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그럼, 그냥 죽어라. 죽을 테면 죽어봐”라고 말하면서 라이터를 건네 줄 당시 피해자가 이를 이용하여 분신하여 자살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하면서 위와 같은 행위를 한 경우의 판결. (지법판결)

피고인과 사귀고 있는 ***의 예전 남자친구인 피해자 000(26세)이 몸에 휘발유를 끼얹은 채 찾아와 피고인과 위 ***가 탑승한 차량을 가로막으며 흥분하여 “***가 차에서 내리지 않으면 보는 앞에서 죽어 버리겠다. 정말 몸에 불을 붙이겠다.”라고 말하자 동인에게 “그럼, 그냥 죽어라. 죽을 테면 죽어봐.”라고 하며 소지하고 있는 라이터를 동인에게 건네주어 동인으로 하여금 위 라이터로 몸에 불을 붙이게 하는 등 동인이 자살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 같은 해 12. 12. 21:50경 서울 강남구 대치4동 **** 병원에서 동인이 화염 화상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 부전 등으로 사망함으로써 동인의 자살을 방조한 경우의 책임

- 출처 : 대법원 전국법원주요판결



이하 판결문 재구성

서울동부지방법원 제11형사부 판결
사건 : 2007고합342 자살방조
판결선고 : 2008. 4. 2.
검사 : 이문한

*** : 피해자의 옛 애인. 피고인의 현재 애인.
### : 피해자. ***의 옛 남자친구.
피고인 : ***의 현재 남자친구.


1. 범죄 사실

2007년 9월 5일 새벽 3시 35분경 서울 송파구 잠실동 도로상.
피고인과 사귀고 있는 ***의 예전 남자친구인 피해자 ###(사망)은 몸에 휘발유를 끼얹은 채 찾아와 피고인과 ***이 탑승한 차량을 가로막으려 흥분하여 소리쳤다.
"*** 차에서 내리지 않으면 보는 앞에서 죽어 버리겠다. 정말 몸에 불을 붙이겠다"

이에 피고인(현 ***의 애인)은
"그럼, 그냥 죽어라. 죽을테면 죽어봐"
라고 하며 소지하고 있는 라이터를 피해자에게 건네주어 동인으로 하여금 몸에 불을 붙이게 하는 등 자실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결국 피고인은 같은 해 12월 12일 오후 9시 50분 경 서울 강남구 모병원에서 피해자가 화염 화상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 부전 등으로 사망함으로써 동인의 자살을 방조하였다.


2. 쟁점 판단
ㄱ. 피고인(및 변호인) 주장
라이터를 건네준 사실은 있으나, 피해자가 이를 이용 분신자살할 것이라고는 예상할 수 없었으므로 피고인에게 자살에 대한 방조의 범의(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ㄴ. 판단
자살방조죄(252조 제2항)는 자살하려는 사람의 자살행위를 도와주어 용이하게 실행하도록 함으로써 성립되는 것이다. 그 방법에는 자살도구인 총, 칼 등을 빌려주거나 독약을 만들어 주거나, 조언 또는 격려를 한다거나 기타 적극적, 소극적, 물질적, 정신적 방법이 모두 포함된다. 이러한 자살방조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그 방조 상대방의 구체적인 자살 실행을 원조하여 이를 용이하게 하는 행위의 존재 및 그 점에 대한 행위자의 인식이 요구된다(대법원 1992. 7. 24. 선고. 92도1148 판결).

그리고 범죄 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로서 미필적 고의라 함은 범죄사실의 발생 가능성을 불확실한 것으로 표상하면서 이를 용인하고 있는 경우를 말한다.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하려면 범죄사실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범죄사실 발생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한다.

그 행위자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용인하고 있었는지의 여부는
- 행위자의 진술에 의존하지 아니하고

-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형태와 행위의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하여
- 일반인이라면 당해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고려
하면서, 행위자의 입장에서 그 심리상태를 추인하여야 한다(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4도74 판결 참조).

