천.

22. 돌아오실 건가요?
아마도...

23. 영어는 왜 해야하나요?
영어로 된 정보들 가운데 접하고 싶은 정보들이 많아서. 그런데 그게 한국어로 번역이 안된 것들이 대부분이라서.

24. 영어 잘하는 사람이 멋져 보이십니까? 왜요?
멋있죠. 그렇게 길들여졌으니까, 아주 오랫동안. 머리로 부정해도 그 관성은 남아 있는거죠. 대한민국은 여전히 미국의 심리적 식민지에 가까우니까.

25. 당신은 엄마라는 호칭으로 어머니를 부르시나요? 어머니라는 호칭으로 엄마를 부르시나요?
엄마

26. 엄마가 애처롭게 느껴진 적은 언제인가요?
거의 항상. 네루다의 '망각은 없다'를 읽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27. 우리 이제 ‘안녕?’이라고 인사할까요, ‘안녕!’이라고 인사할까요?
안녕? 이라고 하면 직관적으론 이상하고, 의미적으론 아주 멋지네요. 안녕! 이라고 하면 직관적으론 명쾌하고, 단정한 느낌이지만, 의미적으론 약간 쓸쓸하구요. 안녕?! 이라고 써봤는데 뭔가 어설픈 느낌...;;

+1. 당신은 어떤 때 스스로 속물이라고 느끼세요?
거의 늘. 특히 스스로가 매력 없다고 느낄 때, 그런데 그러기 싫을 때.

- 릴레이 : 하시면 좋고, 안하셔도 어쩔 수 없구요. : )

- 규칙  1.
원래 질문은 편집(생략) 가능 + 질문 하나 만들기
          2. 링크표시 ㄱ. 필수 : 발아점 표시. 베를린로그 http://berlinlog.com/?p=691
                           ㄴ. 선택 : 직전에 받은 바통 표시.

- 다음 주자 지정 : 이대팔님, 이고잉님, 써머즈님, 펄님, 신비님, 마법사님, 필그레이님, 레일린님 (이제 여기가 본점?)중에서 한 분이라도 받아주시면 좋겠네요. 물론 바쁘시면 안하셔도 됩니다..;; 당연한 소리지만.  ㅎㅎ

* 추. 레일린님의 블로그 : http://simbelmyne.blog.me/ 여기인듯.
<질문>
1. 당신에게는 질문이 중요합니까, 아니면 답이 중요합니까?
2. 언제 휴대전화의 전원을 끄시나요?
3. 어떤 요일이 가장 싫으세요?
4. 당신은 오늘 맘 속에 어떤 멜로디를 품고 있나요?
5. 어제는 어떤 멜로디였죠?

6. 당신에게 행복은 무엇입니까?
7. 무엇이 당신을 두렵게 하나요?
8. 이른바 스팩 쌓는 것이 행복하십니까?
9. 언제 마음의 평안을 얻습니까?
10. 당신을 울게 만드 것은 무엇인가요?

11. 최근 펑펑 운 적이 있나요? 혹은 울뻔한 적이 있었나요? 왜요?
12. 당신이 당신이 아님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13. 어떤 때 이 세상이 몸서리처질 정도로 싫으십니까?
14. 당신은 청소하시는 분들 하루 일당이 얼마인지 궁금해 본 적 있으십니까?
15. 당신은 언제 당신이 사는 곳을 떠나고 싶나요? 그럼 어디로? 돌아오실 건가요?

16. 영어는 왜 해야 하나요? 영어 잘하는 사람 멋져 보이십니까?
17. 당신은 '엄마'라고 부르시나요? '어머니'라고 부르시나요?
18. 엄마가 애처롭게 느껴질 때는?
19. 우리 이제 ‘안녕?’이라고 인사할까요, ‘안녕!’이라고 인사할까요?
+ 1. 당신은 어떤 때 스스로 속물이라고 느끼세요?


* 하도 댓글도 없길래 제목 수정.
19+1 : 질문들
-> 19+1 : "'안녕?'이라고 할까요, '안녕!'이라고 할까요?"


* 보.
이 글은 이 노래를 들으면서 쓴 글이다.
정확히는 링크 속 라이브가 아니라, 스튜디오 녹음한 걸 듣긴 했지만...  


0. 아주 오랜만에 블로그 편집창을 열고 거기에 직접 써본다. 대부분은 메모장에 적은 뒤에 옮겨붙이곤 하는데... 아무튼 지금은 새벽 5시 8분이다.

1. 인터넷 서핑을 하다보면 '내가 왜 여기 있지?' 하면서 거기에 가 있게 되는 경우가 많다. 종종 비판적으로 이야기했던 사이드바의 온갖 잡다한 미끼들, 실시간 인기검색어나 실시간 핫이슈 따위, 그리고 요즘은 언론사닷컴들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기사를 가장한 상품링크들까지... 아무튼 나는 왜 거기까지 갔는지 모르겠는데 이미 거기에 가 있다. 그리고 내 경우는 대개 내가 원하지 않는 이상한 기사들을 추적하고 있는거다.

