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유통의 시의성을 고려해서 일단 짧게 쓴다.


중앙일보, 공익 위해 연쇄살인범 강호순 이름·얼굴 공개 (중앙일보)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ctg=12&total_id=3475906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는 법적 논리와 국민의 법감정 사이의 간극을 사회적 합의를 거쳐 좁힌 뒤 공개하는 것이 옳다”(황용석 건국대 신방과 교수)는 의견도 많았다. 흉악범의 얼굴이 공개됨으로써 ▶사회적 응징에 의한 범죄 예방 효과 ▶공분의 해소 ▶추가 범죄에 대한 제보 등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중략)

본지는 이 같은 찬반론과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고려한 끝에 강호순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키로 했다. 강이 범행을 자백하고, 증거도 명백해 공익을 위해서라도 실명 및 얼굴 공개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번 사건처럼 사회적 파장이 클 경우 무죄추정의 원칙을 축소 해석할 수 있다는 법원의 유권해석도 받았다. 본지는 앞으로도 정치인, 고위 공직자 등 공인과 함께 증거가 명백한 연쇄살인범에 대해선 실명과 사진을 공개키로 했다. 흉악범의 얼굴을 공개함으로써 독자들의 제보를 활용해 경찰의 추가 수사를 도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김승현 기자 (2009.01.31 01:52 입력 / 2009.01.31 02:50 수정)


* 나와 같은 소박한 독자를 위해 '유권해석' 부분 사전적 정의 인용.
유권해석 [有權解釋, authentic interpretation]
국가기관에 의해 행하여지는 구속력 있는 법의 해석. 공권적 해석(公權的解釋) 또는 강제적 해석이라고도 한다. 학리해석(學理解釋), 즉 문리해석(文理解釋) ·논리해석에 대응된다. 해석하는 기관에 따라 입법해석·행정해석·사법해석으로 구분되나, 협의로는 입법해석에 국한된다. (중략) 사법해석 : 법원, 특히 대법원에 의해 행하여지는 해석으로 이는 최종적인 구속력을 가진다.



나는 너희들이 그토록 사랑하는 알 권리 차원에서 묻는다.

일단 법원이 정말 '무죄추정의 원칙' 제한 조건을 설시한 판례가 있는지 검색해봤지만 찾아지지 않는다.
이건 정말 금시초문이라서, 중앙일보 주장대로 정말 그런 '유권해석'이 있다면, 이는 중앙일보가 반드시 그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본다. 이는 강호순 얼굴 공개로 이상 과열된 중앙과 조선의 의도적인 선정주의에 의해 어지러운 판국에, 그 관련 이슈들 가운데에서도 정말 중요한 논점들 중 하나다. 이는 형법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엄청난, 정말 울트라 메가 쇼킹한 주장인거다.

형법의 제왕적 원칙이 '피의자 얼굴 언론 공개'라는, 당장은 언론사의 이익은 말고는 그 이익을 발견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그 언론사가 얼굴 공개하는 이유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법원의 유권해석을 얻었다구?
좋다.
'법원의 유권해석' 그 정체를 알고 싶다.
이게 너희들이 그토록 떠벌리는 '알 권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중앙일보는 "법원의 유권해석" 근거를 당장 공개하라.




* 이 글은 강호순 사건, 연쇄살인마와 카사노바 로 이어집니다.


* 관련 추천
강호순의 얼굴(1) (새드개그맨) 강추.
그래, 그래서 그랬단 말이지? (비틀)
강씨 사진 공개로 공익신문된 조선·중앙 (미디어스 블로그)


* 이 글은 예외적으로 정체불명의 유사 저널리즘 유통매체에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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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 범인 얼굴 공개 ─ 흉악 범죄와 자본주의

    Tracked from 마르크스의 눈 2009/02/02 10:57 del.

    예전에 〈저항의 촛불〉에서 ‘흉악 범죄와 자본주의’라는 칼럼을 실은 적이 있다. 강 모씨의 흉악한 범죄들이 드러난 이 때 자본주의 지배자들과 언론이 이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듯 싶어 그 칼럼을 되새기며 지금 사건을 돌아보려 한다. 단, 뚜렷이 못박는 것은 내가 어떤 의미에서도 강 모씨 그새끼를 옹호하려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나는 강 모씨가 미친 놈이고 나쁜 새끼라고 생각하지만, 이명박도 증오할 뿐이다. 그리고 이명박과 이 체제..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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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책읽는키노 2009/02/02 01:42

    차에서 라디오로 현장검증 상황을 들었는데요. "저런 놈을 왜 가려줘? 얼굴 좀 보자!"라는 외침이 꼭 freak show 구경꾼의 목소리처럼 들려서 섬뜩했습니다. 제 마음이 삐뚤어진 탓이겠지만, 중앙일보는 그저 더욱 짜릿한 구경거리를 원하는 분들께 원하는 걸 제공했을 뿐이라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찌라시답게 말이죠. 그나저나 김석기 등은 강호순이 얼마나 고마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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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2/02 01:41

      좀 다른 차원에서는 이슈유통의 제로섬 현상이라는 관점에서, 조선과 중앙은 다분히 의도적인 목적성을 갖고(알권리니 뭐니 이런 건 전부 꽃같은 소리라고 생각하고요...;;) 이런 일을 벌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용산 참사가 무슨 몇 년 전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조동에게 행복하게도 시민들의 감정적인 분노는 거기에 편승하는 대중심리를 만들어냈고 말이죠...

