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악당들을 처단하려는 숭고한 십자군이 일어섰다.
악플 없는 정의사회 구현을 위해 나경원을 필두로 한 일군의 나부랭이들이 들고 일어난거다.

한나라당 제6정책조정위원회(위원장 나경원)와 미디어발전특별위원회(위원장 정병국)는 사이버모욕죄의 신설과 인터넷 분쟁조정제도 개선을 뼈대로 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3일 발의했다. (미디어오늘, 한나라당, 사이버모욕죄' 입법 발의)

0.

나는 솔직히 별다른 감흥이 없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정도의 감흥만 남았을 뿐이다.
법이 통과될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거대 이명박당이 통과시키겠지.

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 시나리오 인터넷 파트(의 일부)인 이 법안이 통과되면 시민들의 정치적인 의사표현의 자유는 상당히 위축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쉽게 말하자면 벼룩 한 마리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이런 억압적 형벌제도를 별다른 저항 없이 밀어붙이는 상황 자체가 절망스러울 뿐이다.

시민들은 관심 없다.
될대로 되라. 이런 심리도 아니고, 그냥 아예 관심이 없다.
관심이 있다고 해도 아주 피상적인 관심, 어떤 고민도 없는, 뇌세포를 사용하길 정말 무쟈니 아까워하는 절약정신 동원된 그런 정도의 관심이 있을 뿐이다. 아니다, 이것도 아닌 것 같다. 최진실 죽인 그 악당놈들을 처단하기 위해서라면 자신의 권리를 기꺼이 '양보'하는 희생정신, 혹은 감상적인 휴머니즘이 있을 뿐이다. 물론 나도 그런 시민들 가운데 하나다.


우리는 정말 힘이 없다.
아무리 지랄발광을 해도 올 것은 온다.
거듭 이야기하거니와 관심 자체가 별로 없다.
이거 지금 당장 여론조사하면 아마도 찬성하는 입장이 훨씬 많을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고 내가 하루하루 힘겹게, 혹은 그럭저럭 살아가는 내 이웃들을 욕하자는 건 아니다. 내가 나를 욕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데, 뭐. 그냥 무기력증이 생겨버려서...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들의 손발을 묶는 법안에 이토록 잔잔하게 대처한다는 건 좀 그렇다. 그런데 딱히 어떤 대응방법이 있는 것 같지도 않고...

촛불?




 

1. 발의자 명단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이 지랄옆차기 법안 발의에 찬동한 의원나부랭이들은 내 두고 두고 기억하리라.



나경원
            홍준표
                        임태희
                                    강승규
                                                김재경
                                                            이계진
                                                                        정병국
                                                                                    조해진
                                                                                                주광덕
                                                                                                            진성호
                                                                                                                          허원제
                                                                                                                                      안형환


2. 바뀔 법조항들


제44조의 7(불법정보의 유통금지 등)에 '공공연하게 사람을 모욕하는 정보'를, 그리고 제70조(벌칙)에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람을 모욕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 등이 신설됐다. 형법상 모욕죄의 처벌 조항인 '1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 벌금' 보다 처벌 강도가 높다. 아울러 현행 형법상 모욕죄가 친고죄인 반면 사이버모욕죄는 고소가 없더라도 수사착수가 가능한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했다. (미디어오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망법' 혹은 '망법')
44조의7 (불법정보의 유통금지 등)
①누구든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정보를 유통하여서는 아니 된다.
1. 음란한 부호ㆍ문언ㆍ음향ㆍ화상 또는 영상을 배포ㆍ판매ㆍ임대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하는 내용의 정보
2.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사실이나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정보 [이하 생략] [전문개정 2008.6.13] [시행일 2008.12.14]
제70조 (벌칙)
①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③ 제1항과 제2항의 죄는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밝힌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전문개정 2008.6.13][시행일 2008.12.14]


ㄱ. 새롭게 도입되는 '사이버 모욕죄'의 의미 : 형법상 명예훼손, 음란에 이어 모욕죄도 망법에 도입.