2. 아무튼 거기에 왜 가게 되었는지 모르게 '오마이뉴스의 10만인 클럽 특강'에 가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특강들을 촬영한 동영상 위의 빨간 세모 단추를 눌렀다. 그랬더니 팝업이 뜬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출처 : 오마이뉴스 10만인 클럽 특강 : 문성근 편

그래서 기분이 유쾌하지는 않더라.


3. 누가 누가 말했나
  • 이해찬, 조국, 박지원, 노회찬, 서명숙, 박원순, 박경철, 안철수, 김지현, 신경민
  • 공지영, 김상곤, 허시명, 이범, 명진스님, 송영길, 원희룡, 홍준표, 이정희, 김정헌
  • 손낙구, 김광수, 김형오, 선대인, 김수행, 김기식, 신문선, 최병성, 최종원, 김삼웅
  • 김대호, 문성근.
궁금해서 찾아보니 지금까지 32명이 10만인클럽 특강을 했더라. 


4. 돈 되는 정보, 돈 안되는 정보, 돈 내고 싶은 정보, 돈 내기 싫은 정보
이런 건 미디어, 심리학, 경제학, 혹은 미디어 경제학 쪽에서 훨씬 더 정치하고, 다양한 시각에서 조명했고, 앞으로도 조명할테지. 가령 베를린로그, 게이터로그, 푸그닷컴이나 이정환닷컴, 캡콜닷넷에는 이런 영역에 관한 굉장히 탁월한 통찰들과 정성어린 분석들이 존재할거다(모르면 조금씩 어깨너머로 배우는 것도 좋다, 나처럼 : ). 하지만 지금은 그냥 내 이야기를 하고 싶다.

10만인 클럽 특강 동영상의 경우에 위 네 가지 범주에서 어디 쯤 위치할까? 나에겐 '돈 안되고, 돈 내기 싫은 정보'에 속한다(32개 중 두세개 정도는 돈내고 싶은 제목의 강의가 있긴 하다). 그런데 돈 내고 보라니까 기분이 유쾌하지는 않은거다. 난 속으로 이런다, "내가 내 시간 투자해서 봐주겠다는데 오히려 돈을 내라구?" 오마이 쪽에선 내가 웃기겠지만, 내 쪽에선 오마이가 웃기다.

이게 무슨 오마이의 유료 정책을 혹은 오마이 10만 양병을 비판하는 글이라고 생각한다면, 글쎄, 나는 그럴 생각 전혀 없다. 오마이 비판하고 있을 시간도 없고, 시간이 있어도 그러고 싶지 않다. 애정이 있어야 비판도 하는거다. 조중동보다는 훨씬 훨씬 더 큰 '상대적' 애호를 갖고 있긴 하지만, 이젠 내가 정말 애착하는 것들을 이야기하고 싶으니까..

5. 돈 되는 정보는 경쟁에 관여한다.
돈 되는 정보는 자기 관련성이 큰 정보들이다. 경쟁에 관한 정보들이고, 좀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경쟁에서 이기게 해주는 도구적 정보들이다. 학부모와 수험생들에겐 수험정보들, 투자자들에겐 기업 정보 따위가 그런 거겠지.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거나(홍익대 청소노동자 사태를 떠올려보자), 세상을 좀더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정보들은 돈 되지 않는 정보들이다. 혹은 돈 되지 않는다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정보들이다. 내가 보기엔 그렇게 들 느끼는 것 같다. 나도 그러니까.

물론 이런 돈안되는 정보들, 특히 공동체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에 관한 공적 이슈 정보들은 제도를 통해서 무지막지한 경제적 이익으로, 대체로 힘없는 자들, 그러니까 우리들! 홍대 총학의 그 불쌍한 아이들! 무엇보다 청소노동자들에게 돌아갈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 시간이 많이 걸리고, 그렇게 되기 위해선 시민들의 사회적 상상력과 정치적 비전과 상당한 실천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슬프게도,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위한 사회적 상상력과 정치적 비전, 그리고 무엇보다 실천력을 가진 집단은 힘있고, 돈있고, 빽있는 집단들이다. 삼성을 위시한 재벌들과 조중동, 그리고 사학주식회사가 대표적이다.

6. 돈 내고 싶은 정보는 욕망에 관여한다.
해병대에 지원한 우리의 완소남 주원이. 그런 주원이 같은 남친을 꿈꾸는 우리들이 사랑해마지 않는 여성동지들에겐 패션 정보, 메이크업 정보들이 그런 정보들이겠지. 남자들이 인터넷에서 하는 짓들을 생각해보자. 웹하드에서 AV를 다운받기 위한 패킷들을 위해 얼마나 많은 돈들이 그 웹하드를 살찌웠는지, 그리고 김본좌와 같은 추앙받는 성인을 만들어냈는지를 떠올려보자. 돈 내고 싶은 정보들은 인간의 (주로 말초적인) 욕망에 관여한다. 혹은 바꿔서 말하면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는 정보들은 사람들 지갑을 열게 한다.

