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시의성에서 좀 자유로운 동일 주제의 확장, 혹은 변주(이 조건에서 벗어나는, 즉 시의성을  강하게 고려해야 하는 영역에서는 오히려 꽤 잡스런 단상을 휘갈리는 포스팅이 잦아질 것 같기도 하다)에 대해선 가급적 이왕에 썼던 글을 재발행하는 방식으로 업데이트할까 싶다. 지금 생각으로는 그렇다는 거고, 또 달라질지도 모르지만...


생각나는 이유들(및 재발행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기억.
이전에 내게 머물렀던 생각들을 다시 살펴보고, 내가 얼마나 나아갔는지, 혹은 물러섰는지, 그리고 나와 나를 둘러싼 풍경들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살펴보는 일은 의미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를 설레게 한,  혹은 나를 분노하게 만든, 또는 나에게 따뜻하게 머물렀던 그 모든 기억들은 나에게조차 너무 쉽게 잊혀진다. 기억을 좀더 오래 붙잡고 싶다. 그게 그저 과거로 돌아가야 한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 기억은 대상적으로 사물화한 '과거'라기 보다는, 본질적인 '현재'를 가능하게 하는 관계의 고리들이다.

2. 처녀
소설이든, 시집이든 처녀작이 가장 좋다는 이야기들을 흔히 한다. 새 글이라고 하더라도 기존에 했던 생각들, 표현들의 지루한 반복이거나, 재탕인 경우가 잦다. 그런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보다는 이왕에 썼던 글에 부족하더라도 좀더 다른, 새로운 사유의 풍경을 보태는 편이 현명하겠다는 생각이다.

3. 죽음
블로그 포스트의 생명력은 '시의성'이라는 부정할 수 없는 가치에 의해 너무 쉽게 사라지는 경향이 있다. 그 경향은 점차로 강화되고 있다고 느낀다. 아쉬운 마음이 크다. 그러니 시의성의 한계를 견디는 주제들에 대해서는 좀더 긴 생명력을 갖는 글로 다듬고 싶다.

4. 한 줄 혹은 천 줄
재발행 원칙은 물론 새롭게 쓰여지는 부분이 하나의 글로서 온전하게 완결성을 갖는가라는 그 기준이다. 그러니 새롭게 쓰여지는 부분은 그 자체로 하나의 글이어야 한다. 그 물리적인 부피는 한 줄일수도 있고, 천 줄일 수도 있다. 그러니까 이 '글 하나로서의 완결성'이라는 기준은 매우 자의적인데, 아마도 한 줄을 더해서 재발행하는 일은, 한 줄이 나조차 놀랄만큼 영감과 자극을 주는 '한 소식'이 아닌 한은 없을 것 같다. 물론 나는 단 한 줄을 더하는 재발행을 하고 싶을테지만.

5. 역사
글이 자라가는 과정은 글 서두에 표시하고, 이왕에 글을 읽었던 독자들이 시간 낭비 하는 일이 없도록 편집에 신경을 쓸까 한다.

6. 추고
이 과정에서 지난 글에 대한 추고도 동시에 병행한다.  다만 최소한 댓글이나 외부의 트랙백, 피인용 링크로 거론된 표현이나 주장, 입장을 수정하는 경우에는 그 수정 과정을 반드시 표시(취소줄 따위로)하도록 한다. 특히 의미있는 댓글에 대해서는 그 댓글을 통해 이뤄진 대화들을 최대한 본문에 수용하도록 한다.

7. 기대 
기존 글들도 꽤나 길다는 불만을 듣고 있는 터라서 이런 글쓰기 방식이 과연 옳은 것인지 모르겠다. 자신을 배려하는 것과 같은 이유에서 독자를 배려해야 하는 블로거로서 쉬운 결정만은 아니었는데, 다만 너무 너무 빠른 속도로 이슈들이 서로를 잡아 먹는 이 살벌한 '의미 폭주' '의미 과잉'의 속도전 시대(푸른 지붕에서 열심히 기도하는, 누구를 위해 기도하는지는 알 길 없는, 어떤 사람이 떠오른다)에 이런 시도들이 블로그계 한 구석에서나마 공감과 동의, 그리고 또 다른 실천을 얻기를 기대한다.



이 방식을 처음 적용하는 글은 가즈랑이 쓴 글에 대한 단상이다. 으로 하려고 했는데... 미뤄졌다...(^ ^)




트랙백

트랙백 주소 :: http://minoci.net/trackback/714

댓글

댓글창으로 순간 이동!
  1. 하민혁  2009/02/01 10:47

    좋은 시도라고 봅니다. 블로그가 로그인 한에는 과거에도 상당한 무게가 실릴 법하지만 실제로는 로그 자체가 갖는 가속도의 힘이 너무 커서 대개는 앞만 보고 내달리는 것같아서요. 가끔씩 머물러 뒤를 돌아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기대가 큽니다. ^^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9/02/02 01:09

      기대가 크시다고 하니 큰 힘이 됩니다.
      다만 제가 워낙에 변덕이 심해서 얼마나 실천할 수 있을지...;;;
      격려 말씀 고맙습니다. : )

  2. 명이 2009/02/01 21:11

    몇번이나 댓글을 달려고 들어왔다가 컴퓨터가 꺼져서 나가는 바람에 이제서야 왔어요..ㅠ
    집에 컴퓨터가 그야말로 완전 맛이 간게지욤...-_-;;

    어떤 시도든, 해보지 않는것보다는 해보는게 낫다고 생각해요. 민노행님이라면 분명 좋게 좋게 잘 하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 (응? 교주..? -_-;;) ㅎㅎ

    즐거운 주말 잘 보내셨남요?
    으악..내일 출근이에요..ㅠ
    좋은 꿈 꾸셔요잉...ㅠ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9/02/02 01:11

      명이행님께서 와주셨군요. : )

      그런데 명이행님께선 여성분 아니신가요? 저를 '민노행님'으로 호칭하시는 건 그냥 습관이신건지요? ^ ^; 살짝 궁금하네요, 물론 저는 아주 정겨운 호칭이라고 생각하지만요.

      벌써 월욜이네요.
      새로운 한 줄 즐겹게 열어가실...

  3. 이정일 2009/02/01 21:41

    늦었지만 새해 인사 드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9/02/02 01:12

      고맙습니다. : )

  4. MissFlash 2009/02/13 22:51

    재발행은 포스트를 수정후 등록 날짜를 갱신하는 것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확실히 그 편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는 면은 있겠네요...

    다른 한편으로는 하나의 글이 너무 길어지고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섞일 확률도 좀 높겠구요...

    민노씨 글을 읽다보니 시사적인 내용들이 많아서 제대로 의견을 남길만한 것이 없네요(제 수준이 이 수준이라...)

    관심이 없더라도 조금씩 읽으면서 세상 돌아가는 눈 좀 틔어야겠습니다. ㅎㅎ;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9/02/13 22:56

      네, 맞습니다. : )
      특히 메타와의 연계를 생각한다면 메타에 다시 송고하는 행위를 특히 지칭하겠죠.
      RSS를 생각하면 독자들에게 다시 구독되는 것이겠구요.

      시사적인 내용이 많은가요? ^ ^;
      언제든 가볍게 의견 주시면 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따뜻하고 뽀송뽀송한 주말되시길..
      저는 비가 와서 그런지 좀 축축하네요. ㅎ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 한방 날려주세요. : )

댓글 입력 폼
[로그인][오픈아이디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