위 44조의 7 제1항 제1호가 형법상 음란죄를 정보통신망법에 도입한 것이라면, 제2호는 형법상 명예훼손을 망법에 도입한 거다. 이제 '사이버 모욕죄'가 신설된다면 형법상 모욕죄까지 망법에 도입된다. 국가형벌권이 더욱 확장되고, 강화되는 셈이다. 이들은 각각 형법의 특별법으로 적용된다. 즉 특별법 우선원칙이 적용되어 웹을 통해 이런 구성요건, 즉 범죄가 충족되는 경우 망법 적용을 받게 된다.


ㄴ. 형법상 명예훼손, 모욕죄
제307조 (명예훼손) : 반의사불벌죄
①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사실에 관한 명예훼손)
②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이하의 징역, 10 년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허위 사실에 관한 명예훼손)

제311조 (모욕) : 친고죄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이 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312조 (고소와 피해자의 의사)
①제308조와 제311조의 죄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②제307조와 제309조의 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형법상 명예훼손과 모욕죄는 개인적인 법익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범죄다.

ㄷ. 친고죄와 반의사불벌죄
친고죄는 일단 범죄 피해자(및 고소권자)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이 가능하다.
반의사불벌죄는 일단 국가사법기관의 '인지' 수사가 가능하고, 그 인지수사의 결과로 범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을 때 범죄 피해자에게 그 고소를 묻는 방식이다.

그러니 위 양자와의 관계 속에서 쉽게 생각하면 이렇다.
친고죄는 그 법정형이 약할 뿐더러, 약한 죄질의 범죄에 적용되는 것이고, 반의사불벌의 경우에는 그 법정형이 친고죄로 규정된 범죄보다는 높고, 상대적으로 강한 죄질에 적용되는 처벌조건에 관한 규정이다.

얼마전에 있었던 한 영화잡지(프리미어) 간담회(최진실법과 관련한)에 동석한 블로거 행인이 강하게 지적한 것처럼 친고죄를 반의사불벌로 바꾸고, 그 실효성을 추구하려면 국가기관이 인터넷을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는 결과가 된다. 이건 가능한지 여부를 떠나 정말 위험한 발상이다.


3.  이 법에 반대하는 이유 (요약정리)


ㄱ. 이 법안은 논리필연적으로 자살을 합리화하는 법안이다.
최진실과 관련해서는 이런 법규정이 만들어진다면, 국가가 나서서 '자살'을 합리화하는 꼴이 된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자살의 원인이 '모욕'(혹은 명예훼손, 쉽게 말해 악플)이라고 국가가 나서서 선언하는 꼴이다. 좀 과장하자면 국가가 자살을 타살인 것처럼 제도화하는 셈이다.

형벌 규정은 '책임 범위'에 대해 냉정한 판단을 요구한다. 그것은 한 개인을 죽일 수도 있고, 자유를 제한할 수도 있으며, 돈(재산권)을 빼앗을 수도 있는 국가공권력의 최후보루이자, 시민의 자율성에 대한 최후보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진실 자살 사건에 쏠린 대중적인 여론에 편승해 이런 법안이 마련된다면, '자살' 그 자체가 '개인의 책임 범위'를 넘어서게 된다.

모욕죄가 살인죄가 아닌 이유는 그 모욕죄에 부가한 약속 때문이다. 모욕죄는 모욕죄에 규정된 형벌로 처벌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현 나경원법은, 적어도 그 맥락으로 본다면 모욕죄를 마치 '살인죄'의 일부인것처럼 사회성원들이 착각하도록 만들 여지가 강하다.

ㄴ. 국가 형벌권 강화 규정 마련은 거듭 신중해야 한다.
국가의 형벌권이 강화되는 규정을 마련하기 위해선 시민사회의 동의는 물론이고, 치밀한 사전 준비 작업이 있어야 한다. 악플이든 모욕이든 간에 사회과학적 실증 조사가 반드시 필요적으로 선행되어야 그것이 상식일 것이다. 지금 이런 과정이 있는지, 있었는지 의문이다.