앞서 든 증거에 의하면
a. 피해자는 2007. 3경 피고인의 여자친구인 ***와 헤어진 후 여러 차례 ***를 찾아와 "나와 헤어지면 네 앞에서 죽겠다."라는 말을 하였고, 이를 알게 된 피고인도 이 사건 범행 전에 ***와 함께 피해자를 만났던 적이 있는 사실. 
b. 이 사건 범행 당일 술에 취한 피해자가 휘발유를 준비하여 피고인과 함께 PC방에 있던 ***를 근처 놀이터로 불러내서 "너 보는 앞에서 죽을테니까 평생 후회하며 살라"라고 말한 사실. 
c. ***가 PC방으로 돌아가자 피해자가 휘발유를 몸에 끼얹은 채 피고인이 있던 PC방으로 찾아왔고, 강한 휘발유 냄새를 맡은 PC방 주인이 경찰에 신고까지 한 사실.
d. 피고인과 ***가 PC방에서 나와 피고인의 차에 탔으나, 피해자가 피고인의 차를 막아선 채 "죽어버린다. 몸에 불을 붙이겠다."라고 말한 사실.
e. 피고인이 차를 후진하여 가려고 하였으나 피해자가 계속 따라붙자,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그럼, 그냥 죽어라. 죽을 테면 죽어봐."라고 말하며 창문을 열고 차 안에 있던 라이터를 피해자를 향하여 던져준 사실
f. 피고인이 건넨 라이터를 받은 피해자가 30초 정도 머뭇거리다가 몸에 불을 붙였고, 결국 화염 화상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 부전 등으로 사망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러한 이 사건 범행의 경위 및 형태와 당시 당황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그럼, 그냥 죽어라. 죽을테면 죽어봐"라고 말하면서 라이터를 건네 줄 당시, 피해자가 이를 이용하여 분신자살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하면서 위와 같은 행위에 나아갔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피고인에게는 적어도 피해자의 자살를 방조한다는 점에 대하여 미필적 고의는 있었다 할 것이다.

(결국)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양형이유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은 여러 차례 자살의사를 표시하였던 피해자가 몸에 휘발유를 끼얹고 있음을 알았음에도 피해자의 자살을 충동질하는 언사를 하고 분신에 이용될 수 있는 라이터를 건네주어 결국 피해자가 자살에 이르게 한 것이므로 그 죄질과 범정이 매우 중한 점, 피해자의 유족에 대하여 사죄나 피해 변제가 전혀 이뤄지지 아니한 점,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에 대하여 반성이 충분하지 아니한 점,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가족환경 등 이 사건에 나타난 모든 양형조건을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4. 주문
피고인을 징역 1년에 처한다.
판사 조현일(재판장) 이상헌 김은경


단상들...

1. 사건은 그야말로 극단적이고, 자극적이다. 우리시대의 한 단면을 그대로 함축하는 것 같다. 물론 젊은이의 혈기와 객기, 광적인 집착과 맹목적인 연애감정은 시대 불문이긴 한다. 하지만 정말 이런 일이 있구나 싶은 생각... 이런 일이 지금/여기에서 벌어지고 있구나.. 싶은 생각 어쩔 수 없이 든다. 마치 가스파르 노에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 새벽에 벌어졌을 장면들, 어쩔 수 없이 떠오른다.

2. 망자의 (살아생전) 심정에 공감하는 독자들 여럿 계실줄로 안다. 나도 그 중 하나다. 피고의 심정에 공감하는 독자들 여럿 계실줄로 안다. 나도 그 중 하나다. 사건과는 직접적인 상관없는, 하지만 사건의 중심에 있는 '그녀'의 심정에, 물론 이건 그저 막연한 추정, 상상에 불과하긴 하지만, 공감하는 독자들도 여럿 계실줄로 안다. 나도 그 중 하나다.

3. 합리적인 판단을 내린 것 같다. 한 목숨이 스스로 저버렸다. 이를 적극적으로 방조한 자가 분명히 존재한다. 어쩔 수 없다. 책임을 지는 수 밖에.

4. 자주 인용하는 김현
어떤 경우에도 자살은 용납될 수 없다.
살아서 별별 더러운 꼴을 다 봐야 한다.
왜냐하면...
그게 삶이니까.

5. 망자의 명복을 빌고...
남겨진 그녀에게는 씩씩하게 이 고통을(그런데 솔직히 이건 그저 상식적인 상상일 뿐이지만) 이겨내길 당부하고, 끝으로 자신의 경솔함에 대한 대가를 치뤄야 할 그 젊은 친구에게도 짧은, 나조차도 스스로 그 정체를 알 수 없을, 위로를 전하고 싶다.

보충. 곰곰님의 논평


곰곰
2009/03/07 13:37 perm.

