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0.06

2008/04/11 02:34
1. 진보신당의 0.06

진보신당은 심상정·노회찬 후보가 낙선하고, 정당투표에서도 의석 확보 기준인 3%에 0.06%포인트 모자란 2.94%의 득표율을 기록해 국회 입성에 실패했다. 원외 정당의 가시밭길만 남았다.
- 한겨레, 진보신당, 원외 가시밭길 ‘대운하 파이팅’ 중에서

이번 총선의 가장 아쉬운 점은 그동안 장애운동의 중심에서 활동해온 진보신당 비례대표 1번 후보가 정당득표 0.06%가 부족해서 떨어진 것이다. 이는 장애계가 이번 18대 총선에 남긴 가장 큰 오점이며, 정치세력화를 위한 장애계의 응집력부족을 보여준 것은 아닌지 평가해봐야 할 부분이다.
- [논평] 2008총선장애인연대 (2008년4월10일) 중에서 (출처 : 에이블뉴스)

0.06
아마 죽을 때까지 잊혀지지 않을 숫자가 될 듯 싶다...
- 행인, 0.06


2. 재벌의 0.06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상속세 폐지를 주장하고 나선 가운데 전경련 산하 연구기관에서 상속세를 40% 인하하면 국내총생산(GDP)은 연평균 0.06% 가량 증가한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아 주목된다.
- “상속세 40% 인하시 GDP 연평균 0.06% ↑” (동아닷컴. 2008. 4. 9. 연합뉴스 인용) 중에서


3.
절묘한 타이밍.
총선 직전에 상속세 내기도 아깝다는 애국지사들의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GDP 0.06%를 몹시도 걱정하는 애국심 투철한...
그런데 GDP 0.06이라니, 난 그 숫자가 어떤 의미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나와는 너무도 멀리 있는...

우리는 0.06을 채워내지 못함으로써, 전혀 다른 빛깔, 전혀 다른 풍경을 갖는, 0.06을 현실에서 만날 가능성이 더더욱 높아졌다. 그러니 0.06을 채워내지 못함으로써, 0.06% GDP 상승을 위해 상속세 40% 내리자는 애국자 재벌님네들을 견제할 수 있는 의미있는 숫자, 상징적인 숫자 1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행인님 말씀처럼, 0.06.... 은 나에게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 숫자가 될 것 같다.

이제 대한민국 의회는 자신이 가진 것 빼앗길까 노심초사하는, 그래서 상속세 내리자는, 아니 폐지하자는 1%의 수중으로 떨어졌다.

이건 시작에 불과할테다.
당신들의 무관심, 나의 나태함, 우리들의 속물근성, 이제는 구조 그 자체가 된 피상적 욕망체계가 만들어 놓은 그들만의 천국, 우리가 끝끝내 들어갈 수 없을, 그 소름끼치게 아름다운, 꿀물 흐르는 천상의 세계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대.한.민.국.만.세.



* 관련 팟캐스트
미디어토크 18회 "20대여 깨어나라" (49분)


* 관련 추천글
총선의 토막들 (capcold)
다행이다 진보신당. (중략) 하지만 정당등록 취소 한도인 2% (의원 없고 전국구 지지율 2% 이하면 정당등록 취소당한다)는 넘겨줬다. 이제 당초 플랜대로 총선 이후 재창당을 할 때, 강제해산 후 재결합이 아니라 진보신당에서 새 진보당으로 자연스럽게 계승될 수 있게 되었다. 이거 큰 차이고,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되는 중요한 기반이다. 마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마지막 장면에서 바닥에서 솟아나온 작은 싹 한 줄기 같은. (위 글 중에서)

진보신당을 "비판적"으로 지지한다 (foog)
나 스스로 정치적 지향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 지속적인 화두인데 최근 내린 결론은 적어도 사회주의자는 아니라는 것이 결론이다. 이렇게 저렇게 머리를 굴려서 나 스스로를 합리화시키기 위해 만들어낸 표현이 결국 ‘자기파괴적 자본주의자’다. 자본주의적 삶을 지향하면서 끊임없이 그 한계를 알아채며 좌절하는 그런 녀석인 것 같다. (위 글 중에서)



* 발아점
0.06 (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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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 총선, 대한국민은 위대했다

    Tracked from 하민혁의 통신보안 2008/04/11 13:17 del.