7. 우리는 점점 더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정보들에 지갑을 열지 않는다.
무슨 인문학의 위기라는 식상하다고 말하기도 식상한 이야기를 하는게 아니다. 이건 그냥 내가 나라는 표본을 객관화시켜서, 그러니까 유체이탈하는 그런 느낌으로 내 사유의 궤적들을, 내가 느끼고 체험하는 그 세상들을 고백하는 거다. 우리는 점점 더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정보들, 당신을 우리라고 느끼게 하는 정보들, 내가 너다라고 선언하는 소식들에는 돈을 낼 생각이 없다. 그건 당연히 공짜니까.

물론 이 글은 나와 같은 시스템의 힘없는 포로인 당신에게, 너희들은 참 가식적이고, 경쟁사회에 길들여진 짐승들이야!라고 비난을 퍼붇기 위해 쓰는 글이 아니다. 누워서 침뱉긴 걸 뭐. 그 개개인이 문제가 아니란 소리는 아니지만, 그 개인을 거의 질식할 정도로 둘러싸고 있는 보이지 않는 제도와 그 메커니즘이 더 문제다. 그러니까 대한민국, 이 빌어먹을 우리의 위대한 조국은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정보들에는 경제적 대가를 주지 않는 그런 메커니즘으로 운동하고 있다. (아, 또 글이 길어지고, 하고 싶은 말들은 무슨 미친년 처럼 머리 속에서 뛰어노는구나... 하지만 이 단락은 이쯤하고..)

8. 돈 안되고, 돈 낼 정보도 없는 블로그
블로그,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블로그는 '돈 되는 정보'이기도 힘들고, '돈 내고 싶은 정보'일 확률도 대단히 적다. 블로깅은 경쟁이나 욕망에 관여한다기 보다는 경쟁에 대한 실존적인 각성과 욕망에 대한 관계적인 성찰에 관여한다. 혹은 그랬으면 좋겠다. 블로그의 역사적, 문화사적 의미는 자기 목소리를 세상에 던질 수 없었던 소외되고, 대상화된 자아들이 그들의 목소리를 웹이라는 평평한 대지에서, 서로 동등하게 나누고, 공유하며, 뒤섞어 거대한 대화의 대륙으로 만들어내는데 있지, 무슨 '대한민국 블로그 어워드' 같은 폼나는(이건 약간은 조롱의 의미가 맞다) 행사에서 일등하는 것에 의미를 부여할 그런 유치한 게 아니다.

그런 이벤트가 전혀 무익하다는 것은 아니지만(물론 올해는 거의 무익한 것 같다), 그런 순위 놀음, 일등 놀이를 위한 블로깅이 아니라 그저 나를 위한 블로깅, 그저  따뜻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온라인 실존의 집, 작은 공동체, 그런 작은 공동체들의 무수히 분산화된 네트워크의 집합으로서 블로그는 그 의미를 평가할 수 있을 따름이다. 일등놀이하는 유치한 공간으로서의 블로그는 TNM이나 블산협에게 이제 온전히 모두 맡겨둬도 좋을 것 같다(이승환과 통화 하다가 블로그 어워드 이야기가 나왔는데, 대한민국 블로그 어워드는 이제 블로그를 점점 더 농담처럼 느껴지게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돈 잘 번다는 소셜'맛'커머스(@ebadac)로 세상이 변하지는 않는다. '반값 쿠폰장사'를 소셜커머스라는 폼나는 표현으로 틀짓기하는 그 협소한 인식과 반짝주의도 문제지만(@써머즈), 한국식 소셜커머스의 놀라운 진화는 '소셜앵벌이'에 있다. 그리고 그 소셜앵벌이야 말로 우리시대가 목도하는 '소셜'의 정체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로는 그럼 세상이 바뀔까? 언감생심이다. 그저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혹은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거대 미디어산업 혹은 거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진화만이 숨가쁘게, 하지만 아무런 감동도, 드라마도 없이 거대기업이 설계한 디자인에 따라, 그 설계도가 소리 없이 명령하는대로, 말끔하고, 건조하게 차곡차곡 진행될 공산이 크다. 그 안에서 한 때 블로거였던 우리는 다시 거대 제국의 안락한 모범시민이 되어 이런저런 잡담들을 무슨 대단한 혁명선언문처럼 떠들어대고 있을테지.

나는 여전히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온라인의 잠재력은 블로그에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우리는 많은 시간들을 흘려 보냈다. 블로거로서 우리가 꿈꿨던 그 멋진 비전과 소박한 소망들을 마치 영원한 시간을 사는 것처럼 우리는 흘려보냈다. 우리들의 게으름과 느낄 수 없을만큼 익숙해진 무기력에 기대고, 기성의 억압적 제도와 메커니즘만 탓하면서, 쿨하게 비아냥대고, 폼나게 훈장질 즐기며, 도덕의 가면을 쓴 새디스트 놀이에 우리는 너무나 많은 시간을 흘려 보냈다.

