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지인과의 전화통화를 통해서 왜 삼성비자금 사건라고 부르는가, 이건희 비자금 사건이라고 불러야지... 이런 취지의 이야기를 나눈 적 있다.

삼성과 이건희는 좌웅동체, 변신합체모드이긴 하지만 이건희 = 삼성은 아니고, 아니어야 하고, 아닐 수 밖에 없어야 하는데, 그런데, 우리사회는 이건희 = 삼성. 이렇게 뇌에 고정시키고 사안을, 현상을 바라보는 것 같다.

이건 마치 영웅사관에서 1mm도 벗어나지 못한 한국정치판의 모습, 이를 바라보는 저널리즘의 관점과도 겹쳐진다. 우리나라에선 어떤 일개인이 그로 대표되는 모든 집단과 시스템을 대변한다.

물론 어떤 일개인은 매우 중요한 상징이고, 또 매우 결정적인 키워드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가 집단내의 모든 역학과 시스템 자체와 등가로 교환되어서는 안된다. 그 역시도 일부이어야 한다. 그러니 일부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는 그 일부를 이야기 해야지, 그 전체를 일부와 맞바꿔서 이야기하는 건 본질을 흐릴 공산이 크다.

특히나 우리나라 저널리즘은 이런 식의 맞바꾸기를 잘한다.
이건희가 조사받으면 삼성 망하는 줄 알고, 대한민국 결단 나는 것처럼 오도방정 난리블루스다.

여형사님 블로그에서 이런 댓글을 만났다.

기업주와 기업을 동일시하는 한국사회의 인식이 문제인데
비리기업주에 대한 조사를 기업에 대한 탄압으로 몰아가서
결국 한국사회는 기업하기 힘들다는 식으로 결론내고
면죄부를 주는 결정이 항상 내려진다는거지
전원책도 말이 보수논객이지 이런 문제를 재벌에 대한 탄압이라고 보는 시각은 여전하거든
그 전에 이재용 불법상속도 그게 이건희 일가 문제지 삼성 문제는 아닌데도 삼성이니까 봐줘야 한다 이런 시각이 엄연히 존재하는데 이것부터 좀 다르게 봐야할 듯 (여기)

- 본능세대

전폭적으로 공감한다.



* 댓글이 담긴 글
여형사, 전원책 변호사의 해괴한 본질 흐리기

2007/11/21 18:30 2007/11/2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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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도도빙
wrote at 2007/11/21 19:38
전원책 변호사의 시론 가운데 전반부는 깊게 공감하면서도....김용철 변호사를 간접적으로 언급한 부분은 참 이해하기 힘드네요.

그렇다면 그들에게 이렇게 묻고 싶네요. 비자금 로비사건이 지금처럼 폭로되지 않은채로 묻혀버렸다면, 당신들의 '정의'란 것은 도대체 무엇인지 말이죠.
민노씨 
wrote at 2007/11/22 11:50
전적으록 공감합니다.
그나저나 오랜만에 댓글창에서 뵈니 반가움이 큽니다. : )
wrote at 2007/11/21 21:47
기업과 경영인을 동일시하는 인식이 문제이긴 하지만, 그네들이 하는 꼴을 보노라면 그런 생각을 지울 수가 없네요.
까놓고 말해서 주식회사란 게 남의 돈 갖고 장사하는 걸진데 갸들은 지들 호주머니에 넣어 둔 돈 쓰듯이 회사를 맘대로 굴리지 않습니까.

쓰고 보니 이건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하는 것과 비슷하단 생각도 드네요. ^ ^;;
민노씨 
wrote at 2007/11/22 11:52
그러게나 말입니다.
다만 기업인과 기업을 분리해서 사고해야 할 이유는 기업인 개개의 비리가 기업과 동일시되면서 기업 망하면 어쩌나... 류의 담론들을 저널들에서 유포하는 거기에 있는 것 같아요.

기업이라면 인적 시스템이고, 역할의 분배이어야 하는데 이게 무슨 일인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망하고 흥할 수 있는 어떤 것이라면... 좀 문제 아닌가 싶습니다. 더군다나 초일류기업이라고 하면 더더욱 그렇겠죠.
wrote at 2007/11/21 23:46
저 또 옆구리로 새는 댓글 하나 달고 가요.. ^^;

대통령이랑 임금을 동일시하는 경향도 있지 않아요? 대통령이 정치 잘못해서 산불이 난다, 가뭄이 난다, 홍수가 난다 하는 그런 말들... 술자리 농담처럼 하지만 국민정서에 그런게 깊숙히 박혀있는 듯 할 때는 참.. 할말 없어져요.

(장로가 대통령되어야 한다는 논리랑 비슷한건지도 모르겠네요.)
민노씨 
wrote at 2007/11/22 11:54
전혀 옆구리로 새는 논평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

그런 인식도 굉장히 심한 것 같아요.
대통령을 왕이나 임금으로 보는.. ㅎㅎ
물론 대통령제 정치 시스템을 가진, 더군다나 대통령의 권한이 막강한 나라에서 그런 인식 전부를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좀더 구체적인 정권의 '정책' 개개에 대해 잘잘못을 판단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wrote at 2007/11/21 23:54
한국 재벌의 문제 중 하나가 적은 주식으로 회사를 좌지우지 한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동일화가 근거 없지는 않아 보입니다. 물론 이게 위에 언급하신 것처럼 악용되기는 하지만 말이죠...
민노씨 
wrote at 2007/11/22 11:55
맞습니다.
그런 측면이 분명히 존재하고, 또 그런 한국적 상황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합니다. 다만 그렇더라도 기업/기업인은 서로 분리해서 판단할 수 있도록 각종의 저널들은 좀더 뚜렷하게 사안의 본질을 비췄음 하는 바람이 있네요.
wrote at 2007/11/22 01:25
노동자들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자신이 다니는 회사와 자신을 동일시해서 특정 논리에 대응하거나 반박하는 경우도 많죠. 이런 인물 중심의 논리와 판단은 전근대적인 사회성을 반영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무슨 왕조 시대에 사는 것도 아니고 사회가 거대한 종교도 아닌데 말이죠.
민노씨 
wrote at 2007/11/22 11:57
"인물 중심의 논리와 판단은 전근대적인 사회성을 반영" 한다는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

87년 대항쟁을 거친 사회과학적 인식이 평균적으로 매우 높은 386세대가 사회의 주도층으로 성장한 마당에도 이런 전근대적인 인식들이 팽배해 있다는 점은 정말 몹시 아쉬운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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