    2008년 4월 9일, 제18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선거 결과는 가히 환상적이다. 대한국민은 대한국민의 저력을, 대한국민의 위대함을 단 하루의 선거를 통해 칼같이 보여주었다. 누구에게? 제멋에 겨워 사는, 자신이 세상 제일인 듯 기고만장하여 설래발을 치는, 지 친구 하나한테도 인정 못 받는 주제에 국민이 무슨 지네 집 똥개나 되는 듯이 방정맞은 주디 놀려가며 들었다 놨다 해대는, 도대체 듣보잡인 데다가 한번 더 생각해도 밥맛인 치들에게, 제1...

  2. Subject : 총선 소회...라기보다는 이런저런 잡생각

    Tracked from foog.com 2008/04/12 20:31 del.

    내가 지난 번 글 ‘진보신당을 비판적으로 지지한다’라는 글에 내 스스로의 정치적 지향이 ‘자기파괴적 자본주의자’라고 썼었는데 그것을 유명 블로거 민노씨께서 자기 글에 인용을 했다. 그래서 들었던 느낌은 “뭐 대단한 이야기라고 인용까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이어 내가 RSS 에 등록해놓고 필히 찾아 읽는 블로그가 있는데 필명 '포카라'님의 블로그다. 주식시장에 관한 글이 주로 올라와 있으나 그저 그런 시시껄렁한 점장이식 주가예측 블로그라고 생...

  3. Subject : 심상정, 노회찬 그리고 이인제, 최연희

    Tracked from Delusion Laboratory™ 2008/04/13 01:34 del.

    어차피 당장 눈에 띠는 성과나 변화를 기대하진 않았다.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보다 더하구나. 정화조, 그래 이건 마치 똥통 속에 빠져 허어적대는 꼴이다. 저 네 사람의 현재 위치를 살펴보라. 우리가 발 붙이고 사는 이땅이 얼마나 역겨운 곳인가 너무도 쉽게 알 수 있을테니. 신념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역사상 처음으로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정치인이란 비아냥을 듣는 철새 이인제가 또(!) 국회의원이 됐고, 아동 성추행범에게 치를 떨며 온갖 막말과 가공...

  4. Subject : 총선이 말해준 모든 것; 홍길동만 남았다

    Tracked from With Sunny Side Up 2008/04/14 17:56 del.

    헤딩박은 이명박이나 박근혜랑은 무관합니다. 홍길동.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여 호부호형(呼父呼兄)을 허락받았으나,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 총선의 결과를 보고 그 이후에 터져나오는 한 많은 사연들을 보니 이번 총선 사태(?)는 홍길동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제 더 이상 민심이 천심이라 할 수 없으니, 민심능 천심이라 하지 못하는 국민을 호부호형 못하는 홍길동과 무엇이 다르단..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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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민노씨 2008/04/11 07:26

    * 사소한 추고. 지옥을 천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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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선인장 2008/04/11 08:52

    우울하죠. 우리 나라에 과연 희망이 있을까 싶은 생각도 요즘 자주 합니다 -_-;
    이런 저런 이유로 (사실은 게을렀던 탓이겠고, 기억하지 못한 탓도 있겠지만) 부재자 투표를 하지 못했는데- 정말 마음이 안 좋더군요. 아.. ㅠ_ㅠ

    전에 어디선가 이성으론 비관해도 감성으론 낙관하라는 말을 책에서 읽었는데 요즘의 우리 나라 사회는, 도무지 감정적으로도 낙관할 수가 없어요..
    다만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좀 더 큰 울림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그 때까지 열심히 배운 사람이라면, 더 노력해야 하겠다는 지극히 교과서적인 생각만 해요 -_-;

    모르겠어요. 흐음. 제가 이만큼 배울 수 있게 만들어준 사회에게 어떠한 방식으로 이런 것들을 환원할 수 있을지 고민을 하지만.. 요즘엔 과연 내가 돌려줄 수 있을지, 자신이 없기도 합니다.

    아침부터 이게 왠 헛소리를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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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4/11 11:08

      헛소리라뇨.
      말씀 고맙습니다.