ㄷ. 이 법률은 실효성도 강하게 의심된다.
평균적인 시민들, 그러니 더도말고 나같은 경우에 어떤 모욕행위에 대해 법적인 구제를 요청하는 일은 드물수 밖에 없고, 그런 선택을 하는 경우에 감당해야 하는 시간적, 정신적, 물질적 염려에 때문이라도 이런 법적인 장치가 사사로운 개인들의 인격권을 보호할 수 있는 수단으로 작동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하지만 자신들에 대한 담론들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정도의 거대권력에서 바라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ㄹ.  이 법안은 문화의 자율성을 억제하는 반문화적인 방법론이다.
인터넷, 웹의 여론이나 의사표현은 자율적인 정화과정을 거치기 마련이다. 사인(시민)간의 모욕 행위에 주목하면 주목할수록, 그 행위에 필요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면 부여할수록, 자율적인 정화에 대한 기대심리는 위축될 수 밖에 없다. 달리 표현하면 토론과 대화를 통한 사상시장의 메카니즘에 의한 해결 가능성은 낮아 질 수 밖에 없다.

ㅁ. "인간의 얼굴을 한 야만"
이 법안이 최진실이라는 사회적 상징에 대한 연민에 의해 더욱 촉발되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연민이라는 그토록 인간적인 감정의 결과가 제도적인 억압과 규제, 그리고 인간에 대한 불신이라면 이것처럼 아이러니한 게 또 어딨겠나.

합법적인 얼굴을 한 야만에 다름 아니다.  




* 내 관련글
사이버 모욕죄와 죄형법정주의, 그리고 경찰국가의 망령 http://minoci.net/550
최진실 일발 장전. http://minoci.net/612
최진실 자살 단상 : 악플과 찌라시즘 그리고 희생양. http://minoci.net/617
숭고한 사회의 악당들 : 사이버 모욕죄와 나경원법. http://minoci.net/621
송원섭, 박수나를 조롱하다 : 자기배반과 사이비 오리엔탈리즘. http://minoci.net/635




* 관련 추천글
최진실법? (행인)
천정배씨, 좀 남새스럽지 않우?? (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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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 나경원 씨, '사이버 모욕죄' 이전에 소통을 하시죠?

    Tracked from Skyjet의 매일매일의 감성일기 2008/11/05 00:15 del.

    이 글은 전 포스팅 '최진실법'을 보며 '청소년보호법'이 떠오르다.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우리가 리만브라더스의 경제 놀음에 빠져, 달러 스와프에 빠져, 한국 시리즈에 빠져 (솔직히 저도 빠졌지만...), 일상에 빠져 있는 동안 한나라당은 차곡 차곡 '사이버 모욕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법안을 따지면 참 웃기는 법안이죠. 단순 모욕을 하면 최고 3년의 징역 또는 일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라, 거기에다가 신속한 임시조치(일명 블라인드)를 취하고 피해자의..

  2. Subject : 방귀 뀐 놈이 성내는 권리침해신고와 게시글 삭제.고발 위협

    Tracked from Save the Earth! Fire Blog! 2008/11/06 10:56 del.

    방귀 뀐 놈이 성내는 권리침해신고와 게시글 삭제.고발 위협 정보통신망법과 권리침해신고 악용해 블로거 잡는 리얼정글고 오늘(21일)은 도서관 휴관일이라 집에서 불질(블로깅)을 하고 있었습니다. 오전내내 잠자리에서 뒹굴거리며 세르반테스의 책 <질투심 많은 늙은이>를 다 읽고 그것을 우선 포스팅하고,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용역깡패와 구사대, 경찰의 폭력과 강제진압 소식을 덥하고 든 짧은 생각도 블로그에 정리했습니다. 그 사이 아침겸 점심도 챙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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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ulldream 2008/11/05 01:25