9. 초라해서 더 따뜻해진 블로그
언제나 그랬듯 이제 식상한 결론 시간이다. 초등학생 백일장의 마지막 문장을 쓰듯, 나는 아주 아주 상투적인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다. 왜 비아메디아게이터로그엔 이렇게 오랫동안 글이 올라오지 않나. 왜 블로그는 점점 더 위축되어 가나. 그나마 생존신고를 하고 있는 블로그들은 왜, 서글프게도, 마케터의 원하지 않는 꼭두각시가 되어가고 있는걸까. 그 흐름에는 자본의 자기 발전적인 진화와 호응하는 새로운 정보 생산소비 패턴의 변화가 자리한다. 좀더 구체적으론 SNS나 아이폰으로 상징되는 기술적이면서 문화적인 환경 변화가 이 흐름 속엔 존재한다. 이건 물론 위기이면서 가능성이기도 하다(이에 대해선 '베를린로그'를 참조).

이제 온라인은 우리가 부정할 수 없는 존재의 공간이다. 이 공간, 이 어지러운 세계에 던져진 온라인 실존은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가고, 자신이 탐험해야 할 세계를 그려나갈 지도가 필요하다. 그 비판적 인식의 지도, 그 기준점과 좌표가 필요하고, 그건 여전히 블로그가 되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아무리 마케팅 대행하며 돈벌이 하는 블로그라도 마케터들의 도구가 되기 위해 블로깅하지 않는다. 온갖 미끼질로 광고장사하는 블로그도 한번쯤은 내가 왜 이 외로운 블로그에 내 숨결을 불어넣고 있는지를 고민했으리라.

우리 대부분은 수만, 수천의 방문자들이 몰려와 일등 댓글 놀이하는 풍경을 기대하며 블로깅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저 나에게 위로와 격려를 줄 수 있는, 내 부족하고, 수줍은 고백과 성찰을 기꺼이 자신의 시간과 관심으로 채워줄 친구를 원할 뿐이다. 그리고 그 친구들과 전혀 새로운 세상, 아니 지금보다는 조금 더 나은 세상, 지금보다는 더 인간적으로, 더 멋지게 돈 벌 수 있는 그런 세상을 원한다. 나는 원한다.

웹에 존재하는 온갖 정신의 파편들을 그저 욕망과 경쟁을 위해 정보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그렇게 우리의 욕망과 경쟁을 위해 지갑을 여는게 아니라, 우리가 "우리를 살찌게 하는"(강정수) 방법론을 함께 고민하고, 우리를 좀 더 인간으로 붙잡아주는 그 시간과 공간을 더불어 채워줄 친구들을 우리는 원한다. 아니 우리는 원해야 한다. 그리고 그 시간을, 그 공간을, 우리의 웹을, 우리의 블로그를 신나는 놀이터로, 신나는 싸움터로, 초라하지만 사람이 사람으로 살아있는 드라마로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 때 비로소 우리들의 아주 느린 혁명이 시작될 수 있다고 나는 여전히 믿는다(그 위대한 혁명을 위해 나는 하루에 열 개 이상 블로그를 읽고, 거기에 댓글을 남기고, 가장 좋았던 글은 가급적 블로그에 소개하겠다! 아, 참 대단한 목표다!! : )

나는 왜 거기까지 갔는지 모르겠는데 이미 거기에 가 있다.
거기에 내가 애착하는 블로그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추.
1. 지금은 아침 7시 19분이다.
2. 인용한 블로그 위주로 링크 달고 대충 추고했더니, 그래봤자 오타는 당연히 생기겠지만, 오전 7시 53분이구나. 한 30분만 쓰다고 했는데, 시간 참 빠르다... 지금은 54분.



* 우리끼리 돕자/알리자 캠페인(!)
초파리를 사랑한 변태중년 완소남 김우재(트위터/블로그)가 과학저널리즘에 길이 남을 것이 예상되는 연재를 시작한단다. 과학에 문외한인 나야 뭘 알겠냐만, 소박한 문외한으로서의 리뷰(라기 보단 감상문)를 블로그에 쓰고 싶다(물론 쓰고 싶은거지 쓴다는 건 아니고). 이런(?) 분이 아닌데, 자신의 블로그에 연재에 대한 관심을 당부하고 있다. 이런 건 좀 널리 알립시다!



- 사소한 보충 안내(RSS).
우재씨의 과.지.열 연재는 독립적 RSS 피드론 없고, '기획' RSS 피드 속에 포함되어 있다.
 : 기획 http://www.sciencetimes.co.kr/article.do?todo=timesRss&searchatclass1=76&title=plan 
 : 물론 제목과 본문 일부(한줄)만 제공되는 부분 공개 피드다.
 : 사이언스 타임즈 하단에 있는 RSS 단추는 FF과 크롬에선 눌러도 반응 없다..;;;



소셜커머스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세(?)는 대세인가보다. 트윗을 하다가 이런 멋진 업체를 발견했다. 소셜커머스와 소셜앵벌이의 접목을 시도하고 있는 업체로 보인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일단 한번 보시라.