  3. 댕글댕글파파 2008/04/11 10:57

    안타깝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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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4/11 11:08

      네, 몹시 아쉽고, 안타깝고.. 그러네요.

  4. 행인 2008/04/11 11:45

    '국민총생산'의 수치가 가지는 몽환작용을 일본은 이미 뼈저리게 경험했죠. 이미 80년대부터 일본은 "국가는 잘 사는데 왜 국민은 못사는가?"라는 고민이 있었고, 이후 우리 돈으로 물경 2경에 달하는 돈이 버블로 사라지면서 장기불황의 고통에 시달리기도 했구요. 그러면서 드는 의문은 도대체 저 GDP라는 수치는 누구에게 해당하는 수치인가였죠.

    한국 역시 그 뒤를 그대로 따르고 있네요. 국민총생산이 증가하면 도대체 내 주머니에 들어오는 돈은? 어라? 오히려 줄고 있네??? 전국적으로 GDP에 영향을 줄 수 있을만큼 상속세를 내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요? ㅎㅎ 그런 의미에서 저들이 이야기하는 0.06을 저도 잊기 어렵겠네요...

    국민소득 몇 만불 시대라는 공허한 구호를, 성장지상주의와 국민성공시대라는 주술에 마취된 사람들에게 그 진의를 알리기는 너무 어려워지는 시기같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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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4/11 21:41

      정말 어려운 시기인 것 같습니다.
      특히나 담론생산의 시스템 거대 얼개들 대부분을 '저들'이 장악하고 있고, 그 장악력은 더욱 강력해질 것 같아요.
      블로그가 그 거대한 껍질에 균열을 낼 수 있을지...
      그럴 수 있다면 좋겠는데...

      암튼, 그동안 노고가 정말 크셨습니다.
      앞으로 더 하실 일이 많으시겠어요.

  5. 하민혁 2008/04/11 13:38

    진보신당의 0.06%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가장 안타까운 일이었다는 데 공감합니다. 하지만, 왜? 인지에 제대로만 천착한다면,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있게 챙겨갈 수 있다고 봅니다. 혹여 우리가 우리끼리의 겉멋에만 취해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반성적 인식이 그것입니다. 이제 진보도 스스로의 힘으로 서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보수에 빈대 붙어서가 아니구요.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이(혹은 내가) 보여준 것도 바로 거기에 있다고 봐야 할 겁니다. 재벌의 0.06%에 대한 분석 이해 비판 등은 그 다음의 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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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4/11 21:42

      민혁님 글 잘 읽었습니다. : )
      그런데 트랙백이 보내졌는지 모르겠네요.
      보내도 트랙백을 걸 수 없었습니다.. 이런 안내문구가 종종 뜨는 것 같아서 말이죠.

  6. isanghee 2008/04/12 03:34

    제일 아쉬웠던 게 노회찬씨가 떨어진거였죠.
    솔직히 저는 김부선, 하리수씨가 표를 잃으면 잃었지 상대방표를 가져왔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쨌든 너무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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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4/12 10:05

      저도 노회찬 낙선이 무엇보다 아쉽고, 안타깝습니다...
      김부선, 하리수씨는.. 글쎄요.
      그래도 도와주겠다는 분들을 전략적인 판단으로 내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싶고, 장차로는 그 지지에 진정성이 있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 ^;

  7. foog 2008/04/12 19:20

    에~ 어설픈 고백성사를 본문에 삽입하셨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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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4/13 01:24

      좋은 글은 널리 읽히면 좋으니까요. ^ ^;;

  8. 히치하이커 2008/04/13 01:37

    밑에 0.06은 처음 봅니다. 그리고 보자마자 화딱지가...
    ㅡ ㅡ^

    그나마 진보신당이 2%는 넘겨 해산은 하지 않아도 되는 게 다행이네요.
    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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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4/13 08:08

      좀 그렇죠..
      좀 많이 씁쓸하고, 아쉽고...

  9. 0 2008/04/22 08:19

    http://video.google.com/videoplay?docid=6673734199138235720&q=mad%20cow%20disease&hl=en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8/04/22 11:07

      광우병 외교 글 읽다가 링크타고 이 글 읽으시다 여기에 남기신 건가요?
      아무튼 덕분에 좋은 자료 접했네요. : )
      고맙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 한방 날려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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