오래 전 포스트지만, 저도 눈여겨봤던 판결이라 댓글 붙입니다.
항소심에서는 무죄가 선고되었더군요. 대법원까지 간다면, 미필적 고의의 판단 기준에 관한 법리가 새롭게 정리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처음 기사를 보고 피고의 행동이 도덕적으로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을지 몰라도 과연 법적 처벌의 대상이 될만한 것일까 의문이었습니다.
애초에, 휘발유를 들이붓고 죽어버리겠다던 망인이나, 라이터를 던져주며 죽어버리라는 피고의 행동 모두, 말하자면 민법 107조의 비진의표시로, 내심과는 다른 의사표현이었을테니까요. 싸 움을 하다 격해져서 '너죽고 나죽자'며 드잡이질을 하는 사람들이 살인의 고의를 가진 것이 아니듯이 망인의 '죽어버리겠다'는 '돌아와달라'였고, 피고의 '죽어버려라'는 '꺼져버려라'였을 것입니다. 그리고, 아마도 여성분이 그 자리에 없었다면, 망인은 라이터를 켜지 않았겠지요.
그들이 어떠한 사람들인지, 누구의 잘못이 더 큰지, 여러가지로 생각해 볼 수는 있겠지만- 그건 법이 관여할 영역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인 정황에 따라서는 물론 정말로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인정될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건 구체적인 특별한 사정들을 전제로 해야 할 것이고, 객관적으로 입증된 사정이 있어야 할 거라고 봅니다.
한 사람의 죽음은 큰 일이지만, 한 사람을 살인자로 만드는 건 어쩌면 그보다 더 큰 일일 겁니다. 그건 우리 사회의 원칙과 공존을 위한 토대의 문제가 되니까요. 도덕적으로 용서할 수 없다고 해서 살인의 고의를 쉽게 추정하는 건 우리 모두를 위험하게 하는 법의 남용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민노씨
2009/03/07 15:27

진지하고 깊이있는 논평에 감사드립니다.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었군요. 저로선 일심의 판단이 여전히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입장입니다.

'고의 확정'과 관련해서는
1. 피고 행위는 '라이터를 건내 준 것'이고,
2. 이는 자살이라는 결과 발생에 인과관계가 분명히 성립하고 있으며
3. 말씀하신 비진의표시라는 문제는 '외부에 객관적으로 표시된' '라이터를 건네주는 행위'라는 그 표시행위를 통해서 판단해야 하는 문제라고 봅니다. 비진의표시는 원칙적으로 유효하고, 그것이 '자살'이라는 결과를 초래한 만큼, 단서적인 예외(특수한 경우에는 그 의사가 무효가 되는)는 좀더 엄격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저는 고법이 일심을 뒤집은 그 근거가 무엇일지 몹시 궁금하네요.

 '살인의 고의'라고 하기엔 좀.. ^ ^; 피고의 행위는 살인의 고의가 아니라 '자살방조의 고의'잖아요. 양자는 좀 다른 문제인 것 같습니다.

깊이있는 논평에 대해선 다시금 고마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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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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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물빛고양이 2008/04/13 23:33

    자살은 결국 남겨진 자들의 몫이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죽은 사람 부모님 마음은 어떨까- 정말 나쁜 사람이예요. 에휴... 하지만....저 세상에서는 평화롭길 빕니다. 아멘 -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8/04/14 00:23

      그러게요.
      처음에는 그 자극적인 제목 때문에 눈길이 머무는 판례였는데, 그렇게 세속적 호기심으로 읽어내려가다보니.. 아주 예전.. 먼 옛날의 추억들도 떠오르고... 물론 그 정도야 훨씬 덜했지만요.. 그 마음은 충분히, 그 세명 모두에게 감정이입된달까.. 그랬습니다.

  2. comodo 2008/04/13 11:06

    라이터를 건내준 것이 커다란 포인트가 되는가요? 경찰서에서 살다보니 직원들이 공부하는것을 어깨넘어로 많이 보게 됩니다, 미필적 고의나 자살방조, 익숙한 단어들인데요~ 큭큭 흥미로운 글 잘 봤습니다^^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8/04/14 00:25

      아무래도 그렇죠.
      그리고 사건 행위 전후의 '객관적'(확인된) 정황도 고려되구요.
      형법상 고의(미필고의 당연 포함)를 인정하는 것은 주관적인 행위자의 진술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증거와 확인된 정황에 의한다는 가장 기초적인 판단준거를 보여준 판결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3. 가즈랑 2008/04/14 00:16

    사건의 정황이 워낙 극적이다보니 딱딱한 판결문이 아니라 건너건너 친구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네요. 그리고 오죽하면 망자가 저랬을까 하는 심정도 들고...피고인은 또 왜이렇게 미운 놈이란 생각이 드는 것인지! 이건 뭐 제가 판결을 하는 입장이 아니니 누가 뭐라고 할 수 없겠죠;;