'고용'노동부는 뭐하나? 이런 멋진 고용모델을 창안한 업체에 지원금은 못줄 망정 표창이라도 하고, 격려해야 하지 않겠나? 정말 멋진 업체다. 당장이라도 고용노동부에 제보전화 한방 날리고 싶다. 한달 동안 인턴이라는 명목으로 영업 돌리고, 무려 20만원을 "식비/교통비/별도 급여" 없이 제공하고 있는 이 반듯한 업체는, "예의 바른 태도, 호감이 가는 외모, 굴하지 않는 의지, 지속적인 열의"가 있는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
노동부가 고용노동부로 바뀐 이 멋진 신세계,
소셜커머스의 진화는 소셜앵벌이에 있는 거디었던 거디다...


* 발아점
"데일리픽 인턴십, 1달 동안 부려먹으면서 급여도 아닌 '수당'이 달랑 20만원. 그것도 영업직. http://pdo.gs/hhM34j"
-
@pengdo,





더나은 사람들 : 두리반 1. 유채림 "상징 싸움"


두리반 싸움이 일년이라는데,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에 첨 갔다. 두리반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뭐 잘 아는건 없다. 그래서 뒤늦게 이것저것 찾아봤는데, 하나로 정리된 문건/기사는 아직 없는 것 같다. 나도 틈틈이 일지라도 정리하고 싶은데, 관심있는 분들 많으니 함께 해보면 더 좋겠다. (* 두리반 일지  : 작성중) 

*보1. 두리반 일지 (2010.12.24.까지의 업데이트 상황)
    : 두리반 활동가이자 뮤지션인 조약골님께서 나은씨를 통해 '일지' 정보 주심.
      다음카페 > 소식지 > 3호 > 6,7 페이지
      http://cafe.daum.net/duriban/9LvX/51

두리반 사장님의 남편이자 작자인 유채림은 "상징 싸움" "상징의 힘"을 이야기하더라. 그 힘이 일년을 버티게 하는데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고. 두리반을 둘러싼 사진과 그림, 노래와 이야기들, 그리고 사람의 온기는 따뜻하고, 낭만적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런 낭만적인 풍경과는 거리가 멀지. 잘 모르겠다, 두리반. 나같은 구경꾼이 무슨 할 말이 있겠나. 하지만 두리반 싸움이든 무슨 싸움이든, 그 구경꾼들이 많아지면 아무리 돈 많고, 힘 쎈 사람들도 그 지지리 '힘없는 사람들'을 함부로 하지 못한다. 그게 그나마 우리가 만들어놓은 민주주의라는 시스템이니까. 그게 유채림이 이야기한 '상징의 힘'이니까.

하지만 두리반이 원하는 "절반만한 가게를 인근에 내고 싶다"는 그 바람은 대단히 현실적인 바람이다. 무슨 재벌스러운 낭만처럼 빌딩 짓겠다는 것도 아니고, 종편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공항 만들겠다는 것도 아니다. 그 현실적인 바람이 낭만적인 방식으로 가능하면 좋겠다. 아직 더 밟히고, 쓰러져봐야 정신을 차릴건가보다. 하지만 그 바람이 사라지면 정말 인간도, 그 인간의 희미한 형상을 만들어주는 달콤한 꿈도 노래도, 이야기도, 크리스마스 이브에 두리반에서 함께 모여앉아 먹었던 수제비의 온기도 다 사라진다...

추.
앞으론 준비 좀 제대로 해서 인터뷰해야겠다..;;;



* 두리반 카페 (다음카페)
: 포털 카페가 나쁘다는 건 아닌데...(뭐, 물론 갠인적으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뜻있는 프로그래머, 웹디자이너들이 홍대 자립음악가들 마냥으로 두리반에 재능기부 좀 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살짝 든다. 

* 두리반 후원계좌
제일은행 300-20-472275 (예금주 안종녀 : 두리반 사장님 ^ ^)



두리반 일지 : 1차 정리

2011/01/03 11:18
정리된 일지를 아시는 분 계시면 알려주면 좋겠다. 카페( http://cafe.daum.net/duriban )에도 정리된 일지는 없는 것 같다. 일단 여기에 틈틈히 정리해볼까 싶다. 의미있는 부피로 업데이트하면 일자를 바꿔 재발행한다. 그런데 언제나 그렇듯 귀찮아지면 안할지도 모른다. 그런 때가 오면 누군가 자료를 보태서 이어주시면 고맙겠다.


