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가지 죄 : 구악와 나, 신악과 이메가

2008/03/13 00:11
교황청이 '신(新) 7대 죄악'을 선정했다는 소식을 우리나라 일등신문에서 읽었다.

6세기 그레고리 1세가 정리했다는 구(舊) 7대 죄악은 다음과 같다.
영화 '세븐'을 통해서도 많이 알려진 바로 그거.
1. 정욕. 2. 탐식. 3. 탐욕. 4. 나태. 5. 분노. 6. 시기. 7. 교만.


그리고 지난 10일 AP가 교황청 기관지 '로세르 바토레 로마노'를 인용해 소개했다는, 7대 신악.
1. 환경파괴 2. 윤리적 논란이 되는 과학실험 3. 유전자 조작과 배아 훼손
4. 마약 거래와 투약 5. 개인의 과도한 부 축적 6. 낙태 7. 아동 성범죄


이하 이 짧은 외신 소개기사를 읽으면서 든 생각.


* 왜 하필 일곱인가?
월화수목금요일. 하루에 하나씩 죄짓는 인간이란 건가?
이건 알 길 없을테고(혹 왜 일곱인지 아시는 분 댓글 부탁)


* 7대 구악과 나.
나는 여기에 거의 해당하는 것 같다.

1. 정욕 : 너무 사적이라서 패스. 그런데 현재시각 미국에선 한 양반이 망신살 뻗치고(아거) 있다더라.

2. 탐식 : 있다. 이게 무슨 죄씩이나 되나...싶은 생각도 살짝 든다. 6세기에는 먹을게 부족했겠지..싶긴 하지만. 그런 가정 하에서는 이해되긴 한다. 그런데 다시 가만히 생각해보면 지구의 절반(이상?)은 여전히 먹을 문제로 고민중이고,  지구의 절반(이하려나?)은 살 빼려고 고민중이다.

3. 탐욕 : 있다. 이거 없는 인간이 어딨나? 그리고 너무 범위가 크다. 추상적이야..

4. 나태 : 나태에 대해선, 이제 게으름을 예찬하는 시대에(이것도 물론 한물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살고 있다. 물론 좀더 정확히는 게으름이라기 보다는 '느림' 혹은 '여유'겠지만. 암튼 나는 몹시 게으르다.

5. 분노 : 대운하 뻘짓 타령에 나는 분노하고, 개념없는 청와대와 기자들의 짝짜꿍에 나는 분노한다. 안중근 마케팅하는 '민족신문' 조선일보에 분노하고, 안상수의 망언에 나는 분노한다. 도대체가 분노하지 않고선 살 수가 없다. 신악에 밀려 구악이라니 그나마 다행(?)이다.

6. 시기 : 이건 대한민국에 사는 국민이라면 '초등학생' 때부터 자연스럽게 학습받는 거다. 말이 학습이지 거의 강요에 가깝게, 하지만 자연스럽게 그 학습은 진행된다. 사촌이 땅사면 배아프다는 속담은 그냥 속담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이다. 대한민국 교육철학 일장일절이다. 그리고 온갖 연예산업과 거대 미디어들은 이거 없으면 당장 망한다. 가령, '경제야 놀자'와 같은, 연예인의 집안 인테리어와 온갖 시덥잖은 소장품에 대한 시기심을 '교양스럽게' 조장하는 '저질 프로그램'을 떠올려보자. 우리나라 연예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시기심에 기반하고 있다.

7. 교만 : 겸손한 자의 교만은 뭘까. 엉뚱한 생각이지만, 겸손은 (대부분의 경우엔)(적어도 나는 자주 그런 생각을 하는데) 스스로에 대한 교만이다. 아직 인간 되려면 멀었다. "그래도 괴물은 되지 말자"(홍상수의 '빠워 오브 강원 프로방스' 중에서 . 가 아니라 '생활의 발견'이다. ^ ^; 땡글땡글파파님께서 다시 또 알려주셨다)(이경숙 아줌마를 위해 제목을 국제화시대에 맞게 한번 써봤다)


* 7대 신악과 이메가
1. 환경파괴 : 그 삽질을 멈춰라. 이메가 정부는 대한민국 국토 갈아엎을 만반의 태세가 갖춰진 것 같다. 그런데 '친환경'이란다.