    하지만, 이런 일은 다른 방식으로 언제든지 재현될 수 있는 사건이란 생각이 듭니다. 시대는 여러 번의 사랑을 경험하지만, 개인에겐 이토록 절실한 사랑은 어쩌면 평생 단 한번일지도 모르니까요. 죽음으로 사랑(또는 충절)을 증명하는 것...너무 무모한 방법이지만, 무모함조차 넘어설만큼의 절실한 심정을 드러내는 방법이라고 느꼈습니다.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8/04/14 00:31

      아무래도 망자에게 좀더 감정이입이 되시나 봅니다. ^ ^;
      저도 굳이 말하자면, 망자에게 좀더 감정이입이 되는 편이긴 한데.. 피고인과 '그녀'에게도 마음 고생이 오죽 심했으면 저랬을까.. 싶은 생각도 들구요. 말씀처럼 그 구체적인 사정을 모르는 바에야, 안다한들, 그것이 지극히 사적인 영역에 속한 것인 바에야, 누가 뭐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굳이 사랑이라는 표현 대신, 연애감정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싶은데요. 물론 방구나 뽕이나 싶긴 합니다만... ^ ^;; 그 연애감정는 정말 '어느 한 때' 맹목성과 광기에 가까운 집착을 동반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거기에는 자기 안의 욕망만이 있고, 사랑의 필요적 요소인 '관계'가 없는 점에서 사랑과는 구별되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득 쿤데라, 혹은 이성복이 했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사랑(연애감정)이 이토록 매혹적인 것은 그것이 갖는 '불가피성'에 있다... (동어반복적 수사인데.. ㅎㅎ 그래도 가슴에 와닿는 표현이더랍니다..)

  4. Ray 2008/04/14 01:00

    흥미있는 제목이라 혹하여 끝까지 읽어보았습니다.
    이런 사건이 있었네요..
    세상을 뜬 분에 대해서도 참 슬푸고 비통하게 생각하지만, 실형을 선고받은, 라이터를 던져준 젊은이도 참 안타깝네요.
    사람 한 길 속 모른다지만, 설마하니 진짜 악에 받쳐서 죽기를 바라는 마음에 던져준 건 아닐텐데.. 사람이 그렇게 쉽게 죽으려 하지 않을텐데 설마, 설마 했지 않았을까하고... 실형 받은 것보다, 평생 자기가 한 사람을 죽게 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고생할 것 같아 참 마음이 그렇습니다.

    구독한 지는 꽤 되었는데 댓글은 처음 달아보네요^^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8/04/14 01:20

      그렇죠..
      마음이 참 그렇습니다..

      아무튼 반갑습니다.
      앞으론 가벼운 마음으로 종종 댓글 주시면 좋겠어요. ^ ^
      레이님 블로그도 잘 구경했습니다.
      저도 종종 방문할게요. : )

  5. 댕글댕글파파 2008/04/14 10:51

    안타까운 현실이네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연의 아픔을 겪어 보게 되지만 극복하는 과정을 다 다른것 같습니다. 저도 첫사랑과의 결별이후에 너무나도 힘들어했던 기억이 나네요. 며칠동안 저렇게 눈앞에서 "자살"이라고 공공연히 떠들어 되던 사람에게 라이타를 던져 주는 건 솔직히 이해가 안 갑니다. 물론 설마라는 생각은 있었겠지만 설마하는 마음 가짐을 가지고 사람의 목숨을 장난처럼 대하면 안되겠지요. 정말 안타깝네요.
    돌이킬수 없는 에서의 지하도로(?)씬은 정말 잊혀지지 않습니다.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던것 같네요. 덕분에 밤 중에 외길을 거닐다 보면 지나가는 사람이 제일 무섭더군요. ㅋㅋ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8/04/15 03:23

      그런 추억이 계시군요.
      많은 분들께 그런 추억 하나 둘 쯤은 계실 것 같아요.

      돌이킬 수 없는... 굉장한 영화였죠!