<두리반 일지>

2005년 두리반 개업. 당시 주변 평당 시세 800만원 (현재 시세. 평당 1억원)

2006년 3월 마포구청장, 두리반 일대 지구단위계획지역 발표

2007년 늦가을. 부근 건물이 팔린다는 소식. "두리반 건물도 팔리느냐"고 집주인에게 문의, 주인은 절대 아니라고 펄쩍! ㅡ.ㅡ;

2008년 2월 명도소송장

2009년 12월25일 밤. 철판을 뜯고 들어와 농성 시작

12월29일.  
- 유채림(두리반 안종녀 사장의 남편. 소설가)의 일지 낭송 발췌
춥다. 지하철 공사에서 전기를 끌어주지 않았다면 얼어죽을 판이다. 매번 뼈저리게 느끼는 바지만, 사람 농사야 말로 어마어마한 자산이다. 오후 1시 경 경찰이 다녀감. 두리반 세를 파악하고, 분위기를 파악하려는 듯 하다. 바야흐로 올 것이 온 모양이다. 용역들이 경찰 입회하에 (우리를) 끌어내기 위해 계속 압력을 넣은 거고, 그래서 경찰이 세를 파악하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경찰의 집요한 물음 대신 도대체 몇 명이 우리를 끌어낼 것이냐고 되물었다. 지난 번 '집달'일 때처럼 30여명이 들어 올거라고 말했다. 경찰이 가고나자 입술이 탔다. 그때부터 어딘가로 전화를 걸어야 하는데, 하얗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촛불예배 때 만난 김종수 목사께, 그리고 화천에 있는 후배 한용걸 수사한테 전화를 했다. 용걸이는 벌써 서울에 도착했다고 했다. 단비같은 소식이다. 하지만 이정도로는 안된다. 아들 등하한테 엄마, 아빠 연행될테니까(목이 매여 잠시 낭독이 끊김), 풍경이(애완견 이름) 밥 챙겨주라는 문자를 남기는 중에도, 하나님은 견딜만큼만 시련을 줄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한다. 몇 분 간격으로 김종수 목사님이 한용걸 신부와 김신부, 그리고 또, 오지는 못할 거라고 상상했던 후배 평론가 조성면이 찾아왔다. 곧이어 진보신당 정경석 위원장이 찾아왔다. 이제는 좀 안심이 된다. 피시방으로 달려가서 박일환 시인이 작성해서 보내준 한국작가회의 성명서를 뽑아왔다. 마침 마포경찰서 정보과 형사가 찾아왔다. 작가들을 담당하는 형사이다. 그가 성명서 한장을 얻어갔고, 다른 한장은 인쇄소 사모님이 마스터 뜨겠다고 가져갔다. 정보과 형사는 정보과장을 대동하여 30분 쯤 후에 다시 방문했다. 우리의 배후에 어떤 조직, 어떤 단체가 있을지 궁금했을 것이다. 정보과장은 진정성이 느껴질 만큼 한국토지신탁에 압력을 넣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서는 정도지 더는 어쩌지 못할 것이다. 아슬아슬한 것, 그러나 무너지지 않도록 해주시는 분, 이 상황에서 내가 기댈 수 있는 분이 누구겠는가, 하나 무너져 질질 끌려 나간들, 그 분에 대한 믿음을 저버릴 수야 있겠는가. 슬프다, 나의 신을 떠올리면, 내가 따따부따 돌리나의 처지를 알면서도 더는 어쩌지 못한 마음처럼.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만약 끝난다면 할 일이 있다. 천분의 일이나 될까? 철판을 뚫고 들어와 지금까지 견딜 수 있는 세입자가... 하여 용산처럼 사건이 터진 후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막기 위해 선전하고 돕는 일을 해야겠다. 글쟁이가 무엇으로 돕겠는가. 글로 정리하고 글로 선전하는 일 말고 무엇이 있겠는가.

아, 눈물겨운데, 아슬아슬하게 참았습니다.
이상입니다.

*민노씨 주 : 아래 동영상을 보고 옮겨 적은 것이라서 부정확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ㅡ.ㅡ;
- 동영상 출처 : [두리반 100일] 농성일지 낭독

2010년
2월. 두리반 공연 시작

2월15일. 박홍섭 마포구청장 방문.
 - 박홍섭 구청장의 블로그 관련글
  '서울시의 난개발과 서밀 보금자리에 관한 단편'  

 - 유채림의 관련 인터뷰, “두리반, 즐겁게 노래하며 싸운다” (레디앙)
  ... 당선되신 분이 지난 2월에 여기에 와서, 이전 자기 임기 때 자신이 이 사업을 결정해서 피해자가 발생한 것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하더라고요. 속으로는 ‘패가망신 시켜놓고 사과 한 마디로 될 일인가’ 생각 들었지만, 웃고 말았죠.”
 - “지금 민주당 당선자가 예전에 구청장이었고 그 사람이 이 사업을 결정한 거네요. 그러면 민주당이 결정하고 한나라당이 집행한 거네요?”(레디앙 이재영 기획위원) 
- “아뇨, 지금 민주당 당선자가 예전에는 한나라당 구청장이었어요. 한나라당 재공천을 못 받고 4년 쉬었다가 이번에는 민주당으로 공천받아서 당선된 거죠.” (유채림)

5월1일. 62개 밴드 합동공연(3천여 명 참여)

7월21일. 시행사 남전디앤씨 요청으로 한전에서 전기공급 중단.

