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씨.네 __ 시그노이즈 3. 강호순 블루스 : 언론이 정말 벗겨야 하는 것.

최근 며칠 동안 강호순 관련 사설들.  

[조선] 반(反)사회적 범죄자 얼굴 공개하는 게 옳다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2/01/2009020100791.html


[중앙] ‘흉악범 유전자은행’ 도입하자 [☆]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total_id=3478678&cloc=rss|news|column

[동아] 경찰 ‘부실 수사’가 연쇄 살인 키우지 않았나 [☆]
http://www.donga.com/fbin/output?rss=1&n=200901310020

[한겨레] 연쇄살인 공포, 예방 대책이 절실하다 [★★☆]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336013.html

[경향]연쇄살인마들이 불거져 나오는 사회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01310006095&code=990101

[한국] 피의자 얼굴 공개 포퓰리즘 경계를 [★★★★]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0902/h2009020302274076070.htm


1. 확실히 조중동의 사설은  '자극적'이다.
이와 비교한다면, 한경한의 관련 사설들은 점잖다 못해 심심하다.

2. 한겨레와 경향의 관련 사설은 사건 초기 사설인데, 뭐랄까, 너무 심심하다.
같은 메시지라도 좀더 그 형식(수사)를 신경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3. 조선일보는 가장 뻔뻔하다.
조선일보의 '알 권리' 존중 덕분으로 많은 독자들이 자사의 '조선닷컴'을 찾았다고 사설에서 자랑질이다. 참 잘났다. 그 근엄하신 신문사에서도 이제 '미끼질'을 자랑하는 시대가 도래했도다.

4. 뚝심의 동아일보

이런 흉악범의 얼굴을 끝까지 가려주는 경찰청 훈령을 이해할 수가 없다. 그 전까지는 모자와 마스크를 씌워 얼굴을 완전히 가려주다 이번에는 마스크를 벗겼지만 얼굴을 못 알아보기는 마찬가지다. 강호순의 얼굴을 공개하면 제보가 이어져 그동안 밝혀지지 않은 사건의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다. 그의 초상권(肖像權)이 흉악범으로부터 선량한 시민을 보호하고 사회의 안전을 지키는 것보다 중요하단 말인가.

이게 동아일보의 입장인데, 이런 입장은 지난 2008년 10월 23일자 사설에서 이미 노골적으로 표명된 바 있다(방화살해범 정상진 사건). 

[동아] 反인륜 범죄자 ‘마스크와 모자’ 벗겨야 (2008-10-23)
http://www.donga.com/fbin/output?n=200810230102

MB와의 밀월이 갖는 그 구조적인 권력과의 담합관계나 벗겨냈으면 좋겠다.


5. 중앙일보는 뭔지 모르겠다.
자신의 입으로 "물론 유전자 정보는 유출되거나 악용될 경우 심각한 부작용과 인권침해를 부를 수 있다. 특정 유전자를 가졌다는 이유로 건강보험에서 차별받거나 회사가 고용을 기피하는 사례를 외국 일로만 치부할 것도 아니다. 지난해 영국에서는 내무부와 경찰이 축적한 DNA 데이터베이스의 4분의 1가량이 무고한 시민으로 드러나 큰 반발을 부르기도 했다." 라고 그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중략) 법안 도입을 언제까지나  미룰 일"은 아니란다. 도무지 우리나라의 '정보 관리' 체계를 너무 무책임하게 신뢰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옥션이며, 다음이며, KT까지 뻥뻥 뚫리는 판국이다. 게다가 무슨 대단한 인권의식을 갖고 있는 문화적 토양이 마련된 나라라고 이런 경솔한 주장을 하는건지 모를 지경이다. 수구신문들이 지적하는 것 가운데 일말의 진실이 담겨진 게 하나 있다. 인터넷에서의 빈번히 행해지는 마녀사냥과 과도한 포퓰리즘이 그것이다. 개똥녀가 그 대표적인 사건이다. 개똥녀를 '개똥녀'라는 의미에 대해서 논하는 것은 별론으로, 그 개똥녀 얼굴을 인터넷 천지사방에 '효수'해서 잔인하게 부관참시하는 행태가 개똥녀 보다 하등 나아 보이지 않는다.

6. 한국일보의 오늘자(2월3일자) 사설은 그 중 돋보인다.
물론 식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 강호순 얼굴 공개 사건의 이모저모를 균형잡힌 상식의 언어로 지적하고 있다.
특히 아래와 같은 지적은 담담하지만, 귀담아 들어야 하는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조선과 중앙과 동아에서는 이런 '자극적인 이슈'에 대해선 전적으로 '대한민국 국민 쵝오'를 외치는, 그런 싸구려들이다. 거기에 동참하는 독자들, 시민들... 그 심리는 '싸구려'가 맞다.
일본과 미국 등의 언론이 얼굴을 공개하고 있다지만 우리와는 상황이 다르다. 피의자의 가족과 친지 등에까지 적개심이 발산되지 않는 문화, 피해를 제대로 보상 받을 수 있는 법과 제도 등 그들 나름의 사회적 합의가 깔려 있다.


7. 언론이 정말 벗겨내야 하는 것.
대한민국 언론이 정말 벗겨내야 하는 건 가장 먼저 자신들의 저열한 상술과 천박한 당파적 편향이다.
지금 연쇄살인마의 '모자'나 '마스크'를 벗겨내는 일이 중요한 게 전혀 아니다.

미네르바 사건의 아리까리한 진실게임으로 장사하려는 그 천박한 상술을 먼저 벗겨라.
MB 언론 악법이 초래할 표현의 자유 위축, 그 디스토피아의 암울한 미래상을 벗겨라.
그리고 용산 참사가 갖는 기만적인 대한민국 모순 구조를 벗겨라.

이것들을 먼저 벗겨내고, 그 뒤에  '연쇄 살인마' 모자 벗기고, 마스크 벗겨서 장사하든지 말든지...


* 관련 추천
강씨 사진 공개로 공익신문된 조선·중앙 (미디어스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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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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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reesopher 2009/02/03 09:17

    언제나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민노씨 님 덕분에 조중동 사설을 오랜만에 읽네요.ㅋㅋ 한국일보 사설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잘 짚어주셔서 도움 받고 갑니다 :)

    한국인은 언제나 '우리와 다르다'와 '그들도 한다'라는 두가지를 철저히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써먹죠. 이성이라는 것이 존재하는지 과연 의심스러울 정도로 부끄러움 따윈 던져버리고 필요한 방향에서 자아와 타자에게 이중 잣대를 들이댑니다.

    작년 국회 사태처럼 이번에도 그 선진국 타령할 때 이꼴이 나리라 생각은 했습니다만...ㅋ 언젠가 여기와 관련되어서도 한 번 재미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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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2/03 22:14

      오, 프리소퍼님 덕분에 무플을 면했군용!
      저야말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ㅎㅎ
      고맙습니다.

    • freesopher 2009/02/04 02:43

      앗... 무플 따윈 걱정하지 않으시는 대인배이신 줄 알았는데...ㅠ 쵸큼 실망이에욧...ㅋㅋ

    • 민노씨 2009/02/04 10:17

      저는 무플 때문에 속상해서 새벽에도 벌떡벌떡 깹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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