    사이버 모욕죄 법안발의의 속내야 왠만한 유저라면 다 알고 있으리라 생각되구요.
    문제는 다들 말리는데 결국 법안이 만들어지고 시행될 것 같다는 불길한 모양새죠.
    만약 실행된다면 지난 대선과 총선기간때 보여왔던 누리꾼들의 침묵이 이뤄지지 않을까
    우려스럽습니다(혹 이야기해서 걸린다면 대략 난감해지겠죠...).
    이외에도 이런 저런 부작용이 속출할 것은 불보듯 뻔하군요.
    그저 눈 뜨고 바라봐야 한다는 점이 답답한 노릇이네요.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8/11/05 06:22

      하기는 말씀하신 측면도 꽤 크죠.
      아무리 관심이 있고 말리고 싶은들 그들이 콧등으로 안들을테니까요.
      아주 식상하게 암울하달까.. 그런 느낌입니다.

  2. 서울비 2008/11/05 07:06

    역시 깔끔한 정리이십니다 : )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8/11/05 07:17

      서울비님 말씀 때문에 다시한번 읽어봤는데, 오타도 많고, 종종 비문도 눈에 띄네요. ㅡ.ㅡ;;
      추고해야겠습니다.

      격려 말씀 고맙습니다.

  3. 민노씨 2008/11/05 07:30

    * 사소한 추고.

    perm. |  mod/del. |  reply.
  4. 세어필 2008/11/05 10:44

    사실 이 법안이 발의되면 최소한 딴나라당 지지자들은 얼씨구나 하면서 박수를 쳐주지 않을까요?
    현 정부가 경제 관련해서 워낙 뻘짓만 해대다 보니 기존 지지층마저 등을 돌리게 생겼으니까 가끔씩 이런 짓이라도 해줘서 기존 지지층이나마 지켜보려는 의도도 있지 않을까요?-_-;
    사실 기존의 딴나라당의 꾸준한 반민주적인 행태를 보면 이번 나경원법 역시 자신들의 소신에 맞춰 개혁을 추진하는 법안이며, 딴나라당 지지층 입장에선 사회 정의 실현을 위해 애쓰는 딴나라당의 훌륭한 정책에 같이 얼싸안고 춤추듯 지지를 보내겠죠.
    - 좀 비꼬려는 의도가 있었지만 특별히 제 의견이 틀렸다는 생각이 들진 않습니다. 슬픈 사실이죠. -

    perm. |  mod/del. |  reply.
  5. capcold 2008/11/06 02:30

    !@#... 뿐만 아니라, 방통위의 본인확인제 확대에 관한 의결도 나왔습니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74289]. 대통령 시행령으로 기준을 넣겠다는 무척 섬뜩한 발상도 그렇고(제도 자체로는 나쁘지 않지만, 그 령을 내릴 대통령을 생각하면 식은땀부터...), 도대체 무슨 시대에서 타임슬립한지 모를 법무부는 1만명 이상 사이트는 다 강제하자고 우렁차게 외치고 있습니다;;;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8/11/06 10:56

      본인확인제 확대 관련 링크는 좀 있다가 살펴보겠습니다.
      링크 소개 고맙습니다. ^ ^

      그런데 현재 기준은 10만명 아닌가요?
      (이것도 헷갈리네요.. ㅎ)

    • 민노씨 2008/11/14 09:09

      깜빡하고 있다가 이제야 살펴보네요.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 ··· %3D74289

      1. 본인확인제가 요구되는 사이트 규모가
      현재는 30만명이 기준이고
      방통위는 10만명안
      법무부는 1만명안...이로군요. ㅡ..ㅡ;;;;

      2. "임시조치 부분은 명예훼손 등 권리침해 정보에 대해 사업자가 삭제, 임시조치 등 현행법상 의무조치(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를 취하지 않을 경우 실효성 확보를 위해 과태료를 부과(안 제143조)하는 것으로" 이 부분도 참...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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