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이 글은 '삼성 비자금' 사태와는 전혀 상관없는 글이다. 혹은 상관이 있더라고, 삼성 비자금 사태를 염두에 두고 쓰는 글이 전혀 아니다. 그러니 이 글을 삼성공화국의 연장선에서 읽는 건 당신의 마음이지만, 내 의도와는 크게 상관이 없다.


4.
애니밴드(Anyband)는 대한민국 21세기 버전 '배달의 기수'다.

'배달의 기수'를 잘 모르는 어린 친구들 많을텐데, 이게 그러니까 국군들이 극악한 빨갱이들 쳐부수는 이야기를 휴머니즘풍('배달의 기수'는 그런데, 정말 휴머니즘과는 전혀 상관없다)으로 포장한 국군홍보 영상물이다. 좀더 정확히는 군사독재정권이 자신들의 체제적 정당성을 강변하고자, 북한을 절대적인 타자로 설정하고, 순박한 국민들 상대로 세뇌시키는(그러니까 북한의 '유일사상'에 대한 세뇌와 쌤쌤인) 대국민 의식 마취기제의 일환으로 제작되었던 TV 시리즈다. 이걸 TV에서 보지 않은 세대는, 내 감수성의 판단표준에 의한다면 그야말로 '신세대'다. 달리 말하자면 '배달의 기수'는 박정희 시대전두환 시대의 영상적인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드디어 우리 시대의 '배달의 기수'는 애니밴드다.


9.
애니밴드는 두 가지를 상징한다.
이제 권력은 국가가 아니라 자본이 행사하고 있다는 자명한 사실이 그 하나라면(이 문제는 '안기부 엑스파일 사건'이 부족한 나머지 '삼성 비자금 의혹 사태'가 이를 국민들에게 '복습'시키고 있긴 하지만), 나머지 하나는 그 시대의 지배적인 이데올로기에 대항하고, 저항하는, 최소한 그런 제스처를 보여주었던 (청년)(저항)문화가 멸종 상태에 봉착했음을 상징한다.

국가권력, 혹은 정치권력이 체제 내의 제1권력 자리를 자본에 내어주고, 그것에 복속하는 현상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다만 (대중)문화의 형태로 그 자본이 자기 스스로를 무한복제한 이미지를 통해 새로운 세대들의 정치적 상상력을 제약하고, 그 상상력을 '상품구매욕구'와 이토록 노골적으로 결합시키는 천박한 시도들은 일찍이 없었다. 가장 유사한 사례, 하지만 가장 촌스런 사례를 들자면 '루루공주' 정도일테다. 루루공주를 통과해서, 이제 애니밴드라는 걸출한 급조 수퍼밴드를 탄생시키고야 만 대한민국은 그 체재와 문화의 후진성과 야만성을 대외에 강력히 과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애니밴드가 지니는 문화사적인 의미다.
그리고 슬프게도 내가 지금 하는 말은 농담이 아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more..







p.s.
일단 등록하고, 위 커튼 속에서 남겨진 하고 싶은 말들 좀더 끄적거립니다.
물론 그냥 말아버릴지도 모르지만요.

2007/11/18 14:46 2007/11/18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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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르헤스 x
wrote at 2007/11/18 17:38
왜요, 그래도 스타일이라는 면에선 괜찮은걸요. 그 이상 뭘 바래요.
민노씨 
wrote at 2007/11/19 08:27
그런가요? : )
wrote at 2007/11/18 23:20
1. 무엇보다 노래가 구리더군요. -_-
2. 그 이미지들은 뼈가 다 닳아 없어지도록 우려먹은 사골만큼이나 지겨운 재탕(아니 백탕 정도?)이고요...
3. '삼성'이 휴대폰을 선전하면서 '대화', '놀이', '사랑'을 그리도 거창하게 말하니 웃기는 걸 넘어 오싹하기도 합니다.
4. 타블로는 제 기억으론 '자본주의가 싫다'는 둥의 말을 한 적도 있는데요. 확실히 세상은 유연하게 살아야 하는 것 같아요. 하하하...
민노씨 
wrote at 2007/11/19 08:29
예술의 상대적 자율성의 측면에서는 아무리 산업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그 자체로 산업이자 비지니스 모델이 되어버린 대중음악가라고 해도... 자본 그 자체의 요구를 '노래'(예술)한다는 건.. 솔직히 좀 끔찍한 일입니다.
wrote at 2007/11/19 17:49
예, 끔찍하죠.
밑에 민노씨가 쓴 '타블로 경우엔 앞으로 괜히 힙합한다고 깝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드네요'에 한 표 던질랍니다.
생각도 있고, 음악도 제법 괜찮다고 생각했던 사람인데 이젠 영 아니네요. 장난 하는 것도 아니고. ㅡ ㅡ^

아, 덩달아 윤도현의 아픔도 떠오릅니다. (하여간 원래 그런 사람들이었는데 속은 건지, 돈이 무서운 건지...휴우)
wrote at 2007/11/19 18:55
자기 딴엔 그게 '쿨'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죠.
다만 아닌 건 아닌 거죠.