2. 윤리적 논란이 되는 과학실험 : 상상력을 키우자. 대운하는 경제적인 문제 이전에 윤리적인 문제다. 그래도 이렇게나마 땅덩어리를 물려준 조상에 대한 예의가 아니고, 이 땅에서 두고 두고 계속 살아야 할 후손에게 대한 예의가 아니다. ㅡ..ㅡ;

3. 유전자 조작과 배아 훼손 : 왠지 이메가에겐 황구라의 향기가 묻어나온다. 도무지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국익(속뜻은 '사익')을 위해서라면 '진실' 따위는 어찌되어도 상관없는 그 가족유사성. 아, 그리고 나는 배아줄기세포 연구 반대다. 황우석 파동은 여전히 아무런 교훈도 남기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 점 진실로 아쉽다.

4. 마약 거래와 투약 : 대운하뽕. 영어몰입뽕. 좌파척결뽕. 박정희향수뽕. 거래와 투약은 계속되고 있다. 아참, 이 뽕의 행렬에 기꺼이 동참하려는 조짐(펄)은 여기저기에 있다.

5. 개인의 과도한 부 축적 : "부동산 임대 업자 출신 대통령이 내세운 장관들의 평균 재산이 40억인 현실"(강유원)에서 이건 이쯤하자.

6. 낙태 : 이메가는 '장애인' 낳을 바에야 낙태시키는 것이 낫다는 주의다. 여기에 대해, 정치적 혐오인물에 대한 선입견으로 스스로도 지키지 못할 관념적인 윤리와 도덕 들이밀 생각 나는 없다. 이 부분에 대해서 만큼은 나는 이메가 이해(옹호 아니다)한다. 솔직히 낙태에 대한 이율배반적인 인식이 더 문제아닌가. 낙태문제는 그걸 현실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정말 어려운 문제일테다... 그리고 나는 일정한 요건에서 낙태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도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7. 아동 성범죄 : 패스.


* 망조.
오직 인간은 악을 만들었고, 신은 그 인간을 용서하기 위해 '망각'을 만들었다.
망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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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 영화 쎄븐 2 개봉 임박.

    Tracked from BoBo 2008/03/13 01:00 del.

    기존의 7가지 죄악과 신죄악 바티칸에서 7가지의 구죄악 이외에 새로운 7가지의 죄악을 발표했습니다. 바티칸 서열 2위인 Gianfranco Girotti 대주교가 지난 주말에 현대의 신죄악에 대해서 한 말입니다. 이제 브래드 피트는 쎄븐 2를 찍어야겠군요. 7가지 새로운 죄악은 환경파괴, 유전자 변형, 과다한 부의 축적, 빈곤전파, 마약의 흡입 및 판매, 동기가 불분명한 과학실험의 참여, 사회 불평등 및 부정의 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놓고 보니 한국..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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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eson 2008/03/13 01:26

    사치스러운 교황의 삶과 기타 종교인들의 부의축적과 세습문제도 이야기 해도 되겠군요. 일부이기는 하지만, 각종 종교단체들의 이런 행동이 아직도 묵묵히 고생하며 일하는 분들을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각 종교마다 특성은 달라도, 그래도 창업자가 고생하며 창업을 하지만, 그 창업된 시장을 기반으로 사업을 하는 종교인들은 하는 짓들도 가지각색인 것 같습니다. 재벌들도 열심히 일하는 재벌 2.3세 들도 있지만, 선대 욕먹이는 재벌들도 있는 것 처럼, 요즘은 눈 뜨고 못볼 지경 아닌가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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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3/13 01:33

      그러게요.
      문제를 우리나라의 사정으로 돌리면, 점점 더 기업화하는 교회들은 이게 정말 종교인지, 아니면 사익을 위한 경제활동인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종교 그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야 하지 않나 싶어요. 물론 그런 '본연의 정신'이 아직 존재한다면 말이죠.

  2. 댕글댕글파파 2008/03/13 11:11

    전에도 말씀 드렸지만 괴물은 되지 말자는 생활의 발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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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8/03/13 11:33

      아, 이런이런.. ^ ^;;
      계속 착각하네요.
      잘못된 기억의 관성이 꽤나 강한 것 같습니다.
      (본문에 덧글 입력해야겠습니다.;;; )

  3. 민노씨 2008/03/13 11:35

    * 파파님께서 알려주신 오류에 대해 덧글로 사정을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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