      어쨌든 저로선 중앙일보의 이런 놀라운 '특종'은 반드시 검증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른 이슈들(MB 악법, 미네르바, 용산 참사..)를 잠시 잊더라도, 이 강호순 이슈가 유통되는 그 정점에서 건져낼 것은 건져내야 하지 않나 싶어요...

    • 책읽는키노 2009/02/02 01:53

      민노씨님의 동기분석에 100% 동감합니다. 그렇지만 마지막 말씀을 읽으며, '그놈들'이 벌써 다음 이슈도 준비해놨을 거라는 두려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민노씨님처럼 영향력있는 블로거들이 이 건에 집중하는 것도 그놈들이 원하는 바가 아닐까요. 전 용산의 희생이 이대로 잊혀질까봐 두렵습니다.

    • 민노씨 2009/02/02 02:04

      저 역시 책읽는키노님 우려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그 부분에 대해선 강호순을 이야기하면서, 또 용산과 미네르바와 MB 악법, 좀더 거시적이고, 본질적인 차원에서는 담론권력의 정치적인 작동기제들을 더불어 문제삼을 수 있다면 좋겠지요.

      특히나 조중동과 같은 기만적인 담론권력이 당대의 지식과 관념 따위를 어떻게 편의적으로 조작해서 정치권력과 (궁극적으론) 자본권력에 복무하는지를 추적하는 일을 비판적인 관점에서, 너무 진지해서 무겁지는 않게, 다만 진지하되 좀 재밌는 방식으로 많은 동료 블로거들께서 이야기해주시면 좋겠다는 기대를 갖습니다.

      추.
      저는 영향력 별로(실은 전혀) 없습니다..;;

  2. 하민혁  2009/02/02 03:01

    저널리즘은 양면성이 있지요. 객관적인 정보 전달의 기능에 더하여 독자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는 게 그것인데요. 그런 점에서 조선과 중앙은 잘 하고 있는 겁니다. 저널리즘의 정신에 충실한 거죠. 그래서 일등을 하는 거겠구요. 언론이 무슨 신인가요? 지고지순하기를 바라게? 언론은 지고지순할 이유가 없어요, 당연한 말이지만 언론에 그걸 요구할 근거도 없는 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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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2/02 11:40

      그건 저널리즘 정신이 아니라 '흥신소' 정신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이런 선정주의적 도발, 거기에 의도적인 이슈 지우기의 전략적인 고려가 깊숙히 개입된 사안에 대해 웬 뜬금없는 "지고지순"이 나와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런 걸 바란 것도, 기대한 적도 전혀 없습니다.
      제가 기대하는 건 조중동이건 한경한이건 온라인언론이건 간에 그저 최소한 상식입니다.

  3. 명이 2009/02/02 10:57

    조선일보는 한술 더 떠 해맑은 사진을 내보냈던데...
    일단, 그래놓고 기사에 미남형, 호감형..이라는 단어들이 매우매우 거슬리더라고요.
    아주 많이 말이죠.

    억울하게 그 손에 죽은 사람들보단, 그런게 눈에 더 들어오고 쇼킹해보이나 봅니다.

    후, 이 일로 일련의 사건들이 묻어가기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아주 간절히 말이죠.
    어떻게 대처하나 또 들여다봐야겠어요. 좋을일이 없지만, 그래도 힘내서 좋은 하루 되십쇼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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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2/02 11:42

      조선일보라는데가 그렇죠, 뭐.
      장사 아주 잘 합니다.
      하지만 너무 악질적이네요...

      명이행님도 좋은 하루 되시길...

  4. 非틀 2009/02/02 13:22

    이상하네요.
    이 글에 왜 트랙백을 보낼 수 없다는 오류가 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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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씨 2009/02/03 01:13

      답글로 쓰지 않고 아래에 딴 댓글창에 썼군요..;;;
      다시...

      ~~~

      이 글이었군요.

      http://thebeatle.net/73

      죄송합니다.
      제 블로그(텍스트큐브)가 이상하게 '티스토리'에서 오는 트랙백을 튕겨냅니다.
      요즘은 제가 보내는 트랙백도 '티스토리'쪽에서 튕겨내고 말이죠. ;
      같은 부모(?)를 가진 블로그 툴인데도 사이가 좋지 않네요...;;;

      그래서 제 블로그에 트랙백을 쏘는 티스토리 유저들께서는...
      '손 트랙백' 혹은 '수동 트랙백'(댓글창에 주소를 입력하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저로선 죄송스런 일이죠...

      http://minoci.net/717
      http://minoci.net/718

      위와 같은 식으로 말이죠.

      저도 위 비틀님 글에 손 트랙백으로 쐈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5. 나무도적 2009/02/03 00:08

    집단이라는 이름으로 법치주의의 원칙을 송두리째 부정해버리는 대한민국.
    정말 치떨리는 시국입니다.. ㅠ.ㅠ

    용산에서는 엄정한 법집행이 어떻고 저떻고 개소리 떨더니 범죄자의 인권에 대해서는 혀짤린 개마냥 입닥치고 있는 법 집행자들...

    한국에 살기 싫어집니다. 뭐 하루이틀도 아니지만...

    perm. |  mod/del. |  reply.
    • 민노씨 2009/02/03 01:14

      그러게나 말입니다.
      법집행의 원칙이라는 게 너무 자의적이고, 정치적인 고려에 따라 이렇게 저렇게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 한방 날려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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