 - 에너지기본법 제 4조에서는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에너지공급자는 빈곤층 등 모든 국민에게 에너지가 보편적으로 공급되도록 기여하여야 한다.”고 되어있습니다. 구청이나 한전 측에서 무단으로 전기를 끊는 것은 일단 이 법에 어긋나는 것이지요. 또, 한전에서 제시하고 있는 “전기공급약관”을 살펴보니 제 8조에 “건물소유자가 전기사용계약의 해지를 신청할 경우에는 전기수급거래 당사자인 사용자의 동의 없이는 해지할 수 없습니다.”라고 되어있습니다. 지난 2005년에 당시 산업자원부에서 전력을 사용하는 실사용자를 무시하고 건물주가 전력공급을 차단하는 사건을 막기 위해서 이러한 내용으로 법령을 바꾸었다고 하는데요, 이를 보면 한전은 자신들의 약관마저 어기고 있으며, 전기사업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두리반대책위원회에서는 이 내용을 가지고 한국전력 서부지점에 전력공급 중단의 취소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관련 인터뷰. 마포 속으로, 송덕호의 빰싹 시사 속으로 중에서)

7월26일. 국가인권위원회에 단전사태 해결 위한 긴급구제 신청.
 - 관련기사 : 레디앙, 두리반 단전 22일째, 인권위 ‘수수방관’  

7월26일. 두리반 대책위원들이 마포구청에 들어와서 5일간 농성

7월29일. 한전 측의 전기공급 거부의사표명

7월31일. 마포구청장과 두리반 대책위원들의 만남

8월1일. 10Kw 경유발전기와 경유 제공

8월4일. 경유 소진, 구청측에서는 추가적인 경유제공은 불가 통보

8월5일. 마포구청 앞에서 기자회견, 두리반에 태양광 발전기 설치

8월9일. 윤성일 위원장 1인시위, 대중투쟁으로 확대운동

8월12일. 경향신문 의견광고 거부
 - 유채림 작가는 13일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어제(12일) 저녁 <경향신문> 광고국장이 전화를 걸어와 광고를 실을 수 없다고 했다”라며 “광고국장에게 ‘한전이나 마포구청 때문이냐’라고 묻자 ‘그렇지 않다’라고 답했고, ‘혹시 GS건설 때문이냐’라고 묻자 잠시 머뭇거리더니 ‘그렇게 봐도 될 것 같다’라는 답변을 들었다”라고 밝혔다.(레디안 관련기사 중에서)

12월24일. 두리반 농성 1년
 - 유채림 인터뷰
 - 두리반 농성 1년 선언문
두리반 농성 1년 선언문 '막개발을 멈춰라'

두리반은 이상을 꿈꾸지 않았다. 두리반은 현실에 살고자 했다. 두리반을 비롯한 마포구 동교동 167번지 일대 상가세입자들은 2009년 8월 GS건설을 향해 다음과 같이 요구한 적이 있다. “우리는 GS건설의 보상으로 부자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인근에 점포를 얻게 해달라는 것뿐이다.” 그러나 이런 요구는 무참히 짓밟혔다. 2009년 12월 24일 GS건설은 두리반을 메마른 사막으로 내동댕이쳤다. 아무런 사전 통지 없이 철거용역들이 들이닥쳐 두리반을 사지로 내몬 것이다. 그래서 시작한 두리반 농성이 1년이 지났다. 지난 7월 21일 끊긴 전기는 아직도 들어오지 않는다. 용역들을 동원해 불법적으로 전기를 끊은 GS건설이 한국전력 서부지점에 공급해지를 요청한 것이다. 전기 실사용자인 두리반의 동의를 얻지 않고 전기를 해지해 자신이 만든 전기공급약관조차 어긴 한국전력은 오히려 두리반에게 도전(盜電)할 것을 은근히 종용했다. 그러나 두리반은 도전하지 않았다. 농성 1년이 되는 오늘까지 두리반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폭염과 싸우던 두리반이 이제는 영하 15도의 혹한과 싸우고 있다. 전기난로나 전기장판도 사용할 수 없고, 보일러도 들어오지 않는 두리반이 왜 이다지도 구차한 철거싸움을 1년 넘도록 하고 있는가? 답은 아주 단순하다. 싸우지 않고서는 그 어떤 권리도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 도정법에 있는 영업보상 4개월과 시설투자비에 대한 보상의 의무조차 무시하고 이사비용 3백만 원만 운운해온 GS건설, 두리반 일대를 지구단위지역으로 발표함으로써 투기꾼의 먹잇감이 되도록 한 점을 사과하고 두리반 사태 해결 때까지 전기공급을 하겠다던 약속 대신 경유발전기만 던져준 마포구청, 전기공급 약관까지 어겨가며 GS건설의 눈치만 보고 있는 지지리도 못난 철밥통 한국전력, 이런 것들과 싸우지 않고서는 권리는커녕 최소한의 자존감조차 지킬 수 없기 때문이다.