  6. 곰곰 2009/03/07 13:37

    오래 전 포스트지만, 저도 눈여겨봤던 판결이라 댓글 붙입니다.
    항소심에서는 무죄가 선고되었더군요. 대법원까지 간다면, 미필적 고의의 판단 기준에 관한 법리가 새롭게 정리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처음 기사를 보고 피고의 행동이 도덕적으로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을지 몰라도 과연 법적 처벌의 대상이 될만한 것일까 의문이었습니다.
    애초에, 휘발유를 들이붓고 죽어버리겠다던 망인이나, 라이터를 던져주며 죽어버리라는 피고의 행동 모두, 말하자면 민법 107조의 비진의표시로, 내심과는 다른 의사표현이었을테니까요.
    싸움을 하다 격해져서 '너죽고 나죽자'며 드잡이질을 하는 사람들이 살인의 고의를 가진 것이 아니듯이 망인의 '죽어버리겠다'는 '돌아와달라'였고, 피고의 '죽어버려라'는 '꺼져버려라'였을 것입니다. 그리고, 아마도 여성분이 그 자리에 없었다면, 망인은 라이터를 켜지 않았겠지요.
    그들이 어떠한 사람들인지, 누구의 잘못이 더 큰지, 여러가지로 생각해 볼 수는 있겠지만- 그건 법이 관여할 영역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인 정황에 따라서는 물론 정말로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인정될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건 구체적인 특별한 사정들을 전제로 해야 할 것이고, 객관적으로 입증된 사정이 있어야 할 거라고 봅니다.
    한 사람의 죽음은 큰 일이지만, 한 사람을 살인자로 만드는 건 어쩌면 그보다 더 큰 일일 겁니다.
    그건 우리 사회의 원칙과 공존을 위한 토대의 문제가 되니까요.
    도덕적으로 용서할 수 없다고 해서 살인의 고의를 쉽게 추정하는 건 우리 모두를 위험하게 하는 법의 남용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9/03/07 15:27

      진지하고 깊이있는 논평에 감사드립니다.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었군요. 저로선 일심의 판단이 여전히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입장입니다.

      '고의 확정'과 관련해서는
      1. 피고 행위는 '라이터를 건내 준 것'이고,
      2. 이는 자살이라는 결과 발생에 인과관계가 분명히 성립하고 있으며
      3. 말씀하신 비진의표시라는 문제는 '외부에 객관적으로 표시된' '라이터를 건네주는 행위'라는 그 표시행위를 통해서 판단해야 하는 문제라고 봅니다. 비진의표시는 원칙적으로 유효하고, 그것이 '자살'이라는 결과를 초래한 만큼, 단서적인 예외(특수한 경우에는 그 의사가 무효가 되는)는 좀더 엄격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저는 고법이 일심을 뒤집은 그 근거가 무엇일지 몹시 궁금하네요.

      추. '살인의 고의'라고 하기엔 좀.. ^ ^; 피고의 행위는 살인의 고의가 아니라 '자살방조의 고의'잖아요. 양자는 좀 다른 문제인 것 같습니다.

      깊이있는 논평에 대해선 다시금 고마움을 전합니다.
      본문에 말씀주신 내용은 보충하겠습니다.

  7. 민노씨 2009/03/07 15:31

    * 곰곰님의 논평 본문 보충.

    perm. |  mod/del. |  reply.
  8. 곰곰 2009/03/07 16:57

    답변 감사합니다. 제가 '살인'의 고의라고 썼군요^^; 저의 실수입니다.
    자살방조의 고의는 살인의 고의와 엄-청나게 차이가....;;
    표시상 착오이니, 그냥 '자살방조의 고의'로 읽어주셨길 바랍니다^^

    생각할 거리가 참 많은 사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1심과 2심의 판단이 달라진 거겠죠. 판사님들도 헷갈린다능..^^

    재미있는 글들이 많아서 천천히 읽어가는 중입니다.
    좋은 블로그를 알게 되어 기쁘네요.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9/03/08 01:06

      역시 그러셨군요. : )
      저도 '살인의 고의'라고 표현하셔서 갸우뚱했습니다.
      제가 자연적 해석을 해야 하는데, 너무 있는 그대로 읽은 것 같기도 해서 민망한 마음도 살짝...ㅎㅎ

      살인이라는 불법의 크기와 자살방조라는 불법의 크기는 정말 현저한 차이를 갖는 것이고, 그래서 법정형도 매우 큰 차이를 갖는 만큼 곰곰님께서 말씀하시는 바의 취지, 가벌성을 너무 확장해서는 안된다는 그런 취지, 는 이해합니다만, 저는 여전히 '라이터를 건네준 행위'는 자살방조의 고의를 확정하는데는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위 판결 요지에 나오는 사실 관계 외에 고법에서 뭔가 달리 판단할 만한 새로운 사실이 있었나... 이런 궁금증이 있습니다.

    • 민노씨 2009/03/08 01:08

      추.
      재미없는 글들이 대부분일텐데요.
      이렇게 호의적으로 평가해주시니 내심 반갑고, 기분이 좋네요.
      그런데 곰곰님께선 블로깅은 안하시는건가요?
      곰곰님께서도 블로깅하시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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