힙합이란게 미국내 흑인과 히스페닉의 소외와 양집단 사이의 반목을 춤과 노래로 풀어내고자 한 일종의 평화운동, 문화운동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에서는 그냥 '폼'잡는 댄스가수들의 위장술에 가까운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암튼 좀 골 때리네요.
wrote at 2007/11/18 23:56
히치하이커님의 4번항에서 '타블로는....'라고 하셔서 어랏... 민노씨가 타블로를 언급했던가? 라고 생각해버려서 ff검색기능으로 하일라잇 했더니...

메타블로그 (25) 로 검색 포인트가 옮겨지는군요.

흐흐...

엉뚱한 얘기로 댓글을... ㅡㅡ;;
민노씨 
wrote at 2007/11/19 08:35
1. 타블로는 애니밴드의 일원이구요.
2. 그런데 "ff검색 하이라이트" 요 부분은 무슨 말씀인지... ^ ^;;

3. 암튼 저도 캔스마일님 덕분에 블로그 내 검색을 '타블로'라는 키워드로 해봤는데... 이상하게 관련글이 거의 없을 것 같았는데 39개나 나오네요. 기껏해야 이 글 한개 혹은 없는 것으로 (거의 확실히) 기억하는데.. 오류가 아닌가 싶더군요. ㅡㅡ;;;

추. '타블로'라고 블로그내 검색했을 때 그토록 많은 관련글이 떴던건... '타블로그'의 일부라서 그랬던 모양입니다. ㅡ.ㅡ;
wrote at 2007/11/19 11:38
지금 검색해서 애니콜에서 맹근 밴드라는 것을 첨 알았구만요.
암껏도 모르는 아주 어렸을 땐 배달의 기수를 잼나게 봤듯이 애니밴드라는 것도 멋모르게 젖여들 듯싶구만요. 우째 소름이 돗심다.
민노씨 
wrote at 2007/11/19 12:15
저도 그 점이 가장 섬뜩합니다. ㅡㅡ;
wrote at 2007/11/19 15:22
대중 문화를 오직 수익 창출을 위한 상품으로 바라보고 생산하다보면
언젠가는 JYP의 노래는 삼성을 위해 YG의 노래는 LG를 위해 사용되고..
그들은 외주업체 대우를 받을까요..
민노씨 
wrote at 2007/11/19 15:50
대중문화 종사자들이 모두 그 어감의 의미로서의 '아티스트'가 될 필요는 없지만, 이렇게 식상한 전복의 외피를 입고, 그런데 실은 자본에 그대로 포옹하는 모습은... 뭐랄까.. 좀 사기 같달까, 짜증난달까... 그런 기분이 드네요.

특히나 기대했던(나머지는 그려려니 하는데) 타블로 경우엔 앞으로 괜히 힙합한다고 깝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드네요.
wrote at 2007/11/27 01:49
트랙백걸어놓은 처음글에서 애니밴드는 애니콜CF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된것이고 저런형태의 밴드는 저도 끔찍히 싫어합니다.(이효리의 애니모션은 한명의 뮤지션인데다 캐릭터 자체가 상당히 상업성과 맞닿은 부분이 있었기에 그렇게까지 거부감은 없었습니다. 게다가 광고로서도 해외는 모르겠지만 국내에서는 나름대로 색다른 시도였기에.... 조금 유심히 흐름을 보긴해었는데 요즘 삼성관련해서 많은 부분의 생각들이 오가는중이라 쓰려던것의 흥이 깨진상태였습니다. 게다가 요즘 보이는 삼성의 두바이부터 첼시까지 동원한 이미지 광고만 나오면 채널을 돌려버리는 중이라.. 왜이리 자주 나오는지..)

두번째 트랙백글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오래전에 포스트모더니즘의 수용과정에서 비슷한 행태를 많이 봤기에 소위 힙합이라는 쟝르로 알려진 타블로에대한 실망감은 많은 공감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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