개발만이 모든 것을 해결하고 구원한다는 신앙이 지배하는 이 땅에서 개발의 방해가 되는 철거민과 농민, 그리고 무수한 생명들은 배제되고 죽어가기 마련이다. 인권과 생명을 짓밟는 21세기 한국의 개발정책에 맞서는 두리반은 성미산을 지키기 위해 연대했고, 죽음의 4대강 사업을 막기 위해 힘을 보탰다. 또한 억울하게 쫓겨난 철거민들과 연대해 지금도 도처에서 자행되고 있는 무자비한 재개발 사업을 막기 위해 온힘을 기울였다. 한국사회는 개발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철거민들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 씌워 감옥에 가두고, 터져 나오는 불만은 돈을 적당히 주어 억누르거나 아예 자본권력에 도전하지 못하도록 경찰력을 비롯한 공권력을 강화해 철거민의 숨통을 조인다. 용산참사를 겪은 한국사회에서 이렇게 개발자본은 국가와 결탁하여 도처에서 버젓이 막개발을 자행한다. 인권과 민주주의는 안중에도 없다. 두리반은 억눌려터지고 있는 용산의 또 다른 얼굴이다.

365일간 개발에 맞서온 두리반은 옛날 호롱불 하나 밝혀놓고 살아가던 사람들처럼 흐릿한 불빛 아래 둘러앉아 밥도 먹고, 공부도 하고, 노래도 같이 부른다. 같이 기도도 하고, 게임도 하고 때로는 농성의 방향에 대해 치열한 밤샘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길고 고달픈 농성장의 하루가 끝날 때쯤인 저녁 7시 30분이 되면 하루의 피곤함을 씻어줄 행사들이 열리고 새로운 활기가 이곳에 차오른다. 음악회, 다큐상영회, 문학포럼 등등의 이름으로 우리는 두리반 농성장을 1년 동안 지켜왔다. 참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그만큼 다양한 실험들이 이뤄졌다. 오직 개발만이 우선인 이 체제와는 다른 가치와 질서로 두리반을 지키고자 노력했다.

2009 년 12월 25일 밤 안종녀와 유채림 부부가 두리반 철제펜스를 뜯고 들어오지 않았다면 이곳은 지금까지 어떻게 방치되고 있었을까? 홍대근처 도심의 버려진 흉물이 되어 사람들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을 것이다. 공사판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포클레인의 굉음이 뒤덮었을 것이다. 콘크리트 정글로 삭막함만을 더했을 것이다. 그런 곳에 꽃이 피어났고,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나왔다. 모욕과 절망을 느끼기에 충분했을 낱낱의 시간들을 견디며 이곳에서 누군가는 글을 쓰고 누군가는 영화를 만들며 누군가는 또 사랑을 나누었다. 두리반은 그렇게 아주 조그마한 세상을 만들고 엮어온 셈이다. 이윤이나 경쟁 같은 기존의 가치들로는 단 하루도 유지될 수 없어 그 출발부터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었던 곳에서 연약하지만 끈질긴 꿈을 꾸어온 셈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두리반은 희망이다. 아마 개발로 뿌리 뽑히고 짓밟히는 많은 삶들에게 두리반은 큰 희망을 머금고 있을 것이다. 농성 1년을 맞이한 이 저항의 현장에서 우리는 소박하게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한국전력은 두리반에 당장 전기를 공급하라
2. GS건설은 철거용역깡패를 통한 폭력을 멈추고 두리반과 대화에 응하라
3. 마포구청은 수수방관하던 태도를 버리고 두리반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모든 노력을 기울여라
4. 생명이 아닌 건설자본만의 이윤을 위한 개발을 멈추어라

1년간 농성을 하며 외쳐온 이와 같은 두리반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이 불똥이 어디까지 튈지 알 수 없으나 두리반은 비정한 시대의 폭력에 맞서 끝까지 싸울 것이다.

2010년 12월 24일
두리반 강제철거 반대 대책위원회



<두리반 관련 법규, 약관>
도시환경정비사업법
상가임대차보호법
에너지기본법 4조
한전 '전기공급약관'

<두리반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 167-31 1층 두리반 (우편번호 121-818)

<두리반 후원계좌>
제일은행 300-20-472275 (예금주 안종녀)

*추.
두리반 안종녀(려) 사장님 : 어떤 기사(프레시안)는 안종녀로, 어떤 기사는 안종려로 기록. 어떤게 맞지?
=> 확인 : 김슷캇님의 친절한 조언에 따르면 "안.종.녀"가 바른 표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